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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 암약하고 있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체포한 탈북자들을 북-중 국경의 비밀통로를 통해 곧바로 북송시키고 있다고 대북소식통이 6일 전했다. 중국 당국도 국제사회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탈북자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 이름도 없는 생후 13일 된 아기까지 차디찬 감옥에서 북송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중국서 활개 치는 북한 보위부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보위부 요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게 직접 체포돼 북으로 비밀리에 끌려가는 탈북자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는 중국에서 나름대로 신문 및 북송 절차를 거쳐 세관을 통해 북으로 가지만 보위부 요원들에게 체포된 탈북자는 이런 절차도 거치지 않는다.보위부 요원들은 압록강 하구 및 두만강 상류 지역에 자신들만의 북송 통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丹東) 인근에는 북-중 경계를 표시하는 철조망이 도로에서 불과 1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 많다. 보위부 요원들은 자신들이 체포한 탈북자를 차에 싣고 이런 곳에 와서 북에서 마중 나온 요원들에게 넘겨주고 다시 임무를 수행하러 떠난다. 압록강 하구에서 북-중 국경도로를 차로 달리다 보면 군데군데 철조망이 뜯긴 곳이 보인다. 이런 곳은 대개 사람이 계속 다녀 길처럼 다져진 북한 쪽 오솔길과 이어지는데 이는 주요 밀수 통로이기도 하지만 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를 넘길 때도 많이 이용한다. 이런 통로는 비단 압록강 쪽뿐만 아니라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 현 싼허(三合) 진, 허룽(和龍) 현 충산(崇善) 진 등 두만강 중상류 지역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겨울에 강이 얼었을 때는 싼허 통로가, 강이 풀렸을 때는 강폭이 좁은 쑹산 통로가 주로 이용된다. 이런 통로는 북한 보위부가 오랫동안 중국 당국의 묵인 아래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것인데 최근 중국에서 활약하는 요원 수가 늘면서 더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들을 체포해 직접 북송시키고 있음이 드러남에 따라 지금까지 북에 끌려간 탈북자는 중국 당국이 공개한 통계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회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중국은 매년 적게는 4800명, 많게는 8900명의 탈북자를 북송해왔다. 이를 통해 탈북이 본격화된 1990년대 중반 이후 약 10만 명의 탈북자가 북송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2만여 명. 탈북자 1명이 자유를 찾는 동안 5명이 북송된 것이다.○ 북송 앞둔 탈북자 300여 명6일 정통한 중국 공안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15일까지를 탈북자 집중검거 기간으로 정하고 탈북자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기간에만도 한국으로 오려던 탈북자 여러 팀을 포함해 수백 명이 체포됐다.지난달 29일 중국 라오스 국경 인근에서 체포된 탈북자 일행 중에는 생후 13일 된 여자아기도 포함돼 있다. 태어난 지 13일 만에 체포돼 현재 감옥에 갇혀 있으며 아직 이름도 없는 상태다. 31세인 아기 엄마는 한국행 길에 올랐다가 도중에 아기를 낳았지만 불과 열흘 남짓 몸을 추스르고 다시 길을 이어가다 체포된 것이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 수감된 탈북자는 400여 명에 이르며 이 중 300여 명이 한 달 안에 북송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달 동안 북송된 탈북자도 한 달 평균 3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본보는 한국으로 오던 탈북자 일행들의 체포 사실과 인적 사항, 구류 장소, 북송 상황 등을 수시로 입수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의 안전을 위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현재 중국에서 탈북자 200여 명이 신문을 마치고 북송 대기 상태이며 100여 명은 신문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는 공안과 변방대가 운영하는 구류장에 수감되는데, 이 구류장도 신문을 진행하는 곳과 신문을 받고 북송을 기다리는 탈북자들을 수감하는 곳으로 나뉜다. 중국의 탈북자 북송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월 말 신의주로 20여 명이 북송된 데 이어 2일 혜산으로 또 여러 명의 탈북자가 북송됐다고 북한 소식통이 전했다. 옌볜조선족자치주 지역을 통해서도 탈북자들이 수차례 북송된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 8일과 12일 체포돼 관련 사실이 동아일보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31명 중 일부는 이미 북송됐으며 나머지는 중국 당국이 외부에 소식이 새나가지 않도록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백두산의 혹한 속에 불을 지펴 발을 녹이다 발이 타버린 13세 탈북 ‘꽃제비’ 정모 군. 끝내 다리를 절단하고도 더욱 암담한 처지에 놓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중국 당국에 체포될 위험 때문에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기약 없이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북한에서 유랑 걸식을 하던 정 군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꽃제비 친구들과 탈북을 약속한 뒤 선발대로 먼저 중국에 넘어왔다 화를 당했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서 몸을 녹이려 불을 지폈다가 그만 잠이 들어 발이 다 타버린 것. 다행히 소년은 현지 민간구호단체 관계자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구했다. 채널A 방송을 통해 처음 모습이 공개됐을 당시 발목까지 검게 그을린 발은 살갗이 벗겨져 진물이 흘러나왔고 발가락은 뼈가 드러날 정도였다. 정 군은 발을 방치할 경우 생명이 위태롭다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멀리 떨어진 도시 병원에 가서 발을 절단했다. 사연이 보도된 뒤 2만 위안(약 354만 원)에 이르는 수술비의 일부를 한국과 미국의 선교단체들이 모금을 통해 후원하기도 했다.발을 절단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정 군이 생명을 살려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전해왔다. “존경하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라며 운을 뗀 정 군은 “선생님들이 도와 발을 고쳐줘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편지 마지막에는 채널A 취재 당시 거짓으로 알려줬던 김모 군이라는 이름 대신 정○○이라는 본명을 밝히기도 했다.하지만 정 군의 시련은 이제부터다. 발이 없는 상태에서 오도 가도 못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신분이 드러날까 봐 병원에도 못 가고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간단한 소독약 등으로 임시 처치를 받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정 군의 사연을 본보에 알린 북한인권선교회 김희태 회장은 “정 군을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지만 제3국으로 가려면 1만여 km의 여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체력이 턱없이 모자란다. 또 장정 4명이 들것을 들고 데려와야 하는 등 비용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제3국행 도중에 다행히 중국 당국에 발각되지 않는다 해도 비용이 최소한 600만 원 정도는 든다고 한다. 현재 백두산에는 정 군과 함께 탈북한 친구 18명이 여전히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600만 원이면 이들 중 10명을 구출할 수 있는 액수다. 정 군을 중국 현지에 두고 돌보려 해도 많은 돈이 들긴 마찬가지다. 백두산 탈북 꽃제비들을 한국으로 구출하는 단체 ‘통일시대사람들’의 김지우 대표는 “한 달에 탈북자 대여섯 명을 구출할 수 있는 후원금이 겨우 모금되는 실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정 군은 편지에 “선생님들 도와주세요”라고 손으로 꾹꾹 눌러 썼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윤영탁 채널A 기자 kaiser@donga.com }

