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차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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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beco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4~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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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조건희]‘알파고 의사’의 난관

     열 살 때 부모를 졸라 바둑판과 어린이용 입문서를 샀다. 바둑을 잘 두면 군대 선임들의 총애를 받아 얼차려와 구타를 덜 당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위인전을 읽으며 비폭력주의를 뼛속 깊이 새긴 초등학생이 입대에 대비해 세운 생존 전략이었다. 10여 년간 기력(棋力)을 닦은 뒤 입대해 보니 생활관(내무실)엔 바둑판 대신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최신판이 놓여 있었고 바둑을 둘 줄 아는 선임은 전 부대를 통틀어 한 명밖에 없었다. 기자는 시대의 흐름을 내다보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바둑알 대신 조이스틱을 들고 축구 게임 ‘위닝일레븐’을 연습해야 했다. 10년 만에 세상이 또 뒤집어졌다. 지난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최정상 기사인 이세돌 9단을 꺾었다. 최근엔 세계 랭킹 1위 커제(柯潔)를 비롯한 국내외 프로 기사들도 알파고에 60연패했다.  10년 안에 AI는 의사도 따라잡을 거라고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5년 AI가 사람 의사의 업무 능력을 54.8%까지 대체할 거라고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의료용 AI 개발이 한창이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정보기술(IT) 업체 뷰노의 뼈 나이 측정 소프트웨어를 시연해 보니 판독에 걸리는 시간이 20분의 1로 단축됐다고 한다. 병원에서 ‘AI 의사’를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 알파고가 바둑을 정복하는 것을 보면서 복잡다단한 기분이 들었지만 AI 의사의 등장은 반갑다. 언제 어디서나 일정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병리학 전문의는 전립샘 암을 조직세포 현미경 영상으로 찾을 때 컨디션과 실력에 따라 다르게 진단할 수 있지만 AI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도서 벽지에 AI 소프트웨어가 보급되면 의료 격차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이 실현되려면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는 환자 정보 빅데이터를 구축하자는 사회적 합의다. AI가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수십만∼수백만 건의 환자 정보가 필요하지만 유출됐을 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은 이처럼 익명화된 정보를 환자 동의 없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2015년 말 정했다. 미국은 정부 예산을 들여 공개용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익명 데이터를 다룰 자격 기준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오진에 따른 윤리적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AI가 암 환자를 ‘음성’이라고 오진한 잘못이 더 큰가, 건강한 사람에게 ‘양성’이라고 오진한 책임이 더 큰가. 만약 전자라면 AI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거짓 양성 진단을 남발할 수도 있다. 셋째는 정부의 굼뜬 움직임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AI 기반 진단·치료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사업 목표나 예산은 내놓지 못했다. 알파고가 인기를 끄니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부랴부랴 “AI 산업을 융성시키겠다”고 나서는 자세로는 10년 후 플레이스테이션 앞에 앉은 바둑 소년의 꼴을 면치 못한다. 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 20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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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사람들이 가장 짜게 먹는다

     강원 주민들이 전국에서 가장 짜게, 반면 호남 주민들은 가장 싱겁게 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평균 기온이 높은 남도 지역의 음식이 짜다는 통념을 뒤엎는 결론이다. 국민대 식품영양학과 정상진 교수팀은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8세 이상 2만387명의 영양소 섭취량을 분석한 결과 강원 주민들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5381mg으로 전국 평균(4867mg)보다 10.6% 많았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2000mg)의 2.7배에 해당한다. 충청(5011mg), 서울·경기·인천(4895mg), 영남(4798mg) 지역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그 다음으로 많았고, 장류와 젓갈로 유명한 호남 지역은 4606mg으로 가장 적었다. 연구팀은 강원과 충청 지역 주민의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 이유로 김치를 언급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가톨릭대 등의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다른 지역보다 김치를 더 많이 먹는다. 소금에 절여 만드는 김치는 자주 먹으면 나트륨 섭취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흔히 ‘소금 덩어리’로 인식되는 장류와 젓갈은 먹는 빈도가 낮아 전체 나트륨 섭취량의 5%에도 미치지 않았다. 농촌 지역 노인들이 저염식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고를 때 영양표시를 읽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남성 5.5%, 여성 4.9%로 전체 연령 평균(남성 18.3%, 여성 34.9%)보다 훨씬 낮은데, 강원 지역의 노인인구 비율은 2015년 기준 16.9%로 높다. 정상진 교수는 “지역마다 나트륨 섭취량이 다르기 때문에 적정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선 맞춤형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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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형 독감 잦아들자 B형 독감 첫 확인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B형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확인됐다. 지난해 말부터 크게 유행한 A형 독감은 최근 환자 수가 줄고 있지만 B형 독감이 새로 번질 조짐이 보인다.  질병관리본부는 8∼14일 전국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한 독감 의심환자 검체 226건 중 73건(32.3%)에서 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그중 광주에 거주하는 소아의 검체 1건이 B형이었다고 19일 밝혔다. 독감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종(H1N1, H3N2)과 B형 2종(빅토리아, 야마가타)을 모두 예방할 수 있는 ‘4가’와 A형 2종, B형 1종만 예방하는 ‘3가’로 나뉜다. 만약 야마가타 계열이 유행한다면 무료접종을 한 영아와 노인들은 B형 독감의 예방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보건당국은 B형 독감의 증상이 A형보다 약하기 때문에 3가 백신을 맞은 사람이 굳이 4가를 추가로 맞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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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유아에 항생제 마구 먹이는 한국

