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지원 대가로 요구한 광물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협정에는 미국이 광물 개발로 인한 이익을 우크라이나와 공유하고, 경제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강조해 온 명확한 안보 보장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박에 손을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보 보장 없이 미국과 러시아 주도의 종전 협상에 참여하는 처지에 내몰린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핵을 허용해 달라”는 뜻도 내비쳤지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종전 협상이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안보 보장 없는 광물 협정 타결 임박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28일 미국에 온다고 들었다. 그가 나와 함께 광물 협정에 서명하고 싶어 한다”며 “1조 달러(약 1450조 원)의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돈과 군사 지원이 없었다면 이 전쟁은 짧은 시간에 끝났을 것”이라며 “이제 미국 납세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때”라며 협정 체결을 압박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 측이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5000억 달러(약 725조 원)의 광물 제공’ 관련 내용은 협정에서 빠졌다. 그 대신 광물 자원으로 얻은 이익의 절반을 미국과의 공동 기금에 출자하고, 그 일부를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희토류를 포함해 세계 광물 자원의 5% 정도를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FT는 이미 우크라이나 법무부, 재무부, 외교부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광물 협정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공동 기금에서 미국이 얼마의 지분을 보유할지, 광물 개발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때 어느 국가가 관할할지 등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미국의 안보 보장 등 우크라이나의 핵심 요구는 협정에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자유롭고 주권적이며 안전하게 유지되기를 원한다’, ‘미국이 미래에 우크라이나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겠다’ 등 원론적인 내용만 협정 초안에 담겼다고 전했다.● 루비오 “우크라 핵 요구, 비현실적”미국의 안보 보장을 얻어내지 못할 처지가 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핵 보유’를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영국 유명 언론인 피어스 모건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몇 년 혹은 수십 년간 지연될 수 있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핵무기 같은 대안적 안보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루비오 장관은 25일 미국 강경 보수 매체인 ‘브라이트바트뉴스’ 인터뷰에서 “핵무장 국가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게 필요하다. 핵무장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종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 편만 들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위선적”이라며 “전쟁과 갈등을 끝내려면 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1991년 옛 소련이 우크라이나에 있던 핵무기를 거둬들이지 않은 채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단박에 미국과 소련에 이은 세계 3위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은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며 핵무기 폐기를 촉구했고 우크라이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맺은 ‘부다페스트 조약’을 통해 핵무기를 러시아에 반환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때 쉽게 핵을 포기한 것이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리비아의 선례가 북한이 결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 과정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압박해 온 광물협정이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미와 함께 서명될 예정이다. 협정안에는 우크라이나가 광물 등 천연자원으로 얻은 수익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미국과의 공동 기금에 출자해야 한다는 조항은 빠졌지만, 여전히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2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금요일(28일) 미국에 온다고 들었다. 그가 원한다면 난 괜찮다”며 “그는 나와 (광물협정에) 서명하고 싶어한다. 나는 이것이 얼마나 큰 거래인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또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것에 대해 “우리는 그 돈을 돌려받길 원한다고 말해왔다”며 “미국의 돈 및 군사장비 지원이 없었다면, 이 전쟁은 매우 짧은 시간에 끝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도 미국과의 광물협정이 합의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광물협정의 조건에 양국이 합의한 뒤 양측 정부 인사들이 세부 사항을 놓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받아들일 수 없는 모든 내용이 협정안에서 삭제되고 이 합의가 우크라이나의 안보와 평화에 어떻게 기여할지 더 명확하게 명시된 후에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CNN에 말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협정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5000억 달러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우크라이나는 광물 자원으로 발생한 수익의 절반을 미국과의 공동 기금에 출자해야 한다. 기금 수익의 일부는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내용도 협정안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다만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협정안에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자유롭고 주권적이며 안전하게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은 적혀있지만, 구체적인 안보 보장 방안은 언급돼있지 않다고 전했다.한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반환 요구를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5일 공개된 미 보수 성향 매체 브라이트바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그런 제안을 진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핵무장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지연될 경우 핵무기를 돌려달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핵 보유국이 됐지만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안전보장(부다페스트 양해각서)을 근거로 핵무기를 폐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프랑스가 독일 등에 핵무기 탑재 전투기 배치 등 핵 확장 억지력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24일 보도했다. 집권 1기 때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뒤 기존 입장을 강조하고 동시에 유럽 각국에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자 유럽의 ‘안보 자강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과 항공모함 등을 보유해 유럽의 대표적인 군사 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가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부각되는 유럽 ‘안보 자강론’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핵무기 탑재 전투기 몇 대를 독일에 배치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과의 군사 협력 강화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 전체를 위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독일 역시 이 구상을 반기고 있다. 독일은 프랑스가 핵우산을 제공하면 또 다른 핵 보유국인 영국 또한 비슷한 행보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나토는 조약 5조를 통해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집단방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과 핵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이 이들 나라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한 뒤, 유사 시 공동의 적에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하면 자체 핵을 보유한 프랑스와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는 핵 억지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루 전 독일 총선에서 지지율 1위에 올라 차기 총리로 유력해진 기독민주당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24일 수도 베를린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이 맞이한 위기가 “자정에서 불과 5분 남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서 아예 ‘미국 단독주의(America alone)’로 나아가고 있다며 안보 자강론을 거듭 강조했다. ● 유럽 전체의 공동 국방기금 조성도 논의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기독민주당과 올라프 숄츠 현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이 국방력 강화,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등을 위해 2000억 유로(약 300조 원)의 특별 방위비를 신속하게 승인하기 위한 협의에도 착수했다고 전했다. 