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A 씨의 아버지가 1일 전화를 해왔다. 북송위기에 처한 자식의 구명을 위해 뛰어다니느라 가뜩이나 제정신이 아닌데 최근 자식의 실명을 쓴 언론보도가 여기저기 퍼지는 바람에 그것을 막느라 더욱 경황이 없다고 했다. 몇 번씩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한 뒤에야 마지못해 관련기사를 내리는 언론사들도 있다고 했다. 탈북자들은 실명이나 얼굴 등 개인정보 공개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신상 공개가 북에 있는 가족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반인처럼 명예훼손이나 경제적 피해, 정정보도나 피해보상 같은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 목숨이 달린 문제인 것이다. 지난해 서울고법은 자신들의 신상을 언론에 공개하는 바람에 북에 있는 가족 26명이 실종됐다며 탈북자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1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아무리 천문학적인 배상을 받는다 해도 가족을 잃은 울분을 대신할 순 없을 것이다. 물론 가족이 피해를 볼까 봐 기자회견을 할 수 없다고 버티는 탈북자들을 기자회견장으로 내몰던 1990년대와 비교하면 사정이 몰라보게 나아졌다. 당시엔 누군가가 남쪽에서 탈북 기자회견을 했다고 하면 북에선 수십 명의 일가족이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갔었다. 과거에 비해 대다수 언론이 신상 공개에 매우 신중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가 대형 이슈로 떠오르면서 체포된 탈북자나 한국 가족들의 실명, 나이 등을 무책임하게 쓰고, 미확인 소문과 민감한 대목을 경쟁적으로 써대는 언론이 여전히 눈에 띈다. 탈북자 구명을 위해 구명운동이 어쩔 수 없이 공개리에 벌어지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신중하지 못한 기사 한 줄, 말 한마디로도 귀한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언론과 관련단체들이 더욱 깊이 새기기를 호소한다.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북한이 지난해 김정일 사망 후 10일간의 애도기간에 탈북했다 체포된 주민들을 모두 함경북도 회령의 25호 정치범수용소에 수감했다고 대북소식통이 29일 전했다. 이는 2월 8∼12일 중국에서 체포돼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31명의 탈북자와는 별도의 사안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9일 김정일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하면서 29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 기간 탈북을 했거나 시도했다 체포된 사람들은 중대한 반역범죄행위로 인정해 별다른 예심 없이 정치범수용소에 수용했다. 또 이들의 가족과 친인척들은 현재 보위부에 구류돼 탈북 협조 여부 등을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선 죄인을 정치범수용소에 수감하기까지 최소 3개월, 최대 1년 정도가 걸린다. 예심을 통해 받은 자백을 토대로 국가안전보위부의 최종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애도기간에 탈북했다 체포된 이들은 이례적인 즉결처벌 대상이 된 것이다.애도기간이 끝난 12월 29일 이후 탈북했다 북송됐거나 탈북을 기도하다 체포된 사람들은 현재까지 형벌을 받지 않고 보위부 구류장에서 예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29일 이후 북한은 3월 말까지를 100일 애도기간으로 재지정했다. 이에 따라 10일 애도기간 중 탈북자와 100일 애도기간 중 탈북자의 처벌 경중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최근 탈북자 문제가 크게 이슈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북한은 최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체포된 탈북자들이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는 내용의 강연을 하고 있다고 북한전문 인터넷신문인 ‘데일리NK’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25일 동(洞) 여성동맹위원장들의 토요학습에서 도당 선전부에서 파견된 강사가 ‘탈북자들의 말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최근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이 이른바 탈북자 사건을 크게 떠들면서 우리 공화국을 헐뜯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제도의 명예를 더럽힌 탈북자들은 결국 중국 공안국에 체포돼 우리에게 넘겨졌고 공화국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고 사례까지 들며 역설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강연이긴 하지만 강사가 처음으로 ‘탈북자’라는 단어를 사용해 참가자들이 의아해하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탈북자를 ‘민족반역자’ 또는 ‘월남자’라고 불러 왔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28일 “북한 당국이 탈북을 막기 위해 최근 국경경비대의 교방(부대 주둔지 교체)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간 군인들이 해당 지역 주민들과 인맥을 형성하는 데 걸리는 기간만큼이라도 확실히 탈북을 차단해 보겠다는 의도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 위기에 처해 있는 탈북자들의 한국 내 가족들이 27일 오전 외교통상부를 찾아 ‘한국인 임시여행증명서(TC)’ 발급을 공식 요청했다. 탈북자에 대한 증명서 발급 문제는 탈북자를 체포한 일선 중국 공안들이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만 있으면 풀어주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탈북자들이 그 같은 서류를 구할 방법이 없어 북송되고 만다는 동아일보 지적(본보 23일자 A1면 보도)에 따라 이슈화된 사안이다. 정부와 여당은 23일 증명서 발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정부 여당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한국에 있는 체포 탈북자 가족들은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TC 자체는 얼마든지 발급해 줄 수 있다”고 말한 외교부 당국자의 발언이 보도된 동아일보를 내보이며 증명서 발급을 촉구했다. 이에 외교부 관계자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가족들은 “북송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TC를 발급해준다면 가족을 구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TC 발급 문제를 포함한 탈북자 대책을 중국 등을 담당하는 외교부 동북아국이 아닌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대북정책협력과에 맡겼다.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TC 발급은 사안별로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신청자 모두에게 발급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TC가 남발되거나 악용될 가능성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원칙적으로 TC는 본인이 공관에 와서 인터뷰를 하고 신분 확인을 위한 여러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엄격한 관련 규정이 있는데 탈북자에겐 이런 원칙을 적용하기 어려워 원칙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것이 실무 담당자들의 고충이다.탈북자 구출 활동가들은 외교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어차피 TC를 발급하려면 탈북자의 사진과 신상 등이 있어야 하므로 발급 요청자는 가족이 한국에 있는 탈북자나 한국 외교공관에 진입한 탈북자 등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TC 발급 요청이 남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한편 탈북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한국사무소를 찾아가 북송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북송 위기를 앞둔 탈북자 속에는 아동도 여러 명 있다”면서 “유엔의 책임 있는 기관으로서 적극 협력해 달라”고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최근 탈북자 색출 고위 요원 29명을 중국에 공식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중국에 들어간 이 요원들은 다음 달 15일까지 한 달간을 ‘탈북자 집중 체포 기간’으로 정하고 중국 공안과 함께 탈북자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 요원들을 직접 파견한 것은 김정일 사후 탈북자 3대 멸족을 공언한 바 있는 북한 정권이 탈북 방지에 총력을 쏟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 31명은 8∼12일 중국에서 체포됐고 북송 반대 여론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4일부터이므로 이번 요원 파견이 이들의 체포와 직접 관련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중국 공안의 고위 소식통은 24일 “북한 요원들이 파견된 곳은 옌지(延吉) 둔화(敦化) 창춘(長春) 선양(瀋陽) 베이징(北京) 쿤밍(昆明) 등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이동하는 경로에 있는 6개 도시”라며 “이들은 주로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 대중교통 요충지에 상주하고 있다. 