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시리아 정부가 27일 유엔과 아랍연맹이 제시한 6개항의 평화안에 전격 동의했다. 평화안에는 유엔 감시단의 시리아 입국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돼 1년 넘게 9100여 명이 희생된 시리아의 유혈사태 해결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코피 아난 유엔-아랍연맹 공동특사의 대변인인 아흐마드 파우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시리아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아난 특사의 평화안을 수용하겠다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밝혔다.시리아 정부가 동의한 평화안은 △유엔 감시 하에 모든 군사행동 중단 △유엔 특사와 공동으로 시리아 국민의 기대를 대표할 수 있는 정치적 협상 시작 △하루 2시간의 인도적 구호를 위한 휴전 △정치범 및 구금자 명단 공개 및 석방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와 이동 허용 △평화로운 시위와 결사의 자유 보장 등이다.이에 앞서 그동안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반대한 러시아와 중국도 아난의 평화안에 지지를 표명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아난 특사의 평화안이 시리아 유혈 내전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고,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도 27일 아난의 평화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미국과 중동 지역의 시리아 반정부 세력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측근 인물과 만나 전향을 권유하는 협상을 수주째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정부 세력과의 협상에는 군 수뇌부와 경비대 지휘관, 대통령궁 고위 간부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난 수개월간 시리아 정부 내 중요 동향을 외부에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시리아를 단신으로 빠져나오면 남아 있는 가족과 친지들의 신변을 보장할 수 없어 실행 시기를 미루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보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현재 북한의 가장 큰 체제 위험은 탈북이다. 4중 5중의 감시체제에서 쿠데타는 불가능하지만 굶어죽는 걸 피해 달아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탈북을 선뜻 못하는 이유는 중국에서 체포될 확률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탈북자 1명이 한국 입국에 성공할 동안 5명이 북송됐다. 특히 최근에 북송된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은 전례 없이 가혹해졌다.북한은 몇 년 전부터 북-중 국경을 체제 보위의 최전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병력을 꾸준히 늘리고 양은 보잘것없지만 군량미와 피복도 국경경비대부터 공급한다.그 대신 남쪽 최전방의 1, 2, 4, 5군단은 북에서 가장 힘없는 집 자식들이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부대가 됐다. 특히 강원도 1, 5군단이 가장 심각하다. 군인들의 키가 160cm 안팎에 불과하고, 병력의 3분의 1이 영양실조인 현역 중대도 부지기수다. 군인들은 밥 한 끼에 영혼도 팔 만큼 굶주려 있다. 무게 48.7kg인 한국군 완전군장을 착용시키면 태반이 그 자리에 주저앉을 판이다. 배가 고파 탈영한 군인이 너무 많아 당국이 처벌을 포기했다고 한다.미래는 더 암담하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조사 결과 북한 0∼9세 아동의 절반이 영양실조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는 30% 이상 급감했다. 1994년생이 올해 입대하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북한군 입영 대상자가 매년 30%씩 줄어들게 된다. 머잖아 여성의무복무제라도 도입해야 할 판이다.이런 속에서도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 병력을 기를 쓰고 늘리는 것은 한국군의 북침 가능성보다 대량 탈북 가능성을 훨씬 더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형국이다. 이참에 북한이 아예 아랫돌을 뺄 수 없게 만들면 어떨까. 만약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굶주린 군인들이 무더기로 남쪽에 귀순한다면 북한으로선 더 이상의 재앙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지금 형편으론 남과 북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꽁꽁 막는 건 불가능하다. 탈북을 막아야 할 신세대 군인들에겐 충성심도 기대하기 힘들다.가령 DMZ에 수많은 귀순 통로를 만든다고 상상해 보자. 대전차 지뢰나 방해물, 철조망 등은 그대로 두되 일정 구간의 대인지뢰만 제거하는 것이다. 북한 군인들이 잘 볼 수 있게 ‘지뢰 없음’이라는 팻말도 크게 세운다. 안보상 불안은 첨단 무인 감시체계 등 한국의 앞선 군사력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 실시해 보고 득보다 실이 더 크면 통로를 다시 닫으면 그만이다.북한군에겐 당장의 배고픔을 면하고 달러를 벌어 가족에게 보내줄 수 있는 생명의 통로가 열리는 셈이다. 자기가 지키는 지역을 통과해 남쪽으로 넘어 오면 중국에서처럼 북송될 위험도 없다. 행방불명된 탈영병이 워낙 많다 보니 몰래 오면 가족이 피해 볼 염려도 없다.이런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DMZ의 대인지뢰를 걷겠다면 아마 우리부터 난리가 날 것이다. 남북을 체험한 기자가 보기엔 북쪽은 허세만 남아 하늘을 찌르지만 남쪽은 실력에 비해 자신감이 바닥이다. 개방도가 세계 최상위권인 남쪽은 좌우로 10m씩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지만 가장 폐쇄된 북한은 1m만 흔들려도 버티지 못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DMZ의 대인지뢰를 걷을 경우 진짜 난리가 날 곳은 북한이다.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는 이런 것이 아닐까.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자국 내 6개의 정치범수용소 중 규모가 가장 크며 한국행 탈북자가 많이 수감돼 있는 함경북도 회령 ‘22호 관리소’를 비밀리에 폐쇄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21일 전했다. 이 방송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얼마 전부터 국가안전보위부와 보안부 근무자들이 야간에 동원돼 22호 관리소 수감자 호송열차를 감시하고 있다”며 “보위부원들도 수감자들을 어디로 옮기는지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22호 수용소는 외부에 많이 알려지고 수감자가 줄어드는 데다 북-중 국경 가까이에 있다는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폐쇄 대상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1998년 8월 인공위성을 빙자한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한 지 2년여 뒤인 2000년 11월 6일.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이날 북한은 미국과 중·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는 파기할 것에 동의했다. 그 대가로 북한은 미국에 3년간 매년 10억 달러씩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고 미국도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최종 타결을 위해 김정일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하지만 당시 조지 W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막았다. 