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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재무설계사(AFPK), 선물 자격증 같은 스펙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 조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 합니다.” 7일 제주대 아라캠퍼스 경상2호관 대강당.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 채널A, NH농협은행, 제주대가 함께 주최한 ‘찾아가는 2017 청년드림 금융캠프’에 240여 명의 학생이 몰려 좌석을 가득 채웠다. 이날의 특별강연자는 이경섭 NH농협은행장. 그는 “정해진 룰에 적응하기보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새로운 발상을 하려고 노력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선주 농협은행 청주교육원 교수의 취업 관련 특강이 있었다. 강연장 밖에서는 NH농협은행 제주영업부 직원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신용 관리 및 진로 등에 대한 일대일 상담을 진행했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라” 이 행장은 “주위 사람들이 ‘농촌스럽게 생긴 당신(이 행장)은 농협은행에 안 들어갔으면 행장까지 못 됐을 것’이라고 한다. 내가 그렇게 농촌스럽게 생겼나”라고 운을 뗐다. 학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경북대를 졸업하고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입사할 무렵에는 외국은행, 대형은행이 인기가 높았는데 저는 국내 농업, 농촌을 지원하는 농협에 끌렸습니다. 남들 다 가는 곳 따라갔으면 외환위기 때 (외국자본에) 넘어간 은행이 많았으니 저도 어려움을 겪었을 겁니다.” 이 행장은 ‘남들이 선호하는 곳보다 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집중하라’고 거듭 조언했다. 그는 “입사 면접에서 ‘차(車)에 대해 얘기해 보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대답을 내놓겠느냐. 차량 증가에 따른 대기 오염 같은 얘기로는 주목받기 어렵다. ‘장기판의 차처럼 앞으로 직진하는 삶을 살겠다’는 패기와 창의성을 보이면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범적인 답변이 아닌, 뜻밖의 아이디어를 내놓는 ‘엉뚱한 사람’을 뽑겠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핀테크(기술금융) 확산,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등으로 전통적인 은행업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은행이 이 안으로 들어갔다. 뱅킹(banking)은 남아 있지만 뱅커(banker)는 사라져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사업, 기존과 다른 영업 방식 등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올해 3월 농협은행이 선보인 ‘스마트 고지서’를 소개했다. 이는 스마트폰에서 자동차세, 재산세 등 지방세 고지서를 받아 바로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 기존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우체국을 통해 세금 고지서를 가정마다 전달했다. 집마다 이를 금융기관에 내면 해당 기관이 지자체에 통보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이 이를 간소화한 서비스를 내놨고 가입자가 5만 명을 돌파했다. 이 행장은 “금융과 세금 업무가 결합해 새로운 사업이 나온 것인데 이런 아이디어를 가진 창의적인 사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독서와 체험 통해 창의성을 길러라” 학생들은 그런 ‘창의적 인재’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해했다. 이 행장은 “정도(正道)는 없지만 풍부한 독서나 다양한 체험이 중요하다”며 “나도 책을 읽거나 다른 경영자 등을 만나면서 많이 배운다. 사내 스터디모임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질문 공세가 강연장 열기를 더 뜨겁게 했다. 한 학생이 “은행은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고 농협은 농민을 위한 곳이다. 그렇다면 농협은행은 이 두 가치 간 충돌이 일어날 때가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대처하시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 행장은 “마치 기자회견장에 와 있는 것 같다. 학생들 질문 수준이 전문 기자만큼 높다”며 웃었다. 이어 “농협은행의 주 수익은 도시민에게서 나온다. 수익금을 농협으로 보내면 농협이 농촌과 농업을 위해 쓴다”며 “농협은행을 많이 찾아 달라”고 답했다. 강연이 끝난 뒤 이해창 씨(22·관광개발학과 2학년)는 “은행장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매우 유익했다. 사인을 해달라”며 이 행장에게 흰색 티셔츠를 내밀었다. 이 행장은 ‘처변불경 처변불경(處變不驚 處變不輕)’이라는 한자 성어를 이름과 함께 써줬다. 이는 ‘어떤 일이 닥쳐도 놀라지 말고, 좋은 일이 생겨도 가볍게 처신하지 말라’는 뜻. 김동호 씨(23·경제학과 3학년)는 “스펙이 아니라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마리아 씨(23·여·경영학과 4학년)는 “보통 취업 관련 강연에 가면 업체 복리후생이나 자기소개서 쓰는 법 같은 것만 알려주는데 이번 행사에선 ‘어떻게 직업을 찾는 게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설명해줘서 더욱 고마웠다”고 말했다.제주=김성모 기자 mo@donga.com}
내년 경제성장률이 수출 및 투자 부진으로 인해 올해보다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6일 ‘2018 경제 및 중소기업 전망’ 보고서에서 대내외 악재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이 연구소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2.8%)보다 소폭 낮은 수치다. 연구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가계부채의 경착륙, 건설경기 침체 등의 변수로 내년은 불안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예측했다. 부문별로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 복지제도 확충 등 정부의 가계소득 증대 정책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2.3%에서 내년 2.6%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미중, 한중 등 국제 통상 마찰과 북핵 리스크 등으로 수출 증가율은 10.9%에서 4.1%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 역시 12.8%에서 5.1%로, 건설투자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의 영향으로 8.3%에서 5.6%로 각각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개인 간 거래(P2P) 대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연체율도 급증해 부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는 지난달 말 현재 회원사들의 누적 대출액이 한 달 전보다 6.7% 증가한 1조5722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항목별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5133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부동산 담보대출(3889억 원), 신용대출(3641억 원), 기타 담보대출(3051억 원) 순이었다. 