유럽 전체의 공동 국방기금 조성 논의도 한창이다.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26,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 기금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이를 위해 옛 소련 붕괴 후 동유럽을 지원하기 위해 창설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같은 공동 금융기관을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럽의 자강 움직임이 가속화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양대 핵 및 군사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격차는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5044기, 558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290기), 영국(225기)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프랑스가 독일 등 유럽에 확장억제(핵우산)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른바 ‘유럽 자강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한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프랑스의 핵 탑재 전투기 몇 대를 독일에 배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 과정에서 미국이 러시아 쪽으로 기울자, 유럽 안보에 위기를 느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이 이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독일 총선에서 차기 총리가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 역시 유럽이 자체 방어 능력을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메르츠 대표는 23일 “미국이 이제 유럽의 운명에 무관심하다”며 “내 최우선 과제는 가능한 한 빨리 유럽을 강하게 해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다”고 밝혔다.특히 독일은 프랑스가 핵우산을 제공하면 또 다른 핵 보유국인 영국 또한 움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아직 독일 내에서는 연립 정부 구성 논의로 인해 유럽 핵우산과 관련한 논의는 시작되지 않았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앞서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과 핵 공유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으나,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이를 거절했다.유럽 자강론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가 유럽을 빼놓고 이뤄지고 있는 것에 더불어 미국의 나토 탈퇴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은 나토 회원국 중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과 핵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이 나토 동맹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놓았다가 유사시 폭격기 등을 동원해 공동으로 핵 공격을 하는 개념이다. 만약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하면 유럽 내 핵 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핵 억지력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다만 유럽 자강론이 현실화되더라도 미국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5044기, 558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핵탄두 보유량(각각 290기, 225기)과는 큰 차이다.한편 2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유럽 공동 국방기금 조성을 위한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은 이를 위해 ‘재무장 은행(rearmament bank)’과 같은 국제금융기관 창설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회원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3%와 6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유럽연합(EU) 재정 준칙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자금을 공동으로 모으겠다는 것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조건이 즉시 제공된다면 대통령직을 맞바꿀 수 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번 주에 우크라이나 광물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스티븐 윗코프 미 백악관 중동특사)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맞아 종전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이 조만간 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 협상의 핵심 사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분명한 안보 보장을 재차 강조하며 나토 가입과 자신의 거취를 맞바꿀 수 있다고 했다. 또 “(불만족스럽더라도) 어쩔 수 없다면 우리는 (광물협정을 체결)해야 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이에 대해 외신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美 “광물협정 받아들이거나, 전쟁 지거나” 압박 23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추가로 제안한 광물협정 초안에도 미국의 향후 안보 보장 내용이 빠져 있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대가 없는 자원 이전 요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압박 수위를 높이며 ‘광물협정을 받아들이거나, 전쟁에 지거나’의 선택지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미군 투입을 거부하며, 광물협정을 통한 미국 기업 체류가 사실상의 안보 보장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광물협정이 군사 지원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보장한다”며 “나는 이를 경제적 안전 보장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향후 10세대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광물협정에서 요구한) 5000억 달러 문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미국의 안보 지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인정했다. 그는 “만약 미국의 조건이 ‘협정에 서명하지 않으면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며 “우리는 아마 그것에 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광물협정 타결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윗코프 특사는 23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주 내에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그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일방적인 종전협상에 불만을 제기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라고 독설을 퍼부으며 강하게 압박한 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유럽 정상들 키이우 모여 美 종전안 대응 논의 종전 협상에서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배제한 채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 유럽은 힘을 모으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은 종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X에 “생존을 위한 이 싸움에서, 위태로운 것은 우크라이나의 운명만이 아니다. 그것은 유럽의 운명”이라고 썼다. 24일과 27일 미국을 각각 방문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3일 통화를 갖고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단결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두 정상은 방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안보 분담’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 후 원자력발전소 등 우크라이나의 주요 인프라에 3만 명가량의 유럽군을 주둔시킬 수 있다는 것. 다만,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공군 지원 없이는 계획을 실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은 두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국 방위비 증액 계획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의 모든 회원국이 올 6월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대러 제재 해제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은 24일 러시아산 1차 알루미늄 수입 중단을 포함한 제16차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의 챗GPT가 연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에 중국이 ‘딥시크 쇼크’로 응수한 가운데 AI 강소국들이 미중을 바싹 뒤쫓고 있다. 적은 인구와 자원의 한계를 특유의 인재 양성 시스템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극복하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관련 입법 차질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군사·경제적 자립을 위해 집중적으로 육성한 이공계 인재가 효율적인 창업 생태계와 결합해 우수한 AI 스타트업을 대거 배출하고 있다. 해외의 유대계 금융 네트워크까지 끌어들여 AI 스타트업의 성공률을 끌어올렸다.AI 핵심 인재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국가들도 있다. 캐나다는 AI 기초연구에 연구개발(R&D)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해 영국,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석학들을 영입했다. 