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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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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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8~2026-01-07
문학/출판54%
인사일반17%
문화 일반10%
음악10%
경제일반3%
정보통신3%
종교3%
  •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정수는 인간에 대한 연민”

    “소스트라다니예(сострадание·연민).” 최근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4대 장편 번역을 마무리한 김정아 박사(56)가 정의한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열쇳말이다. 한 사람이 4대 장편을 모두 번역한 건 국내에선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다고 한다. 김 박사는 7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지만지)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도스토옙스키에게 ‘인간을 뭐라 정의하겠느냐’ 묻는다면 ‘호모 소스트라다니예’라고 했을 것”이라며 “연민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점점 연민이 없어지는 21세기에 커다란 메시지”라고 했다. 김 박사는 2015년 ‘죄와 벌’(2021년 출간) 번역 작업을 시작으로 ‘백치’(2022년)와 ‘악령’(2023년)을 잇달아 번역 출간했다. 그리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완역했다. 그가 이렇게 도스토옙스키 장편들을 번역한 건 “18세 때부터 사랑해온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10년 넘게 번역을 하면서 몸도 많이 아팠다. 김 박사는 “백치부턴 배에 복대를, 손목엔 보호대를 착용하고 서서 번역했다”고 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작업 땐 무릎 관절과 눈이 말썽이었다. “도스토옙스키가 신에게 들어가기 직전 자기가 했던 모든 질문에 대해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번역하면서 눈물이 너무 많이 났어요. 한번은 흰자가 너무 많이 보여 병원에 갔더니 최소 4주는 울지 말라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그땐 ‘지금 눈이 멀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요.” 김 박사는 서울대 노문학과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 한 패션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그는 “문학 번역과 패션이 꼭 상반된 것 같진 않다”며 “패션이 우리 몸을 보호하고 나타내듯, 책은 저의 정신을 강하게 해주고 정신의 근육이 된다”고 했다.“저는 유리온실 속에서 좁게 공부한 사람이었어요. 도스토옙스키를 만나고 연민과 역지사지를 배우면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어요. 그 9할은 도스토옙스키 덕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도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하하.”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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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생태계 ‘약체’ 포유류… 지구를 지배하기까지

    중생대를 지배한 거대 공룡은 소행성 충돌 이후 대멸종을 피하지 못했다. 공룡들이 사라진 지구에 크기도 형태도 다양한 포유류가 엄청난 속도로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생물의 70%가 소멸한 대멸종에서 포유류는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고생물학 및 진화학 교수인 저자가 지구 역사상 가장 번성한 포유류의 진화사를 살폈다. 포유류가 어떻게 대멸종에서 살아남아 지금의 지배적인 위치로 진화했는지, 다양한 화석을 증거 삼아 심도 있게 분석한다. 파충류로부터 포유류가 갈라져 나온 석탄기에서 공룡이 멸종한 백악기 말까지, 포유류는 작은 몸집을 유지하며 숨어 지냈다. 공룡들이 생태계에서 큰 동물의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유류는 크기가 쥐나 토끼만 하거나, 커 봐야 오소리만 했다고 한다. 공룡 때문에 기를 못 펴고 살았다. 먹이사슬의 바닥을 차지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건 포유류였다. 역으로 체구가 작아 쉽게 숨을 수 있었고, 다양한 걸 먹을 수 있었던 덕이다. 소행성 충돌 이후 포유류는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특징들을 획득하며 은신처를 나올 준비를 마쳤다. 저자는 털과 젖샘, 측두창(側頭窓·눈의 뒤쪽에 있는 개구부), 턱 근육, 큰 뇌, 큰 어금니가 주요 특징이라고 보고, 각 기관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포유류의 조상 격으로 고생대 석탄기 후기에 살았던 아르카이오티리스의 턱 근육은 ‘씹기 혁신’을 일으켰고 그 덕에 포유류는 먹잇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수궁류가 털을 이용해 열을 보존하게 되면서 포유류의 본질적 특성을 가진 내온동물이 출현했다. 포유류의 역사뿐 아니라 각 시대를 대표한 매력적인 생명체들과 극단적인 진화의 사례도 소개한다. 무게가 20t이 넘던 코뿔소, 네 다리로 걷는 고래, 자동차 크기의 아르마딜로…. 화석을 찾으려고 세계를 누비는 고생물학자들의 연구 일상도 가감 없이 담겼다. 고생물학자들은 화석이 있다면 세계 어디든 간다. 사막의 뜨거운 태양 아래 땅을 파헤쳐 얻는 뼈 한 조각의 희열이 있다고 한다. 저자가 밝히듯 ‘인간에 관한 책’이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오늘날 존재하는 6000종 이상의 포유류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포유류 진화라는 긴 틀에서 보면 우리는 3억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타났던 수백만 종 중 하나일 뿐이다. 책은 10개 장으로 구성됐는데, 인간의 이야기는 마지막 장에서야 나온다. 멸종 동물을 고증한 섬세한 일러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이미지가 120여 장 담겼다. 양막류(羊膜類·양막이 있는 알을 낳는 네발 동물), 이궁류(二弓類·눈 뒤로 턱 근육을 수용하는 구멍이 두 개인 동물), 단궁류(單弓類·구멍이 한 개인 동물) 등 학술 용어가 압박감을 주지만, 네 개의 거대한 날개가 달린 비둘기 크기의 잠자리 ‘메가네우라’, 최초의 천산갑 중 하나인 ‘에오마니스’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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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순 시인 “번역 문학은 선물…詩라는 나라의 영토 넓히는 것”