     “한국에선 두 살이 되기도 전에 항생제를 이렇게 많이 맞아요?” 지난해 말 국제약물역학회(ISPE) 소속 의료진과 국내 영유아 항생제 처방 실태 자료를 공유한 박병주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튿날부터 해외 연구진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박 교수 등 6개국 공동 연구진이 각국의 영유아 항생제 처방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평균치가 다른 선진국보다 최대 7배까지 높게 나타나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문의를 쏟아낸 것. 박 교수는 “가벼운 감기에도 항생제를 남용하는 한국의 관행에 해외 연구진이 적잖이 충격받은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박 교수와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연구팀 등의 항생제 처방 실태 연구는 2008∼2012년 한국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미국 6개국에서 한 번이라도 항생제를 처방받은 적이 있는 18세 이하 소아 청소년 7474만 명의 기록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에도 무차별적으로 항생제를 쓴 탓에 내성균이 창궐하면 2050년 전 세계에서 10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연구다.  그 결과 한국에선 생후 24개월 이하 영아가 1인당 연평균 3.41건의 항생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스페인(1.55건), 이탈리아(1.5건), 미국(1.06건), 독일(1.04건)을 크게 웃돌고, 항생제를 가장 적게 쓴 노르웨이(0.45건)의 7.6배에 달하는 수치다. 만 3∼5세의 처방 건수도 한국이 가장 많았다. 영아가 주로 미열과 배탈 등 가벼운 증상으로 동네 의원을 찾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1차 의료기관에서부터 항생제 투약을 습관으로 삼은 채 성장한다는 뜻이다.  특히 전체 항생제 중 1차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처방한 비율은 한국이 9.8%로 노르웨이(64.8%) 독일(38.2%) 미국(31.8%) 스페인(27.7%) 이탈리아(16.5%)보다 낮았다. 이는 페니실린에 내성을 가진 균이 많아 더 강력한 항생제를 많이 쓰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소아과학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이는 모든 연령에서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국민 1000명당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일평균 31.7명(2014년 기준)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7명보다 35%가량 많고, 비교 대상인 12개국 중 터키(41.1명)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항생제 처방률이 2002년 43.4%에서 2013년 24.5%로 줄었지만 지난해 24.8%로 오히려 늘어나는 등 20% 중반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어 정부의 항생제 처방 저감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6월 3일부터 항생제 내성균 중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 감염증,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 등 2종을 표본 감시에서 전수 감시 대상으로 전환하는 등 2020년까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실시하기로 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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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2㎝ 칩에 피부 겉-속 모두 재현… 藥-화장품 독성실험에 활용

     건강과 미용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각 분야에서 엄청난 양의 약과 화장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약과 화장품은 대부분 동물실험을 통해 개발된다. 피부 아바타는 세계 곳곳에서 동물실험이 금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을 만한 개발에 성공한 것이어서 산업적 가치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신약 동물실험 시장은 국내만 500억 원, 세계적으로는 10조 원에 이른다. 그리고 국내 바이오칩 시장 규모는 더 크다. 2015년 기준 5220억 원, 세계적으로는 2015년 69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바이오칩은 손톱 크기 정도에 혈당 체크, 암 진단 등 사람의 생체기능을 측정하는 데 쓰이는 칩이다. 이번 피부 아바타는 표피, 진피, 혈관 등 3개 각 층에 먼지보다 작은 2000만 개의 인공막(폴리에틸렌막)을 삽입하고 각종 염증 물질이나 수분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해 층 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피부의 세포 작용과 동일한 원리로 만든 것이다. 현재는 동물실험을 대신할 동물 대체 시험법이 마땅치 않다. 기존의 실험관 연구는 배양 용기에 2차원적으로 세포를 바닥에 부착해 배양하거나 각 피부 층에 해당하는 세포를 순차적으로 붙여 3차원적으로 배양해 동물 대체 시험법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는 표피, 진피, 혈관으로 구성된 인체 피부의 각 층 간 상호작용을 관찰하거나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유럽에서는 2013년부터 화장품 제품을 위한 동물실험을 완전히 금지했다. 국내에서도 다음 달 4일부터 개정 화장품법에 따라 동물실험 화장품의 수입, 판매가 제한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100만 원을 물리고 각종 행정처분에 처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동물실험으로 희생된 동물 수만 2012년 183만4000마리에서 2015년 250만7000마리로 1.3배로 늘었다.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최태현 교수는 “국가별로 동물 대체 시험법이 경쟁 중인데 이번 피부 아바타가 인체 피부와 근접해 국제 표준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제 표준으로 선정되면 피부 약물의 자극성 실험은 반드시 우리의 시험법으로 해야 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해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피부 아바타의 원리는 이렇다. 가령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종양 괴사인자(TNF-α)를 아바타 칩에 주입하면 사람의 염증 피부에서 발생하는 것과 같은 염증물질인 사이토카인(IL-1β, IL-6, IL-8)이 발생한다. 따라서 피부 아바타는 종양 괴사인자 외에 우리가 모르는 독성 물질이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손상된 피부에 붙이기 위한 인공 피부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완벽하게 표피 진피 혈관 등이 포함된 사람의 피부를 만드는 건 대단히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가 피부이식 등에 사체 피부를 이용한 인조 진피나 콜라겐 등을 이용한 합성 진피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전욱 교수는 “인체 조직을 활용해 각각 진피와 표피를 만들고 있지만 실제 환자의 피부에 잘 붙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아예 처음부터 표피와 진피를 한 세트로 만드는 인공 피부를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피부 아바타는 피부의 약물 및 화장품 개발 대체 실험과 약물의 독성 실험뿐만 아니라 인체에 흔한 알레르기 실험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어떤 물질이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면 피부 아바타에서 미리 어느 정도 알레르기를 발생시키는지 반응 물질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도 반겼다. 인공 피부를 활용한 대체 실험이 정착되면 비윤리적인 실험은 줄고 더 신뢰성 높은 방식으로 화장품, 의약품의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상임대표는 “신체 고통뿐 아니라 사육장 안에서 큰 공포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죽임을 당하는 실험동물의 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 2017-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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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상된 피부 대체하는 ‘인공피부’ 연구도 활발

