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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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8~2025-12-28
문학/출판64%
인사일반10%
음악7%
산업7%
종교3%
문화 일반3%
생활/가정3%
국제사고3%
  • 젊은 SF 작가들의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책의 향기]

    높이 20m 초거대 달팽이를 클라이밍으로 오르는 인간.김혜윤 작가의 공상과학(SF) 단편소설 ‘오름의 말들’에 나오는 장면이다. 대체 무슨 조화일까. 40쪽이 채 안 되는 분량에 이처럼 낯선 이미지들을 풀어놓았는데 어느새 세계관에 젖어 들게 된다.18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매력적인 SF 소설집 두 권이 새로 나왔다. 김 작가를 비롯해 한국과학문학상 역대 수상자 5명이 참여한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와 한국·중국 작가 6명이 몸에 대한 사유를 펼친 ‘다시, 몸으로’다.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김초엽·천선란·김혜윤·청예·조서월 지음/324쪽·1만7000원·허블다시 달팽이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뚝 떨어졌다. 겉껍데기는 암석처럼 단단하고 속살은 부드러웠으며, 배를 밀어 하루 100m를 이동했다. 이 외계 생명체와 그나마 닮은 동물을 찾자니 달팽이였다.초거대 달팽이의 몸 전면에는 따개비 같은 돌기 수백 개가 다닥다닥 달려 있었다. 정체 모를 외계 생명체와 대화하기 위해 언어학자, 암호학자가 총동원됐다. 이들은 돌기에 ‘손을 대면 1, 떼면 0’이란 식의 이진법 소통 방식을 고안하고 이진법 언어를 클라이밍과 접목했다. 로프를 매달고 달팽이를 타고 올라가 맨손으로 돌기에 손을 올렸다 떼는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한 것. 어느새 달팽이와 정이 든 이들은 정부가 외계 생명체를 생체 실험하려고 하자 ‘지구를 떠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20m 높이 꼭대기에 오른다.소설을 읽다 보면 때로 SF가 현실을 오히려 효과적으로 보여줄 때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인간이 까마득한 높이의 달팽이 암벽을 맨몸으로 오르는 모습은 현실의 고공 농성을 떠오르게 한다. 김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소설을 쓰는 내내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며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매번 압도된다”고 고백했다.‘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에는 김 작가 외에도 최근 SF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김초엽·천선란·청예·조서월 작가가 참여했다. 편집부는 이들에게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서로 의견을 나누지 않았음에도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죽음과 사랑을 주제로 썼다. 천 작가는 ‘우리를 아십니까’에서 존엄사를 앞둔 주인공이 좀비에 물려 인간도 좀비도 아닌 존재로 깨어난 상황을 그린다. 오랜 혼수 끝에 눈을 뜬 주인공은 아내가 남긴 녹음기를 들으며 자신이 혼수상태일 때 홀로 남은 아내가 자신을 어떻게 보호했는지 알게 된다. 좀비들의 땅으로 변해버린 지구에 덩그러니 놓인 두 사람. 지극한 고독 속에서 사랑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다시, 몸으로◇김초엽·김청귤·천선란·저우원·청징보·왕칸위 지음/308쪽·1만7500원·래빗홀한중 합작 앤솔로지 ‘다시, 몸으로’에는 김초엽·김청귤·천선란·저우원·청징보·왕칸위 작가가 참여했다. 제목이 암시하듯 몸이 주제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는 이야기가 그간 SF의 주된 흐름이었다면, 신간은 반대로 몸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김초엽 작가의 ‘달고 미지근한 슬픔’은 육체를 버리고 양자 큐비트의 세계로 이주한 신인류를 그린다. 무한정의 자유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던 인간들은 그러나 물리적 현실이 없는 세계란 근본적으로 거짓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허무에 빠진다. 허무에서 도망치기 위한 위장 행위로서 무언가에 몰두한다. 그렇다면 몰입이 깨진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있음을 자각하고, 우리가 몸을 가진 존재이기에 만끽하는 자유는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두 소설집의 필자들이 일부 겹치지만, 같은 SF여도 이렇게 색깔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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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유의 타이완어로 정체성 찾는 글 쓸 것”

    “공부를 많이 할수록 모국어를 잊어버리게 되니 아이러니한 일이죠.” 19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대만 소설가 장자샹(32)의 말이다. 10일 국내 출간된 장편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민음사·사진)를 쓴 그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의 모국어는 ‘타이완어’다. 중국어 일종인 민남어에 네덜란드어와 일본어, 원주민 언어가 섞인 타이완 고유 언어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타이완어를 썼지만, 학교에서 표준 중국어로 수업을 받으며 모국어를 잊어버렸다. 어느 날 고향에 돌아간 그는 사촌의 권유로 타이완어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타이완어로 글을 쓰고 타이완어로 노래하는 사람이 됐다.장 작가는 “대만에서는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자기 고향과 멀어지게 된다”며 “고향과 멀어진다는 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근본과 멀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우리의 정체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타이완어로 쓴 데뷔작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2023년 대만 문학상인 금전상을 받았다. 언어를 선택한 과정에서 드러나듯, 대만인으로서 ‘정체성 찾기’는 장 작가의 주된 관심사다. 소설 역시 대만 현대사의 비극으로 꼽히는 1947년 ‘2·28 사건’을 다뤘다. 장제스 국민당 정권의 폭압 정치에 반해 타이완 전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쟁으로, 약 2만8000명에 이르는 타이완인이 목숨을 잃었다. 장 작가는 “이 사건은 독립된 단일 사건이라기보다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대만인이 외부와 무엇이 다른지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찾아가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2·28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평범한 대만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2·28 사건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 작가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기 때문에 집에서 어른들이 이 이야기를 꺼린다”며 “저 역시 대학생이 돼서야 희생자의 손녀를 통해 자세히 접하게 됐다”고 했다.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가가 작품에서 기댄 통로는 ‘귀신’이었다. 소설에는 밤의 신이자 낮은 자들을 위한 신인 ‘야관(夜官)’을 비롯해 다양한 귀신이 등장한다. “2·28 당시 굉장히 많은 사람이 숨졌습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이들도 매우 많았죠. 1990년대에 익명의 시신들이 무더기로 매장된 무덤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어렸을 때 내가 본 환각과 귀신들을 생각하면서 이 사람들을 지키는 신을 상상하게 됐습니다.” 데뷔작으로 대만 양대 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30대 작가의 차기작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한 대만 젊은이들에 대한 소설이다. 그 역시 대만 시골 자이현 민슝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땐 늘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던 소년이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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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작가 장자샹 “학교서 못 배우는 타이완어로 정체성 찾는 글 쓸것”