이는 AI 분야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네덜란드는 기술 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통해 AI 반도체의 미세공정 분야에서 독점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글로벌 테크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중동권의 AI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한국은 지난해 9월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집계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조사 대상 83개국 중 6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을 100점으로 볼 때 한국의 점수는 27.26점에 불과해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국내 IT 업계에선 정부가 AI 강소국들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R&D센터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이 한국에 연구 거점을 마련하면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자체 인력을 양성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AI 스타트업과 빅테크 간의 연구 협력도 지금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국회에서의 입법 차질도 한국 AI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R&D 부문 근로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 제한을 풀어주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AI 약진’ 4개국… 국가 차원서 인재 양성-이민 확대 등 지원[글로벌 포커스]美中 바싹 뒤쫓는 ‘AI 강소국’들이스라엘 ‘산학군’ 네트워크 탄탄… 교수 창업-군복무 후 창업 활발캐나다, 상업성 낮은 기초 연구 지원… 세계 석학 영입해 노벨상 수상 성과UAE, IT 산단에 글로벌 기업 유치… 데이터센터 확보해 중동 AI 허브로네덜란드, 국토 작아 기술이민 장려… ASML 등 반도체 장비 기업 육성챗GPT에 이어 딥시크가 촉발한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 네덜란드 같은 ‘AI 강소국’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나라들은 그간 미중에 가려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각자만의 특장점을 살려 주목받는 AI 기술을 선보이며 약진하고 있다.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은 AI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AI를 국가 전략 과제로 채택한 캐나다는 AI와 관련된 기초 연구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UAE는 글로벌 기업과 해외 인재를 대거 유치해 AI 허브로 부상했고, 네덜란드는 AI 반도체 장비의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들 국가의 성공 비결에 대해 “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뚝심 있게 추진하는 한편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AI 경쟁은 후발 주자의 추격이 쉽지 않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윌슨센터는 “미중이 AI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AI 민족주의(AI nationalism)’가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첨단 AI 반도체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민족주의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것. 글로벌 AI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만의 강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AI 강소국들의 성공 비결을 들여다봤다.● 산학군 네트워크-창업 노하우로 승부한 이스라엘이스라엘은 인구가 1000만 명도 되지 않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방위 산업과 사이버 보안 분야에 전폭적으로 투자해 왔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이공계 인재도 대거 배출했다. 이 같은 노하우와 성과는 AI 분야로도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인구 대비 AI 인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이스라엘 인구의 1.13%가 AI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타트업 강국답게 이스라엘은 인재, 자본, 정부 지원 등 AI 기업 성장에 필수적인 세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스라엘은 상용화가 가능한 AI 실용 기술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국가가 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스라엘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 허브”라며 “유력 기업가라면 모두 이스라엘 AI 스타트업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AI 강국에 이른 것은 건국 과정과도 관련이 깊다. 1948년 건국 직후 이스라엘의 산업구조는 군수업과 농업 위주였다. 그러나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100만 명이 넘는 러시아계 유대인이 대거 유입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1993년 ‘요즈마 펀드’를 만들었다. 러시아계 이민자 상당수가 과학자였는데, 이들에게 초기자본을 지원해 창업을 독려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해외에 산재한 유대계 금융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했다. 미국 월가를 비롯한 세계 주요 금융가에서 유대계는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의 민간 벤처 투자 자금을 적극 끌어들인 결과 이스라엘은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AI 민간 투자액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국가가 됐다. 스탠퍼드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3년) 이스라엘의 민간 AI 투자 누적액은 총 128억 달러(약 18조4500억 원)로 집계됐다. 대학교수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분위기도 혁신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첨단기술 연구와 사업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특히 이스라엘의 모든 대학은 자금 조달이나 지식재산권 등의 구체적인 사업화를 돕는 전문부서를 체계적으로 운영해 교수나 학생들의 창업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암논 샤슈아 이스라엘 히브리대 석좌교수(컴퓨터과학)가 1990년 설립한 기업 모빌아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적인 AI 석학으로 머신러닝 분야에서 특히 인지도가 높은 샤슈아 교수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뇌인지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고국으로 돌아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섰다. 그는 히브리대 창업 지원기관인 이숨(Yissum)의 도움을 받아 모빌아이를 세웠고, 2017년 153억 달러를 받고 인텔에 매각했다. 그는 현재도 창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자인 리오 울프 텔아비브대 교수(컴퓨터과학)와 공동 창업한 AI 로봇 스타트업 멘티로봇을 비롯해 샤슈아 교수가 동료 교수들과 창업한 AI 기업은 6곳이 넘는다. 히브리대가 있는 수도 예루살렘, 테크니온공대가 있는 북부 거점도시 하이파, 텔아비브대가 있는 경제중심지 텔아비브 등의 지역을 묶은 연구개발(R&D) 거점(실리콘 와디)도 눈길을 끈다. 미국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400개가 넘는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이곳에 R&D센터를 두고 있다. 히브리대와 테크니온공대 출신의 우수 인력들이 실리콘 와디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서는 일도 흔하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이스라엘에서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는 이스라엘 지사를 통해 현지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조사하고, 투자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AI 스타트업의 또 하나의 요람은 군대다. IT 영재들이 ‘8200부대’같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사이버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엘리트 부대에 복무한 뒤 제대 후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것. 방화벽 등 인터넷 보안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길 슈웨드 체크포인트 이사회 의장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이스라엘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첨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GDP 대비 19.7%로, 전체의 5분의 1 가까이 차지했다. 샤슈아 교수는 “이스라엘은 국가 차원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한 결과 AI 스타트업 강국이 됐다”며 “이는 적대적 이웃 국가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이 경제적·군사적 자립을 이뤄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AI 기초 연구’로 노벨상 수상한 캐나다미국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며 생성형 AI 붐을 일으키기 5년 전인 2017년부터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AI 연구를 국가 전략 과제로 삼았다. 캐나다 정부의 꾸준한 연구 지원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연구를 선도해 온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0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나다는 AI 연구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았고, 뛰어난 인재와 연구기관을 바탕으로 AI 분야의 세계적 선도국이 됐다”고 평했다. 캐나다의 AI 연구 역사는 197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오던 토론토대, 몬트리올대, 맥길대의 AI 연구자들이 웨스턴온타리오대에 모여 워크숍을 열었다. 