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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를 추적하는 데 미국 무인항공기 드론(사진)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일 수르트에서 미국의 ‘프레데터’ 드론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에 호송차량 80여 대가 빠져나가려 한다는 경고를 보냈다. 즉시 프랑스 미라주 제트기가 출동해 호송차량 두 대에 위협사격을 해 카다피가 탈출에 실패했다.미국은 최근 2개월 동안 안와르 아울라끼, 아티야 라흐만 등 알카에다 거물 2명을 드론 공격으로 사살한 데 이어 이번 카다피 추적에도 드론을 적극 활용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붓고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쟁의 결과가 불확실하자 드론과 최신 헬기를 이용해 기습 공격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미국은 올 4월 ‘프레데터’ 드론을 리비아에 투입했다.드론은 다른 비행기보다 훨씬 낮은 고도를 비행할 수 있어 지상의 숨겨진 공격 목표물을 색출하는 데 강점이 있다. ‘프레데터’는 정찰과 폭격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두 발의 레이저 유도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하고 시속 84마일(135km)로 순항하며 최장 770마일(1239km)까지 비행할 수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백악관이라고 하는 색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나의 인생 목표는 다른 엄마들과 똑같아요. 아이들을 잘못 키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두 딸 사샤(13)와 말리아(10) 교육에 대해 “‘공주처럼 키우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각자 세탁기 빨래와 청소는 알아서 해야 한다”고 17일 말했다. 미셸 여사는 이날 아동 비만 방지 ‘레츠무브’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 온라인매체들과 가진 회견에서 “엄마로서 나의 목표는 아이들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잘 키워내는 일”이라며 백악관 생활에 대해 소상하게 밝혔다. 그는 “딸들이 하루 최대 2시간만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엄격하게 감시한다”며 “공부 때문이기도 하지만 컴퓨터 앞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 살이 찌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가족은 저녁식사 때는 TV를 보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규칙이 있는데 남편이 이 규칙을 가장 많이 어긴다”고 털어놨다. 운동광으로 알려진 미셸 여사는 “오전 5시에 일어나 e메일을 체크하고 딸들을 학교에 보낸 뒤 바로 백악관 내에 있는 헬스클럽으로 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운동은 처음에 도전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시작 후 6주 동안은 저울에 오르지 말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운동비법을 소개했다. 미셸 여사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뚱뚱해지면 옷이 맞지 않아 새 옷 사달라고 남편에게 조르기도 미안하고 신문에 내 사진이 뚱뚱하게 나오는 것이 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칼로리 군것질거리가 옆에 있으면 먹게 되기 때문에 아예 백악관 주방에서 추방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선글라스와 야구모자를 쓰고 ‘타깃’(미국 내 대중적인 잡화매장)에 장을 보러 갔던 것에 대해 “자주 위장을 하고 쇼핑을 다닌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 강아지까지 데리고 애완동물 상점에 갔는데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고 나중에 계산대 점원이 내 신용카드 이름을 보더니 깜짝 놀라더라”고 소개했다. 미셸 여사는 “두 딸에게 평범한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일부의 비난 속에서도 휴가를 꼭 챙겨서 간다”고 밝혔다. 그는 “늘 주목받는 백악관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개인비서까지 둔 엄마가 얼마나 되겠냐”며 “나는 정말 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행운을 가지지 못한 여성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교체될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은 “보즈워스 대표가 바뀌는 쪽으로 분위기가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후임에는 글린 데이비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대사(사진)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스 대사는 IAEA 대사를 맡으면서 핵문제를 비롯해 북한 문제에 관여해 왔으며 이전에 국무부 수석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내 동북아 문제에도 밝은 직업외교관 출신이다. 주한 미대사 출신인 보즈워스 대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을 총괄해 왔고, 2009년 12월 방북한 바 있으며 올 7월 뉴욕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대화에도 대표로 참석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교체 발표가 되더라도 다음 주 중 열릴 제네바 2차 북-미대화에는 미국 측 대표로서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뉴욕의 월가 시위대는 18일 현재까지 일반 시민들로부터 43만5000달러(4억9300만 원 상당)의 기부금을 모았으며 식비 등으로 하루 평균 1500달러(약 170만 원)가량 지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계의 탐욕을 성토해온 월가 시위대는 기부금이 쌓이면서 자신들도 금융관리 필요성을 절감하고 재무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고 AP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지난달 17일 시위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모인 기부금 43만5000달러 중 35만 달러(약 3억9700만 원)는 온라인 기부금이며 나머지 8만5000달러(약 9600만 원)는 공원 앞에 마련된 기부상자와 우편을 통해 모였다. 시위대는 매일 액셀 프로그램으로 기부금 총액을 계산해 아말가메이티드 은행 브로드웨이지점에 전액 예치한다. 이 은행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노조가 100% 소유하고 있다. 시위대 앞으로 돈뿐만 아니라 지원물품도 쌓이고 있다. 지원품은 음식에서부터 최루가스 대비용 고글 안경까지 다양하다. 지원품은 택배회사 UPS 월가 지점이 하루 수백 개씩 박스로 배달해 주며 시위대는 인근에 사무실을 얻어 지원품을 보관하고 있다. 기부금 관리는 15명으로 구성된 재무운영그룹이 담당한다. 이들에게는 음식, 생필품 구입 등에 쓸 수 있도록 하루 100달러씩의 운영자금이 배분된다. 컴퓨터와 카메라 구입, 인터넷 비디오 송출 등에 2만 달러의 목돈이 들었다. 목돈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총회를 열어 지출 찬반 토론을 벌인 후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내리는 방식으로 다수결로 투표한다. 거금이 모인 만큼 이 돈의 활용방식을 놓고 시위대 내부에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논의의 초점은 겨울나기 비용을 마련하는 것. 겨울용 옷과 장비를 마련해야 하고 주코티 공원에서 쫓겨날 것에 대비해 새로운 시위 거점도 물색하고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4일 미국 오하이오 주의 아미시 공동체에 사는 마이런 밀러 씨 가족은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문을 열자 가위를 든 5, 6명의 남성이 들이닥쳐 밀러 씨를 벽에 밀어붙이고 수염을 싹둑 잘라 버렸다.최근 미국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근교의 조용한 아미시 마을에서 ‘강제 수염 깎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아미시 공동체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자체 질서유지 전통이 시험대에 올랐다.클리블랜드 남동부 제퍼슨, 홈스, 트럼벌 카운티 지역에는 6만여 명의 아미시 주민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 가장 큰 아미시 공동체가 형성돼 있다. 최근 2개월 동안 이곳에서 4건의 수염 깎기 사건이 발생했다. 여러 명의 아미시 남성이 밤중에 가위를 가지고 침입해 집주인 남성의 수염을 깎고 여성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건이 발생한 것. 경찰은 침입자들이 한 아미시 이단 종파의 추종자들로 자신들을 이 지역에서 추방한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아미시 전통에 따르면 남성에게 수염은 남성성을, 여성에게 머리카락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결혼 후에는 자르지 않는다. 17일 AP통신에 따르면 아미시 공동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범죄 해결을 위해 외부 사법당국과 협조하는 문제를 두고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외부 문명을 거부하고 자족적인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아미시 공동체는 지금까지 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처벌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해왔다. 