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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주부 5명이 10일 오후 5시 서울 개포동 강남종합사회복지관 지하 1층 한울공동체실 진열대를 둘러보고 있었다. 전용화폐 ‘한울’을 이용해 물건을 사러 온 손님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구두의 가격을 물어보니 ‘1000한울’(1000원)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지역주민이 모여 만든 ‘강남가족 한울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있어 화제를 모았다. 왠지 각박할 것 같아 ‘품앗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강남에서 이런 공동체가 활성화된다는 게 이색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2010년 9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시작했다. 한울공동체의 공동 제안자인 나선경 씨(47·여)는 “처음에는 강남에서 이런 게 될까 싶었다. 하지만 넉 달 만에 회원이 10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인기를 반영하듯 회원은 5월 현재 425명으로 늘었다. 이날 모인 회원들은 “한울공동체 덕에 전혀 모르고 지내던 이웃과 터놓고 지낼 수 있게 됐고, 남을 돕는다는 뿌듯함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울공동체의 가장 큰 사업은 지역단위 화폐를 이용해 중고물품을 나누는 ‘품앗이장터’와 재능기부를 통해 이뤄지는 ‘품앗이학교’다. 품앗이장터는 갈수록 거래가 활발해지며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2011년 12월에는 한 달에 900건 이상 거래해 478만여 한울이 오가기도 했다. 품앗이장터의 거래는 ‘한울통장’으로 이뤄진다. 계좌번호에 인감도장까지 찍혀 있어 보기에도 그럴듯하다. 물건이나 품앗이를 주고받으면 개인 통장에 날짜, 받는 회원, 주는 회원, 거래품목, 잔액 등을 상세히 기입한다. 한 회원의 통장을 열자 보온병을 5000한울에 산 명세와 가스레인지를 1만 한울에 산 명세가 보였다. 나들이용 간식을 팔고 5000한울을 벌어들인 기록도 있었다. 한울 가맹점에서는 한울로 물건을 살 수도 있다. 대치동과 일원동 일대 미용실 식당 의류점 신발가게 등 8개 상점이 가입했다. 품앗이학교는 회원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공간이다. 이종옥 씨(62·여)는 일주일에 한 번 단전호흡을 배우고 있다. 수업료는 6000한울이다. 그는 “일반 스포츠센터에서 하는 수업도 있지만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며 “강사와 수강생 사이가 아니라 이웃이라 더 진지하고 열심히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한울공동체를 단순히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곳’ 이상으로 여긴다. 품앗이장터를 관리하는 나 씨는 “싸게 사고파는 것도 재미있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느낌을 받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키 165cm에 몸무게 38kg. 보기에도 가냘픈 어린 발레리나 박영진 양(14)이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13일 오후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무대 위에 섰다. 이 무대는 서울문화재단이 마련한 ‘2012 예술로 희망드림 프로젝트’ 오디션이었다. 형편은 조금 어렵지만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가진 영재를 발굴해 육성하기 위한 자리다. 긴장할 만한 분위기였지만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박 양은 능숙하게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로 서서 다른 쪽 다리를 뒤로 올린 동작)를 선보였다. 예술전문학교인 예원학교 2학년 박 양은 친구들이 12만∼18만 원 하는 토슈즈를 신을 때 8만 원짜리 토슈즈를 신으면서도 구김살 없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연습량이 워낙 많아서 발레에 필요한 토슈즈는 한번 신으면 못 쓸 정도가 되죠. 부담을 줄이려고 고쳐서 두 번씩 쓰게 하는데도 영진이는 ‘나는 토슈즈도 저렴한 게 좋다’고 하니 대견하죠.” 박 양의 어머니 이선희 씨(48)가 웃으며 말했다. 시종 쑥스러운 듯 웃기만 하던 박 양은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발레복 입고 있을 때는 언제나 행복한데, 발레를 그만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싫다”고 말했다. 이날 박 양은 1분에 걸쳐 파드되(2인무)의 여성 파트 동작을 선보였다. 다른 지원자에 비해 다소 짧은 연기였지만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이날 박 양의 연기를 지켜본 이원국발레단의 이원국 예술감독(45)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박 양이 탄탄한 기본기 위에 탁월한 예술적 표현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 양의 아버지는 대기업에 다니다 친구의 제안으로 의류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2007년 무일푼으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발레를 시작한 딸의 뒷바라지는 엄두도 못 낼 처지였다. 하지만 예술 영재를 알아본 사람들의 후원이 적지 않았다. 발레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데 드는 작품비가 600만 원 정도였는데 돈을 받지 않고 도와주겠다는 강사, 학원비를 거의 받지 않고 박 양을 키우겠다고 제안한 학원도 있었다. 