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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전투를 열 번 정도는 기본으로 치러야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 중세나 먼 나라가 아닌 서울에서 불과 수십 km 떨어진 북한의 이야기다. 전투는 항상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새해 아침 신문방송의 공동사설이 발표되면 곧바로 ‘모두가 신년공동사설 관철 전투에로!’라는 구호가 전국에 제시된다. 전투가 가장 많은 곳은 농촌이다. ‘농촌지원전투’ ‘밭갈이전투’ ‘모내기전투’ ‘김매기전투’ ‘풀베기전투’ ‘가을걷이전투’ 등 종류도 다양하다. 기차나 차로 북한 농촌을 지나가 본 사람들은 ‘모두가 모내기전투에로!’ ‘전당 전국 전민이 가을걷이전투에로!’라는 식의 구호표지판을 어디서나 보았을 것이다. 유엔 헌장은 소년병의 참전을 금지하지만 북한 전투장에선 통하지 않는다. 나도 북한에서 인민학교에 다니던 11세 때부터 파종 전투장에서 탄창에 총알을 장전하듯이 ‘영양단지(모를 기르기 위해 영양물질이 많이 섞인 흙으로 만든 흙덩이)’에 옥수수 씨앗을 하나하나 꽂아 넣었다. 지금도 북한 농촌에선 영양단지를 들것에 올려 실어 나르는 10대 초중반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제대로 돌아가는 공장 기업소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100일 전투’ ‘150일 전투’가 벌어진다. 학생들은 ‘학습도 전투’라는 구호 아래 공부해야 한다. 북한에선 심지어 김치를 담글 때조차 ‘김장전투’를 벌여야 하고, 아파트 건설장에도 ‘결사대’가 등장한다. 그러니 결혼할 때쯤이면 누구나 전투를 100번 이상 치러본 베테랑 전투원이 될 수밖에 없다. 전투가 매일 이어지니 난민이 생기는 게 당연한 일. 벌써 2만3000명이 넘는 난민이 남쪽으로 피란해 왔다. 물론 남쪽의 삶도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몇 년 산 탈북자는 “북한에서 여기서처럼 일했다면 아마 영웅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북한에 돌아간다면 “남쪽에선 소리 없이 ‘혈투’를 치르더라”라고 증언하지 않을까. 북한에선 민간에서도 ‘전투’와 ‘결사대’ 등의 군사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군인들은 ‘총폭탄’ ‘자폭정신’ 등 더 강도 높은 표현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민간인들에게 총이나 폭탄이 있을 리 만무하니 군으로선 괜찮은 아이디어다. 북한에 있을 때도 “이렇게 온갖 수식어를 다 동원하면 다음엔 어떤 용어를 써야 할까” 걱정이 됐다. 그러나 충성심을 증명하려는 선전선동 전사들의 생존투쟁은 늘 상상을 뛰어넘는다. 몇 년 전 ‘우리의 하늘과 땅, 바다를 0.0001mm라도 침범하면 도발자들에게 무자비한 철추를 내릴 것이다’고 선포했을 땐, 소수점 아래 4자리까지 생각해낸 누군가의 창의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유행어 창작에 머리를 싸매는 남쪽 개그맨들에겐 훌륭한 본보기이다. 북한에선 요즘 남쪽을 겨냥한 ‘죽이자’ 시리즈가 한창이다. ‘쳐죽이자’ ‘찢어죽이자’ 정도는 양반. 평양 김일성광장을 비롯해 북한 전국이 ‘죽탕쳐버리자’ ‘칼탕쳐버리자’ ‘찢어말리워죽이자’ 등 수많은 ‘죽이자’ 파생단어들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엔 동아일보를 포함한 한국 언론들을 향해서도 ‘불이 번쩍 나게 초토화시켜 버리겠다’고 호언했다. 늘 전투만 벌이던 북한을 운 좋게도 벗어났다고 좋아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번엔 그만 북한의 전투표적이 돼버린 것이다. 시쳇말로 ‘헐∼’이다. 나는 전생에 전투 중 죽은 전사였나 보다. 어쩌다 보니 호칭마저 ‘주기자’가 돼버렸으니 말이다.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15일 태양절 행사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대 차량은 중국군 소속 기업에서 생산해 지난해 5월 북한에 수출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캐나다에 본부를 둔 중국 전문 민간 군사연구기관인 ‘칸와정보센터’는 26일 해당 차량은 중국인민해방군 산하 기업인 ‘후베이싼장항톈완산(湖北三江航天萬山)특종차량유한공사’에서 생산했으며 북한에 모두 8대를 수출했다고 주장했다. 칸와정보센터는 “해당 공장은 중국군의 미사일발사대 등 군사용 특화차량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이런 특수차량은 분명 민간용이 아니므로 중국 측도 군사 용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칸와정보센터는 “이 회사는 2008년 북한 측과 교섭해 북한의 주문에 맞춰 차체를 설계했다”며 “해당 차량이 미국제 디젤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를 단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칸와정보센터는 “북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은 미완성으로 실전능력은 없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미사일 차량 수출이 사실인 경우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북한이 태양절을 앞둔 3월 말∼4월 초에 중국에서 약 800대의 군용 지프를 수입해 들여갔다”면서 현지 회원이 찍은 동영상을 20일 공개했다. 단둥(丹東)에서 촬영된 동영상에는 열차에 실려 북한으로 향하는 국방색 지프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NK지식인연대는 “지프들은 태양절 100주년을 맞아 김정은이 북한군 고위 장교들에게 하사할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동영상 속 지프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지프 생산공장인 ‘베이징 지푸치처(北京吉普汽車)’의 ‘BJ’ 시리즈로 보인다. 중국이 러시아의 사륜구동(4WD) 군용 지프인 ‘우아즈(UAZ)’를 모방해 생산하고 있는 차종이다. 북한은 냉전시기에는 옛 소련에서 우아즈를 직접 수입해 왔지만 소련이 붕괴된 뒤에는 중국으로 수입처를 바꿨다. 지프는 북한에서 군 여단장, 연대장, 민경(민정경찰)대대 대대장급의 장교가 탈 수 있으며 군사 작전용으로만 사용된다. 최근 북-중 국경을 순찰하는 지프도 모두 중국산이다. 북한의 각종 군용 트럭 상당수도 중국산이다. 17일 공개된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에만 중국에서 3000∼4000대의 군용 트럭과 지프를 무상으로 지원받거나 수입했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이 같은 거래를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는 “소형무기를 제외한 모든 무기의 북한 수출입을 금지한다”고 규정했지만 군용차량을 무기로 볼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군용트럭과 지프를 ‘상업용’이라고 주장하면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한편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19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줘왔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어느 범위까지 북한을 지원해 왔는지를 알 수 없다”면서도 “정보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이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다뤘으면 좋겠다. 