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차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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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beco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4~2025-12-24
칼럼44%
보건20%
인사일반13%
사회일반10%
복지7%
미담3%
기타3%
  • 요양객 유입에… 서귀포, 우울증환자 60% 늘어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표현한 이 노랫말과 달리 제주의 우울증 환자는 크게 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는 주민 10만 명당 우울증 환자가 2010년 1113명에서 지난해 1776명으로 59.5% 늘었고, 제주시도 같은 기간 우울증 환자가 12.3% 증가했다. 이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제주로 이주하는 환자가 늘면서 ‘소셜드리프트’(특정 질환 탓에 인구가 이동하는 현상)가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울증을 진단받은 뒤 안정과 요양을 위해 휴양지로 거처를 옮기는 환자가 증가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수가 늘었고, 원주민의 정신치료기관 접근성도 덩달아 좋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주지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2010년 31.4명에서 2014년 27.2명으로 13.4% 줄었고, 같은 기간 우울증 환자 100명 대비 자살자 수도 2.5명에서 1.8명으로 감소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고립된 곳에서 생활하며 우울증을 앓던 ‘숨어 있는 환자’를 찾아내기 위해 정신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실시한 덕에 우울증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지역도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36.6%로 전국 시군구 252곳 중 가장 높은 전남 고흥군은 2010년 인구 10만 명당 663명이었던 환자가 지난해 2038명으로 약 3.1배로 늘었다.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전남 신안군도 같은 기간 우울증 환자 비율이 58.3% 증가했다. 전남광역정신건강센터 관계자는 “병원선을 이용해 ‘찾아가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당장 통계상으론 우울증 진료 인원이 늘어나겠지만 실제 중증 환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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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서 임종 원하지만… 10명중 7명 병원서 죽음 맞아

    우리나라 사람 절반 이상이 집에서 임종하고 싶어 하지만 10명 중 7명은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수(사고사 포함)는 연간 26만8088명인데 이 중 71.5%(19만1682명)가 의료기관에서 숨졌다. 사망 장소가 자택인 경우는 17.7%(4만7451명), 각종 시설은 3.8%(1만187명)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14년 8월 19∼30일 전국(제주도 제외)의 만 20세 이상 남녀 1500명(남자 762명, 여자 738명)을 대상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국민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본인이 죽기를 원하는 장소로 57.2%가 가정(자택)을 골랐다. 이어 호스피스 완화의료기관(19.5%)과 병원(16.3%), 요양원(5.2%), 자연(0.5%) 순이었다. 즉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임종 직전까지 심폐소생술과 고가항암제 등 연명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료비용은 남은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제정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웰다잉법)’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웰다잉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해 있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도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말기암 환자가 자신의 집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가정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3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선결 과제가 많다. 건강보험공단이 11일 웰다잉법 시행을 1년 6개월 앞두고 개최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연명의료 중단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사전의향서 제출 절차를 만들며 △요양병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엄격히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이 될 시기를 결정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 암은 비교적 ‘말기’의 기준이 명확하지만 에이즈, 만성 호흡기질환·간경화 등은 그렇지 않다. 의료진마다 판단이 다르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일반 병·의원에서만 가능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요양병원으로 확대할 경우 사전·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시영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회장(경희대 의대 교수)은 “자칫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가 ‘수익성 사업’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요양병원 대상의 시범사업을 할 때는 철저한 사업관리와 사후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smiley@donga.com·조건희 기자}

    •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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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대 길병원, 초정밀 MRI 美이어 세계 두 번째로 도입

    가천대 길병원이 일반 병·의원에서 사용되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보다 평면 해상도가 1만 배 이상 선명한 초정밀 촬영 장비를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도입한다. 길병원은 11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이탈리아의 ASG슈퍼컨덕터와 마그넥스 등 초고자장 관련 장비 개발업체와 MRI 장치의 핵심 부품인 ‘11.7테슬라 마그넷’ 발주 계약을 맺고 이를 사용한 양전자단층촬영(PET)-MRI의 제품화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길병원은 2014년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육성 연구개발 사업 기관으로 선정됐다. 길병원은 PET-MRI를 2022년 실제 진료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PET-MRI를 세계 시장에 판매해 국익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 201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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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인터넷 자살카페 운영자, 알고보니 초등 여학생

    “살기 힘드네요. 함께 편히 세상 떠나실 분 찾습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경찰청과 함께 온라인상의 자살 유해정보를 집중 점검하던 중 이 같은 글이 올라온 인터넷 카페를 발견했다. 자살예방센터는 카페를 폐쇄해도 운영진이 유사 커뮤니티를 다시 개설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경찰과 함께 카페 운영자의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해 지방의 한 주택을 긴급 방문했다. 놀랍게도 운영자는 초등학교 6학년생 A 양(12)이었다. 조사 결과 A 양은 2013년경 고민 상담 목적으로 개설된 카페에 자살을 논의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이에 호응하는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A 양은 “정말 죽으려는 마음은 없었고 반쯤 장난 삼아 올린 글이었다”고 진술했다. 자살예방센터는 이 카페를 통해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사례는 없다고 판단하고 카페를 폐쇄한 뒤 A 양을 지속적으로 상담·관리하기로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자살을 공모하는 주요 통로다. 지난달 6∼19일 집중 점검 결과 자살 유해 정보 9111건 중 4188건(46%)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견됐다. 자살을 부추기는 내용이 4727건(51.9%)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상 자살 카페 운영자는 자살방조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지만 실제로 이 조항이 적용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자살자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조언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않으면 단지 카페를 운영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자살을 부추기거나 돕는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므로 발견 시 자살예방센터(02-2203-0053)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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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연구팀, 신장암 새로운 원인 규명…표적 치료제 개발 착수