    “번역 문학은, 번역 문학이 도착하는 그 국가 언어에 대한 일종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그 나라에 선물을 주는 거죠.”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김혜순 시인(70)이 청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문학번역원 대담 ‘포스트 노벨 시대 한국문학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에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번역은 일방적 수출이 아니라 한국어와 도착어 사이의 상호관계라는 관점을 제시해 주목받았다.김 시인은 지난해 ‘날개 환상통’으로 한국인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고 ‘죽음의 자서전’으로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최근 독일 세계 문화의 집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최근에도 영국에서 낭독과 인터뷰를 마치고 귀국한 김 시인은 현지 낭독회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번역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해외 독자들로부터 ‘당신의 시에서 주어의 자리가 해체되는 것을 보게 된다. 누가 말하고 있는지 분명치 않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한국어는 주어가 생략된 경우가 많다. 더구나 죽은 자들이 주어를 간직한 채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대답한다”며 “그런 대답을 하면서 청중과 저는 그들 나라 시의 영토를 확장해간다”고 했다.“다른 나라 사람끼리 만나서 시라는 나라의 영토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멀리서 시인을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외국 작품의 번역을 통해 한국어의 경계가 얼마나 넓어지고, 우리의 사유가 얼마나 깊고 다양해졌는지 생각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한편 김 시인은 한국문학의 미래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제 문학의 방향도 모르는데 한국문학의 방향을 어떻게 알겠습니까”라고 농담을 하고는 “정책입안자들이 한국문학이라는 거시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서 작가, 시인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그것을 다각도로 기려주는 세밀하고 면밀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한국문학의 집적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굉장히 많이 번역되는 것에 비해 이상 등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덜 번역되는 느낌이 있다”고 짚었다.“한국문학 전체를 조감할 능력이 저에겐 없습니다. 만약에 조감한다 하더라도 중요하고도 주변적인 우수리가 떨어져 나갈 거예요. 그럼 너무 미안하죠. 대답할 수 없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하는 거예요(웃음).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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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악 한쪽 아닌 중간 어딘가에서 고민하고 갈등, 그게 인간”

    지난해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소설가 김애란(45)은 파독 광부, 간호사 출신 교민 1세대 어르신을 모신 낭독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단편소설 ‘홈 파티’를 읽었다.내용은 이렇다.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 동기생들이 모인 어느 우아한 저녁 자리. 이들은 ‘요즘 보육원 아이들이 자립정착금으로 명품 가방을 산다더라’는 얘기를 화제에 올리며 혀를 찬다. 잠자코 듣던 주인공이 그 대목에서 입을 연다. “그나마 그게 가장 잘 가릴 수 있는 가난이라 그런 것 같다”고. 비난할 것도, 칭찬할 것도 없는 보통의 마음을 옹호한다.당시 낭독을 듣던 파독 간호사 한 분이 무릎을 쳤다고 한다. “맞아요. 우리도 이민 가방 딸랑 하나 들고 왔지만, 차(車)는 다 좋은 걸 사려고 했거든요.” 어르신의 삶이 묻어난 독후감이자, 보통의 마음이 세대와 국경을 넘어 연결되는 순간이었다.1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 작가는 “청년 세대들을 지지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쓴 글이 이렇게도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제게도 소중한 배움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홈 파티’를 포함해 단편소설 7편이 수록된 김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문학동네)가 지난달 20일 출간됐다. 2002년 데뷔작 ‘노크하지 않는 집’ 때부터 하숙집, 반지하, 고시원 등 도시의 거주 형태를 면밀히 살펴온 작가는 이번 신간에서 팬데믹 전후 집값 폭등과 동시대인의 내면 풍경을 다뤘다.작중 인물들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지만, 배 아파하는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보통의 윤리의식를 지녔다. 김 작가는 “대부분 인간은 전적으로 선악 한 쪽에 있는 게 아니라, 중간 어딘가에서 도모하고 고민하고 갈등한다”며 “데뷔작 때부터 ‘보통 사람들’이라 불리는 인물에게 애정이 갔다. 과거 소설의 인물들이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 정도 위치의 인물들한테 눈이 갔다”고 했다.작중 인물들은 문득문득 나이 듦을 실감한다. 작가는 언제 그럴까. 그는 배를 짚으며 “소화가 잘 안 될 때?”라 농하고는 “청년 시기라면 그냥 비관했던 것도 이제 ‘거기서 그치면 안 돼’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할 때, 조카나 친구 아이들 얼굴이 떠오를 때”라고 했다. 작품 안에서도 예전에는 조금 더 비관적이었다면 이제는 ‘거기서 그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든다고 한다.돌봄 역시 앞으로 천착할 주제로 꼽았다. 김 작가는 “저도 아직 돌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단계는 아니지만, 노화와 질병은 아마 제가 소설을 쓴다면 계속 나오게 될 주제”라며 “(엄마를 모시고 대학병원에 다녀온 하루를 그린) ‘레몬케이크’ 같은 수록작은 아직 정면을 응시하기엔 용기가 나지 않아서 제가 흘깃 본 풍경을 크로키 하듯 쓴 단편”이라고 했다.데뷔 때부터 김애란 소설을 설명하는 열쇳말 중 하나였던 ‘유머(humor)’는 2017년 소설집 ‘바깥은 여름’을 낸 이후 쉬어가는 상태다. 그의 유머를 그리워하는 독자들에게 김 작가가 이렇게 안부를 전했다. “유머는 제가 소설 안에서 무척 사랑하고 미덕이 많은 기술입니다. 작가도 긴 생애 주기가 있으니까요. 영영 잃어버렸다기보단 어떤 시기에는 조금 더 진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봐야겠지요.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까요? 할 수 있으면 초기작의 미덕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웃음).”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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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애란 작가 “청년 세대 지지해 주고 싶었는데…어르신도 무릎 ‘탁’”