     동물·인체 실험을 대체하는 피부 아바타와 성격이 다른 인공 피부의 경우 대표적인 활용 분야가 화상 등으로 손상된 피부를 대체하는 것이다. 환자의 몸에서 채취한 자가 면역세포로 만든 바이오잉크를 3차원(3D) 프린터로 층층이 쌓아 면역 거부 반응이 적은 피부를 재현하는 기술은 한강성심병원 화상연구소가 개발 중이다. 미국 클렘슨대 연구팀은 상처를 입으면 붉게 변했다가 스스로 치유하는 피부를 신소재 플라스틱 물질을 이용해 연구하고 있다. 혈당, 심박 등 생체 정보를 측정하는 만성질환 관리용 인공 피부는 고령사회를 앞두고 각광받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은 차세대 전자 소재로 만든 미세 바늘로 혈당을 측정하는 인공 피부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해외에선 피부에 압력 감지 필름을 심어 심혈관 질환을 모니터링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사지를 잃은 장애인도 온도, 촉감 등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로봇 팔다리에 ‘스마트 피부’를 입히는 연구는 이 분야의 ‘끝판 왕’이다. 소재를 인체에 가깝게 가공하고 전자 센서의 기능을 정밀하게 구현해야 할 뿐 아니라, 이를 끊어졌던 감각신경에 연결하는 외과 기술까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소재공학, 로봇공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인공 피부의 안전성과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인공 피부의 민감도, 수분 투과성, 유연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이 담겼다. 또 내년부턴 지방흡입술 시술 과정에서 나오는 지방을 인공 피부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연간 100t 규모의 지방을 활용해 20조 원 규모의 원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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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혈 한파… 피가 모자란다

     지난해 헌혈 인구가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혈을 받아야 하는 고령 환자가 늘고 헌혈을 할 젊은 인구는 줄어드는 현실을 극복할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혈액 자급 국가’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지난해 헌혈자가 286만6330명(잠정)으로 집계돼 2015년보다 7% 줄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인구 대비 헌혈률도 같은 기간 6.1%에서 5.6%로 줄었다. 헌혈자는 2011년 이후 계속 늘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퍼진 2015년에도 308만2918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출산율이 떨어져 10대의 헌혈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중장년층에 초점을 맞춘 캠페인 덕에 40대 이상의 참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지난해 갑자기 헌혈이 줄어든 원인으로 인터넷 ‘헌혈 괴담’을 지목했다. 지난해 1월경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피를 뽑으면 노화가 빨라지고 키가 안 자란다”라거나 “정부가 혈액 가격을 조절하기 위해 헌혈 받은 피를 폐기 처분한다”는 허위 사실이 퍼지면서 청년층 헌혈자가 급감한 것. 혈액으로 옮는 지카 바이러스가 중남미와 동남아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해당 국가 여행자의 헌혈을 귀국 후 1개월간 제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수혈용 혈액의 부족으로 이어졌다. 환자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수혈해 줄 지인을 데려오라”고 요구하는 병·의원까지 생기자 적십자사는 3월경부터 헌혈의 집을 찾는 ‘성분헌혈(성분만 소량 헌혈)’ 희망자에게 ‘전혈헌혈’(320∼400mL)을 권하기 시작했다. 의약품 제조에 쓰이는 성분헌혈 혈액은 수입할 수 있지만 수혈용 전혈 혈액은 감염 우려 탓에 자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혈헌혈의 비중은 2015년 69.7%에서 지난해 75.1%로 높아졌다. 다만 2주마다 반복할 수 있는 성분헌혈과 달리 전혈헌혈은 다시 헌혈하려면 2개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헌혈 실적은 감소했다. 적십자사는 이 같은 추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달 16일까지 헌혈자는 10만6296명으로 집계돼, 하루 평균 6643명꼴이었다. 지난해 7480명, 2015년 7786명에 비해 10% 이상 감소했다. 17일 현재 혈액 보유량은 2만2070유닛(1유닛은 250∼500mL)으로 ‘주의’ 단계에 해당하는 4.3일분. 적십자사는 한파 때문에 계절적인 혈액 부족까지 겹칠까 우려해 이번 주부터 ‘직원 릴레이 헌혈’ 행사를 벌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혈액 부족이 만성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학생과 군인 등 젊은층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중장년층의 참여를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10, 20대 헌혈이 전체 헌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6%(2015년 기준)나 되지만 10대 헌혈 가능 인구는 연평균 6만8000명씩 줄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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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도로 미세먼지, 인천 서해대로 ‘최악’

     지난해 수도권에서 먼지가 가장 많이 날린 도로는 인천 중구의 서해대로였다. 초중고교 5곳과 대학병원이 몰려있는 이곳 서해사거리∼유동삼거리 2.7km 구간에서 측정된 미세먼지의 연중 농도는 m³당 평균 1091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 기준치(200μg)의 5배가 넘었다. 제2외곽순환도로 공사 현장과 인천항을 오가는 대형 화물차가 쉴 새 없이 오염물질을 뿜어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처럼 지난해 3∼12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일대 주요 4차로 이상 도로 929곳의 2632km 구간에서 총 7293차례 다시날림 미세먼지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인 ‘도로먼지 지도’를 16일 ‘클린로드(clean road)’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다시날림 먼지는 도로에 깔려 있다가 차량이 지나가면서 다시 공중에 날리는 먼지를 뜻한다.  서해대로처럼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도로는 경기 하남시 조정대로(1082μg),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650μg), 은평구 백련산로(500μg) 등이었다. 주로 아파트 신축공사나 도로공사가 진행 중인 지역이었다. 조사 대상이 된 도로의 연중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 41μg, 인천 87μg, 경기 60μg 등이었다. 서울에선 용산구(20μg), 동대문구(21μg), 강북구(21μg)가 ‘매우 좋음(0∼50μg)’에 해당했지만 강동구(97μg)와 은평구(86μg), 강서구(83μg)는 다소 높았다. 또 경기에선 용인시(28μg), 인천엔 남구(20μg)가 가장 낮았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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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사회 노리는 또 하나의 적 ‘만성 콩팥병’