다음 달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 내부 결속용이나 정권 이양기의 권력기관 간 불협화음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가 많다.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불과 보름 전인 지난달 29일 미국으로부터 약속받은 수억 달러에 이르는 24만 t의 영양식량식품 지원을 뿌리친 북한의 속내를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20일 “광명성 3호 발사는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에 기반한 고도의 대미정책의 일환”이라며 “북한에 광명성 3호는 수십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협상카드”라고 설명했다. 즉 미사일 개발 행보를 가속화하면 결국 미국이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2000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대가를 미국에서 받아낼 수 있으리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0년 북한은 사거리가 불과 1600km에 불과한 대포동 1호 미사일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30억 달러를 거의 받아낼 뻔했다. 2009년 4월에 발사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은 3200km까지 날아갔다. 2006년과 2009년 2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증명했다. 핵과 미사일은 말과 마차의 관계다. 그럼에도 미국에는 북한의 계획을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선택한다면 북한은 보란 듯이 광명성 4호와 5호를 잇달아 발사해 미사일 성능을 대폭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북한은 미국이 협상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김정은 체제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의 엄청난 대가를 노린 벼랑 끝 전술 구사에 나섰다는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의 슈퍼마켓 등에서 세탁기용 액체세제 ‘타이드’를 훔쳐가는 도둑이 횡행해 암시장이 형성되고 경찰이 전담반까지 구성했다고 미국 NBC방송이 13일 보도했다. 타이드는 60년 동안 미국 주부들의 사랑을 받으며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타이드가 도둑들의 표적이 된 것은 훔치기 쉬운 데다 현금화하기에도 편하기 때문. 소매가격이 한 병에 10∼20달러인 타이드는 암시장에서 5∼10달러에 팔린다. 대부분의 타이드 도둑은 훔친 타이드를 쇼핑카트에 잔뜩 싣고 슈퍼마켓을 달려 나가 주차장에 대기해 놓은 트럭에 싣고 달아난다. 원시적 방법이지만 슈퍼마켓 주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경찰은 타이드 절도 전담반까지 꾸려 범인 검거에 나섰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비밀요원들이 한국 국민이 된 탈북자들을 유인 납치해 처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13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을 중국으로 유인해 납치하는 사례가 최근 수년간 잇따르고 있다”며 “신원이 확인된 납북자만도 8명 이상이며 신원 미확인 납북 사례를 포함하면 30건 이상 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으로 납치된 한국 국적 탈북자 가운데는 처형된 사람도 여러 명 있다”고 전했다.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도 이날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북-중 국경에서 북한 보위부와 군 소속 정보기관인 보위사령부, 국경경비대의 합동 작전에 걸려 납치된 탈북자 출신 한국인만 15명 정도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피랍 사례 3건을 공개하며 납치된 한국 국적의 탈북자 대부분은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고 전했다.공개된 사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0일 오후 5시경 양강도 혜산시 건너편인 중국 창바이(長白) 현 루광(綠光) 촌에서 한국인 김모 씨와 동행하던 중국인 태모 씨가 북한 양강도 주둔 보위사령부 7처와 보위부 반탐과(방첩부서), 국경경비대의 합동작전에 걸려 납치됐다. 양강도 주둔 10군단 보위소대에 끌려간 김 씨는 3개월 동안 신문을 받고 국가보위부로 이송됐고 태 씨는 혜산세관을 통해 중국 공안에 이송됐다. 북한은 한국에 살다 끌려온 탈북자에 대해선 ‘용서할 수 없는 민족 배반자’로 간주하고 가족들까지 정치범수용소로 보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특히 한국 국적의 탈북자를 잡아오면 일반 탈북자 체포보다 더 큰 포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를 중국으로 유인하기 위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과 연계해준다거나 가족이 탈북했다고 거짓 정보를 알려주는 방법이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북한 가족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흘리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탈북자는 속기 쉽다. 가끔 북한과 무역을 하기 위한 밀거래처를 알려준다거나 정보기관에 팔아먹을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넘겨주는 등의 방법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北, 한국국적자 잡아오면 더 큰 포상” ▼탈북자 출신 한국인들이 주로 납치되는 곳은 북-중 국경지역이다. 두만강이나 압록강 근처까지 무리하게 접근했다가 매복하고 있던 북한 요원들에게 납치되는 것이다. 납치 작전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보위부 요원들이 주로 기획한다. 북한 국경경비대도 납치에 적극적이다. NK지식인연대는 북한 국경경비대 소식통을 인용해 “올 초 국경경비대 군인들에게 국경에 나타나는 한국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전했다.탈북자 출신 한국 국민이 중국에서 납치돼도 한국 정부가 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중 비자 기한을 넘겨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은 1000명이 넘는다. 특히 중국에는 거처가 파악되지 않는 장기 체류 탈북자가 적지 않다. 탈북자의 납북을 막기 위해서는 북-중 국경지역 접근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이를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없는 특정 집단의 출입국을 통제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탈북자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현재로선 한국 정부가 북한에 납치된 한국 국적의 탈북자들을 구출할 마땅한 묘책이 없는 실정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모두 강제로 납치된 북한 주민이라고 주장해왔다. 북한 대남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2일에도 “남조선 통일부 패거리들이 괴뢰정보원 나부랭이들과 손잡고 중국 국경지역에서 우리 공민들을 유인 납치 억류하여 반공화국 모략책동에 이용한다”고 주장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대한민국 주민등록번호를 받은 지 올해로 딱 10년이다. 열 살짜리 눈으로 본 한국의 정치판은 파란색 유니폼 팀과 노란색 유니폼 팀의 두 라이벌이 양분한 축구 리그를 닮았다. 룰도 단순하다. 말로는 상생 민주 비전 등 온갖 화려한 단어를 나열하지만 실전에선 상대방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골을 많이 넣는 팀이 이긴다. 팀 내 주전 경쟁도 치열하다. 주전 선수는 유소년→유망주→2군→벤치→선발이라는 코스를 거쳐야 한다. 선발로 출전해 경기를 뛰다 보면 태클로 치명상을 입는 경우가 흔하다. 