그 결과로 캐나다인공지능협회(CAIAC)의 전신인 캐나다계산지능연구협회(CSCSI)가 탄생했다. CSCSI를 중심으로 AI 연구를 지원하는 캐나다 고등연구소(CIFAR)가 1982년 설립됐다. CIFAR는 전 세계에서 AI 인재들을 영입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영국 출신의 힌턴 교수도 1983년 CIFAR의 지원을 받아 캐나다로 이주했고,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심층신경학습망(DNN·Deep Neural Network) 연구에 몰두했다. 딥러닝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도 CIFAR 초청으로 프랑스에서 캐나다로 옮겼다. CIFAR에 따르면 설립 이래 30개국 출신의 연구자 1000여 명이 이곳을 거쳐 갔고, 노벨상 수상자 23명이 CIFAR와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AI 기초 연구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캐나다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AI 연구소들이 자리 잡게 됐다. 힌턴 교수가 이끄는 벡터 연구소, 벤지오 교수가 세운 밀라 퀘벡 AI 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4만 명의 AI 전문가들이 캐나다에 있다. 힌턴 교수는 조국을 떠나 캐나다로 온 이유에 대해 “돈을 많이 줘서 캐나다로 온 건 아니다”라며 “순수한 호기심에 기반한, 상업성이 떨어질 수 있는 기초연구에도 비중을 두고 지원해 주는 캐나다 사회가 마음에 들었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캐나다의 AI 분야 지원은 계속 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AI 분야에 20억 캐나다달러(약 2조300억 원)를 투자한 데 이어 추가로 24억 캐나다달러(약 2조44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AI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고, AI 연구를 더욱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AI 기술의 윤리적 이용과 관련된 연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힌턴 교수는 지난해 12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30년 내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확률이 10∼20%”라고 경고했다. AI 기술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캐나다 혁신부는 지난해 11월 캐나다 AI 안전연구소를 세웠다. 생성형 AI의 오류를 교정하고, 딥페이크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물류 강국서 AI 허브로 부상한 UAEUAE는 두바이, 아부다비라는 중동의 양대 허브 도시를 둔 금융과 물류 강국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2017년 세계 최초로 AI 전문 부처를 신설하고 “AI에 가장 대비가 잘된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국가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UAE는 중동의 AI 허브, 나아가 이슬람권의 AI 리더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AI 국가 지위를 놓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UAE가 유력 주자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UAE는 2000년 두바이에 세운 IT 산업단지 ‘인터넷 시티’에 글로벌 기업들을 대거 유치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중동지역 본부를 이곳에 두고 있다.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도 확보했다. 막대한 전력 소모에 대비한 원전과 첨단 냉각기술을 도입해 아마존, 에퀴닉스, 구글 등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UAE는 글로벌 기업을 따라 유입된 해외 AI 인재에 만족하지 않고, 자국민 중 AI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2020년 세계 최초의 AI 대학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 대학(MBZUAI)’을 세웠다. 투자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UAE 정부 산하기관인 아부다비 첨단기술연구위원회(ATR)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거대언어모델(LLM) ‘팰컨3’는 메타의 최신 LLM ‘라마3’에 준하는 성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 AI·디지털경제·원격근무부를 이끌고 있는 오마르 알 올라마 특임장관은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팰컨3는 20여 년에 걸친 투자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UAE의 AI 전략은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국가안보보좌관 겸 AI 국영기업 G42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의 친동생인 그는 비(非)석유 부문의 신사업 육성을 책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트먼은 2023년 아부다비를 찾아 “UAE는 AI 열풍이 불기 전부터 이 기술의 잠재력을 알아봐 줬다”며 높게 평가했다.● ‘슈퍼 乙’ ASML 보유한 네덜란드AI 기술의 핵심은 연산 능력(computing power)이다. 연산 능력이 높을수록 AI 모델을 빠르게 학습시킬 수 있어 생성형 AI의 응답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연산 능력은 AI 반도체 성능에 달렸는데, 그 핵심은 초미세공정이다. 현재까지 2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위한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작업) 기술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독점하고 있다. 대당 3억8000만 달러(약 5500억 원)에 달하는 ASML의 EUV 리소그래피 장비는 AI용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주문을 하는 갑(甲)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ASML에 경쟁적으로 구애를 하는 이유다. 또 AI 기술과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ASML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덜란드는 국토 면적이 한국(22만3404㎢)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자원도 부족해 일찍부터 기술개발에 힘썼다. 1891년 창립된 필립스는 전구를 시작으로 라디오, 전기면도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세계적인 전자제품 브랜드로 우뚝 섰다. 이후 반도체 분야에 진출한 필립스는 1984년 반도체 장비업체 ASMI와 함께 ASML을 세웠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허름한 목재 창고에서 창업한 ASML은 1986년 리소그래피 장비 생산을 시작해 꾸준한 R&D 혁신을 거듭했다. 일본의 유명 반도체 장비업체 니콘도 포기한 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ASML이 개발해 낸 비결에는 네덜란드 정부의 기술이민 지원 정책 덕이 컸다. 인구 1800만 명인 네덜란드는 기술력이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5년간 급여의 30%를 세액 공제하는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실시해 왔다. 그 결과 ASML의 네덜란드 본사 직원 2만3000명 중 40%가 외국인으로 채워질 정도로 해외 인재 유치에 성공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는 지난해 10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이민을 받아들인 것이 ASML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AI R&D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발표한 네덜란드 AI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연간 최소 4500만 유로(약 675억 원)를 AI R&D에 투입하고 있다. 필립스와 에인트호번시, 에인트호번공과대는 2004년 에인트호번에 조성한 연구단지를 AI R&D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미국의 챗GPT가 연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에 중국이 ‘딥시크 쇼크’로 응수한 가운데 AI 강소국들이 미중을 바싹 뒤쫒고 있다. 적은 인구와 자원의 한계를 특유의 인재 양성 시스템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극복하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관련 입법 차질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군사·경제적 자립을 위해 집중적으로 육성한 이공계 인재가 효율적인 창업 생태계와 결합해 우수한 AI 스타트업을 대거 배출하고 있다. 해외의 유대계 금융 네트워크까지 끌어들여 AI 스타트업의 성공률을 끌어올렸다.AI 핵심 인재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국가들도 있다. 캐나다는 AI 기초연구에 연구개발(R&D)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해 영국,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석학들을 영입했다. 이는 AI 분야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네덜란드는 기술 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통해 AI 반도체의 미세공정 분야에서 독점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글로벌 테크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중동권의 AI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한국은 지난해 9월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집계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조사 대상 83개국 중 6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을 100점으로 볼 때 한국의 점수는 27.26점에 불과해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정부가 AI 강소국들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이 한국에 연구 거점을 마련하면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자체 인력을 양성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AI 스타트업과 빅테크 간의 연구 협력도 지금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국회에서의 입법 차질도 한국 AI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R&D 부문 근로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 제한을 풀어 주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독재자’ 젤렌스키가 (대선 실시를) 서두르지 않으면 나라를 잃을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dictator)’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하루 전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율 4%의 대통령’이라고 혹평했고 비판 수위를 더 높였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치르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들어 그의 집권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적극 협조하란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이 발언이 나오기 직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자국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허위 공간’에 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행보에 불만을 표했다. CNN은 ‘허위 공간’ 발언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응하겠다며 나섰고 이후 ‘독재자’ 같은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고 진단했다. 