     지난해 말 어머니(56)에게 건강검진을 시켜준 한모 씨(31)는 어머니의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왔다는 말에 재검진을 요청했다. 결과는 만성 신부전(콩팥병)이었다. 식이요법에 실패하면 평생 혈액투석을 받거나 신장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에 한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만성 콩팥병은 소변을 만들어내는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탓에 몸속에 노폐물이 쌓이는 질환이다. 신장에 붙어 있는 혈관 꽈리인 사구체의 여과율에 따라 1∼5기로 나뉜다. 신장 기능이 정상의 10% 이하로 떨어진 5기(말기) 환자는 콩팥을 이식받거나 투석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콩팥은 혈압과 골밀도를 유지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만성콩팥병 환자의 71.3%는 고혈압을 함께 앓고 있고 골절 위험도 높다. 콩팥병은 조기 진단이 필수다. 혈액투석을 받을 정도로 콩팥병이 심해지면 신체적 정신적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진료비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손현순 차의과대 약학대학 교수팀이 2002∼2013년 만성 콩팥병으로 혈액투석을 받은 환자를 분석해보니 1명당 연간 진료비는 2002년 1440만 원에서 2013년 2573만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혈액투석 환자의 40.2%가 우울 증상을 경험했다는 연구도 있다. 건강검진에서 초기 증세가 포착됐다면 음식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나트륨을 제한해야 한다. 고단백 식단은 요독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소금을 하루 5g 이하로 섭취하고, 김치나 젓갈 등은 피하는 대신 향이 있는 채소나 후추, 마늘 등으로 맛을 내는 게 좋다. 김순배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병 환자에게는 채소와 과일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도 심장마비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고령자의 증가와 함께 급격히 늘고 있다. 2008년 8만3000명이던 만성 콩팥병 환자는 7년 만인 2015년 배가 넘는 17만2000명으로 증가해 모든 만성질환 중 환자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진료비는 2015년 기준 1조5671억 원으로, 전체 질환 중 고혈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는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3%에 해당한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는 전체 환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표본 조사에 따르면 성인 9명 중 1명은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2014년 인구에 대입하면 427만 명이다. 하지만 그해에 만성 콩팥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5만8000명(3.7%)에 불과했다. 의료계에선 만성 콩팥병을 미리 잡아낼 수 있도록 당뇨병 환자나 고령자 등 취약군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만성 콩팥병 검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질환이 말기에 이르는 것을 예방해야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도 줄어든다는 취지다. 김성남 대한신장학회 보험법제이사는 “국내 혈액투석 환자의 약 22%는 의료급여 수급자인데, 이들에게 적용되는 수가는 14만6120원으로 원가(15만6000원)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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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플라스틱, 7월부터 화장품에 못쓴다

     대학생 신모 씨(25·여)는 최근 화장품 전문점에서 세안제를 고르다 눈을 의심했다.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한 세안제가 ‘마이크로비즈’라는 홍보 팻말과 함께 버젓이 진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월부터 지름 5mm 이하의 플라스틱 알갱이인 ‘미세플라스틱’을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 해당 제품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각질 제거 용도로 세안제 등 화장품에 쓰이지만, 하수 처리 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아 하천·바다에서 해양 생물의 성장과 번식에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생선 등을 통해 인체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국내에선 2015년 기준으로 화장품 업체 90곳이 화장품 331종에 총 655t의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7월부터 금지되는 것은 미세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의 ‘신규’ 생산이고, 이미 생산한 제품은 2018년 6월까지 판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적지 않다. 제품 겉면 표기만으로는 소비자가 미세플라스틱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치약이나 주방세제는 화장품과 달리 전(全) 성분 표시제가 적용되지 않아 제품 포장지만으로는 함유 성분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미용 커뮤니티에서는 미세플라스틱 사용 여부를 감별하는 ‘노하우’를 소비자끼리 공유하고 있는 형편이다. 화장품에 작은 알갱이가 들어 있다면 △제품 겉면에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플라스틱 성분이 표시돼 있는지 확인하고 △알갱이가 물에 녹는지 확인해 본 뒤 △고체 상태 그대로 남는다면 미세플라스틱일 가능성이 높으니 제조사에 직접 문의하는 방식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런 방식으로 조사한 미세플라스틱 사용 화장품 300여 종의 목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식약처 규정이 주방세제, 세탁세제에는 적용되지 않는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방·세탁세제는 식약처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캐나다 등 선진국처럼 미세플라스틱을 아예 유해 화학물질로 분류해 모든 생활제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화장품 외의 생활용품을 폭넓게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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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뉴스]가난한 집 아이가 더 뚱뚱하다고?

    #1가난한 집 아이가 더 뚱뚱하다고?#2비만 관련 사회적 비용은연간 6조 7695억 원.올해 대구광역시 예산(7조 원)에맞먹는 엄청난 규모입니다.건강보험 재정의 5.8%가비만 질환 치료에 사용되죠.-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6 비만백서#3최근 살찐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비만인 비율은 2006년 29%에서 2016년 32.5%로 증가했죠.특히 뚱뚱한 남성이 더 많아졌습니다.남성 비만율은 34.1%에서 40.1%로 늘었죠.#4비만에는 소득, 거주지역, 직장규모도 영향을 끼치는데요.부자들은 고도 비만율이 2.3%에 불과했으나가난한 사람들은 4.8%로 가장 높았습니다.초고도 비만율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죠.#57세 미만 영유아도 마찬가지.소득 상위 5% 가족 아이의 비만율은 2.5%이지만소득 하위 5% 가족 아이의 비만율은 3.7%로 높아집니다.#6살찐 사람은 도시 보다 농어촌에 더 많습니다.제주(36.1%) 강원(35.4%) 충남(34.6%) 등농어촌의 비만율이대구(30.2%) 광주(31.0%) 서울(31.8%) 등대도시의 비만율 보다 높았습니다.#7사실 비만인 증가는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요.급기야 각국 정부들은 '비만과의 전쟁'에 돌입했습니다.먼저 고열량 식품에 '비만세'를 매겨 소비량을 줄이고비만세로 확보한 돈은 비만 퇴치 정책에 쓴다는 것이죠.#8성인 60% 이상이 비만인 멕시코는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1리터당 1페소(약 54원),미국 필라델피아는탄산음료 한 캔에 15센트(약 177원)의 '소다세'를 부과합니다.그 결과 비만세 도입은 효과를 나타내고열량 식품 소비는 줄어들었습니다.#9우리는 어떨까요?현재 보건복지부의 목표는 '비만율 감소'가 아니라 '현 상태 유지'입니다.관련 부처들은 비만 정책을 제각기 추진합니다.농림축산식품부는 '식생활교육 기본계획'을 내놓았고,교육부는 '학생건강증진 기본방향'을 진행합니다.하지만 부처들이 비만 정책을 따로 추진해서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죠.비만 정책 컨트롤타워도 없습니다.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할 이유입니다.#10"한국의 비만 대책은 사실상 답보 상태입니다.비만 대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합니다."-문창진 국민건강보험공단 비만대책위원장(전 보건복지부 차관)-원본 | 조건희 기자기획·제작 | 이유종 기자·김한솔 인턴}