    “공부를 많이 할수록 모국어를 잊어버리게 되니 아이러니한 일이죠.”19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대만 소설가 장자샹(32)의 말이다. 10일 국내 출간된 장편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민음사)를 쓴 그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그의 모국어는 ‘타이완어’다. 중국어 일종인 민남어에 네덜란드어와 일본어, 원주민 언어가 섞인 타이완 고유 언어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타이완어를 썼지만, 학교에서 표준 중국어로 수업을 받으며 모국어를 잊어버렸다. 어느 날 고향에 돌아간 그는 사촌의 권유로 타이완어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타이완어로 글을 쓰고 타이완어로 노래하는 사람이 됐다.장 작가는 “대만에서는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자기 고향과 멀어지게 된다”며 “고향과 멀어진다는 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근본과 멀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우리의 정체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타이완어로 쓴 데뷔작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2023년 대만 문학상인 금전상을 받았다. 장 작가는 집필 활동과 별개로 인디밴드 ‘좡커런(촌사람)’의 리더로 동명 앨범을 작사·작곡하기도 했다.언어를 선택한 과정에서 드러나듯, 대만인으로서 ‘정체성 찾기’는 장 작가의 주된 관심사다. 소설 역시 대만 현대사의 비극으로 꼽히는 1947년 ‘2·28 사건’을 다뤘다. 장제스 국민당 정권의 폭압 정치에 반해 타이완 전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쟁으로, 약 2만8000명에 이르는 타이완인이 목숨을 잃었다.장 작가는 “이 사건은 독립된 단일 사건이라기보다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대만인이 외부와 무엇이 다른지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찾아가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2.28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현재 평범한 대만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2·28 사건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 작가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기 때문에 집에서 어른들이 이 이야기를 꺼린다”며 “저 역시 대학생이 돼서야 희생자의 손녀를 통해 자세히 접하게 됐다”고 했다.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가가 작품에서 기댄 통로는 ‘귀신’이었다. 소설에는 밤의 신이자 낮은 자들을 위한 신인 ‘야관(夜官)’을 비롯해 다양한 귀신이 등장한다.“2·28 당시 굉장히 많은 사람이 숨졌습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이들도 굉장히 많았죠. 1990년대에 익명의 시신들이 무더기로 매장된 무덤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어렸을 때 내가 본 환각과 귀신들을 생각하면서 이 사람들을 지키는 신을 상상하게 됐습니다.”데뷔작으로 대만 양대 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30대 작가의 차기작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한 대만 젊은이들에 대한 소설이다. 그 역시 대만 시골 자이현 민슝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땐 늘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던 소년이었다.“떠난다고 해서 순조롭게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사실 이들은 도시에서 버티고 있는 것에 가까워요. 바로 이 버팀에 주목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귀신이 등장할 거예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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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질감 느껴” 서울국제도서전 첫날부터 ‘오픈런’

    18일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동남아시아 전문 1인 출판사인 ‘소장각’ 부스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태국 문구(文具)들이 독자를 반겼다. 태국의 특색 있는 문방구를 소개하는 여행 에세이 ‘태국 문방구’를 전시하며 현지 연필과 클립, 형광펜 등을 진열해 둔 것. 노성일 대표는 “동남아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싶어 출판사를 차렸다”며 “온라인 서점에선 작은 섬네일로만 소개할 수 있는 반면에 현장에선 독자들이 책의 질감과 무게를 느낄 수 있어 3년째 서울도서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을 포함해 17개국 530여 개 출판사와 단체가 참여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이날부터 닷새 일정으로 개막했다. 부스를 낸 출판사들은 각자의 개성을 내세워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막식은 오전 10시 반에 열렸지만 오전 9시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독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컬트물 전문 1인 출판사인 ‘닷텍스트’는 “당신에게 딱 맞는 컬트물을 골라드린다”며 8가지 책을 추천했다. 워낙 소량으로 찍어 오프라인에서만 파는 책들이었다. 박정민 배우가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는 박 배우가 부스에서 손수 계산과 포장을 하는 서점지기로 나섰는데, 오전 한때 150여 명이 줄을 서기도 했다. 일본인 그림책 작가 유키 마에다 씨(41)는 한국어 인사말이 적힌 노트를 쥔 채 “한국에서 책을 출판하고 싶어 도서전에 참석했다”고 했다. 대형 출판사 부스에도 독자들이 장사진을 쳤다. 문학과지성사 부스에서 만난 박만욱 씨(76)는 “경기 광주 집에서 오전 7시 반에 출발했다”며 “20년 전부터 거의 매년 도서전에 오는데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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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마 발레리나의 치열한 사랑-절망 버무렸어요”