옌지 동북아호텔 앞 버스터미널에도 이미 며칠 전부터 북한 요원이 공안과 함께 탈북자로 의심되는 행인들을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가 직접 요원들을 파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인 데다 중국 공안들은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中 “선양 주재 北영사관, 31명 북송 공식 요청” ▼중국에는 이미 탈북자나 여행자로 위장한 보위부 요원 상당수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엔 비공식적으로 요원을 은밀히 파견해 탈북자들을 체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아예 북한 요원들이 중국에 공식적으로 상주하며 비밀요원들을 지휘하고 공안과 합동작전을 벌인다는 점에서 중국이 북한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 협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또 다른 중국 공안 소식통은 “선양 주재 북한 영사관이 최근 한국 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31명의 탈북자에 대해 북한 주민임을 확인하고 북한으로의 송환을 공식 요청하는 서류를 24일 발송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안은 탈북자를 체포하면 북한 주민임을 확인해 달라고 북한 영사관에 요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북한 영사관이 이런 요청에 답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주소 확인 등이 어려운 데다 어차피 중국 당국이 북송을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탈북자 북송을 중국에 공식 요청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또 다른 소식통은 최근 이슈가 된 탈북자 중 3∼9명이 이미 북송됐다는 일부 한국 언론 보도에 대해 “현재 모두 그대로 중국 내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은 현재 탈북자 북송을 최대한 자제하며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탈북자 일부가 이미 북송됐는지를 묻자 “중국은 지금까지 원칙을 지켜왔다”고만 할 뿐 답변을 거부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유엔난민기구(UNHCR)가 24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의 송환을 중단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에이드리언 에드워즈 UNHCR 대변인은 “체포된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밀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는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중국 당국과 대화해 왔으며 중국 정부가 난민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탈북자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은 24일 촛불시위와 서명운동 등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날 저녁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북한 인권단체들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강제북송 반대 호소문을 낭독하고 국내 정치권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탈북자 허광일 씨는 “탈북자 북송은 반인륜적 행위로 좌우 이념에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목적에 공감하는 모든 시민이 힘을 모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25일에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촛불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광주에서는 25일 금남로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 촛불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탈북했다가 북송돼 악명 높은 증산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지현아 씨(33)는 “중국 당국이 탈북자 북송을 중단할 때까지 계속 시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광주의 일부 탈북자는 합법적 집회 개최 신고를 위한 조직이 필요해 임시로 ‘탈북자강제북송중지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16일부터 매일 강제북송 반대 집회장에 나오고 있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졸업생들이 만든 단체인 ‘세이브 마이 프렌드’는 14일부터 웹사이트(www.savemyfriend.org)에서 진행하는 서명운동 참여자가 11만 명을 넘겼다고 24일 밝혔다. 특히 탈북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언론 보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등 100여 개국에서 서명에 동참했다. 특히 24일 하루에만 8만 명이 서명에 동참해 국내외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세이브 마이 프렌드는 1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유엔인권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5년차 이내의 젊은 변호사 325명도 이날 긴급 호소문을 내고 “중국은 체포된 탈북자들이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변호사들은 “탈북자들은 국제법상 난민에 해당한다”며 “중국은 난민협약상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통일문학포럼도 이날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중단하고 그들을 국제난민협약에 의거해 합당한 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18년 전(1994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김옥화(가명·45) 씨가 23일 기자를 찾아왔다. 70세 넘은 그의 노모는 한국으로 오다 최근 중국 공안에 체포된 31명 중 한 명이다.“2월 초 중국에서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어머니가 중국으로 몰래 건너왔다고. 어떻게 딸을 찾았는지 제게 연락을 하신 거예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1994년 탈북한 이후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어요. 아니, 소식도 모르고 살았죠. 그런데 어머니가 70세가 넘은 고령으로 한국에 사는 딸을 찾은 거예요. 전화기를 부둥켜 쥐고 소리쳤어요. ‘엄마, 내가 곧 갈 테니 며칠만 기다려줘.’ 태어나서 외할머니를 한 번도 보지 못한 둘째 아이와 사흘 뒤 어머니가 있는 중국으로 갔어요. 그리고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무려 18년 만에 만난 겁니다. 밤새 부둥켜안고 울었죠. 제 기억 속엔 젊은 모습이었던 어머니는 왜 그리도 늙으셨는지. 얼굴에 주름뿐이었어요.아버지 안부부터 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북한에서 생활난을 못 이겨 탈북한 직후 굶어 돌아가셨대요. 아니, 자식을 굶기는 당신 처지를 자책하며 식음을 끊고 스스로 돌아가신 거라고 해요. 제 막내 남동생은 장마당에서 맞아 죽었답니다. 배고파서 장마당에서 음식을 훔쳐 먹다 발길질에 차여 가슴에서 피를 토하고 그만…. 남동생이 하나 더 있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직장에서 그 애라도 책임져 주겠다고 데려갔대요. 쌀이 없으니 이 애라도 직장에서 먹여 살려보겠다고 기숙사에 넣은 거죠. 그러고는 좀 있다 군에 보내더래요. 자식들도 없이 홀로 남은 어머니는 먹을 것을 구걸하며 이리저리 떠돌다가 다행히 어느 산골에서 일자리를 얻어 지금까지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는 거예요. 중국에서 엄마와 이틀 밤을 보냈어요. 그리고 엄마를 한국행 탈북자 일행에 합류시켜 주고 저는 서울로 왔습니다. 귀국 비행기에서 정말 가슴이 부풀었어요. 이제 효도를 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어떻게 여생을 행복하게 해드릴까 그런 상상만 했죠. 하지만 몰랐습니다. 그 기쁨과 설렘이 불과 하루 만에 깨질 줄은. 한국에 도착한 다음 날 엄마가 한국으로 오려다 선양(瀋陽)에서 공안에 체포됐다는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은 겁니다.이제 어쩝니까. 엄마가 중국에 들어온 직후 탈북 브로커가 전화로 ‘곧 한국에 들여보내 주겠다’고 했지만 제3국을 돌아 한국에 오려면 몇 달이 걸릴 텐데 그전에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직접 날아갔던 겁니다. 