    •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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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만도 대물림… 부모 소득 낮을수록 아이 뚱뚱

     농어촌에 살거나, 근무하는 직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또 저소득층일수록 비만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내 비만 통계와 세계 각국의 비만 정책·연구를 종합한 ‘2016 비만백서’를 12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비만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연간 6조7695억 원으로 음주, 흡연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다. 특히 비만 관련 질환 치료에 건강보험 재정 5.8%가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만도 가난처럼 대물림 2015년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1346만 명 중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고도비만·초고도비만 수검자의 비율은 32.5%로 2006년의 29%보다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남성의 비만율은 34.1%에서 40.1%로 높아져 10년간 21.4∼23% 수준을 유지해 온 여성보다 증가폭이 컸다. 소득, 지역 등 계층 간의 비만율 격차도 눈에 띄었다. 소득과 재산을 반영한 건강보험료 분위와 비만율을 대조해 보면,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1분위는 모든 계층을 통틀어 고도비만율(BMI 30∼35)이 4.8%로 가장 높았던 반면 고소득층인 17∼19분위는 2.3%였다. 초고도비만율(BMI 35 이상)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직장 가입자의 경우 직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비만율이 높았고, 지역별로는 제주(36.1%) 강원(35.4%) 충남(34.6%) 등 농어촌 지역의 비만율이 대구(30.2%) 광주(31.0%) 서울(31.8%) 등 도시 지역보다 높았다. 이는 7세 미만 영유아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생후 24개월 미만일 땐 신장별 체중이 상위 95% 이상일 경우 ‘과체중’으로, 24개월 이상은 BMI 정규 분포를 기준으로 ‘비만’을 구분하는데, 부모의 건보료가 20분위인 경우 비만율이 2.5%에 불과하지만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점차 늘어 1분위는 3.7%다. 영국에서 이뤄진 장기간 추적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BMI가 높을수록 자녀도 비만인 경우가 많았다.○ 선진국은 ‘비만세’ vs 한국은 중구난방 대책 세계 곳곳에선 비만에 악영향을 미치는 설탕 등 당류나 탄산음료에 물리는 ‘비만세’를 도입하고 있다. 고열량 식품의 소비를 줄이고 거둔 세금은 비만 퇴치 정책에 활용한다는 취지다. 성인 60% 이상이 비만인 멕시코는 2013년부터 설탕이 함유된 음료 1L에 1페소(약 54원)를 세금으로 물리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시도 올해부터 탄산음료 한 캔(약 283g)에 15센트(약 177원)의 ‘소다세’를 매긴다. 지방세를 도입한 국가에서 비만세가 적용된 제품의 소비는 0.9∼11.2% 줄었다.  이런 ‘극약처방’으로 비만과의 전쟁에 나선 선진국들과 달리 국내 비만 정책은 컨트롤타워 없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까지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따라 비만을 억제하겠다고 나섰지만 비만율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목표다. 게다가 농림축산식품부의 ‘식생활교육 기본계획’, 교육부의 ‘학생건강증진 기본방향’ 등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각 부처의 비만 관련 정책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제각각 진행되고 있다.  문창진 건보공단 비만대책위원장(차의과대 일반대학원장)은 “한국의 비만 대책은 사실상 답보 상태”라며 “백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해 비만 대책 수립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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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킹 범죄 스톱”… 전과기록 남는 징역-벌금형 추진

     그동안 ‘솜방망이 처분’ 논란을 일으켰던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여성가족부는 갈수록 증가하는 스토킹 범죄에 강하게 대처하기 위해 연내에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형벌로 다스리기로 했다. 9일 여가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경범죄 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으로 단속·처리된 사건은 2014년 297건, 2015년 363건, 지난해 8월 기준 385건으로 빠르게 느는 추세다.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해자가 납치, 살인까지 벌이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지만 처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했다. 특히 정식 재판에 회부되지 않고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범칙금 8만 원으로 마무리되는 사례가 2014∼2016년 총 1045건 중 827건(88.7%)이나 됐다.  이에 따라 국회에는 스토킹 처벌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 등으로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난해 스토킹 가해자의 처벌 및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법안을 신설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마쳤다”며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준해 처벌을 전과기록이 남는 징역형이나 벌금형 등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가부는 몰래카메라와 사이버 성폭력 등 신종 성범죄에 대한 대응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몰카 범죄는 2012년 2400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급증했다. 또 랜덤채팅 앱(불특정 다수와 무작위로 만남을 연결하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청소년 성매매 및 유인행위 단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랜덤채팅 앱은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으로 꼽힌다.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추진해 온 위안부 백서는 결국 내지 않기로 했다.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백서엔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의 (공식) 입장이 담겨야 하는데, (백서 발간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한) 학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연구보고서’ 형태로 발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문제에 대한 질문엔 “여가부 입장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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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금주, 벌써 물 건너갔다면…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고 회사원 심모 씨(35)는 곰곰이 생각했다. ‘어쩌다 술을 마시게 됐을까.’ 맛집 블로그의 방어회 사진을 들이밀며 “딱 한잔만 하자”고 권하는 대학 동창을 뿌리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1월 한 달 동안 술을 마시지 않겠다던 신년 목표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는 이렇게 무너졌다. ‘작심삼일족’이 실천할 절주 방법 6가지를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의 허성태 원장과 함께 알아봤다. #1. ‘드라이 데이(Dry day)’를 만든다.  한 달간 술을 삼가기가 벅차다면 하루 단위로 금주 계획을 세우라는 의미다. 금∼일요일 등 한 주 중 술을 가장 빈번히 마시는 요일을 몇 개 꼽은 뒤 그날만큼은 술을 마시지 않기로 정하는 것. 자신이 정한 날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오늘은 절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소리 내 다짐하는 게 효과가 있다. #2. 오답노트를 만든다.  절주 계획이 자주 실패한다면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지난해 계획에 없던 술자리에서 과음한 경험을 생각나는 대로 적고, 가장 많은 실패 상황을 순서대로 정리한다.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같은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다.  #3. 목표는 구체적으로 세운다.   ‘일주일 1회 이하, 한 자리에서 소주 반 병 또는 생맥주 2잔 이하, 3일 전부터 계획하지 않았던 술자리는 거절하기, 기준을 넘기면 술잔 치우기’ 등으로 횟수, 주량, 방법을 세세하게 나눠 정하는 방식을 권한다. 이런 내용을 사무실 책상 위, 세면대 거울 등에 붙여 시각화하면 실천 욕구가 강해진다. #4. 견주생심(見酒生心), 시야에서 술을 치운다.  퇴근길에 술집이 많다면 새해엔 다른 길로 퇴근한다. 술을 주로 마시게 되는 시간과 장소를 피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주로 오후 7∼9시에 음주를 했다면 그 시간에 학원에 다니거나 다른 취미활동을 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술 생각이 밤에는 간절하다가도 아침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5. 주변에 선포한다.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나 술을 자주 마시던 친구들에게 본인의 절주 계획을 단호하게 선포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계획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공유하는 방법도 좋다. 책임감이 높아지고 마음이 흔들릴 때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6. 절주에 성공한 당신, 스스로에게 상을 줘라.  다이어리나 탁상달력에 자신이 금주한 날을 기록한다. 성공한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려 나간다. 이렇게 매주, 매달, 분기별로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한 뒤 계획대로 실천했다면 보상의 개념으로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준다. 물론 그 보상이 ‘음주 면허’여서는 곤란하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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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선 윗부분에 많은 잔주름, 목이 안좋겠네요” “뜨끔”