    “예술가의 구원과 절망을 다 그려 넣었습니다.” 재미 소설가 김주혜(38)가 신간 ‘밤새들의 도시’(다산책방)를 펴냈다. 러시아와 프랑스를 배경으로 세계 최고 프리마 발레리나의 치열한 삶과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지난해 러시아 톨스토이문학상을 받은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다산책방) 이후 2년 만의 출간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신간은) 예술가와 예술 간의 사랑 이야기”라며 “개인적으로 느끼고 배운 점을 많이 반영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나타샤에게 자신이 얼마나 투영됐는지 묻자 그는 “나타샤의 예술에 관한 맹목적인 사랑과 열정이 저를 그대로 닮았다”고 했다. 소설 속 문체는 화려하고 대담하다. 머리칼 사이 반짝이는 흰머리를 “오 대 오 가르마를 탄 칠흑 같은 머리칼 사이로 가닥가닥 지나가는 별똥별”이라고 표현하고, 크루아상을 묘사할 때는 “살짝 손을 갖다 댔을 뿐인데 크루아상이 몸부림치듯 깨끗한 식탁보에 황금빛 부스러기 수백 개를 떨어낸다”고 표현한다. 아홉 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고 이번 책을 쓰면서도 발레를 많이 했다는 그는 “천성이 발레리나”라고 말했다. “발레를 할 때는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에 대한 비합리적인 희생과 열정이 필요하거든요. 저는 제 작품의 온도가 굉장히 뜨겁다고 느끼는데 그런 에너지와 영혼이 발레를 닮았다고 생각해요.” 지극한 미(美)와 사랑은 별개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게 된 현대인도 다시 본질적인 것들을 믿게 해주는 게 발레”라며 “무대에서 초인적인 에너지와 열정을 퍼부어 우리에게 사랑을 믿을 수 있는 마음을 열어준다”고 했다.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이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발레로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인간적인 감정에 마음을 여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영혼을 바쳐서 다시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발레가 좋고, 또 그것과 비슷한 책을 쓰고 싶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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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훈, 라스칼라 예술감독 선임후 첫 국내 공연

    지난달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예술 감독에 선임된 정명훈 감독(사진)이 선임 뒤 처음으로 국내 공연을 지휘한다. 16일 부산 콘서트홀에 따르면 정 감독은 27, 28일 부산 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의 폐막작인 ‘사랑으로 부르는 자유, 피델리오’를 지휘한다. 피델리오는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오페라 작품으로, 사랑의 힘으로 감금과 억압을 이겨내고 정의를 회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테너 에릭 커틀러,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박소영, 바리톤 이동환 등 세계적 수준의 성악가들이 참여한다. 또한 일본 도쿄필하모닉과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적 교향악단과 국내 오케스트라의 전현직 단원이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모여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의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 콘서트홀은 20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2011석 규모 대공연장과 400석 규모 소공연장 등으로 구성됐으며,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개관 뒤 8일 동안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선우예권, 오르가니스트 조재혁 등이 참여한다. 16일 현재 페스티벌 공연은 대부분 전석 매진된 상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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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였던 것들을 만드는 과정, 고객과 맞닿아 시너지”

    “어린 시절 평범하지 않은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때문에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7, 8세 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런던베이글뮤지엄, 아티스트베이커리, 레이어드…. 창업하는 브랜드마다 성공해 ‘금손’으로 불리는 브랜드 디렉터 ‘료’(본명 이효정·52)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료는 16일 첫 산문집 ‘료의 생각 없는 생각’(열림원) 출간 간담회에서 “답을 찾기 위해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고, 관찰하다 보니 누군가를 알게 됐고, 불특정 다수를 관찰하면서 저만의 데이터가 생기는 과정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신간은 화려한 성공담 뒤에 숨겨진 그의 마음에 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직접 그린 그림과 찍은 사진들이 배치돼 보는 재미가 있다. 료는 평소 ‘뭐든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불탄 나뭇가지 끝으로도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종이가 됐든 벽이 됐든 가리지 않고 아무 곳에나 기록한다. 료는 간담회 내내 “나 자신을 알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성격 자체가 정확하게 뭘 의도하는 편이 아니라 즉흥적”이라며 “런던베이글뮤지엄 역시 ‘이런 걸 만들어야지’라기보단 ‘너무나 저였던’ 것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고객과 맞닿아 시너지를 냈다”고 했다. “매일 뭘 먹고,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질문했고, 그걸 행동으로 옮긴 결과”라고 한다.48세에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창업한 료는 ‘나이=제약’이란 사회적 통념에 대해 ‘나이가 들며 오히려 안경을 벗게 된 지인’ 이야기를 들려줬다.“자기를 좀 더 아껴주고, 사용해주고, 들여다봐주면 사실은 더 감각적일 수 있어요. 본인을 생각해주는 시간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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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훈, 라 스칼라 예술감독 선임후 부산서 오페라 ‘피델리오’ 첫선

    지난달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예술 감독에 선임된 정명훈 감독이 선임 뒤 처음으로 국내 공연을 지휘한다.16일 부산 콘서트홀에 따르면 정 감독은 27, 28일 부산 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의 폐막작인 ‘사랑으로 부르는 자유, 피델리오’를 지휘한다. 피델리오는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오페라 작품으로, 사랑의 힘으로 감금과 억압을 이겨내고 정의를 회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테너 에릭 커틀러,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박소영, 바리톤 이동환 등 세계적 수준의 성악가들이 참여한다. 또한 일본 도쿄필하모닉과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적 교향악단과 국내 오케스트라의 전·현직 단원이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모여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부산의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 콘서트홀은 20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2011석 규모 대공연장과 400석 규모 소공연장 등으로 구성됐으며,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개관 뒤 8일 동안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선우예권, 오르가니스트 조재혁 등이 참여한다. 16일 현재 페스티벌 공연은 대부분 전석 매진된 상태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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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베이글 창업 비결은…“관찰과 기록으로 나만의 데이터 축적”