다만 대출 규모와 함께 부실 가능성도 높아졌다. 30∼90일간 상환이 지연된 비율을 나타내는 연체율은 지난달 말 6.01%로 전월(2.99%)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90일 이상 장기 연체한 부실률도 0.92%에서 1.13%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 P2P 대출 업체 관계자는 “홈쇼핑업체들이 2, 3개월 만기의 단기 대출을 받았는데 원금 회수가 일시적으로 늦어짐에 따라 전체 연체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장은 “회원사 57곳을 대상으로 투자 위험 고지 등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회원사들의 준수율이 평균 99.1%로 안정적이었다”며 “안정적인 P2P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어디 보자. 짚으로 지은 집이 있었어. 나무로 지은 집이 있었어. 벽돌로 지은 집이 있었어. 그 다음은 어떻게 되지? 거주자 협회를 만드나? 아가야, 미안. 나쁜 늑대가 없으면 이야기 자체가 되지 않아. ―‘템테이션’(더글라스 케네디·밝은세상·2012년) 》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의 어린 딸은 책의 끝 부분에서 아빠에게 ‘아기 돼지 삼형제’를 들려달라고 조른다. 한 가지 전제도 단다. ‘나쁜 늑대’는 빼고 이야기해 달라는 것. 아미티지는 스토리를 만들다가 “이야기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포기한다. 어떤 이야기라도 이야기에는 위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에서 ‘위기 없는 인생이 있을까’ ‘한 번의 성공은 영원할까’ 같은, 어찌 보면 진부할 수 있는 물음을 던진다. 하지만 더글라스 케네디 특유의 빠른 스토리 전개는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책의 중반부에 이르면 어느 순간 독자가 아미티지가 된 듯한 느낌까지 준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11년간 작품 하나 팔지 못한 무명 시나리오 작가인 주인공은 어느 날 그의 작품이 지상파 시트콤으로 제작되면서 돈 잘 버는 할리우드 작가로 ‘꽃길’을 걷는다. 그는 아내를 떠나 새 여자를 만나고 인기에 취해 살아가다가 ‘상습 표절 작가’로 내몰리면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빈털터리가 된 아미티지는 서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한다. 그러던 중 자신이 시나리오를 써 준 억만장자가 그를 추락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복수를 통해 명예와 부를 되찾는다. 주인공은 책의 끝 부분에서 “우리는 누구나 나쁜 늑대의 그림자 아래에 있다”고 말한다. 삶은 크고 작은 위기의 연속으로 짜여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는 누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작가는 ‘자기 자신’을 지목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남 탓으로 돌리지만 결국 매 순간 선택의 권한을 쥔 것은 자기 자신이란 의미다. 책에 등장하는 억만장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스스로 선택한 일에 희생된 거예요. 인생은 그런 겁니다. 누구나 선택을 하고 선택에 따라 상황이 바뀝니다.” 책에서 주인공은 위기를 극복했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못할 때도 많은 것 같다.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들처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몰락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혹시 한 번의 성공을 ‘영원한 성공’으로 착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뉴스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이 책이 떠올랐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은행들이 사상 최대 수익을 거뒀지만 고용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핀테크 등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은행들이 점포와 인력을 줄이고 모바일과 온라인 영업을 강화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정보 분석업체 재벌닷컴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 등 주요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이 6조4596억 원으로 작년 동기(4조6294억 원)보다 39.5% 증가했다고 5일 밝혔다. 반면 이 기간 일자리는 줄었다. 해당 은행들의 직원 수는 지난해 6월 말 7만8335명에서 올해 6월 말 7만4457명으로 3878명(5%)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돈을 가장 잘 벌었지만 인력 감소폭이 컸다.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개 은행 중 가장 많은 1조4842억 원이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56.4% 뛰었다. 그러나 이 기간 직원 수는 333명이 줄었다. 국민은행도 영업이익이 9317억 원에서 1조3215억 원으로 41.8% 늘어나는 등 좋은 실적을 냈지만 직원 수가 2만429명에서 1만8159명으로 2270명(11.1%) 줄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각각 43.5%, 33.6% 증가했다. 반면 직원 수는 각각 204명, 1271명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올해 들어 점포 300여 곳을 정리했다. 비(非)대면 영업이 전체의 80%가 넘는 상황이라 기존 점포는 줄이면서 모바일 채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바꾼 결과다. 한편 은행 5곳의 상반기 기부금은 지난해 601억 원에서 올해 446억 원으로 25.8% 줄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서른다섯에 회사를 나왔더니 내가 가진 자격증이란 운전면허증밖에 없더군요.” 동화은행 퇴직자 최기영(가명·54) 씨는 1998년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너무 답답했다”고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실업은 예고 없이 닥친다.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저성장과 무한 경쟁, 상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당시 증자 계획안에 따르면 동화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부실 은행의 판단 기준인 8%를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 은행 직원들은 퇴출 발표 직전인 6월 27일까지 정상 근무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증자 계획의 현실성이 불충분하다고 퇴출시켰다. 실직을 예상치 못한 직원들은 몇 개월 치 월급에 해당하는 퇴직금만 받고 나왔다. 이들의 안정을 위해 1998년 노사정위원회가 수차례 권고안을 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노사정위원회는 △4급 이하 직원 최대한 고용 △장기 직업훈련 및 취업 알선 △인수은행 신규 채용 시 가급적 우선 선발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1998년 9월 30일 기준으로 신한은행은 동화은행의 4급 이하 퇴직자 1532명 중 357명(23.3%)만 채용했다. 당시 동화은행을 포함해 퇴출 은행 5곳의 직원 8950명 중 942명만이 인수은행에 재고용됐다. 전국은행연합회에 전직금융인 취업센터가 마련되긴 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시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시중은행협의회 의장으로 노사정위원회 협상 멤버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당시 정부는 구조조정에 급급해 퇴출자들이 사회에 정착하도록 노력한다고 말만 할 뿐 이행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퇴직자 다수는 재기에 실패했다. 2004년 동아일보가 동화은행 퇴직자 22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5.5%가 소득이 하락했고, 19.6%는 빈곤층(연소득 1380만 원 이하)으로 전락했다. 