엄마가 그때 나를 안 기다리고 바로 떠나기만 했어도 체포되지 않았을 텐데. 중국에서 만났을 때 엄마가 제게 좀 더 있다 가면 안 되냐고 묻더군요. 너무 오래 한국을 비우면 그나마 어렵게 취직한 식당에서 잘릴까 걱정이 된 저는 ‘몇 달 뒤면 다시 만날 거야’라고 겨우 달래며 헤어졌어요. 그때 제가 며칠만 더 있었더라도 엄마는 체포되지 않았을 것을. 결국 제가 엄마를 죽게 만든 겁니다. 평생 이 죄책감을 어떻게 짊어지고 가야 하나요.우린 중국에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왜 중국은 이런 고통을 줍니까. 제발 어머니를 저희 품에 돌려보내 주세요. 평생 효도라고는 받지 못한 어머니, 딸자식에게서 밥 한 끼 얻어 드시지 못하고 돌아가셔야 하나요. 저는 지금껏 식당에도 못 나가고 집에 틀어박혀 울기만 합니다. 집 안이 감옥같이 느껴집니다. 애들(형제 둘)이 외할머니가 온다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그 애들이 크면 민족의 이 비극이 끝날까요? 기자님?”김 씨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기자는 대답해줄 수가 없었다. 어느새 그녀와 함께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정부와 여당은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중국 내 탈북자들에게 ‘한국민 증명서’를 발급해 이들의 한국행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23일 국회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천식 통일부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 협의를 열어 이런 대책을 논의했다고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밝혔다. 이 의장은 “‘한국민 증명서’를 (탈북자들에게) 발급해 주면 중국 공안이 석방할 수 있다는 (동아일보의) 보도가 나왔다”며 “정부에 증명서 발급을 촉구했고 정부도 이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또 당정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차원에서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국회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 적십자인 ‘홍십자’에도 탈북자들의 인도적 처우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황우여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탈북자들의 법적 문제는 몇몇 나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와 인류의 문제”라며 “중국은 투명하게 국제법적 질서와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외통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탈북자 강제 북송에 관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민주통합당 김동철 의원은 23일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결의안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89명)이 서명했다. 탈북자 강제 북송에 항의하며 단식 중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이날 여야 의원 28명의 서명을 받아 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냈다.외교부는 이날 곧바로 ‘한국민 증명서’ 발급과 관련한 정책 검토에 들어갔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민 증명서’라는 이름의 서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교부는 여권을 분실한 한국 국적자 등에게 현지 공관이 발급하는 임시 여행증명서(TC)가 이런 증명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법무부와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긴 하지만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TC 자체는 얼마든지 발급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외교부 당국자는 “TC 발급이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막을 수 있다는 탈북자 단체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정부는 최대한 탈북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대북 활동가는 “한국인이라는 증명서는 체포된 탈북자들을 석방시킬 때 유용하다”며 “중국에는 아직 남한 북한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증명서 한 장이면 체포된 탈북자를 쉽게 꺼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다만 문제는 TC가 있더라도 중국이 출국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한국행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여권에 입국비자를 찍고 들어오지 않은 외국인이 나갈 때는 출국허가 절차를 따로 밟도록 하고 있다. 탈북자를 불법 월경자로 간주하는 중국이 이들에게 출국허가를 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서류 한 장이 없어 죽음의 문턱에서 딸을 구하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소녀 A 양의 가족들은 14일 외교통상부를 찾아가 “제발 내 딸이 한국 국민이라는 서류를 떼달라”고 호소했다. 전날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온 A 양이 “공안 관계자가 한국인이라는 영사관의 증명서류를 가져오면 석방해 주겠다고 한다”고 전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A 양은 북한 사람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서류를 발급해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수년 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부모들은 “우리 딸은 미성년자이고 부모가 다 한국에 살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탈북자를 북한 주민으로 규정한다면 중국에 탈북자 석방을 요구할 명분도 약해지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A 양은 최근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 31명 중 한 명이다.A 양 사례는 최근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려다 체포된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현실적 문제 중 하나다. 탈북자 구출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은 체포된 탈북자에 대해 우리 정부가 한국 국민으로 인정하는 서류만 발급해 주면 매년 북송되는 수천 명의 탈북자 가운데 상당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22일 중국 공안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공안은 탈북자를 체포하면 일단 북한 주민이 아닌 무국적자로 간주해 심문한다. 만약 탈북자가 자신을 한국인으로 주장하며 남쪽에 가족이 살고 있다고 하면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걸친다. 이 때문에 최근 체포된 탈북자 중 한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은 심문 과정에 한국 가족과 몇 차례 통화까지 했다.중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은 3국으로 탈출하려고 이동하다 일선 공안원들에게 붙잡혀 중국 하급 파출소에서 심문을 받는 일이 많다. 보통 이 경우 현지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물밑에서 공안과 석방 교섭을 벌이는데 이때 가장 많이 요구받는 것이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다. 풀어줄 명분을 달라는 것이다. 공안 소식통은 “중국 정부 역시 탈북자 문제를 골치 아프게 여기고 있어 중앙의 개입 없이 지역에서 조용히 처리하길 바란다”며 “대다수 공안은 탈북자를 악착스럽게 잡아 북송시키는 데 별로 관심이 없지만 보낼 곳이 없으니 할 수 없다”고 말했다.한 탈북 지원 활동가는 “탈북자도 넓은 의미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여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탈북자 전체에 대해 그렇게 해주는 게 어렵다면 남쪽에 가족이 있는 탈북자만이라도 한국인이라고 입증하는 서류를 발급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에 먼저 탈북한 가족이 있는 탈북자는 북송되면 더 큰 처벌을 받는다.▼ 中공안들 “명분이 있어야 풀어주지…”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주민등록이 없는 탈북자를 한국 국민으로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법무부 소관으로 외교부 권한 밖이다”라면서 “하지만 만약 이런 사례에 해당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진다면 인증서류를 발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현재 정부는 제3국까지 도착한 탈북자에 대해선 한국인으로 인정해 주민등록이 없더라도 여권을 발급해 주고 있다. 