하지만 중국을 통한 지원이 있어 왔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패네타 장관은 미사일 능력과 관련해 “북한은 최소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반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 북한의 위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선 “북한이 밤에 나를 깨어 있게 하는 일들 가운데 가장 위에 있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중국 정부가 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중지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중 국경지역인 랴오닝(遼寧) 성의 당국자는 “탈북자가 북한으로 송환되면 인생이 끝난다는 걸 우리도 간과할 수 없다”며 강제 북송을 중지했음을 밝혔다. 이 신문은 언제부터 북송이 중지됐는지 확실치 않지만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탈북자에 대한) 한국 측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이후로 보고 있다. 랴오닝 성 당국자는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주민이 거의 매일 중국으로 탈출하고 있으며 많을 때는 하루 3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탈북자 북송 중단 배경에 대해 또 다른 중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당초부터 미사일 발사의 구체적 계획을 중국에 밝히지 않았다. 이는 우호국인 중국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괘씸죄’ 때문임을 시사한 것이다.18일 동아일보가 접촉한 중국 내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1일에 창바이(長白) 현에서 3월에 체포된 꽃제비 소년 5명이 북송됐으며 3일에도 탈북자 9명이 단둥(丹東)을 통해 북송됐다. 하지만 이는 매달 수백 명이 북송되던 전례를 감안하면 적은 수이며 그 이후의 북송 사례는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달 초 북송한 탈북자의 경우 한국행 탈북자가 아니어서 북한 내 처벌 수위가 낮다고 판단해 중국이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 유랑하던 미성년 꽃제비가 중국에 갔다 잡혀오는 경우 북한은 거의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이처럼 탈북자 북송이 줄어든 것이 중국 당국이 국제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거나, 북한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최근 북한이 태양절 100주년 축제를 보내느라 북송 탈북자 접수를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을 개연성도 있다. 북송 중단이 일시적인 방침에 불과할 가능성도 크다.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북한이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실패를 4시간 20분 만에 조선중앙TV를 통해 주민들에게 신속히 공개한 것은 과거의 행태에 비추어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1998년과 2009년 발사했던 광명성 1호와 2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했을 때는 “위성의 궤도 진입이 성공했다”고 강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왜일까. 우선 외신 기자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놓고 성공했다고 주장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솔직히 실패를 시인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북한이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내부 정보 통제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수많은 주민이 라디오를 통해 몰래 한국 방송을 전해 듣고 있는 데다 지난해 중국 공식 방문자가 15만 명이나 되는 등 외국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로켓 발사 실패 소식은 하루 이틀이면 북한 전역에 입소문으로 퍼질 수 있는 사안이다. 과거처럼 억지를 부려 정부의 신뢰를 잃기보단 차라리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김정은 체제가 과거와 다르다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 득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장거리로켓이 아니라) 위성의 궤도 진입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재빨리 규정하고 사태를 수습한다면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와 압력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북한은 앞으로 우주 강국들도 처음엔 무수히 실패했다는 주장을 거듭 펼치면서 김정은의 리더십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아침 일찍 몰래 발사한 점 등을 들어 일각에서는 이번 발사가 사실상 의도된 실패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들의 우방인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까지 “북한은 미사일에 앞서 민생부터 챙기라”며 분노를 표시하는 등 예상보다 강한 반발에 부닥친 북한이 당황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주민들에게 발사계획을 천명했던 터라 후폭풍을 최소화하려고 어정쩡한 발사 카드를 선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인 것. 결과적으로 광명성 3호 발사 실패 소식은 북한 내부 민심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광명성 1호와 2호 발사가 성공했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북한 주민들은 내심 ‘배급도 못줘 주민들이 굶어죽는데 인공위성 개발이 무슨 말이냐’는 불만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뇌물 없이 한 걸음도 걷기 힘든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도착하니 참 딴 세상 같았다. 아침저녁으로 뭘 내라고 소리치는 인민반장도, 길에서 무고한 사람 잡아 뇌물을 뜯어내는 경찰도, 각종 동원에 주민들을 내모는 간부도 보이지 않았다. 북한보다 열 배는 깨끗해 보였다. 한국에 왔을 때 또 한 번 놀랐다. 중국보다 열 배는 더 깨끗해 보였다. 북한에선 뇌물을 주는 것을 ‘고인다’고 표현한다.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다. 내가 처음 본 남쪽은 고이지 않고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나라였다. 세상에 이렇게 깨끗한 나라도 있다니…. 실제로 지금까지도 나는 고여 본 일이 없다. 