박선철 동화은행 노조위원장은 “연락이 닿지 않는 분들은 대부분 더욱 괴롭게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에서 실업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실업급여를 확대하고 실직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업대책이 제대로 마련돼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고 급변하는 산업환경에도 적극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스트리아식 모델도 제안됐다. 이용득 의원은 “(비정규직처럼)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이들을 대변하는 ‘노동회의소’를 설립하고 실업수당 지급과 성장 산업으로 전직하기 위한 직업훈련 등 산업, 노동, 복지 정책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김성모 기자}

1998년 6월 29일 동화은행을 포함한 퇴출 은행 5곳의 명단이 발표됐다. 동화 동남 대동 경기 충청은행이었다. 5개 은행 퇴출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 지원을 해주면서 내건 조건이었다. 신한은행은 5곳 중 한 곳인 동화은행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했다. 부실 은행의 우량 자산과 부채만 인수하는 것이다. 고용 승계 의무는 없었다. 3개월간 명동성당에서 은행 퇴출을 반대하는 농성이 끝난 뒤 한솥밥을 먹던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동화은행 직원들은 이후 매년 6월 29일마다 모인다. 그들만의 ‘제삿날’이다. 모이는 사람은 점점 줄어 이제는 20∼30명 수준에 머문다. 퇴직자 중 잘 풀린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고된 삶을 살아왔다. 일부는 지병으로 죽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동화은행 퇴직자 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숨기고 싶은 민낯 그 자체였다.19년 후 손에 쥔 건 빚뿐 퇴직 이후 김상훈(가명·52) 씨의 첫 직장은 지인의 소개를 받은 포장마차였다. 낮엔 장을 보고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닭발과 곰장어, 조개구이를 팔았다.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요리를 배워가며 일을 익히길 6개월. ‘실업 광풍’ 속에 김 씨처럼 사정이 절실한 누군가가 그의 자리를 꿰차는 바람에 일을 그만뒀다. 이후 6년간은 심부름센터, 택배, 신문 배달을 전전했다. 2005년부터 법인택시를 운전했지만 2년 뒤 회사가 망했다. 입에 풀칠은 해야 하니 막노동을 했다. 벽돌과 나무를 나르고 가로수를 벴다. 하지만 한 달 만에 허리디스크가 왔다. 2008년부터는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19년간 열심히 살았건만 수중에 남은 건 5000만 원의 빚뿐이다. 외환위기 전 선후배들에게 선 보증 1억 원이 고스란히 그에게 왔다. 19년간 나를 위한 대출은 한 푼도 받지 않고 남의 빚을 갚으며 살아왔지만 아직도 절반이 남은 것이다.원청 죽으면 하청도 같이 죽는다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고 곧 죽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동화은행을 나온 후 8년간 묵혀둔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최기영(가명·54) 씨는 2006년 발작성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지금도 가끔 이런 고통이 그를 찾아온다. 최 씨는 은행을 나온 뒤 학교 선배가 운영하는 조경회사로 옮겨 재무를 맡았다. 회사는 자주 돈이 부족했다. 그럴 때마다 최 씨는 자꾸 자기 돈을 집어넣었다. 이때부터 그는 공황장애를 앓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아예 회사를 인수했다. 인수하자마자 원청회사인 풍림산업은 자기네 미분양 아파트를 사라고 강매했다. 사자마자 1억 원의 손해를 봤다. 2012년엔 매출의 90%를 차지하던 풍림산업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같이 망했다. 최 씨는 “직원들 다 내보내고 4개월은 매일 혼자 사무실에 출근해 멍하니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4년 전부터는 전국을 다니며 전기절감 기계를 팔고 있다. 월급은 없고 팔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이 일만으로는 집에 생활비도 주기 어려웠다. 지난해 5월부터는 1주에 3, 4일씩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삼수생 아들의 학원비는 아내가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며 댄다. 최 씨에겐 총 2억 원의 빚이 있다. 그중 1억 원은 지인들에게 빌린 돈이다. 최 씨는 “사실 은행 빚 갚는 건 이미 포기했다. 날 믿어준 지인들에게 빌린 돈만은 꼭 갚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정규직과의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계약직 이정우(가명·50) 씨는 동화은행 퇴직 후 19년간 직장을 7번 옮겼다. 그중 6번이 계약직이었다. 그리고 내내 정규직과의 차별 속에 살았다. 1998년 이 씨는 운 좋게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입사했다. 2년 뒤 과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정규직 과장은 연봉 4000만 원을 받는데 그는 3000만 원을 받았다. 적은 연봉을 불평하니 정규직 직원들은 “이미 전 회사(동화은행)에서 많이 받지 않았느냐”고 비아냥댔다. 이 씨는 “다른 직장으로 옮긴 뒤에는 노조에 가입할 수도 없었고 회의도 따로 했다. 승진에서 물 먹기도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위성환(가명·46) 씨도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9번 옮겼다. 한 곳에서는 회사가 영업정지를 맞아서, 다른 곳은 회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서, 또 다른 곳은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서 그만뒀다. 바로 직전에 다녔던 한 저축은행에서는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애 딸린 동료 팀장이 불쌍해서 “처자식 없는 내가 희생하자”면서 회사를 때려치웠다. 전병곤(가명·53) 씨가 동화은행에서 나온 뒤 할 수 있는 일은 자영업뿐이었다. 이듬해 KB국민은행 경력사원 채용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은행 퇴출 직후 채무불이행자가 돼 최종 합격자 명단에서 빠졌다. 처음엔 회사 선배와 무역업을 준비했지만 사기를 당해 시작도 못 하고 접었다.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에서도 일했지만 월급은 거의 받지 못했다. 2001년 시작한 애견사업은 2003년 신용카드 대란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폐업해야만 했다. 현재는 단위 농협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전 씨는 “인생의 황금기인 30, 40대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속을 걷는 기분으로 살았다”며 긴 숨을 내쉬었다.