다만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약소국’ 우크라이나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기업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 편을 든다고 진단했다.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회담에서 러시아 대표단이 “빠른 종전은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라고 주장했고 이 논리가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바이든 갖고 논 코미디언” vs 젤렌스키 “허위 공간 사나”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루스소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이라며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갖고 노는 것”이라 주장했다. 정계 진출 전 코미디언이었던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해 미국이 3500억 달러(약 503조 원)를 쓰게 만들었다며 “미국은 유럽보다 2000억 달러를 더 지출했지만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젤렌스키는 이 ‘수월한 돈벌이’를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그의 나라는 산산조각이 났고 수백만 명이 불필요하게 죽었다”고 비판했다.이는 같은 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는 허위 공간에 살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격 차원으로 풀이된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후 우크라이나 희토류 지분의 50%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나라를 팔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보였다.다만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광물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단계적 합의’를 추구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로부터 먼저 희토류 제공 약속을 받아낸 후 당초 주장했던 ‘50%’ 수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러 철수한 美기업 손실 466조 원 만회 의사”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 행보가 전쟁 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기업의 손실을 만회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18일 리야드 회담에 참석한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대표는 당시 미국 측에 전쟁 발발 후 미국 기업이 최소 3240억 달러(약 466조 원)의 손실을 봤다는 자료를 건넸다. 특히 정보기술(IT) 및 미디어 산업이 1230억 달러(약 177조 원), 소비자 및 의료 산업이 940억 달러(약 135조 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돈’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다만 미국 의회에서는 초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집권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19일 “전쟁을 시작한 사람은 푸틴”이라며 “푸틴은 ‘깡패’”라고 비판했다. 야당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푸틴 같은 폭력배를 편드는 미국 대통령을 보자니 역겹다”고 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같은 행보가 “(푸틴에 대한) ‘항복’에 가깝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나토를 탈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로 예정됐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다음 달 10일로 돌연 연기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우디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에 초대받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 없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사우디에서 종전 논의를 진행하면서 사실상 들러리가 된 것에 대해 공개적인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설정한 최후 통첩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회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로 흡수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계획을 지난해 6월 제시했다.사우디 소식통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담에 참석하기를 바랐다고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참석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우군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지지한다”며 “협상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튀르키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간 회담을 위한 이상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며 동시에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이날 통화를 하고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 등 안보 보장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파병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매우 잘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대해) 더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미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회담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이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회담에서 대러 제재 완화를 비롯한 향후 ‘경제 협력’ 방안까지 논의했다.이에 따라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앞두고 미국의 대(對)러 정책이 ‘제재’에서 ‘협력’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와 관계 회복에 합의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엔 정권 교체 필요성까지 내비쳤다. 향후 진행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는 배제하고 러시아와 긴밀히 소통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바이든 ‘대러 접근’ 뒤집어”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저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는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포악한 야만적인 행동을 멈추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회견을 마치고 나가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달 말 안에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마도”라고 답해 미-러 정상회담이 이달 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미-러가 단순한 종전 협상을 넘어 관계 회복 및 경제 협력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러 회담을 마친 뒤 “양측이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며 지정학적, 경제적 측면에서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다룰 고위급 협의체 구성과 더불어 양국 대사의 신속한 임명, 외교 공관 운영 정상화 등에도 합의했다.이에 대해 NYT는 “러시아를 처벌하려는 서방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우회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러 접근 방식을 뒤집으려는 의도를 나타냈다”고 진단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양한 대러 경제 제재를 추진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무기 지원을 지속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고 협력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 CNN은 “푸틴의 엄청난 승리”라고 평가했다.일각에선 미국의 이 같은 정책 전환이 중-러 협력을 느슨하게 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간 경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해 중국을 더욱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젤렌스키 지지율 4%밖에 안 돼”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의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사실상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선거를 치른 지 오래됐다. 