     손금을 보는 행위는 미래나 운세를 점치기 위한 것으로 흔히 생각된다. 하지만 3일 채널A의 인기 건강 정보 프로그램인 ‘나는 몸신이다’에 출연한 유종오 손금닷컴 대표(53)는 손금으로 건강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에게서 상담을 받은 1만여 명의 손금과 건강 상태를 대조한 결과 비슷한 질환을 가진 사람은 손금의 특정 부위도 닮았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밝혀냈다는 얘기다.손금으로 건강을 본다? 골자는 이렇다. 손바닥엔 중요한 손금이 3개 있다. △생명선(엄지손가락 아래로 휘어져 내려가는 세로선) △두뇌선(생명선 바로 위를 지나가는 가로선) △감정선(새끼손가락 아래에서 시작되는 가로선)이다. 선 위에는 우리 몸의 장기에 대응하는 부위가 있는데, 선이 선명하고 굵으며 곧게 뻗어 있으면 해당 부위에 대응하는 장기가 건강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선이 끊어지거나 큰 흐름을 직각으로 가로지르는 잔주름(장해선)이 있고 사슬·섬 형태로 얽혀 있으면 그 장기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유추한다. 생명선은 주로 소화기관에 대응된다. 윗부분부터 목·갑상샘(갑상선), 위장·십이지장, 간·쓸개·췌장·소장, 콩팥·자궁·전립샘(전립선)이고 맨 아랫부분이 대장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상초(上焦)→중초(中焦)→하초(下焦)’ 순서인 셈이다. 감정선 위에도 심장·폐·유방·대장 등에 대응하는 부위가 있지만 이는 해부학적인 구분이 아니라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기혈(氣血)’의 흐름을 나타낸 것이다. 두뇌선은 뇌와 관계가 있다. 의료계엔 다운증후군 환자 대다수가 손바닥을 반으로 가르는 일자 손금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몇몇 유전질환과 손금의 형태가 서로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추론을 내놓은 학자도 있다. 하지만 정확한 인과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목 디스크-장염 적중 5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상담소에서 유 대표에게 32세 남성인 기자의 손을 맡겼다. 유 대표는 기자의 손에 먹을 꼼꼼히 바른 뒤 A4 용지에 양 손바닥을 찍어 누르도록 했다. 양손의 손금이 잔주름까지 선명하게 나타났다. 왼손은 몸의 왼편을, 오른손은 오른편을 나타낸다고 한다. 유 대표는 15cm 자와 각도기로 손금의 크기와 각도를 한참 재더니 선에 담긴 의미를 읊기 시작했다. “당신은 목에 해당하는 생명선의 윗부분이 사슬처럼 얽히고 찌그러져 있어요. 덧칠한 것처럼 잔주름이 많고 생명선을 가로지르는 장해선도 있고요. 이는 목과 어깨 부위가 안 좋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목과 어깨가 많이 결릴 겁니다.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게 좋아요.” 기자는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목 쪽 5∼7번 경추의 디스크가 부풀어 오르는 ‘추간판 팽윤’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지만 태연한 척했다. 노트북을 자주 사용해 오랜 시간 구부정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목과 어깨가 좋지 않은 건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유 대표는 손금을 계속 읽었다. “생명선을 아래로 계속 그려보면 쓸개, 콩팥, 소장을 나타내는 부분이 보입니다. 매끄럽고 잔주름도 없네요. 장해선이 아슬아슬하게 비껴나 있어서 간도 건강하고요.” 기자는 잦은 음주에도 항상 간 수치가 정상이었다. “그런데 대장의 상태를 나타내는 가장 아랫부분을 보면 선이 흐리고 잔주름이 자글자글합니다. 머리는 시원하고 아랫배는 따뜻한 게 이상적인데, 체온 분포가 뒤집혀서 장이 건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십수 년 전부터 장이 좋지 않아 과민 대장 증후군을 앓곤 했던 기자는 속으로 뜨끔했다. 유 대표는 손바닥 맨 위를 가로지르는 감정선도 읽어 내려갔다. “감정선이 손 안쪽으로 선명하게 쭉 뻗다가 끝 부분이 검지와 중지 사이로 삐쳐 나가네요. 이런 형태는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알고 보면 본인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성격을 나타내요. 가까운 사람한테서 고집이 세다는 말을 종종 듣지 않나요?” 정곡을 찔린 기자는 “건강과 관련된 부분만 봐 달라”며 황급히 상담을 마쳤다.  상담을 마쳤지만 선뜻 이 결과를 의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유 대표도 자신의 방법론의 한계를 인정했다. 손금은 아주 건강한 사람의 것인데 실제론 각종 질환을 앓고 있거나, 반대로 손금의 모양이 좋지 않은데 건강한 사람도 있다는 것. 이를 의학적,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건강 습관 챙기면 손금 모양도 바뀌어” 여러 손금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유 대표도 한 번 형성된 손금이 나중에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타고난 체질이 평생 유지된다는 한의학 이론처럼, 태아일 때부터 형성된 손금이 성인이 될 때까지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때문에 후천적인 질환보다는 유전적인 요인이 영향을 크게 미치는 암 등이 손금으로 확연히 드러난다고 한다. 반대로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손금의 형태가 좋으면 적은 노력으로도 금세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성형을 통해 인위적으로 손금을 만드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한다. 황달이 심한 환자가 화장으로 얼굴색을 덧칠한다고 해서 간이 좋아질 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해당 부위를 손톱 등으로 누르며 자극을 주는 것은 그에 대응하는 장기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추론한다.  드물지만 건강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 손금의 모양이 급격히 바뀌는 경우도 있다. 손의 움직임은 두뇌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아무리 가늘고 짧은 손금이라도 정신 활동과 무관하게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건강의 변화가 역으로 손금으로 드러난다는 얘기다. 이처럼 태어난 일시와 운명을 연관짓는 사주(四柱)와 달리 손금은 태아일 때부터 형성돼 사망하는 순간까지 변화를 멈추지 않기 때문에 연구할 영역이 넓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료해 국내 대형 철강업체의 회계부서에서 일하던 유 대표가 2003년 돌연 손금 사이트를 차리고 이 세계에 뛰어든 것도 이런 매력 때문이다.  유 대표의 상담소 한쪽 벽엔 정치인과 연예인 등 유명인의 손바닥 사진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그는 사진들을 보며 “배우 S 씨는 감정선의 한가운데에 장해선이 있어 노년기에 마음의 병을 조심해야 한다” 등의 얘기를 했지만 어디까지나 흐릿한 사진으로도 표현되는 굵직한 특징만으로 추측한 내용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 구석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전 사진도 붙어 있었다. 박 대통령의 손금에 대해 물으니 유 대표는 “노코멘트하겠다”고 답했다.손이 저리면 콩팥 건강 의심 손금이 아닌 손의 건강이 다른 신체 부위의 상태를 드러내는 사례는 많다. 주변 사람들은 기온이 적당하다고 하는데 자신만 손이나 발에 지나칠 정도로 냉기를 느끼는 수족냉증이 대표적이다. 같은 수족냉증이어도 혈관이 수축해 처음엔 손이 하얗게 변하다가 점차 붉어져 통증이 동반되는 ‘레이노 현상’을 방치하면 피부 궤양이나 괴저로 악화할 수 있다. 칼슘 차단제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단순히 손이 차다면 류머티스성 질환이나 손목터널 증후군, 갑상샘 기능 저하증이 원인일 수 있다.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신경과나 가정의학과를 찾아 혈액 검사를 한 뒤 경우에 따라 갑상샘 기능, 신경전도, 근전도 검사 등 특수 검사를 병행하는 게 도움이 된다.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다면 손발뿐 아니라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하는 게 좋다. 혈관을 수축시키는 피임약, 심장약, 편두통약, 혈압약은 물론이고 흡연도 피해야 한다. 차가운 성질을 지닌 오이, 토마토, 가지, 메밀, 보리 등의 음식도 권하지 않는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손이 저리고 피가 통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경우에도 원인이 다양한데, 양쪽 손에 대칭을 이루며 증상이 나타나면 말초신경계의 이상을 의심해 볼 만하다. 이는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 전신 질환에 동반되거나 술·약물에 따른 부작용일 수 있다. 신경전달 검사나 근전도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반면 손끝이 발작적으로 저리고 혀, 입술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과호흡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이는 불안증이나 건강 염려증 등의 신경증에 의한 것이 많다. 발작 시 코와 입에 비닐을 대고 호흡한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면 도움이 되지만 심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김병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손저림과 수족냉증은 다양한 신체 질환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원인을 정확히 찾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 2017-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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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조건희]제2의 메르스 대응 시나리오 있나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병(病)의 해’이기도 했다. 3월엔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가 국내에 처음 유입됐다. 7월엔 대학병원 간호사가 결핵에 걸린 채 중환아실에서 신생아를 돌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8월 폭염이 15년 만에 콜레라를 이 땅에 소환하더니, 12월 추위는 인플루엔자(독감) 환자 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역병 전문가 사이에서 “이거 굿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우주의 기운이 도왔다고 할 만한 행운도 있었다. 우선 2015년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았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작년엔 한국을 피해 갔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16명 중에 임신부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치사율 50%인 황열을 옮기는 모기가 한반도에 정착하지 않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모든 일이 작년에 발생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운이었을 뿐, 당장 올해 현실이 돼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정부의 감염병 대응 시나리오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예컨대 ‘메르스 대응 지침’엔 의심환자 발생 시 지방자치단체와 병·의원이 취해야 할 조치가 28쪽에 걸쳐 상세히 적혀 있지만 초중고교나 회사에서 환자가 나왔을 때 등교 중지나 휴업을 결정할 법적 근거나 기준은 찾아볼 수 없다. 2015년 ‘35번 환자’처럼 100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에 다녀간 환자가 나타나면 어느 범위까지 자가 격리 시킬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감염병 유행에 따른 각종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선 아예 대책이 없다. 아이를 밴 여성이 지카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필연적으로 뒤따를 인공유산 허용 논란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나. 모기 매개 감염병이 창궐해 수많은 생명이 위태로워지면 우리도 중국처럼 ‘불임 모기’를 뿌려 생태계를 조작하는 실험을 벌일 수 있을까. 정부는 윤리학자나 환경학자와 마주 앉아 이 문제들을 검토한 적도 없다. 이런 맥락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모기 매개 감염병 토착화 대응 시나리오’ 개발에 착수한 것은 반길 일이다. 동남아에서 뎅기열에 걸린 채 귀국한 환자가 모기에 물리면 그 모기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토착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2014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뎅기열이 확산된 전례를 감안하면 한국에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질병관리본부는 다양한 돌발 상황을 상정해 우리의 방역 체계가 과연 그에 견딜 수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시험해 주길 바란다. 알베르 카뮈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병은 사라진 게 아니고 책갈피와 방구석에 숨어서 우리가 방심하길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공무원의 상상력이 빈곤하면 혼란은 고스란히 위기로 이어진다. 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 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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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유행 주춤… 환자수 1주새 25% 줄어