    지난해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소설가 김애란(45)은 파독 광부, 간호사 출신 교민 1세대 어르신을 모신 낭독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단편소설 ‘홈 파티’를 읽었다.내용은 이렇다.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 동기생들이 모인 어느 우아한 저녁 자리. 이들은 ‘요즘 보육원 아이들이 자립정착금으로 명품 가방을 산다더라’는 얘기를 화제에 올리며 혀를 찬다. 잠자코 듣던 주인공이 그 대목에서 입을 연다. “그나마 그게 가장 잘 가릴 수 있는 가난이라 그런 것 같다”고. 비난할 것도, 칭찬할 것도 없는 보통의 마음을 옹호한다.당시 낭독을 듣던 파독 간호사 한 분이 무릎을 쳤다고 한다. “맞아요. 우리도 이민 가방 딸랑 하나 들고 왔지만, 차(車)는 다 좋은 걸 사려고 했거든요.” 어르신의 삶이 묻어난 독후감이자, 보통의 마음이 세대와 국경을 넘어 연결되는 순간이었다.1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 작가는 “청년 세대들을 지지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쓴 글이 이렇게도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제게도 소중한 배움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홈 파티’를 포함해 단편소설 7편이 수록된 김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문학동네)가 지난달 20일 출간됐다. 2002년 데뷔작 ‘노크하지 않는 집’ 때부터 하숙집, 반지하, 고시원 등 도시의 거주 형태를 면밀히 살펴온 작가는 이번 신간에서 팬데믹 전후 집값 폭등과 동시대인의 내면 풍경을 다뤘다.작중 인물들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지만, 배 아파하는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보통의 윤리의식를 지녔다. 김 작가는 “대부분 인간은 전적으로 선악 한 쪽에 있는 게 아니라, 중간 어딘가에서 도모하고 고민하고 갈등한다”며 “데뷔작 때부터 ‘보통 사람들’이라 불리는 인물에게 애정이 갔다. 과거 소설의 인물들이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 정도 위치의 인물들한테 눈이 갔다”고 했다.작중 인물들은 문득문득 나이 듦을 실감한다. 작가는 언제 그럴까. 그는 배를 짚으며 “소화가 잘 안 될 때?”라 농하고는 “청년 시기라면 그냥 비관했던 것도 이제 ‘거기서 그치면 안 돼’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할 때, 조카나 친구 아이들 얼굴이 떠오를 때”라고 했다. 작품 안에서도 예전에는 조금 더 비관적이었다면 이제는 ‘거기서 그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든다고 한다.돌봄 역시 앞으로 천착할 주제로 꼽았다. 김 작가는 “저도 아직 돌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단계는 아니지만, 노화와 질병은 아마 제가 소설을 쓴다면 계속 나오게 될 주제”라며 “(엄마를 모시고 대학병원에 다녀온 하루를 그린) ‘레몬케이크’ 같은 수록작은 아직 정면을 응시하기엔 용기가 나지 않아서 제가 흘깃 본 풍경을 크로키 하듯 쓴 단편”이라고 했다.데뷔 때부터 김애란 소설을 설명하는 열쇳말 중 하나였던 ‘유머(humor)’는 2017년 소설집 ‘바깥은 여름’을 낸 이후 쉬어가는 상태다. 그의 유머를 그리워하는 독자들에게 김 작가가 이렇게 안부를 전했다. “유머는 제가 소설 안에서 무척 사랑하고 미덕이 많은 기술입니다. 작가도 긴 생애 주기가 있으니까요. 영영 잃어버렸다기보단 어떤 시기에는 조금 더 진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봐야겠지요.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까요? 할 수 있으면 초기작의 미덕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웃음).”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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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탄핵 찬성이야, 반대야?” 교실서 묻는 요즘 아이들

    판서 소리뿐인 조용한 초등학교 교실. 앞문 틈으로 햄스터 한 마리가 들어온다. 한 아이가 뛰어나와 햄스터를 덥석 잡는다. 다른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절대 놓치지 마!” 교사도 흥분해서 햄스터를 가둘 도구를 찾는다. 햄스터를 잡아, 마침 눈에 띈 곤충채집통에 넣는다. 아무튼 그날 수업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이 창문가에 올려둔 햄스터, 그것만 쳐다볼 테니까. 도수영 작가의 신간 소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민음사)에 나오는 장면이다. 작고 귀여운 햄스터, 작고 귀여운 초등학생들…. 하지만 이들이 통제 가능하지 않다면 여전히 사랑스러울까? 초등교사로 15년간 일한 이력이 있는 도 작가는 소설에서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돌봄’의 선입견을 깬다. 그리고 작지도 않고 귀엽지도 않으며 통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진짜 돌봄의 이미지를 길어 올린다. 최근 전현직 교사들이 쓴 신간 3권이 잇달아 출간됐다. 그간 교육 현장에서 느낀 돌봄의 실상을 소설이나 인문교양서의 형태를 빌려 고백했다. 이들이 묘사하는 어린이들은 각자 자신의 기준과 생각에 따라 판단하고 욕망하고 행동하는 주체다.‘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에선 교사를 통제하길 원하는 학부모가 나온다. 소설에서 7년 차 초등교사로 재직 중인 ‘나’는 아동학대 조사관에게 아이들과 그 부모에 대해 진술한다. 이 교사의 진술은 교육 현장의 갈등이 곧장 법적 단계로 넘어가곤 하는 한국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재작년 교실에서 안타깝게 돌아가신 젊은 선생님의 사건이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됐다”며 “현장의 많은 교사들이 짊어진 무력감을 조금이나마 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순수한 아이들’이란 통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인문교양서도 있다. 2013년부터 초등교사로 일하고 있는 오유신 작가의 ‘불순한 어린이들’(동녘)이다. 어린이에 대한 어른의 시선은 순수하고 무해한 어린이이거나 나쁘고 못된 ‘금쪽이’로 양분돼 있다. 하지만 오 작가는 “내가 본 어린이들은 순수함이나 ‘어린이다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며 “귀여워하거나 흐뭇해하는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어린이들의 진짜 얼굴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오 작가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은 교실에서 “너 탄핵 찬성이야, 반대야?”를 묻는다고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나 쓰는 용어를 쓰는 어린이도 있다. 어린이들은 사회의 어둠이나 병폐와 무관한 ‘무균실 속 존재’가 아니다. 그들이 생활하는 시공간 역시 어른과 다름없는 ‘지금 여기’이기 때문이다. 오 작가는 자신이 목격한 어린이들의 어두운 면을 생생히 보여주면서, 그것이 어른들이 만들고 유지해 온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짚는다. 청소년 소설 ‘열일곱의 사계’(자음과모음)를 통해 ‘선 밖’의 청소년들을 담아낸 설재인 작가 역시 5년 반 동안 고교 수학교사로 일한 이력이 있다.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은 쉽게 희망을 찾지 못한다. 설 작가는 “밝거나 희망찬 소설에서는 위안을 얻지 못해 어두운 서사만을 찾아 탐닉하던 어린 저를 닮은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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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캐드펠’이 수사가 된 이유 밝혀진다

    ‘장미의 이름’ 저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 작가”라고 상찬한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전 21권)가 완간됐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2세기 중세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 추리소설이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에 번역 소개된 밀리언셀러로, 영국 BBC에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18년의 집필 끝에 1994년에 완성됐으며, 국내에선 1997년 처음 소개됐다. 시리즈는 고도의 지적 게임 같은 성격을 지니면서도 당대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과 내전을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까지, 중세 유럽의 사회적 배경과 정치적 갈등을 손에 잡힐 듯 섬세하게 담아낸 수작으로 이름났다. 특히 완간 3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인 이번 신간에는 국내 초역 단편 소설집인 ‘특이한 베네딕토회’가 추가로 포함됐다. 캐드펠이 어떻게 가톨릭 수사가 되었는지 의문을 풀어주는 단편소설 3편이 실렸다. 주인공이자 사건 해결을 주도하는 ‘탐정’ 캐드펠 수사는 완전무결한 순백의 성직자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갈등을 지닌 인물이다.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인 면모는 단순 사건 해결을 넘어 죄와 용서, 정의와 자비 등 삶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캐드펠 수사가 신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할 때마다 독자도 그 고뇌를 함께 느낄 수밖에 없다. 시리즈 12 ‘어둠 속의 갈까마귀’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서 가장 철학적이고 인간적인 미스터리를 담은 작품으로 꼽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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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적나라하게, 더 강렬하게… 더, 더, 더 나가고 싶었다”

