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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 씨(52)는 지난해 아들이 절도 혐의로 구속되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과거 형사재판을 받아 본 지인이 ‘무조건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쓰라’고 강력히 권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지자 변호사는 담당 판사와 친분이 있다며 아들을 보석으로 풀려나게 해 주겠다고 했다. 그 대가로 성공보수 1억 원을 요구했다. 착수금으로 이미 1000만 원을 건넨 김 씨는 액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들이 보석으로 석방되고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그는 은행 대출을 받아 1억 원을 건넸다. 그동안 법조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상황을 가상한 사례다. 하지만 앞으로는 김 씨 사례처럼 변호사가 석방이나 무죄 등을 조건으로 별도의 성공보수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대법원은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뿌리 뽑는 ‘혁명적인’ 판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 형사는 무효, 민사는 유효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3일 허모 씨(38)가 조모 변호사에게 석방 대가로 건넨 성공보수 1억 원을 돌려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전원일치로 확정하면서 이 판결 이후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선언했다.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 석방이나 집행유예 등 피고에게 유리한 수사·재판 결과에 대해 ‘성공’이라는 이름을 붙여 금전적인 대가를 결부시키는 건 국가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 행위는 무효’라는 민법 103조를 근거로 이같이 판결했다. 23일 이전에 맺은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효력이 인정된다. 변호사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민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유효하다. 이번 판결로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 비용이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형사사건 피의자는 수백만∼수천만 원의 착수금을 먼저 내고 구속영장 기각이나 석방,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 등을 이끌어 내는 조건으로 별도의 성공보수를 주는 수임 계약이 일반적이었다. 이 때문에 현직 판검사에게 청탁할 수 있는 기회나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억대의 성공보수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구속된 유력 기업인을 석방시켜 주고 100억 원 이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사법 혁명” vs “법률 서비스 질 저하” 절박한 상황에 놓인 대다수 형사사건 당사자는 비싼 성공보수에도 전관 출신 변호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검찰 고위직을 지내고 몇 해 전 개업한 한 변호사는 성공보수 1억 원 미만의 사건은 아예 수임조차 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위급 전관들은 착수금을 거의 받지 않고 성공보수를 억 단위로 받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판결은 전관 출신 변호사를 무력화하는 ‘혁명적’인 판례 변경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성공보수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착수금을 대거 올리는 편법이 등장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예 착수금에 성공보수를 일정 부분 반영시킨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미리 수임료를 받은 만큼 사건 수임 이후 서비스 질이 과거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게 변호사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처럼 시간 단위로 보수를 지급하는 관행이 정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착수금만 챙기고 일은 거의 제대로 하지 않는 소위 ‘먹튀’ 변호사를 양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먹튀 변호사는 시장에서 저절로 걸러질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국민의 뿌리 깊은 사법 불신을 불식시킬 사법 혁명”이라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신나리 기자}
앞으로 형사사건 피의자가 석방이나 불구속 등을 조건으로 변호사와 성공보수약정을 체결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이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타파하고자 내놓은 판결에 수임료 체계의 전면 변화가 불가피해진 변호사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성공보수는 사실상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후배인 현직 판·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용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뿌리 깊은 사법 불신을 근절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3일 허모 씨(38)가 조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이 판결 이후부터 맺어지는 모든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고 선언했다. 허 씨는 아버지가 절도 혐의로 구속된 직후 조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착수금으로 1000만 원, 석방 조건으로 성공보수약정을 맺고 1억 원을 건넸다. 이후 허 씨 아버지가 보석으로 석방되고 집행유예형이 확정되자 허 씨는 조 변호사를 상대로 1억 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1억 원이 담당 판사에 대한 청탁 활동비였고, 액수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1심과 달리 2심은 허 씨의 주장을 인정해 조 변호사에게 1억 원 중 4000만 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를 전원일치로 확정하면서 앞으로 형사사건에 대한 성공보수금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뿌리 뽑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재판부는 석방이나 집행유예 등 피고에게 유리한 수사·재판 결과에 대해 ‘성공’이라는 이름을 붙여 금전적인 대가를 결부시키는 건 국가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판단해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는 민법 103조를 근거로 무효 판결을 내렸다. 