그러나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이번 사건의 피해자 중 일부는 ‘수염과 머리카락을 자른 것은 중대한 범죄’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5명의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아미시 주민의 상당수는 ‘신의 용서를 받으려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해야 한다’며 내부적인 조용한 해결책을 원하고 있다.최근 수년 동안 외부 세계와의 접촉 빈도가 많아지면서 아미시 공동체에서는 대형 범죄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오하이오 아미시 공동체에서는 주민들이 수백만 달러의 투자금을 사기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미시시피 아미시 공동체에서는 한 아미시 남성이 주민들의 신고로 성추행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펜실베이니아 메시아칼리지의 데이비드 위버저셔 종교학과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미시 공동체의 교회 지도자들이 내부 해결책을 모색해왔는데 이들의 권위가 하락하면서 경찰의 개입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아미시 공동체 ::17세기 말 스위스에서 시작된 침례교 종파로 이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전기, 전화, 자동차 등 현대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고 교회를 중심으로 가족 단위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남성은 턱수염을 기르며 여성은 땋아 올린 머리에 두건을 쓰고 앞치마를 두른다. 미국 내 아미시는 20만 명가량이다.}

《“지금 우리는 이거 못합니다.” 2009년 3월 주미대사로 갓 부임한 한덕수 대사가 미 의회를 찾았을 때였다. 찰스 랭걸 하원 세입위원장은 한 대사와 화기애애한 대화 도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바뀌었다. 하원 세입위원장은 FTA 주무 소위원장이다. “정권이 바뀌었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만족할 수준이 안 되면 우리 민주당 정부는 한미 FTA 못한다”는 그의 말에 한 대사는 높은 절벽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더구나 랭걸은 6·25전쟁 참전용사로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다. 그런 랭걸마저 이 정도면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 분위기는…. 그로부터 2년 6개월여가 지난 12일 한미 FTA는 압도적 지지 속에 미 의회의 비준을 받았다. 미 의회 역사상 의회에 넘어와서 통과되기까지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린 FTA로 기록됐다. 워싱턴 의사당의 상전벽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FTA 통과 외교전을 진두지휘한 한 대사를 16일 단독 인터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방문 수행을 마치고 시카고에서 워싱턴으로 막 돌아온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지만 표정은 한층 홀가분해 보였다.》―2009년 3월 주미대사로 부임했을 때 상황은 어땠나요. “의회를 다녀보니까 절망적이었습니다. 아무리 홍보하고 아웃리치(outreach·외연 확대)를 해도 미국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미 행정부에서도 건강보험 개혁과 금융 개혁, 기후변화 협약 등 굵직굵직한 국내 현안 때문에 한미 FTA는 쳐다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부정적인 기류가 바뀐 전환점은 언제인가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2009년 11월 이 대통령은 한미 FTA 문제를 통치권 차원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대통령이 ‘꼭 해야 한다’고 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내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솔직히 말해 내년 연말까지 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노력한다는 것이지 의회에서 통과되도록 약속한 것은 아니었어요. FTA 내용을 수정해야 하고 수정된 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는 정치 환경인가도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당시엔 이 두 가지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요. 2010년 6월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같은 해 11월까지 모든 절차를 끝내자고 합의하고 그로부터 3주 뒤에 추가 협상을 타결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미 FTA를 반대했는데요. “초기엔 그랬습니다만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면서 필요성을 절감한 듯합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 ‘담대한 희망’을 보면 FTA를 반대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노동, 환경, 의료 등에서 사회안전망을 갖춘 후 FTA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죠. 한미 FTA는 미국으로서도 1994년 비준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가장 큰 무역협정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큰 정치적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추가협상에서 한국이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비판합니다. “추가협상에서 자동차는 미국의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그 부분이 타결 안 되면 전체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한미 FTA가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 볼 때 자동차는 일부 양보가 불가피했습니다. 또 미국 내 한국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2005년 4%에서 지난해 9∼10%로 두 배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한국 차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탄탄한 만큼 추가협상에서 다소 양보를 해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봤습니다.” ―미 의회 인준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셨는데요. “미 의회는 절차를 중요시합니다. 일단 절차에 합의하면 깨는 법이 없습니다. 깨질 만한 절차는 만들지도 않고요. 의원들은 절차에 따라 토론하고 투표를 통해 의사를 표명하며 결과에는 깨끗이 승복합니다. 미국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강한 나라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제 한국 국회의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관심사입니다. “궁극적으로 (비준안 통과로) 가게 될 것입니다. FTA는 한미동맹에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5년 후 지금을 돌아봤을 때 ‘정말 FTA는 잘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한 대사는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때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미 FTA가 발효되고 나서 몇 년이 지난 후에 두 나라 경제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는지를 연구해서 국민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FTA가 통과되는데 도움을 준 의원을 꼽을 수 있을까요.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그동안 찬성한다고 얘기한 적은 없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위해 절차를 빨리 밟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존 베이너 하원의장, 데이브 캠프 하원 세입위원장, 샌디 레빈 하원 세입위 간사,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이 모두 도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역조정지원제도(TAA)가 엉키면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초당적 합의에 따라 나중에 일사천리로 진행됐지요.” ―재미동포들의 풀뿌리 운동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250만 재미동포의 노력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의사, 변호사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언어 소통도 잘되는 동포들이 나서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인 동포들이 만든 풀뿌리 운동이라는 프레임워크가 앞으로도 활용될 곳이 많을 것입니다.” ―한미동맹에서 FTA 비준이 가지는 중요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한미관계는 좋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자기만족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관계는 개인관계와 비슷합니다. ‘우리는 친한 사인데 왜 이런 일도 안 해 주느냐’고 서로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하면 동맹관계는 금방 금이 가게 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꾸준히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어떻게 이뤄진 건가요. “1월부터 국빈방문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국빈방문이 성사될 줄은 나도 잘 몰랐습니다. 