하지만 10년쯤 살아 보니 이제는 “나는 누구에게 뇌물을 찔러준 적도, 접대를 받은 적도, 불법을 저지른 적도 없다”는 말이 마냥 자랑거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른바 ‘상류계층’ 중에는 그런 말을 “저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입니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최근에도 ‘전당대회 돈봉투’ ‘불법사찰 관봉’ ‘저축은행 로비’ ‘양아들 비자금’ 등 각종 검은돈을 둘러싼 논란이 꼬리를 이었다. 검은돈이 워낙 유령처럼 빠르게 날아다니다 보니 그것을 낚아 실체를 증명하기란 참 힘든 일이다. 올 초 대구의 한 방송기자가 정치인이 돌린 돈봉투 100만 원을 자진 신고해 1억2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은 일이 잠깐 화제가 되었다. 그나마 선관위 포상금 제도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이쯤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부패한 북한에서 크게 성과를 거둔 뇌물 방지대책 하나를 소개한다. 북한은 오랫동안 탈북자를 막기 위해 국경경비대와 단속초소를 몇 배로 늘리고, 감시망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하는 등 별짓을 다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고이기만 하면 초소 통과는 걱정이 없었다. 심지어 국경경비대가 탈북자를 직접 중국으로 안내까지 해주었기 때문이다. 골머리를 앓던 북한은 2010년쯤 “경비대원이 탈북 시도를 신고하면 받은 뇌물은 절대 빼앗지 않고 오히려 노동당 입당과 승진을 시켜주겠다”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던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내가 알기론 북한 역사상 가장 성공한 뇌물 방지 정책이 됐다. 경비대원들이 탈북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사례가 급증하자 급기야 “그냥 냅다 뛰어 도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불신이 팽배해진 결과 지금은 돈을 보따리에 싸들고도 탈북을 도모하기 어렵게 됐다. 뇌물을 주고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줄어 국경경비대도 결국 손가락만 빨게 됐으니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방법을 한국에 도입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뇌물 받은 공무원을 신고하면 적절한 선에서 기업의 소원을 들어준다든지, 또는 뇌물 준 사람을 고발하면 승진시켜 준다든지…. 부작용이 없진 않겠지만 ‘먹은 놈이 움직인다’는 철석같은 사회적 믿음을 ‘먹은 놈이 뒤통수도 때린다’는 불신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사회 전체적인 이득은 훨씬 더 클 것 같다. 혹시 19대 국회가 “검은돈 받은 의원을 고발하는 사람은 대신 국회의원 시켜준다”고 한다거나 “뇌물 공여자를 신고한 국회의원은 공천 때 가점을 준다”고 선언한다면 대한민국 정치의 청렴도는 단숨에 세계 최상위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1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기지에서 장거리로켓에 연료를 주입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이 본격적인 북한 로켓 추적체제에 돌입했다.군 고위 관계자는 “장거리로켓의 연료 주입은 각 추진체의 엔진과 관제장비 점검 등 모든 발사 준비가 끝났다는 의미”라며 “지금까지 입수된 첩보를 종합한 결과 연료 주입이 끝나는 대로 내일(12일) 로켓을 쏴 올릴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말했다.그동안 동창리 기지 주변의 날씨가 맑고 바람이 다소 약한 13일이나 김일성 100회 생일(태양절) 전날인 14일이 발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11일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제1비서로 추대해 후계세습을 사실상 마무리한 데다 12일 동창리 기지의 기상 조건도 별로 나쁘지 않아 발사를 늦출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북한 당국도 11일 로켓에 연료를 주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위성통제센터 백창호 소장은 외신 기자들에게 “연료를 주입하고 있다. 적절한 때에 완료될 것이다”라고 말했으나 언제 완료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당초 예고했던 12∼16일 중 첫째 날인 12일에 발사될 수도 있다며 발사 시기는 상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 주에 있는 ‘뷰퍼드’란 마을(사진)이 5일 경매에 나와 11분 만에 팔렸다. 낙찰가는 90만 달러(약 10억 원)로 경매 시작가(10만 달러)의 9배다. 이 마을을 사버린 사람은 베트남 호찌민 시에 사는 익명의 사업가 두 명이다. 이들은 약 한 달 전 마을이 경매에 나오자 직접 미국에 와서 현장을 둘러봤으며 낙찰 받은 뒤에는 “미국 땅을 가져보는 것이 오랜 꿈이었고 지금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뷰퍼드는 한때 인구가 200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주민이 1명에 불과한 마을이다. 마을 면적도 4ha(서울광장의 약 3배)에 불과하며 와이오밍 주의 주도인 샤이엔에서 동쪽으로 50km 떨어진 해발 2438m의 고지대에 있다. 유일한 마을 주민이자 땅 주인으로 1980년 이 마을로 이사 온 돈 새먼 씨는 1992년 1월에 마을 전체를 사들였으나 아내가 사망하고, 장성한 자녀마저 타지로 떠나자 마을을 경매에 내놓았다. 그가 내놓은 ‘뷰퍼드 패키지’에는 마구간과 헛간이 딸린 단독주택, 주유소, 상점, 우체국, 학교 건물, 이동통신탑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마을이 뉴저지 주와 캘리포니아 주를 잇는 동서부 횡단고속도로 인근에 있어 주유소 운영을 통한 수입도 쏠쏠하다. 뷰퍼드는 1860년대 미 대륙횡단철도 건설에 동원된 근로자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로 철도공사 완공 뒤엔 다시 한적해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의 오이코스대 준간호사 과정(LVN)에 입학해 같은 해 11월에 자퇴한 고원일 씨(43)가 1층짜리 학교 건물에 나타난 시간은 2일 오전 10시 반경이었다. 그는 접수계 여직원을 총으로 위협하며 인질로 잡은 뒤 자신이 특히 미워하는 대학 사무처의 한 여직원을 찾아다녔다.이어 자신이 공부했던 간호학과 강의실로 들어섰다. 학생들은 같이 공부했던 고 씨를 알아봤다. 카키색 옷에 회색 모자를 쓴 고 씨는 강의실 안에 자신이 찾던 여직원이 없자 인질인 접수계 여직원의 가슴을 총으로 쐈다. 이어 학생들에게 “줄을 서라, 너희들 모두를 죽이겠다”라고 영어로 고함을 질렀다. 이어 혼비백산해 도망가려는 학생의 머리를 쏜 것을 시작으로 한 명씩 겨냥해 쐈다. 하워드 조던 오클랜드 경찰서장은 “미리 계산된, 냉혹한 처형이었다”라고 CNN에 전했다. 학생 8명이 쓰러졌다. 여직원을 포함해 4명은 즉사했고 2명은 나중에 병원에서 숨졌다. 팔에 총을 맞은 학생 1명은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당시 옆 강의실 8명을 포함해 학교에는 25명가량이 더 있었다. 