민사사건에 대한 성공보수약정은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성공보수는 사실상 전관 출신 변호사가 비전관 변호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받아온 게 현실이다. 의뢰인은 전관 변호사가 현직 판·검사에게 청탁할 수 있는 기회나 능력을 더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전관 출신 변호사는 일반 형사사건의 석방 성공보수로 수억 원을 받아왔고, 유명 기업인의 경우 100억 원을 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변호사 보수가 변호사와 의뢰인간 합의로 결정되는 게 원칙이지만 형사사건은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절차로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형사절차나 법조 직역 전반에 대한 신뢰성·공정성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 보수를 단순히 사적 자치의 원칙에 입각한 대가 수수관계로 맡겨둘 수만은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착수금+성공보수’ 형태이던 변호사업계 수임료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성공보수가 없어지면서 최초에 내는 착수금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 서민들만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과 변호사 선임료 총액은 과거보다 낮아질 거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대형 로펌처럼 시간 단위로 진행 경비를 받는 형태의 수임료 계약이 일반화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대다수 변호사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사건 수임도 줄었는데 형사사건 성공보수까지 없어지면 입지가 확연히 좁아진다는 주장이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부친에게 물려받을 그룹 재산을 공익재단인 학교법인에 위장 증여해 상속세 100억여 원을 내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지양 효자건설 회장(54)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05억 원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 회장에게 이 같은 형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유 회장은 2010년 4월 효자그룹 자산과 개인 상속재산 700여억 원을 명지전문대를 운영하는 명지학원에 증여해 상속세 100억여 원을 공제받았다. 공익재단에 출연한 재산에 대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받으려면 대가성이 없어야 하지만 유 회장은 기부 조건으로 이사 1명 지명권과 교비 100억 원의 용처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이면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룹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회사 명의의 부동산을 학교로 넘겨 회사에 수백억 원의 피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유 회장이 막대한 재산을 공익법인에 증여하는 것처럼 속여 100억 원대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지 않고 회사 채권자에게 큰 피해를 입혀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5년과 벌금 210억 원을 선고했다. 2심은 유 회장이 범행을 반성하고 상속세를 내려고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4년과 벌금 105억 원으로 감형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올해 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삼봉 전 사법연수원장(59·사진)이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16층 무궁화홀에서 박 전 원장 명의의 황조근정훈장을 부인 황미영 여사에게 전수했다. 재직 기간 33년 이상의 차관급 공무원 중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황조근정훈장은 대통령이 수여하는 게 원칙이지만 퇴직 법원장에게는 관례적으로 대법원장이 전수한다. 박 전 원장은 올해 2월 평생 법관제에 대한 소신에 따라 사법연수원장 임기를 마치면 법원장으로는 처음으로 시군법원 판사로 근무할 예정이었지만 사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 전 원장과 사법연수원 11기 동기인 박흥대 전 부산고법원장(61)과 최우식 전 대구고법원장(58)도 이론과 실무를 조화한 합리적인 판결로 국민 권익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김현웅 법무부 장관(사진)은 21일 범죄 예방 환경개선사업(셉테드·CPTED)을 추진 중인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과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을 방문해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태완이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9일 취임 후 첫 외부 공식 행보로 흉악 범죄가 빈번한 지역 방문을 선택한 건 강력 범죄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장관이 언급한 ‘태완이법’은 현재 25년(2007년 개정 전 15년)인 살인죄 공소시효를 아예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1999년 5월 20일 대구 동구 길거리에서 김태완 군(당시 6세)에게 이유 없이 황산을 쏟아부어 전신 3도 화상을 입히고 49일 만에 세상을 떠나게 한 범인에 대한 공소시효가 최근 만료돼 처벌이 불가능해지면서 법 개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장관이 방문한 원곡동과 매교동은 법무부가 추진 중인 범죄 예상 환경 개선 사업 대상으로 올해 새로 선정된 지역이다. 원곡동은 외국인 노동자가 집중돼 있어 외국인 범죄가 빈번한 곳이다. 