백악관 실무진에서 ‘어느 정도를 원하느냐’고 해서 ‘만찬은 풀 만찬으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고위급 방문(high profile visit)으로 하자고 얘기가 오갔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 국빈방문으로 하자고 직접 결정했습니다.” ―시 경계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한국식당 우래옥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백악관이 나서서 친교모임을 갖자고 했고, 이 대통령은 미국 측에 맡기라고 했습니다. 저녁식사 장소 통보는 3시간 전에 왔습니다. 우리가 장소추천도 하지 않았는데, 백악관이 그만큼 우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거지요.” ―두 대통령이 인간적으로도 매우 친한 것 같은데요. “옆에서 지켜보니까 두 사람 모두 솔직하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곧게 자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어릴 적 밥보다 물을 많이 먹었다고 얘기했습니다. 아버지가 없는 순탄치 못한 환경에서 자란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양국 대통령이 디트로이트 GM 공장을 방문한 것도 아주 이례적입니다. “앞으로 FTA가 잘 진전되려면 미국 자동차 업계의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번 국빈방문 준비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디트로이트에 같이 가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왔고, GM오리온 공장을 선택했습니다. 근로자가 1800명인 이 회사는 3년 전 회사 문을 닫을 처지였지만 한국GM이 미국GM에 투자해 살렸습니다. 한국 생산기술이 미국 자동차회사를 살린 사례인 거죠. 오바마 대통령은 디트로이트에 도착한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전용헬기인 ‘머린 원’을 타고 GM오리온 공장에 오도록 배려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머린 원을 타고 내리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 대통령은 당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야구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를 본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화이트삭스 팬이라 그 모자를 쓸 수는 없다. 그래도 그 생각(지역 야구팀 모자를 쓸 생각)은 못했다. 당신이야말로 탁월한 정치지도자”라고 탄복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 방미 기간에 성 김 주한 미 대사 지명자의 인준안도 통과됐습니다. “국빈만찬 때 존 케리 상원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지금 막 인준됐다. 대통령을 위한 선물’이라고 말하더군요.” 한 대사는 외국 인사들을 만날 때 부인이 직접 디자인한 넥타이를 선물하곤 한다. “미 의원들이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선물로 여겨 좋아하더군요. 아내가 디자인했다고 하면 더 좋아합니다. 톰 리드 의원(공화·뉴욕)은 의회에서 FTA를 비준하는 날 나를 보더니 ‘당신이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왔다’고 자랑하더군요.”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토끼는 풀밭이면 되지만 사자는 광야 필요” ▼ 美의원 245명 488차례 만난 한대사“토끼는 한 평 풀밭이 필요하지만 사자는 넓은 광야가 필요합니다.” 한덕수 주미 대사가 한미 FTA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한국이 경제 영토를 넓히려면 풀밭을 넘어 광야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한미 FTA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 재정경제부 장관 때부터다.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한 대사의 인생은 통상, 무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그가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대사로 발탁된 것도 한미 FTA를 매듭지을 적임자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난 후 대통령직속 한미FTA체결위원회 위원장 겸 대통령 한미 FTA특보를 지냈다. 이어 총리로 임명된 후 FTA가 타결됐고 2007년 6월 말 직접 사인을 했다. 한 대사는 2009년 3월 부임 후 미 의회에 살다시피 했다. 그동안 만난 하원의원은 245명, 횟수로 따지면 488번이다. 부임 초기 워낙 많은 의원을 찾아다니니까 의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기네스북감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의회가 문을 닫는 휴회기간에는 31개 주 57개 도시를 돌면서 지역구에서 의원들을 직접 만났다. 이코노미석밖에 없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외진 도시까지 구석구석 누비고 다녔다. “도시를 찾을 때마다 업계 인사 200∼300명을 대상으로 FTA 비준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언론사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했습니다. 노조가 강한 디트로이트 같은 도시에 가면 반응이 싸늘했죠. 그래도 부딪혔습니다.” 그 같은 성실성은 워싱턴 외교가와 의회에서도 유명하다.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의 조그만 방에서 윌리엄 데일리 비서실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한 대사를 발견하고 다가와 “당신이 이번에 (한미 FTA를) 통과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잘 알고 있다”며 격려하는 모습도 목격됐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애플의 공동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스탠퍼드대 내 교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고인의 지인과 명사들이 참석한 추도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도 참석했다.추도식은 오후 6시 반부터 2시간 반 동안 스탠퍼드대 본관 뒤쪽에 있는 대학교회인 ‘메모리얼 교회’에서 진행됐으며 리셉션은 교회 옆 박물관에서 열렸다. 교회에서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는 촛불이 밝혀졌다.추도식은 경찰과 애플 직원들이 대거 동원돼 철통보안 속에 이뤄졌다. 스탠퍼드대는 이날 오후로 접어들면서 대학 본관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에서 차량을 통제했으며 오후 4시 이후에는 본관을 중심으로 반경 60∼70m의 구역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수십 명의 애플 직원은 대학 중심도로에서 두 번씩 차량 검색을 실시하며 초청장을 일일이 대조하면서 신원을 확인했다. 초청자들이 본관 앞에 도착한 후에는 차에서 내려서부터 교회까지 다시 3차례에 걸쳐 신원 확인을 거치는 등 외부인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했다.참석자들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오후 5시경부터 도착하기 시작했으며 부인인 로런 파월 등 유족들은 오후 6시경 추도식장에 도착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참석자 중에는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이 포함됐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도 모습을 보였으며 라마교 승려 복장을 한 사람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재용 사장은 수행원 없이 혼자 차에서 내린 뒤 애플 직원의 안내를 받아 곧바로 추도식장으로 들어갔다. 추도식 이후 이 사장과 팀 쿡 애플 CEO와의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그동안 극단으로 치닫던 양사 간 특허전쟁에 해법이 제시될지 주목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스탠퍼드대는 잡스가 2005년 졸업식 축사에서 명연설을 남긴 곳이며 당시 학생이던 부인 파월과 처음 만난 곳이어서 잡스와 인연이 깊은 대학이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14일은 미국 시애틀의 슈퍼영웅(?) ‘피닉스 존스’(사진)에게 굴욕의 날이었다. 검은색과 금색이 배합된 슈퍼맨 스타일의 고무 옷과 마스크를 걸치고 범죄현장에 바람과 같이 나타나 시민들을 구하고 사라지곤 했던 그가 법정에 출두한 것. 그는 전날 파티 현장에서 최루가스와 전기충격기를 사용해 싸움을 말리다 폭행죄로 체포됐다. 그는 시애틀 법정에서 “나는 벤저민 포더라는 이름의 평범한 시민”이라며 “이번 (체포)사건에도 불구하고 나와 내 이웃의 안전을 위해 계속 순찰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시애틀타임스에 따르면 올 1월부터 밤중에 슈퍼맨 차림으로 시애틀 시내 순찰을 돌며 도둑을 잡고 싸움을 말리는 활동을 펼쳐왔던 그는 경찰에 범인을 넘기며 ‘나는 피닉스 존스’라고 이름을 남기고 사라졌다. 시애틀의 명물이 된 그는 홍보 담당자를 통해 자신을 ‘레인시티 슈퍼영웅 운동(RCSM)’ 단체 소속이라며 “범죄 방관자가 되지 말도록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범죄 진압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고 법 집행 권한도 없는 그가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그를 체포한 경찰은 “최루가스 스프레이와 전기충격기 사용을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에는 포더처럼 슈퍼영웅 방식의 자경(自警) 활동을 펼치는 사람이 300∼4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를 처리하는 경찰의 늑장 대응과 슈퍼맨 만화 같은 대중문화가 결합해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명박 대통령 부부를 위해 백악관에서 베푼 국빈 만찬의 콘셉트는 ‘한국식 터치의 추수(秋收) 만찬(Fall Harvest Dinner with Korean Twist)’이었다. 