일부는 재활을 거쳐 돌아오지만 선수생명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 결정적 자살골로 경력에 마침표를 찍기도 한다. 4년마다 이적시장이 열리면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아무리 과거에 날아다녔다 해도 체력이나 기량이 저하됐거나, 부상 후유증이 길거나, 몸값에 비해 활약이 별로라는 등의 이유로 경쟁자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것이 이 세계다. 선수는 벤치 후보만 돼도 팬들이 생긴다. 벤치에 앉기까지도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능력을 입증하는 것은 당연. 언행에 신중해야 하고 구단에서 죽으라면 죽는 흉내도 내야 한다. 라이벌 팀에 도움이 되는 말을 했다간 팬들에게 찍힌다. 모처럼 기회가 오면 미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외부에서 온 사람도 몇 년이면 아는 이치를 여기서 평생 산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요즘 노란 팀이 탈출 선수라는 골치 아픈 문제에 맞닥뜨렸다. 북쪽 지역이 연고지인 빨간 팀에서 선수 학대가 지나쳐 일부 선수가 도망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빨간 팀은 탈출 선수들을 붙잡아 끌고 간 뒤 고문을 하고 심지어 죽이기도 한단다. 누구나 분노할 일이지만 노란 팀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원래 노란 팀은 빨간 팀과 교류가 적지 않았다. 노란 팀은 자금 지원을 좀 해주면 선수 학대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주장하며 실제로 오랜 기간 적잖은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탈출 선수는 오히려 더 늘고 있다. 노란 팀 선수들에겐 난감한 일이다. 눈과 귀가 있는 이상 빨간 팀 탈출 선수들의 비참한 인권유린 상황을 모를 리 없지만 눈치 없이 구단의 결정과 달리 개인적 소신을 피력했다간 찍히기 십상이다. 극성팬들의 야유도 무섭다. 이 바닥에선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고 바른말하는 선수는 어느 구단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노란 팀 선수들에겐 요즘 구단의 관심사인 제주도의 ‘구럼비 컵’이 훨씬 더 중요하다. 여기서 펄펄 뛰는 선수는 구단과 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전 자리를 굳힐 수 있다. 룰을 무시하는 거친 파울에 파란 팀이 항의해도 개의치 않는다. 여기서 기선을 잡아야 4년에 한 번 열리는 다음 달 내셔널 리그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파란 팀도 한심한 건 마찬가지이다. 평소 빨간 팀의 인권 상황에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이는 척 해왔던 것과는 달리 요즘엔 노란 팀의 공세에 밀려 빨간 팀까지 제대로 신경 쓸 여력이 없는 듯하다. ‘내 코가 석자인데…’라는 식이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목숨을 위협받는 빨간 팀 탈출 선수들은 끊임없이 남쪽 동료들의 도움을 호소한다. 인권과 정의, 양심을 기회마다 내세우는 이곳 선수들이 실은 구단과 팬들에게 매여 양심을 저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한국행을 기도했던 탈북자에게 공개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 수감 등의 가혹한 형벌을 내리던 북한이 최근 처형 방식을 ‘조용한 살해’로 바꾸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이 9일 전했다.감방에 가둬놓고 고문과 굶주림으로 서서히 죽게 만드는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공개처형과 정치범수용소 문제가 끊임없이 부각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고안해낸 은밀한 처형 방법이다.소식통은 “최근 보위부나 보안서 구류장에서 고문을 가하고 급식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감자를 서서히 말려 죽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어느 구류장에 가도 죽어가는 사람을 방치하는 감방이 한두 개씩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한국행 기도 탈북자를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면서 “조직적 묵인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최근 한국에 입국한 최모(가명) 씨도 “탈북하다 체포돼 양강도 혜산 보위부에 수감돼 있는 동안 중국서 체포돼 끌려온 어린아이 2명을 포함한 일가족 4명과 안내인이 이런 식으로 6개월 안에 모두 죽었다”고 증언했다. 북한이 이 같은 방식으로 한국행 탈북자 처형 방식을 바꾼 것은 공개처형과 정치범수용소 수감의 문제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공개처형의 경우 우선 처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위험이 크다. 최근 북한인권단체들이 잠입해 찍어온 북한의 공개총살 비디오테이프는 파문을 일으켰다. 또 주민들을 모아놓고 한국행을 기도했다는 ‘범죄사실’을 공포하는 일을 수시로 반복하면 오히려 탈북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난다. 북한 법에는 한국행 시도를 총살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기 때문에 무리한 처형이라는 비난도 일 수 있다.현재 포화상태인 정치범수용소도 무턱대고 확장하기 어렵다. 북한 인권유린의 대명사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어 규모를 키우면 바로 서방의 인공위성에 포착된다. 북한이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면 수용소는 이슈가 될 시한폭탄이다. 또 정치범을 수십만 명이나 관리해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또한 북한은 공개처형을 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의 가족 친척들은 모두 적대계층으로 분류하는데 그런 적대계층이 최근 큰 폭으로 늘어나 체제의 근간인 계층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에선 잘나가던 핵심 계층도 친척 중 한 명만 한국행을 시도했다고 하면 6촌까지 수십 명이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한국에 온 탈북자가 2만3000명을 넘으면서 북한 내부에 적대계층이 너무 많아지고 있어 북한 지도부가 공개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 수감 대상자 수를 줄일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조용한 살해는 여러 단계의 처형 승인 절차가 필요 없어 바로 집행할 수 있다. 죽여야 할 대상이라고 판단하면 고문을 하면서 배식을 줄이면 된다. 사망자의 가족 친지들에겐 조사 중 사망했다고 통보만 하면 외부에 소문도 거의 나지 않는다. 소식통은 “김정은 등장 이후 ‘조용한 살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외부에선 이런 현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콜로라도 주의회의 키스 스워드페거 하원의원은 지난달 중순 평양에서 부쳐진 그림엽서 한 장을 받았다.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1월 29일 평양, 조선인민공화국’으로 발신 정보를 적은 이 엽서는 영어로 “푸에블로호를 되돌려 달라는 요구에 대한 우리의 답변은 변함없다. 안 돼, 절대 안 돼, 수백만 년이 지나도 절대 안 돼”라고 적혀 있다. 이어 “북한으로 와서 가져가봐! 우리 인민군이 극진히 대접할 거야”라고 적혀 있다. 엽서 뒷면에는 ‘미제는 함부로 날뛰지 말라’는 구호 위에 인민군 병사와 노농적위대 대원이 총 개머리판으로 미군 병사를 내려치는 선전포스터가 인쇄돼 있다. 우표에는 ‘2012년 2월 평양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다.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 원산 앞바다에서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소속 정보함으로 북한은 이 함선을 ‘전리품’으로 대동강변에 전시해 놓고 있다. 푸에블로라는 이름의 마을을 갖고 있는 콜로라도 주의회는 올 1월 푸에블로호 나포 44주년을 맞아 푸에블로 마을 출신인 스워드페거 의원 주도로 푸에블로호 반환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엽서는 누가 보낸 걸까. 