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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떠밀려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Biocide) 제품을 전수조사하기로 한 환경부가 유해화학물질 기준을 새로 마련키로 했다. 특히 퇴출화학물질 종류와 유해성 성분 조사를 확대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의 위해우려 화학물질 기준안을 국내 기준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4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살생물제의 유해성 조사를 앞둔 환경부는 이르면 이달 중 독성 전문가 등으로 위원회를 꾸려 어떤 물질을 퇴출하고 허용할지를 논의한다. 환경부는 손소독제 등을 포함해 수만 개에 이르는 살생물제 제품에 대한 전체 화학물질 정보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우선 위해성분 목록을 추린 뒤 이에 대한 성분표를 받는 방안을 우선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26종에 불과한 국내 퇴출화학물질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가장 까다로운 화학물질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EU의 퇴출화학물질 기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살생물제관리법을 따로 두고 있는 EU는 허용된 물질 외에는 살생물제를 만들 수 없을뿐더러 발암성 물질 등을 포함한 위해우려 화학물질 500여 종에 대해서는 퇴출물질로 규정해 어떤 용도로도 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내년까지 살생물제 전수조사를 마치기로 한 환경부는 별도의 위해성 평가를 거치기 어려워 이런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매년 위해우려제품과 유해성 검사를 위해 연구용역에만 1년 이상 시간을 허비하던 환경부가 처음부터 선진국 기준을 적용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성분의 하나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에 대해 유독물 이 아니라고 고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4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국립환경연구원이 2003년 6월 10일자 대한민국정부 관보를 통해 ‘PGH가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화학물질이다’라고 고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민변 등에 따르면, 국립환경연구원은 관보에 해당 내용을 고시하기에 앞서 그해 4월 ‘세퓨’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신청한 PGH에 대해 유해성 심사를 맡았다. 이때 세퓨 측은 PGH의 주요 용도로 알리지 않고 독성시험 결과를 첨부하지 않아 관련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당시 PGH를 비롯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들은 기존에는 흡입용도로 쓰이는 물질이 아니어서 위해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퓨 측은 해당 물질 용도를 스프레이 및 에어졸로 명시했던 만큼 인체 위해성을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5세 이하 어린이 의료비에서 국민건강보험 급여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환자 본인 부담금으로 고스란히 부모나 보호자가 지불하는 비용이었다. 4일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어린이병원비연대)가 통계청의 국민건강보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 15세 이하 아동의 전체 의료비는 6조3937억 원이었다. 이중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지급되는 급여비는 3조8823억원이었다. 전체 의료비 대비 60.7%만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해당된 것. 의료비는 입원비, 외래진료비, 약값 등을 모두 포함한 비용이다. 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제외한 2조5114억 원이 본인부담금이었다. 이중 건강보험이 지원하지 않은 비급여 비용은 약 1조3508억 원으로 추정된다. 어린이병원비연대는 의료패널 2012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호자가 아동에 대해 민간보험회사에 납입하는 어린이보험료는 연간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건강보험 누적흑자 규모가 2월 기준으로 17조 원에 달하는 만큼 이를 아동 의료비의 보장성을 높이는 데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어린이병원비연대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어린이 의료분야에서 국가적 지원수준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국가차원에서 아동 의료비에 대한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 이후 손 소독제 등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환경부가 다급하게 ‘살균’ ‘항균’ 성분이 포함된 모든 제품의 유해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기업은 성분 분석 자료를 환경부에 제출할 의무가 없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는 3일 “살균, 항균 성분이 포함된 이른바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Biocide)는 허가 가능한 물질만으로 제품을 제조해야 하는 ‘살생물제품허가제’를 도입하고 기존 살생물제에 대해선 내년까지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조만간 살생물제 허용물질 기준을 만들고 이 외 성분은 퇴출시킬 방침이다. 이는 유럽연합(EU)에서 1998년부터 시행 중인 ‘살생물제 관리 지침’과 같은 내용이다. 환경부는 현재 생활화학제품 중 위해우려제품 15종에 대해서만 유해성 검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살생물제로 검사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살생물제 기준도 아직 명확하지 않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는 점. 환경부는 현재 법령이 없고 관계 부처와 협의도 안 된 상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함유 성분 서류를 제출해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게다가 위해우려제품과 달리 살생물제는 종류가 많아 시험분석 기관 의뢰도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기업 자체 조사 결과가 담긴 서류만 가지고 위해성을 평가해야 하는 만큼 실효성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환경부는 손 소독제 등을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제품은 화장품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한다. 주무부처에서 허가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 대해 환경부가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또 제품 포장지에 적힌 ‘살균’ ‘항균’ 표기만 보고 점검대상 목록을 만들겠다는 방침도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부는 실제 공산품과 생활화학제품에 어떤 화학물질이 쓰이는지 알 수 없어 포장과 광고 표기를 통해 목록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레킷벤키저(옥시레킷벤키저 본사)의 연례 주주총회에 항의단을 파견한다고 3일 밝혔다. 항의단은 8일에는 덴마크를 방문해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를 공급한 케톡스(현재 폐업)에 대한 책임 문제도 제기한다. 가피모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3일 옥시레킷벤키저 의뢰로 살균제 흡입독성 동물실험을 한 서울대, 호서대 연구팀을 각 대학 연구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연구 교수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홍정수 기자}