이 씨는 “아이가 재능 있고 열정도 남달랐지만 주변의 격려와 도움도 큰 힘이 됐다”며 “아이가 부모 능력보다 자신의 재능으로 평가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디션에는 무용·미술·음악·전통예술 분야의 초중고교생 108명이 참가했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은 이 사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재능을 꽃피우는 어린 예술가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박 양이 지원한 인재육성 분야는 저소득층 전공자의 진로 개발을 위한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다. 이 분야에 합격한 학생은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총 5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어머니 이 씨는 박 양이 쓴 지원서를 내밀었다.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힘들고 지치지만 내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제 가슴속에서 자라고 있는 꿈과 희망은 세상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한국의 대표 전통시장이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적지 않은 남대문시장. 하지만 판매가격 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외국인 관광객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경우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7월부터는 이런 걱정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중구는 7월 1일부터 남대문시장을 판매가격 표시 의무 대상으로 지정, 고시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지금까지 남대문시장은 재래시장이라는 이유로 가격표시제 시행 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은 의무 대상으로 고시할 수 있다는 서울시 지침에 따른 조치다. 남대문시장 1만여 개의 점포 중 도매점포를 뺀 6100여 개 소매점포가 적용 대상이다. 표시 대상은 의류, 신발, 관광공예품, 문구 등 42개 업종으로, 개별 상품에 꼬리표 스탬프 등을 이용해 ‘판매가 ○○○원’ ‘소매가 ○○○원’과 같이 표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구는 가격표시제 정착을 위해 6월 30일까지 과태료 부과 유예기간을 두기로 하고 상인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안내문과 홍보물을 나눠주기로 했다. 중구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소비자를 보호해 관광특구인 남대문시장을 더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총파업 찬반 투표를 압도적인 찬성으로 14일 가결해 15년 만의 총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서울시버스노조는 18일 오전 4시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는 내용의 찬반 투표를 진행해 서울시내버스 62개 노조 재적 조합원 1만6379명 중 1만5482명의 투표로 찬성 91.4%(1만4974명)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이날 밝혔다. 버스노조에는 서울 버스 운전자 98%가 가입돼 있다.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사용자)과 임금 인상 협상 중인 버스노조는 16일로 예정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최종 조정협상이 결렬되면 1997년 이후 15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버스노조는 2004년 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2005, 2007, 2009년 세 차례 총파업 투표를 가결했지만 실제 파업에 돌입한 적은 없었다. 버스노조는 올해 임금을 지난해 대비 9.5%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업조합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태주 버스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최근 8년간 서울시 버스운전사의 임금 인상은 2%대에 불과했다”며 “올해 버스요금이 150원 오른 만큼 버스운전사들의 임금 인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조합은 “준공영제가 시행된 후 서울 시내버스 운전자 임금이 50% 이상 인상됐고 다른 지방자치단체 운전사에 비해 임금 수준이 월등히 높다”며 임금 인상에 부정적이다. 서울시는 16일 조정협상이 결렬돼 벌어질 수 있는 교통대란에 대비해 이날부터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다. 지하철과 마을버스 등 시내버스 외 모든 교통수단을 동원해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치구별로 전세버스 등을 빌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연계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개인택시 3부제와 승용차 요일제 해제 또한 검토할 계획이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최종 조정이 타결돼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사 양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겠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본부를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요 공약인 임대주택 8만 채 공급 계획이 공개됐다. 