옆 강의실에 있던 데첸 양돈 씨(27·여)는 “총소리가 난 뒤 바로 문을 걸어 잠그고 불을 껐다”며 “건물 안내원이 비명을 지르며 ‘살려 달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지만 우리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1차 학살을 마친 뒤 강의실을 나가 반자동 권총을 재장전한 고 씨는 학생들이 숨어 있는 옆 강의실로 향했다. 주먹으로 문을 7, 8차례 두드리던 그는 문과 유리창을 향해 총을 4발 쐈다. 다행히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건물 바깥으로 나온 고 씨는 체링 린징 부티아 씨에게 총을 쏴 살해한 뒤 그의 혼다 어코드 차량을 타고 학교를 빠져나갔다. 오전 10시 33분경 학교 측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특공대(SWAT)는 3분 뒤 학교에 도착해 범인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이미 고 씨는 달아난 뒤였다. 학교에 숨어 있던 학생과 교직원들도 대피시켰다.유에스에이투데이에 다르면 고 씨는 범행 직후 아버지 고영남 씨(72)에게 전화를 해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사건 발생 1시간 뒤 고 씨는 학교에서 8km가량 떨어진 앨러미다 시의 쇼핑몰인 ‘사우스쇼어센터’의 세이프웨이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수상히 여긴 경비원이 다가가자 “방금 사람들에게 총을 쐈다. 경찰과 얘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출동한 경찰은 오전 11시 반경 그를 쇼핑몰 주차장에서 체포했다.오클랜드=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 용의자 고원일은? “작년 모친-동생 잃고 불안해했다” ▼오이코스대학은? 교포가 세운 신학중심 사립대오이코스대 총기 난사 사건을 저지른 고원일 씨는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교직원들과 학생들에게 분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현지 경찰 당국에 진술했다.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는 3일 하워드 조던 오클랜드 경찰서장을 인용해 “고 씨는 조사관들에게 오이코스대 여직원 한 명에게 복수하려 했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고 씨는 “전혀 뉘우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경찰 관계자가 전했다.현지 한인 언론들은 고 씨가 수업료 반환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교직원과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고 전했다. 고 씨는 조사에서 일부 학생들이 자신을 자기들과 다른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자신이 나타나면 말을 멈추거나 모르는 척한 것에도 분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씨의 범행에는 최근 수년간의 개인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 씨는 지난해 어머니와 동생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김옥철 씨는 오클랜드에 살았으나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간 뒤 세상을 떴다. 동생 수완 씨는 미 육군 부사관(하사)으로 복무하다 지난해 3월 버지니아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버지니아에 형제 한 명이 더 살고 있다. 아버지 고영남 씨는 주소지가 오클랜드로 되어 있다. 고 씨는 독신이다. 결혼했으나 이혼해 부인이 딸과 함께 떠났다는 소문도 있다. 동창들은 그가 조용한 성품이었으나 어려운 수업 과정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고 증언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20여 년 전 미국으로 이민 온 고 씨는 식품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는 이민 초기에 버지니아 주 스프링필드와 헤이스에서도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필드는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범 조승희의 집이 있던 페어팩스카운티 센터빌과 가까운 곳이다. 당시 사냥 및 낚시 면허를 지닌 그는 교통위반 외에 이렇다 할 범법 사실이 없었다. 다만 1300달러의 임대료를 내지 않아 헤이스의 아파트에서 퇴거당했고, 세금도 2만3000달러가량 체납했다. 고 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고 씨와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한국인 통역사를 불렀다고 한다. 고 씨는 정원이 30명인 2년제 준학사학위 직업 간호사 과정에 지난해 2월 등록해 다니다 11월에 중퇴했다. 이 과정은 영주권자 이상을 대상으로 영어로 진행돼 한인 학생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오이코스대는 2004년 한국계 미국인 김종인 목사가 설립한 신학 중심 학교다. 교직원 40여 명이 재직하고 있으며, 학생은 약 200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학생과 현지 교민 등 한인 학생이 많으며 ‘기러기 엄마’를 입학시켜 비자 등 체류 신분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교육부 인가 대학 명단에는 이름이 올라있지 않다. 하지만 영리 목적의 직업학교로 인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이코스(oikos)는 고대 그리스어로 집, 가정, 가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에서 최근 주민통제와 감시, 처벌을 담당하고 있는 보안서(경찰) 고위간부들이 피살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핵심계층만 거주해 치안이 가장 좋은 평양 중심부에서도 보안서 간부들이 살해되고 있다.1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올 초 평양시 동대원구역 보안서 감찰과장이 집에서 노모와 부인, 자녀들과 함께 살해된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김정일 애도기간 중 평양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파장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이 체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을 감시하는 감찰과의 특성상 원한 관계에 의한 복수극으로 추정된다.지난해에도 평양시 평천구역 보안서장이 밤에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 괴한이 휘두른 도끼에 맞아 사망했다. 구역 보안서장은 대좌(총경)급으로 한국의 경찰서장에 해당하는 고위 간부다. 이 사건 역시 원한에 의한 복수로 보인다.북한 양강도 삼지연군 보안서의 이호식 수사과장도 지난해 11월 관내 불법 영상물 시청을 단속하던 중 괴한이 휘두른 도끼에 맞아 크게 다쳤다. 삼지연군은 북한이 혁명성지로 추앙하는 백두산과 김정일 생가가 있는 곳으로 특혜를 많이 받아온 지역이다. 