일반인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북한에서 평범한 주민이 콜로라도 주의회가 결의안을 채택한 사실과 이를 주도한 의원의 사무실 주소를 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엽서에 적힌 영어 수준으로 보아 대학을 졸업한 북한의 엘리트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북한 고위급 간부가 보낸 것이라고 보기에는 유치한 측면이 있다. 평양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작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어머니를… 내 손으로… 죽게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김옥화(가명·45) 씨의 목소리는 꺽꺽 막혀서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딸과 함께 살려고 탈북자 대열에 합류했던 70세 어머니가 끝내 북송됐다는 소식을 접한 8일 김 씨는 더 이상 서 있을 기운조차 잃어버렸다.1994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김 씨는 잠깐이라도 딸의 얼굴을 보려고 북-중 국경을 넘은 어머니를 중국에서 딱 이틀 동안 만났다. 그러고는 한국으로 오길 망설이는 어머니를 고집을 부려 한국행 일행에게 안내해주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러나 다음 날 김 씨는 어머니 일행이 체포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후 김 씨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언론에도 나와 호소하고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집회 현장에도 다녔지만 끝내 어머니가 북으로 끌려갔다는 비보를 들은 것이다.“그래도 중국은 북한과 다를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국제사회가 한결같이 규탄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안면몰수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곳으로 밀어 보낼 수 있습니까. 그것도 70대 노인과 아이들까지 말입니다. 북한보다 중국이 훨씬 더 증오스럽습니다.”김 씨는 어머니가 중국 감옥에 수감돼 있을 때 벌써 북에 있는 가족이 모두 보위부에 끌려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국이 미리 명단을 넘겨주었으니 가능한 일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21세기에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미성년자인 외동딸이 북송됐다는 비보를 8일 접한 문영은(가명) 씨도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딸의 체포 소식을 들은 직후 딸을 북송시켜 고통스럽게 죽게 할 바에는 차라리 독약을 먹여 죽여서 시신이라도 한국에 사는 부모에게 돌려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끌려간 탈북자들을 죽이지 말라고 세계적으로 계속 요구하면 혹시 딸이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요. 1%의 확률이라도 기대고 싶습니다. 이것이 끝이라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여러분 잊어버리지 말고 도와주십시오.”그동안 문 씨 부부는 딸을 구출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발이 닳도록 정부 부처와 국회, 인권단체, 국제기구, 시위현장을 뛰어다녔다. 그러다 보면 저녁에는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또다시 딸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를 악물고 집을 나섰다. 그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된 지금 이 부부가 앞으로 언제까지 세상과 단절하고 집에 쓰러져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미성년자인 동생이 북송됐다는 소식을 들은 김성훈(가명) 군은 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들릴락 말락 “네, 네” 하는 대답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역시 그동안 다른 가족들과 함께 동생을 구해보겠다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성훈 군의 어머니는 탈북자들을 도와주었다는 죄로 체포돼 몇 년 전 북한 교화소에서 사망했다. 그는 이제 동생마저 또 잃게 된 것이다. 그런 성훈 군이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떨리는 작은 목소리로 기자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 체제로 접어든 북한이 탈북자들을 유례없이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 31명의 운명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이들에겐 최소한 정치범수용소 종신 수감 이상의 혹독한 처벌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족까지 정치범수용소 수감 가능성 북한의 탈북자 처리는 시기마다 강온을 반복해 왔다. 탈북이 막 본격화되던 1990년대 중반에는 시범적으로 처형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단순 탈북자에겐 6개월 노동단련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행 탈북자는 정치범수용소, 여러 번 체포된 일반 탈북자는 교화 3년형을 선고하는 등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김정은이 탈북자 처벌을 공언하며 국가안전보위부를 틀어쥐기 시작한 2010년 후반부터 처음 탈북한 사람도 교화 3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지난해 여름부터는 탈북자를 현장 사살해도 좋다는 지시가 떨어졌다. 특히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은 탈북자들을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보고 가혹하게 처벌하기 시작했다. 김정일 사망 애도기간에 탈북하면 3대를 멸족시킨다는 위협 속에 실제 애도기간에 탈북했거나 탈북을 시도한 사람들은 별다른 심문 절차도 밟지 않고 함북 수성의 22호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 탈북 시도와는 무관한 아이 등 가족들까지 모두 정치범으로 간주돼 함께 수용됐다. 22호 수용소는 정치범만 수감해 왔기 때문에 가족단위 수용자들도 있는 다른 수용소에 비할 바 없이 악명이 자자했다. 북한은 몇 년 전 22호 수용소에 가족까지 수감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로 건설해 한국행 탈북자들을 가족과 함께 수감했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체포돼 한국 정부가 석방을 촉구했던 한국행 탈북자 19명도 모두 북송돼 22호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들의 경우 북한에 남아 있던 가족들과 이들의 탈북을 돕거나 못 본 체했던 사람들까지 닥치는 대로 체포되고 있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는 이는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여론이 변수 하지만 북송된 탈북자들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와 몇몇 대북인권단체는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들의 신상이 기록된 명단과 사진 등을 갖고 있다. 이는 북송된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 북한 정보망 등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든 알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성년자까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하는 등 가혹한 탄압을 받는 경우 이는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의 생생한 증거가 돼 이를 계기로 북한의 인권탄압에 대한 비난 여론이 또다시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려면 앞으로 미국과 유럽 등 국제 사회와의 관계개선이 필수적이다. 