    ‘나비들은 이미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위장과 자궁, 혈관과 항문까지 번져가고 있어.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몰아낼 수 있지? 어떻게 해야 해? 또 약을 먹어야 할까.’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환각에 빠진 여성이 있다. 37세 박지수. 그가 삼킨 건 나비 날개를 닮은 다이어트약 펜터민. 이른바 ‘나비약’이다. 타고난 몸피를 벗어나려는 발버둥과 악다구니.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11일 장편소설 ‘치유의 빛’(은행나무)을 출간한 강화길 소설가(39)는 흔히 ‘한국형 여성 고딕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불린다. 2020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았던 ‘음복(飮福)’ 등을 통해 가부장제 부조리에 노출된 여성 서사를 고딕 호러 스타일로 풀어내 왔기 때문이다.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이전에 쓴 작품들도 ‘적나라하다’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은 편인데, 더 나가고 싶었다”며 “지금까지 들어갔던 것보다 더 들어가서 더 깊은 어둠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한계선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작고 마른 몸으로 존재감 없던 15세 박지수는 어느 날 살이 붙더니 급속도로 거대해졌다. 이후 거식과 폭식을 반복하며 키 176cm에 체중 50kg을 유지하는 게 그의 유일한 관심사가 된다. 강 작가는 “왜 저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수의 절박함은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고통을 해결하고 싶어서 애쓰는데 보편적인 방법들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 절망감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더, 더, 더 들어가려 했다”는 말마따나 작가는 집요하게 강박을 묘사한다. 체중 때문에 전교생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대목에선 과연 강박을 초래한 게 지수인가 타인인가 묻는다. 어쩌면 아이에게 쏟아진 타인의 시선이 ‘사회적 감옥’을 만든 게 아닌가 질문하게 한다. 강 작가는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이 점점 강화되고 세분화되는 것 같다”며 “지수가 조금 빗나간 행동을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게 인물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따라가는 것”이라 설명했다. “요즘 아이돌들, 너무 아름답죠. 하지만 아이돌 역시 산업의 일부라는 것, 전문가들이 정교하게 계산하고 자금을 투입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소설에서 지수는 어느 날 오른쪽 날개뼈 아래쪽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통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수 없다. 마침 부위도 ‘날개’여서 환상통을 의심하게 한다. 강 작가는 “통증을 날개뼈 아래로 설정한 것도 손이 잘 닿지 않는, 거울로 보려 해도 잘 안 보이는, 누군가 봐줘야만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루키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작가는 자유로울까. 강 작가는 자신은 “늦게 깨달아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20대 때 스모키 화장을 좋아했어요. 근데 누구나 한마디씩 하는 거예요. 너무 진하다고. 사람들은 참 무관심한데 관심 있는 것 같은 말을 잘해요. 내가 나를 사랑해줘야 한다는 것. 그걸 저도 많이 늦게 깨달은 것 같아요. 일찍 깨닫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라는 생각도 들고요.” 소설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가혹한 묘사들이 적지 않다. 강 작가는 “어차피 모두에게 이해받을 순 없다”며 “누군가 지수의 절박함에 공명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모두가 다 좋아하는 건, 특히나 제 소설이 그러면 이상하지 않을까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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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고난 몸피를 벗어나려는 여성…절박함에 공감할 수 있나요

    ‘나비들은 이미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위장과 자궁, 혈관과 항문까지 번져가고 있어.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몰아낼 수 있지? 어떻게 해야 해? 또 약을 먹어야 할까.’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환각에 빠진 여성이 있다. 37살 박지수. 그가 삼킨 건 나비 날개를 닮은 다이어트약 펜터민. 이른바 ‘나비약’이다. 타고난 몸피를 벗어나려는 발버둥과 악다구니.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11일 장편소설 ‘치유의 빛’(은행나무)을 출간한 강화길 소설가(39)는 흔히 ‘한국형 여성고딕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불린다. 2020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은 ‘음복(飮福)’ 등을 통해 가부장제 부조리에 노출된 여성 서사를 고딕 호러 스타일로 풀어내왔기 때문이다.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이전에 쓴 작품들도 ‘적나라하다’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은 편인데, 더 나가고 싶었다”며 “지금까지 들어갔던 것보다 더 들어가서 더 깊은 어둠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한계선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작고 마른 몸으로 존재감 없던 15살 박지수는 어느 날 살이 붙더니 급속도로 거대해졌다. 이후 거식과 폭식을 반복하며 키 176㎝ 에 체중 50㎏을 유지하는 게 그의 유일한 관심사가 된다. 강 작가는 “왜 저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수의 절박함은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고통을 해결하고 싶어서 애쓰는데 보편적인 방법들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 절망감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더, 더, 더 들어가려 했다”는 말마따나 작가는 집요하게 강박을 묘사한다. 체중 때문에 전교생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대목에선 과연 강박을 초래한 게 지수인가 타인인가 묻는다. 어쩌면 아이에게 쏟아진 타인의 시선이 ‘사회적 감옥’을 만든 게 아닌가 질문하게 한다.강 작가는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이 점점 강화되고 세분화되는 것 같다”며 “지수가 조금 빗나간 행동을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게 인물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따라가는 것”이라 설명했다.“요즘 아이돌들, 너무 아름답죠. 하지만 아이돌 역시 산업의 일부라는 것, 전문가들이 정교하게 계산하고 자금을 투입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소설에서 지수는 어느 날 오른쪽 날개뼈 아래쪽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통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수 없다. 마침 부위도 ‘날개’여서 환상통을 의심하게 한다. 강 작가는 “통증을 날개뼈 아래로 설정한 것도 손이 잘 닿지 않는, 거울로 보려 해도 잘 안 보이는, 누군가 봐줘야만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렇다면 우리는 루키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작가는 자유로울까. 강 작가는 자신은 “늦게 깨달아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20대 때 스모키 화장을 좋아했어요. 근데 누구나 한마디씩 하는 거예요. 너무 진하다고. 사람들은 참 무관심한데 관심 있는 것 같은 말을 잘해요. 내가 나를 사랑해줘야 한다는 것. 그걸 저도 많이 늦게 깨달은 것 같아요. 일찍 깨닫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라는 생각도 들고요.”소설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가혹한 묘사들이 적지 않다. 강 작가는 “어차피 모두에게 이해받을 순 없다”며 “누군가 지수의 절박함에 공명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모두가 다 좋아하는 건, 특히나 제 소설이 그러면 이상하지 않을까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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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사들 책 추천편지 37통… 공통점은 ‘다정하다’

