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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망설였어요.”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29·사진)이 해외에서도 드문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에 나선다. 바흐 음악의 정수이자 바이올린 음악의 경전으로 통하는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 등 총 6곡을 5월 29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들려줄 계획이다. 이 6곡을 하루에 연주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상당한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된다. 16일 서울 종로구 재능문화센터(JCC)에서 만난 그도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밝혔다. “사실 흔한 일은 아니죠. 재작년에 이탈리아에서 한 번 연주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바흐 음악이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편하게 쓰인 곡이 아니다 보니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점도 많았어요.” 그럼에도 이런 도전을 하는 이유로 그는 ‘관객’을 꼽았다. “바흐의 음악을 한 악장만 들려주고 끝내는 것보다 관객이 음악에 깊숙이 빠질 수 있도록 한자리에서 한 번에 연주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2006년 하노버 국제바이올린콩쿠르 우승, 2009년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4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16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두 개의 로망스’ 음반을 출시하는 등 활발한 녹음 작업도 벌이고 있다. 올해 연주 계획도 빡빡하다. “사실 이번에 발매한 음반은 5년 전에 녹음했는데 이제야 발매가 됐어요. 어제 차 안에서 5년 만에 들어봤는데 당시 잘하고 싶은 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민망했어요.” 그는 자신을 질책했던 10대와 연주를 즐기려고 했던 20대를 넘어 내년이면 서른이 된다. 음악적인 고민도 다시 시작됐다. “이젠 제가 자신 없었던 부분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30대는 제 자신을 냉철하게 뒤돌아보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어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발레에서도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의 이야기가 나왔다.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올해 취임 3년째인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49)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발레 이야기가 오가던 중 그는 최근 화제가 됐던 이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언급했다. “이 9단의 대국과 인터뷰를 관심 있게 봤어요. 사회 곳곳에 인공지능화가 많이 진행됐는데 오히려 그게 ‘예술이 우리 삶에 중요하다’는 걸 깨우쳐 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발레 같은 예술을 통해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하는 거죠.” 그는 19세 때인 19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사상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한 이후 줄곧 독일 등 해외에서 살았다. 2014년 취임 뒤 고국에서의 삶은 한동안 낯설고 힘들었다. “사는 나라가 바뀌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시간이 없어 집 앞 편의점에서 3개월간 남편과 함께 샌드위치만 먹고 살았어요. 남편의 건강이 나빠져 정신 차리고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기 시작했죠. 지금은 너무 좋아요.”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다. 그는 2년간 국립발레단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단원들의 수준을 한층 높여 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래식 발레뿐만 아니라 모던발레 등 레퍼토리도 넓혔다. 지난해 단원들이 안무한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호평을 받은 솔리스트 강효형의 ‘요동치다’는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의 초청을 받았다. “단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굉장한 보람을 느껴요. 제가 무대에 설 때의 행복감보다 커요. 다음 세대의 발레리나, 발레리노를 키우고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저를 뛰어넘는 무용수가 나와 한국 발레를 이끌어 가길 바라요.” 올해 국립발레단은 30일 ‘라 바야데르’ 공연을 시작으로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세레나데’ 등 2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가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것은 딱 한 번 남았다. 7월 22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을 끝으로 토슈즈를 벗는다. “발레리나로 아직 한 번의 책임이 있어 몸 관리 등을 계속하며 노력하고 있어요. 감독으로서는 남은 1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봄과 함께 프랑스 음악이 국내에 상륙한다. 올해는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다. 1년 4개월 동안 한국과 프랑스의 무용 연극 음악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교류가 이뤄진다. 2015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는 ‘프랑스 내 한국의 해’, 3월부터 12월까지는 ‘한국 내 프랑스의 해’로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프랑스 음악과 음악인들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작이자 국립극장과 프랑스 샤요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한 국립무용단의 신작 ‘시간의 나이’가 23∼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의 안무는 샤요국립극장 상임안무가인 조제 몽탈보가 맡았다. 