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재능 팔고 情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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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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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울 품앗이공동체
2년만에 425명 이웃사촌

서울 강남구 주민들이 10일 오후 강남구 개포동 강남종합사회복지관 지하 1층에서 한울공동체 중고장터인 ‘품앗이장터’ 진열대를 둘러 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강남구 주민들이 10일 오후 강남구 개포동 강남종합사회복지관 지하 1층에서 한울공동체 중고장터인 ‘품앗이장터’ 진열대를 둘러 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50대 주부 5명이 10일 오후 5시 서울 개포동 강남종합사회복지관 지하 1층 한울공동체실 진열대를 둘러보고 있었다. 전용화폐 ‘한울’을 이용해 물건을 사러 온 손님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구두의 가격을 물어보니 ‘1000한울’(1000원)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지역주민이 모여 만든 ‘강남가족 한울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있어 화제를 모았다. 왠지 각박할 것 같아 ‘품앗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강남에서 이런 공동체가 활성화된다는 게 이색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2010년 9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시작했다. 한울공동체의 공동 제안자인 나선경 씨(47·여)는 “처음에는 강남에서 이런 게 될까 싶었다. 하지만 넉 달 만에 회원이 10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인기를 반영하듯 회원은 5월 현재 425명으로 늘었다. 이날 모인 회원들은 “한울공동체 덕에 전혀 모르고 지내던 이웃과 터놓고 지낼 수 있게 됐고, 남을 돕는다는 뿌듯함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울공동체의 가장 큰 사업은 지역단위 화폐를 이용해 중고물품을 나누는 ‘품앗이장터’와 재능기부를 통해 이뤄지는 ‘품앗이학교’다. 품앗이장터는 갈수록 거래가 활발해지며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2011년 12월에는 한 달에 900건 이상 거래해 478만여 한울이 오가기도 했다.

품앗이장터의 거래는 ‘한울통장’으로 이뤄진다. 계좌번호에 인감도장까지 찍혀 있어 보기에도 그럴듯하다. 물건이나 품앗이를 주고받으면 개인 통장에 날짜, 받는 회원, 주는 회원, 거래품목, 잔액 등을 상세히 기입한다. 한 회원의 통장을 열자 보온병을 5000한울에 산 명세와 가스레인지를 1만 한울에 산 명세가 보였다. 나들이용 간식을 팔고 5000한울을 벌어들인 기록도 있었다. 한울 가맹점에서는 한울로 물건을 살 수도 있다. 대치동과 일원동 일대 미용실 식당 의류점 신발가게 등 8개 상점이 가입했다.

품앗이학교는 회원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공간이다. 이종옥 씨(62·여)는 일주일에 한 번 단전호흡을 배우고 있다. 수업료는 6000한울이다. 그는 “일반 스포츠센터에서 하는 수업도 있지만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며 “강사와 수강생 사이가 아니라 이웃이라 더 진지하고 열심히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한울공동체를 단순히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곳’ 이상으로 여긴다. 품앗이장터를 관리하는 나 씨는 “싸게 사고파는 것도 재미있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느낌을 받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품앗이공동체#이웃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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