강유현 yhkang@donga.com·김성모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조이기에 나섰지만 지난달 개인 신용대출과 집단대출, 주택담보대출이 모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간 신용대출의 증가 폭은 2016년 이후 가장 컸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주요 은행의 지난달 말 현재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95조6265억 원으로 전월 대비 1조7729억 원 늘었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까지 합치면 신용대출 증가량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신용대출로 대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가을 이사철 수요가 많아졌고 지난달에 긴 추석 연휴가 끼면서 신용대출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9월 해당 은행들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52억 원 줄었다. 지난달 아파트 집단대출 잔액도 115조2861억 원으로 전월 대비 1조3790억 원 늘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분양되는 아파트가 많아 중도금 대출 수요가 꾸준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가 주춤했다. 5개 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73조2342억 원으로 전월(371조5900억 원) 대비 1조6442억 원 증가했다. 증가 폭이 9월(2조5887억 원)보다 줄어든 것이다. 서울의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앞으로 대출 규모는 다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지난달 31일 ‘2017 리스타트 잡페어’ 행사장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시간선택 유연근무제를 통해 적자인 면세점 사업을 흑자로 돌린 재일교포 사업자의 사례를 들었다. 시간선택제가 여성의 일자리를 늘리면서 기업의 경쟁력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총리의 견해였다. 올해로 5년째 리스타트 잡페어에 매년 참가하면서 경력단절 여성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에 노력한 IBK기업은행과 스타벅스코리아는 5년간의 인사 실험을 통해 성과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경력단절 여성을 고객이 많이 몰리는 피크 타임에 배치하니 기존 행원, 은행에도 이득이었다”며 “일자리도 늘리고 경쟁력도 높이는 ‘윈윈 전략’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석구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당사자가 원하면 4시간 근무에서 8시간 근무로 전환하는 등 업무를 자율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승진에도 전혀 차별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도 두 업체의 부스에 구직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경단녀가 일하기 좋은 회사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기업은행과 스타벅스는 최근 5년간 각각 278명, 107명의 경단녀를 채용했다. 임주영 기업은행 인사부 차장은 “시간선택제 채용을 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경력이나 희망 업무를 먼저 제시하는 구직자가 많아졌다”며 “기존 직원들도 반일제로 근무할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하는 등 업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타트 잡페어 관람객들도 경단녀 채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시간선택제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 일부 업체만 적극적으로 도입했거나 직원을 뽑아도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 광진구에서 온 손지영 씨(33·여)는 “경력이 단절되면 나이 등 제한이 너무 많아 지원서를 쓰기가 힘들다”며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채용 직군을 따로 만들면 출산 장려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유니 씨(27·여)도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정부가 많이 독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은행에 들어서니 로봇이 말을 걸어왔다. 150cm가 안 되는 키에 목소리도 남자 어린이 톤이었다. 신기한 건 ‘눈맞춤’을 한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움직일 때마다 로봇의 고개가 따라 움직였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고 팔을 휘젓는 게 사람 흉내를 곧잘 냈다. 하지만 상품 안내는 기대에 못 미쳤다. 금융권이 인공지능(AI)을 통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실물 로봇’의 갈 길은 아직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근무하는 로봇 은행원 ‘페퍼(Pepper)’를 만나봤다. ○ 눈 맞추고, 답변 척척…로봇행원 ‘페퍼’ 우리은행은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만든 감정인식 로봇 페퍼를 지난달 초 본점영업부, 명동금융센터, 여의도금융센터에 설치했다. 이 로봇은 인간의 표정이나 목소리 등을 인식할 수 있어 감정로봇으로 불린다. 우리은행은 시범 운영에선 이 기능을 구현하지 않았다. 페퍼의 대당 가격은 약 2000만 원으로 한 번 충전으로 8시간 일할 수 있다.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2∼4시다. 페퍼는 고객들의 업무에 따라 창구를 안내하고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능은 크게 ‘창구 안내’와 ‘페퍼와 함께하기’ 두 가지다. 기자가 “페퍼”라고 부르자 로봇이 “고객님 어떤 업무 보러 오셨어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펀드”라고 말하자 해당 창구를 안내했다. ‘페퍼와 함께하기’는 페퍼 몸통에 달린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면 된다. 해당 항목을 누르면 예금, 대출, 보험, 카드 등 4가지 항목에서 우수 상품을 3개씩 추천한다. 다만 상품명만 나오고 금리나 가입 요건 등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선은 로봇과 고객이 대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자세한 상품 설명은 창구에서 받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페퍼는 간단한 질문에 답변을 내놓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기자가 온도와 날씨 등을 묻자 또박또박 현재 상황을 읊었다. “핀테크”라고 말하자 사전에 나오는 정의를 읽어줬다. “사랑”이라고 말했을 땐 “그 말 그대로 되돌려드릴게요∼”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있는 정보들은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로봇 갈 길 멀지만 행원 미래 밝지 않다” 전반적으로 체험해본 결과 페퍼는 신기하긴 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페퍼가 알려주는 것이 대부분 스마트폰을 통해 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또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손님을 안내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제자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용도에 그쳤다. 실물 로봇의 갈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페퍼를 지켜보는 은행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은행창구 일을 로봇이 대신해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행원은 소득이 높고 구직자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지만 최근 10년 내에 사라질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3대 은행은 디지털화로 10년 동안 3만2500명을 줄이기로 했다. 