    “일반적이지 않은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어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7, 8세 때부터 했던 것 같아요.”런던베이글뮤지엄, 아티스트베이커리, 하이웨스트, 레이어드…. 창업하는 브랜드마다 성공한 ‘금손’ 브랜드 디렉터 ‘료’(이효정·52)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료 씨는 16일 첫 산문집 ‘료의 생각 없는 생각’(열림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가라앉은 어린이이자 많이 웃지 않는 어린이”였다고 회상하며 “답을 찾기 위해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고, 관찰하다 보니 누군가를 알게 됐고, 불특정다수를 관찰하면서 저만의 데이터가 생기는 과정이 반복됐다”고 했다.신간은 화려한 성공담 뒤에 숨겨진 마음의 기록이다. 료 씨가 직접 그린 그림, 찍은 사진이 곳곳에 배치돼 보는 재미가 있다. 그는 ‘뭐든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평소 숯으로도 그림을 그리고 불탄 나뭇가지 끝으로도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종이가 됐든 벽이 됐든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아무 곳에나 기록해요. 저의 특이점은 그것들을 빠짐없이 아카이브로 모아두는 습관이 있다는 거죠.”료 씨는 간담회 내내 “나 자신을 알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성공비결을 믿는 질문에 “성격 자체가 정확하게 뭘 의도하는 편이 아니라 즉흥적”이라며 “런던베이글뮤지엄 역시 ‘이런 걸 만들어야지’ 하고 했던 게 아니라 ‘너무나 저였던’ 것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여러분과 맞닿았을 때 시너지가 나서 큰 브랜드가 됐다”고 했다. “매일 내가 뭘 먹고,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고 하고 싶지 않은지에 대해 질문했고, 응당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결과물”이라는 것.48세에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창업한 그는 ‘나이=제약’이라는 통념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그는 나이가 들며 오히려 안경을 벗게 된 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기를 좀 더 아껴주고, 사용해주고, 들여봐주면 사실은 더더더 감각적일 수 있다”며 “아이들 키워야 해서, 직장에서 책임을 다 해야 해서 등 연유로 자기를 돌볼 시간이 없는 것 때문에 자기가 무언가와 멀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본인을 생각해주시는 시간이 좀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저도 조심하려는 부분이기도 하고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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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로봇이 아이 돌보는 세상의 상상도

    “유토피아 소설은 재미없어요. 제가 유토피아를 믿지 않거든요.” 올 초 만났던 정보라 작가는 차기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언제나 현실에 발 딛고 있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때 얘기했던 작품이 나왔다. 약속을 지키듯 소설 속 사회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정확히는 유토피아를 만들려다가 실패한 사회다. 양육과 돌봄이란 시의적절한 문제를 건드려 생각해 볼 대목이 많다. 로봇과 인공자궁 연구가 조금 더 발달한 가까운 미래. 이 사회에는 ‘아이들의 집’이란 국립 보육시설이 있다. “모든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철학 아래 만들어진 시설이다.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곳에서 양육교사가 돌본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등하교도 도와주고 다쳤을 땐 병원에도 데려가 준다. 여기까지 읽으면 요즘 어린이집과 비슷하다 싶을 테지만 다른 점이 있다. 아이가 아이들의 집에 머무르고자 한다면 부모가 강제로 데려갈 수 없다는 ‘대원칙’이다. 그런데 굳이 아이를 집에 데려가서 죽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가서.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이 사회에선 인간 양육교사 외에도 로봇이 돌봄에 주요 역할을 한다. 자폐가 있는 아이 역시 로봇이 더 잘 돌본다. 아이가 울자 로봇이 몸통에 설치된 화면에서 어둡고 부드러운 노란 불빛을 반짝이며 아이에게 다가간다. 로봇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진동이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하다. 인상적인 건 그럼에도 소설은 여전히 현실에 발 딛고 있다는 점이다. 등장인물 ‘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해외 어느 나라로 입양돼 성장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동성결혼을 금지하면서 양모들의 결혼이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혼인 관계 중 입양된 표의 신분도 불안정해진다. 게다가 표와 결혼해 거주권을 얻은 배우자의 신분마저 흔들린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가족이 서로에게 의지할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리는 순간.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대적인 이민자 추방이 떠오른다. 장르라는 외피 안에 현실의 심장이 뛰고 있는 작품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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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흘째 먹통 예스24… KISA 지원 거부해놓고 “기술 협력” 거짓말