국립무용단 무용수 24명이 출연하는 ‘시간의 나이’는 3부 70분에 걸쳐 한국의 춤사위가 현대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선보인다. 전통복식 차림으로 한량무, 부채춤 등 전통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영상이 흐르면 무대 위 무용수들은 현대의 일상복을 입은 채 영상 속 춤을 재해석한 동작을 보여준다. 막바지에는 무용수들의 타악 연주와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볼레로가 혼합될 예정이다. 몽탈보는 “볼레로는 굉장히 유명한 곡이고 무용수들이 연주하는 타악기의 반복되는 리듬에도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간의 나이’는 6월에 샤요국립극장에서 프랑스 관객과도 만난다. 이번 공연의 막이 오르는 23일에는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식이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함신익 지휘자가 이끌고 있는 심포니송도 20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프랑스 음악을 아시나요?’를 주제로 평소 쉽게 들을 수 없는 프랑스 작곡가들의 곡을 무대에 올린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과 드뷔시, 생상스의 협주곡 등을 2007년 독일 본 베토벤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유영욱과 함께 들려준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뒤몽은 2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프랑수아 뒤몽, 앙상블오푸스의 프랑스에서 온 편지’ 공연을 갖는다. 2010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5위, 2002년 스타인웨이 국제피아노콩쿠르 1위를 차지한 뒤몽은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이번이 첫 내한공연이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클래식의 봄이 왔다. 지난해 조성진이 몰고 온 훈풍이 임지영 문지영의 입상으로 이어지며 클래식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클래식을 몰랐던 사람들도 이제 선율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있다. 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LG와 함께하는 제12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클래식의 봄을 화려하게 장식할 큰 꽃봉오리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서울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음악콩쿠르로,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음악인들을 배출했다. 이 콩쿠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부문이 해마다 한 부문씩 번갈아 개최되는데 올해는 성악 차례다. 그동안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음악인들을 배출했다. 서울대 음대 최초로 외국인 교수로 발탁된 아비람 라이케르트(피아노)를 비롯해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악장인 리비우 프루나우(바이올린), 국내외에 팬이 많은 클라라 주미 강(바이올린), 바리톤 공병우(성악), 테너 김범진(성악), 서울대 교수인 백주영(바이올린) 등이 그간 배출된 입상자들이다. 2007, 2010, 2013년에 이어 성악 부문으로 4번째인 이번 콩쿠르에는 22개국 177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이 중 예비심사를 통과한 11개국 56명(국내 39명, 해외 17명)이 19일부터 열리는 1차 예선에 출연한다.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이탈리아 부세토 베르디, 칠레 비냐 델 마르 루이스 시갈 등 세계 주요 국제음악콩쿠르의 상위 입상자도 다수 출연한다. 2015년 이탈리아 알카모 국제성악콩쿠르 1위를 차지한 김철현을 비롯해 2015년 이탈리아 부세토 베르디 국제콩쿠르 3위 김성현, 2013년 루이스 시갈 국제음악콩쿠르 1위 이명현, 2011년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국제성악콩쿠르 2위 문세훈,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란시스코 비냐스 국제성악콩쿠르 2위 아마르투브신 엥흐바트(몽골) 등이 우승을 놓고 열띤 경쟁을 펼친다. 심사위원의 면면도 화려하다. 파리 살 플레옐, 빈 오페라극장 등 해외 유명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가진 자코모 아라갈(스페인), 유니버설뮤직과 함께 세계 양대 음반사인 워너클래식의 알랭 랑스롱 사장(프랑스)이 참여했다. 여기에 1982년 한국인 최초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 우승자인 홍혜경, 2011년 독일 정부가 수여하는 예술가들의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전승현, 1981년 로시니 국제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동양인 최초로 대상을 수상한 송광선도 초빙됐다. 입상자에게는 1위 5만 달러(약 5900만 원)의 상금과 국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리사이틀 등 다양한 특전이 제공된다. 2위 이상 한국인 입상자에게는 병역특례 혜택이 주어진다. ▽대회 일정 △1차 예선: 19, 20일 △2차 예선: 21, 22일 △준결선: 24일 △결선 및 시상: 26일(협연: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 윤호근) 2만∼5만 원. 02-361-1415, www.seoulcompetition.com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아다지오(느리고 침착하게)로 가다 격분한 듯 갑작스럽게 프레스토(매우 빠르게)가 됐다. 그리고 평정을 되찾고 안단티노(조금 느리게). 그의 말은 매우 느렸다가, 매우 빠르게, 그리고 모데라토(절제해서)를 반복했다. 인터뷰 2시간 동안 연주회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구자범(46)은 3년 전까지 지휘자였다. 전도가 유망한 지휘자였다. 