“호수횡단샷 NO” ‘디섐보 방지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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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메이저’ 플레이어스 18번홀
페어웨이 좁아 공략 까다롭지만 장타자 호수 건너편 노릴 가능성
주최측 부랴부랴 OB구역 만들어… 11일 김시우 등 154명 티오프

‘브라이슨 룰.’

골프채널, ESPN 등 미국 현지 매체들은 10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투어 측에서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TPC소그래스에서 시작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8번홀(파4) 안에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을 설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개막을 앞두고 코스 운영 방식이 바뀐 건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사진) 때문이다. 462야드(약 422m) 길이의 18번홀(파4)은 호수를 끼고 있는 까다로운 홀이다. 드라이버가 떨어지는 IP 지점의 페어웨이 폭은 35야드에 불과한 데다 좌측으로는 호수가, 오른쪽에는 벙커, 러프 등이 있어 공략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투어 드라이브 비거리 1위(323.5야드)인 디섐보는 아예 호수를 넘겨 왼쪽에 있는 9번홀 페어웨이를 노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310야드 이상 캐리 거리가 나오면 호수를 넘길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디섐보는 “물에 빠지지 않게 친다면 세컨드 샷이 더 쉬워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디섐보는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베이힐클럽 클럽&로지에서 열린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3, 4라운드 6번홀(파5)에서 370야드(약 338m)가 넘는 드라이버로 호수를 넘겨 갤러리의 환호를 자아낸 바 있다. 화끈한 대포쇼를 앞세워 디섐보는 이 대회에서 통산 8승째를 수확했다.

투어 측은 “관중과 자원봉사자, 기타 인력 등의 안전을 위해 18번홀 호수 왼쪽에 OB 구역을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직접적으로 디섐보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다분히 그의 플레이를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관련 소식을 전하며 ‘PGA투어가 대담한 전략을 세운 디섐보에게 수갑을 채웠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OB구역 설정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지만 디섐보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더 멋진 일이다. 이런 것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할 것임을 예고했다.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올해 ‘황금빛 축제’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성대한 무대를 예고했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 2라운드를 앞두고 중도 취소해야 했던 아쉬움을 풀겠다는 각오다. 출전자 수도 평소 144명에서 154명으로 늘렸다. 2019년 대회 우승자인 로리 매킬로이(32)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 1974년 대회 출범 이후 첫 2연패의 주인공이 된다. 한국 선수와도 인연이 깊다. 2011년 최경주가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했고 김시우가 2017년 우승할 때 세운 대회 최연소 챔피언 기록(만 21세 11개월)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김시우는 “최연소 우승 기록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 기록이 깨지지 않고 계속 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호수횡단샷#디섐보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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