이 경우 인권문제가 넘어야 할 큰 산인데, 북한은 서방국가들이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들의 이름과 사진을 함께 제시하면서 생사 확인을 요구할 개연성도 예상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현재로는 북한이 31명을 석방해 고향으로 돌려보낼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한국 측의 관심을 중요시할 것이고 오늘 예방 내용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전하겠다.” 중국 양제츠(楊潔지) 외교부장이 2일 청와대에서 탈북자 북송 중지를 요청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대답이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 국민과 세계의 호소를 묵살한 채 탈북자 31명을 북송시켜 버렸다. 중국은 왜 그처럼 서둘러 강제북송을 강행했을까. 우선 이는 탈북자 문제에서는 어떠한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탈북자 문제가 새롭게 출범한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 중요한 변수라 보고 중국이 기존의 강경정책에서 물러날 경우 북한 체제까지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 체제가 붕괴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사라지거나 급속한 난민 증가로 동북지역의 치안이 마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인권 문제에 대한 비난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특히 국방위원장이던 김정일이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지고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이 시작된 뒤로 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졌다. 이 기간 양국 공안 수장들 사이에 빈번한 교류가 있었으며 중국은 국경에 철조망을 쳐주고, 전파탐지장비를 넘겨줬으며 중국 내 탈북 브로커들을 꾸준히 체포해 수감시켰다. 한국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보내주지 않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부터다. 김정일 사망 이후 중국은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탈북으로 보고 북한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여론의 조명을 받아온 31명의 탈북자들을 서둘러 북송시킨 또 다른 이유는 과거의 학습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 등 국제사회는 그동안 탈북자 체포 소식이 전해지면 한동안 어느 정도 떠들었을 뿐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다시 잠잠해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가 한국을 넘어 국제사회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서둘러 불을 끄기 위해 북송시킨 것으로 보인다. 비난받을 골칫거리를 계속 갖고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을 바에는 빨리 북송시키는 것이 여론을 잠재우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과거에도 탈북자를 북송시키면 탈북자에 대한 관심과 여론이 급속히 식었기 때문이다. 특히 후진타오 주석이 26일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기 전에 탈북자 이슈를 가라앉히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전략적 동기가 무엇이든 중국이 자국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최우선에 내세우며 어린아이와 노약자들까지 모두 죽음의 길로 떠민 것은 살인의 공범을 자임한 반인륜적 행위로 국제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이는 유엔인권협약의 핵심조항인 ‘강제송환금지원칙(농르풀망 원칙)’을 거스른 엄중한 위반 사례로 국제사회의 정의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우선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록 31명은 북송됐지만 아직도 중국에는 이름도 짓지 못한 생후 21일(8일 현재)된 아기를 포함해 수많은 탈북자가 수감돼 있다. 현재 중국에서 한 달 안에 북송될 위기에 처해 있는 탈북자는 300명에 이른다. 국제사회가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계속 이슈화함으로써 중국이 자신들의 국격 유지에 이 문제가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지를 깨닫게 만드는 것이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이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대량 체포한 탈북자 31명을 북한에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동아일보는 최근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과 중국 공안 소식통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31명의 탈북자는 2월 8∼12일에 중국 공안에 체포된 사람들로 상당수가 한국에 직계가족이 있다. 다섯 살짜리 어린이를 포함한 미성년자 여러 명과 노인들도 포함돼 있다. 동아일보가 2월 14일 이들이 체포돼 북송 위기에 처한 사실을 보도한 것을 계기로 이들 31명의 안위는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되어 국제사회 북송 반대 운동의 핵심 대상이 됐다.한 대북 소식통은 8일 “한국행 길에 올랐다 지난달 8일 선양(瀋陽)에서 체포된 탈북자 10명이 현재 평북 신의주 국가안전보위부 감방에 갇혀 있다”고 전해 왔다.다른 대북 소식통도 “옌지(延吉) 등지에 수감돼 있던 탈북자들도 이미 송환돼 함경북도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이들의 북송과 더불어 북한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핏빛 숙청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탈북자들의 가족은 물론이고 탈북자들이 국경을 넘을 때 도와준 사람들의 일가족까지 모조리 체포돼 보위부에서 취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몇몇 탈북자 가족은 탈북자들이 중국에 수감돼 있을 때부터 체포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 당국이 체포한 탈북자 명단을 곧바로 북한에 넘겨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중국 공안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31명은 중국 당국이 작성하는 북송자 명단 데이터에도 올라 있지 않다. 이는 북한 보위부가 직접 중국 당국에서 이들을 넘겨받아 차에 실어 북으로 끌고 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북송 날짜에 대해선 정보가 엇갈린다. 지난달 24일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로 나뉘어 북송됐다는 소식도 있고 선양에 수감됐던 탈북자 10명은 이달 6일에 북송됐다는 정보도 있다.중국의 이번 탈북자 전격 북송은 과거의 전례에 비추어 유례없이 강경한 조치다. 중국은 과거 체포된 탈북자가 이슈로 부각하면 최대 6개월까지는 수감하면서 여론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북송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내외에서 강제 북송 중단 여론이 최고조에 달했는데도 체포한 지 보름 만에 모두 북송시켰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최근 중국에서 암약하고 있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체포한 탈북자들을 북-중 국경의 비밀통로를 통해 곧바로 북송시키고 있다고 대북소식통이 6일 전했다. 