전날 저녁 한국식당 방문, 퍼스트레이디 만찬 드레스로 한인 디자이너의 옷 선정에 이어 한국의 맛을 섞은 양식 만찬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코리아’를 배려해 준비한 것이다. 백악관은 13일 블로그(www.whitehouse.gov/blog)를 통해 만찬의 콘셉트와 메뉴를 공개했다. 블로그에는 백악관의 크리스테타 커머퍼드 수석조리장과 빌 요세스 수석디저트조리장이 직접 나와 식단에 오르는 요리의 재료와 레시피(요리법)를 소개하고 조리 시범을 보이는 동영상까지 포함됐다. 만찬 직전 백악관이 세계 각국 기자들에게 공개한 이스트윙 만찬장의 내부 데커레이션도 과일과 꽃들로 장식된 테이블에서 가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만찬의 콘셉트는 미셸 오바마 여사가 직접 정했다. 요리 재료에는 미셸 여사가 백악관 남쪽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다양한 무공해 채소가 포함됐다. 미셸 여사는 지난주 워싱턴 근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채소를 수확하면서 “다음 주 이명박 대통령 부부 만찬을 위한 재료들”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만찬은 3단계 코스로 구성됐으며 한국에 대한 배려로 한식에 자주 사용되는 재료와 양념이 듬뿍 들어갔다. 첫째 코스는 ‘버터호두 호박 수프’로 백악관 텃밭에서 기른 호박과 한국식 부추를 넣고 끓인 수프에 백악관 벌통에서 짜낸 꿀을 가미했다. ‘초가을 수확 샐러드’로 이름 붙여진 둘째 코스는 백악관에서 기른 적색과 녹색 상추를 무쌈에 말아서 쌀강정, 참기름 드레싱과 함께 올렸다. 메인 코스에는 순무, 호박을 곁들인 텍사스산 와규(和牛·일본 소) 등심 스테이크가 올랐다. 디저트로는 한국과 미국산 배를 끼워 넣은 초콜릿 케이크가 등장했다. 커머퍼드 조리장은 “백악관에서 기른 신선한 재료에 한국식 맛을 가미해 만찬 참석자 230여 명의 입맛을 고루 만족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이 13일(현지 시간) 이명박 대통령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국빈 만찬에서 한인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선택했다. 만찬에서 미셸 여사는 한쪽 어깨 끈이 없는 대담한 스타일의 화려한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는데 이 드레스는 신진 디자이너 정두리 씨(작은 사진)의 작품이다. 미셸 여사는 백악관 입성 이후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많은 화제를 뿌려왔다. 김윤옥 여사는 단아한 분홍색 한복 차림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취임 후 이번까지 백악관에서 다섯 차례 국빈 만찬을 가졌는데 이 중 미셸 여사가 상대국에 대한 배려의 표시로 그 나라 출신 디자이너의 작품을 입은 것은 2009년 9월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만찬 이후 처음이다. 올 1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국빈만찬 때는 중국인들이 행복과 번영의 상징으로 여기는 붉은색의 드레스를 입기는 했지만 중국 디자이너의 작품은 아니었다. 정 씨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올봄 패션쇼에서 이 드레스를 발표한 후 미셸 여사 보좌관들에게서 마음에 든다는 연락을 받았다. 원래는 허벅지 윗부분까지 트여 있었는데 보좌관들로부터 영부인 드레스로는 적절치 않으니 옆트임을 조정해달라는 주문을 받아 옆트임을 많이 줄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미셸 여사가 한국 대통령 부부를 초청한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내 드레스를 입을 줄은 몰랐으며 백악관으로부터 사전에 별다른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이민 와 세탁소를 운영했던 부모님에게 빨리 이 소식을 전하고 싶다”며 기뻐했다. 네 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정 씨는 2006년 전미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선정하는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뉴스위크지 선정 차세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등 주목받는 한인 디자이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 의회가 처리한 FTA 법안 중에서 가장 빨리 통과된 기록을 세웠습니다. 대통령의 법안 의회 제출에서 비준 완료까지 단 6일 걸렸습니다. 정말 ‘슈퍼 패스트 트랙(Super Fast Track)’ 협정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FTA 전문가 중 한 명인 제프리 쇼트 피터슨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사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10월 중 한미 FTA 처리가 힘들 것으로 봤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에 비준 절차를 서두르도록 하는 촉매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추가협상에서 쟁점들이 해결되면서 협정의 본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다만 미국 내 정치적 논쟁 때문에 비준이 늦어지고 있었는데 공화 민주 양당이 초당적 지지를 보내면서 막판에 스퍼트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쇼트 연구원은 “특히 민주당 지도부가 오바마 행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한미 FTA에 노동문제를 연계시키며 반대해온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럽연합(EU)과 한국의 FTA 발효로 유럽 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을 지켜본 미국 수출기업들이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지역구 의원들을 설득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던 그는 “한국 국회의 비준안 처리 분위기가 미국보다 밝지 않다고 느꼈다”고 전제한 뒤 “이번 미국 의회 통과가 한국 국회의 처리 의지를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쇼트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한미 FTA가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하는 일자리 7만 개를 미국 내에서 만들어 내기는 힘들다”며 “그렇지만 경제회복과 고용창출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FTA가 발효되면 다양한 업종의 미국 기업들이 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중에서도 특히 추가협상에서 한국 측으로부터 큰 양보를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동안 한국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어떤 성과를 보일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통상전문가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관련 저서도 다수 저술한 쇼트 연구원은 미 국무부 산하 국제경제정책(IEP)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4월 국무부가 주최한 한미 FTA 포럼 등에 참석해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13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애넌데일 고등학교 강당에서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 퍼졌다. 한인 2세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의 연주였다. 이날 행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부인 김윤옥 여사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도 참석했다. 제니퍼 고의 연주에 이어 세계어린이합창단의 노래와 이 학교 재학생들의 무용 공연과 첼로 연주가 펼쳐졌다. 공연이 끝난 후 김 여사는 “학생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여사는 “90여 개국 출신 학생들이 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여러 민족이 섞여 조화롭게 살아가는 공존의 문화가 오늘의 미국을 만들었다는 것을 이 학교에 방문해 직접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인 학생들은 한국을 기억하면서도 미국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번 국빈방문 기간에 김 여사는 이 대통령과 함께 각종 행사에 참석하면서 이 대통령만큼이나 빡빡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날 행사는 김 여사가 이 대통령과 동행하지 않는 유일한 공식 행사로서 미셸 여사의 초청으로 이뤄졌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상품과 서비스, 투자, 지식재산 교류에서 장애물을 없애면서 미국과 한국의 고용 창출과 경제적인 기회를 확대시킬 수 있는 너무나도 중요한 협정”이라며 “한마디로 양국 모두에 이득을 줄 수 있는 윈(win) 협정”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한미 FTA는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며 “미 의회의 초당적 지지는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의지의 징표라는 점을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첫날인 이날 동아일보와 단독 서면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외국 정상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해당국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FTA는 물론이고 한미동맹 대북문제 교육문제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양국에 모두 이득이 되는 ‘윈’ 방식으로 합의사항을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한국정부와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로 