올해 들어 국내 주요 은행들도 채용 형태를 직군별로 더 세분화하고 디지털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새로 들어온 디지털에 강한 행원들한테 기존 행원들이 밀리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며 “또 인공지능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행원의 미래가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이윤수 전 아프로시스템 대표이사(53·사진)를 아프로신용정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1일 밝혔다. 부산대 경영학과를 나온 이 신임 대표이사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아프로파이낸셜 회계부문 임원 등을 지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자, 이제 매트리스 시트만 교체해주시면 됩니다. 집에서 하는 것처럼 똑같이 해주시면 됩니다. 마지막에는 시트 아래쪽이 보이지 않도록 이불로 덮어주시면 됩니다.”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엔 특급호텔에 있을 법한 침대가 등장했다. 숙박시설 예약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야놀자’가 40, 50대 중장년 여성을 상대로 호텔 침구 정리와 객실 관리를 담당하는 ‘하우스키핑 코디네이터’를 뽑기 위해 마련한 체험 부스다. 윤귀순 씨(59·여)는 야놀자 직원의 설명에 따라 호텔 침구 정리를 시도했다. 서툰 손놀림이었지만 한껏 어질러져 있던 침구는 5분여 만에 새 침대처럼 말끔히 정리됐다. 결혼 후 30여 년간 계속 일을 했던 윤 씨는 5월 경기 평택에서 서울로 이사한 뒤 새 일자리를 구하는 중이다. 급한 대로 이달 초 식당일을 시작했지만 하루 12시간이 넘는 고강도 업무에 몸이 버티지 못했다. 일주일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윤 씨는 “낯설지만 직접 해보니 식당일보다는 한결 수월했다.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며 “‘다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젠 희망이 보인다”고 웃었다. 31일 열린 ‘2017 리스타트 잡페어’ 현장은 윤 씨처럼 새 희망 일자리를 찾으려는 경력단절여성과 신중년 구직자로 북적였다. 구직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으려고 상담 부스를 오가며 꼼꼼히 살폈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공공기관 4곳이 차린 부스에는 취업 상담을 받으려는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여성 구직자들에게 적성에 맞는 직종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맞춤형 취업 상담을 제공했다. 5년째 리스타트 잡페어에 참가해 취업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최문용 서울과학기술여성새로일하기센터장은 “자녀가 아직 어린 경단녀는 유연근무가 가능한 곳이 어디인지, 중장년 여성들은 과거 경력을 살릴 수 있을지를 가장 궁금해한다. 이런 수요와 적성, 경력에 맞춰 맞춤 구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온 함영환 씨(60)는 관람객 인파 속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벨벳 재킷에 갈색 스카프를 두른 옷차림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화장품 업계에서 오래 일을 해서 동년배보다 옷 입는 데 센스가 있다”며 웃었다. 1981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한 그는 30년 넘게 화장품 업계에서 일했다. 2001년 회사를 나와 작은 무역회사에서 이사로 재직 중인 함 씨는 새 일자리를 찾고 있다. 함 씨는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있어서 화장품 관련 업체가 있으면 작은 일이라도 해보고 싶어 찾아왔다. 정규직까진 바라지 않고 내 경험을 나누면서 재밌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년층이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경력을 나눌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면 회사에서도 손해 볼 것이 없는데, 소극적이다. 영화 ‘인턴’처럼 중·장년층 활용 방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IBK기업은행 부스에 10여 분간 머물며 시간선택제 채용이 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질문하며 관심을 보였다. 시간선택제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 경쟁력도 키우는 방안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현장에서 시간선택제나 유연근무제가 기업에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물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고객이 많이 찾는 피크 타임에 인력을 더 배치해 부담 없이 효율적으로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기업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시간선택제 기간을 10개월로 제한한 것을 풀어 연속성을 높이고 하나의 일자리체계로 정착시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네덜란드도 시간선택제를 활용해 정규직을 늘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총리는 “한 재일동포 사업가가 적자였던 면세점 17개를 흑자로 돌린 비결을 알아보니 비결은 시간선택제였다”며 “중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중국인을 고용해 인건비는 낮추고 효율은 높인 것이 주효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금융업계가 좋은 견본이 될 수 있다. 시간선택제, 유연근무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격려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김성모 기자}

“사진 찍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렸지만 예쁘게 잘 나와서 자신감이 생긴다. 꼭 취업될 것만 같다.” 주부 강은영 씨(47)는 자신의 이력서 사진을 받아 보고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작은 일이라도 찾아보려고 나왔는데 사진부터 찍게 됐다. 얼마 만에 이력서 사진을 찍었는지 모르겠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2017 리스타트 잡페어’에는 일자리 부스뿐만 아니라 취업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종합상담관’, 타로 카드 상담, 소품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는 ‘이벤트 체험관’ 등이 마련됐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은 무료로 이력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무료 이력서 사진촬영관’이었다. 종합상담관 중 하나인 이곳에는 오전 10시부터 20여 m나 줄이 늘어섰다. “지금 정신없다”며 간신히 입을 뗀 사진사는 “‘뽀샵(포토샵)으로 예쁘게 해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다”며 웃었다. 바로 옆 ‘무료 이미지 메이킹 상담’ 부스도 온종일 북적였다. 이곳에서는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구직자들의 의상이나 화장, 머리 손질 등을 조언해 준다. 스타일리스트는 개인별로 어울리는 옷 색깔 등을 추천했다. 거울 앞으로 자리를 옮겨 머리 손질도 해줬다. 