중국 당국도 국제사회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탈북자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 이름도 없는 생후 13일 된 아기까지 차디찬 감옥에서 북송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중국서 활개 치는 북한 보위부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보위부 요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게 직접 체포돼 북으로 비밀리에 끌려가는 탈북자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는 중국에서 나름대로 신문 및 북송 절차를 거쳐 세관을 통해 북으로 가지만 보위부 요원들에게 체포된 탈북자는 이런 절차도 거치지 않는다.보위부 요원들은 압록강 하구 및 두만강 상류 지역에 자신들만의 북송 통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丹東) 인근에는 북-중 경계를 표시하는 철조망이 도로에서 불과 1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 많다. 보위부 요원들은 자신들이 체포한 탈북자를 차에 싣고 이런 곳에 와서 북에서 마중 나온 요원들에게 넘겨주고 다시 임무를 수행하러 떠난다. 압록강 하구에서 북-중 국경도로를 차로 달리다 보면 군데군데 철조망이 뜯긴 곳이 보인다. 이런 곳은 대개 사람이 계속 다녀 길처럼 다져진 북한 쪽 오솔길과 이어지는데 이는 주요 밀수 통로이기도 하지만 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를 넘길 때도 많이 이용한다. 이런 통로는 비단 압록강 쪽뿐만 아니라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 현 싼허(三合) 진, 허룽(和龍) 현 충산(崇善) 진 등 두만강 중상류 지역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겨울에 강이 얼었을 때는 싼허 통로가, 강이 풀렸을 때는 강폭이 좁은 쑹산 통로가 주로 이용된다. 이런 통로는 북한 보위부가 오랫동안 중국 당국의 묵인 아래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것인데 최근 중국에서 활약하는 요원 수가 늘면서 더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들을 체포해 직접 북송시키고 있음이 드러남에 따라 지금까지 북에 끌려간 탈북자는 중국 당국이 공개한 통계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회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중국은 매년 적게는 4800명, 많게는 8900명의 탈북자를 북송해왔다. 이를 통해 탈북이 본격화된 1990년대 중반 이후 약 10만 명의 탈북자가 북송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2만여 명. 탈북자 1명이 자유를 찾는 동안 5명이 북송된 것이다.○ 북송 앞둔 탈북자 300여 명6일 정통한 중국 공안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15일까지를 탈북자 집중검거 기간으로 정하고 탈북자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기간에만도 한국으로 오려던 탈북자 여러 팀을 포함해 수백 명이 체포됐다.지난달 29일 중국 라오스 국경 인근에서 체포된 탈북자 일행 중에는 생후 13일 된 여자아기도 포함돼 있다. 태어난 지 13일 만에 체포돼 현재 감옥에 갇혀 있으며 아직 이름도 없는 상태다. 31세인 아기 엄마는 한국행 길에 올랐다가 도중에 아기를 낳았지만 불과 열흘 남짓 몸을 추스르고 다시 길을 이어가다 체포된 것이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 수감된 탈북자는 400여 명에 이르며 이 중 300여 명이 한 달 안에 북송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달 동안 북송된 탈북자도 한 달 평균 3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본보는 한국으로 오던 탈북자 일행들의 체포 사실과 인적 사항, 구류 장소, 북송 상황 등을 수시로 입수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의 안전을 위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현재 중국에서 탈북자 200여 명이 신문을 마치고 북송 대기 상태이며 100여 명은 신문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는 공안과 변방대가 운영하는 구류장에 수감되는데, 이 구류장도 신문을 진행하는 곳과 신문을 받고 북송을 기다리는 탈북자들을 수감하는 곳으로 나뉜다. 중국의 탈북자 북송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월 말 신의주로 20여 명이 북송된 데 이어 2일 혜산으로 또 여러 명의 탈북자가 북송됐다고 북한 소식통이 전했다. 옌볜조선족자치주 지역을 통해서도 탈북자들이 수차례 북송된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 8일과 12일 체포돼 관련 사실이 동아일보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31명 중 일부는 이미 북송됐으며 나머지는 중국 당국이 외부에 소식이 새나가지 않도록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백두산의 혹한 속에 불을 지펴 발을 녹이다 발이 타버린 13세 탈북 ‘꽃제비’ 정모 군. 끝내 다리를 절단하고도 더욱 암담한 처지에 놓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중국 당국에 체포될 위험 때문에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기약 없이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북한에서 유랑 걸식을 하던 정 군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꽃제비 친구들과 탈북을 약속한 뒤 선발대로 먼저 중국에 넘어왔다 화를 당했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서 몸을 녹이려 불을 지폈다가 그만 잠이 들어 발이 다 타버린 것. 다행히 소년은 현지 민간구호단체 관계자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구했다. 채널A 방송을 통해 처음 모습이 공개됐을 당시 발목까지 검게 그을린 발은 살갗이 벗겨져 진물이 흘러나왔고 발가락은 뼈가 드러날 정도였다. 정 군은 발을 방치할 경우 생명이 위태롭다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멀리 떨어진 도시 병원에 가서 발을 절단했다. 사연이 보도된 뒤 2만 위안(약 354만 원)에 이르는 수술비의 일부를 한국과 미국의 선교단체들이 모금을 통해 후원하기도 했다.발을 절단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정 군이 생명을 살려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전해왔다. “존경하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라며 운을 뗀 정 군은 “선생님들이 도와 발을 고쳐줘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편지 마지막에는 채널A 취재 당시 거짓으로 알려줬던 김모 군이라는 이름 대신 정○○이라는 본명을 밝히기도 했다.하지만 정 군의 시련은 이제부터다. 발이 없는 상태에서 오도 가도 못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신분이 드러날까 봐 병원에도 못 가고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간단한 소독약 등으로 임시 처치를 받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정 군의 사연을 본보에 알린 북한인권선교회 김희태 회장은 “정 군을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지만 제3국으로 가려면 1만여 km의 여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체력이 턱없이 모자란다. 또 장정 4명이 들것을 들고 데려와야 하는 등 비용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제3국행 도중에 다행히 중국 당국에 발각되지 않는다 해도 비용이 최소한 600만 원 정도는 든다고 한다. 현재 백두산에는 정 군과 함께 탈북한 친구 18명이 여전히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600만 원이면 이들 중 10명을 구출할 수 있는 액수다. 정 군을 중국 현지에 두고 돌보려 해도 많은 돈이 들긴 마찬가지다. 백두산 탈북 꽃제비들을 한국으로 구출하는 단체 ‘통일시대사람들’의 김지우 대표는 “한 달에 탈북자 대여섯 명을 구출할 수 있는 후원금이 겨우 모금되는 실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정 군은 편지에 “선생님들 도와주세요”라고 손으로 꾹꾹 눌러 썼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윤영탁 채널A 기자 kaiser@donga.com }