팔달구 일대는 최근 수원역 여대생 실종 사망 사건뿐 아니라 2012년 오원춘, 2014년 박춘풍 등 조선족에 의한 토막 살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법무부는 낙후된 지역 환경과 시설 등을 개보수해 범죄 유발 요인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는 셉테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김 장관은 “재범 위험이 큰 흉악범은 최대 7년 동안 별도로 수용하는 보호수용제를 도입하고 전자발찌나 성충동 약물치료 등을 통해 출소자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친인척을 허위로 회사 임원으로 등재시켜 17억여 원을 빼돌리고 무리한 투자로 회사에 700억 원대 손해를 끼친 이경일 전 이스타항공 회장(60)에게 징역 3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회장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전 회장은 2007~2012년 이스타항공그룹 계열사에 친인척을 임원으로 허위 등재한 뒤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17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계열사끼리 아무런 담보 없이 지원한 사업 자금을 항공운수업과 새만금개발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해 700억여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이 전 회장의 범죄로 회사 주가가 떨어지고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 전 회장이 배임으로 얻은 개인적 이익이 거의 없고 피해 회사들과 일부 합의한 점을 감안해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전남 영광군 백수읍 천정리 천기마을은 농사짓는 27가구가 수십 년간 오순도순 모여 살아온 시골마을이다. 서로 집안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있을 만큼 한 가족처럼 지내온 농부들은 농사를 시작할 3월부터 돌연 불화에 빠졌다. 평소 호형호제하던 주민들 사이에선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편을 갈라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웃사촌 간의 반목은 “죽여버리겠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심해졌다. 사건은 모내기에 쓰려고 논길에 쌓아둔 비료포대 때문에 불거졌다. 마을 주민 A 씨가 3월 18일 오전 11시경 50cc 오토바이를 타고 왕복 2차로 논길을 지나다가 오른쪽 길가에 쌓인 비료 90포대를 들이받고 사망했다. 주민들이 4월 초 모내기에 쓰려고 논 옆 길가에 매년 관행적으로 쌓아두던 비료포대를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다. 무심코 비료포대를 길가에 쌓아뒀던 전모 씨(75) 등 동네 농부 3명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기소 의견으로 광주지검에 송치됐다. 전 씨 등 3명은 “매년 해오던 대로 논 옆 길가에 포대를 쌓아둔 것뿐인데 이게 왜 벌을 받을 죄가 되느냐”며 반발했다. 도로교통법에는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도로에 내버려두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온 70대 농부에게는 이웃사촌의 죽음을 자기 책임으로 돌리는 게 억울하게 느껴졌다. 피해자 유족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자 격분했다. 고요하던 마을을 뒤흔든 사망 사고에 주민들까지 감정싸움에 휘말렸다. 사건을 넘겨받은 광주지검 형사2부(부장 조기룡)는 단순한 형사처벌보다는 마을의 실질적인 평화 회복이 관건이라고 판단해 형사조정을 시도했다. 형사조정은 범죄사실이 가볍거나 민사 분쟁에 가까운 사건에 대해 전문위원들이 당사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 피해보상 등을 중재하고 검찰은 기소유예 등을 통해 형사처벌하지 않는 제도다. 당사자가 모두 노인이라 검찰이 전남 영광군 백수읍으로 직접 가서 조정을 시도했다. 김용배 광주지검 형사조정위원회 운영실장(58) 등 6명은 지난달 24일 백수읍사무소에서 피의자인 전 씨 등 3명과 피해자 차남을 불러 2시간 30여 분 동안 ‘마라톤 중재’를 했다. 처음엔 차남이 “우리 형이 한마디 사과도 없는 가해자들을 직접 보면 죽이고 싶어질 거 같다고 해서 내가 대신 왔다”고 말했을 만큼 분위기가 험악했다. 김 실장이 비료포대를 쌓아둔 게 왜 처벌 대상인지 끈질기게 이해시키자 전 씨 등이 비로소 사과했다. 전 씨 등 3명이 총 900만 원을 물어주고 지역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장례비 3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형사조정의 힘은 합의 사흘 뒤에 더욱 빛을 발했다. A 씨 부인이 광주지검으로 전화를 걸어 “피의자들 모두 남편과 평생 호형호제했던 이들인데 사과받은 걸로 만족한다”며 합의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전 씨 등 3명을 기소유예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사연을 들은 김진태 검찰총장은 17일 천기마을 마을회관에 대형 시계를 기증했다. 김해수 광주지검장은 조기룡 광주지검 형사2부장을 통해 마을에 돼지고기와 떡, 막걸리를 보내 마을 주민의 화합을 축하하고 최 씨 유족에게 감사를 표했다. 조 부장검사는 “형사조정 없이 처벌만 했다면 자칫 마을공동체가 비료포대 때문에 파괴될 수도 있었다”며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형사조정 덕에 마을 전체가 화목을 되찾았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Yo! 1988년 9월 1일 헌법재판소가 창설됐고,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호해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지키는 역할 이곳이 바로! 헌법재판소∼.” 제67주년 제헌절인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흥겨운 리듬과 랩이 울려 퍼지자 자리를 가득 메운 어린이와 어른 230여 명이 어깨를 들썩거렸다.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헌재의 역사와 역할을 경쾌한 랩으로 담아낸 이 노래는 헌재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2015년 헌법사랑 공모전’ 대상 수상작 ‘헌법재판소를 소개합니다’였다. 1분 분량의 노래는 정훈(40)-전정임 씨(39·여) 부부가 일주일에 걸쳐 만들었다. 정 씨 부부는 이번 공모전에 제출할 노래를 만들기 위해 사흘 동안 헌재 홈페이지 등에서 헌법과 헌재의 역사를 공부했다. 부부가 곡과 가사를 함께 만들었고 정 씨가 직접 노래와 랩을 불렀다. 헌법재판소장상과 상금 500만 원을 받은 정 씨는 수상 직후 “평소 헌재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제대로 알게 됐다”며 “노래만 들어도 헌재의 역사와 역할을 알 수 있도록 쉽게 가사를 썼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열린 헌법사랑 공모전은 헌법사랑을 주제로 초등부는 글짓기/포스터, 중·고등부는 UCC 또는 사진/포스터, 대학·일반부는 UCC 또는 사진/노래(CM송)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전국에서 작품 808점이 접수됐다. 제헌절에 열린 시상식은 헌재 대강당 좌석 180석이 가득 차 일부 참석자는 서 있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수상작이 발표될 때마다 곳곳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대상을 받은 정 씨 부부를 포함해 56명이 금·은·동상을 수상했고 총 상금은 2700만 원이나 됐다. 첫 공모전을 맞아 박한철 헌재 소장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동아일보 황호택 논설주간 등이 시상자로 나섰다. 다툼이 많던 가정에서 집안에 헌법을 만들어 화목해졌다는 내용의 ‘불량가족 탈출기’로 초등부 글짓기 부문 금상(동아일보 사장상)을 수상한 전주 만성초 강서연 양(11)은 “실제 우리 가족 이야기를 글로 썼는데 상을 타게 됐다”며 기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권오신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4·수감 중·사진)이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국정원 직원을 동원한 인터넷 불법 선거운동을 지시했는지를 두고 대법원이 판단을 유보했다. 