    “이 편지에서만큼은 ‘비평가처럼’ 말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말해도 될지요?”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독립서점 ‘책발전소’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민음사)을 추천하면서, 늦깎이 아빠가 된 뒤 “어떤 작품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됐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몇 페이지에선 결국 울고 만다”는 대목을 읽을 때면 마치 신 평론가와 사석에서 대화하는 느낌도 든다. 17일 발간된 신간 ‘같이 읽자는 고백’(이야기장수)은 소설가 김연수 정세랑 김초엽과 가수 장기하 등 명사들이 독자에게 보낸 책 추천 편지 37통을 모았다. 책발전소는 매달 명사 한 명이 꼽은 ‘인생 책’에 추천 편지를 동봉해 보내는 구독 서비스를 2020년부터 운영해 왔다. 명사 추천과 서점 추천을 포함해 5년간 배송한 책만 도합 10만 권. 책발전소 구독자만으로도 적지 않은 판매량이 되다 보니 ‘책발전소 한정판’ 표지를 만드는 출판사가 생길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이번 신간은 그간 구독자에게만 공개했던 편지를 모아 엮은 것이다.소설가 박상영은 2022년 11월 5쪽짜리 편지에서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두부’를 “내 삶의 각도를 바꾼” 책으로 꼽았다. 2009년 대학생 신분으로 어느 문학상에 투고할 당시, 심사위원이던 박 작가와 짧은 대화를 나눈 일화도 털어 놓았다. “제 작품에 ‘첫 응답’을 해준 사람이 박완서 작가님”이라는 게 그의 고백이다. 그처럼 ‘같이 읽자는 고백’엔 그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대목에서 울고 웃었는지가 담겨 있다.책발전소의 김소영 대표(전 아나운서)는 22일 통화에서 “원고들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다정하다’는 것”이라며 “정말 사적인 이야기를 써 주신 분도 있고, 책 설명 대신 왜 이 책을 사랑하는지를 얘기한 분도 많다. 구독자들과 많은 책을 같이 읽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필진은 신간의 인세를 가출 청소년 쉼터 등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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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역의무 마친 BTS, 하반기 완전체 활동할듯

    “다소 침체기를 맞은 K팝 시장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영국 BBC방송) 그룹 방탄소년단(BTS·사진)이 21일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의 소집해제를 끝으로 7명 전원이 병역 의무를 마쳤다. 이르면 올 하반기 BTS ‘완전체’ 활동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해외 언론들도 BTS의 복귀에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2023년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시작했던 슈가의 소집해제로, 멤버 진이 2022년 12월 입대하며 생겼던 BTS의 ‘군 공백’이 약 2년 6개월 만에 끝났다. 진과 제이홉은 지난해 6월과 10월, RM과 뷔는 이달 10일, 지민과 정국은 11일 각각 만기 전역했다. BTS가 언제부터 완전체 활동에 나설지는 명확하지 않다. 음악계에선 BTS가 앨범보단 팬들과 직접 만나는 투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제대한 제이홉 역시 전역 뒤 첫 행보로 월드투어에 나섰다. 다만 슈가의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복귀 시점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슈가는 지난해 8월 만취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타다 적발돼 벌금 15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슈가도 소집해제 당일 소통 플랫폼 위버스에 “작년 일로 실망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해외 언론들은 BTS의 완전체 활동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BBC는 “지난 2년 동안 K팝 산업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며 “많은 이들이 BTS의 복귀를 고대한 건 K팝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도 “21일은 BTS 팬들에게 기념비적 순간”이라며 “올해 안에 그룹으로 재결합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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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팝에 새 에너지”…BTS 완전체 복귀에 외신도 관심

    “다소 침체기를 맞은 K팝 시장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영국 BBC방송)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의 소집해제를 끝으로 7명 전원이 병역 의무를 마쳤다. 이르면 올 하반기 BTS ‘완전체’ 활동이 재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해외 언론들도 BTS의 복귀에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2023년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시작했던 슈가의 소집해제로, BTS는 멤버 진이 2022년 12월 입대하며 생겼던 ‘군 공백’이 약 2년 6개월만에 끝났다. 진과 제이홉은 지난해 6월과 10월, RM과 뷔는 10일, 지민과 정국은 11일 각각 만기 전역했다.BTS가 언제부터 완전체 활동에 나설지는 명확하지 않다. 음악계에선 BTS가 앨범보단 팬들과 직접 만나는 투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제대한 제이홉 역시 전역 뒤 첫 행보로 월드투어에 나섰다.다만 슈가의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복귀 시점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슈가는 지난해 8월 만취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타다 적발돼 벌금 15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슈가도 소집해제 당일 소통 플랫폼 위버스에 “작년 일로 실망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팬들의 마음을 다치게 해 속상했다. 마음이 무거웠을 멤버들에게도 미안했다”고 사과했다.해외 언론들은 BTS의 완전체 활동이 글로벌 음악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BBC는 “지난 2년 동안 K팝 산업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며 “많은 이들이 BTS의 복귀를 고대한 건 K팝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제시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도 “21일은 BTS 팬들에게 기념비적 순간”이라며 “올해 안에 그룹으로 재결합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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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사들의 편지 37통에 담긴 인생책 추천…‘같이 읽자는 고백’