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A 씨의 아버지가 1일 전화를 해왔다. 북송위기에 처한 자식의 구명을 위해 뛰어다니느라 가뜩이나 제정신이 아닌데 최근 자식의 실명을 쓴 언론보도가 여기저기 퍼지는 바람에 그것을 막느라 더욱 경황이 없다고 했다. 몇 번씩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한 뒤에야 마지못해 관련기사를 내리는 언론사들도 있다고 했다. 탈북자들은 실명이나 얼굴 등 개인정보 공개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신상 공개가 북에 있는 가족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반인처럼 명예훼손이나 경제적 피해, 정정보도나 피해보상 같은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 목숨이 달린 문제인 것이다. 지난해 서울고법은 자신들의 신상을 언론에 공개하는 바람에 북에 있는 가족 26명이 실종됐다며 탈북자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1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아무리 천문학적인 배상을 받는다 해도 가족을 잃은 울분을 대신할 순 없을 것이다. 물론 가족이 피해를 볼까 봐 기자회견을 할 수 없다고 버티는 탈북자들을 기자회견장으로 내몰던 1990년대와 비교하면 사정이 몰라보게 나아졌다. 당시엔 누군가가 남쪽에서 탈북 기자회견을 했다고 하면 북에선 수십 명의 일가족이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갔었다. 과거에 비해 대다수 언론이 신상 공개에 매우 신중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가 대형 이슈로 떠오르면서 체포된 탈북자나 한국 가족들의 실명, 나이 등을 무책임하게 쓰고, 미확인 소문과 민감한 대목을 경쟁적으로 써대는 언론이 여전히 눈에 띈다. 탈북자 구명을 위해 구명운동이 어쩔 수 없이 공개리에 벌어지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신중하지 못한 기사 한 줄, 말 한마디로도 귀한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언론과 관련단체들이 더욱 깊이 새기기를 호소한다.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북한이 지난해 김정일 사망 후 10일간의 애도기간에 탈북했다 체포된 주민들을 모두 함경북도 회령의 25호 정치범수용소에 수감했다고 대북소식통이 29일 전했다. 이는 2월 8∼12일 중국에서 체포돼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31명의 탈북자와는 별도의 사안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9일 김정일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하면서 29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 기간 탈북을 했거나 시도했다 체포된 사람들은 중대한 반역범죄행위로 인정해 별다른 예심 없이 정치범수용소에 수용했다. 또 이들의 가족과 친인척들은 현재 보위부에 구류돼 탈북 협조 여부 등을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선 죄인을 정치범수용소에 수감하기까지 최소 3개월, 최대 1년 정도가 걸린다. 예심을 통해 받은 자백을 토대로 국가안전보위부의 최종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애도기간에 탈북했다 체포된 이들은 이례적인 즉결처벌 대상이 된 것이다.애도기간이 끝난 12월 29일 이후 탈북했다 북송됐거나 탈북을 기도하다 체포된 사람들은 현재까지 형벌을 받지 않고 보위부 구류장에서 예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29일 이후 북한은 3월 말까지를 100일 애도기간으로 재지정했다. 이에 따라 10일 애도기간 중 탈북자와 100일 애도기간 중 탈북자의 처벌 경중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최근 탈북자 문제가 크게 이슈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북한은 최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체포된 탈북자들이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는 내용의 강연을 하고 있다고 북한전문 인터넷신문인 ‘데일리NK’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25일 동(洞) 여성동맹위원장들의 토요학습에서 도당 선전부에서 파견된 강사가 ‘탈북자들의 말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최근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이 이른바 탈북자 사건을 크게 떠들면서 우리 공화국을 헐뜯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제도의 명예를 더럽힌 탈북자들은 결국 중국 공안국에 체포돼 우리에게 넘겨졌고 공화국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고 사례까지 들며 역설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강연이긴 하지만 강사가 처음으로 ‘탈북자’라는 단어를 사용해 참가자들이 의아해하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탈북자를 ‘민족반역자’ 또는 ‘월남자’라고 불러 왔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28일 “북한 당국이 탈북을 막기 위해 최근 국경경비대의 교방(부대 주둔지 교체)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간 군인들이 해당 지역 주민들과 인맥을 형성하는 데 걸리는 기간만큼이라도 확실히 탈북을 차단해 보겠다는 의도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 위기에 처해 있는 탈북자들의 한국 내 가족들이 27일 오전 외교통상부를 찾아 ‘한국인 임시여행증명서(TC)’ 발급을 공식 요청했다. 탈북자에 대한 증명서 발급 문제는 탈북자를 체포한 일선 중국 공안들이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만 있으면 풀어주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탈북자들이 그 같은 서류를 구할 방법이 없어 북송되고 만다는 동아일보 지적(본보 23일자 A1면 보도)에 따라 이슈화된 사안이다. 정부와 여당은 23일 증명서 발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정부 여당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한국에 있는 체포 탈북자 가족들은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TC 자체는 얼마든지 발급해 줄 수 있다”고 말한 외교부 당국자의 발언이 보도된 동아일보를 내보이며 증명서 발급을 촉구했다. 이에 외교부 관계자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가족들은 “북송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TC를 발급해준다면 가족을 구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TC 발급 문제를 포함한 탈북자 대책을 중국 등을 담당하는 외교부 동북아국이 아닌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대북정책협력과에 맡겼다.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TC 발급은 사안별로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신청자 모두에게 발급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TC가 남발되거나 악용될 가능성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원칙적으로 TC는 본인이 공관에 와서 인터뷰를 하고 신분 확인을 위한 여러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엄격한 관련 규정이 있는데 탈북자에겐 이런 원칙을 적용하기 어려워 원칙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것이 실무 담당자들의 고충이다.