연세대 철학과를 나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그는 25세의 늦은 나이에 음악 공부를 시작했다. 독일 만하임 음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만하임 음대 대학원 사상 처음으로 전 과목 최고 성적을 받고 졸업했다. 그 뒤 하겐 시립오페라극장 지휘자, 다름슈타트 국립오페라극장 차석 지휘자를 거쳤고,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수석 지휘자로 발탁됐다. 한국인으로는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자 이후 두 번째로 유럽의 정상급 오페라극장을 지휘한 것이다. ‘절대음감의 천재 지휘자’ ‘정명훈 이후 한국이 낳은 세계 정상급 지휘자’ 등의 평가를 받았다. 39세에 돌연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2년간 광주시립교향악단을 맡아 지역 최고의 악단으로 만들었다. 높은 인기 덕분에 수차례 유료 관객 매진을 기록했고, 광주 클래식 연주회 사상 처음으로 입석표가 발매되기도 했다. 교도소 등 문화 소외계층을 찾아가며 클래식 대중화에도 힘을 쏟았다. 2011년부터 경기필하모닉오케트라의 지휘봉을 잡으며 한국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놨다는 평가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2013년 6월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일부 단원과의 갈등 끝에 한 단원이 경기도에 구자범을 모략하는 진정을 제기한 것. 곧바로 그 단원이 진정을 취하했지만 단원들 사이에서 분란이 일어날 정도로 파장이 커졌다. 일부 단원이 그의 엄격한 연습 때문에 불만이 많았고 그에 대한 음해를 했다는 것이 뒤에 밝혀졌다. 하지만 그는 사표를 제출했고, 올해 초까지 부산에 머물며 클래식과는 담을 쌓아왔다. 그는 10일부터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배우 윤석화의 연극 ‘마스터 클래스’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나서고 있다. 지휘자로 무대에 돌아온 것은 아니다. 7일 만난 그는 3년의 공백을 깨고 조심스럽게 오케스트라 지휘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굳게 닫혔던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어떻게 지냈나. “바닷가에서 도 닦으며 지냈다. 해운대가 보이는 작은 방에 머물며 보고 싶었던 바다를 실컷 봤다. 철학과를 처음 갔을 때 시작한 방식을 다시 해봤다. 내가 만약 남자가 아니었다면, 흑인이었다면, 인도에서 태어났다면 등 여러 전제를 다 생각해봤다. 3년 내내 다시 생각해보니 다행히도 내가 대학 때 생각한 것들이 맞고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살아온 길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항상 검은색 옷을 입나. “내 별명이 ‘해운대 까마귀’다. 옷장에 검은색 옷밖에 없다. 지금 입고 있는 스타일 그대로 바지 6벌, 셔츠 12벌, 재킷 3벌이 있다. 내가 디자인했다. 독일에 있을 때 오페라극장 의상담당자가 만들어줬는데 다 해져서 다시 한국에서 똑같이 만들었다.” ―검은색 옷만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일단 제일 편하다. 검은색 옷으로 결혼식도 갈 수 있고 장례식도 갈 수 있다. 아무런 고민 안 하고 살 수 있다. 처음에는 지휘봉을 잘 보이게 하려고 입었다. 독일 오페라극장에서 지휘할 때 스태프가 흑백 모니터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흰옷을 입으면 지휘봉이 잘 보이지 않아 검은색 옷만 입고 다녔다.” ―3년 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왜 그만두었나. “내 첫사랑이었던 전처가 2012년 말 교통사고로 젊은 나이에 허무하게 죽었다. 전처가 죽은 날 신기하게 죽음을 다룬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란 곡을 지휘했다. 그날 따라 지휘에 사용할 연미복을 세탁소 실수로 찾지 못해 평소 입고 다녔던 검은색 옷을 입고 지휘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연주회 뒤 전처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몇 달 동안 지휘를 하지 못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나와 2013년 4월 마지막 공식무대가 된 ‘레퀴엠’을 무대에 올린 뒤 나에 대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재를 하고, 해결을 했어야 했지만 난 그냥 ‘됐어’라고만 생각했다. 당시 모든 것이 허무했다. 나에게 음악을 시작하게 해준 사람이 전처였는데 이제 세상에 없으니 더 이상 음악을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나 때문에 단원들끼리 싸우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그만두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 2013년 5월 작은 연주회 도중 한 여성 단원이 연주를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그 단원에게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그동안 그를 곱지 않게 보던 일부 단원이 징계를 받은 단원을 부추겨 진정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그는 하루아침에 부도덕한 지휘자로 몰렸다. 단원들이 탄원서를 제출하고, 음악계에서도 성명을 발표하는 등 그를 옹호했지만 그는 이미 부도덕한 인물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뒤였다. 한번 추락한 명예는 돌아오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어 조작 등 그를 비방했던 단원들은 이후 경찰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휘자라는 자리가 그렇게 어려운가. “영화감독은 촬영 중에는 배우들과 싸우더라도 시사회에서 결과물을 느긋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는 내가 무대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이끌어야 한다. 가장 불쌍한 독재자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싸웠는데 무대에서 안 싸운 척 가짜를 보여주는 것은 힘들다. 다 드러난다.” ―3년간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나. “내가 덕이 부족한 것에 비하면 인복이 많다. 난 빚이 많다. 매달 카드 값, 은행 이자 등을 걱정한다. 