대법원은 유무죄 판단을 하지는 않았지만,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 전 원장에게 다소 유리한 판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전원 일치로 파기하고 핵심 증거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의 보석 신청은 기각해 계속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1심 법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유죄를 선고했었다. 대법원은 국정원 직원 김모 씨 e메일 계정의 ‘내게 쓴 메일함’에서 첨부파일 형태로 발견된 텍스트파일 ‘425지논’과 ‘시큐리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425지논 파일에는 정치적 이슈별 논지가 날짜별로 정리돼 있고, 시큐리티 파일은 국정원 직원들 이름으로 추정되는 앞 두 글자와 트위터 계정 269개 등이 적혀 있는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다. 대법원은 ‘두 파일이 업무상 작성해 온 문서라 작성자의 법정 진술 없이 당연히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조동주 djc@donga.com·신나리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4·수감 중)의 2012년 대선 개입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유보’였다. 여야 정치권에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일단은 어느 한쪽의 손도 명쾌하게 들어주지 않았다.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 이어 대법원의 재상고심까지 최종 결론이 나려면 내년으로 넘어가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거법 위반 관련 2개 파일 증거능력 없어” 대법원은 16일 원 전 원장의 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의 유무죄를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 유죄 판단의 핵심 증거로 쓰였던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무죄 취지에 가까운 파기환송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은 결정적 증거였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국정원 심리전단 김모 씨의 e메일에 첨부된 두 텍스트 파일이 유죄 증거로 판단되면서 올해 2월 원 전 원장은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됐다. 425지논 파일은 2012년 4월 25일∼12월 5일 정부 정책 홍보와 야권 주장 반박 등 원 전 원장의 지시사항 요점을 담은 ‘논지’를 앞뒤로 바꿔 이름 붙인 파일이며, ‘시큐리티 파일’은 트위터 계정 269개 및 비밀번호, 활동 내용 등을 담은 ‘ssecurity.txt’ 형태의 파일이다. 2월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e메일과 파일을) 작성한 기억이 없다”는 김 씨의 법정 진술에도 불구하고 두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는 증거로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제315조의 2호가 근거가 됐다. e메일 대부분이 평일 업무시간대에 작성됐고,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담겨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춰 김 씨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로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전원합의체는 “425지논 파일은 출처가 불명확한 단편적이고 조악한 형태의 언론 기사 일부분과 트윗글이며, 시큐리티 파일은 기계적으로 반복 작성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파일에 포함된 업무 관련 내용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됐는지 알 수 없고, 다른 심리전단 직원 e메일 계정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점에서 두 파일이 업무상 통상문서가 아님을 보여 준다”고 판단했다. 김 씨의 신변잡기 정보도 포함돼 있다는 점도 업무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중 하나였다.○ 파기환송심-재상고심 거쳐 최종 결론 대법원은 항소심의 유죄 판단은 두 파일의 증거능력을 전제로 내린 판결인 만큼 이 파일의 증거능력이 부인된 상황에서 유무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 가운데 트윗글과 리트윗글을 제외한 2125회의 인터넷 게시글 및 댓글 작성, 1214회에 걸친 찬반클릭 행위는 모두 심리전단 직원들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선 선거법 위반 부분에 일부 유죄 판결이 나올 수도 있고, 전부 무죄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파기환송심 이후엔 다시 대법원의 재상고심을 거쳐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후반기로 접어든 뒤에야 결론이 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사건에 대해 섣불리 결론을 내기보다는 최대한 시간을 벌기 위해 ‘유무죄 판단 없는 파기환송’이라는 절묘한 선택을 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상고심 선고에 원 전 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고심 변론에 합류해 화제가 됐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선고 직후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처음의 이동명 변호사는 “논리적으로 납득은 되지만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 실체 판단을 안 해줘서 섭섭하다”며 “대법원이 지혜롭게 심판을 피해 간 듯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인인 설대석 변호사는 “증거 범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남은 증거만 가지고 대법원이 판단을 내리기엔 부담을 느꼈을 수 있을 거라 추측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조동주 기자}