양강도에선 지난해 6월에도 백두산 답사를 위해 왔던 군 정치장교 양성소인 김일성정치대학의 강좌장(준장급)이 도끼에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사건 직후 김정은의 지시로 특수 수사팀이 꾸려졌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 숨진 강좌장이 갖고 있던 돈과 신분증, 휴대전화 등이 없어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금품을 노린 단순 강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지난해 2월에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밤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수남구역 전 보안서장이 괴한들이 던진 돌에 맞아 숨졌다.북한에선 권력기관 종사자 살해는 체제에 도전하는 중대한 정치적 범죄로 간주된다. 일가친척들까지 가혹한 연좌 처벌을 받기 때문에 이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범죄였다. 따라서 보안서 간부들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이 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의 원한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보안서는 특성상 일선에서 주민들과 직접 부딪치는 역할을 떠맡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원성을 가장 많이 받는 기관이다. 한 탈북자는 “보안서나 보위부 종사자들은 주민들을 악착같이 갈취하지 않고선 먹고살기 힘든 직업이라 평소 원한을 살 일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하급 보안서원이 살해되는 정도는 아예 이야깃거리도 못돼 그 지역에서만 쉬쉬할 뿐이라고 한다.보안서 간부들이 피살될 정도로 내부 기강이 흐트러지면서 북한의 범죄율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군인 범죄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지난해 5월 양강도 국경경비여단 보천군대대 화전중대장이 마약과 내부 비밀을 중국에 넘기려다 소대장과 함께 체포됐고, 같은 달 평안남도 평성시장에서 굶주린 병사가 빵을 주지 않는다고 장사꾼 할머니를 대낮에 몽둥이로 때려죽인 사건이 대표적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3월 말부터 징집되는 북한군 신병의 키 하한 기준을 142cm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는 145cm였다. 북한에선 만 17세가 되면 신병으로 징집된다. 142cm는 한국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만 10세)의 평균 키(140.2cm)보다 조금 큰 수준이다.북한 전문 인터넷신문인 데일리NK는 1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군 징집이 시작된 3월 첫 주에는 예년처럼 145cm를 합격 기준으로 삼았지만 대상자들의 키가 작아 3월 말부터 142cm까지 합격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군 입대 키 기준을 낮춘 이유는 올해 징집대상이 1995년 출생자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1995년은 대량아사가 벌어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던 해이다. 1995∼1999년 출생자들을 북에선 ‘육체, 지식, 도덕을 잃어버렸다’는 뜻으로 ‘잃어버린 세대’라고 지칭한다. 영양 및 의료 공백, 교육과 가치관의 공백, 장마당 발달에 따른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팽배, 준법의식의 실종을 경험했다는 뜻이다. 대북 소식통은 1995년생부터는 영양상태 부진과 함께 출생률 자체가 뚝 떨어졌기 때문에 군대에 갈 아이들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해 동아일보가 지난해 말 북한 각 지역 출신 탈북 교사 10여 명을 상대로 한 집중 인터뷰에 따르면 1994년 이후 북한의 출생률은 30%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고난의 행군’ 시절 유소년들이 대량으로 굶어죽은 것을 감안하면 북한은 2012년을 기점으로 심각한 병력자원 부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신체의 왜소화에 따른 북한군 전력 차질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만 17세 기준으로 한국의 남학생 평균 키는 172.7cm이나 북한은 160cm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키 142cm인 북한 병사들이 메고 다녀야 할 개인화기인 자동보총(개량형 AK47)의 길이는 87cm, 북한군 분대 기관총의 길이는 127.2cm로 어깨에 메면 말 그대로 질질 끌고 다녀야 할 형편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시리아 정부가 27일 유엔과 아랍연맹이 제시한 6개항의 평화안에 전격 동의했다. 평화안에는 유엔 감시단의 시리아 입국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돼 1년 넘게 9100여 명이 희생된 시리아의 유혈사태 해결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코피 아난 유엔-아랍연맹 공동특사의 대변인인 아흐마드 파우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시리아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아난 특사의 평화안을 수용하겠다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밝혔다.시리아 정부가 동의한 평화안은 △유엔 감시 하에 모든 군사행동 중단 △유엔 특사와 공동으로 시리아 국민의 기대를 대표할 수 있는 정치적 협상 시작 △하루 2시간의 인도적 구호를 위한 휴전 △정치범 및 구금자 명단 공개 및 석방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와 이동 허용 △평화로운 시위와 결사의 자유 보장 등이다.이에 앞서 그동안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반대한 러시아와 중국도 아난의 평화안에 지지를 표명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아난 특사의 평화안이 시리아 유혈 내전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고,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도 27일 아난의 평화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미국과 중동 지역의 시리아 반정부 세력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측근 인물과 만나 전향을 권유하는 협상을 수주째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정부 세력과의 협상에는 군 수뇌부와 경비대 지휘관, 대통령궁 고위 간부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난 수개월간 시리아 정부 내 중요 동향을 외부에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시리아를 단신으로 빠져나오면 남아 있는 가족과 친지들의 신변을 보장할 수 없어 실행 시기를 미루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보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현재 북한의 가장 큰 체제 위험은 탈북이다. 4중 5중의 감시체제에서 쿠데타는 불가능하지만 굶어죽는 걸 피해 달아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탈북을 선뜻 못하는 이유는 중국에서 체포될 확률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탈북자 1명이 한국 입국에 성공할 동안 5명이 북송됐다. 