    9일 랜섬웨어 해킹 공격으로 서비스가 중단된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접속 불능이 나흘째 이어지며 고객들의 불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예스24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기술 지원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거짓 해명 논란에도 휩싸였다. 회원 개인정보 유출 여부도 사태 초기 “유출은 없다”고 공지했다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조사에 나서자 “유출 확인 시 개별 연락하겠다”는 추가 입장을 내놓았다.● “당국의 기술 지원에 협조하지 않아” 예스24는 11일 입장문을 통해 “KISA와 협력해 원인 분석 및 복구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KISA는 12일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며 공개 반박했다. KISA에 따르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10, 11일 예스24 본사로 사고 분석 전문 직원들을 두 차례 파견했지만, 간단한 구두 설명만 들었다. 예스24가 기술 지원을 받는 것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KISA 측은 “랜섬웨어 문제가 있다는 설명만 들었을 뿐, 서버 몇 대가 악성코드에 감염됐는지 피해 규모와 공격 유형 등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예스24는 KISA의 반박 이후에야 기술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KISA 관계자는 “예스24와 현장조사 일정 및 범위 등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당국의 복구 기술 지원을 받는 것이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지원을 거부하며 현장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던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예스24는 가입 회원이 2000만 명이 넘어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스24는 9일 해킹 이튿날인 10일 “내부 조사 결과 회원 개인정보는 유출 및 유실이 없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일 조사에 착수한 개인정보위는 “예스24가 랜섬웨어 공격을 인지한 뒤 조치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회원 정보 조회’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예스24는 12일 오전 홈페이지에 “현재까지 개인정보 외부 유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재차 밝히면서도 “향후 추가 조사 결과 개인정보 유출 확인 시 개별 연락을 드리겠다”는 안내문을 올렸다. 또 예스24나 금융기관을 사칭한 연락에 주의하고, 비밀번호가 다른 사이트와 동일한 경우 변경해 달라는 안내를 덧붙였다.● “백업 시스템까지 파괴됐을 수도” 사태가 커지자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예스24 사건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해킹범을 추적하기 위해 예스24 서버를 분석해 침입 경로와 해킹 수법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예스24의 피해 규모와 개인정보 유출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예스24 홈페이지와 앱은 12일 오후까지도 ‘먹통’인 상태다. 이에 전자책을 구매하거나 공연 콘서트 티켓을 예매한 회원을 중심으로 불편이 커지고 있다. 한 고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예매 내역서와 확인 메일이 없는데,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배우 박보검 팬미팅은 예매처가 예스24에서 놀(NOL)티켓으로 바뀌며 예매 시작일도 11일에서 19일로 변경됐다. 예스24 관계자는 “예매 고객들이 현장에 도착해 이름 등을 말하면 공연사가 입장시킬 수 있도록 현장 처리 시스템부터 먼저 복구했다”고 해명했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예스24의 복구 작업이 이렇게 더딘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에 백업 시스템까지 해킹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백업 시스템을 잘 구축해 가용 데이터를 즉시 복구하면 서비스 중단을 막을 수 있다”며 “예스24의 경우 나흘간 먹통인 걸 보면, 백업 시스템까지 파괴한 뒤 해커가 금전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예스24는 “늦어도 15일까진 시스템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를 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202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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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흘째 먹통 예스24, KISA 지원 거부해놓고 “기술 협력” 거짓 해명

    9일 랜섬웨어 해킹 공격으로 서비스가 중단된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접속 불능이 나흘째 이어지며 고객들의 불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예스24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기술 지원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며 거짓 해명 논란에도 휩싸였다. 회원 개인정보 유출 여부도 사태 초기 “유출은 없다”고 공지했다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조사에 나서자 “유출 확인 시 개별 연락하겠다”는 추가 입장을 내놓았다.● “당국의 기술 지원에 협조하지 않아”예스24는 11일 입장문을 통해 “KISA와 협력해 원인 분석 및 복구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KISA는 12일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며 공개 반박했다.KISA에 따르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10, 11일 예스24 본사로 사고 분석 전문 직원들을 두 차례 파견했지만, 간단한 구두 설명만 들었다. 예스24가 기술 지원을 받는 것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KISA 측은 “랜섬웨어 문제가 있다는 설명만 들었을 뿐, 서버 몇 대가 악성코드에 감염됐는지 피해 규모와 공격 유형 등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예스24는 KISA의 반박 이후에야 기술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KISA 관계자는 “예스24와 현장조사 일정 및 범위 등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당국의 복구 기술지원을 받는 것이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지원을 거부하며 현장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던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예스24는 가입 회원만 2000만 명이 넘어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스24는 9일 해킹 이튿날인 10일 “내부 조사 결과 회원 개인정보는 유출 및 유실이 없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일 조사에 착수한 개인정보위는 “예스24가 랜섬웨어 공격을 인지한 뒤 조치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회원 정보 조회’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이후 예스24는 12일 오전 홈페이지에 “현재까지 개인정보 외부 유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재차 밝히면서도 “향후 추가 조사 결과 개인정보 유출 확인 시 개별 연락을 드리겠다”는 안내문을 올렸다. 또 예스24나 금융기관을 사칭한 연락에 주의하고, 비밀번호가 다른 사이트와 동일한 경우 변경해달라는 안내를 덧붙였다.● “백업 시스템까지 파괴됐을 수도”사태가 커지자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예스24 사건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해킹범을 추적하기 위해 예스24 서버를 분석해 침입 경로와 해킹 수법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예스24의 피해 규모와 개인정보 유출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예스24 홈페이지와 앱은 12일 오후까지도 ‘먹통’인 상태다. 이에 전자책을 구매하거나 공연 콘서트 티켓을 예매한 회원을 중심으로 불편이 커지고 있다. 한 고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예매 내역서와 확인 메일이 없는데,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배우 박보검 팬미팅은 예매처가 예스24에서 놀(NOL)티켓으로 바뀌며 예매 시작일도 11일에서 19일로 변경됐다. 예스24 관계자는 “예매 고객들이 현장에 도착해 이름 등을 말하면 공연사가 입장시킬 수 있도록 현장 처리 시스템부터 먼저 복구했다”고 해명했다.보안업계에 따르면 예스24의 복구 작업이 이렇게 더딘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에 백업 시스템까지 해킹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백업 시스템을 잘 구축해 가용 데이터를 즉시 복구하면 서비스 중단을 막을 수 있다”며 “예스24의 경우 나흘간 먹통인 걸 보면, 백업시스템까지 파괴한 뒤 해커가 금전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예스24는 “늦어도 15일까진 시스템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를 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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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통’ 예스24, 개인정보 유출 없다더니…“확인시 개별 연락”

    랜섬웨어 해킹공격으로 나흘 째 서비스가 마비된 예스24가 12일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예스24는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현재까지 개인정보 외부 유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향후 추가 조사 결과 개인정보 유출 확인 시 개별 연락을 드리겠다”는 고객 안내문을 올렸다. 비록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라지만 기존의 “개인정보 유출은 없다”던 입장과는 달라진 것이다.전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예스24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예스24는 9일 해킹을 인지한 뒤 조치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회원정보 조회 정황을 확인했다고 개인정보위에 신고했다.예스24는 9일 이후 현재까지 홈페이지와 앱이 복구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안 인력 10여 명을 모두 투입해 복구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24는 11일 오후 2차 입장문을 통해 “최우선적으로 12일 중 공연 현장 입장처리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외 각각의 서비스는 하루 이틀 내 순차적으로 복구될 예정이고, 늦어도 일요일(15일) 이내로는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해킹 사건으로 피해를 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예스24가 당초 해명과 달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기술지원 제안에 불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ISA는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예스24가 ‘KISA와 협력하여 원인분석 및 복구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예스24 본사로 KISA 분석가들이 10일과 11일 두 차례 방문했지만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 KISA 측은 “첫 현장 출동 당시 상황을 구두로 공유받은 것 외에는 추가적으로 확인하거나 예스24와 협력하여 조사한 사실은 없다”면서 “예스24에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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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투복 벗은 지민·정국…BTS 21일 ‘군백기’ 마침표