     지난해 12월 학교를 휩쓴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한풀 꺾였다. 질병관리본부는 12월 25∼31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가 64.2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주(86.2명)보다 25.5% 감소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독감 유행이 정점은 지난 것으로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 초중고교가 방학을 시작하면서 집단생활을 통한 전염이 줄어든 덕분이다. 실제로 학령기(7∼18세) 환자 비율은 한 주 만에 195명에서 144.2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유아(0∼6세) 환자는 86.5명에서 70.4명으로, 노인(65세 이상)은 17.5명에서 14명으로 줄어 감소세가 모든 연령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현재 유행하는 A형 독감은 더 이상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1, 2월부터 B형 독감이 추가로 유행할 경우 다시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2010, 2011년 겨울 이전엔 독감이 12월경 유행했다가 주춤한 뒤 2, 3월경 다시 유행하는 ‘M자’ 곡선을 그리는 게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올겨울엔 독감 유행이 해를 넘기기 전에 시작돼 이 같은 ‘M자’ 곡선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역학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한편 보건당국은 내년 겨울부터는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을 세분해 특정 지역·연령에서 환자가 갑자기 늘어날 경우 조기에 경보하겠다고 밝혔다. 올겨울엔 학령기 독감 환자가 유행 기준을 초과한 지 3주 만에 늑장주의보를 발표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동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은 “타미플루 등 독감 치료제 유통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 현장에서 품귀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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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10명 중 8명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