    “이 편지에서만큼은 ‘비평가처럼’ 말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말해도 될지요?”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독립서점 ‘책발전소’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민음사)을 추천하면서, 늦깎이 아빠가 된 뒤 “어떤 작품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됐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몇 페이지에선 결국 울고 만다”는 대목을 읽을 때면 마치 신 평론가와 사석에서 대화하는 느낌도 든다.17일 발간된 신간 ‘같이 읽자는 고백’(이야기장수)은 소설가 김연수 정세랑 김초엽과 가수 장기하 등 명사들이 독자에게 보낸 책 추천 편지 37통을 모았다. 책발전소는 매달 명사 한 명이 꼽은 ‘인생 책’에 추천 편지를 동봉해 보내는 구독 서비스를 2020년부터 운영해왔다. 명사 추천과 서점 추천을 포함해 5년간 배송한 책만 도합 10만 권. 책발전소 구독자만으로도 적지 않은 판매량이 되다보니 ‘책발전소 한정판’ 표지를 만드는 출판사가 생길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이번 신간은 그간 구독자에게만 공개했던 편지를 모아 엮은 것이다.소설가 박상영은 2022년 11월 5쪽짜리 편지에서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두부’를 “내 삶의 각도를 바꾼” 책으로 꼽았다. 2009년 대학생 신분으로 어느 문학상에 투고할 당시, 심사위원이던 박 작가와 짧은 대화를 나눈 일화도 털어놓았다. “제 작품에 ‘첫 응답’을 해준 사람이 박완서 작가님”이라는 게 그의 고백이다. 그처럼 ‘같이 읽자는 고백’엔 그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대목에서 울고 웃었는지가 담겨 있다.책발전소의 김소영 대표(전 아나운서)는 22일 전화 통화에서 “원고들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다정하다’는 것”이라며 “정말 사적인 이야기를 써 주신 분도 있고, 책 설명 대신 왜 이 책을 사랑하는지를 얘기한 분도 많다. 구독자들과 많은 책을 같이 읽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필진들은 신간의 인세를 가출 청소년 쉼터 등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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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몸-사랑-죽음… SF 작가들을 빨아들인 ‘블랙홀’

    높이 20m 초거대 달팽이를 클라이밍으로 오르는 인간. 김혜윤 작가의 공상과학(SF) 단편소설 ‘오름의 말들’에 나오는 장면이다. 대체 무슨 조화일까. 40쪽이 채 안 되는 분량에 이처럼 낯선 이미지들을 풀어놓았는데 어느새 세계관에 젖어 들게 된다. 18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매력적인 SF 소설집 두 권이 새로 나왔다. 김 작가를 비롯해 한국과학문학상 역대 수상자 5명이 참여한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와 한국·중국 작가 6명이 몸에 대한 사유를 펼친 ‘다시, 몸으로’다. 다시 달팽이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뚝 떨어졌다. 겉껍데기는 암석처럼 단단하고 속살은 부드러웠으며, 배를 밀어 하루 100m를 이동했다. 이 외계 생명체와 그나마 닮은 동물을 찾자니 달팽이였다. 초거대 달팽이의 몸 전면에는 따개비 같은 돌기 수백 개가 다닥다닥 달려 있었다. 정체 모를 외계 생명체와 대화하기 위해 언어학자, 암호학자가 총동원됐다. 이들은 돌기에 ‘손을 대면 1, 떼면 0’이란 식의 이진법 소통 방식을 고안하고 이진법 언어를 클라이밍과 접목했다. 로프를 매달고 달팽이를 타고 올라가 맨손으로 돌기에 손을 올렸다 떼는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한 것. 어느새 달팽이와 정이 든 이들은 정부가 외계 생명체를 생체 실험하려고 하자 ‘지구를 떠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20m 높이 꼭대기에 오른다. 소설을 읽다 보면 때로 SF가 현실을 오히려 효과적으로 보여줄 때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인간이 까마득한 높이의 달팽이 암벽을 맨몸으로 오르는 모습은 현실의 고공 농성을 떠오르게 한다. 김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소설을 쓰는 내내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며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매번 압도된다”고 고백했다.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에는 김 작가 외에도 최근 SF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김초엽·천선란·청예·조서월 작가가 참여했다. 편집부는 이들에게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서로 의견을 나누지 않았음에도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죽음과 사랑을 주제로 썼다. 천 작가는 ‘우리를 아십니까’에서 존엄사를 앞둔 주인공이 좀비에 물려 인간도 좀비도 아닌 존재로 깨어난 상황을 그린다. 오랜 혼수 끝에 눈을 뜬 주인공은 아내가 남긴 녹음기를 들으며 자신이 혼수상태일 때 홀로 남은 아내가 자신을 어떻게 보호했는지 알게 된다. 좀비들의 땅으로 변해버린 지구에 덩그러니 놓인 두 사람. 지극한 고독 속에서 사랑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한중 합작 앤솔로지 ‘다시, 몸으로’에는 김초엽·김청귤·천선란·저우원·청징보·왕칸위 작가가 참여했다. 제목이 암시하듯 몸이 주제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는 이야기가 그간 SF의 주된 흐름이었다면, 신간은 반대로 몸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김초엽 작가의 ‘달고 미지근한 슬픔’은 육체를 버리고 양자 큐비트의 세계로 이주한 신인류를 그린다. 무한정의 자유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던 인간들은 그러나 물리적 현실이 없는 세계란 근본적으로 거짓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허무에 빠진다. 허무에서 도망치기 위한 위장 행위로서 무언가에 몰두한다. 그렇다면 몰입이 깨진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있음을 자각하고, 우리가 몸을 가진 존재이기에 만끽하는 자유는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두 소설집의 필자들이 일부 겹치지만, 같은 SF여도 이렇게 색깔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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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SF 작가들의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책의 향기]