    “코로나19부터 군대까지 꽤 긴 시간이었는데 기다려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본명 박지민·30)은 군 복무를 마치고 11일 전역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민과 정국(본명 전정국·28)은 2023년 12월 육군 현역으로 동반 입대해 육군 5사단 포병여단에서 복무하고 이날 함께 제대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경기 연천군 연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팬들에게 거수경례로 인사했다.지민은 “저희가 그려 나가던 그림을 앞으로 계속 그려 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고 더 좋은 모습을 준비해서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가 처음이었는데 사실 쉽지는 않은 곳이었던 것 같다”며 “감히 말씀드리자면 지나가다가 군인분들을 보시면 따뜻한 말이라도 해주시면 너무 영광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정국은 “카메라 앞이 오랜만이라 화장도 안 해서 민망하다”며 “남은 후임과 조금 일찍 전역한 동기들이 저희랑 같이 생활하느라 고생 많았다”고 소감을 전했다.팀의 맏형 진은 지난해 6월, 제이홉은 지난해 10월, RM과 뷔는 전날 각각 전투복을 벗었다. 공익근무요원인 슈가까지 21일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어 BTS는 조만간 ‘완전체’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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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소년이 온다’,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올 4월 출간한 ‘결국 국민이 합니다’인 것으로 집계됐다. 9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는 종합 베스트셀러 1위, ‘결국 국민이 합니다’는 2위에 올랐다. 이날 예스24가 발표한 상반기 베스트셀러 순위에선 ‘결국 국민이 합니다’가 1위, ‘소년이 온다’가 2위였다. 교보문고 기준 한 작가의 책은 ‘채식주의자’(5위)와 ‘작별하지 않는다’(7위)까지 총 3권이 종합 10위권에 들었다. 4월 출간된 신작 ‘빛과 실’도 종합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소설 판매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상반기 베스트셀러 상위 10위 가운데 5개가 한국 소설이었다. 양귀자의 ‘모순’(3위), 정대건의 ‘급류’(6위)가 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았다. 교보문고는 올해 상반기 소설 판매량은 전년 대비 28.1%, 한국 소설 판매량은 58.2% 늘었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 정치 일정은 도서 판매에도 강한 영향을 미쳤다. 예스24 기준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가 3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국민이 먼저입니다’가 9위에 올랐다. 정치 격변을 이해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비인기 도서였던 ‘헌법’ 관련서를 찾는 독자가 늘어나기도 했다. 탄핵 결정문과 헌법 전문을 묶은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은 사회정치 분야 베스트셀러 5위에 올랐다.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추천한 ‘초역 부처의 말’은 종합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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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역사-문화 닮아 친근”… 대만 작가들이 온다

    《“주말이면 여덟아홉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몰려온다. 몇 년 뒤에 명문 사립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이 아이들은 종일 학원에 앉아 끝도 없이 문제를 푼다.” 마치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대치동 학원가’를 연상케 하는 문장들. 실은 10일 국내 출간 예정인 대만 작가 우샤오러(吳曉樂)의 소설집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마르코폴로)에 쓴 작가의 말 일부다.》우 작가는 7년간 과외 선생으로 일한 경험을 이 소설들에 녹여냈다고 한다. 2018년 현지에서 드라마화돼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대만 최대 방송 시상식인 금종장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대사(‘한국 아이들의 적은 학교, 학원 그리고 부모다’)를 즐겨 인용한다”며 “한국을 타이완으로 바꿔도 얼추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최근 대만 소설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번역 출간되며 한국 팬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우 작가의 소설처럼 역사·문화적으로 닮은 점이 적지 않아, 친근하면서도 공감대가 크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주빈으로 대만을 초청한 것을 계기로 국내 출판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넓혀 가는 분위기다. 18일 시작되는 서울도서전은 대만 작가만 23명을 초청했다. 대만 대표 작가로 불리는 천쉐(陳雪)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2023년 말 국내에 출간됐던 ‘귀신들의 땅’(민음사)의 천쓰훙(陳思宏), 소설 ‘타이완 여행기’로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과 일본번역대상을 휩쓴 양솽쯔(揚双子)도 방한한다. 한 출판사 대표는 “도서전 첫날에만 대만 현지 출판사, 에이전시 9곳과 30분씩 연달아 미팅을 잡아놨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도서전을 앞두고 덩주윈(鄧九雲)의 소설 ‘조연 여배우’(글항아리), 천쉐의 소설집 ‘악녀서’(〃)가 출간되기도 했다. 대만과 한국은 일제 식민 지배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이산 경험 등의 역사가 비슷하다. 대만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전통의 급속한 붕괴나 도농 격차, 극심한 빈부 차이와 과도한 경쟁 등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이유다. 국내에서도 13쇄를 찍으며 인기를 끈 ‘귀신들의 땅’은 1980년대 대만 작은 마을의 2남 5녀 대가족을 주인공으로 군사 독재와 도시 개발 등으로 얼룩진 근현대사를 그렸다. 다채로운 소재도 장점이다. 김효진 마르코폴로 출판사 대표는 “대만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애 문화를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등 개방적인 면들이 적지 않다”며 “대만 문학도 억압되지 않은 상상력으로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평했다. 정치적 혼란을 피해 홍콩이나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넘어온 작가들이 합류하며 대만 문학은 더 풍성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콩 우산혁명 이후 대만으로 이주한 찬와이(陳慧·천후이) 작가가 대표적이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에서 태어나 대만에 정착한 장구이싱(張貴興) 작가의 ‘강을 건너는 멧돼지’(마르코폴로)는 2020년 홍콩 ‘홍루몽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과 대만의 출판·문학 교류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주빈국으로 2021년 초청받는 등 대만 쪽 반응이 뜨겁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대만 문학은 중국과 비교해 확실히 친숙하고 결이 맞는 느낌”이라며 “대만 문학의 국내 소개가 그간 다소 미미한 편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뀐 만큼 교류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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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역사-문화 닮아 친근” 대만 작가들이 온다