다행히 한 친구는 30년 거치 30년 상환으로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강의를 부탁하는 사람, 글을 써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통장에 돈을 부쳐준 사람도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기적 같다.” ―왜 다시 지휘봉을 들겠다고 결심했는가. “스위스에서 지내고 있는 지인이 초청해서 지난해 12월 말 그쪽으로 갔다. 가기 전 독일 만하임 음대 대학원에서 날 가르쳤던 클라우스 아르프 교수님에게 찾아뵙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없었다. 스위스에 머물다 어느 날 아르프 교수님이 죽는 꿈을 꾸었다. 바로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확인해 보니 답장이 와 있었다. 암으로 병상에 누워있고, 2∼4주밖에 살지 못한다며 연락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 길로 바로 독일로 갔다. 매일 병상으로 갔지만 어느 순간 내가 교수님이 언제 죽는지 기다리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교수님에게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얘기하자 내 손을 붙잡고 힘겹게 이야기를 했다. ‘넌 내가 가르쳤던 제자 중 가장 뛰어난 제자였다. 내 앞에서 다시 지휘봉을 잡겠다고 약속해라.’ 귀국길에 교수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신에게 아르프 교수님은 특별한 분이었나. “교수님은 ‘네 음악이 맞다’고 하신 분이다. 난 정상적인 코스를 밟고 지휘자가 된 사람이 아니다. 그래도 내 음악이 진짜라며 자신의 정신을 이어달라고 말해줬다. 교수님이 돌아가신 뒤 사모님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내 남편이 너에게 무엇을 말했는지 잘 안다. 네가 최고의 제자라는 말은 20년 전부터 했다. 내 남편의 유지를 이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진짜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죽음으로 그는 지휘봉을 내려놨고, 또 하나의 죽음으로 그는 다시 지휘봉을 잡겠다고 결심했다. 본인도 두 사람의 죽음을 생각하며 잠시 침묵에 빠졌다. ―지휘 제의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많은 국내 시향에서 제의가 왔다. 객원 지휘자는 물론 상임 지휘자 제의도 있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작업으로 다시 지휘봉을 들고 싶었다. 그 와중에 윤석화 씨의 연극 ‘마스터 클래스’에 피아노 반주자로 나서게 됐다.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를 다룬 연극인데 대사들이 기가 막힌다. 내가 평소 레슨을 할 때마다 했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무대에 선다는 것, 진짜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리아 칼라스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내 마음이 치유됐다. 나에게 하는 충고로 들리더라. ‘힐링 캠프’ 같았다.” ―해외에서 지휘봉을 잡을 생각은 없나. “그럴 생각이었다면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관객과 내가 즐거운 것인지 고민한다. 독일은 모든 공연과 준비가 톱니바퀴 맞물리듯 돌아간다. 내 방식은 아니다. 너무 프로페셔널해서 재미가 없다. 난 연습할 때는 아마추어처럼, 연주는 프로페셔널같이 하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는 만들어가는 과정이 나에게 의미 있고 즐거웠다. 해외 관객보다 한국 관객과 즐기고 싶었다.” ―지휘자로 다시 서는 무대는 정해졌나. “윤석화 씨가 얼마 전 어렵게 말을 꺼냈다. ‘혹시 경기 고양예고에서 개교 10주년 음악회를 5월에 한다는데 지휘를 맡아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청소년들과 음악을 같이할 수 있고, 가르침도 주고, 나도 즐거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다. 3년 만에 다시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드는 것이다. 물론 오케스트라 구성에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난 오히려 안 될 것이 뭐 있겠나 싶다. 내 진심이 통하는 즐거운 연주회가 될 것 같다.” 그는 연주회 이야기를 하자 굳었던 표정이 풀리며 한층 밝아졌다. 오랜만에 지휘봉을 잡는다는 사실이 그도 반가웠을 것이다. 3년 동안 지휘대에 서는 것을 어떻게 참았을까 하는 의아함이 들었다. 그만큼 마음의 상처가 컸을 것이라는 짐작만 될 뿐이다. ―5월 이후에도 지휘봉을 계속 들 것인가. “몇몇 악단에서 지휘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지만 승낙을 한 곳도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3년 전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나에게 있던 악보를 모두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이제 그 악보들을 다시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앞으로 단원들과 다시 갈등이 생긴다면…. “내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래도 갈등이 있으면 이제는 갈등을 해결하고 무대에 오르고 싶다. 해결이 되지 않으면 무대에 서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일부 문제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면 이제는 그 사람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해서 갈등을 조정하고 조금이라도 함께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다려 준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난 팬들에게 가짜를 보여줄 수 없어 지휘를 안 하려고 했던 것뿐이다. 진짜를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지휘를 한다. 3년간 아무것도 한 것 없는 나를 잊지 않고 기다리고 지지해준 점에 대해 정말 고맙다는 말밖에 못하겠다.” 이제 그는 팬 곁으로 돌아온다. 돌아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는 ‘복귀’가 아닌 ‘지휘봉을 다시 든다’고 말했다. 그가 떠난다고 선언한 것도 아니었고, 지휘가 싫어 떠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복귀이든, 지휘봉을 다시 들든 그는 조만간 다시 지휘대에 선다, 봄바람과 함께.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9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1국이 끝난 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극중 이창호 9단을 연상시킨 최택(박보검)이 이 9단 대신 알파고와 대국을 하는 합성 사진이 공개됐다. 