    높이 20m 초거대 달팽이를 클라이밍으로 오르는 인간.김혜윤 작가의 공상과학(SF) 단편소설 ‘오름의 말들’에 나오는 장면이다. 대체 무슨 조화일까. 40쪽이 채 안 되는 분량에 이처럼 낯선 이미지들을 풀어놓았는데 어느새 세계관에 젖어 들게 된다.18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매력적인 SF 소설집 두 권이 새로 나왔다. 김 작가를 비롯해 한국과학문학상 역대 수상자 5명이 참여한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와 한국·중국 작가 6명이 몸에 대한 사유를 펼친 ‘다시, 몸으로’다.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김초엽·천선란·김혜윤·청예·조서월 지음/324쪽·1만7000원·허블다시 달팽이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뚝 떨어졌다. 겉껍데기는 암석처럼 단단하고 속살은 부드러웠으며, 배를 밀어 하루 100m를 이동했다. 이 외계 생명체와 그나마 닮은 동물을 찾자니 달팽이였다.초거대 달팽이의 몸 전면에는 따개비 같은 돌기 수백 개가 다닥다닥 달려 있었다. 정체 모를 외계 생명체와 대화하기 위해 언어학자, 암호학자가 총동원됐다. 이들은 돌기에 ‘손을 대면 1, 떼면 0’이란 식의 이진법 소통 방식을 고안하고 이진법 언어를 클라이밍과 접목했다. 로프를 매달고 달팽이를 타고 올라가 맨손으로 돌기에 손을 올렸다 떼는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한 것. 어느새 달팽이와 정이 든 이들은 정부가 외계 생명체를 생체 실험하려고 하자 ‘지구를 떠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20m 높이 꼭대기에 오른다.소설을 읽다 보면 때로 SF가 현실을 오히려 효과적으로 보여줄 때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인간이 까마득한 높이의 달팽이 암벽을 맨몸으로 오르는 모습은 현실의 고공 농성을 떠오르게 한다. 김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소설을 쓰는 내내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며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매번 압도된다”고 고백했다.‘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에는 김 작가 외에도 최근 SF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김초엽·천선란·청예·조서월 작가가 참여했다. 편집부는 이들에게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서로 의견을 나누지 않았음에도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죽음과 사랑을 주제로 썼다. 천 작가는 ‘우리를 아십니까’에서 존엄사를 앞둔 주인공이 좀비에 물려 인간도 좀비도 아닌 존재로 깨어난 상황을 그린다. 오랜 혼수 끝에 눈을 뜬 주인공은 아내가 남긴 녹음기를 들으며 자신이 혼수상태일 때 홀로 남은 아내가 자신을 어떻게 보호했는지 알게 된다. 좀비들의 땅으로 변해버린 지구에 덩그러니 놓인 두 사람. 지극한 고독 속에서 사랑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다시, 몸으로◇김초엽·김청귤·천선란·저우원·청징보·왕칸위 지음/308쪽·1만7500원·래빗홀한중 합작 앤솔로지 ‘다시, 몸으로’에는 김초엽·김청귤·천선란·저우원·청징보·왕칸위 작가가 참여했다. 제목이 암시하듯 몸이 주제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는 이야기가 그간 SF의 주된 흐름이었다면, 신간은 반대로 몸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김초엽 작가의 ‘달고 미지근한 슬픔’은 육체를 버리고 양자 큐비트의 세계로 이주한 신인류를 그린다. 무한정의 자유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던 인간들은 그러나 물리적 현실이 없는 세계란 근본적으로 거짓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허무에 빠진다. 허무에서 도망치기 위한 위장 행위로서 무언가에 몰두한다. 그렇다면 몰입이 깨진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있음을 자각하고, 우리가 몸을 가진 존재이기에 만끽하는 자유는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두 소설집의 필자들이 일부 겹치지만, 같은 SF여도 이렇게 색깔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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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유의 타이완어로 정체성 찾는 글 쓸 것”

    “공부를 많이 할수록 모국어를 잊어버리게 되니 아이러니한 일이죠.” 19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대만 소설가 장자샹(32)의 말이다. 10일 국내 출간된 장편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민음사·사진)를 쓴 그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의 모국어는 ‘타이완어’다. 중국어 일종인 민남어에 네덜란드어와 일본어, 원주민 언어가 섞인 타이완 고유 언어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타이완어를 썼지만, 학교에서 표준 중국어로 수업을 받으며 모국어를 잊어버렸다. 어느 날 고향에 돌아간 그는 사촌의 권유로 타이완어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타이완어로 글을 쓰고 타이완어로 노래하는 사람이 됐다.장 작가는 “대만에서는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자기 고향과 멀어지게 된다”며 “고향과 멀어진다는 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근본과 멀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우리의 정체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타이완어로 쓴 데뷔작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2023년 대만 문학상인 금전상을 받았다. 언어를 선택한 과정에서 드러나듯, 대만인으로서 ‘정체성 찾기’는 장 작가의 주된 관심사다. 소설 역시 대만 현대사의 비극으로 꼽히는 1947년 ‘2·28 사건’을 다뤘다. 장제스 국민당 정권의 폭압 정치에 반해 타이완 전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쟁으로, 약 2만8000명에 이르는 타이완인이 목숨을 잃었다. 장 작가는 “이 사건은 독립된 단일 사건이라기보다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대만인이 외부와 무엇이 다른지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찾아가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2·28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평범한 대만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2·28 사건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 작가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기 때문에 집에서 어른들이 이 이야기를 꺼린다”며 “저 역시 대학생이 돼서야 희생자의 손녀를 통해 자세히 접하게 됐다”고 했다.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가가 작품에서 기댄 통로는 ‘귀신’이었다. 소설에는 밤의 신이자 낮은 자들을 위한 신인 ‘야관(夜官)’을 비롯해 다양한 귀신이 등장한다. “2·28 당시 굉장히 많은 사람이 숨졌습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이들도 매우 많았죠. 1990년대에 익명의 시신들이 무더기로 매장된 무덤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어렸을 때 내가 본 환각과 귀신들을 생각하면서 이 사람들을 지키는 신을 상상하게 됐습니다.” 데뷔작으로 대만 양대 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30대 작가의 차기작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한 대만 젊은이들에 대한 소설이다. 그 역시 대만 시골 자이현 민슝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땐 늘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던 소년이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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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작가 장자샹 “학교서 못 배우는 타이완어로 정체성 찾는 글 쓸것”