한국 4인조 절도범이 2012년 일본 쓰시마(對馬) 섬에서 훔쳐온 통일신라시대 불상 동조여래입상(銅造如來立像·사진)이 일본으로 돌려보내진다. 절도 당시 점유자가 요청하면 국내법에 따라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부장 유상범 검사장)는 동조여래입상이 한반도에서 불법적으로 일본에 유출됐다고 볼 정황이 없는 데다 국내에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없어 형사소송법에 따라 점유자였던 일본 신사에 돌려주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동아일보가 ‘한국 도둑들이 훔쳐 온 일본 문화재 2점을 되돌려주지 않으면 한국이 과거 일제가 강탈해간 수많은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할 명분이 약해진다’고 지적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다. 검찰과 문화재청은 좌대를 포함해 높이 38.2cm, 무게 4.1kg의 이 불상이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만큼 일본에 반출된 경위를 전문가 20여 명을 통해 심층 감정했지만 불법 유출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다만 탄소연대기 측정을 통해 8세기에 제작한 진품이라는 게 확인됐고, 당시 수도인 경주의 왕궁 공방에서 만들었을 거란 추정이 나왔다. 이후 6개월 동안 본래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사찰 등이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동조여래입상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대전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인 동조여래입상은 16일 일본 신사 측에 넘겨진다. 일본 언론은 이번 반환이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한국인이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과거 약탈당했다는 문화재를 도둑질해 와 소유권을 주장하며 안 돌려준다면 세계 어느 나라가 우리를 법치국가로 보겠는가”라며 “우리 손이 깨끗해야 일본에 할 말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4인조 절도범이 함께 훔쳐 온 관세음보살좌상은 부석사와 일본 간논(觀音)사 간 소유권 분쟁이 끝나기 전엔 반환하지 않을 방침이다. 불상 내부에서 고려시대인 1330년에 제작돼 충남 서산 부석사에 봉안됐다는 복장 유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부석사 측은 “불상이 과거 약탈당한 물품인 만큼 일본으로 돌려보내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를 대전지법이 인용했다. 다만 일본 간논사가 한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법원 판단에 따라 행선지가 결정된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을 중개한 ‘나나테크’ 외에도 국내 업체 3곳 이상이 “한국 정부와 연계됐다”며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을 접촉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B사 대표 김모 씨(67)는 지난해 12월 해킹팀에 e메일을 통해 “한국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도면 등을 공개한) 해커를 추적하고 싶어 하는데 방법이 있느냐”고 문의했다. 당시 국내에선 ‘원전반대그룹’을 자처한 해커가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자료를 트위터 등에 올려 국정원과 검찰이 조사에 나선 상태였다. 김 씨는 e메일에서 자신을 “한국 보안당국 관계자와 긴밀하게 협조해온 인물이자 보안업체 대표”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B사는 정보보안업과는 전혀 무관한 의류 및 스포츠용품 판매업으로 신고된 중소업체였다. 법인 주소지로 적힌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아파트는 사무실이 아닌 김 씨의 아파트였다. 15일 기자와 만난 김 씨는 “군과 긴밀하게 사업을 벌여온 것은 맞다”면서도 “해킹팀이 정부 기관이 아니면 거래할 수 없다고 해 나의 배경을 말했을 뿐 정부 기관의 요청에 따라 해킹팀을 접촉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씨에 따르면 해킹팀 관계자는 한국 정부 기관 중 거래 대상이 어디냐는 질문에 “당신이 상상하는 곳들”이라고만 답했다고 한다. 해킹팀을 접촉한 다른 국내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올해 4월 국내 보안업체 P사는 해킹팀에 “한국의 사정기관들이 해킹팀의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인다”고 e메일을 보낸 뒤 비밀유지서약서와 제품 개황 자료까지 주고받았다. 당시 P사는 법인이 해산한 것으로 간주돼 영업이 정지된 상태였다. P사 대표 지모 씨(58)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지가 맞으면 소프트웨어를 경찰 등에 중개할 생각으로 접촉했지만 해킹팀이 ‘한국 내 2곳 이상의 파트너와 거래 중’이라고 해서 관뒀다”고 해명했다. 해킹팀과 접촉한 업체들은 이처럼 업종을 정보보안과 무관한 것으로 신고했거나 사무실도 두고 있지 않았다.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사정기관이 보안을 위해 일부러 보안업과 무관해 보이는 ‘유령업체’를 각종 장비 중개에 이용하거나 업체에 보안각서를 요구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해킹팀과 접촉했던 또 다른 국내 보안업체 I사는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의 자문역으로 (해킹 프로그램)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e메일을 보내면서 “다만 정부는 진행 과정이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나나테크가 2012년 해킹 프로그램 계정 20개를 구입한 뒤 대통령 선거를 앞둔 12월 6일 추가로 30개 주문을 의뢰한 것을 두고 이날 일각에서는 “민간사찰용 아니었나”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해킹 프로그램을 20개만 구입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사들였던 2012년 현직에 있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64·수감 중)은 14일 오후 측근과 만난 자리에서 “(해킹 프로그램 구입은) 나는 잘 모르는 일이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원 전 원장은 측근에게 “국정원이 법원에서 받은 감청영장을 집행하러 통신사에 가도 ‘감청 장비가 없어서 불가능하다’며 거절당하던 때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같은 날 이 원장이 해킹 프로그램 구입을 시인한 것과 다른 주장이다.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은 16일 오후 2시 선고된다.조건희 becom@donga.com·곽도영·조동주 기자}