    국내 연구팀이 신장암을 일으키는 새로운 원인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신장암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표적 치료제 개발에도 착수했다. 국립암센터 기초실용화연구부는 몸에서 나오는 특정 효소가 신장암 발병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쥐 실험에서 이 효소를 억제한 결과 종양이 소멸됐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신장암 환자 1400여 명에게서 단백질을 이어주는 효소인 ‘트렌스글루타미나제2’가 과도하게 발현돼 암 억제 유전자 ‘p53’을 비활성화시키는 현상을 확인했다. 기존에 다른 암에선 ‘p53’의 비활성화 원인이 유전자 돌연변이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이후 신장암에 걸린 실험용 쥐에게 특수 약물을 투여해 트렌스글루타미나제2 발생을 억제한 결과 암세포가 소멸하는 결과를 얻었다. 신장암의 고유한 원인에 따라 암 유발 세포를 사멸시킬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구신약개발지원센터와 함께 신장암 표적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세포사멸과 질병(Cell death and disease)’ 최근호에 실렸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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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연 화장품’ 발랐는데 얼굴이 왜 따끔거리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봐 온 대학생 윤모 씨(23·여)는 최근 화학 성분을 멀리하고자 ‘천연 화장품’을 구입했다. 지방의 한 특산품에서 추출한 성분을 담은 무방부제 화장품이라는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화장품을 사용한 뒤 얼굴이 따끔거리더니 며칠 후엔 붉은 종기와 반점이 올라왔다. 뒤늦게 성분을 확인해 보니 화장품점이 자랑하던 천연 원료의 함량은 1%도 되지 않았고, ‘무방부제’라는 광고와 달리 살균·보존제가 들어 있었다. 화장품 사용을 중단하자 피부는 곧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윤 씨는 천연 화장품을 볼 때마다 의심이 든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윤 씨처럼 천연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그중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도 적지 않다. 더구나 화장품의 경우 1%의 식물성 성분이 포함돼도 ‘천연 화장품’ 또는 ‘자연주의 화장품’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되는 천연 화장품이 100% 천연 제품이 아닌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현재 국내엔 어떤 화장품을 천연 화장품이라고 표기하거나 광고할 수 있는지 공식적인 기준도 없다. 0.1%도 되지 않는 천연 원료를 사용한 뒤 ‘천연 화장품’이라고 광고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시판 중인 천연 화장품 전문 업체 5곳의 제품을 살펴보니 인증기관으로 내세운 곳은 미국 시민단체인 환경운동그룹(EWG)과 국제향료협회(IFRA) 등 제각각이고, ‘○○화장품연구소’ 등 검증되지 않은 국내 사설 업체를 마치 공인 인증기관처럼 홍보한 사례도 있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엔 별도의 인증 체계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해외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살균·보존제 정보다. 식약처 ‘화장품 안전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는 살균·보존제는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 64종으로 제한돼 있다. 이들 성분은 제품에 적게는 0.002% 이상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돼 있고 ‘씻어 내는 제품에만 사용할 것’, ‘3세 이하가 쓰는 제품엔 사용하지 말 것’ 등 용도가 명확히 구분돼 있다. 피부에 직접 닿는 화학 성분을 국가가 책임지고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주목적이 살균·보존이 아닌 화학 성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명확한 제재 기준이 없다. 예컨대 제품 변색을 늦추는 ‘디소듐에틸렌디아민테트라아세트산(디소듐EDTA)’이나 다른 성분이 피부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 ‘헥산디올’ 등 화장품에 흔히 쓰이는 화학 성분은 살균·보존 기능도 겸하지만 함량이나 사용법에 대한 기준은 없다. 실제로 “화학 성분 대신 감귤·녹차 추출물이 방부제 역할을 한다”라고 홍보한 한 천연 화장품의 전체 성분을 뜯어보니 디소듐EDTA와 헥산디올 등이 들어 있었고, 함량 정보도 표시돼 있지 않았다. 식약처는 천연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늘자 부랴부랴 내년 2월까지 업계·학계와 협의해 명확한 기준과 인증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무방부제’로 광고하는 화장품 중엔 미처 살균·보존 기능이 파악되지 않은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고, 보존 기간이 짧아 미생물 번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신다은 인턴기자 연세대 국제학부 4학년}

    •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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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부 초음파 7회까지 건보 혜택…검사비 41만→24만원으로