거울을 보던 채영순 씨(60·여)는 “좀 예뻐진 것 같으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는 “중장년층은 인터넷에 미숙하다 보니 어디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며 “일자리도 찾고 이런저런 조언도 들을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종합상담관의 ‘인·적성 검사’ 코너도 빈자리가 나질 않았다. 자신의 성격을 분석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지원자들이 몰렸다. 이곳에 들른 관람객들은 취업포털 잡코리아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인·적성 검사를 받았다. 상담을 받고 나온 한 50대 남성은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젊을 때 하고 싶었던 일과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달라진 것 같다. 검사가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벤트 체험관’은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체험관은 취업, 진로에 관한 궁금증을 타로 카드로 살펴보는 ‘취업 타로 카드 상담’ 부스와 장미볼펜, 컵받침, 손수건, 에코파우치 등 각종 소품을 만들 수 있는 부스들로 구성됐다. 일부 관람객은 옷에 물감이 묻는 줄도 모른 채 소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스마트 기기로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스마트 캐리커처’ 부스도 인기였다. 체험장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보였다. 엄마, 남동생과 행사장을 찾은 취업준비생 황소정 씨(23·여)는 “다들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이런 체험 공간이 같이 마련돼 있어서 좋았다. 취업 압박을 좀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시중은행들이 하반기(7∼12월) 채용에 돌입했다. 은행들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관련 정책을 쏟아내는 데에 맞춰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확대했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난 2000여 명을 뽑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최근부터 지원자의 ‘스펙’ 정보 없이 직원을 채용하는 ‘블라인드 방식’을 잇달아 도입했다. 신한은행도 일부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했다. 입사원서에 직무와 관련 없는 항목은 ‘삭제’하고 분야별 직무와 관련된 역량 및 경험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증명사진 등 역량과 관계없는 항목들은 없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스펙보다 철저하게 직무 역량을 파악해 뽑고 있다. 직무도 분야를 세분해 이에 맞는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총 810여 명을 뽑는 이번 채용의 핵심으로 ‘직무분야별 채용’을 꼽았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8일까지 입사원서를 접수받고 채용 전형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 측은 “이번 채용에 위성호 행장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 은행업을 다시 정의하고 이에 맞춰 채용 방식을 세분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직무를 △디지털·빅데이터 △글로벌 △정보기술(IT) △투자은행(IB)·자금운용·리스크 △기업금융·자산관리(WM) △개인금융 등 6개 항목으로 나누고 분야마다 맞춤형 채용 전형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디지털·빅데이터 분야는 정형화된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수행 과제에 대한 아이디어와 해결 방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지원자들의 직무 역량이나 성장 가능성을 심도 있게 검증한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기존 채용 공고에서 볼 수 없었던 채용 분야별 직무, 필요역량을 담은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를 제공해 지원자가 본인에게 적합한 분야를 확인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맞춰 채용관련 정보를 디지털 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했다. 해외 지원자를 위해 화상 면접을 실시하는 등 디지털 매체를 채용 과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분야별로 최적의 인재를 찾아낼 수 있도록 현업에 있는 전문가들을 면접관으로 구성했다. 각 현업 부서 전문가들이 서류 전형부터 실무, 최종 면접까지 주도적으로 평가와 선발을 진행했다. 직무 역량에 대한 충분한 검증 후 최적의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의 획일화된 채용에서 벗어나 직무별로 역량을 집중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당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의 대출금리 급등세에 제동을 걸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동향 점검회의에서 “은행들이 합리적 이유 없이 금리를 인상하면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의에는 박세춘 금융감독원 부원장,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이 참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회의에서 “은행들이 가산금리 등 대출금리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도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이 지나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출금리에 개입하고 나선 것은 최근 각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대출 이자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상품의 경우 금리가 연 5%까지 치솟았다. KEB하나은행은 23일 5년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최고 5.047%로 높였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모두 4%대 후반으로 뛰었다. 이 같은 대출 이자의 상승은 지난달부터 본격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은행들의 신규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연 3.41%였다. 올 8월보다 0.02%포인트 오른 것이며, 지난해 9월(연 3.03%)보다는 0.3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특히 올 8월 사상 처음 3%대로 떨어졌던 신용대출 금리는 한 달 만에 0.31%포인트 오른 연 4.09%로 집계됐다. 금융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갈수록 까다로워지자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높이면 대출금리는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앞으로 더 오르면 영세 사업자 등 생계형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빚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며 “리스크, 목표이익률, 업무 비용 등 은행들의 가산금리 산출 과정이 금융권의 모범규준에 맞는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비중이 작아졌다는 점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는 금리 상승기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9월 은행 신규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비중은 30.0%로 8월보다 2.8%포인트 떨어졌다. 3년 7개월 만의 최저치다. 김성모 mo@donga.com·이건혁 기자}