2일 가습기 살균제 최대 가해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한국법인 대표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균제의 유해성을 몰랐다는 점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보상책도 내놓지 않아 빈축을 샀다. 피해자 단체는 옥시본사 임원 8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한국법인 대표이사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을 입으신 모든 피해자분과 그 가족분들께 영국 본사와 한국법인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옥시 제품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점, 신속히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말했다. 사프달 대표는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라면서도 구체적 보상 방법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미 기탁 의사를 밝힌 100억 원의 기금은 살균제 피해 가능성이 낮은 3, 4급 피해자들과 협의해 쓰겠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살균제 피해 가능성이 높은 1, 2급 피해자의 보상과 관련해서는 “7월 중으로 구성되는 패널이 피해자 의견을 반영해 보상 금액을 결정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제품 판매 당시 유해성을 몰랐느냐는 질문에 사프달 대표는 “알았다면 절대 팔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를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흡입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옥시가 일괄 폐기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고 검찰이 밝힌 것과는 상반된 발언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6분 만에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연대 최승운 대표와 코에 산소 튜브를 꽂은 피해자 임성준 군(13) 등 8명이 회견장 안으로 들어와 “5년간 전화조차 안 받아주다 왜 이제야 나타났느냐”고 항의해 기자회견이 30여 분간 중단됐다. 임 군의 어머니 권미애 씨(40)는 “아이가 14개월 때부터 산소 호흡기를 달고 살았다. 이 아이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후 최 씨는 단상에 올라가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면피용으로 하는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 옥시가 대한민국에서 철수하고 폐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모임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의 최고경영자(CEO) 라케시 카푸어를 비롯한 임원 8명을 살인 및 살인교사, 증거은닉 혐의로 전원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옥시의 사과에 대해 “국민적 불매운동이 겁나 쇼를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피해자가족모임 측은 “옥시가 PHMG를 넣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유럽의 꼼꼼한 안전관리 제도를 한국에서 적용하지 않은 이중 잣대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임현석 기자}

《 최근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라 학대 신고 의무자로 지정돼 있는 교사 의사 사회복지사 소방구급대원 등 24개 직업군 종사자의 신고율은 30%가 되지 않는다. 동아일보와 숙명여대 아동연구소는 어린이날을 맞아 신고 의무자 17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은 왜 학대 앞에서 눈을 감아야만 했을까. 무엇보다 피해 아동의 가정 파탄과 가해자의 보복 등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었다.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고 학대 아동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2회로 나눠 진단한다. 》지난해 7월 교실에 앉은 지윤이(가명·12·여)를 본 담임교사 허수희(가명) 씨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갔다. 며칠 전 ‘죽고 싶다’던 지윤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와 함께 ‘학대’ ‘신고 의무자’ 같은 단어들이 복잡하게 머리를 오갔다. 조용히 불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지윤이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괜찮다며 한참을 안아 주자 아이의 어깨는 조금씩 들썩였고 눈물을 쏟아낸 뒤에야 자그마한 한마디가 힘겹게 나왔다. “어젯밤 아빠에게 맞았어요.” 지윤이 엄마와 통화한 뒤 허 교사의 심장박동은 빨라졌다. 지윤이가 맞은 건 사실이었다. 아동학대를 확인했으니 바로 신고해야 했다. 지윤이 엄마는 애절한 목소리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테니 신고는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허 교사의 귀에는 ‘잘못하다간 더 큰 폭력이 나올 수 있어요. 이 정도로 넘어가 주세요’라는 말로 들렸다. 112까지 눌러 둔 허 교사의 손끝은 결국 ‘통화’ 버튼 바로 위에서 멈췄다. 이후 허 교사는 아침마다 등교하는 지윤이의 얼굴이며 팔다리를 샅샅이 훑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이지만 현장에서 학대 징후를 판단하는 게 어렵다”고 호소했다. ○ 멍든 아이 봐도 어려운 신고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라 초중고교 및 보육시설 교사와 의사, 아동복지시설 봉사자 등 24개 직군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다. 하지만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5년 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전체 아동학대 신고 중 신고 의무자가 신고한 것은 29.3%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본보와 숙명여대 아동연구소는 지난달 26∼28일 교육과 보육, 의료, 임상심리, 지역아동센터 등 5개 직업군의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알아봤다. 이에 앞서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연구소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있는 17개 직업군에 대해 같은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신고 의무자들은 “신고 절차나 규정은 알고 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이유로 인해 신고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연구소가 인터뷰한 신고 의무자 17명 중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경험한 사람은 14명이었지만 실제 신고한 사람은 5명(36%)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신고자의 신원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는 손미영(가명) 씨는 6년 전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센터에 자주 놀러오던 서연이(가명·당시 8세)가 “새아빠가 발가벗은 어른들이 나오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내 몸 이곳저곳을 만졌다”고 말하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친모는 “집안일이니 상관하지 말라”고 주장했고 아이도 경찰서에서 “아빠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손 씨의 신원이 노출되면서 서연이 부모는 수시로 센터를 찾아와 항의했다. 그는 “신고한 나만 힘들었다. 이후로는 학대를 봐도 신고할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보육교사는 신고하면 어린이집에 불이익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수정 정심어린이집 원장은 “특히 학대자가 어린이집 내부에 있을 경우 대부분의 원장은 신고보다는 교사를 그만두게 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심리 전문가인 최진혜 전 연세대 아동가족상담센터 연구원은 “상담 과정에서 아동학대 의심 상황을 보더라도 직업상 환자의 비밀을 유지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신고를 꺼리게 된다”고 털어놨다. 