대법원은 9월 16일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60·사법연수원 10기) 후임으로 천거된 법조인 27명의 명단을 14일 공개했다. 이번부터는 대법관 후보자로 천거돼도 명단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후보군 27명은 현직 법관이 22명, 변호사가 5명이다. 여성은 민유숙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유일하다. 대법원은 15∼24일 전 국민을 상대로 이들 27명에 대한 의견을 비공개 서면으로 접수해 추천 심사 과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다음은 대법관 후보로 천거된 27명 명단. ◇현직 법관 △조용구 사법연수원장(59·사법연수원 11기) △강영호 특허법원장(58·12기) △박홍우 대전고법원장(63·12기) △심상철 서울고법원장(58·12기) △강형주 법원행정처차장(56·13기) △이대경 서울고법 부장판사(57·13기) △강민구 부산지법원장(57·14기) △김동오 인천지법원장(58·14기) △김주현 광주지법원장(54·14기) △김창보 제주지법원장(56·14기) △박형남 전주지법원장(55·14기) △성기문 춘천지법원장(62·14기) △성낙송 수원지법원장(57·14기) △이기택 서울서부지법원장(56·14기) △조인호 대전지법원장(57·14기) △조해현 대구지법원장(55·14기) △김명수 서울고법 부장판사(55·15기) △문용선 서울북부지법원장(54·15기) △이강원 창원지법원장(55·15기) △이종석 서울고법 부장판사(54·15기) △이태종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55·15기) △민유숙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50·18기) ◇변호사 △장경찬(61·13기) △황정근(54·15기) △강재현(55·16기) △김선수(54·17기) △이석연(61·17기)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횡령·배임·탈세 혐의 등으로 구속 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대법원에 구속집행정지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이 회장 사건이 지난해 9월 대법원으로 넘어온 이후 3번째 구속집행정지 기간 연장 요청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 회장 측 변호사에게 구속집행정지 기간 연장 신청을 접수받아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이 회장 측은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21일 오후 6시 만료되지만 건강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연장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여전히 나쁜 만큼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이 회장은 신장이식수술 후유증인 조직 거부 반응이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사를 언급하면서 이 회장이 상고를 취하하고 2심 결과(징역 3년, 벌금 252억 원)를 받아들이면 형이 확정돼 이번 특사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회장 사건은 이 회장 뿐 아니라 검찰도 상고를 했기 때문에 이 회장이 상고를 취하하더라도 검찰이 취하하지 않으면 형이 확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CJ 관계자는 “상고 취하에 대해선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한 사면 검토를 지시하면서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곧바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과거 두 차례 특별사면을 둘러싸고 특혜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사면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분위기다. 특별사면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사면법에 따라 9명으로 구성된 법무부 산하 사면심사위원회가 대상자를 선정해 심사·의결하고, 이를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상신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대통령이 최종 명단을 재가하면 국무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시행된다. 하지만 사실상 대통령 의중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면심사위가 올리는 명단은 추천에 불과해 대통령이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된다. 유력 인사의 경우 대통령의 뜻이 법무부에 전달되면 이에 맞춰 심사를 진행하는 식으로 선정된다. 음주운전자나 생계형 범죄자는 청와대와 법무부가 범죄 종류나 형량 등 일정한 기준을 정하면 전국 일선 검찰청이 대상자를 선정해 사면심사위에 명단을 올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사면심사위원장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다. 당연직 위원은 김주현 법무부 차관,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이금로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다. 외부위원은 이충상 김수진 변호사, 유광석 백석대 초빙교수, 배병일 영남대 교수, 박창일 건양대 의료원장이 맡고 있다. 외부위원 임기는 2년이며 한 번 연임할 수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국세청이 2009년 이후 징수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 일부가 재산세와 겹쳐 이중과세에 해당하므로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 2심마다 각기 다른 판단을 내려 혼란을 겪었던 종부세와 재산세 이중과세 논란이 일단락되면서 종부세 일부를 환급해 달라는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KT와 우리은행, 한국전력 등 25개 기업이 각 관할 세무서를 상대로 낸 종부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이 기업들은 일부 동일한 부동산에 대해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부세를 동시에 부과하는 국세청 과세 방식으로 2009년분 종부세가 180억여 원 더 부과됐다며 이를 돌려 달라는 소송을 2010년 냈다. 2005년 생긴 종부세는 일정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이나 법인에 재산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라 이중과세를 방지해왔다. 예를 들어 공시가 10억 원(1가구 1주택 기준)의 주택을 갖고 있으면 종부세 주택 과세기준인 9억 원을 초과하는 1억 원에 대해 종부세를 매기고, 1억 원에 상응하는 주민세 과세표준을 공제해주는 식이다. 문제는 국세청이 2009년부터 납세 부담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세금별로 과세표준을 일정 수준 범위에서 법으로 변동을 주는 공정시장가액비율제도(현행 종부세 80%, 재산세 70%)를 도입해 종부세 산정 방식을 바꾸면서 불거졌다. 바뀐 제도대로라면 위 사례에는 1억 원의 80%에 해당하는 8000만 원을 종부세 과세표준으로 삼아 종부세를 산정하고, 주민세 공제액에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해 기존보다 80%로 줄게 된다. 이전에는 1억 원에 해당하는 주민세를 내면 같은 금액을 돌려받았지만 이젠 8000만 원에 대한 주민세만 돌려받아 이중과세라는 게 소송을 낸 기업의 논리였다. 1심은 기업 주장을 인정해 차액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지만 2심 판결은 달랐다. 위 사례대로면 바뀐 제도는 종부세 부과대상인 1억 원 중 8000만 원에 대한 종부세만 내고 나머지 2000만 원에는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았으니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반면 대법원은 주민세 공제액을 산정할 때 주민세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70%)을 이미 반영했는데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80%)을 재차 곱하는 현행 과세방식은 과세기준 초과금액에 부과된 재산세 일부를 공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종부세의 70%를 내는 기업들의 환급 소송이 빗발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세청이 2009년 이후 거둔 종부세 중 이중과세 대상 금액이 수천억 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나온다. 