이런 방침을 중국으로 확대하면 탈북자 가족들이 체포된 가족의 신상정보를 정부에 제공하며 보호를 요청해 오는 경우 한국인임을 인정하는 서류를 발급해 줄 수 있다는 게 많은 현지 활동가들의 주장이다. 물론 중국 당국이 앞으로 한국인 입증서류를 인정해 주지 말라고 전국 일선 공안에 지시를 하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 경우 여권을 분실한 진짜 한국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또 다른 외교적 문제가 발생한다.판사 출신의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탈북자의 법적 지위는 본인이 북한 지역을 벗어나서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의사를 표시하는 때부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취급해야 한다. 그래서 국내에 들어오면 귀화하거나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만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우리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 판례며 헌법정신이다”라고 지적했다. 2000년 헌재 판결(97헌가12)과 1996년 대법원 판결(96누1221)에는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명시돼 있다.2008년 2월에 제정된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북한이탈주민’을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자’로 한정한 뒤 ‘대한민국은 보호대상자에 대하여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특별한 보호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신청을 받은 재외공관장은 지체 없이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에게 통보하여야 하며 국가정보원장은 필요한 조치를 취한 후 결과를 통일부 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에 대한 처우는 법과는 거리가 멀었다. 언론에 보도돼야 외교부가 중국에 선처를 호소하는 것이 고작이다.국제적으로도 이별한 가족, 특히 미성년 자녀는 부모와 함께 살도록 해주는 것이 보편적인 인도주의적 법률관례다. 미국 등 서방국들에는 ‘가족초청제도’가 있으며 한국도 중국동포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중국에 있는 미성년자를 초청해 함께 살 수 있도록 법으로 지정하고 있다. A 양처럼 부모가 한국에 거주하는 미성년자를 고문과 종신수용이 기다리는 북한으로 송환해 영영 생이별하게 만드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이 탈북자를 북송하는 과정에서 한국으로 가려 한 탈북자인지, 단순 탈북자인지를 가려내 북한에 통보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으로 가려 한 탈북자는 북송된 뒤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거나 처형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북송 전에 한국행 여부를 가려내는 것은 북한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중국 공안은 이렇게 탈북자들을 북송한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통나무와 광물을 받아왔다고 중국 투먼(圖們)의 공안 소식통이 21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최근 중국은 한국행을 시도한 탈북자의 서류에는 색깔이 다른 도장을 찍는 방법으로 북한에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탈북자 북송서류에 ‘한국행’이라고 직접 쓰면 중국이 북한에 협조한 명백한 증거물이 남기 때문에 1월엔 빨간 도장, 2월엔 파란 도장 등 시기별로 북한과 약속한 색깔의 도장을 찍는 방법으로 구분해 통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장 색깔로 북한에 탈북자의 한국행 시도 여부를 알려주는 것은 탈북자 문제가 국제적으로 계속 불거지자 고안해낸 방법으로 알려졌다. 북-중 관계가 좋았을 때는 심문 서류를 북한에 몽땅 넘겨준 일도 있었고 심지어 1990년대 후반에는 북한 국가보위부 조사관이 직접 중국에 건너와 중국 조사관으로 위장하고 탈북자들을 취조했다는 증언도 있다. 당시 북송된 경험이 있는 북한군 대위 출신인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국장은 “동정하는 척하며 맞장구를 쳐주는 중국 조사관의 유도질문에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말을 서슴없이 했는데 북송될 때 북한에서 마중 나온 보위부 요원이 바로 그 조사관이었다”고 21일 말했다.▼ ‘한국행 시도’ 도장 찍히면 북송 뒤 생존 가능성 희박해져 ▼중국이 탈북자의 한국행 의도를 북한에 통보하지 않는다면 탈북자가 북송돼도 살아날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북한 보위부 소속 탈북자 조사관들이 직접 중국에 가서 일일이 현장을 찾아다니며 수사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북송돼 취조받을 때 한국에 갈 생각이 없었다고 끝까지 버티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공안이 취조할 때는 탈북자의 목적지를 가려내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 한국행 탈북자들은 대부분 한국행을 도와주는 일행 등과 함께 체포되기 때문이다. 현지의 중국 당국은 이렇게 탈북자 체포에 적극 협조하고 엄중 처벌 대상 탈북자들까지 골라준 대가로 북송한 탈북자 수만큼 북한 측으로부터 통나무와 철광석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 대가는 시기별로 달라지지만 주로 백두산 원시림에서 벌목한 나무와 무산광산 철광석 등이 건네지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와 통나무의 교환은 1998년 이전부터 시작돼 벌써 14년 넘게 이어져온 전통이라고 복수의 탈북자들이 증언했다. 중국은 체포한 탈북자들을 주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압록강 건너 맞은편인 단둥(丹東)과 두만강의 함경북도 온성군 맞은편 투먼을 통해 북한에 넘긴다. 이 외에도 북한과 중국 간 다리가 연결된 여러 지역에서 탈북자들이 북송된다.투먼 한 곳만 해도 최근 1년간 북송된 탈북자가 3000명을 넘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를 미루어 짐작하면 중국에서 한 해 북송되는 탈북자가 5000명은 훨씬 넘는다고 유추할 수 있다. 중국은 투먼변방수용소에 탈북자들을 감금했다가 인원이 차는 대로 매주 한두 번씩 버스에 태워 북한에 넘긴다. 과거엔 군용트럭으로 북송했지만 북송 도중에 북-중 국경다리에서 몸을 던져 죽음을 택하는 탈북자들이 많아 버스로 바꾸었다고 한다.투먼변방수용소는 지린(吉林) 성에 소속된 국제감옥(외국인 수감용)이지만 실제 수감자는 모두 탈북자다. 이곳에서 탈북자 구타가 수시로 이뤄지며 북송을 앞두고 공포에 질린 여성 탈북자들을 성추행하거나 심지어 북송을 늦춰주겠다는 등의 회유를 하며 성관계를 요구하는 일도 끊이질 않는다고 이곳을 경험한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가슴 터지는 이 심정을 국민들에게 호소하려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꼭 구해주십시오. 북으로 보낼 바에는 차라리 죽여서 시신이라도 저에게 보내주십시오.” “제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입니다. 제발 그 애를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주세요.”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31명의 가족들이 1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호소했다“김정일 애도기간이라 이번에 북송되면 무조건 본보기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살아서 북으로 끌려가면 오늘은 어떤 고문을 당할까, 내일은 어떤 고문을 당할까…. 이렇게 본인도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가족도 함께 고통에 몸부림칠 바에는 한순간 마음이 아프더라도 차라리 죽여서 시신만이라도 어미 품으로….” 아들이 체포돼 있는 문영은(가명) 씨는 끝내 말을 맺지 못했다.가족들은 혈육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지난 한 주간 제대로 자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고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치권과 정부, 중국 공관 등에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다 보니 추위와 체력적 한계로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 김유미(가명) 씨는 독감에 걸려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으면서도 동생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다음 날 고열 속에 북송 반대 시위대열에 합세했다. 17일 채널A의 ‘박종진의 시사토크 쾌도난마’에 출연하기 위해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은 김 씨의 입술은 하얗게 부르터 있었다. 