김자영 서울 용산소방서 소속 소방구급대원은 “구조 과정에서 아동을 접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아동학대를 포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신고 의무자 5명 모두 “아이 환경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별로 들지 않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 인터뷰 대상자들은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 예를 들어 학대 징후에는 어떤 것이 있고, 몇 개 이상 해당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는 식의 명문화된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부모 등 학대 가해자가 항의를 하더라도 신고 의무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신고한 것’이라고 방어할 수 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아동학대 의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소아청소년과 등 병원에 배포해 8개 문항 중 2개 이상이 ‘그렇다’에 해당하면 ‘신고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교육 역시 중요하다. 양 원장은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것보다는 신고 의무자들이 소그룹으로 모여 현장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례를 공유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는 형태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아동연구소장)는 “신고 의무자들의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직업군별로 차별화된 아동학대 의심 체크리스트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지은 smiley@donga.com·임현석 기자 ※이번 기획에는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4학년 강보경 김혜리 송은현 씨, 3학년 구보경 김주리 씨가 참여했습니다.}
2일 제주공항 주변에 비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항공기 결항 및 지연운항이 속출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 제주를 출발해 김해로 가려던 에어부산 항공기가 강한 바람으로 인해 결항하는 등 오후 6시 30분 현재 출발 67편, 도착 73편 등 모두 140편이 제주 및 출발지 공항에서 이륙하지 못했다. 또 이날 오후 1시 김해에서 제주로 오던 에어부산 항공기가 제주공항 상공의 강한 바람으로 돌아가는 등 7편이 회항했다. 이날 제주공항에는 난기류(윈드시어) 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바람이 초속 6~12.9m로 강하게 불면서 강풍 경보가 내려졌다. 항공기 결항이 속출하면서 관광객 등 1만여 명의 발이 묶였다. 윈드시어 주의보가 지속되면서 3일 오전까지 항공기 결항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공항 체류객 대응 통합 메뉴얼에 따라 이날 ‘주의’ 단계로 설정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주의 단계는 결항 항공편 예약인원이 3000명 이상 발생하거나 공항청사 내 심야 체류객이 예상될 때 내려진다. 주의보다 한 단계 높은 ‘경계’는 당일 출발 예정 항공편의 50% 이상 결항 또는 운항 중단이 예상되거나 청사 내 심야 체류객 500명 이상 발생할 때 발령된다. 충남과 전북, 전남, 제주지역에 강풍주의보가 발표된 가운데 3일까지 전국적으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다. 이들 지역에 3일까지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오겠다. 남해안과 지리산부근, 제주도에는 시간당 20㎜ 이상 강한 비가 내리겠다. 이날 비는 낮에 서쪽지방부터 그치기 시작해 밤에는 대부분 그치겠다. 그러나 강원 영서북부지역은 4일 새벽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환경부가 국립중앙의료원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사 판정 기관으로 추가 선정해 조사 및 판정 업무를 강화한다고 1일 밝혔다. 정부는 또 ‘폐 손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피해 성분에 포함시킨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조사도 본격적으로 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독성 분야 전문 인력을 확보해 연구에 투입하기로 했다.○ 판정 기관 추가해 피해 조사 강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을 폐 질환 이외의 질환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이후 피해 조사 및 판정 기관을 추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진 서울아산병원 한 곳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판정 업무를 전담했다. 환경부는 서울아산병원 외에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에도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른바 빅5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현재 서울아산병원이 전담하고 있는 조사 판정 업무를 분담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사(3차 조사)를 당초 2018년에서 내년으로 앞당기기로 한 데다 폐 이외 다른 장기(臟器) 손상 여부 조사가 겹치자 서울아산병원이 업무 부담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폐 이외 다른 장기 피해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 관계자들과 연 대책회의에서 서울아산병원 측은 피해자 판정 작업을 다른 병원에서 분담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환경부의 요청을 받은 대학병원 관계자는 “까다로운 의학적 문제를 넘어 피해 구제라는 민감한 부분까지 걸려 있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CMIT, MIT 독성물질 추가 조사 환경부는 병원 설득에 나서는 한편 조사판정위원회 기능 강화를 위해 가습기 독성물질 연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전엔 폐 질환과 뚜렷한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던 CMIT와 MIT에 대한 연구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1차 조사와 이를 이어받은 환경부 조사에서 CMIT와 MIT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들 물질이 폐 이외 다른 장기에 미치는 유해성 여부는 보고됐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폐 질환만 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장기에도 피해가 있었는지 조사하기로 하면서 이들 물질의 유해성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여기에 해당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 외에 다림질 보조제 등에도 쓰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커진 것도 조사를 강화하게 된 배경이다. 