서울시는 ‘집 걱정 없는 서울, 원순 씨의 희망둥지 프로젝트’를 통해 2014년까지 8만 채에 이르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됐던 5만9203채에 신개념 맞춤형 임대주택 2만157채를 더해 총 7만9360채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구로구 천왕동 도시개발지구에는 독신 여성을 위한 ‘여성안심주택’이 들어선다. 시는 경찰지구대 위층에 여성 전용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어 독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노원구에는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공공기숙사가 새로 생긴다. 땅은 시가 제공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건설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은평구 기자촌에는 에너지 절약형 주택단지가 생긴다. 태양열과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빗물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주택이다. 편의시설도 거주자를 고려해 맞춤형으로 배치한다. 대학생이 주로 입주할 임대주택에는 독서실을 우선 배치하고, 신혼부부가 많이 사는 곳에는 공동육아시설을 우선 건립하는 식이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가정형편상 학교를 그만둬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학교 밖 청소년도 서울시로부터 상담 및 대안교육과 자립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시는 전체 학생 중 1.5%에 이르는 1만2000여 명의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종합지원대책을 8일 발표했다. 시는 소외된 학교 밖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안학교를 늘릴 계획이다. 직업체험을 통한 자립도 지원하기로 했다. 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거리상담사들이 청소년 밀집지역에 찾아가는 ‘아웃리치 사업’의 쉼터를 2곳에서 4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안학교 지원은 지난해 17곳에서 올해 28곳으로 늘리고 2014년까지 40곳을 확대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해 670여 명 수준이었던 대안학교 재학생 수가 2014년까지 15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시는 전국 최초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올해 말 신설해 이들의 진로 탐색을 지원한다. 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보호시설을 떠난 청소년에게는 임대보증금 일부를 지원한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불가리의 ‘A급 짝퉁’ 시계는 보통 28만 원에 팔려요. 하지만 부자 나라인 일본에서 온 관광객에게는 60만 원까지 불러요. 그래도 다들 사가요. 일본 짝퉁 제품에 비해 한국 제품은 ‘디테일’이 살아있거든요.” 1일 오후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 쇼핑몰 5층에서 만난 상인 A 씨(42·여)가 짝퉁 시계가 한가득 담긴 검은색 가방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그는 “재작년을 기점으로 한국인 손님은 많이 줄어든 반면 외국인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관광객 순으로 짝퉁을 많이 사간다”고 했다. 일본 골든위크(4월 28일∼5월 6일)와 중국 노동절(4월 29일∼5월 1일) 덕분에 이달 초까지 15만 명의 ‘관광객 특수’가 예상되면서 동대문 짝퉁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국내에선 제작과 유통이 모두 불법인 짝퉁 제품은 이제까지 주로 이태원 지하 매장에서 은밀하게 거래돼 왔지만 최근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업고 동대문 대형 상가에서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찾아간 밀리오레 헬로APM 굿모닝시티 등 대형 상가에서는 잡화코너 매장 전체의 절반 이상 상점에서 짝퉁을 팔고 있었다. 특히 밀리오레는 5층과 6층 가방 매장 53곳 중 36곳이 짝퉁을 판매 중이었다. 업주들은 매장 입구에 명품 카탈로그를 걸어놓고 호객꾼을 앞세워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관심을 보이는 손님에겐 카탈로그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르게 한 뒤 매장 인근 창고에 보관해놓은 제품을 가져와 보여주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었다. 손님 끌어오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인 한 명이 매장 10칸을 한꺼번에 임차하고 호객꾼을 두 명 이상 고용하는 등 대형화하는 조짐도 보였다. 이들이 주로 공략하는 손님은 외국인 관광객. 헬로APM 7층 매장에서 짝퉁 가방과 지갑을 판매하는 상인 B 씨는 “요즘 한국 사람들은 눈이 많이 높아져서 짝퉁을 잘 찾지 않는다”며 “재작년부터 입소문과 인터넷을 보고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상인 C 씨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는 외국인에게 다가가 카탈로그만 보여주면 금방 지갑을 연다”고 했다. 여행사와 손을 잡고 짝퉁 쇼핑코스를 만든 곳도 있었다. 1일 밤 깃발을 든 관광가이드가 외국인 관광객 4, 5명씩 팀을 짜서 ‘즐거운 쇼핑하라’며 안내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여행사 직원을 가장해 접근한 기자에게 “우리 가게도 쇼핑코스에 꼭 넣어 달라”고 부탁하는 상인도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동대문시장은 ‘짝퉁 쇼핑의 메카’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인도 뭄바이에서 온 미그틸리 씨(35·여)는 “지난주 한국에 오기 전 인터넷 구글 검색을 해보니 동대문 주변에서 짝퉁 제품을 많이 판다고 소개돼 있었다”고 했다. 