    10월부터 임신부가 받는 초음파 검사에 7회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부담이 절반으로 낮아진다. 9월부턴 선택진료 의사 지정비율이 현행 67%에서 33%로 떨어져 선택진료 의사가 8405명에서 4523명으로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5일 건강보험 정책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초음파 분류체계 개편 안 및 2016년도 급여확대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건정심은 임신부 초음파,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미숙아 치료용 초음파, 4대 중증질환(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의 유도용 초음파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존엔 4대 중증질환을 확진 받거나 질환이 의심돼 진단 목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할 때만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이번 결정으로 산전 초음파 7회 비용으로 41만~85만 원을 내야 했던 임신부 약 43만 명의 부담이 24만~41만 원 정도로 줄어든다. 건정심은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기관마다 지정할 수 있는 선택진료 의사의 비율을 현재 67%에서 33%로 줄인다. 복지부는 선택진료 의사가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진료비를 20~100%에서 15~50%로 줄이고 선택진료 의사 비율을 80%에서 67%로 낮춘 바 있다. 다만 병원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의료 서비스의 질에 따라 지급하는 ‘의료질평가지원금’의 규모를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늘린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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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 결핵 걸린 삼성서울병원서 환아 1명 잠복결핵 감염

    삼성서울병원 소아혈액종양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 씨(27·여)가 활동성(전염성) 결핵 환자로 확진돼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환아 1명이 잠복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잠복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실제 결핵으로 발병 하지 않아 전염성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지난달 접촉한 환자 81명 중 16명의 잠복 결핵 결과를 판독한 결과 혈액종양 환아 1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나머지 65명 중 47명은 검사를 받은 뒤 판독을 기다리고 있고, 3명은 곧 검사를 받을 예정이며, 15명은 검사를 받을 만한 연령이 아니라서 우선 8주간 예방치료를 받는다. 병원 측은 잠복 결핵 환아에게 결핵약을 투여해 치료할 방침이다. 활동성 결핵에 걸린 환자는 아직 없다. A 씨가 접촉한 동료 직원 47명 중 44명은 결핵검사를 마쳤고 모두 정상이었다. 잠복결핵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3일가량 소요되는 탓에 아직 잠복 결핵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지난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아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 씨(32·여)와 접촉한 환자 166명 중엔 2명이, 직원 50명 중 5명이 각각 잠복 결핵 판정을 받았다. 활동성 결핵이 옮은 환자는 없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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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조건희]대통령의 결핵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학 시절이던 1965년 폐결핵을 앓았다. 활동성 폐결핵은 기침으로 전염되지만 약을 일정 기간 먹으면 완치된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난 뒤 폐에 다시 문제가 생겼다. 그는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2009년 12월 폐의 상태가 심각해져 3분마다 기침을 했다”라고 적었다. 병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수십 년 전 치료한 결핵이 몸속에 잠복했다가 재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외국에서 알면 한국을 후진국처럼 여기지 않겠느냐”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말이다. 결핵은 감염 관리와 영양이 부실하고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이 주로 걸려 ‘후진국병’이라 불린다. 그래서 특별 지시를 내린 걸까. 정부는 2010년 149억 원이던 국가 결핵 예방 사업 예산을 2011년 445억 원으로 파격적으로 늘렸다. 그해 보건복지 분야를 통틀어 가장 증가 폭이 컸던 예산이다. 정부는 결핵 환자 가족에게 무료 검진 쿠폰을 나눠 주고 민간 병원엔 결핵 전담 간호사를 배치했다. 10년째 늘기만 했던 국내 결핵 환자가 2011년부터 줄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감소 폭은 답답하다. 국민 3분의 1이 감염돼 있다는 잠복 결핵균을 미리 찾아내 씨를 말리는 게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면 그제야 치료하는 방식이어서다. 결핵 환자가 2010년 인구 10만 명당 102명에서 2014년 86명으로 줄어 간신히 우즈베키스탄과 비슷해졌으니, 이대로라면 미국(3명)은 고사하고 일본(18명) 수준이 될 날도 멀어 보인다. 후진국병의 숙주는 후진적인 정책이다. 지난달엔 이대목동병원에서, 최근엔 삼성서울병원에서 간호사가 결핵에 걸렸다. 정부가 4일부터 의료인 등 집단시설 종사자의 결핵 검진을 의무화했지만 반쪽짜리 규정이다. 회당 5만∼10만 원인 검사비를 병원장 등 시설 대표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검진을 시키지 않아도 과태료 200만 원만 물면 된다. 그래서 정부가 전략을 바꾼다. 집단시설 종사자 145만 명뿐 아니라 결핵 환자가 급격히 늘기 시작하는 연령인 고등학교 1학년 55만 명의 잠복결핵을 일제히 검사해 숨어 있는 결핵균을 박멸하겠다는 거다. 시행하려면 내년 결핵 예산을 올해의 곱절에 가까운 750억 원대로 늘려야 한다. 당장은 비용이 크게 들지만 장기적으론 의료 지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런데 괴상한 얘기가 들린다. 재정 부담을 감안해 집단시설 종사자 중 일부만 검진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거다. 고교 1학년생 일제 검진은 관계 부처인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기 싸움을 벌이는 통에 시행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쯤 되면 입만 아프다. 부처들이 머리를 모으려면 결핵이 다시 ‘대통령 관심 사안’이 돼야 하나. 올해 말엔 아래와 같은 기사는 쓰고 싶지 않다. “결핵 환자가 10년 전의 3배로 증가했다. 위생 당국은 결핵 예방을 위해 내년 예산 1만7000원을 요구했지만 재무 당국은 재정난이라는 이유로 전부 삭감해 버렸다.”(1935년 9월 10일자 동아일보) 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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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예산처 “건보재정 5년째 흑자… 과다징수”