우크라이나에는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방치한 지도부가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눴다. 이어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의 지지율은 4%밖에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대립도 불거지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경제 제재 완화 및 해제 등 러시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강력한 카드를 내주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밝혀 미국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실제로 EU는 루비오 장관의 대러 제재 완화 발언에도 19일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1차 알루미늄과 기존의 러시아산 석유 수출 제한을 우회하는 유조선(그림자 함대)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로 예정됐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다음 달 10일로 돌연 연기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우디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에 초대받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 없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사우디에서 종전 논의를 진행하면서 사실상 들러리가 된 것에 대해 공개적인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설정한 최후통첩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회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로 흡수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계획을 지난해 6월 제시했다.사우디 소식통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담에 참석하기를 바랬다고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참석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우군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지지한다”며 “협상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튀르키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간 회담을 위한 이상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며 동시에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이날 통화를 하고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 등 안보 보장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파병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은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이 18일로 500일을 맞은 가운데,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자발적 출국을 담당하는 부서를 국방부 산하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가자 주민을 요르단, 이집트 등 주변 아랍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가자지구를 고급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가자 주민의 이주를 돕는 부서를 국방부 산하에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제3국으로의 이주를 원하는 주민은 육해공 어느 경로를 택해 출국하더라도 광범위한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가자지구를 변화시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전념하고 있다”며 전쟁이 끝난 후 가자지구에는 하마스와 하마스 이전에 가자를 통치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모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스라엘 소셜미디어 등에선 고층빌딩이 즐비한 최첨단 도시로 탈바꿈한 가자지구의 미래를 구현한 이미지들이 속속 게시되고 있다. 18일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 이미지는 전쟁 발발 약 두 달 뒤인 2023년 12월쯤 이스라엘 산업계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건의한 가자지구 재건 계획인 ‘가자 2035’ 재건안 프레젠테이션(PT)에 담겼던 내용이다. 가자지구에 전기차 생산 인프라를 세우고,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설 중인 ‘네옴시티’ 신도시와의 개발을 연계한다는 안 등이 담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에 대한 우려는 미국 공화당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17일 미 의회 대표단 자격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가자지구를 점령하려는 의욕이 없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이스라엘군이 최근 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대규모 군사 작전을 이어가면서 이곳 주민 약 4만 명이 강제 이주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1967년 서안을 점령한 뒤 최대 규모의 민간인 이주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가자지구와 서안 양쪽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이스라엘군은 최근 서안 내 제닌, 툴카렘, 투바스 등에서 하마스 지지 세력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를 소탕한다는 이유로 가옥 수백 채를 부수고 도로, 수도관, 전력망 등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서안 주민 또한 이스라엘의 강압에 못 이겨 속속 이곳을 떠나고 있다는 것. 현지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이 확성기로 주민들에게 “당장 떠나지 않으면 사격하겠다”는 방송을 거듭 내보냈다고 밝혔다. 특히 2022년 말 네타냐후 총리가 세 번째 집권한 후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어, 더욱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고 NYT는 진단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제3국으로 자발적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조직을 국방부 산하에 설립하기로 했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가자지구 주민들을 이주시켜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을 이스라엘 정부 차원에서 돕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7일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주를 돕는 조직을 국방부 산하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제3국으로 이주를 원하는 가자지구 주민이라면 누구든지 육해공 어느 경로든 출국을 위한 광범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조직은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업무조직 민간협조관(COGAT), 국방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국방부의 이 같은 조치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가자지구 구상을 돕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가자지구를 다르게 만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전념하고 있다”며 “가자전쟁이 끝난 후 가자지구에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지구 주민 수용을 압박당하고 있는 이집트는 주민 이주 없이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국영 알아흐람 신문은 이집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집트가 가자지구 내에 주민들이 재건 초기에 머물 수 있는 보안 구역(secure area)을 설정하고 이집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는 이 방안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이견은 아랍 국가뿐 아니라 미 공화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 중 한 명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17일 상원 대표단 자격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가자지구를 점령하려는 의욕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논의하기 위한 장소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선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추진할 가능성이 큰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또한 사우디가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의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는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사우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갖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 CNN방송은 사우디가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도 중재할 의향이 있다고도 보도했다. ‘가자 전쟁’을 거치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등 대리조직을 잃은 이란이 핵 개발이란 최후의 선택을 하기 전에 이를 협상으로 풀어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슬람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줄곧 대립해 왔다. 사우디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중재자로서 조용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22년 9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포로 10명 교환을 시작으로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에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여겨지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수감자 24명 교환에도 기여했다. 