체포된 혈육들의 북송이 오늘내일 시간을 다툰다는 언론 보도는 가족들의 가슴을 더욱 심하게 옥죈다. 이들과 동행하며 구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 회장은 “소식통에 따르면 체포된 31명의 탈북자는 선양(瀋陽) 투먼(圖們) 등 각 구류소에 분산 수감돼 있으며 아직 북송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가족들의 가장 큰 걱정은 중국 당국이 시간을 질질 끌다가 세계적인 구명 여론이 잦아들었다고 생각되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조용히 탈북자들을 북송시킬지 모른다는 것이다. 탈북자 구출을 촉구하는 여론을 계속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피해자 가족들은 아파도, 힘들어도 결코 주저앉을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체포된 혈육들의 생명을 하루라도 더 연장시키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에 체포된 탈북자들의 구명에 유엔 기구가 팔을 걷고 나섰다. 유엔 산하 유엔난민기구(UNHCR)는 17일 탈북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중국 당국에 요청했다. 앤 메리 캠벨 UNHCR서울사무소 대표는 17일 채널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베이징사무소를 통해) 중국 당국에 억류된 탈북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한편 이들이 북송될 경우 가해질 박해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함께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캠벨 대표는 “중국은 1951년 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의정서 가입국이며 탈북자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하는 것은 이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1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탈북자 북송을 막아줄 것을 촉구하는 현병철 위원장 명의의 서한을 보냈다. 캐나다 북한인권협의회는 16일 토론토, 오타와 주재 중국총영사관을 통해 후진타오 주석에게 “탈북자의 북송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18일에는 조 대니얼 연방하원의원 사무실에서 북송 중지를 촉구하는 행사와 난민 보호를 위한 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탈북자 구명운동은 국내에서도 활발히 일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각종 시위 참여에 소극적이던 국내외 정착 탈북자들이 구명운동에 앞장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17일 오후 국내 탈북자 최대 커뮤니티사이트 ‘새터민들의 쉼터’ 회원들은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시위를 벌였다. 전날 ‘소향’이라는 닉네임의 한 탈북자가 “우리가 가만있으면서 어떻게 세계와 한국 정부에 형제들을 구명해달라고 호소할 수 있는가”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판에 올리자 탈북자들이 호응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광주지역 탈북자들도 16일에 이어 17일에도 광주 주재 중국영사관 앞에서 탈북자 북송 중단을 요구했다. 시위를 주도한 지현아 씨(33)는 북송돼 지옥 같은 증산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적이 있다. 역시 탈북자가 대표로 있는 통일운동단체 ‘통일시대사람들’은 홈페이지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번역한 탈북자 구명 호소문을 게재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e메일 팩스 등을 활용해 호소문을 전 세계에 릴레이로 전파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탈북자 구출을 위한 서명운동도 활발하다. 기독교사회책임 등 10개 북한인권단체는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 중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서명자 명부를 외교통상부와 주한 중국대사관, 유엔에 전달할 계획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탈북자 북한 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온라인 탄원운동을 시작해 수천 명의 서명을 받았다. 다음 아고라와 세계적인 서명운동 사이트인 체인지에서도 서명운동이 시작돼 1만 명 이상이 이미 서명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안 채널A 기자 jkim@donga.com }
북한이 탈북자로 위장해 탈북자를 색출할 임무를 지닌 요원을 중국에 대거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에서 검거된 탈북자들도 이 위장 탈북자들로 인해 중국 공안에 발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지원단체인 탈북난민인권연합은 북한이 지난달 25일 국가안전보위부와 정찰총국 소속 탈북자 검거요원을 대거 중국에 보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15일 전했다. 이번에 파견된 요원 수는 역대 최대 규모로 보인다. 북한은 과거에도 종종 탈북자로 가장한 요원을 중국에 파견해 왔지만 보통 수십 명 규모였다. 이 단체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암약하는 북한 검거 요원이 최대 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탈북자 색출 요원을 대거 파견한 것은 김정은의 지시라기보다는 김정은 등장 이후 보안기관별 충성경쟁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한 뒤 탈북자 방지에 가장 큰 관심을 쏟자 시군 단위 보위부까지 나서 ‘김정은 대장의 심려를 덜어드리겠다’며 각자 탈북자 체포조를 조직했다는 것. 요원 대다수는 각 지역과 부서에서 선발한 30대 위주의 장교로 구성돼 있으며 중국에선 탈북자로 위장해 주로 2인 1조로 활동한다. 이들 체포조는 실적에 따라 훈장과 승진을 보장받기 때문에 탈북자 색출에 혈안이 되고 있다. 이들은 북-중 무역을 통해 확보되는 자금으로 활동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선양에서 체포된 탈북자 10명 중에도 북한 요원으로 추정되는 남매 두 명이 포함돼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윤일과 윤옥이라는 이 남매는 20대 후반이라고 소개했다. 탈북자들이 체포된 직후 이들은 바로 현지 공안 구류장에서 풀려났다. 과거엔 중국에서 탈북자로 가장해 활동하던 북한 요원이 체포되면 중국에서 석방되지 않고 북한으로 송환돼야 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즉시 풀려나는 것을 보면 중국 공안이 북한 요원들의 활동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세계적인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가 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호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탈북자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각계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AI는 14일 “권력 교체기에 있는 북한 당국이 지난달 탈북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발표해 상황이 더 위태롭다”며 “유엔난민협약국인 중국은 탈북자들이 망명 절차를 밟고 유엔 난민기구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서구 언론은 물론이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까지 15일 탈북자들이 북송 위기에 처했다는 본보 보도를 요약해 전재했다. 환추시보는 “동아일보는 탈북자들이 송환되면 ‘3대 멸족’에 처해질 것이라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누리꾼들도 탈북자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기 시작했다. 한 누리꾼은 “3대를 멸한다니! 너무 사악하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다른 누리꾼은 “(북한은) 인간성을 가질 수 없나”라고 지적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한 이용자는 “북한의 이 같은 인권 상황에서 송환은 살인이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그들을 한국으로 보내자”라고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1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방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에게 탈북자들이 난민법과 유엔협약에 따라 자유롭게 제3국으로 갈 수 있도록 직언을 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 외교통상부가 중국 정부에 탈북자 북송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만 했을 뿐 체포된 탈북자들에 대한 정보를 일절 확인해 주지 않았다.