인한 미국의 국방예산 감축이 주한미군 주둔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냐’라는 질문에 “미국의 예산 환경은 빡빡하지만 미국은 오랜 동맹국인 대한민국의 국방과 안보를 위해 계속해서 강력하게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2만8500명의 미군과 가족들의 복지를 제공하고 한미동맹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병력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북한에 제한된 형태의 식량지원이라도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식량을 다른 곳에 전용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모니터링 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심각한 우려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6자회담과 병행해 북-미 양자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자회담 프로세스에서 모든 참가국의 이해관계가 달린 이슈들이 다뤄질 수 있을 것이며, 양자 간의 관심사도 제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북한은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진지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한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은 남북관계 향상을 위한 남북한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력은 한반도 안정과 서울과 평양의 건설적 포용의 뼈대를 구축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혀 긴밀한 한미협력 체제를 강조했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서면인터뷰에서 ‘우리의 동맹(our alliance)’ ‘우리의 협력(our cooperation)’이라는 단어를 10여 차례 반복하며 한미 관계에 강한 신뢰감을 피력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며 “그는 나의 파트너이자 친구”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인터뷰 전문. 》 ■ 한미동맹―한미 동맹관계를 더욱 다지기 위해 양국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대통령 취임 후 나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양국 간 동맹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긴밀하게 노력해왔습니다. 양국 동맹은 공통의 가치와 국가적 이익, 한국전에서 함께 치렀던 희생의 유대감, 국민 간 결속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 같은 동맹 강화의 핵심은 양국 정부가 국가안보, 외교, 경제, 무역 등의 분야에서 긴밀한 조정과 협력을 이뤄왔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동맹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나는 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환영합니다. 우리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앞으로 더욱 굳건해질 양국 관계에 탄탄한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 의회 비준 통과는 두 나라 간 포괄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시킬 것입니다.”―양국 대통령이 이렇게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다고 보는지요. “이 대통령과 내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포함해 여러 가지 일을 함께 추진하면서 긴밀하고 긍정적 관계를 구축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G20 정상회의는 이 대통령의 개인적 리더십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이 대통령을 글로벌 파트너로 존중할 뿐만 아니라 친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나에게 가난한 환경을 딛고 기업가로, 그리고 마침내 정치지도자와 국가수반으로 성공한 자신의 개인적이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들려줬습니다. 그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성공과 마찬가지로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준 의지(determination)와 지략(resourcefulness)의 모델입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좋은 친구이며 나는 그의 지지와 우정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 한미FTA―한미 FTA의 미 의회 비준 절차가 12일 완료될 예정입니다. FTA가 양국 경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한미 FTA는 상품, 서비스, 투자, 지적재산의 교류에서 장애물을 해소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에서 고용 창출과 경제적 기회를 확대시켜 줄 수 있는 너무나도 중요한 협정입니다. 양국은 상대방의 시장에 더욱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이는 태평양의 양편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양국 모두에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윈(win)’ 협정입니다. 또 한미 FTA는 근로자 권익과 환경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21세기형 자유무역협정의 모델입니다. 협정은 우리 두 나라 간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양국 파트너십의 영구적인 경제적 기둥(pillar)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아직 FTA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한국 국회에 해줄 말씀이 있다면…. “외국 정상으로서 한국 국회에 충고를 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한국 국회는 한국의 국가적 이익을 바탕으로 자신의 결정을 할 것입니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가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얻어 왔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습니다. 또 이 같은 초당적 지지가 FTA 협정은 물론이고 양국 동맹에 대한 미국 의지의 징표(sign)라는 점을 한국 국회의원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랍니다.”―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은 한국에서 민감한 문제입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이 전면적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주장이 한국에서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양국에 모두 이득이 되는 ‘윈’ 방식으로 합의사항을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그동안 여러 차례 연설에서 많은 미국인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포드, 쉐보레 같은 미국 차들을 한국 도로에서 더 많이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미국 차들이 한국 시장을 파고드는 데 고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국이 한국전 이후 수십 년 동안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산업기반을 구축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 효과적인 방식 중 일부분은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근래 들어 긍정적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오래된 방식의 일부 요소가 아직 남아 있어 한국 시장에 적절한 가격에 수입차가 들어가려면 어렵고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고급차를 한국에 팔려고 한다면 문제가 덜 심각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현대차나 기아차와 경쟁하는 포드, 쉐보레 같은 미국의 대중적인 차 제조업체들에 그 같은 추가 비용은 문제가 돼 왔습니다. 한미 FTA는 이같이 잔존하는 장애물을 제거해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더 쉽게 한국에 들어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포드, 쉐보레 같은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의 장애물이 제거되면 한국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 한국 교육의 장점―한국 교육열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여 오셨는데요. 한국 교육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미국은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한국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한다고 보십니까. “미국인들은 자국의 고등교육 시스템에 대해 매우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세계적인 일류 대학들이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인재들이 건너와 공부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에겐 축복입니다. 동시에 한국인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많은 감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교사에게 보여주는 존경은 다른 나라들이 배울 만한 사례입니다. 