    “주말이면 여덟아홉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몰려온다. 몇 년 뒤에 명문 사립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이 아이들은 종일 학원에 앉아 끝도 없이 문제를 푼다.”마치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대치동 학원가’를 연상케 하는 문장들. 실은 10일 국내 출간 예정인 대만 작가 우샤오러(吳曉樂)의 소설집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마르코폴로)에 쓴 작가의 말 일부다. 우 작가는 7년간 과외 선생으로 일한 경험을 이 소설들에 녹여냈다고 한다. 2018년 현지에서 드라마화돼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대만 최대 방송 시상식인 금종상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대사(‘한국 아이들의 적은 학교, 학원 그리고 부모다.’)를 즐겨 인용한다”며 “한국을 타이완으로 바꿔도 얼추 맞아떨어진다”고 했다.최근 대만 소설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번역 출간되며 한국 팬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우 작가의 소설처럼 역사·문화적으로 닮은 점이 적지 않아, 친근하면서도 공감대가 크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주빈으로 대만을 초청한 것을 계기로 국내 출판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넓혀 가는 분위기다.18일 시작되는 서울도서전은 대만 작가만 23명을 초청했다. 대만 대표 작가로 불리는 천쉐(陳雪)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2023년 말 국내 출간됐던 ‘귀신들의 땅’(민음사)의 천쓰홍(陳思宏), 소설 ‘쓰웨이 1번가’로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과 일본번역대상 대만 금정상을 휩쓴 양솽쯔(揚双子)도 방한한다.한 출판사 대표는 “도서전 첫날에만 대만 현지 출판사, 에이전시 9곳과 30분씩 연달아 미팅을 잡아놨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도서전을 앞두고 덩지우윈(鄧九雲)의 소설 ‘조연 여배우’(글항아리), 천쉐의 소설집 ‘악녀서’(〃)가 출간되기도 했다.대만과 한국은 일제 식민 지배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이산 경험 등의 역사가 비슷하다. 대만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전통의 급속한 붕괴나 도농 격차, 극심한 빈부 차이와 과도한 경쟁 등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이유다. 국내에서도 13쇄를 찍으며 인기를 끈 ‘귀신들의 땅’은 1980년대 대만 작은 마을의 2남 5녀 대가족을 주인공으로 군사 독재와 도시 개발 등으로 얼룩진 근현대사를 그렸다.다채로운 소재도 장점이다. 김효진 마르코폴로 출판사 대표는 “대만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애 문화를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등 개방적인 면들이 적지 않다”며 “대만 문학도 억압되지 않은 상상력으로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평했다.정치적 혼란을 피해 홍콩이나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넘어온 작가들이 합류하며 대만 문학은 더 풍성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콩 우산 혁명 이후 대만으로 이주한 찬와이(陳慧) 작가가 대표적이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에서 태어나 대만에 정착한 장구이싱(張貴興) 작가의 ‘강을 건너는 멧돼지’(마르코폴로)는 2020년 홍콩 ‘홍루몽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한국과 대만의 출판·문학 교류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국도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주빈국으로 2021년 초청받는 등 대만 쪽 반응이 뜨겁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대만 문학은 중국과 비교해 확실히 친숙하고 결이 맞는 느낌”이라며 “대만 문학의 국내 소개가 그간 다소 미미한 편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뀐 만큼 교류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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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산 혁명’ 겪은 홍콩인들의 내면

    할머니는 새벽에 돌아가셨다. 아빠는 그날 오후 부동산 중개업자를 찾아 집을 팔아버렸다. 소파, 책장, 잡지까지 집에 딸려 한꺼번에. 할머니의 집은 카페로 개조됐다가 이후 미용실로, 다음엔 여성 속옷 가게로 바뀌었다. 심상(尋常)하게.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시점부터 2019년 민주화 운동까지 세월을 따라가는 홍콩판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소설이다. 주인공은 누나 탄커이와 12세 터울 남동생 탄커러. 돈 버는 데 혈안이 된 부모 밑에서 외롭게 큰 남매는 서로만이 기댈 언덕이다. 탄커러가 1997년 태어난 게 암시하듯, 소설은 홍콩 반환 뒤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개인적 사건과 역사적 사건이 빈번하게 교차하는 게 특징. 2006년 12월 15일 누나 탄커이는 홍콩섬과 주룽반도를 잇는 스타페리 부두 보존 시위에 갔다가 연인이 다른 여자와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개인의 이별은 부두의 상징물인 시계탑이 톱질에 잘려나가는 광경과 오버랩된다. 발랄하고 되바라진 아이의 서술로 전개되던 전반부와 달리 소설은 후반부에 이르러 진중해진다. 시위를 두고 누나와 동생이 갈등하면서다. 누나는 동생을 시위 현장에서 떨어뜨리려 애쓰고 동생은 누나를 원망한다. 실제로 홍콩 사회는 2014년 행정장관 직접 선거를 쟁취하려는 우산 혁명이 미완으로 끝난 뒤 ‘우산 혁명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완전한 직선제 요구가 좌절되면서 사회가 무력감에 휩싸였던 것. 1960년 홍콩에서 태어난 저자는 우산 혁명 당시 최초로 입장을 밝힌 지지자 10인 중 하나라는 이유로 핍박을 받다가 2018년 대만으로 이주했다. 작가는 당시 시위 현장에서 어린 소년을 보고 “동생,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게 소설의 기원이 됐다. 소설이 조금 더 나이 든 홍콩인이 후배들에게 보내는 온기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다. 홍콩인의 정리되지 않은 내면을 보며 한국 독자도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첨밀밀’의 각본 기획에 참여한 시나리오 작가 출신 저자의 필력 덕에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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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한줌인 만화, 佛서 수상 소식 스팸메일인 줄”