    건강보험 재정이 5년 연속 흑자인데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걷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정부는 의료 수요가 급증할 고령사회에 대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3일 ‘2014 회계연도 결산 국회 시정요구사항에 대한 정부 조치 결과 분석’ 보고서에서 “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 4조2000억 원 흑자를 내는 등 매년 적립금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건강보험료는 오히려 올려 ‘과다 징수’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건강보험 흑자로 쌓인 적립금은 2011년 1조5600억 원에서 지난해 16조9800억 원으로 올랐고, 올해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료율은 한 해 동안 받은 보수 총액을 근무 개월로 나눈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2011년 5.64%에서 지난해 6.07%, 올해 6.12% 등으로 인상됐다. 다만 내년 보험료율은 동결된다. 예산정책처는 이 같은 흑자의 배경이 건강보험 지출을 실제보다 높게 예측하는 ‘과다 추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건강보험 지출 총액을 3조8419억 원이나 과다 추계했다. 건강보험이 매년 지출을 예상하고 그에 따라 수입 계획을 세우는 ‘단기보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립금 규모를 감안해 보험료율을 결정해야 한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복지부는 노인 인구와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와 보장성 확대로 인해 2020년경부터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급격히 많아질 것에 대비한 조치라고 맞받았다. 건강보험 재정은 2022년 적자로 돌아서고 2025년 적립금마저 바닥날 것으로 예측되는데, 재정 악화가 현실화된 뒤 이를 메우려고 보험료를 한 번에 대폭 인상하면 국민의 부담이 크다는 논리다. 현행 건강보험법은 연간 지출 규모(약 50조 원)의 절반을 적립하도록 규정했다. 건강보험 지출을 과다 추계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경제성장률 등 외부 변수가 많아 2조∼3조 원 정도의 계산 오차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창준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의 수입 및 지출 규모를 정밀하게 계산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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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서울병원 소아혈액종양병동 간호사도 결핵 확진

    삼성서울병원 소아혈액종양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 씨(27·여)가 활동성(전염성) 결핵 환자로 확진돼 보건당국이 3일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아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결핵이 확인된 지 16일만이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지난달 28일 정기건강검진에서 결핵 의심환자로 진단받은 뒤 이달 1일 결핵균 핵산증폭검사(PCR)에서 결핵 양성을 확진 받아 자택 격리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A 씨가 기침 등 증상이 없고 가래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은 점을 감안해 지난달 4주간 A 씨와 접촉했던 환자 86명과 직원 43명만 조사하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질병관리본부와 협조해 3일부터 조사 대상 환자의 보호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별도로 마련한 소아진료실에서 검사를 진행한다. A 씨의 동료 직원 중 검사가 완료된 37명은 결핵이 옮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역학조사와 검사를 시행해 환자들의 결핵 감염 여부를 최대한 빨리 확인하고 전염력이 없는 잠복결핵인 경우 치료에 결핵균 박멸에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삼성서울병원(02-3410-2227)과 강남구보건소(02-3423-7133, 7227)에 각각 전용 상담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이대목동병원의 결핵 감염 간호사와 접촉했던 환자 중에 결핵 환자는 없었고, 영아 2명과 직원 5명이 잠복결핵 감염 판정을 받았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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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정수기조합에 품질검사 위탁… ‘셀프 인증’ 방치한 셈