올 초 내가 국정연설에서 말했듯이 한국에서는 교사가 ‘국가 건설자(national builder)’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미국도 어린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존경심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또 나는 국정연설에서 아이들의 교육은 가정과 커뮤니티에 책임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한국 교육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얻으시는지요. 또 많은 한국인은 귀하의 한국 교육 칭찬에도 불구하고 미국 교육의 질이 한국보다 낫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이 대통령은 나에게 교육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으며 한국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얼마나 열성적인지 자세히 얘기해줬습니다. 나는 한미 양국이 서로 상대방의 교육 시스템에서 귀중한 교훈들을 배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 한반도 안보―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미국은 남북관계를 향상시키기 위한 남북한 양측의 노력을 지지합니다. 한미동맹의 강화, 그리고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간의 긴밀한 협력은 한반도 안정, 그리고 서울과 평양 간에 ‘건설적 포용(constructive engagement)’이라는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의 잇단 도발과 한국의 무고한 인명 손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놀라운 자제력과 인내를 보여줬습니다.”―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조만간 속개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기 위한 선행조건은 무엇인지요. “미국은 북한에 대해 분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적 의무를 준수해 안전을 보장받고 국제사회의 존중을 받든지, 이 같은 책임을 계속 비웃으며 더 큰 고립에 직면하든지 선택해야 합니다. 미국은 그동안 6자회담을 통해 평화로운 방식으로 한반도의 입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수차례 약속을 깨온 전력이 있습니다. 북한은 6자회담에서 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금 미국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미국의 파트너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이루는 데 필요한 진지한 목표를 갖고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지 그 징후를 찾고 있습니다.”―6자회담과 병행해 북-미 간 양자 대화도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6자 회담 프로세스에서 모든 참가국의 이해관계가 달린 이슈들이 다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참가국이 양자 간의 관심사를 제기할 기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진지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현 시점에서 미국은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는지요. “자국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없는 북한 정권의 무능함은 잘못된 정책과 왜곡된 정책 순위 결정의 비극적 결과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식량지원 요청을 아직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올해 북한의 재앙적인 홍수와 관련해 긴급 지원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매우 제한된 형태의 식량 지원이라도 동의하기에 앞서 북한은 식량이 다른 곳에 전용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모니터링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해결해야 합니다. 미국이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제공할 식량이 목표한 대로 북한의 어린이, 노인, 취약계층에 전달돼야 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 주한미군―미국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큰 폭의 국방예산 삭감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주한미군 주둔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현재 미국의 예산 환경은 긴축적이며, 미국은 (국방예산 삭감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미국이 자국과 동맹국의 안전 보장을 위한 군사력 우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왔습니다. 더구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미국에 있어 전략적 우선순위를 가진 지역입니다. 그동안 내가 두 차례 한국 방문에서 언급했고 이번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에서도 재확인하겠지만 미국은 오랜 동맹국인 대한민국의 국방과 안보를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할 것입니다. 나는 우리 두 나라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동맹의 기반을 21세기를 향해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 유지와 한미 양 국민들로 하여금 더 강한 안보와 번영의 미래를 느끼게 하는데 매우 핵심적인 신속 대응력을 유지할 현명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여러 사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1] 美 국방예산 줄어도 주한미군 주둔체제 변화 없다 미국은 8월 민주 공화 양당이 합의한 재정적자 감축 계획에 따라 향후 10년간 3500억 달러의 국방비를 삭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의 상당 부분이 감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미국은 (국방예산 삭감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미국은 오랜 동맹국인 대한민국의 국방과 안보를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말로 주한미군 주둔 체제에 별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점을 확실히 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미국의 전략 요충지라는 점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한미동맹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병력에 계속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2] 감시 없는 대북식량지원 안돼 미국은 6월 북한에 현지 실사단을 파견해 식량사정을 평가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아주 제한된 형태의 식량지원이라 할지라도 북한이 먼저 식량이 다른 곳에 전용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모니터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분배 투명성 강화가 대북 식량지원 재개의 관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3] 남북정상회담 개최 노력 지지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남북 양측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말로 남북정상회담 개최 노력에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다만, 한미동맹과 한미 간의 긴밀한 대북정책 조율이 남북관계 개선의 바탕이 되어야 함을 더불어 강조했다. 8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뉴욕 방문에 이은 2차 북-미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이지만 북-미 대화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듯한 인식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자회담 프로세스에서 모든 참가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이슈들이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6자회담에 방점을 뒀다. [4] 美 ‘대중차’ 수입규제 완화를 “유럽 차는 한국 시장에서 잘 팔린다. 왜 미국은 자기들 차가 안 팔리는 걸 자꾸 한국 탓으로 문제 삼나”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이 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에 남아 있는 일부 수입 규제가 (유럽산) 럭셔리 자동차에는 별 문제가 안 될지라도, 미국이 수출하는 주력 자동차는 현대차, 기아차와 경쟁해야 하는 대중적 차종이므로 타격을 받는다는 시각이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의 수입 규제는 수입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팔기 어렵게 만드는데, 이는 미국의 주력 차 제조업체들에는 문제가 돼 왔다”면서 현대차나 기아차에 비해 한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기 힘든 미국 차 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5] 한국의 교사존중문화 부러워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교육을 예찬해 왔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사회가 교사에게 보여주는 존경은 다른 나라들이 배울 만한 사례”라고 말해 칭찬의 핵심이 교사존중 문화에 있음을 밝혔다. 