특히 최근에 북송된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은 전례 없이 가혹해졌다.북한은 몇 년 전부터 북-중 국경을 체제 보위의 최전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병력을 꾸준히 늘리고 양은 보잘것없지만 군량미와 피복도 국경경비대부터 공급한다.그 대신 남쪽 최전방의 1, 2, 4, 5군단은 북에서 가장 힘없는 집 자식들이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부대가 됐다. 특히 강원도 1, 5군단이 가장 심각하다. 군인들의 키가 160cm 안팎에 불과하고, 병력의 3분의 1이 영양실조인 현역 중대도 부지기수다. 군인들은 밥 한 끼에 영혼도 팔 만큼 굶주려 있다. 무게 48.7kg인 한국군 완전군장을 착용시키면 태반이 그 자리에 주저앉을 판이다. 배가 고파 탈영한 군인이 너무 많아 당국이 처벌을 포기했다고 한다.미래는 더 암담하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조사 결과 북한 0∼9세 아동의 절반이 영양실조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는 30% 이상 급감했다. 1994년생이 올해 입대하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북한군 입영 대상자가 매년 30%씩 줄어들게 된다. 머잖아 여성의무복무제라도 도입해야 할 판이다.이런 속에서도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 병력을 기를 쓰고 늘리는 것은 한국군의 북침 가능성보다 대량 탈북 가능성을 훨씬 더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형국이다. 이참에 북한이 아예 아랫돌을 뺄 수 없게 만들면 어떨까. 만약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굶주린 군인들이 무더기로 남쪽에 귀순한다면 북한으로선 더 이상의 재앙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지금 형편으론 남과 북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꽁꽁 막는 건 불가능하다. 탈북을 막아야 할 신세대 군인들에겐 충성심도 기대하기 힘들다.가령 DMZ에 수많은 귀순 통로를 만든다고 상상해 보자. 대전차 지뢰나 방해물, 철조망 등은 그대로 두되 일정 구간의 대인지뢰만 제거하는 것이다. 북한 군인들이 잘 볼 수 있게 ‘지뢰 없음’이라는 팻말도 크게 세운다. 안보상 불안은 첨단 무인 감시체계 등 한국의 앞선 군사력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 실시해 보고 득보다 실이 더 크면 통로를 다시 닫으면 그만이다.북한군에겐 당장의 배고픔을 면하고 달러를 벌어 가족에게 보내줄 수 있는 생명의 통로가 열리는 셈이다. 자기가 지키는 지역을 통과해 남쪽으로 넘어 오면 중국에서처럼 북송될 위험도 없다. 행방불명된 탈영병이 워낙 많다 보니 몰래 오면 가족이 피해 볼 염려도 없다.이런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DMZ의 대인지뢰를 걷겠다면 아마 우리부터 난리가 날 것이다. 남북을 체험한 기자가 보기엔 북쪽은 허세만 남아 하늘을 찌르지만 남쪽은 실력에 비해 자신감이 바닥이다. 개방도가 세계 최상위권인 남쪽은 좌우로 10m씩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지만 가장 폐쇄된 북한은 1m만 흔들려도 버티지 못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DMZ의 대인지뢰를 걷을 경우 진짜 난리가 날 곳은 북한이다.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는 이런 것이 아닐까.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이거나 8시간 이상이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고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가 26일 전했다. 시카고대 연구팀은 45세 이상 남녀 3019명의 자료를 분석한 이 같은 내용을 미국심장병학회 61차 학술회의에서 최근 발표했다.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인 그룹은 6∼8시간 수면하는 그룹에 비해 심근경색이나 뇌중풍 위험이 2배, 울혈성심부전 위험이 1.6배 높았다. 하루 8시간 이상 잠을 자는 그룹도 수면시간이 6∼8시간인 그룹에 비해 협심증 위험이 2배,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1.1배 높았다. 잠이 부족하면 부신피질 호르몬인 코르티손, 혈압, 심박수 등이 상승하는데 이는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들이다. 잠을 너무 오래 자면 왜 심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는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자국 내 6개의 정치범수용소 중 규모가 가장 크며 한국행 탈북자가 많이 수감돼 있는 함경북도 회령 ‘22호 관리소’를 비밀리에 폐쇄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21일 전했다. 이 방송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얼마 전부터 국가안전보위부와 보안부 근무자들이 야간에 동원돼 22호 관리소 수감자 호송열차를 감시하고 있다”며 “보위부원들도 수감자들을 어디로 옮기는지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22호 수용소는 외부에 많이 알려지고 수감자가 줄어드는 데다 북-중 국경 가까이에 있다는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폐쇄 대상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1998년 8월 인공위성을 빙자한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한 지 2년여 뒤인 2000년 11월 6일.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이날 북한은 미국과 중·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는 파기할 것에 동의했다. 그 대가로 북한은 미국에 3년간 매년 10억 달러씩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고 미국도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최종 타결을 위해 김정일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하지만 당시 조지 W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막았다. 다음 달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 내부 결속용이나 정권 이양기의 권력기관 간 불협화음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가 많다.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불과 보름 전인 지난달 29일 미국으로부터 약속받은 수억 달러에 이르는 24만 t의 영양식량식품 지원을 뿌리친 북한의 속내를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20일 “광명성 3호 발사는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에 기반한 고도의 대미정책의 일환”이라며 “북한에 광명성 3호는 수십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협상카드”라고 설명했다. 