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횡성한우식당’서 서천産 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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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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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쇠고기 원산지 표시 일제점검해보니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관과 소비자단체 회원이 한팀을 이뤄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점검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관과 소비자단체 회원이 한팀을 이뤄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점검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8일 서울 송파구 H한우식당. 한국소비생활연구원 박옥자 점검관이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쇠고기 이력추적 시스템을 통해 조회한 소의 출생지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포장지에 적힌 개체식별번호를 입력하면 출생지와 도축지를 알 수 있다. 이 업소 간판은 ‘횡성한우식당’이었지만 실제 팔고 있는 쇠고기는 충남 서천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법은 아니지만 소비자를 속인 셈이다. 박 씨는 “소비자가 착각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식당 주인에게 주의를 줬다.

이날 서울시는 시내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 점검을 시작했다. 식품위생과 공무원 2명과 한국소비생활연구원 모니터 요원 2명, 특별사법경찰 1명이 한 팀을 이뤄 모두 3팀이 한 달간 서울 곳곳을 누빈다. 이날 기자가 동행한 식당 3곳의 주인들은 “전혀 속이는 게 없다”고 했지만 식당 안을 점검하자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잘못 표시한 쇠고기들이 나왔다.

○ ‘국내산’은 한우? 육우?

서초구 J식당. 조리실에 쇠고기를 보관하면서 한우와 수입 쇠고기 여부를 아예 표시하지 않아 의심스러웠다. 점검관이 고기를 손에 들고 빛깔을 유심히 살폈다. 한우는 수입육에 비해 찰기가 있어 손에 달라붙는 감촉이 든다. 또 한우는 기름 부위가 우윳빛이지만 수입육은 약간 노란빛이 난다. 김 씨는 “대개 한우는 덩어리로 보관하지만 이곳에서는 미리 썰어둔 점이 의심스러워 유전자 검사를 해야 확실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냉장보관하던 쇠고기 200g을 수거 봉투에 담아 전문기관에 감식을 의뢰했다.

이 식당은 메뉴판에 쇠고기 원산지를 ‘국내산, 호주산’으로만 표기했다. 규정에 따라 ‘국내산 한우’인지 ‘국내산 육우’인지 구분해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 점검반은 ‘한우가 맞다’고 주장하는 주인에게 주의를 주고 정확한 원산지 표기를 지시했다. 한우일 가능성이 높지만 소비자가 혼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 싸서 좋지만 가리고 싶은 ‘미국산’

서초구 S갈비집은 쌈밥에 들어가는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고기는 서비스라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지만 법규 위반이다. 이 식당 메뉴에는 호주산 쇠고기로 만든 왕갈비가 있었지만 창고에는 한우만 보관하고 있었다. 점검관이 “호주산은 없고 왜 한우만 있냐”고 묻자 주인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손님이 외국산은 찾질 않아 호주산 쇠고기도 들여오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15일까지 83개 식당을 점검한 결과 이 중 5개 식당이 쇠고기 원산지를 속여 팔다 적발됐다. 한 곳은 메뉴에 ‘호주산’이라고 표시하고는 버젓이 미국산 쇠고기를 팔았다. 다른 네 곳은 ‘미국산, 국내산’ 혹은 ‘미국산, 호주산’이라고 표시했지만 실제론 미국산 쇠고기만 들여와 판 것으로 드러났다. 26개 식당은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증명서를 보관하지 않는 등 가벼운 위반으로 행정지도를 받았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쇠고기 원산지 표시#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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