탈북자 구출 활동가들은 외교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어차피 TC를 발급하려면 탈북자의 사진과 신상 등이 있어야 하므로 발급 요청자는 가족이 한국에 있는 탈북자나 한국 외교공관에 진입한 탈북자 등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TC 발급 요청이 남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한편 탈북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한국사무소를 찾아가 북송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북송 위기를 앞둔 탈북자 속에는 아동도 여러 명 있다”면서 “유엔의 책임 있는 기관으로서 적극 협력해 달라”고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최근 탈북자 색출 고위 요원 29명을 중국에 공식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중국에 들어간 이 요원들은 다음 달 15일까지 한 달간을 ‘탈북자 집중 체포 기간’으로 정하고 중국 공안과 함께 탈북자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 요원들을 직접 파견한 것은 김정일 사후 탈북자 3대 멸족을 공언한 바 있는 북한 정권이 탈북 방지에 총력을 쏟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 31명은 8∼12일 중국에서 체포됐고 북송 반대 여론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4일부터이므로 이번 요원 파견이 이들의 체포와 직접 관련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중국 공안의 고위 소식통은 24일 “북한 요원들이 파견된 곳은 옌지(延吉) 둔화(敦化) 창춘(長春) 선양(瀋陽) 베이징(北京) 쿤밍(昆明) 등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이동하는 경로에 있는 6개 도시”라며 “이들은 주로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 대중교통 요충지에 상주하고 있다. 옌지 동북아호텔 앞 버스터미널에도 이미 며칠 전부터 북한 요원이 공안과 함께 탈북자로 의심되는 행인들을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가 직접 요원들을 파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인 데다 중국 공안들은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中 “선양 주재 北영사관, 31명 북송 공식 요청” ▼중국에는 이미 탈북자나 여행자로 위장한 보위부 요원 상당수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엔 비공식적으로 요원을 은밀히 파견해 탈북자들을 체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아예 북한 요원들이 중국에 공식적으로 상주하며 비밀요원들을 지휘하고 공안과 합동작전을 벌인다는 점에서 중국이 북한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 협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또 다른 중국 공안 소식통은 “선양 주재 북한 영사관이 최근 한국 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31명의 탈북자에 대해 북한 주민임을 확인하고 북한으로의 송환을 공식 요청하는 서류를 24일 발송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안은 탈북자를 체포하면 북한 주민임을 확인해 달라고 북한 영사관에 요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북한 영사관이 이런 요청에 답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주소 확인 등이 어려운 데다 어차피 중국 당국이 북송을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탈북자 북송을 중국에 공식 요청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또 다른 소식통은 최근 이슈가 된 탈북자 중 3∼9명이 이미 북송됐다는 일부 한국 언론 보도에 대해 “현재 모두 그대로 중국 내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은 현재 탈북자 북송을 최대한 자제하며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탈북자 일부가 이미 북송됐는지를 묻자 “중국은 지금까지 원칙을 지켜왔다”고만 할 뿐 답변을 거부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유엔난민기구(UNHCR)가 24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의 송환을 중단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에이드리언 에드워즈 UNHCR 대변인은 “체포된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밀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는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중국 당국과 대화해 왔으며 중국 정부가 난민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탈북자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은 24일 촛불시위와 서명운동 등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날 저녁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북한 인권단체들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강제북송 반대 호소문을 낭독하고 국내 정치권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탈북자 허광일 씨는 “탈북자 북송은 반인륜적 행위로 좌우 이념에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목적에 공감하는 모든 시민이 힘을 모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25일에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촛불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광주에서는 25일 금남로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 촛불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탈북했다가 북송돼 악명 높은 증산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지현아 씨(33)는 “중국 당국이 탈북자 북송을 중단할 때까지 계속 시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광주의 일부 탈북자는 합법적 집회 개최 신고를 위한 조직이 필요해 임시로 ‘탈북자강제북송중지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16일부터 매일 강제북송 반대 집회장에 나오고 있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졸업생들이 만든 단체인 ‘세이브 마이 프렌드’는 14일부터 웹사이트(www.savemyfriend.org)에서 진행하는 서명운동 참여자가 11만 명을 넘겼다고 24일 밝혔다. 특히 탈북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언론 보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등 100여 개국에서 서명에 동참했다. 특히 24일 하루에만 8만 명이 서명에 동참해 국내외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세이브 마이 프렌드는 1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유엔인권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5년차 이내의 젊은 변호사 325명도 이날 긴급 호소문을 내고 “중국은 체포된 탈북자들이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변호사들은 “탈북자들은 국제법상 난민에 해당한다”며 “중국은 난민협약상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통일문학포럼도 이날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중단하고 그들을 국제난민협약에 의거해 합당한 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