국세청이 종부세를 부과 고지한 납세자는 고지서를 받은 지 90일 안에, 자진신고자는 납부한 지 3년 안에 이의를 제기해야 환급받을 권리가 생긴다. 조동주 djc@donga.com·이상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제67주년 제헌절을 맞아 ‘제헌절 바로알기’ 행사를 연다. 헌재는 14일부터 제헌절인 17일까지 청사 1층에 경국대전과 홍범 14조, 대한민국 임시헌장 등 과거 역사기록물을 통해 헌법의 역사를 배우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1988년 헌재 개소 이후 27년 동안의 역사를 담은 사진과 헌재 주요 결정 10선도 함께 전시한다. 헌법재판이 이뤄지는 대심판정에서 법복을 직접 입어보는 기회도 주어진다. 제헌절에는 대강당에서 신병주 건국대 교수가 ‘경국대전의 이모저모’를 주제로 기념 강연을 할 예정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10일 오후 대구 동구 자택에서 만난 박정숙 씨(51)의 눈빛은 초점 없이 흔들렸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의 얼굴에선 아들의 한을 풀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묻어났다. 박 씨는 1999년 황산테러로 숨진 김태완 군(당시 6세)의 어머니다. 박 씨는 16년간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지난해 7월에는 공소시효 만료를 막기 위해 직접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재정신청은 검사가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데 불복해 법원에 직접 사건을 재판에 넘겨 달라고 신청하는 제도다. 그러나 1년의 시간이 지난 끝에 대법원은 재정신청 기각을 최종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황산테러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게 된 것이다. 박 씨는 “법은 피해자가 수긍을 하도록 돕는 최소한의 장치가 아니냐”며 “보상을 해달라는 것도 아닌데 과거에 묻혀 고통 속에 사는 피해자에게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울먹였다. 이어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법(일명 태완이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뭐가 급해서 기각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태완이법은 올해 2월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박 씨는 “16년 동안 칼날 위에 사는 듯한 아픔 속에서 유족이 이렇게 호소한 것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며 “단지 진실을 알고 싶다는 것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팽개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이 사형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고 하는데 피의자 인권만 보호하고 피해자의 깊은 상처를 외면하는 나라가 정말 원망스럽다”며 “헌법소원 등 혹시 남은 방법이 있다면 다 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 군은 1999년 5월 20일 오전 11시경 동구 효목동의 집 근처에서 누군가가 뿌린 황산을 얼굴에 뒤집어썼다.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49일간 투병하다 숨졌다. 경찰은 2005년 용의자를 찾지 못한 채 수사본부를 해체했다. 2013년 말 대구 동부경찰서는 유족의 청원에 따라 7개월간 재수사를 벌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 군의 부모는 지난해 7월 4일 대구지검에 자신들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던 이웃 주민 A 씨를 고소했다.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부모는 대구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김 군의 진술만으로 A 씨를 범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수사 결과를 번복할 만한 추가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이에 김 군의 부모는 대법원에 재항고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일을 남기고 정지됐던 공소시효는 이번 결정으로 다시 효력을 회복하면서 결국 만료됐다.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조동주 기자}
‘헬조선(hell+朝鮮).’ 2030세대가 대한민국을 부르는 말입니다. 지옥 같은 조선이란 뜻이죠. 동의어로는 ‘지옥불반도’가 있습니다. 지옥불이 치솟는 반도(半島)라는 의미지요. 그만큼 대한민국은 요즘 젊은이가 살아가기에 점점 척박한 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10대 때 명문대에 가려는 입시전쟁, 20대 때 대기업에 가려는 취업전쟁, 30대 때 혼처를 찾으려는 결혼경쟁에서 치열하게 몸부림쳐 살아남아도 좀처럼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돌아가신 고인(故人)’ ‘아름다운 미녀(美女)’처럼 어법에 맞지 않는다는 자조까지 나옵니다. 이미 조선이 지옥인데 앞에 같은 의미인 헬을 붙였다는 거죠.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한국 사회의 처량한 현실과 부조리를 풍자하는 글을 모아두는 ‘헬조선’이라는 사이트가 인기입니다. 예를 들면 ‘헬조선 직장 입문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불평하지 마라” “억울할수록 입을 봉하라” “반말하는 상사에겐 더욱 공손하게 답하라”는 식으로 직장인의 ‘미덕’을 적어놓은 책을 보여주며 “훌륭한 노예가 되거라!”라고 풍자하는 식입니다. ‘탈조선(조선 탈출)’ 카테고리를 누르면 “탈조선은 불가능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개가 칼을 물고 달려오며 “주인님 어서 자살을!”이라고 외치는 그림이 뜹니다. 헬조선 이용자들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날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자책합니다. 사는 게 힘들다는 젊은이의 절규에 “철없는 소리다. 모두 너희들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일갈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풍자지요. 금수저는 태어난 가정의 유복함을 드러내는 최고 수준으로, 그 뒤를 이어 은수저-동수저-흙수저가 있습니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젊은이는 사회가 주입시키는 대로 죽어라 노력해도 혼자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있다는 걸 깨달아 갑니다. 개인의 좌절이 사회구조적 한계 때문이라고 느끼는 젊은이가 많아질수록 그 사회는 미래를 잃어 갑니다. 