현재 연 20% 이상인 카드사들의 연체금리가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대출이 연체될 때 일괄적으로 법정 최고금리 수준의 연체이자를 물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시중은행처럼 신용도에 따라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만 더하는 방식으로 이자 산정 방식이 바뀌게 된다. 규정이 바뀌면 카드사의 연체금리는 지금보다 10%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신금융협회는 26일 금융감독원에서 각 카드회사 실무자들이 모여 연체금리 체계 개선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24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전 금융권의 연체금리 산정 체계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6∼9%포인트인 은행권 연체 가산금리를 3∼5%포인트로 낮추도록 유도했다. 카드사들도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카드업체들은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각 대출별로 미리 정해놓은 연체금리를 부과하다가 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추가로 올렸다. 예를 들어 대출자들이 처음 받은 금리 수준과 관계없이 한 번 연체가 되면 21∼24%의 금리를 부과하고 상환이 더 늦어지면 법정 최고금리인 27.9%까지 이자를 올리는 식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카드사에도 은행의 연체이자 산정 체계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중은행은 대출 연체가 발생하면 기존 대출 금리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해 연체금리를 매긴다. 가령 연 3% 금리의 대출자가 만기일에 상환하지 못하면 기간에 따라 6∼9%포인트 가산금리가 더해져 9∼12%로 금리 수준이 오르는 것이다. 기존 20%대의 높은 금리 수준과 비교하면 연체금리가 최대 10%포인트 이상 내려가는 효과가 생긴다. 금융 당국과 카드사들은 이 같은 은행권의 연체이자 산정 방식을 포함한 다양한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존의 연체금리는 징벌적인 성격이 강했다. 가계의 연체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부 정책에 호응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현 체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사의 대출은 소비자가 급하게 필요로 하는 돈이 많기 때문에 부실이 발생할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만약 연체금리를 일괄적으로 낮추면 카드업체들이 그에 따른 손실을 일반 대출자들의 기본금리에 반영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성실하게 빚을 갚는 사람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금서비스는 급전 대출이라 은행 대출과 성격이 크게 다르다”며 “카드사들이 리스크를 감안하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금리를 높게 받지 않으면 전반적인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신한카드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선보인 ‘딥 드림(Deep Dream)’ 카드가 출시 2주 만에 10만 장 발급을 돌파했다. 이 상품은 전월 이용실적, 적립한도와 관계없이 전 가맹점에서 최대 0.8%를 적립해주고 자주 찾는 업종에서는 최대 3.5%까지 포인트(특별적립)를 쌓아주는 것이 장점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연회비가 8000원으로 낮은 편인데도 기본 적립이 사용 금액의 0.7%로 업계 최고 수준의 혜택을 담고 있다”며 “하루 평균 1만2000여 장이 발급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딥 드림은 할인점, 편의점, 카페 등 사람들이 자주 찾는 서민밀착형 가맹점에서 적립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는 할인점, 편의점, 커피·영화, 해외 가맹점, 이동통신 자동이체 등 고객들이 가장 많이 쓰는 서민밀착형 가맹점들을 ‘드림 5’로 분류했다. 해당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은 5개 업종 중 당월에 가장 많이 쓴 영역은 기본 적립의 5배(3.5%)를, 이 외 4개 영역은 기본 적립의 3배(2.1%)를 적립받을 수 있다. 특별적립은 전월 이용금액에 따라 최대 5만 포인트(1포인트=1원)까지 가능하다. 특히 신한카드는 ‘오토 셀렉션(Auto Selection)’ 기능을 도입해 고객이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외에 이용금액에 따라 가입축하 5000포인트, 주말 전 주유소 대상 L당 80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도 있다. 신한은행 이용 시(전월 20만 원 이상 고객) 월 10회까지 송·출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카드 이용 고객 중 신한금융투자 첫 고객은 10년간 온라인 수수료 면제 등의 그룹 우대 서비스도 제공해준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딥 드림’은 디자인, 디지털 모두를 고려한 상품”이라며 “국내 최고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개개인들에게 맞는 맞춤형 ‘딥(Deep) 시리즈’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신탁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부 은행은 상조회사와 협업을 통해 관련 상품을 내놓는 등 고령화사회에 따른 맞춤형 전략을 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상속형 신탁상품 ‘NH All100플랜 사랑남김신탁’을 내놓았다. 이는 고객이 생전에 귀속권리자를 지정하고 500만∼5000만 원을 신탁하면 은행은 고객이 죽은 뒤 상속인들의 별도 동의 없이 미리 설정해둔 사람(귀속권리자)에게 신탁한 금액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가입 대상은 만 19세 이상으로 1인 1계좌만 가능하다.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추가 납입할 수 있고 중도해지 시 별도 수수료는 없다.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제휴 상조회사에서 상조비용을 10% 할인받을 수 있고 생전에 장례지도사가 동행해 안치시설을 안내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기록할 수 있는 ‘양장본 메모리얼 노트’를 가입고객 선착순 300명에게 지급한다. 고객이 후손에게 남기고 싶은 ‘나의 인생이야기’를 자서전으로 제작하고 싶다면 제휴 자서전회사를 통해 40% 할인된 가격으로 자서전 제작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사랑남김신탁은 고령 고객들이 장례비 등 사후에 필요한 비용을 가족 등에게 남기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설계됐다. 가족은 물론 제3자나 법인도 귀속권리자로 지정할 수 있다. 귀속권리자는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 상품 가입을 통해 본인의 사후 장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김기해 NH농협은행 신탁부장은 “사회가 고령화 되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이 자신의 생을 되돌아보고 사후도 준비할 수 있도록 상품을 준비했다”며 “향후에는 소외된 독거 어르신들의 장례를 지원할 수 있는 기부신탁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여러 가수 지망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관객과 호흡해 본 경험도 있어서 사람 대하는 데는 자신이 있었어요. 