이달 11일 러시아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마크 포겔의 석방에도 무함마드 왕세자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중재국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오일 머니’에서 나오는 경제력이 있다. 사우디의 경제 규모는 중동 산유국 6개국이 모여 창설한 ‘걸프협력회의(GCC)’ 중 가장 크다. 사우디는 이런 경제력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첫 해외 순방지로 찾은 곳도 사우디였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펀드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은 지난해 7월 사우디 제2의 도시 제다에 트럼프 타워를 개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 의혹과 원유 감산 등 문제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때 틀어졌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개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부와 권력을 가졌다며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도 불리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평화 중재자로도 성공할지 관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사우디의 능력을 평가하는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소련 시절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최악의 방사성물질 유출 사고가 일어났던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 원전에서 14일(현지 시간)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진압 후 방사능 수치는 정상 범위로 나타났다.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폭발 사고 후 가동이 멈춘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폭발이 러시아의 무인기(드론) 공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체르노빌 원전에 파견된 관계자들이 오전 1시 50분경 원자로 4호기 잔해를 보호하는 격납시설 지붕에서 폭발음을 들은 뒤 불이 난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화재는 곧바로 진압됐고,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IAEA는 방사능 수치가 증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사고 후 X에 “고성능 폭탄을 장착한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이 체르노빌 원전을 공격했다”며 “초기 평가 결과 상당한 피해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핵 에너지 시설 공격에 대한 이야기는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무역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인도의 고관세를 정면으로 비판하자 모디 총리는 미국산 무기, 석유, 가스 수입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모디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도는 많은 상품에 대해 30∼70% 관세를 부과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보다 더 높은 관세를 매긴다”며 “높은 관세로 인도에서 자동차를 파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와의 무역적자는 1000억 달러에 달한다. 인도가 관세를 얼마를 부과하든 우리도 똑같이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수지 숫자를 부풀리긴 했지만, 미 무역대표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인도와의 무역에서 457억 달러 적자를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 차이(무역적자)를 미국의 석유와 가스를 팔아서 메울 수 있다”며 “모디 총리와 나는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모디 총리는 “인도는 미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 5년 내 양국 교역량을 50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 미국-인도 간 무역액(129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관심사 중 하나인 불법 이민자 차단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미국에 있는 모든 인도인들을 인도로 송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안보협의체)와 맞물려 인도에 대한 무기 수출을 늘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모디 총리와 나는 쿼드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데 정말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다”며 “인도에 대한 무기 판매를 수십억 달러 늘릴 것이다. 인도에 F-35 전투기를 판매하기 위한 길을 닦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인도어로 기자회견을 하던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언급하며 “인도의 선진적 비전은 미가(MIGA·Make India Great Again)다. 미국과 인도가 협력할 때 마가와 미가가 더해질 것이고, 이는 번영을 위한 메가(Mega·거대) 파트너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모디 총리를 “관세 왕(tariff king)”이라고 비판했다. 모디 총리는 이번 회담에 앞서 미국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50%에서 40%로 낮췄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전략 자산인 F-35를 인도에 판매키로 한 데 대해 “신뢰의 제스처”라고 평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중단하면 전쟁이 발생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속대로 ‘지옥문’이 열릴 것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12일 군 작전사령부를 찾은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카츠 장관은 “휴전 이전과는 전투 강도가 다를 것이고 하마스의 패배 없이는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마스의 인질 석방 중단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 및 개발 구상 등 ‘친이스라엘 정책’에 탄력을 받은 이스라엘이 더 적극적으로 군사 조치에 나서면서 휴전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12일 이스라엘군은 자국 영토에서 라파로 무인기(드론) 1대가 날아가는 것을 포착하고, 이를 추적해 표적 공습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로 무기를 밀수하려는 시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전쟁 재개에 대비하기 위해 예비군을 소집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도 나왔다.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배후인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을 가장 큰 잠재적 안보 위협으로 여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퇴임 직전 작성했다. 이스라엘의 핵시설 타격에 반대한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 친이란, 반이스라엘 무장단체인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가 사실상 붕괴됐고, 시리아 반군 승리 등으로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크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가자전쟁 휴전이 발효된 지 한 달도 안 돼 전운이 감돌자 하마스도 전쟁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최근 고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 중단을 지시했다. 또 가자지구 건물 잔해에 이스라엘군이 묻어둔 것으로 추정되는 카메라와 녹음 장치 등을 수색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위치 추적에 따른 표적 공습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이집트, 카타르 등 휴전 협정 중재국들은 전쟁 재개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 하마스와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대표단은 휴전 협상을 위해 이집트 카이로에 현재 머물고 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에 기울어진 미국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방미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당초 시시 대통령은 18일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회담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등 ‘가자 구상’을 고수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매체 왈라는 중재국들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속하도록 이스라엘에 요구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공무원 수를 대폭 줄이고 필수 직책에만 신규 채용을 허락하는 ‘인력 최적화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11일(현지 시간)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감축 인원 4명당 최대 1명꼴로만 신규 채용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연방정부 구조조정이란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연방정부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이날 처음으로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나타나 30분간 기자회견을 했다. 머스크는 그간 반복되는 월권 및 위법 논란에 휩싸여 왔지만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사실상 회견을 주도해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고 실세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해충돌 우려를 중심으로 한 자신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매일 항문 조사(proctology test)를 받는 것 같다”고 표현해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시사했다.