또 앞서 검찰이 “폐 외에 다른 장기 손상과 가습기 살균제의 인과관계까지 추가 조사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수사 확대를 시사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연구 자료를 모을 필요도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만간 구성할 ‘가습기 폐 이외 질환 검토 소위원회’(가칭)에 독성 전문가를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차 접수, 일주일 만에 46명 이런 가운데 지난달 25일 4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접수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피해자 46명이 접수됐고 하루에 수백 건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접수창구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문의 응대에 8명을 투입했지만 폭주하는 문의전화에 다른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언론 보도도 급증하면서 뒤늦게 신청하겠다고 문의하는 잠재적 피해자가 얼마나 될지 추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이번 4차 피해자 조사에서 별도의 접수 기한을 정하지 않고 날짜 관련 조항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경산업기술원이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차례에 걸쳐 접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 건수는 모두 1282건에 달한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이정은 기자}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고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 수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함께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데다 그간 산업계 등의 반발 때문에 너무 수세적으로 대응해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대책 수립을 위한 환경현안 점검회의가 열린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회의실에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정책 보고와 함께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초점이 맞춰진 분야는 초미세먼지인 PM2.5의 대응 및 관리를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는 것. 환경부 관계자는 “초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데 PM10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했다”며 “전반적인 미세먼지 대책 중에서도 이런 기술적, 정책적 구멍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용두사미’ 환경정책 다시 테이블에 이런 대응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한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지난달 29일 기상청을 방문해 문제점에 대한 대응 방안을 주문하는 등 압박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과 대기질 개선을 위한 정책 강도를 대폭 높일 방침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환경현안 점검회의 및 환경부 미세먼지 태스크포스(TF)팀 회의에서 수도권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제의 관리 대상에 미세먼지를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 제도는 배출량이 연간 4t을 넘는 사업장에 대해 배출 총량을 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벌금을 내도록 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현재 41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의 두 가지가 규제되고 있다. 또 ‘저공해 차량’으로 분류돼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돼온 유로6 기준의 경유차량에 부담금을 물리는 것을 비롯해 그간 시행하지 못했던 정책 대부분이 재검토 대상에 올라간 것. 수도권대기환경청 관계자는 “오염물질 배출총량제의 경우 공장들이 배출하는 미세먼지 비중에 비해 측정기계 설치 부담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과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그러나 업종별로 배출량이 천차만별인 데다 미세먼지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다시 논의해볼 시점에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규제 정책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우리 행정력으로 줄일 수 있는 미세먼지부터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업장은 규제 대상이 명확하고 미세먼지 배출량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난항도 예상된다. 각 사업장에 설치될 장비가 기술적 결함 없이 미세먼지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각종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족한 예산 및 관련 부처들과의 조율도 풀어야 할 과제다. 화력발전소 문제만 해도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포스코가 추진하는 화력발전소를 비롯해 2029년까지 7차 전력수급계획에 추가로 20기 증설이 예정돼 있다.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 중에서도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까지 작은 초미세먼지는 코에서 걸러지지 않고 마스크를 써도 막을 수 없어 인체에 훨씬 해롭다. 그러나 정부의 초미세먼지 관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PM2.5는 2014년까지 진행된 제1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는 아예 관리 대상으로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 지난해에야 농도의 규제기준과 목표치 등이 설정돼 관리되기 시작했다. 측정망만 해도 전국에 설치돼 있는 PM2.5 측정장비 수는 PM10 측정장비의 40%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의 경우 아예 측정 자체가 불가능한 곳도 적지 않다. 환경부는 우선 이런 기술적인 부분부터 보완해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미세먼지-황사 예보 경보 시스템 일원화 ‘칸막이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미세먼지와 황사의 예보 및 경보 시스템도 일원화한다. 현재 황사 예·경보는 기상청이, 미세먼지는 환경부가 맡고 있으며 미세먼지 주의보 및 경보 발령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있다. 그 기준 농도도 황사는 m³당 400μg,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각각 m³당 150μg과 90μg 이상으로 나뉘어 있다. 이 기준 수치를 통합하고 명칭도 아예 ‘황사·미세먼지 경보’ 같은 형식으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 내에서는 담당 부처를 1곳으로 지정해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모으는 기관 통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를 둘러싼 기상청과 환경부 간 신경전이 팽팽해 당장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최근 두 기관의 업무 통합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는 격론이 오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주변국들과의 공조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PM2.5 대응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데 이어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팀과의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도 2일부터 시작된다. 6월 12일까지 실시되는 이 공동조사에는 양국에서 93개 연구팀 총 400여 명이 참여한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임현석 기자}