중국인 마오진옌(毛錦燕·27·여) 씨도 “한국 동대문 상가에서 짝퉁 옷과 가방을 판다는 것은 중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상가 관리업체 측은 자체 단속은커녕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밀리오레 상가관리팀은 잡화 매장 절반 이상이 불법 이미테이션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상가 내에는 짝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자체 단속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전화를 끊어버렸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같은 동대문 상가이지만 그중에서도 ‘패션전문점 두타’는 짝퉁을 근절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1999년 개장한 이 상가는 2000년부터 전문매장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짝퉁제품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왔다. 두타 관계자는 “짝퉁 제품은 결국 진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짝퉁을 파는 것이 손해라는 생각으로 자체 단속을 강화해 판매를 뿌리 뽑았다”고 설명했다. 2009년에는 정품 명품잡화만 취급하는 ‘럭셔리 존’을 따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럭셔리 존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추향자 씨(53·여)는 “정품만 파는 매장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짝퉁 매장이 사라졌다”며 “그 덕분에 쇼핑몰의 이미지가 좋아졌고 믿고 찾아오는 단골손님도 늘기 시작했다”고 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인허가 비리로 논란을 빚고 있는 파이시티를 둘러싸고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 측과 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2010년 여름부터 2년 가까이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오고 있다. 사업 규모만 2조4000억 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 한복판의 대형 노른자 땅이다 보니 이해관계자 간 아귀다툼이 쉽사리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2010년 8월 우리은행 측이 파이시티에 대해 파산을 신청한 뒤로 사실상 경영권을 상실한 이 전 대표 측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사업권을 포스코건설에 주려고 억지로 파산신청을 했다”며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을 신용훼손 업무방해 사기 및 강요죄로 고소한 상태다. 이 전 대표 측은 고소장에서 ‘우리은행 측이 2010년 7월, 200억 원을 줄 테니 파이시티의 사업권을 넘기고 해외로 도피하라고 협박했다. 이를 거부하자 시행사 동의 없이 임의대로 파산신청을 진행했다’고 적었다. 다른 증권사들과 자금조달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리은행 측이 대출만기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멋대로 파산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근거 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당시 이 전 대표에게 ‘200억 원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은행 고모 부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억 원을 약속하며 설득한 것은 사실이지만 흑막이니 뭐니 그런 것은 전혀 없다”며 “그대로 두면 시공사는 망하고 채권단은 비용부담이 늘어나니 그냥 둘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파이시티 인허가가 생각보다 지연되면서 대출이자를 내지 못해 밀린 상태였고 이자를 대납해주기로 약속했던 공동시공사 성우종합개발과 대우자판도 때마침 워크아웃에 들어가 더는 기다려줄 수 없었다는 것. 그는 “200억 원은 이 씨가 거부했기 때문에 준비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대주단의 파산신청에 대해 지난해 1월 법원은 파이시티에 대해 회생 결정을 내렸고 그해 5월 시공사에 포스코건설이 지정됐다. 시공사 선정 문제를 둘러싸고도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이 전 대표는 고소장에서 “우리은행이 포스코건설과 몰래 비밀 계약을 맺고 다른 업체는 낄 수 없는 조건으로 포스코건설에 시공사 계약을 밀어줬다”며 “이 모든 과정은 우리은행이 추천해 지정된 법정관리인 김광준 씨(50)가 주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우리은행 측은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다른 업체에도 제안했지만 다 포기하고 포스코건설만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 역시 “시공사 재선정 과정에서 다른 건설사는 지급보증 부분에 부담을 느껴 입찰을 포기한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문제 삼는 법정관리인 김 씨는 법원에서 선임한 사람으로 우리은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경북 영주 중학생 자살 사건과 관련해 피해 학생 이모 군(14)을 괴롭힌 혐의를 받고 있는 가해 학생 J 군(14)이 다른 학교 학생들도 때리거나 금품을 빼앗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18일 ○○패밀리 회원 2명이 있다는 D중학교 학생 10명을 취재한 결과 J 군이 이 학교까지 찾아와 학생들을 괴롭힌 것으로 나타났다. 2학년 A 군(14)은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접근해 1000∼2000원씩 돈을 빼앗았다. 