    “알칼리 이온 정수기를 쓰는데, 흰색 가루가 나와 업체에 따졌더니 칼슘이 형성된 거라네요. 이거 안전한 걸까요?”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정수기 민원이다. ‘내 아이에게 깨끗한 물을 먹이고 싶다’는 소망으로 고가의 정수기를 구매하거나 빌리는 가정이 늘면서 국내 정수기 시장은 2조2000억 원 규모(2016년 추정치)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정수기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정수기 대여 1위 업체인 코웨이 얼음정수기에서 니켈 성분이 검출된 데 이어 청호나이스 얼음정수기 제품에서도 금속 이물질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4∼2016년 4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렌털 서비스 이용 관련 민원 512건 중 50.7%(254건)가 정수기에 관한 민원일 정도다. 우리 집 정수기, 얼마나 안전할까?○ 140만 가구 ‘다기능’ 정수기 안전성 사각 국내 정수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저수조 탱크를 두고 냉수, 온수를 만드는 정수기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물이 고이는 방식이어서 각종 세균 발생이 문제가 됐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직수형 정수기’. 직수형은 저수조 없이 바로 물을 정수하기 때문에 세균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 속에서 정수기 시장의 2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직수형 정수기와 함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품은 ‘다기능 정수기’다. 정수된 물과 함께, 부가 기능으로 얼음이 나오는 얼음 정수기, 탄산수가 나오는 스파클링 정수기, 커피가 나오는 커피 정수기, 미지근한 물이 나오는 유아용 정수기 등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약 140만 가구가 다기능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다기능 정수기가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정부의 ‘정수기 품질 관리 과정’을 조사한 결과 정수된 물 외에 얼음, 탄산수, 커피 등에 대한 품질을 검증하는 과정 자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수기에 대한 인증과 검사가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이원화되면서 구멍이 생긴 것이다. 전기로 작동하는 정수기의 특성상 작동 안정성, 화재, 감전 등은 산자부가 담당하는 반면, 정수 기능 즉, 수질은 환경부가 검증한다. 현재 정수 냉온수의 수질 안전성만 검사될 뿐 정수기가 만드는 얼음, 탄산수 등은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가도 검증이 어렵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김동근 사무국장은 “일반인은 당연히 정부가 부가 기능도 안전성 검사를 마쳤다고 생각한다. 두 부처가 서로 책임만 미루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 정수기 품질 검사는 정수기조합이 맡아 환경부는 “부처 간 논의를 거쳐 부가 기능으로 나오는 얼음 등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팀이 개별 정수기 제품에 대한 품질 관리 결과 자료를 요청하자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정수기 검증 제도의 구조적 문제 탓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정수기에는 ‘먹는 물 관리법’에 의거해 수질이 검증된 후 ‘국가통합인증마크(KC 마크)’가 부착된다. 정작 이 마크는 환경부의 위탁을 받은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이 발행한다. 이 조합은 정수기 제조업체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단체다. 즉 이익단체가 품질 검사 기관으로 지정돼 ‘셀프 인증’을 시행하는 셈이다. 일각에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민환경연구소 백명수 부소장은 “검사가 부실하니 정수기에서 니켈이 나오지 않느냐. 조합은 한계에 다다랐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환경부 관계자는 “조합 산하 정수기 품질심의위원회에 환경부 직원과 외부 전문가도 포함됐다. 실질적 검사도 연구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한국환경수도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조차 현재의 검사 시스템에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정수기 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비판받을 만하다. 전문가 등을 보강하고 객관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귀띔했다.○ 정수기 관리 일원화, 전문 검사 기관 육성해야 1995년 ‘먹는 물 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정수기 관련 업무를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다. 당시 정수기를 검증할 능력을 갖춘 기관은 조합뿐이었다. ‘먹는 물 관리법’ 43조 8항으로 조합이 검사기관으로 지정된 후 20여 년간 그 구조가 유지됐다. 이에 정수기 검증 시스템이 업계에 유리하게 이뤄져 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수기 기준 규격 및 검사 기관 지정 고시’ 개정안이 올해 6월 시행되면서 용출 안전성 검사가 품질 검사 과정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물이 정수기를 통과할 때, 접촉하는 부분에서 유해한 물질이 녹아 나오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가 정수기 시장 규모가 2조 원이 된 후에야 이뤄진 것이다. 반면 고시의 개정으로 품질 검사 기간은 최대 105일에서 60일로 줄었다. 또 6월부터는 조합에서 정수기 품질 검사 정보망(www.kowpic.kr)을 통해 품질 검사에 합격한 제품의 정보를 게재해야 하지만 2016년 이전에 제작된 정수기들은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정수기 관리 체계 일원화 △정수기 품질 인증 기관 변경 △정수기 부가 기능 성능 검사 기준 설정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건환경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정부는 정수기 시장의 변화에 맞춰 검증 시스템을 철저히 보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박노명 인턴기자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4학년}

    •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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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외교안보 인사 90명 e메일 해킹”

    북한 해킹 조직으로 추정되는 단체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외교·안보 분야 인사 90명의 e메일 계정 해킹을 시도해 비밀번호 56개가 유출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국가 기밀 자료 등이 실제 유출됐는지 수사하고 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부장 김영대 검사장)는 6월 스피어피싱(특정인을 목표로 개인정보를 훔치는 피싱) 공격을 통한 e메일 해킹 시도가 있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한 결과 북한 해킹 추정 집단이 피싱사이트 27개를 개설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범행에 사용된 중국 선양 인터넷주소(IP주소), 탈취한 계정의 저장파일 형식 등이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자료 유출 사건과 수법이 동일해 북한 소행으로 추정했다. 해킹 조직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의 공무원과 출입기자, 북한 관련 연구소 교수 및 연구원, 방산업체 임직원 등을 특정해 사설 e메일 계정 해킹을 시도했다. 외교부나 포털사이트 보안 담당자를 사칭해 “비밀번호가 유출됐으니 확인하기 바란다”고 e메일을 전송한 뒤 수신자가 링크를 클릭하면 비밀번호 변경창이 뜨도록 해 비밀번호 입력을 유도하는 식이었다. 한편 채널A 취재 결과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비밀 해커조직이 2009년부터 2년간 국내 유력 정치인과 국방부 현역 군인, 방위사업체 인사 등 80여 명을 해킹한 리스트도 등장했다. 탈북자 단체 조선개혁개방위원회가 북한 해커로부터 직접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 황우여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들의 명단과 IP주소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고, “해킹에 성공한 공격 결과”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정현 채널A기자}

    •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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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얼음정수기 중금속’ 못 걸러내는 반쪽 규정