    “공부를 많이 할수록 모국어를 잊어버리게 되니 아이러니한 일이죠.”19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대만 소설가 장자샹(32)의 말이다. 10일 국내 출간된 장편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민음사)를 쓴 그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그의 모국어는 ‘타이완어’다. 중국어 일종인 민남어에 네덜란드어와 일본어, 원주민 언어가 섞인 타이완 고유 언어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타이완어를 썼지만, 학교에서 표준 중국어로 수업을 받으며 모국어를 잊어버렸다. 어느 날 고향에 돌아간 그는 사촌의 권유로 타이완어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타이완어로 글을 쓰고 타이완어로 노래하는 사람이 됐다.장 작가는 “대만에서는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자기 고향과 멀어지게 된다”며 “고향과 멀어진다는 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근본과 멀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우리의 정체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타이완어로 쓴 데뷔작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2023년 대만 문학상인 금전상을 받았다. 장 작가는 집필 활동과 별개로 인디밴드 ‘좡커런(촌사람)’의 리더로 동명 앨범을 작사·작곡하기도 했다.언어를 선택한 과정에서 드러나듯, 대만인으로서 ‘정체성 찾기’는 장 작가의 주된 관심사다. 소설 역시 대만 현대사의 비극으로 꼽히는 1947년 ‘2·28 사건’을 다뤘다. 장제스 국민당 정권의 폭압 정치에 반해 타이완 전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쟁으로, 약 2만8000명에 이르는 타이완인이 목숨을 잃었다.장 작가는 “이 사건은 독립된 단일 사건이라기보다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대만인이 외부와 무엇이 다른지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찾아가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2.28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현재 평범한 대만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2·28 사건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 작가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기 때문에 집에서 어른들이 이 이야기를 꺼린다”며 “저 역시 대학생이 돼서야 희생자의 손녀를 통해 자세히 접하게 됐다”고 했다.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가가 작품에서 기댄 통로는 ‘귀신’이었다. 소설에는 밤의 신이자 낮은 자들을 위한 신인 ‘야관(夜官)’을 비롯해 다양한 귀신이 등장한다.“2·28 당시 굉장히 많은 사람이 숨졌습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이들도 굉장히 많았죠. 1990년대에 익명의 시신들이 무더기로 매장된 무덤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어렸을 때 내가 본 환각과 귀신들을 생각하면서 이 사람들을 지키는 신을 상상하게 됐습니다.”데뷔작으로 대만 양대 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30대 작가의 차기작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한 대만 젊은이들에 대한 소설이다. 그 역시 대만 시골 자이현 민슝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땐 늘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던 소년이었다.“떠난다고 해서 순조롭게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사실 이들은 도시에서 버티고 있는 것에 가까워요. 바로 이 버팀에 주목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귀신이 등장할 거예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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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질감 느껴” 서울국제도서전 첫날부터 ‘오픈런’

    18일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동남아시아 전문 1인 출판사인 ‘소장각’ 부스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태국 문구(文具)들이 독자를 반겼다. 태국의 특색 있는 문방구를 소개하는 여행 에세이 ‘태국 문방구’를 전시하며 현지 연필과 클립, 형광펜 등을 진열해 둔 것. 노성일 대표는 “동남아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싶어 출판사를 차렸다”며 “온라인 서점에선 작은 섬네일로만 소개할 수 있는 반면에 현장에선 독자들이 책의 질감과 무게를 느낄 수 있어 3년째 서울도서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을 포함해 17개국 530여 개 출판사와 단체가 참여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이날부터 닷새 일정으로 개막했다. 부스를 낸 출판사들은 각자의 개성을 내세워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막식은 오전 10시 반에 열렸지만 오전 9시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독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컬트물 전문 1인 출판사인 ‘닷텍스트’는 “당신에게 딱 맞는 컬트물을 골라드린다”며 8가지 책을 추천했다. 워낙 소량으로 찍어 오프라인에서만 파는 책들이었다. 박정민 배우가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는 박 배우가 부스에서 손수 계산과 포장을 하는 서점지기로 나섰는데, 오전 한때 150여 명이 줄을 서기도 했다. 일본인 그림책 작가 유키 마에다 씨(41)는 한국어 인사말이 적힌 노트를 쥔 채 “한국에서 책을 출판하고 싶어 도서전에 참석했다”고 했다. 대형 출판사 부스에도 독자들이 장사진을 쳤다. 문학과지성사 부스에서 만난 박만욱 씨(76)는 “경기 광주 집에서 오전 7시 반에 출발했다”며 “20년 전부터 거의 매년 도서전에 오는데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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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마 발레리나의 치열한 사랑-절망 버무렸어요”

    “예술가의 구원과 절망을 다 그려 넣었습니다.” 재미 소설가 김주혜(38)가 신간 ‘밤새들의 도시’(다산책방)를 펴냈다. 러시아와 프랑스를 배경으로 세계 최고 프리마 발레리나의 치열한 삶과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지난해 러시아 톨스토이문학상을 받은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다산책방) 이후 2년 만의 출간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신간은) 예술가와 예술 간의 사랑 이야기”라며 “개인적으로 느끼고 배운 점을 많이 반영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나타샤에게 자신이 얼마나 투영됐는지 묻자 그는 “나타샤의 예술에 관한 맹목적인 사랑과 열정이 저를 그대로 닮았다”고 했다. 소설 속 문체는 화려하고 대담하다. 머리칼 사이 반짝이는 흰머리를 “오 대 오 가르마를 탄 칠흑 같은 머리칼 사이로 가닥가닥 지나가는 별똥별”이라고 표현하고, 크루아상을 묘사할 때는 “살짝 손을 갖다 댔을 뿐인데 크루아상이 몸부림치듯 깨끗한 식탁보에 황금빛 부스러기 수백 개를 떨어낸다”고 표현한다. 아홉 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고 이번 책을 쓰면서도 발레를 많이 했다는 그는 “천성이 발레리나”라고 말했다. “발레를 할 때는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에 대한 비합리적인 희생과 열정이 필요하거든요. 저는 제 작품의 온도가 굉장히 뜨겁다고 느끼는데 그런 에너지와 영혼이 발레를 닮았다고 생각해요.” 지극한 미(美)와 사랑은 별개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게 된 현대인도 다시 본질적인 것들을 믿게 해주는 게 발레”라며 “무대에서 초인적인 에너지와 열정을 퍼부어 우리에게 사랑을 믿을 수 있는 마음을 열어준다”고 했다.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이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발레로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인간적인 감정에 마음을 여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영혼을 바쳐서 다시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발레가 좋고, 또 그것과 비슷한 책을 쓰고 싶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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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훈, 라스칼라 예술감독 선임후 첫 국내 공연

    지난달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예술 감독에 선임된 정명훈 감독(사진)이 선임 뒤 처음으로 국내 공연을 지휘한다. 16일 부산 콘서트홀에 따르면 정 감독은 27, 28일 부산 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의 폐막작인 ‘사랑으로 부르는 자유, 피델리오’를 지휘한다. 피델리오는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오페라 작품으로, 사랑의 힘으로 감금과 억압을 이겨내고 정의를 회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테너 에릭 커틀러,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박소영, 바리톤 이동환 등 세계적 수준의 성악가들이 참여한다. 또한 일본 도쿄필하모닉과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적 교향악단과 국내 오케스트라의 전현직 단원이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모여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의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 콘서트홀은 20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2011석 규모 대공연장과 400석 규모 소공연장 등으로 구성됐으며,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개관 뒤 8일 동안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선우예권, 오르가니스트 조재혁 등이 참여한다. 16일 현재 페스티벌 공연은 대부분 전석 매진된 상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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