또 한국의 교육열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알게 됐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이 나에게 교육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으며 한국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얼마나 열성적인지 자세히 얘기해줬다”고 소개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잡스는 어떻게 번호판 없는 차를 타고 다녔을까.’스티브 잡스의 사망을 계기로 신제품 개발에서 사생활까지 신비주의를 고수해온 그의 독특한 면모가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생전에 자동차에 번호판을 붙이지 않고 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잡스의 자동차는 2007년형 메르세데스벤츠 SL55 AMG로 2006년 구입해 최근까지 타고 다녔다. 이 차에는 번호판이 없다. 번호판이 부착돼 있어야 할 차량 앞쪽과 뒤쪽 위치에 번호판 대신에 차량 제조연도 등을 알 수 있는 차대번호(VIN number) 바코드만 조그맣게 붙어 있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0일 “잡스가 이런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어떻게 번호판 없이 5년여 동안 차를 몰면서 단속에 걸리지 않았는지도 미스터리”라고 밝혔다. 잡스 거주지역 관할 샌타클래라 카운티 교통 기록에 따르면 그는 벤츠 구입 후 과속 티켓을 두 차례 발부받았지만 번호판 미부착 때문에 단속에 걸린 적은 한 번도 없다.이에 대해 사생활 노출을 꺼렸던 잡스가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번호판을 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번호판을 달지 않은 것이 적발될 경우 부과되는 벌금 250달러를 감수할 만큼 사생활 보호를 중시했다는 것.게다가 잡스는 자동차 이동량이 많지 않아 경찰 단속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주로 차로 15∼20분 걸리는 팰러앨토 자택과 쿠퍼티노 애플 본사를 오가는 데 자동차를 이용했던 잡스는 일 년 주행거리가 평균 5500마일(8850km)로 미국인 평균 1만2000마일(1만9312km)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잡스가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단속을 받지 않도록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DMV 측은 “유명 정치인이건 배우건 그 같은 특별대우는 있을 수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잡스가 첨단장치 이용에 밝은 귀재인 만큼 주행 중에만 번호판이 보이도록 하는 특별장치를 고안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디자인을 중시했던 잡스가 캘리포니아 차량 번호판 글자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잡스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번호판을 달지 않았다면 그의 신비주의가 도를 넘어선 것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번호판 없는 차가 사람들의 주목을 더 끄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동차 컨설턴트인 폴라 스키어 씨는 “평범한 터틀넥 스웨터와 청바지, 뉴밸런스 운동화를 트레이드마크로 만들어 주목을 받은 것처럼 번호판을 달지 않은 차조차도 잡스 특유의 트레이드마크로 계획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들은 잡스가 5일 오후 3시(현지 시간) 자신의 집에서 호흡정지와 췌장암으로 사망했으며 특정 종교와는 관계없는 샌타클래라의 한 묘지에 7일 매장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사망진단서를 인용해 10일 보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그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그가 가진 장점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는 것을 지켜보며 삶에 대한 열정과 용기, 유머를 알게 됐습니다. 만약 그가 두 다리를 잃지 않았다면 지금쯤 헤어졌을걸요.”올해 25세의 레베카 태버 씨는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남자친구 댄 버신스키 육군 중위를 보며 밝게 웃으며 이렇게 농담을 건넨다. 그만큼 그에 대한 사랑은 굳고 탄탄하다.버신스키 중위가 두 다리를 잃고 평생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처지가 됐을 때 태버 씨가 그의 곁을 계속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도 아니었다. 그러나 태버 씨는 “그가 부상을 당한 후 함께 지낸 2년 동안 그에 대한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장에서 두 다리를 잃고 전역한 27세 버신스키 중위와 그의 부상 후에도 사랑을 키우며 미래를 설계해가는 태버 씨의 스토리를 9일자 1면 머리기사로 소개했다.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2009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태버 씨는 예일대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매킨지에서 근무하는 재원이었다. 예일대 시절 학생회장까지 맡았던 그는 지적이고 얼굴도 예뻐 친구들 사이에 ‘예일대의 내털리 포트먼(하버드대 출신의 젊은 실력파 여배우)’으로 불렸다.태버 씨가 처음 친구를 통해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 출신인 버신스키 중위를 소개받았을 때 중위는 아프간 배치를 2주 앞둔 때였다.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졌지만 미래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 男 “내가 다리가 없어도 괜찮냐”… 女 “멋진 두 팔을 가졌잖아요” ▼그가 아프간으로 떠난 후 e메일을 주고받았지만 심각한 얘기는 삼갔다. 전쟁터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랑 얘기는 너무 사치스럽다고 두 사람 모두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달 후쯤 태버 씨는 친구를 통해 중위의 부상 소식을 들었다. 탈레반과의 교전이 치열한 아르간다브 계곡 지역에 배치된 그가 땅 속에 묻혀 있던 지뢰를 밟고 두 다리를 잃었다는 것이었다. 태버 씨는 인터넷에서 다리를 잃은 사람들의 사진을 찾아보며 중위의 얼굴을 그 위에 겹쳐봤다.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자신을 위로했다. ‘남자는 긴 바지를 입으니까 괜찮을 거야.’태버 씨는 그해 9월 중위가 워싱턴 월터리드 병원으로 후송된 후에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중위의 가족들이 “빨리 잊으라”며 두 사람의 만남을 막았다. 태버 씨는 가족을 설득해 겨우 중위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이의 친구로서 옆에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중위의 상태는 태버 씨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오른쪽 다리는 엉덩이 아랫부분부터 모두 잃고 왼쪽은 넓적다리 부분만 약간 남아 있었다. 그러나 다리를 잃은 충격에도 불구하고 당시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 먼저 애도하는 중위의 모습을 보면서 태버 씨의 마음속에는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위는 안타까워하는 태버 씨를 오히려 “두 다리를 잃었지만 두 손은 있으니까 괜찮다”며 위로했다.점점 태버 씨의 마음이 중위에게로 쏠리는 것을 눈치 챈 태버 씨의 친구와 가족들은 “동정과 사랑을 혼동하지 말라”며 말렸다. 그러나 중위를 간호하면서 사람 됨됨이를 알게 된 태버 씨는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남자친구를 돌보기 위해 잘나가는 컨설턴트 자리까지 포기하고 업무량이 적은 델라웨어 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워싱턴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는 두 사람은 내년쯤 함께 하버드대나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아파트 벽에 붙여 놓은 칠판에는 태버 씨가 중위를 위해 적어놓은 장단기 인생계획이 빼곡히 적혀 있다. 하루에 몇 시간씩 의족 끼고 걷기, 수영 치료하기, 경영대학원 진학 대비 공부하기 등이다. 중위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내 다리를 보면 ‘인생 망쳤다’고 말하겠죠.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레베카는 제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천사 같은 존재입니다.”중위는 요즘에도 종종 태버 씨에게 “내가 다리가 없어도 괜찮으냐”고 묻는다. 그러면 태버 씨는 이렇게 대답한다.“나는 원래 남자 다리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멋진 팔을 가진 남자는 좋아했으니까 당신으로 만족해요.”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지난달 28일 미국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의 퍼싱가와 메인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4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애국가와 미국 국가가 차례로 울려 퍼졌다. 한국전에 참전한 미주리 지역 장병의 이름이 새겨진 ‘미주리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제막식이었다. 캔자스시티스타지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 모인 데이비드 클라크 한국전 60주년 기념사업 담당 대령, 슬라이 제임스 캔자스시티 시장, 미군 퇴역장병, 한인 교포들은 1년 전 숨을 거둔 한국전 참전용사 제임스 슐츠 씨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캔자스시티 출신의 슐츠 씨는 한국전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가 결실을 보지 못하고 지난해 79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스무 살 어린 나이에 해병대 장병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슐츠 씨는 한국전이 ‘잊혀진 전쟁’이 돼서는 안 된다며 10여 년 전부터 기념비 건립을 추진했다. 