황사는 두렵고 날은 벌써 더운 탓에 영업사원 이모 씨(32)는 자가용 창문을 꼭 닫고 에어컨을 켠 채 운전할 때가 많다. 그때마다 에어컨 항균 필터가 마음에 걸린다. 세균과 곰팡이를 잡아준다는 성분이 들어있다고 하지만 혹시 가습기 살균제의 PHMG처럼 몸에 해로운 물질이 섞여 있지 않을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에어컨용 항균 필터가 안전한지 잘 관리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관리하지 않는다. 에어컨에 뿌리는 소독(항균)제와 세정제, 탈취제는 환경부가 위해우려제품에 포함시켜 위해성을 평가하고 있지만 항균 물질이 뿌려진 채 고체 형태로 출시되는 항균 필터는 어느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제외된 것.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는 의약외품도 아니다. 위해우려제품 제도가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지만 어느 부처에서도 위해성을 평가하거나 관리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버려진 제품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쇳가루와 활성탄이 주성분인 핫팩, 젤형으로 나오는 쿨팩, 파티용으로 사용하는 눈(雪) 스프레이, 식물에 뿌리는 잎 광택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품의 유통량과 인체 접촉 빈도, 유해물질 함유량 등을 고려해 매년 2, 3종을 위해우려제품에 포함시킬 계획”이라면서 “일반 공산품과 경계가 모호해 관리 대상을 정하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자신이 이용하는 제품에 정확히 어떤 성분이 포함됐는지 직접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림질 보조제에는 폐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CMIT와 MIT 외에도 화학물질이 84종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제조업체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분 설명에는 ‘수지계열, 향’이라는 두 마디가 전부였다. 지난해 10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게재된 ‘일부 생활화학용품에 함유된 성분 및 유해물질 조사’ 논문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유리 세정제의 뒷면에는 성분 19종이 표기돼 있었지만 업체가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실제 성분은 28종으로 9종이나 많았다. 구체적인 이름 대신 ‘용제’ ‘용매’ 등으로 뭉뚱그려 표기했기 때문이다. 다목적 세정제, 곰팡이 제거제에도 표기 성분보다 실제 사용 성분이 각각 5개, 1개 더 많았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정부도 제품 성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정부가 “생활용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올해 23억8300만 원을 들여 구축한 ‘생활환경 안전정보시스템(ecolife.me.go.kr)’에는 시판 중인 김 서림 방지제 등 전체 생활화학제품 중 10분의 1도 안 되는 632개 제품의 정보만 나와 있다. 성분 정보 역시 ‘계면활성제’ ‘실리콘계’ 등 단편적인 수준이다. 업체에 일반 화학물질 함유량 자료 제출을 강제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양지연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국민에게 공개할 제품 정보를 업체에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의 규제”라고 말했다. 한 번 위해성 평가를 완료한 제품을 재평가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과 빈도, 기간은 소비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이에 따른 유해물질의 흡입·노출량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기적인 재평가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도 2000년대 초 기존 ‘가열형 가습기’보다 더 고운 수분 입자를 내뿜는 ‘초음파식 가습기’가 등장하면서 폐질환 피해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며 “같은 제품도 사용 방식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기기와 결합했을 때 효과가 어떻게 변하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해성과 위해성유해성은 성분 자체의 해로운 특성을 뜻한다. 위해성은 사람이 유해한 물질에 노출됐을 때 겪는 피해의 정도를 의미한다. 조건희 becom@donga.com·임현석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이후 정부는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규정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부처별 칸막이 때문에 규제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처럼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화학물질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걸음마 수준인 화학물질 관리실태는 엇박자 행정에서 잘 드러난다. 제품과 화학물질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부서마다 해석이 제각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비누와 다림질 보조제 등 생활제품. 생활화학제품의 유해성 평가를 담당하는 환경부는 최근 다림질 보조제에 함유된 독성물질(MIT/CMIT) 기준을 30ppm 수준으로 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IT/CMIT를 반드시 씻어내야 할 물질로 정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30ppm은 신체에 닿아도 무해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처마다 다른 해석이 소비자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인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도 도마에 올랐다. 이 법에 따르면 위해 가능성이 있는 15종의 생활화학제품에 대해 성분별 기준치를 만족하면 된다. 이에 따라 화학물질 제조·수입업자는 실제로 제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양을 쓰는지 등을 검증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유관기관은 “제품 제조·수입업자가 실제 제품의 사용 환경을 시뮬레이션해 보고 이에 대한 보고를 환경부가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산업계 반발 등에 밀려 유야무야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15종 위해우려제품을 대상으로 유해성분 기준치만 넘지 않으면 인증을 해준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생활 속 화학제품 중에서 건강이나 환경에 위해성이 있다고 우려되는 제품을 15종으로 한정하고 있고 이를 벗어나는 제품에 대해서 안전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미국은 2008년부터 모든 소비자 제품이 출시 전 자가인증을 받고 소비자안전위원회(CPSC)가 정한 제3자 기관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 화학공학과 교수는 “사전에 모든 제품의 화학물질 정보를 갖추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일부 화학물질 정보만 가지고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정부가 다림질 보조제와 수영장 물 관리에 사용되는 살조제(殺藻劑·조류 제거제), 프린터용 잉크·토너를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해 유해물질 함량을 관리하기로 했다. 사람이 접촉하는 빈도가 높은데도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된 탓에 위해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유통 중인 다림질 보조제 16종 중 5종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이 5∼13ppm(제품 1kg에 1mg 포함),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5∼7ppm 포함돼 있었다고 27일 밝혔다. CMIT와 MIT는 27명의 폐질환 사망자를 낳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주성분이다. 기술원은 이 성분의 함량이 안전기준(30ppm) 이내지만 옷에 남아 어린이 입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스프레이형 다림질 보조제에는 아예 CMIT와 MIT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프린터용 잉크·토너의 일부 제품에선 발암물질인 납(5∼11ppm)과 비소(1∼3.4ppm), 카드뮴(1∼7ppm)이 검출됐다. 인쇄 중 공기에 날리는 이 물질에 오래 노출되면 해로울 수 있어 이 성분이 사용된 잉크·토너는 전량 수거할 방침이다. 살조제에 포함된 이산화염소는 수영장 물을 많이 마시면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월부터 위해우려제품 15종을 지정하고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다림질 보조제 등 3종의 위해성 연구용역에만 1년 가까이 소비한 것으로 드러나 위해물질 연구 및 지정 기간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조건희 becom@donga.com·임현석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상당수 우울증을 호소하는 등 심리적인 후유증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심층적인 면접을 실시한 결과 성인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건강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서울아산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들이 피해자 44명(성인 29명, 소아청소년 15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심리결과 내용이 담긴 ‘환경보건센터 보고서’는 서울아산병원이 지난해 진행한 심층심리면접 결과를 토대로 1월 환경부에 제출한 자료다. 