이 게시물은 수천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2국이 벌어진 10일에도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서는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 관한 각종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이 9단이 2국에서도 패해 결과는 아쉬웠지만 바둑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드라마가 불러온 바둑 열기가 이번 대국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이벤트로 바둑 붐이 다시 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존 대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가 나오는 등 바둑의 프레임을 바꿨다는 평가도 있다. 인터넷 바둑 커뮤니티에는 “인간 바둑 기사들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긴 셈”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국내 바둑 인구는 1980∼90년대 초 1000만 명에 이르렀지만 2013년 한국기원 조사에서는 500만 명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다. 바둑 사이트 ‘사이버오로’의 정용진 상무는 “이번 대국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국내 동시 접속자 수가 평균 1만 명에서 이틀 동안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의준 롯데콘서트홀 대표(65)가 개관 5개월여를 앞두고 물러난다. 김 대표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5일자로 롯데콘서트홀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내 능력으로는 회사가 요구하는 것을 수행하기 힘들어 그만둔다”고 밝혔다. 2014년 5월부터 롯데콘서트홀 개관을 준비한 그는 개관을 앞두고 사임한 것과 관련해 콘서트홀 운영방향에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난 공연장은 사회공헌 활동으로 생각했다. 적자 부담이 커지고 손실이 나게 되면 (회사 측에서는)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 할 바를 다 못하고 나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8월 18일 정식 개관 예정인 2036석의 롯데콘서트홀은 28년 만에 서울에서 문을 여는 클래식음악 전용 콘서트홀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운영에 대한 견해는 향후 지속적인 조율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든다”고 밝혔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운동화(스니커즈)가 뭐라고…”란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한 운동화가 아니다. 운동화를 사려고 밤새워 줄을 선다. 구매 기회가 주어지는 추첨권을 얻기 위해 인터넷에서도 촌각을 다툰다. 게다가 1인당 한 켤레만 살 수 있다. 도대체 이 운동화가 뭐라고. 지난해 2월 미국 래퍼이자 힙합계 거물인 카녜이 웨스트(39)가 아디다스와 협업해 ‘이지부스트(Yeezy Boost)’란 운동화를 내놓았다. 출시 행사는 당시 13개국 42개 극장에서 위성을 통해 동시 중계됐을 정도다. 이지(Yeezy)는 그의 별칭이다. 소량만 나온 이지부스트는 발매 당일 모두 팔렸다. 이후 몇 차례 국내외에서 발매되자마자 모두 팔렸다. 하지만 아디다스코리아 측은 “본사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에 놀라고 있다”면서도 “이지부스트의 발매 수량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운동화 마니아들은 한 번에 200켤레 이하로 발매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대학생 박시현 씨는 “처음 디자인을 봤을 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이 쉽게 소유하지 못하고 재판매 가격도 높게 형성되니 다시 보였다”고 말했다. 이지부스트는 인터넷 운동화 거래 사이트에서 정가보다 5∼8배 높게 거래되고 있다. 거래가는 세계적으로 거의 비슷한 편이다. 현재 이지부스트350모델(정가 25만6000원)은 100만∼120만 원, 750모델(39만9000원)은 250만 원 선이다. 이지부스트의 폭발적인 인기에는 웨스트의 공이 크다. 이 운동화를 구매한 사람들이 단지 웨스트가 디자인하고 신었다는 이유로 앞다퉈 구매에 나선 것이다. 두 켤레를 갖고 있는 대학생 서지명 씨는 “카녜이 웨스트는 스트리트 패션의 롤모델이다. 그가 이지부스트를 신은 모습이 비칠 때마다 구매 욕구가 생긴다”고 했다. 강일권 힙합 칼럼니스트는 “웨스트가 가진 아티스트로서의 상품성이 굉장히 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말썽을 일으켜 부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마케팅 측면에서는 기여도가 높다. 많은 유명인들이 패션 분야와 협업을 했지만 웨스트만큼 폭발력을 일으키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지부스트를 신는 것은 웨스트의 패션을 따라잡는 과정에서 가장 쉬운 길이라는 게 팬들의 설명이다. 아이돌 그룹 비스트, 몬스터X 등의 스타일리스트이자 모델과 색깔별로 이지부스트 13종류를 보유하고 있는 김욱 씨는 “웨스트는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패션(명품)을 모두 소화한다”며 “이지부스트를 신을 때 사람들이 하이패션(명품)을 입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가수 싸이의 스타일리스트인 홍혜원 실장은 “한정판은 항상 소비 욕구를 부추긴다. 쉽게 살 수 없어야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카녜이 웨스트라는 이름값에 희소성이 합쳐져 그 가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3월 중순 다시 한번 이지부스트가 발매된다는 ‘소문’이 있다. 다시 한번 열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운동화가 뭐길래….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토종 연주인요? ‘토종닭’ 같은 어감이어서 이상해요. 하하.” 밝고 쾌활한 웃음. 말에 꾸밈이 없다. 