    청소년 10명 중 8명은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으로 3일 나타났다. 이 같은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은 우울증이나 자살경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홍승봉 신경과 교수팀은 2011년 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전국 중고교생 2만6395명을 상대로 '청소년 수면건강 연구'를 진행한 결과 2만1명(75.8%)이 잠들기 직전 각종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3일 밝혔다. TV나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9329명(35.3%)으로 가장 많았고, 스마트폰 7450명(28.2%), 게임 3413명(12.9%)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전체 대상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2359명은 전자기기를 틀어놓은 채 잠든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잠들기 전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은 평균 1시간이었다. 이로 인해 주중 평균 취침 시간은 오후 11시 51분이었고, 깨어나는 시간은 오전 6시 27분이었다. 희망 수면시간은 8시간 20분이지만 실제론 6시간 30분밖에 자지 못하는 셈이다. 홍 교수는 이 같은 전자기기 사용 패턴과 학생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교차 분석한 결과, 밤늦게까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습관이 기분장애나 자살 경향성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자기기로 인한 수면 방해 탓인 것으로 추정된다. 홍 교수는 "잠자리에 누워서는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평소에도 정해진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면 관련 국제 학술지 '슬립 메디신' 최근호에 실렸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 201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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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 진드기 바이러스, 가족간 감염 국내 첫 확인

     발병 시 3명 중 1명꼴로 사망하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 밀접 접촉을 통해 가족끼리도 옮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이에 SFTS도 에볼라처럼 환자의 밀접 접촉자를 정밀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근화 제주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팀은 2015년 6월 야생 진드기에게 물린 뒤 SFTS에 걸려 숨진 환자(74)의 아내 A 씨를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NIID)와 함께 검사한 결과, A 씨의 혈청에서 남편의 것과 동일한 유전자 계열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2일 밝혔다. 이 교수는 A 씨가 진드기에게 물린 자국이 없는 점을 들어 남편을 간병하는 과정에서 감염됐다고 추정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열대의학·위생학회 국제학술지(ASTMH)에 게재됐다. 국내에선 2014년 9월 SFTS 환자를 진료한 의사와 간호사 4명이 환자의 체액을 통해 바이러스에 2차 감염된 사례가 있었지만 가족 간 감염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국내에서 신고된 SFTS 환자는 2013년 36명, 2014년 55명, 2015년 79명 등으로 점차 늘다가 지난해 161명으로 급증했다. 2013∼2015년 전체 신고 환자 중 54명(31.8%)이 사망해 통계상 치사율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19.4%보다도 높았다. 이에 따라 SFTS 환자의 밀접 접촉자도 보건 당국이 일정 기간 증상 유무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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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독감 절정… 환자 1000명당 86명꼴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내년 겨울부터 나이와 관계없이 독감 환자라면 누구나 타미플루 등 독감 치료제에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18∼24일 전국 표본감시 병·의원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가 86.2명으로 2013년 독감 표본감시 체계가 정비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기존 최고치인 2014년 2월 둘째 주 64.3명보다 34.3%나 많다. 특히 학령기(7∼19세) 환자 비율은 195명으로 전주(152.2명)보다 크게 늘었다.  초중고교 방학이 시작된 이번 주 초부터는 전체 평균 독감 의심환자 비율이 26일 78.8명, 27일 64.2명 등으로 조금씩 줄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아직 유행이 정점을 찍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올겨울 독감이 이처럼 크게 확산된 이유가 예방접종 시기를 놓친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올가을 독감 가이드라인을 통해 “예방접종을 최대한 빨리 시작하라”고 권했지만 우리 보건당국은 접종 홍보를 10월에야 시작했고, 국회가 5세 이하 어린이에 대한 무료접종 추경예산을 배정했지만 대상을 6∼12개월 영유아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9월 둘째 주부터라도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력히 제안했지만 정부가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지금이라도 독감 백신을 맞으라”고 당부하지만 일선 병·의원에선 백신이 동났다며 환자를 돌려보내는 사례가 여전히 적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무료접종 대상 연령과 시작 시기는 감염병 전문가로 구성된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백신 수급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백신 핫라인 홍보를 강화해 수급에 이상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타미플루, 한미플루, 리렌자 등 독감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독감 치료제가 유행 억제와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검증됐지만 잘못 복용하면 환각, 환청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점도 감안해 보험 급여 확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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