    국내 일부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돼 소비자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현행 정수기 수질 검사 규정이 ‘얼음’은 제외하고 ‘물’만을 대상으로 한 반쪽짜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때처럼 부처 간 칸막이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1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수기 물에서 대장균이 나오거나 L당 니켈이 0.04mg 이상 검출되면 해당 제품은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검사 기준은 ‘정수’ 과정에만 적용된다. 최근 ‘제빙’ ‘탄산 첨가’ ‘커피 제조’ 등 여러 기능을 탑재한 정수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미 정수된 물을 가공하는 과정과 이후 제품은 검사 대상이 아니다. 현행 기준으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코웨이 얼음정수기 3개 모델처럼 물을 얼릴 때 니켈 가루가 섞이는 사례를 조기에 걸러낼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제빙 등 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조사를 담당하는데, 전기 안전성이나 화재 위험 등 수질과 무관한 항목만 평가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 처음 등장한 지 13년이 된 얼음정수기가 부처 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수질 검사 대상을, 개정된 ‘정수기 기준·규격 및 검사기관 지정고시’가 시행된 6월 30일 이후 출시된 정수기로 한정한 것도 문제다. 가정에서 사용 중인 기존 정수기는 완제품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용출 안전성 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내년에도 기존 정수기를 검사하기 위한 예산을 전혀 배정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통 정수기를 3년마다 교체하기 때문에 제도적인 사각지대가 생긴 것 같다”며 “타 부처와 협의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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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음정수기 소비자 ‘중금속 검사업체’로 몰리지만…

    대전에서 정보기술(IT)업체에 다니는 김모 씨(48)는 최근 집에서 사용해온 얼음정수기와 같은 정수기에서 니켈 성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평소 얼음을 병에 가득 채워 다니며 틈날 때마다 먹었던 가족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집 근처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받아 ‘니켈 수치가 평균 이하’라는 검사 결과를 받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1일 소비자 단체와 업계에 따르면 김 씨처럼 이번에 문제가 된 정수기를 사용한 뒤 검사 업체나 병원에서 중금속 중독 여부를 검사받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크게 모발, 혈액, 소변으로 나누어 하는 검사는 회당 비용이 많게는 15만 원에 이른다. 지난달 말 코웨이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1500여 명 중 상당수는 이미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큰돈이 들어가는 검사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엔 물을 통해 섭취한 니켈의 체내 함량을 분석하는 표준화된 방법이나 기준이 아직 미비하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하루 8시간 작업을 마친 뒤 소변 1L에서 검출되는 니켈이 8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이하여야 한다는 고용노동부 기준은 있지만 이는 생활 속에서 노출된 니켈의 기준과는 다르다. 일각에선 중금속 검사 업체만 ‘호재’를 만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 검사 업체는 홈페이지에 얼음정수기 사건을 알리는 팝업창을 띄운 채 손님을 모으거나 ‘코웨이 피해자 모임’ 카페 회원이라고 밝히면 할인가를 적용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켈의 모발 검출량이 kg당 0.1mg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홍보하는 업체도 있지만 이 또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이는 코웨이와 정부가 니켈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서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웨이 측은 사건이 불거지자 “문제가 된 모델에선 물 1L에 니켈이 0.025∼0.05mg 검출됐기 때문에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0.5mg)보다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 단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니켈 기준은 L당 0.07mg인데 코웨이가 덜 엄격한 EPA 기준만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대학병원의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업체는 자체 조사한 니켈 검출량을 상세히 밝히고, 정부는 중금속의 유해성 여부를 정확히 알려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신다은 인턴기자 연세대 국제학부 4학년}

    •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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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병 막으려면 물놀이 때 수영안경 끼세요”