한국 사회는 현실이 괴롭더라도 참고 견디며 일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는 이데올로기를 주입합니다. 하지만 헬조선에서는 “개처럼 일하면 진짜 개 취급 받는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일하면 결국 남 좋은 일만 하게 된다”는 격언이 공감을 얻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보상을 받기도 하지만 게으름을 피우면 당장 확실한 보상을 받는다” “고통이 없으면 성취도 없다. 다만 고통이 있다고 성취가 있는 건 아니다”라는 격언도 인기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참고 일하는 돌쇠 같은 희생과 근성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이죠. 소설가 장강명의 신작 ‘한국이 싫어서’도 젊은이의 헬조선 인식과 궤를 함께합니다. 이 소설은 평범한 20대 여성이 한국에 염증을 느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떠나는 과정을 그리는데, SNS에서는 “헬조선의 현실을 정확히 담았다”며 젊은이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주로 한국 여자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그리고 있는데, 한국 남자로 사는 것도 만만치 않게 괴롭습니다. 한국 남자는 월급 통장에 찍히는 숫자로 삶의 가치를 평가받는 게 현실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강요당합니다. 직장 생활이 버거워 그만두려 하면 ‘남자가 돈도 못 번다’며 무능하다는 낙인이 찍힙니다. 그런 남녀가 만나 결혼하니 행복한 가정생활은 쉽지 않습니다. 요즘 신혼부부들은 대부분 살기 위해 맞벌이를 합니다. 평일 저녁밥은 각자 밖에서 먹고 들어오고 집에선 잠만 자기 일쑤입니다. 집안일은 엄두가 안 나 일주일에 한 번씩 4만∼5만 원을 주고 부르는 조선족 아줌마에게 빨래와 청소만 맡기기도 합니다. 자녀 계획을 물으면 하나같이 손사래 칩니다. 아이가 생기면 하루씩 버티는 지금의 삶이 더 척박해질 거라는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를 보면 자신의 분신이라는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는데 직접 낳아 보지 않으면 모를 일입니다. ‘언젠간 낳아야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할 뿐 실천에 옮길 엄두가 안 나는 게 현실입니다. 애국가 4절에는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 하세’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나라보다는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게 당연합니다. 이전에는 미우나 고우나 한국 땅에 살아야 했지만 이젠 언제든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날 수 있습니다. 국민을 국가에 잡아두는 게 국가경쟁력인 시대입니다. 국민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헬조선을 외치는 젊은이에게 “너도 한국인이다”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고 훈계하기엔 세계가 너무 넓습니다.조동주 사회부 기자 djc@donga.com}
“살상에 반대하는 진지한 양심을 실현할 자유를 보장해야죠.”(양심적 병역거부자 측) “병역 의무는 국민 전체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죠.”(국방부 측) 종교나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도 처벌하도록 규정한 병역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두고 헌법재판소가 9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공개변론을 열었다. 병역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이와 더불어 대체복무제 도입 여부를 놓고도 치열한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헌재는 2004, 2011년 각각 7 대 2로 병역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후에도 병역을 거부해 투옥되는 남성이 매해 600여 명씩 생기고 있다. 헌법소원을 낸 병역 거부자 홍모 씨 등 3명 측 대리인들은 대체복무 기회를 주지 않고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건 행복추구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무력 충돌 상황에서도 타인의 생명을 빼앗지 않겠다는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인 만큼 병역을 대신 이행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청구인 측 법률대리인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된 전 세계 젊은이 중 90% 이상이 한국 감옥에 있다”며 “대만은 대체복무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인권 수준을 높였다는 국제사회 평가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방부 측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보다 병역 의무가 우선한다고 반박했다.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하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국방부 측 법률대리인 서규영 변호사는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에서 병역 정의를 실현하려면 의무 부과가 평등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인간 내면의 신념을 객관적 기준으로 가려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병역기피 행위는 강하게 제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역 거부자들은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병역을 면제받는 최소한의 형인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는 게 일반적이다. 병역 거부자들은 병무청이 지난달 30일 고교 중퇴자 이하의 학력자를 현역에서 보충역으로 전환한 정책을 대체복무제 도입 가능 근거로 들었다. 입영 대기자가 군 필요인력보다 많은 상황에서 매년 600여명 수준인 병역거부자의 입대를 강제할 사회적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방부 측은 젊은 인구가 빠르게 줄어 2022~2023년이면 군입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고 그 이후엔 병역자원이 부족하게 된다며 먼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전쟁시 병력으로서 전혀 쓸모가 없다”며 “대체복무기간을 현역보다 길게 하는 등 불리하게 만들면 병역기피자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방부 측 참고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체복무제가 병역 기피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대체복무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입법부인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