대범하고 우직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주 스타일과 닮았다. 3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2)은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주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세계 3대 음악콩쿠르 중 하나인 ‘2015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했다.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쳐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순수 국내파란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요즘은 연주인에게 유학은 어렸을 때부터 필수가 됐어요. 전 선생님(김남윤 교수)이 워낙 잘 지도해줘 나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어요. 해외는 때가 되면 가지 않을까요.” 3대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지난해 10월 쇼팽 국제콩쿠르의 최고 자리를 차지한 조성진(22)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같은 3대 콩쿠르인데 억울할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성진이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예요. 부럽진 않아요. (성진이가) 오히려 피곤할 것 같아요. 실제로 성진이가 주위에서 자기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더라고요. 성진이가 클래식 열풍을 일으키는 역할을 떠맡아줘 고맙죠.” 그는 2011년부터 콩쿠르에 나서 이른 나이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30대에도 콩쿠르 우승을 이루지 못한 많은 연주인에 비하면 빠른 편이다. “콩쿠르 우승이 제 꿈은 아니지만 빨리 이룬 편이죠. 제 콩쿠르 인생이 20대 후반에 끝나도 행운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남들보다 10년은 벌었죠.” 그는 지난달 설 연휴 기간에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에 나섰다. 바이올린을 들고 가지 않은 첫 여행이었다. 푹 쉬러 갔지만 오히려 더 불편했다. “이틀간은 해방된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후 패닉이 왔어요. 바이올린 생각만 나더라고요. 귀국하고 바로 바이올린부터 잡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이후 그는 바이올린을 잡고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 바쁜 연주 일정 탓에 하루 3∼4시간 연습도 짧다고 불평한다. “연습벌레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연습을 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요. 남들이 보면 정말 재미없게 산다고 말할 거예요. 하지만 전 이런 생활이 재미있어요.” 실제 그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주변 반응은 “당연하다”였다. 그만큼 연습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그는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무대에 오른다. 베토벤,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등의 음악을 들려준다. 고전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프로그램이다. “요즘 어떤 연주인으로 성장할지 고민이 많아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다만 나이도 어리니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하려고요. 이번 연주회도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어요. 지금은 저에게 무엇이 맞는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계속 부족하다는 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토종 연주인이요? ‘토종닭’ 같은 어감이어서 이상해요. 하하” 밝고 쾌활한 웃음. 말에 꾸밈이 없다. 대범하고 우직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주 스타일과 닮았다. 3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2)은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주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세계 3대 음악콩쿠르 중 하나인 ‘2015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했다.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순수 국내파란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요즘은 연주인에게 유학은 어렸을 때부터 필수가 됐어요. 전 선생님(김남윤 교수)이 워낙 잘 지도해줘 나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어요. 해외는 때가 되면 가지 않을까요.” 3대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지난해 10월 쇼팽 국제콩쿠르의 최고 자리를 차지한 조성진(22)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같은 3대 콩쿠르인데 억울할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성진이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에요. 부럽진 않아요. (성진이가) 오히려 피곤할 것 같아요. 실제로 성진이가 주위에서 자기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성진이가 클래식 열풍을 일으키는 역할을 떠맡아줘 고맙죠.” 그는 2011년부터 콩쿠르에 나서 이른 나이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30대에도 콩쿠르 우승을 이루지 못한 많은 연주인에 비하면 빠른 편이다. “콩쿠르 우승이 제 꿈은 아니지만 빨리 이룬 편이죠. 제 콩쿠르 인생이 20대 후반에 끝나도 행운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남들보다 10년은 벌었죠.” 그는 지난달 설 연휴 기간에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에 나섰다. 바이올린을 들고 가지 않은 첫 여행이었다. 푹 쉬러갔지만 오히려 더 불편했다. “이틀간은 해방된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후 패닉이 왔어요. 바이올린 생각만 나더라고요. 