즉 미사일 개발 행보를 가속화하면 결국 미국이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2000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대가를 미국에서 받아낼 수 있으리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0년 북한은 사거리가 불과 1600km에 불과한 대포동 1호 미사일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30억 달러를 거의 받아낼 뻔했다. 2009년 4월에 발사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은 3200km까지 날아갔다. 2006년과 2009년 2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증명했다. 핵과 미사일은 말과 마차의 관계다. 그럼에도 미국에는 북한의 계획을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선택한다면 북한은 보란 듯이 광명성 4호와 5호를 잇달아 발사해 미사일 성능을 대폭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북한은 미국이 협상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김정은 체제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의 엄청난 대가를 노린 벼랑 끝 전술 구사에 나섰다는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의 슈퍼마켓 등에서 세탁기용 액체세제 ‘타이드’를 훔쳐가는 도둑이 횡행해 암시장이 형성되고 경찰이 전담반까지 구성했다고 미국 NBC방송이 13일 보도했다. 타이드는 60년 동안 미국 주부들의 사랑을 받으며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타이드가 도둑들의 표적이 된 것은 훔치기 쉬운 데다 현금화하기에도 편하기 때문. 소매가격이 한 병에 10∼20달러인 타이드는 암시장에서 5∼10달러에 팔린다. 대부분의 타이드 도둑은 훔친 타이드를 쇼핑카트에 잔뜩 싣고 슈퍼마켓을 달려 나가 주차장에 대기해 놓은 트럭에 싣고 달아난다. 원시적 방법이지만 슈퍼마켓 주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경찰은 타이드 절도 전담반까지 꾸려 범인 검거에 나섰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비밀요원들이 한국 국민이 된 탈북자들을 유인 납치해 처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13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을 중국으로 유인해 납치하는 사례가 최근 수년간 잇따르고 있다”며 “신원이 확인된 납북자만도 8명 이상이며 신원 미확인 납북 사례를 포함하면 30건 이상 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으로 납치된 한국 국적 탈북자 가운데는 처형된 사람도 여러 명 있다”고 전했다.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도 이날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북-중 국경에서 북한 보위부와 군 소속 정보기관인 보위사령부, 국경경비대의 합동 작전에 걸려 납치된 탈북자 출신 한국인만 15명 정도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피랍 사례 3건을 공개하며 납치된 한국 국적의 탈북자 대부분은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고 전했다.공개된 사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0일 오후 5시경 양강도 혜산시 건너편인 중국 창바이(長白) 현 루광(綠光) 촌에서 한국인 김모 씨와 동행하던 중국인 태모 씨가 북한 양강도 주둔 보위사령부 7처와 보위부 반탐과(방첩부서), 국경경비대의 합동작전에 걸려 납치됐다. 양강도 주둔 10군단 보위소대에 끌려간 김 씨는 3개월 동안 신문을 받고 국가보위부로 이송됐고 태 씨는 혜산세관을 통해 중국 공안에 이송됐다. 북한은 한국에 살다 끌려온 탈북자에 대해선 ‘용서할 수 없는 민족 배반자’로 간주하고 가족들까지 정치범수용소로 보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특히 한국 국적의 탈북자를 잡아오면 일반 탈북자 체포보다 더 큰 포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를 중국으로 유인하기 위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과 연계해준다거나 가족이 탈북했다고 거짓 정보를 알려주는 방법이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북한 가족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흘리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탈북자는 속기 쉽다. 가끔 북한과 무역을 하기 위한 밀거래처를 알려준다거나 정보기관에 팔아먹을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넘겨주는 등의 방법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北, 한국국적자 잡아오면 더 큰 포상” ▼탈북자 출신 한국인들이 주로 납치되는 곳은 북-중 국경지역이다. 두만강이나 압록강 근처까지 무리하게 접근했다가 매복하고 있던 북한 요원들에게 납치되는 것이다. 납치 작전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보위부 요원들이 주로 기획한다. 북한 국경경비대도 납치에 적극적이다. NK지식인연대는 북한 국경경비대 소식통을 인용해 “올 초 국경경비대 군인들에게 국경에 나타나는 한국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전했다.탈북자 출신 한국 국민이 중국에서 납치돼도 한국 정부가 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중 비자 기한을 넘겨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은 1000명이 넘는다. 특히 중국에는 거처가 파악되지 않는 장기 체류 탈북자가 적지 않다. 탈북자의 납북을 막기 위해서는 북-중 국경지역 접근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이를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없는 특정 집단의 출입국을 통제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탈북자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현재로선 한국 정부가 북한에 납치된 한국 국적의 탈북자들을 구출할 마땅한 묘책이 없는 실정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모두 강제로 납치된 북한 주민이라고 주장해왔다. 북한 대남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2일에도 “남조선 통일부 패거리들이 괴뢰정보원 나부랭이들과 손잡고 중국 국경지역에서 우리 공민들을 유인 납치 억류하여 반공화국 모략책동에 이용한다”고 주장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대한민국 주민등록번호를 받은 지 올해로 딱 10년이다. 열 살짜리 눈으로 본 한국의 정치판은 파란색 유니폼 팀과 노란색 유니폼 팀의 두 라이벌이 양분한 축구 리그를 닮았다. 룰도 단순하다. 말로는 상생 민주 비전 등 온갖 화려한 단어를 나열하지만 실전에선 상대방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골을 많이 넣는 팀이 이긴다. 팀 내 주전 경쟁도 치열하다. 