    “부장님, 말씀하신 자료예요. 더 필요하신 것 있으면….” 서류를 던지다시피 하고 후다닥 도망치는 부하 직원을 보며 이한종(가명·49) 부장은 한숨을 쉬었다. 유행성각결막염에 걸려 ‘토끼 눈’이 된 이 부장을 직장 동료들은 좀비에 물린 보균자처럼 취급했다. 순식간이었다. 두 자녀에 이어 눈이 빨개진 아내에게 “조심하랬잖아”라고 핀잔을 준 다음 날 아침 이 부장의 눈에도 눈곱이 잔뜩 껴 있었다. 여름철 감염병을 둘러싼 궁금증을 박종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안과 교수, 김휘영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등과 풀어봤다. ―눈병 걸린 아이와 밥도 같이 먹으면 안 되나. “눈병이라고 다 옮는 건 아니다. 알레르기성결막염은 꽃가루나 동물 털처럼 특정 원인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일 뿐 전염되지 않는다. 다래끼도 눈에 윤활유를 분비하는 ‘마이봄샘’이 막힐 때 생긴다. 무조건 감염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눈이 아프고 충혈이 심하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면 유행성각결막염과 급성출혈성결막염(아폴로눈병) 등 감염성 눈병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유행성각결막염 환자는 7월 늘기 시작해 8, 9월 급격히 증가한다. 같은 식탁에서 식사하거나 나란히 앉아 TV를 보는 정도로는 옮을 가능성이 낮지만 수건을 같이 쓰는 등 병균이 눈에 직접 닿으면 감염될 위험이 크다.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 리모컨 등 생활용품을 사용하고 난 뒤엔 손 세정제를 묻힌 티슈 등으로 깨끗이 닦고, 베개나 안약은 따로 써야 한다. 귀가 후엔 손을 자주 씻고 물놀이할 때도 수영 안경을 끼는 게 좋다.” ―A형 간염 진단을 받았는데 수유도 안 되나. “올해 1∼6월 A형 간염 환자가 58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06명)의 2.1배 수준이다. 2012년 이후 가장 많다. A형 간염은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이라 환자의 타액 등에 오염된 음식물이나 물을 섭취했을 때 감염될 수 있다. A형 간염 환자와 함께 식사를 한다면 탕과 찌개, 반찬 그릇을 따로 쓰는 게 좋다. 다만 모유로 전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수유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 또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도 이상에서 1분 동안 가열하면 완전히 사멸한다. 보통 4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감기 몸살처럼 피곤하고 머리가 아픈 증세가 나타난다. 백신은 있지만 치료제는 없다. 감염되면 영양 섭취를 고르게 하고 충분히 안정을 취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특이한 점은 어릴 때보다 성인이 된 뒤 감염됐을 때 증상이 더 심하다는 것. 소아는 가벼운 감기 정도의 증상을 앓고 나면 항체가 생겨 면역이 유지되지만 성인은 입원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할 수 있다.” ―결핵 걸린 아이, 얼마나 치료 받아야 학교 갈 수 있나. “결핵은 결핵균이 기침을 통해 퍼져 나갈 수 있는 활동성 폐결핵과 전파 우려가 없는 잠복 결핵으로 나뉜다. 활동성 폐결핵으로 진단받았다면 집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가족과 다른 방에서 격리돼 생활하는 게 좋다.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으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치료제를 먹은 지 2주가 지나면 전파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함께 식사를 해도 무방하고, 학교나 어린이집에 나가도 된다.” ―무좀, 나았나 싶었는데 자꾸 도진다. “무좀 환자는 6월부터 증가해 장마철이 끝나는 8월에 가장 많다. 무좀의 원인인 피부 사상균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쉽게 번식하기 때문이다. 귀가 후엔 잘 씻는 것만큼 잘 말리는 게 중요한데, 재발을 막으려면 다른 가족과 발수건을 따로 쓰고 약을 꾸준히 발라야 한다.” ―물놀이 중 귀에 물이 들어갔는데 잘 마르지 않는다.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2.5cm 정도의 통로인 ‘외이도’는 외부 자극에 약하다. 외이도가 곰팡이나 세균에 감염돼 가렵고 고름이 나오는 것을 외이도염이라고 하는데, 덥고 습한 8월엔 환자 수가 2월의 1.8배가량이다. 수영 전 물놀이용 귀마개를 착용해 외이도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이미 젖은 귀를 말릴 땐 헤어드라이어나 선풍기 바람을 약하게 쏘여 자연스럽게 건조해야 한다. 면봉으로 자극하면 상처가 생겨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광연 인턴기자 아주대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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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병원 탓하고 조직-인력 확대 눈독…복지부, 메르스 사태 1년만에 백서

    보건복지부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종료를 선언한 지 1년여 만인 29일 메르스 백서를 공개했다. 초기 혼란과 공포 확산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인력과 예산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일부 담겨 있어 “반성보다는 조직 확대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복지부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과정과 평가, 제언을 기록한 ‘2015 메르스 백서: 메르스로부터 교훈을 얻다!’를 발간했다. 473쪽 분량의 백서엔 지난해 5월 20일 메르스 환자가 처음 확인된 뒤 총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사망한 과정의 기록이 담겼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설문한 전문가, 관계자 291명 중 절반 이상은 정부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고 위기소통도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며 ‘책임지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초기엔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조차 공개하지 않아 혼란과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백서엔 지방자치단체 등에 혼란의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 여러 차례 나온다. 지난해 6월 4일 서울시가 35번 환자와 함께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한 1565명을 격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백서는 당시 조치에 대해 “지자체와 정부의 정치적 권력 갈등을 내보여 보건 당국의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기록했다. 또 투명한 정보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언론에 대해선 “메르스 환자 증가 등 부정적인 정보를 주로 제공해 공포를 확산시켰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지적을 했다. 병원의 감염병 부실 대응을 지적하는 내용도 여럿 있었다.옥상옥 보고업무 폭주…의심환자 추적 못하기도 “(격리 대상자가) 일부러 ‘나 지금 시장에 돌아다니니 잡으러 오라’고 해요. 그래서 찾아서 격리시키면 또다시 나가고….” 지자체의 한 방역 담당자가 회고한 메르스 사태다. 당시 지자체는 이처럼 의심 환자를 찾아내 격리하기에도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각종 보고서 요구에도 시달려야 했다. 메르스 발생 초기 질병관리본부 4개 과가 요청한 보고서는 ‘일일상황보고’, ‘의심환자 감시보고’ 등 매일 5건이었고, 이후 국민안전처와 경찰청 등 다른 부처에서도 보고자료 요구가 늘어나며 담당자의 업무가 폭주해 정작 격리 장소에서 이탈한 메르스 접촉자를 추적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보고 체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중복 보고와 보고 대상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백서의 ‘교훈·제언’ 부분은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신종 감염병 유행 시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려면 인력을 일부 보강하거나 조직구조를 약간 바꾸는 정도를 넘어 ‘질병관리청’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내에 ‘의료기관 감염관리국’을 신설하고 각 지역에 ‘지방 공중보건청’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도 적혀 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방역활동에 참여했던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메르스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 지난 뒤에야 나온 백서인데도 철저한 자기반성과 개선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메르스 치료와 방역에 기여한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과 김홍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39명에게 훈포장을 수여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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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서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변형 밀 발견…국내 유입 가능성은?