귀국하고 바로 바이올린부터 잡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이후 그는 바이올린을 잡고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 바쁜 연주 일정 탓에 하루 3~4시간 연습도 짧다고 불평한다. “연습벌레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연습을 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요. 남들이 보면 정말 재미없게 산다고 말할 거예요. 하지만 전 이런 생활이 재미있어요.” 실제 그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 했을 때 주변 반응은 “당연하다”였다. 그만큼 연습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그는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무대에 오른다. 베토벤,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등의 음악을 들려준다. 고전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프로그램이다. “요즘 어떤 연주인으로 성장할지 고민이 많아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다만 나이도 어리니 해보고 싶은 것은 다하려고요. 이번 연주회도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어요. 지금은 저에게 무엇이 맞는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계속 부족하다는 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 “오케스트라 지휘…. 혹시 배워볼 수 있을까요?” “네?” 황당한 요청이다. 오케스트라 지휘는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배워야 하는 일이다. 화성악 등 이론도 익혀야 한다.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기자가 도전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어떻게 지휘를 하는지 궁금했다. 직접 지휘대에 서면 어떤 느낌일지도. 이 요청을 심포니송의 함신익 지휘자가 흔쾌히 수락했다. 함 지휘자는 “며칠 만에 지휘를 할 수는 없지만 체험은 가능하다.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무모한 도전은 지난달부터 2주간 총 4차례 3시간씩 진행됐다. 귀가하면 거의 매일 2, 3시간씩 개인연습도 이어졌다. 》○ 첫날-손 따로 마음 따로 도전곡은 김규환 작곡, 박문호 작사의 가곡 ‘님이 오시는지’였다. 불과 7쪽에 불과한 악보였지만 난해한 암호 같았다. 지휘자의 악보인 총보에는 각 악기의 악보와 노랫말 등이 전부 담겨 있다. 악기 종류는 10개. “그럼 연주자 10명과 성악가 앞에 서면 되는 거죠?” 함 지휘자는 미소를 지었다. “아뇨, 60명 정도 됩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우선 악보 보는 법부터 배웠다. 함 지휘자는 “지휘자는 악보 분석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했다. 악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기자는 악보의 흐름과 악기 구성을 무작정 외울 수밖에 없었다. 첫날은 지휘봉을 잡지 못한 채 자세부터 교정받았다. “키가 2m가 되는 것처럼 자신감을 갖고 지휘대에 서야 한다”는 것이 조언이었다. 오른손을 4분의 4박자에 맞춰 움직였다. 피아노 반주에 박자를 맞추는 것도 힘들었다. “악보 보고 400번 연습한 다음에 오세요.” 보다 못한 함 지휘자의 주문이었다.○ 둘째 날-총체적 난국 “템포도 안 맞고, 음악을 마냥 기다리고 있어요.” 피아노 반주에 맞춰 오른손을 움직이자마자 함 지휘자는 곧 중지시켰다.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가야지,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함 지휘자에 따르면 지휘자는 음악을 이해하고, 연주에 영감도 줘야 하는 존재다. 템포, 박자, 시선, 손의 움직임 등을 모두 생각하면서 음악까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틀리고, 틀리고 또 틀렸다. ○ 셋째 날-몰려오는 후회 틈만 나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지만 “지휘에 감정이 실리지 않는다”는 냉정한 촌평이 나왔다. 템포도 맞고, 손의 움직임도 괜찮아졌지만 곡에 대한 해석이 없고, 손에 지휘자만의 감정이 실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지휘자는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곳, 어떤 악기를 살리고 싶은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 무섭게 귓가에 꽂혔다. 지휘봉을 잡지 않은 왼손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우왕좌왕했다. 정말 진땀이 났다. “괜히 지휘한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후회가 됩니다.” 그러자 함 지휘자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좀 지휘를 아는 것 같네요.”○ 디데이-땀으로 목욕 2일 서울 강남구의 심포니송 연습실로 향하면서 자꾸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었다. 60여 명이 모인 오케스트라를 보자 숨이 턱 막혔다. 단원들은 박수로 기자를 맞았지만 지휘대로 향하는 발걸음은 ‘단두대’로 향하는 발걸음처럼 느껴졌다. 지휘대에 서자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연습한 것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단 시작은 했으나 지휘봉 끝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냥 죄송하다고, 몰래카메라였다고 말하고 나갈까’, 이런 생각도 스쳤다. 4분여가 흐르고 음악이 멈췄다. 드디어 끝났다. 하지만 함 지휘자는 말했다. “이제 첫 연습을 했으니 단원들에게 요구할 점을 말해 주세요.” 난감했다. “클라이맥스에서 좀 더 빠르게…”라고 둘러댄 뒤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이번에는 조금 나은 것 같았다. 20여 분간 리허설 등을 갖고 지휘대에서 내려왔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부족한 지휘를 잘 따라준 단원들에게 무엇보다 미안하고 고맙다. PS: 다시 한번 하라고? 절대 안 한다. 직장인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를 하며 음악과 멀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악기 하나를 연주하는 것과 지휘는 차원이 달랐다. 오목과 입신(入神)으로 불리는 바둑 9단의 세계. 그 차이라고나 할까. ㅜ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전문 지휘자인 마르크 민코프스키와 그가 창단한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5, 6, 8일 내한 공연을 갖는다.