주전 선수는 유소년→유망주→2군→벤치→선발이라는 코스를 거쳐야 한다. 선발로 출전해 경기를 뛰다 보면 태클로 치명상을 입는 경우가 흔하다. 일부는 재활을 거쳐 돌아오지만 선수생명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 결정적 자살골로 경력에 마침표를 찍기도 한다. 4년마다 이적시장이 열리면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아무리 과거에 날아다녔다 해도 체력이나 기량이 저하됐거나, 부상 후유증이 길거나, 몸값에 비해 활약이 별로라는 등의 이유로 경쟁자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것이 이 세계다. 선수는 벤치 후보만 돼도 팬들이 생긴다. 벤치에 앉기까지도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능력을 입증하는 것은 당연. 언행에 신중해야 하고 구단에서 죽으라면 죽는 흉내도 내야 한다. 라이벌 팀에 도움이 되는 말을 했다간 팬들에게 찍힌다. 모처럼 기회가 오면 미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외부에서 온 사람도 몇 년이면 아는 이치를 여기서 평생 산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요즘 노란 팀이 탈출 선수라는 골치 아픈 문제에 맞닥뜨렸다. 북쪽 지역이 연고지인 빨간 팀에서 선수 학대가 지나쳐 일부 선수가 도망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빨간 팀은 탈출 선수들을 붙잡아 끌고 간 뒤 고문을 하고 심지어 죽이기도 한단다. 누구나 분노할 일이지만 노란 팀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원래 노란 팀은 빨간 팀과 교류가 적지 않았다. 노란 팀은 자금 지원을 좀 해주면 선수 학대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주장하며 실제로 오랜 기간 적잖은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탈출 선수는 오히려 더 늘고 있다. 노란 팀 선수들에겐 난감한 일이다. 눈과 귀가 있는 이상 빨간 팀 탈출 선수들의 비참한 인권유린 상황을 모를 리 없지만 눈치 없이 구단의 결정과 달리 개인적 소신을 피력했다간 찍히기 십상이다. 극성팬들의 야유도 무섭다. 이 바닥에선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고 바른말하는 선수는 어느 구단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노란 팀 선수들에겐 요즘 구단의 관심사인 제주도의 ‘구럼비 컵’이 훨씬 더 중요하다. 여기서 펄펄 뛰는 선수는 구단과 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전 자리를 굳힐 수 있다. 룰을 무시하는 거친 파울에 파란 팀이 항의해도 개의치 않는다. 여기서 기선을 잡아야 4년에 한 번 열리는 다음 달 내셔널 리그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파란 팀도 한심한 건 마찬가지이다. 평소 빨간 팀의 인권 상황에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이는 척 해왔던 것과는 달리 요즘엔 노란 팀의 공세에 밀려 빨간 팀까지 제대로 신경 쓸 여력이 없는 듯하다. ‘내 코가 석자인데…’라는 식이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목숨을 위협받는 빨간 팀 탈출 선수들은 끊임없이 남쪽 동료들의 도움을 호소한다. 인권과 정의, 양심을 기회마다 내세우는 이곳 선수들이 실은 구단과 팬들에게 매여 양심을 저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한국행을 기도했던 탈북자에게 공개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 수감 등의 가혹한 형벌을 내리던 북한이 최근 처형 방식을 ‘조용한 살해’로 바꾸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이 9일 전했다.감방에 가둬놓고 고문과 굶주림으로 서서히 죽게 만드는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공개처형과 정치범수용소 문제가 끊임없이 부각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고안해낸 은밀한 처형 방법이다.소식통은 “최근 보위부나 보안서 구류장에서 고문을 가하고 급식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감자를 서서히 말려 죽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어느 구류장에 가도 죽어가는 사람을 방치하는 감방이 한두 개씩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한국행 기도 탈북자를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면서 “조직적 묵인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최근 한국에 입국한 최모(가명) 씨도 “탈북하다 체포돼 양강도 혜산 보위부에 수감돼 있는 동안 중국서 체포돼 끌려온 어린아이 2명을 포함한 일가족 4명과 안내인이 이런 식으로 6개월 안에 모두 죽었다”고 증언했다. 북한이 이 같은 방식으로 한국행 탈북자 처형 방식을 바꾼 것은 공개처형과 정치범수용소 수감의 문제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공개처형의 경우 우선 처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위험이 크다. 최근 북한인권단체들이 잠입해 찍어온 북한의 공개총살 비디오테이프는 파문을 일으켰다. 또 주민들을 모아놓고 한국행을 기도했다는 ‘범죄사실’을 공포하는 일을 수시로 반복하면 오히려 탈북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난다. 북한 법에는 한국행 시도를 총살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기 때문에 무리한 처형이라는 비난도 일 수 있다.현재 포화상태인 정치범수용소도 무턱대고 확장하기 어렵다. 북한 인권유린의 대명사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어 규모를 키우면 바로 서방의 인공위성에 포착된다. 북한이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면 수용소는 이슈가 될 시한폭탄이다. 또 정치범을 수십만 명이나 관리해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또한 북한은 공개처형을 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의 가족 친척들은 모두 적대계층으로 분류하는데 그런 적대계층이 최근 큰 폭으로 늘어나 체제의 근간인 계층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에선 잘나가던 핵심 계층도 친척 중 한 명만 한국행을 시도했다고 하면 6촌까지 수십 명이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한국에 온 탈북자가 2만3000명을 넘으면서 북한 내부에 적대계층이 너무 많아지고 있어 북한 지도부가 공개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 수감 대상자 수를 줄일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조용한 살해는 여러 단계의 처형 승인 절차가 필요 없어 바로 집행할 수 있다. 죽여야 할 대상이라고 판단하면 고문을 하면서 배식을 줄이면 된다. 사망자의 가족 친지들에겐 조사 중 사망했다고 통보만 하면 외부에 소문도 거의 나지 않는다. 소식통은 “김정은 등장 이후 ‘조용한 살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외부에선 이런 현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