이에 따르면 성인 심층면접 대상자 중 58.6%에 해당하는 17명은 우울증을 보였다. 성인 심층면접 대상자 중 17.2%(5명)는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 성인도 10.3%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소아청소년들의 심리적인 후유증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들이 가장 흔히 겪는 증상은 불안장애였다. 3명 중 2명꼴인 66.7%(10명)이 불안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소아청소년도 40%(6명)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울아산병원 측은 “처음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보고 됐던 2000년대에는 심리치료도 부족해 사실상 피해자들이 심리적 지원 없이 스스로 정신적인 후유증을 극복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많은 피해자들이 증상을 호소하는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임현석기자 lhs@donga.com}

“제가 소록도를 처음 찾았을 때 이곳 병원에 한센병 환자들이 10∼12명씩 한 방에서 잤어요. 지금은 병원이 참 깨끗하고 (시설도) 좋아졌군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 덕분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푸른 눈의 수녀는 회한에 잠긴 표정으로 국립소록도병원 복도를 천천히 거닐었다. 1962년 스물일곱의 나이에 한 가난한 나라의 섬을 찾아 43년간 한센병 환자를 돌본 마리안 스퇴거 수녀(82)였다. 그가 기억하는 소록도병원은 1930년대 지어진 낡은 병동이었다. 11년 만에 소록도에 돌아온 소감을 묻는 질문에 스퇴거 수녀는 전라도 억양이 섞인 한국말로 “이렇게 아름다운 섬으로 돌아올 수 있어 정말 기쁘다”며 웃었다. 스퇴거 수녀와 동료 마르그레트 피사레크 수녀(81)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 있는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한센인들을 돌보기 위해 소록도에 온 것은 1962년. 간호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정부와 전남 고흥군은 올해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헌신을 보여준 이들 두 수녀를 소록도에 초청했다. 그러나 피사레크 수녀는 현재 치매를 앓고 있어 스퇴거 수녀만 한국을 찾았다. 한센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의사마저 접촉을 꺼리던 1960년대 두 수녀는 맨손으로 한센인의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한 식탁에서 식사를 하면서 한센인들을 돌봤다. ‘할매’로 불리며 한센인들과 인고의 세월을 보낸 두 수녀는 2005년 건강이 악화돼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그해 소록도를 떠날 때 편지 한 장만 남겼다. 편지에는 “환자들을 돌볼 수 없어 부담만 주는 것이 미안하다”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스퇴거 수녀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소록도를 떠나는 결정이 얼마나 어려웠다고요. 몸이 아파 환자들을 돌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이 아파서 며칠씩 울었어요. 갑자기 떠난 뒤에도 소록도 친구들에게 계속 편지를 보내 안부를 전했습니다”고 말했다. 소록도로 돌아온 스퇴거 수녀를 지금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소록도성당에서 미사를 본 14일, 한센인과 의료진이 스퇴거 수녀를 알아보고 “할매”라고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과일을 주려고 다가오거나 손을 꼭 잡기도 했다. “간호사님이라는 말에서 ‘님’이라는 말이 부끄러웠죠. 친근하게 대해주는 ‘할매’라는 말이 좋아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한센인과 주민들도 저를 좋은 친구로 생각해줬으면 해요.” 스퇴거 수녀는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내가 한 일보다 더 높게 평가받는 것이 더 힘들고요. 어려운 사람들 속에서 예수님을 보고 부름을 따랐을 뿐예요.” “그러면서 이곳에서 치료를 잘 받고 나간 사람들이 가족 품에 안기는 것을 볼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스퇴거 수녀가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어 보인 뒤 한 말이다. 소록도(고흥)=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주말 전국을 뒤덮었던 황사가 차츰 걷히겠다. 올해 황사는 주말에 몰렸다가 주초에 농도가 옅어지기를 반복하는 모양새다. 황사의 주기성에 따른 자연현상이라지만 황사 때문에 봄철 주말 나들이를 망친 시민들은 허망한 표정이다. 올 들어 황사는 총 5번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이 중 4번이 주말이었다. 올해 전국에서 황사가 관측된 날은 △주말(3월 6∼8일·6일 일요일) △주말(4월 9∼10일·9일 토요일) △주중(4월 14일·목요일) △주말(4월 17일·일요일) △주말(4월 23∼25일·23일 토요일)이었다. 황사는 중국 내몽골과 고비 사막 지역에서 발생한 모래바람이 편서풍을 타고 오면서 나타난다. 보통 이 지역에서 상승기류가 나타나는 주기가 3, 4일이다. 이 주기에 따라 3, 4일에 한 번씩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래바람이 한 번은 중국 북부 쪽으로 빠져나가고 그 다음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편서풍이 큰 폭으로 출렁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결국 편서풍의 변덕 때문에 한반도에는 7일 패턴으로 황사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심폐소생술을 배운 사람이 10% 늘어나면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확률은 1.36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노영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은 전국 253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성인 22만89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2년 지역사회건강조사’와 ‘2013년 국내 급성심장정지 등록자료’를 분석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 지역주민의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수준과 시행의지,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지역주민이 10% 늘어날수록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심장정지 환자가 일반인의 심폐소생술을 받을 확률은 1.1배, 생존율은 1.36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조사에 따르면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자가 가장 적은 지역은 경북 영덕군이었다. 이곳 지역주민 중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비율은 5.6% 수준에 머물렀다. 경북 군위군 8.5%, 전남 진도군 9%, 전남 고흥군 12%, 전남 신안군 13.2% 순으로 교육이수자 비율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소생협회의 학술지 ‘소생(Resuscitation)’ 2월호에 실렸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23일에 이어 25일에도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PM10)가 한반도를 덮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황사의 영향으로 25일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걸쳐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m³당 151μg 이상) 수준을 보이겠다”며 각별히 건강관리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으로 2시간 이상 이어질 때 발령되는 미세먼지주의보가 전국 대부분 지역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m³당 30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농도가 2시간 이상 이어져 경보가 발령되는 곳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5∼13도로 전날과 비슷하고 낮 최고기온은 19∼27도를 나타내겠다.