    “한 줌밖에 안 되는 독자를 가진 (출판 만화) 창작자로서, 이 먼 나라에서 저희 작품에 대해 물어보고 읽어봐 주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4일(현지 시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만화 부문상을 받은 이동은 작가(47)는 5일 오후 파리에서 전화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이 작가는 그래픽 노블 ‘하나의 경우’(우리나비)로 정이용 그림 작가(42)와 함께 이 상을 받았다. 2017년 제정된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은 직전 1년간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된 현대 아시아 문학을 대상으로 수여한다. 만화 부문은 지난해 신설됐다. 소설 부문에서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난해, 황석영 작가의 ‘해 질 무렵’이 2018년 수상했다. ‘하나의 경우’는 지방 중학교로 발령받은 기간제 교사 ‘경우’와 이웃 ‘하나’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며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하나에게 경우가 연민을 느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국내에선 2023년 10월에 나왔고, 프랑스에선 지난해 11월 ‘하나(Hana)’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프랑스 심사위원단은 “사회적 시각, 심리적 사실성, 이미지의 시적 아름다움이 마음을 뒤흔든다”고 평가했다. 이번 수상은 두 작가가 함께 작업한 지 10년 만에 처음 받는 만화 상이라고 한다. 이 작가는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스팸메일이 아닌가’ 싶었다”며 “권위 있는 문학상에 만화 부문이 있고, 문학과 동등하게 예술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놀라웠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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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 아닌 필수”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로 첫 주최 ‘주목’

    11년째 1인 출판사를 운영 중인 A 대표는 요즘 2주 앞으로 다가온 서울국제도서전 준비로 정신이 없다. 홀로 부스 하나를 채우기 부담스러워 다른 1인 출판사 4곳과 부스 2개를 공동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A 대표가 빠듯한 사정에도 4년째 도서전에 참가하는 건 “이런 책 만드는 출판사는 여기서 처음 봤다”는 현장 독자 반응 때문이다. 그는 “(사람이) 많이 모이니, 책이 발견된다”며 “작은 출판사들에게 도서전은 전국구로 존재를 알릴 기회”라고 했다.국내 최대 책 축제이자 아시아 대표 북페어로 자리 잡고 있는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 18일부터 닷새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지난해 15만 명이 찾는 등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은 도서전은 올해 참가 출판사가 535곳. 지난해(452곳)보다도 83곳이 늘었다. 다만 1954년부터 70년 넘게 이어온 도서전이 올해 처음 주식회사 체제로 바뀌며 출판계 내부의 진통이 만만찮은 만큼 운영의 공정성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자를 직접 만날 귀한 기회”최근 출판사들 사이에 서울도서전 참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분위기다. 끝없는 도서 시장 침체 속에서 이만한 ‘특수’가 없다. 대형 출판사들은 저마다 부스를 10개 내외씩 마련하고, 주목할 만한 신간들을 도서전 기간에 출간하는 등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올해는 부스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한 출판사 대표는 “서울도서전은 10월 노벨 문학상 발표와 함께 연중 출판계의 가장 큰 이벤트”라며 “도서전을 찾는 충성 독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는 흔치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출판계 관계자는 “도서전에 부스를 내지 않으면 작가들이 서운해할 정도”라고 했다.올해 도서전은 러시아 톨스토이문학상 수상자인 김주혜 작가를 비롯해 소설가 김금희 김초엽 정보라 천선란 한유주 김동식 등이 북토크 프로그램으로 독자를 만난다. 영화감독 박찬욱이 신형철 문학평론가와 원작 소설에서 받은 영감을 나누는 행사도 열린다. 올해 도서전 주빈(主賓)인 대만의 유명 소설가 천쉐(陳雪)와 천쓰훙(陳思宏) 등도 연사로 나서 더욱 볼거리가 풍성하다.●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서울도서전은 원래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주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문체부는 2023년 수익금 관련 회계보고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며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을 끊었다. 이에 출협은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을 지난해 설립했다.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나 출판계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거셌다. “도서전을 사유화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조직된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반대 연대’는 “특정 출판인들과 몇몇 서점이 주식회사 지분의 70%를 보유했다”며 “출판계가 공적 자산으로 키워온 도서전인데 공공성이 약화됐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실제로 주식회사 체제에선 도서전이 수익 창출 위주로 흐를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입장료는 지난해와 같지만, 올해 부스비는 일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영세 출판사나 동네책방은 참여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동네책방 대표도 “지금도 수백만 원의 부스비가 부담돼 공공기관 등의 지원이 없으면 참가가 어렵다”고 답답해했다.이 때문에 소규모 출판사 등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단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한 출판사 대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도 주식회사 체제로 운영되지만 ‘공공성 유지’를 최우선 가치로 정관과 규약에 담고 있다”며 “출판계 시민단체 등을 이사로 참여시키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윤철호 출협 회장은 “출판계의 우려를 알고 있고, 이는 도서전이 가진 앞으로의 숙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전에도 자문 조직을 운영했던 적이 있는 만큼 여러 의견을 들어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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