이렇다 할 자격증은 없지만 은행원만큼 내가 잘할 수 있는 직업이 없다고 생각했죠.” 2015년 11월 우리은행에 입행한 한희찬 계장(29)은 나얼 같은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오디션을 다니며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잠자리에 들 때면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떠올렸다. 그는 서울 한 대학의 건설디자인 관련 학과에 진학했지만 이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막기 위한 ‘일종의 면피용’이었다. 대학 입학 후 기획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가수 지망생 생활을 시작했다. 휘성의 콘서트에 코러스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러다 군 입대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너무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요. 직업으로 삼지 않아도 노래는 평생 부를 수 있는데 다른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로를 고민하다 학교 선배가 ‘은행원’을 권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외향적인 성격이 직업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예금, 적금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그는 매일 신문과 사전을 펼쳐가며 우직하게 공부했다. “가수가 되려고 복싱으로 체중을 40kg이나 뺀 적 있었습니다. 이런 끈기와 사람을 대하는 능력 등을 어필해 재수 끝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죠.”○ 은행권 블라인드·탈스펙 채용 잇달아 도입 은행권이 하반기(7∼12월) 채용에 돌입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관련 정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이에 맞춰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확대했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난 2000여 명을 뽑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최근부터 지원자의 ‘스펙’ 정보 없이 직원을 채용하는 ‘블라인드 방식’을 잇달아 도입했다. 한 계장처럼 금융 자격증이 없어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거나 직무 능력을 갖추면 입행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최근 은행권은 핀테크(기술 금융) 도입,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등으로 전통적인 영업방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출신이 다양한 인재를 발굴해 조직을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학력과 연령 등 지원 자격 조건을 없앴다. 그 대신 지원자들이 은행권 이슈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직무에 맞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류 전형에선 ‘아시아 TOP 10, 글로벌 TOP 50이라는 우리은행 목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등을 묻고 면접은 주제 발표, 고객 응대, 팀 프로젝트 등으로 짰다. 다른 은행들도 스펙보단 지원자들의 직무 능력을 보고 채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입사 원서에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모두 삭제했다. 분야별 업무와 관련된 역량, 실제 자신의 경험 위주로 서술할 수 있도록 지원서를 꾸몄다. KEB하나은행도 입사 지원 서류 제출부터 마지막 임원 면접 단계까지 모두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어 시험 점수 기재란도 없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부터 ‘찾아가는 현장면접’을 도입해 부산, 대전 등 지역을 직접 찾아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하반기 채용에서 ‘4분 PR’를 도입했다. 4분 동안 지원자가 자신의 강점, 잠재력 등을 홍보하게 한 뒤 이 중에 우수자를 뽑아 서류 전형을 면제해 준 것이다. ○ “자격증 몰두하는 방식 깨야 합격” 업계는 이 같은 채용 추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글로벌 은행들이 역량 위주로 사람을 뽑고 있고 이 같은 채용 방식이 국내 금융회사뿐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으로도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비(非)아이비리그 대학 출신 중에서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한 캠퍼스 인터뷰를 진행했다. 호주 대형 은행인 내셔널호주은행(NAB)은 온라인 평가와 비디오 영상 인터뷰로 2500명의 신입 직원을 채용했다. 골드만삭스는 우수 인재 채용을 위해 지원자들의 팀워크, 분석력, 상황 판단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성격 테스트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인사 담당자들은 채용 방식이 달라진 만큼 취업 준비생들도 이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격증보단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오택 KB국민은행 인력지원부 팀장은 “자격증 같은 스펙보다 창의성이 있는지,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지를 주로 본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10월 31일, 11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17 리스타트 잡페어-함께 만드는 희망 일자리’에서 최근 채용 트렌드에 대한 취업 준비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예정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사회적기업, 공기업, 정부 부처 등이 참여해 130여 개의 부스를 마련한다. 각 은행 부스에는 인사팀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청년, 경력단절여성,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구직자들과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신한카드가 글로벌 전자결제회사인 ‘페이팔’과 디지털 결제 서비스 분야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인터넷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팔은 전 세계 2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결제시장 1위 업체다. 이번 제휴로 신한카드 고객들은 모바일 플랫폼 ‘신한FAN’에서 페이팔을 통해 해외 온라인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페이팔 계정이 없는 고객은 신한FAN에서 만들 수 있다. 두 업체는 아시아 국가들의 전자결제 분야에서 공동으로 사업을 발굴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페이팔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업체들과 계속 협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