돈을 주지 않으면 가방을 숨기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B 군(14)은 “J 군이 자신의 가슴을 만져 달라는 변태 행동을 강요해 괴로웠다”고 했다. 경찰은 J 군 외에 이 군을 괴롭힌 가해 학생 1명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영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정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상당수의 SNS는 일방적인 홍보수단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부처의 블로그와 SNS 계정은 관리 소홀로 음란 사이트 홍보글이 올라오는 등 방치돼 있거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동아일보는 35개 정부부처와 3실(대통령실 국무총리실 특임장관실) 5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43곳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SNS 등 뉴미디어 활용 실태를 조사했다. ○ 예산은 급증했는데 활용 점수는 낙제점 2008년 6개 부처에서 총 2억2700만 원을 사용했던 뉴미디어 활용 예산은 2009년 22개 부처 11억3450만 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31개 부처가 총 24억7104만 원을 썼다. 하지만 SNS 활용 점수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대다수 부처의 홈페이지는 공지사항이나 보도자료를 링크해 놓거나 행사를 안내하는 수준이었다.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고 일방적 홍보에 그치다보니 시민들의 참여도 없다시피 했다. 특허청이 운영 중인 특허고객상담의 트위터에는 3월 내내 특허 관련 문의가 단 2건에 그쳤다. 통일부 역시 단순히 친구 신청을 하는 등의 트윗을 빼면 일반 시민들의 트윗은 각각 한 달 동안 10건이 채 안 됐다. ○ 음란 사이트 게시물 방치된 블로그 2008년경부터 시작된 블로그 역시 일부 부처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소통’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부처의 블로그는 보도자료나 홈페이지 게시물을 그대로 옮겨 놓는 정도에 그쳤다. 일부 부처의 블로그는 심지어 관리 소홀로 대출 상담이나 상품 광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일례로 지식경제부 웹진의 구독소감 코너에는 음란 도박 사이트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해당 블로그를 관리하는 지경부의 한 공무원은 “광고나 음란성 글은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는 현재 이런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부처는 별도 예산을 들여 블로그 기자단을 운영한다며 신문기사 내용을 짜깁기한 수준 미달의 글에 원고료를 지급하고 있었다. 직장인 김동용 씨(28)는 “흥미 있는 내용도 없고, 홍보글이 대부분이라 정부 블로그나 트위터는 방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운영하는 블로그나 SNS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자체 콘텐츠 확보와 소통 확대를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부처의 블로그는 해당 부처의 특성에 맞는 정보를 제공해 누리꾼을 모으고 있다. 기상청은 블로그에 ‘톡톡 튀는 기상정보’ 코너를 만들어 ‘겨울철 코디 완성법’ ‘겨울 놀러갈 만한 곳’ 등 기상정보에 재미를 더한 콘텐츠를 소개해 누리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통계청도 ‘여론조사의 원리’ ‘할인의 함정’ 등 부처 특성에 맞는 글을 게시하며 방문자를 모으고 있다. ○ 관리인력 없고 성과 분석도 미흡 이처럼 정부부처의 블로그와 SNS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각 부처가 예산만 배정해 놓고 전담 관리인력과 콘텐츠 개발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 결과 블로그와 SNS를 운영하고 있는 43곳의 기관 중 관리인원이 아예 없거나 1명뿐인 곳은 18곳에 달했다. 그마저도 대부분 뉴미디어 홍보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직원을 배치해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달 서울지방경찰청 공식 트위터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비판하는 글을 리트윗해 “경찰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논란을 낳은 것도 결국 트위터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의 실수였다. 외부업체에 블로그와 SNS 운영을 맡겨놓고는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국가보훈처는 2007년부터 6000만∼7600만 원을 주고 외부업체에 블로그, 트위터 운영을 맡겼지만 성과 분석은 게시물 수와 조회 수 등을 세어본 것에 불과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위사업청 역시 지난해 각각 2억4000만 원과 9500만 원을 들여 외부업체에 블로그 운영을 맡겼지만 역시 성과 분석은 조회 수나 팔로어 수 등을 세는 데 그쳤다. 최재용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장은 “아직도 블로그나 SNS를 일방적인 정책 홍보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부처가 있다”며 “전담직원을 마련하고, 정책 홍보가 아닌 전 부서 공무원들이 부서 내 감동적인 이야기 발굴 등을 통해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 등이 뒤따라야 제대로 소통과 홍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