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중국 특유의 시간 끌기 작전으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금까지 탈북자 체포 소식이 보도될 때마다 무반응으로 버티다가 여론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아가면 체포된 탈북자들을 슬그머니 북송했다. 북한인권선교회 김희태 회장은 “지난해 9월 말 중국에서 탈북자 35명이 강제 북송될 위기에 처해 한국에서 반대 여론이 일었을 때도 두 달 넘게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변방수용소에 이들을 구금해 놓고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끝내 북송시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8일 선양(瀋陽)에서 탈북자들을 체포한 중국 공안은 처음엔 탈북자들에게 한국 가족들과 통화를 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현재는 위치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중국 공안당국의 탈북자 처리 행태로 봤을 때 탈북자들은 모처에서 계속 조사를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중국 당국은 이들을 20일 전에 북송시킬 계획이었지만 비난 여론이 크게 확산되는 바람에 시기를 다시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집단 체포하면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분리 처리해 왔다. 우연히 체포된 경우 공안국에서 기본적인 심문을 한 뒤 변방대로 넘겨 단둥(丹東) 또는 투먼수용소에 넘기지만 추적을 해서 잡은 경우엔 체포를 의뢰한 지역의 공안국으로 호송한다. 이번에 선양에서 체포한 탈북자 9명조와 7명조를 곧바로 각각 옌지(延吉)와 창춘(長春)으로 보낸 것도 이곳에서부터 탈북자 이동을 인지해 체포 작전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도시에 보내진 탈북자들은 탈북 이후 행적, 특히 도와준 사람 및 브로커와 연계를 맺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받는다. 조사가 끝나면 이들 역시 변방수용소로 호송되는데 여기서 일정한 규모의 북송 인원이 차길 기다렸다 한꺼번에 북에 보낸다. 일반적으로 투먼보다 단둥이 북송 전까지 대기 기간이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남미 온두라스의 한 교도소에서 14일 밤 화재가 발생해 300명이 넘는 재소자가 철창에 갇힌 채 목숨을 잃는 참변이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북쪽으로 140km 떨어진 옛 수도 코마야과 소재 교도소로 852명의 폭력범 및 마약사범이 수감돼 있었다. 화재를 진압한 뒤 357명의 결원이 확인됐다. 대다수가 화재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는 탈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당국은 교도소 내 폭동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호수에 가르시아 소방당국 대변인은 감방 열쇠를 갖고 있던 교도소 직원의 행방을 알 수 없어 많은 재소자가 감방에 갇혀 있었던 것이 피해가 커진 이유로 꼽았다.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관들은 “총격 때문에 교도소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며 “불에 탄 교도소가 사실상 무법 상황”이라고 전했다.중남미 국가들의 수감시설은 과잉 수감과 열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데 온두라스의 교도소 실태는 특히 심각하다. 2004년 5월에도 온두라스에서 교도소의 화재로 100여 명이 사망한 바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 공안에 탈북자 31명이 체포돼 북송 위기에 처했다는 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뒤 국내외에서 탈북자를 구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14일 “정부는 중국 측과 협의해 이들의 북송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주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탈북자 체포 소식을 보도한 동아일보 14일자 지면을 펼쳐 보이며 “중국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 탈북자를 난민으로 처우하고 북송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황우여 원내대표도 외교통상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북자 강제송환 관련 간담회에서 “탈북자의 법적지위는 본인이 북한을 벗어나 한국으로 올 의사를 표현한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으로 취급해야 한다”며 “과거 동독 탈출 주민도 같은 법 적용을 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중국도 이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중국대사관을 찾아가 탈북자 석방을 촉구했다.각계 시민단체들도 강제북송 반대에 목소리를 모았다. 북한민주화위원회 등 10개 북한인권단체 회원 150여 명은 이날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북자 강제송환은 중국이 가입한 난민조약과 유엔이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상 강제송환 금지 원칙 위반”이라며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난민 여부를 심사하고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출국하도록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전부터 중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통일시대사람들 임영규 이사는 “구속된 탈북자들이 석방될 때까지 릴레이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미국에 있는 북한자유연합(대표 수잰 숄티)은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방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에게 인도주의적 탈북자 처리를 촉구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외교부는 이날 탈북자 가족 6명을 외교부 청사로 불러 위로하고 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중 한국대사관과 우방국 대사관을 통해 노력 중이고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대사관 참사관을 외교부로 불러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억류된 탈북자 신상 등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고 있으며,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북송할지 한국으로 인도할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

수년 전 탈북해 한국에 살고 있는 A 씨는 최근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가 국경지대로 갔다. 자신이 넘어올 때에 비해 중국 측 경비가 더욱 삼엄해진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중간에서 도와 줄 사람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직접 꽁꽁 언 두만강을 건너가 가족과 만나고 돌아왔다. A 씨의 집은 매우 외진 곳이어서 감시가 별로 심하지 않은 데다 그가 주변 지리를 훤히 알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그를 경악하게 한 것은 중국으로 다시 나온 그가 며칠 뒤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동북 3성 모 도시의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타려 할 때였다. 출국수속을 모두 마치고 한국 국적 비행기에 올라 이륙을 불과 20분가량 남긴 시간, 공안 관련 요원 여러 명이 기내에 들어와 그에게 “여권을 보자”며 비행기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그들은 조용한 곳에 이르자 갑자기 그의 신발 밑창을 보자고 했다. 신발을 살피던 그들은 “신발 밑창 모양을 보니 조선에 갔다 온 사람이 맞네. 우리가 잡아도 할 소린 없겠지만 이번에 조용히 보내준다”고 말했다. 공안들은 A 씨가 북한에 들어갔다 올 때 어딘가에 남긴 족적(足跡) 정보를 갖고 신발을 비교하고 있었던 것이다. 탈북자 단속과 검거 등을 위한 국경지역의 북-중 공안 기관 간 협조가 긴밀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A 씨는 말했다.최근 북-중 국경 일대를 방문한 탈북동포 B 씨는 “중국 내륙 소도시에서 국경까지 나가는 길목에 2년 전까지만 해도 없던 변방 수비대 초소와 공안국 초소가 하나씩 생겼고 국경의 감시 카메라도 늘고 전에 보이지 않던 곳에도 철조망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고 말했다.