● 아들 목말 태운 채 대통령 옆 30분 회견 이날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검은색 모자를 쓴 채 기자들로 가득 찬 오벌오피스에 들어섰다. 특히 자신의 5세 아들 ‘X’(본명 X Æ A-Xii·엑스 애시 에이트웰브)를 데리고 나타나 목말을 태우고 브리핑을 하는 등 여유를 과시했다. X는 회견 내내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 주위를 오가며 옹알거렸고, 외신들은 “X가 코딱지를 파서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대통령이 주요 법안과 정책 등에 서명하는 책상)’에 묻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머스크는 책상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 옆에 서서 그가 서명한 행정명령에 대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 속에 사는 게 아니라 관료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며 “이 관료제는 선출된 대통령보다도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정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이어 “미국은 2조 달러의 적자를 가지고 있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가가 파산할 것”이라며 “연방 지출을 줄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자신에 대한 이해충돌 우려 및 비판에 대해 “투명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중이 잠재적 이해충돌에 대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트럼프의 정부기관 폐지와 대규모 공무원 해고에 따라 머스크의 회사들에 대한 연방정부의 조사나 규제가 중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강한 ‘머스크 파워’에 법치주의 위기 우려 이번 행정명령에는 ‘연방 기관 책임자들이 DOGE와 협력하고 협의해 직원 규모를 줄이고 필수 직책에만 채용을 제한할 것’을 명시했다. 머스크에게 더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것. 또 기관별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신규 채용은 기관을 떠난 직원 4명당 최대 1명꼴로만 허용했다. 단, 국가안보, 공공안전, 법 집행 및 이민법 집행 분야는 채용 제한에 예외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는 능력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우리는 그가 이 일(연방정부 구조조정)을 하기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현재 연방 직원 수는 군인과 우편국을 제외하고도 240만 명이 넘는다”며 “기관도 400개가 넘어 연방지출과 부채의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과 머스크의 거듭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의회 절차와 법규를 무시한 트럼프 행정부의 개혁은 미국 내에서 거센 비판과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이와 관련해 수십 건의 소송이 제기됐고, 연방 판사들은 출생 시민권 종식, 재무부 시스템 접근, 연방 직원 사직 유도 등 여러 행정명령에 대해 중단 명령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도 트럼프 행정부의 의학 연구 자금 삭감 및 성소수자 관련 정부 웹페이지 삭제 등 조치에 대해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판사들이 우리가 부패를 찾는 일을 막으려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들은 활동가이거나 매우 정치적인 판사들”이라고 반발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 상승해 시장 전망치인 2.9%를 웃돌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12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는 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해 예상치(3.1%)를 상회했다. 미 CNN방송은 3%대의 상승률을 보인 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이에 따라 미국 통화정책에는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휘트니 왓슨은 “이번 발표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신중한 접근 방식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다음 달 회의에서 연준이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금리는 인하돼야 한다. 이는 다가올 관세와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썼다. 일각에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1일 미 상원에 출석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두고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금리 인하를 둘러싼 갈등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은 그간 수차례 금리 인하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인질 석방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될 것이다.”(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토요일(15일) 정오까지 모든 인질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지옥이 열릴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해 지난달 19일부터 발효 중인 ‘6주간의 가자전쟁 휴전’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마스가 15일 예정됐던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10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이스라엘은 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하는 등 군사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미준수를 석방 연기 이유로 꼽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소유 및 주민 이주 계획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지구로 돌아갈 권리가 없다”고 말해 다시 한번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을 자극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도 “하마스가 인질 일부가 아닌 전부를 석방하지 않으면 휴전 협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가자전쟁 종식을 위한 휴전 협정이 결렬되고, 다시 한번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마스 “이, 휴전 위반” vs 이 “최고 경계 태세 지시”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인질 석방을 연기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에서 “지난 3주 동안 적(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위반 사항을 면밀히 살펴봤다”며 “(이스라엘은) 난민들의 가자지구 북부 귀환을 지연시키고, 가자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포격과 총격으로 난민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합의된 대로 모든 형태의 인도적 지원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질 석방 5일 전에 이 같은 성명을 낸 이유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의무를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시간”이라며 이스라엘이 휴전 협정을 이행할 경우 인질 석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하마스의 발표에 대해 “휴전 협정을 완전히 위반한 것”이라며 “가자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이스라엘 남부 지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하마스의 인질 석방 연기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가자지구 소유와 개발, 주민 이주 계획을 밝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인질 석방 연기 이유는 이스라엘보다 트럼프 대통령이란 평가도 있다. 실제로 하젬 까셈 하마스 대변인은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방송 알하다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팔레스타인 정부와 가자지구 행정에 대한 논의에는 열려 있지만 추방에는 열려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하마스는 8일 진행된 인질 석방을 앞두고도 “가자지구를 소유하려는 트럼프의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휴전 취소 압박에 제2의 ‘나크바’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아랍권의 우려와 반발도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주가 본격화될 경우 이들을 수용해야 할 나라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집트는 바드르 압델라티 외교장관을 미국에 급파하며 외교전에 나섰다. 압델라티 장관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한 뒤 “아랍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이집트 관계자들은 10일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으로 인해 미국이 휴전을 보장하지 못하게 됐고, 협상도 연기한다”고 말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도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11일 정상회담을 가지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아랍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와 주민 이주가 실제 추진될 경우 이스라엘 건국이 선포된 다음 날인 1948년 5월 15일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쫓겨난 사건을 뜻하는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가 또 한번 초래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도 나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