지방정부와 기업체, 지역 독지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기부를 당부했다. 그의 노력에 감동한 캔자스시티 시당국은 건립 용지를 제공하고 10만 달러의 지원금까지 내놨다. 개인 기부자들로부터도 27만 달러의 기금이 모아졌고 지역 건축회사들은 기념비 설계를 무상으로 도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월가 시위가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이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시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치 쟁점화하기 시작하면서 진보 보수 진영이 맞서는 이념논쟁으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이다. 미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일 시위대에 공감 의사를 밝힌 것과는 대조적으로 7일 시위대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공화당 모임에서 시위대를 ‘폭도(mob)’라고 표현하면서 “폭도들이 월가와 다른 도시들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놀랍게도 워싱턴에서는 시위대가 미국을 양분시키고 있는 이런 상황을 그저 너그럽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겨냥했다. 공화당에서 무소속으로 당적을 옮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시위로 인해 뉴욕 시의 조세 기반인 관광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시위대는 이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장을 빼앗으려 한다”고 말했다.공화당은 이번 시위에 이념적 색채가 있다고도 했다. 허먼 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는 “일자리가 없다면 먼저 자신을 탓해야지 사회를 탓해서는 안 된다”며 “시위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실패로부터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좌파의 시도”라고 밝혔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시위대가 ‘계급투쟁’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수주의 유권자단체 티파티도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티파티 지역 운동조직인 ‘티파티 익스프레스’의 에이미 크레머 회장은 시위대를 ‘진보진영의 티파티’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 “그들(시위대)을 우리와 비교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시위대는 목표도 조직력도 없는 젊은이들의 무리일 뿐”이라며 “자본주의를 반대한다는 시위대가 자본주의의 이기인(利器)인 정보기술(IT) 기기를 십분 활용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반면 민주당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은 9일 “월가와 정치인 등 기득권층에 보내는 시위대의 메시지를 지지한다”며 “시위대는 불안한 고용 상황과 이에 대한 정부의 불충분한 조치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시위대는 정치권의 협상 부재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며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한편 시위대가 성토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돈 잔치’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 주류 언론들도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자산 기준으로 미국 최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난달 고위 경영진을 해고하면서 최대 600만 달러(약 70억8000만 원)의 돈다발을 안겼다고 보도했다. 샐리 크로첵 자산운용책임자가 총 600만 달러, 조 프라이스 소비자금융책임자가 500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BoA는 6월 주택담보대출 연계증권에 대한 투자로 손실을 본 기관투자가들에게 85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이후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직원 3만 명을 해고하고 2014년까지 연간 지출을 50억 달러(약 5조8950억 원) 대폭 감축하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힌 이후 예전 같은 ‘돈 잔치’를 벌인 것.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선다. 미 상하원 현역 의원 535명을 상대로 하는 합동연설은 워싱턴을 방문하는 외국 국가원수에게 가장 명예로운 행사 중 하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6월 기회를 가진 이래로 13년 만이며 이승만 전 대통령의 1954년 연설 이후 통산 다섯 번째다.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58년간 유지돼 온 한미 동맹관계를 새로운 지평에 올려놓고 양국이 함께 미래로 가자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일 설명했다. 연설은 30분에 걸쳐 한국어로 진행되고 동시통역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도 세우고 영어 통역이 메시지 전달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직전의 극적인 FTA 비준 미 의회는 한미 정상회담과 의회 연설이 열리기 하루 전인 12일 상원과 하원에서 한미 FTA 관련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기로 7일 ‘통 큰 합의’에 도달했다. 당초 상원은 이 대통령의 방미 1주일 뒤쯤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앞당겨 버렸다. 미 공화, 민주당의 합의 직후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은 “미국 국민들의 변함없는 친구인 이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초청 의사를 발표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성의 있는 대응은 기본적으로 한미 FTA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지만 이왕 국빈으로 초청한 상대국 정상에 대한 배려”라고 풀이했다.○ 오바마와 디트로이트 산업단지 동행 국빈 방문 기간에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자동차산업단지에 동행한다. 미국 자동차 기업과 한국의 자동차연구소가 방문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 체결에 미 자동차 업계의 반대가 컸다는 점에서 양국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왜 한미 FTA가 양국 자동차 업계에 필요한지’를 역설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함께 워싱턴 밖의 도시를 다니는 것 자체가 파격이란 평가가 있다. 그는 취임 이후 외국 정상과 함께 워싱턴 시내에서 햄버거를 함께 먹는 장면 정도를 외부에 노출했을 뿐 거의 모든 행사는 백악관과 의회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청와대는 올봄 이후 이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을 협의하면서 “가급적 국빈 방문의 격식을 따지지 말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국빈 방문은 미국 정부가 1년에 1, 2번밖에 허용하지 않는 의전행사로 굳이 관계가 좋은 한국에 쓸 이유가 없으니 타국 정상에게 활용하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백악관은 올여름 “꼭 국빈 방문으로 하자. 오바마 대통령의 결심이다”라고 알려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 한국선 이달 중 처리 추진 당정청은 8일 청와대에서 9인 회의를 열어 한미 FTA 비준안을 이달 중 처리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이례적으로 비준안 논의를 주도할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도 참석해 ‘빠른 처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여권 일각에서 미국과의 재재협상을 하지 않더라도 야당의 입장을 감안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과 투자자 국가소송 제도 무효화 등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에 관심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 보도된 미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축배를 들기에 이르지만 한미 FTA는 마지막 지점에 매우 근접해 있다. 미국이 비준하면 한국이 뒤따라가는 것은 수일, 길어야 수주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FTA로 피해를 보는 산업 종사자에게 보상을 해 주는 미국의 무역조정지원(TAA) 정책을 언급하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축산 농가 등의) 한국 내 우려를 완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같은 날 경기 양평 남한강변에 새로 조성된 자전거길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9km 정도를 달렸다. 이 대통령은 ‘남한강 자전거길 길 트임 기념식’에서 “4대 강변이 개벽하고 있다. 4대강(사업)은 강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사업”이라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지만 국민들은 절대 환영”이라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