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최악의 미세먼지가 나타난 23일 인천과 충남 지역은 하루 동안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각각 m³당 209μg과 213μg에 이르렀다. 경기 지역 역시 이날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201μg을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농도를 m³당 50μg 이하로 낮춰서 관리할 것을 권고하는데, 이들 지역은 기준치에 비해 4배 정도 대기 질이 나빴던 것이다. 분지 지형으로 대기 정체 현상을 보인 대구 역시 이날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206μg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주의보는 24일 낮 12시에 해제됐다.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00μg 이하로 떨어지면 주의보를 자동으로 해제하는데 정오를 기점으로 97μg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미세먼지주의보가 해제됐다는 소식에 예정됐던 일정을 포기했던 시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반면 심각한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신문사 주최로 하프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등 각종 야외 행사가 진행돼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을 일으킨 폴크스바겐이 최근 미국 판매차량에 대한 현금 보상 계획을 밝히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시정조치(리콜) 계획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폴크스바겐 측은 이미 두 차례나 정부에 불성실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았지만 “차량 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며 오히려 느긋한 표정이다. 리콜 계획서 제출 마감기한이 없는 허술한 국내 법령을 악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 허술한 국내 법령이 오만 키웠다 폴크스바겐 사태가 불거지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23일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 경유차량 약 12만 대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렸다. 리콜 관련 규정이 담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리콜 명령을 받은 업체는 45일 내에 리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리콜 계획서가 퇴짜를 맞았을 때 언제까지 보완하라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리콜을 압박하기 위해 제출 시한을 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적인 허점 탓에 첫 계획서를 엉망으로 제출해 퇴짜를 받으면 오히려 시간을 버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45일 기한을 모두 채우고 제출 마감일인 올 1월 6일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리콜 핵심 내용인 결함 원인을 단 한 문장으로만 적어내 논란이 됐다. 3월에도 리콜 계획서를 다시 제출했으나 차량 개선 방법이 담기지 않아 또다시 퇴짜를 맞았다. 문제는 리콜 계획이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는 것. 해당 법인은 “문제가 된 경유차량 15종에 대해 차량 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며 “다음 달 중순쯤 먼저 완성된 소프트웨어부터 한국 정부에 순차적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독일 본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언제 리콜 계획서가 이행될지 알 수 없다. 해당 법인은 22일 “한국 정부의 리콜 승인을 받은 뒤에 국내 소비자 배상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혀 오히려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폴크스바겐 본사가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피해를 본 미국 소비자에게 1인당 5000달러(약 565만 원) 등 3조3900억 원을 배상한다는 내용이 국내에 알려진 뒤에 내놓은 입장이다. 국내에선 법무법인 광장이 폴크스바겐 측에 법률적 조언을 해주고 있다. ○ ‘글로벌 호구’ 된 한국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난처한 표정이다. 리콜 계획서를 불성실하게 작성했다는 이유로 1월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고 리콜 반려도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실제로는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양새이다. 국내 소비자 피해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환경부가 지난해엔 폴크스바겐에 대한 검찰 고발이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정부법무공단에 자문해 올 1월에 고발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탓에 압박은커녕 끌려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국내 폴크스바겐 차량 판매량은 2월보다 66.8% 증가한 3663대로 집계됐다. 이 회사의 대표 모델인 ‘골프2.0 TDi’와 ‘티구안’을 각각 최대 17%, 15% 할인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허술한 규정과 외제차 선호 소비 심리를 제대로 꿰뚫어본 폴크스바겐 측이 한국 시장을 농락한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다음 달부터 추가 접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폐 이외 다른 신체부위 피해에 대한 진단 판정기준을 마련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새로 내놨다. 정부 집계로 최소 103명이 숨지는 원인을 제공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불리한 자료를 은폐한 사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옥시는 흡입독성 동물실험 용역을 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자사에 불리한 보고서를 내놓자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폐 이외 다른 피해도 조사 후 지원 확대” 환경부는 22일 “정부 고시를 개정해 5월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 접수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작년 말 마감한 3차 조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다. 피해 접수는 신청서와 함께 신분증 사본, 진료기록부,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의료기관 진단자료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내면 된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이뤄질 4차 피해 조사 대상자가 24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살균제 업체들에 대한 엄벌과 함께 꾸준한 피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추가 피해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고 피해자에 대한 장기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피해 조사를 계속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폐 이외의 건강 피해 가능성을 조사 연구하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 대한 진단 및 판정 기준이 마련될 경우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검찰이 “폐 외에 다른 장기(臟器) 손상과 가습기 살균제의 인과관계까지 추가 조사해야 한다”는 전문가위원회 의견에 따라 수사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는 조치다. 3차 피해조사 신청자 752명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시기도 당초 2019년에서 내년 말까지로 앞당긴다. 