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 노리는 또 하나의 적 ‘만성 콩팥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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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콩팥병’ 조기진단이 중요


 지난해 말 어머니(56)에게 건강검진을 시켜준 한모 씨(31)는 어머니의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왔다는 말에 재검진을 요청했다. 결과는 만성 신부전(콩팥병)이었다. 식이요법에 실패하면 평생 혈액투석을 받거나 신장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에 한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만성 콩팥병은 소변을 만들어내는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탓에 몸속에 노폐물이 쌓이는 질환이다. 신장에 붙어 있는 혈관 꽈리인 사구체의 여과율에 따라 1∼5기로 나뉜다. 신장 기능이 정상의 10% 이하로 떨어진 5기(말기) 환자는 콩팥을 이식받거나 투석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콩팥은 혈압과 골밀도를 유지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만성콩팥병 환자의 71.3%는 고혈압을 함께 앓고 있고 골절 위험도 높다.

 콩팥병은 조기 진단이 필수다. 혈액투석을 받을 정도로 콩팥병이 심해지면 신체적 정신적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진료비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손현순 차의과대 약학대학 교수팀이 2002∼2013년 만성 콩팥병으로 혈액투석을 받은 환자를 분석해보니 1명당 연간 진료비는 2002년 1440만 원에서 2013년 2573만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혈액투석 환자의 40.2%가 우울 증상을 경험했다는 연구도 있다.

 건강검진에서 초기 증세가 포착됐다면 음식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나트륨을 제한해야 한다. 고단백 식단은 요독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소금을 하루 5g 이하로 섭취하고, 김치나 젓갈 등은 피하는 대신 향이 있는 채소나 후추, 마늘 등으로 맛을 내는 게 좋다. 김순배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병 환자에게는 채소와 과일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도 심장마비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고령자의 증가와 함께 급격히 늘고 있다. 2008년 8만3000명이던 만성 콩팥병 환자는 7년 만인 2015년 배가 넘는 17만2000명으로 증가해 모든 만성질환 중 환자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진료비는 2015년 기준 1조5671억 원으로, 전체 질환 중 고혈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는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3%에 해당한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는 전체 환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표본 조사에 따르면 성인 9명 중 1명은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2014년 인구에 대입하면 427만 명이다. 하지만 그해에 만성 콩팥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5만8000명(3.7%)에 불과했다.

 의료계에선 만성 콩팥병을 미리 잡아낼 수 있도록 당뇨병 환자나 고령자 등 취약군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만성 콩팥병 검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질환이 말기에 이르는 것을 예방해야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도 줄어든다는 취지다. 김성남 대한신장학회 보험법제이사는 “국내 혈액투석 환자의 약 22%는 의료급여 수급자인데, 이들에게 적용되는 수가는 14만6120원으로 원가(15만6000원)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고령화사회#만성 콩팥병#건강검진#만성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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