    미국 워싱턴 주(州)에서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변형 밀이 발견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에 나섰다. 식약처는 이미 국내에서 유통 중인 워싱턴 주 밀의 판매를 중지하고 수거 검사하는 한편, 앞으로 워싱턴 주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생산된 밀과 밀가루에 대해선 통관 전 단계에서 유전자변형 여부를 검사한다고 29일 밝혔다. 2014년부터 올해(이달 25일 기준)까지 미국에서 수입한 밀은 총 287만t, 152만 달러(약 17억 원)어치다. 식약처는 이 중 39% 정도가 워싱턴 주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고 지방자치단체에 수거를 요청한 상태다. 다만 이번 미승인 유전자변형 밀은 워싱턴 주의 휴경지에서 발견됐고 미국 내에서도 상업적으로 재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 품종이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 201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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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번째 지카 감염자는 베트남 여행 40세 여성

    베트남에서 귀국한 여성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로 29일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11일부터 베트남 호찌민을 여행하고 15일 돌아온 J 씨(30·여)의 혈액과 소변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돼 국내 9번째 지카 감염자로 확진됐다고 이날 밝혔다. J 씨는 19일부터 관절통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23일 발진 가려움 등 증상이 나타나자 25일 분당제생병원에서 처음 진료를 받았다. 병원 측의 신고를 받은 국립보건연구원은 검사를 거쳐 28일 오후 5시경 확진 판정을 내렸다. 당국은 J 씨가 베트남에서 모기에 물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J 씨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고 있다. 당국은 J 씨와 동행했던 일행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국은 J 씨가 국내에서 바이러스를 퍼트렸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 수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 201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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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日출연 10억엔과 소녀상은 별개… 철거조건 내세우면 나부터 사퇴”

    “일본 정부가 돈을 내놓는 조건으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끌어들이면 이사장을 그만두겠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의 김태현 이사장(66·성신여대 명예교수)은 재단 출범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중구 통일로 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단 설립이 소녀상 철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근거 없는 오해”라고 일축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재단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나도 위안부 합의는 성에 차지 않는다. 이상적인 합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직접 무릎 꿇고 사과하며 10억 엔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배상금으로 내놓는 것이었을 거다. 하지만 지난 두 달간 재단 설립준비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누비며 위안부 피해자 37명 측과 대화한 끝에 ‘할머니가 한 명이라도 더 살아있을 때 한을 풀어 드리려면 이만한 합의라도 이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너무나 연로하고 지친 탓에 ‘완벽한 사과는 아니지만 이거라도 됐다’고 생각하는 피해자가 훨씬 많았다.”(그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러 다닌 동선을 지도에 그려 보면 총 5840km가 넘는다) ―몇 명이나 재단에 찬성했나. “정확한 수는 말할 수 없지만 80% 정도는 긍정하는 의사를 표현했다. 녹음 파일로 증명할 수도 있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사죄의 뜻이 담긴 지원금을 받는 것 자체로 응어리가 풀릴 것 같다는 얘기였다. 면담한 지 엿새 만에 숨진 할머니를 조문하기 위해 유족을 찾았을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며칠 동안 잠을 잘 주무셨다’는 얘기도 들었다. 물론 ‘눈을 감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면 받아줄 수 없다’며 재단 참여를 완강히 거부한 할머니도 계셨다. 그분들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재단의 취지가 결코 다르지 않음을 이해하고 나중에라도 참여해 주길 바란다.” ―10억 엔을 어떻게 쓸 건가. “기념관 건립 등 대형 토목공사로 대표되는 기념사업에 돈을 많이 쓸 생각은 없다. 할머니들에게 지원금을 어디에 쓸 거냐고 물었을 때 ‘손녀의 신장 이식 수술비를 대 주겠다’ ‘장학금으로 기탁하겠다’ ‘평생소원인 금팔찌를 차 보고 싶다’ 등 다양한 응답이 나왔지만 기념사업보다는 직접 지원금을 선호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사업 등 기념사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정된 재단금은 생존자 위주로 직접 드리는 게 맞다고 본다.” ―지난달 10억 엔을 ‘치유금’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합의문에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한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치유를 강조하고자 하는 마음에 ‘배상금’ 대신 치유금이라는 단어를 썼다. 하지만 나중에 내 말에 모순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베 총리가 전 세계를 향해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며 내겠다고 한 돈이니, 배상금이자 치유금이라고 표현해야 적절했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이사진 중 5석이 공석이다. “재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인사라면 어렵겠지만 지금껏 재단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온 전문가도 모시려 한다. 우선 역사학자 한 분을 영입하기 위해 추진 중이고 나머지 4명은 차차 늘려갈 계획이다.”조건희 becom@donga.com·이지은 기자}

    • 201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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