환경부는 이미 서류를 제출한 신청자들에 대한 조사 및 판정은 되도록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직한 실험 결과’ 외면한 옥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의 의뢰로 실험을 진행했던 KCL 연구진을 지난달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결과 옥시 측이 실험 보고서 수령을 거부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옥시는 2011년 9월 말 KCL과 서울대 수의학과 연구진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흡입독성 동물실험을 동시에 의뢰했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서울대 연구팀은 PHMG의 농도를 가정용 가습기 살균제의 1배, 2배, 4배로 조절해가며 1주, 4주, 9주, 13주마다 폐를 관찰하는 저농도 실험을, KCL은 농도를 1배, 6.6배, 33배로 높여 같은 기간마다 측정하는 고농도 실험을 맡았다. KCL 연구진은 2011년 12월 중순경 PHMG의 농도를 6.6배로 놓고 흡입하게 한 쥐의 폐 조직이 실험 4주 만에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폐 섬유화’가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쥐의 폐포(肺胞)와 혈관 등이 막혀 폐에 세척액이 들어갈 수도 없을 정도로 섬유화가 진행됐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그러나 옥시의 수령 거부로 KCL의 ‘정직한’ 보고서는 옥시 측이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는 물론이고 피해자들과의 민사소송 의견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옥시는 또 더 이상 고농도 실험이 필요 없게 되자 KCL과 계약한 연구용역비 3억 원 중 1억 원을 주지 않았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실험 중간에 용역 목적이 달성돼 실험을 중단하더라도 연구용역비는 발주처가 전액 지급하는 게 관례”라고 입을 모았다.○ 검, 다음 주부터 옥시 전 대표 줄소환 검찰은 옥시가 저농도 흡입독성 실험을 맡은 서울대 연구진에 1년 예정인 실험기간을 앞당겨 달라고 요구해 넉 달 만에 보고서를 제출받고 연구용역비와 별도로 1000여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돈은 4개월에 걸쳐 다달이 연구팀 C 교수 계좌에 입금됐다. C 교수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옥시 측이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해롭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실험 결과를 뒤집는 보고서를 빨리 달라’고 재촉했다. 실험을 급히 진행한 데 대한 특별격려금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생식독성실험도 의뢰받은 서울대 연구팀은 임신한 쥐 15마리 중 태아 13마리가 사망했다는 결과를 도출해 가습기 살균제가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하다는 내용의 중간 보고서를 제출했고 간, 신장 등 폐 외에 다른 장기의 손상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옥시 측은 이를 은폐, 묵살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옥시가 외국인 대표들이 한국법인에 재직했던 2005년부터 꾸준히 피해 민원이 접수됐는데도 살균제 판매를 멈추지 않았던 점 등을 두고 영국 본사로 수사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음 주초 살균제 제조 당시 신현우 전 대표 등 옥시의 전현직 임원을 소환 조사한 뒤 거라브 제인, 샤시 쉐커라파카 등 옥시의 외국인 전 대표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임현석 기자}

디젤 자동차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파문을 일으킨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미국 법무부와 소비자 손해배상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의 이번 합의가 국내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안(案)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다만 미국 정부처럼 배상을 강하게 요구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20일(현지 시간) 독일 일간 디벨트는 폴크스바겐이 피해를 본 미국 소비자에게 1인당 5000달러(약 565만 원)씩 배상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이 2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전달될 것이라고 전했다. 폴크스바겐이 미국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모두 30억 달러(약 3조39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배상 방법으로 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판매된 문제 차량 가운데 2000cc급 차량 최대 50만 대를 되사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환매 대상 차량은 제타 세단과 골프 콤팩트, 아우디 A3로, 3000cc급 엔진의 아우디, 포르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은 제외된다. 한국 정부는 폴크스바겐의 국내 소비자 배상 문제에 대해 “소비자 개개인이 민사소송을 통해 직접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내리는 과징금 외에는 다른 처벌 조항이 없어 국내 소비자에 대한 배상을 강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미국과 캐나다 피해자에게 1000달러 상당의 상품권과 바우처를 보상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한국과 유럽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 고객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국내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차량 소유주 4300여 명은 이미 한국과 미국 양국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저감장치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가 동일하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 보상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미국에서 소비자 보상안이 최종 결정되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실제보다 배출가스 양이 적게 표시되도록 눈속임하는 소프트웨어 장치를 디젤차에 설치했다가 작년 9월 미국에서 최초로 적발됐다. 미 법무부는 당시 60만 대에 장착된 불법 소프트웨어가 배출가스 통제체계를 왜곡한 바람에 배출가스가 과다 발생했다면서 청정공기법 위반 혐의로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최대 900억 달러(102조 원)에 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번 미국에서의 합의와 관련한 국내 소비자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본사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환경부로부터 리콜 계획서 승인을 아직 못 받은 상태여서 리콜부터 진행하는 게 우선순위”라며 “리콜 승인을 받은 후에 국내 소비자 배상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달 환경부에 일부 내용을 보완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차량 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소프트웨어 개발 일정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중순경 리콜 계획서를 다시 제출할 방침이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임현석 기자 /파리=전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