북한 정보기관 출신의 소식통 C 씨는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공항의 경우엔 이곳을 오가는 한국인 신상 정보가 오래전부터 북한 보위부와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이번에 탈북자 31명이 체포된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의 한 고위 공안 소식통은 “동북 3성에서 탈북자가 체포되면 현지 북한 영사관에 명단이 즉각 통보되기 때문에 체포 뒤 24시간 내에 손을 쓰지 못하면 사실상 구출이 힘들다”고 말했다.중국이 탈북자 색출 및 검거를 위해 북한에 얼마나 잘 협조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북한은 최근 몇 달간 북-중 국경의 북한 땅에서 한국과 이뤄지는 휴대전화 통화를 막기 위해 방해 전파를 쏘고 있다. 그 전에는 중국 휴대전화 통신이 가능한 북한 지역에서는 한국과도 직접 통화가 가능했으나 요즘은 거의 불가능하다.북한이 강력한 방해 전파를 쏘면 국경 인근 중국 내의 통화도 방해를 받아 중국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다. 신의주 건너편 단둥(丹東), 혜산 건너편 창바이(長白) 등이 이런 지역이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주민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한국과 북한 내의 가족 등이 서로 통화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북한을 돕고 나선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최근 중국으로 탈북했다 8일 선양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A 양의 아버지 김영남(가명) 씨가 “내 딸을 부모가 눈물 속에 기다리는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죽여달라”고 호소했다. 동생 B 군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있는 김영란(가명) 양도 “북한에 계시던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동생 외 다른 2명의 혈육은 모두 한국에 있다”면서 “가족도 없는 북한으로 동생을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수일간 집단으로 체포된 탈북자 31명 대부분은 한국에 부모 형제 등 혈육이 있다. 이는 과거 가족들은 모두 북한에 있는데 혼자 넘어오던 때와는 달라진 탈북 흐름을 보여준다.한국 입국 탈북자가 지난해 말 2만3000명을 넘어서면서 먼저 한국에 와 자리를 잡은 가족들이 중국의 탈북 브로커들에게 돈을 줘 북에 남은 가족을 데려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2010년 말 양강도 혜산에서 탈북한 최모 씨의 경우 지난해 초 탈북자 정착 지원기관인 하나원을 나와 서울에 자리 잡은 뒤 12월 중순까지 불과 10개월 만에 10여 명의 북한 가족을 모두 데려왔다.한국에 가족이 살고 있어 이뤄진 계획적 탈북 과정에서 체포된 탈북자는 북한 주민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국민의 가족이라는 특징도 있다. 이미 탈북한 가족이 한국 국민이 됐기 때문이다.이는 한국 정부가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과거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높여주고 있다. 과거 중국 당국은 탈북자 문제는 북한과 중국 간의 문제로 한국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한국 정부는 탈북자 문제를 국제 난민 협약에 따른 인도적 처리에만 호소해야 하는지 고민했다.하지만 체포된 탈북자의 가족이 한국 국민인 경우 이는 한국 국민 가족의 문제가 된다. 그런 만큼 한국 정부도 ‘조용한 외교’를 펴온 기존 태도에서 벗어날 명분이 생겼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 혈연을 강조한 인도주의적 호소를 하며 정공법으로 나갈 여지가 생긴 것이다. 통일운동단체인 ‘통일시대사람들’의 김지우 대표는 “최근 탈북자들이 미국, 영국 등에 적극 진출해 현지 시민권을 따고 있는데 머지않아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가 미국인의 가족, 영국인의 가족이 돼 복잡한 국제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중국은 지금까지 북송된 사람들이 박해받은 증거가 없기 때문에 난민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탈북자 수가 늘면서 북송된 탈북자가 받는 가혹한 처벌의 증거가 사진 영상 등으로 외부 세계로 속속 노출되며 중국의 논리는 점점 궁색해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북한의 탈북자 처벌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해지고 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으로 헤어진 혈육들이 영영 다시 못 만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조용한 외교’만 강조하는 것은 너무나 안일한 대처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앞으로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탈북자 대규모 체포는 또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아무리 처벌을 강화해도 함께 모여 살려는 혈육들의 간절한 욕망이 있는 한 탈북 흐름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께.지난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가족들의 애끊는 절규가 저에게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주석님께 편지를 쓰는 용기를 줬습니다. 이제 저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주석님뿐입니다.저 역시 중국을 거쳐 온갖 간난신고 끝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입니다. 북송을 목전에 둔 탈북자들이 느낄 두려움과 공포를 온몸으로 느끼며 이 글이 체포된 탈북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마지막 생명줄이 되기를 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 갑니다. 지금까지 중국은 체포한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해 왔고 이번에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석님, 북한의 탈북자 처벌은 과거와 비할 바 없이 가혹해졌습니다. 최근 북한은 탈북을 체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탈북하는 주민들을 국경에서 현장 사살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일 사후 처벌은 더욱 강화돼 100일 애도기간 중 탈북한 사람들은 3대를 멸족시키라는 지시까지 하달됐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행에 올랐던 이들이 한꺼번에 북한에 끌려가면 즉시 본보기로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향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중국은 최근 들어 탈북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에 철조망을 치고 탈북자 색출, 국경 순찰, 전파 탐지 등 여러 부분에서 북한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탈북자들을 죽음으로 등 떠미는 악역을 언제까지 감당하려 하십니까. 공개 처형과 죽음의 수용소가 아니면 주민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체제의 뒤를 언제까지 봐주려 하십니까.지난 10여 년간 중국에서 수만 명의 탈북자가 북송됐고, 이들 중 많은 이가 가혹한 형벌과 굶주림 끝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의 죽음에는 중국 역시 책임이 있습니다. 탈북자를 한 명 두 명 죽음의 벼랑 아래로 떠밀 때마다 북한의 민심이 중국에서 멀어져 가는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하시렵니까.이번에 체포된 탈북자들의 상당수는 가족이 한국에 있습니다. 그들 중엔 한국엔 형과 누나가 살지만 북에는 아무런 혈육도 없는 10대 소년도 있습니다. 식당 허드렛일로 한 푼 두 푼 겨우 모은 돈으로 데려오려던 막내가 죽게 됐다는 소식에 형과 누나는 식음도 전폐한 채 방구석에서 상처 입은 사슴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습니다. 체포된 한 소녀의 부모는 10일 한국의 외교통상부를 찾아 통곡하며 구출을 못할 바에는 딸에게 제발 독약이라도 전해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딸이 북한에 끌려가 온갖 험한 꼴을 당하다 죽을 바에는 차라리 중국에서 죽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다른 가족들의 심정도 마찬가지입니다.탈북자들이 북송되면 한국에 살고 있는 수십 명의 가족까지 평생을 고통과 악몽, 죄책감에 시달려야 합니다. 후진타오 주석님, 올해는 한중수교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의 모든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인들이 주석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디 저들이 기쁨 속에 가족과 재회할 수 있게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그래서 모두가 주석님께 감사의 박수를 보낼 수 있게 선처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