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한화클래식’ 초청 공연 형식으로 한국을 찾는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2년 전 처음 내한해 국내 클래식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화클래식 공연은 이번이 네 번째로 2013년 바흐 음악 전문가인 헬무트 릴링, 2014년 이탈리아 고음악 해석가인 리날도 알레산드리니와 ‘콘체르토 이탈리아노’, 지난해 네덜란드의 ‘18세기 오케스트라’ 등을 초청해 왔다. 》○ 바로크 음악의 대표주자 ‘루브르의 음악가들’ 민코프스키와 그가 19세 때 창단한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옛 악기로 누구보다 현대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바로크 음악의 대표주자들이다. 물론 민코프스키는 바로크뿐 아니라 고전 및 낭만주의, 19∼20세기 음악을 아우르는 전방위 음악가이기도 하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5, 6일)과 대전 예술의전당 아트홀(8일)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선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의 교향곡, 프랑스 바로크 시대 작곡가 장필리프 라모의 ‘상상교향곡’과 독일 무대음악의 거장 크리스토프 글루크의 발레음악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라모 해석자로 유명한 민코프스키는 ‘상상교향곡’ 음반을 발매해 큰 찬사를 받은 적이 있다. 1982년에 창설된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30년 동안 헨델, 퍼셀, 라모 등 바로크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하이든, 모차르트를 거쳐 최근에는 바흐와 슈베르트 작품까지 다루고 있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는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발산하는 그 아름다운 음향과 투명한 음색은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며 “무엇보다 민코프스키가 추구하는 바로크 음악의 감각적인 스타일과 템포에서 기인하는 짜릿한 흥분은 여느 음악회에서는 접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화, 활발한 문화예술사업 펼쳐 한화 그룹은 ‘한화클래식’ 외에도 다양한 문화예술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0년부터 16년째 후원하고 있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2004년부터 매년 지방 도시들을 찾아 개최하는 ‘한화 팝&클래식여행’ 등을 주최 및 후원하고 있다. 교향악축제는 국내 시·도립 교향악단 등 한국 클래식계를 이끌어가는 중견 연주자부터 젊고 실력 있는 차세대 음악인까지 예술의전당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국내 최대의 클래식 무대로 성장했다. 매년 4월 진행되며 평균 20개 이상의 연주 단체가 무대에 오른다. 2004년부터 후원하고 있는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는 매달 두 번째 목요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음악과 해설이 함께하는 클래식 공연이다. 클래식 공연은 오후 또는 저녁에만 열린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공연 시간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선목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한화는 앞으로도 ‘함께 멀리’라는 김승연 회장의 사회공헌 철학을 기반으로 국내 문화예술 발전과 문화복지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 선정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1일 태평무 부문에 대해 양성옥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무용과 교수(62)를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 30일 이상의 인정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별다른 이의가 없으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보유자 인정을 확정한다. 하지만 양 교수와 함께 지난해 보유자 인정 심사 대상이었던 이현자 태평무 전수조교(80), 이명자 태평무 전수조교(74), 박재희 청주대 명예교수(66) 모두 이의를 제기했다. 무용계 인사 30여 명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29일 이의 제기에 동참했다.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 등 무용계 인사 36명이 참여한 ‘태평무 보유자 인정 예고에 대한 무용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문화재청에 이번 태평무 보유자 인정 예고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양 교수가 태평무 원보유자인 고 강선영 선생의 제1호 제자인 이현자 조교의 제자라는 점을 들어 “제자가 스승을 제치고 보유자로 지정되는 서열 파괴의 이변”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가 신무용에 주력한 인물이라는 점도 문제가 됐다. 비대위는 또 “태평무의 원형과 정통성 계승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재보호법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이의 신청 내용을 검토해 11일 예정된 문화재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어쩜 좋아(Mamma Mia), 우리 딸.” “엄마!” 영락없는 모녀 사이다. 비록 무대에서 모녀로 맺어졌지만 무대 밖에서도 살갑게 이야기를 하고 장난 치는 모습이 실제 모녀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18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시어터에서 만난 최정원(47)과 서현(25)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들은 24일∼6월 4일 샤롯데시어터에서 펼쳐지는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 뮤지컬인 ‘맘마미아’의 주인공 도나와 그의 딸 소피로 출연한다. 스웨덴 출신의 혼성 팝그룹 ‘아바’의 히트곡을 절묘하게 엮어 만든 이 작품은 2004년 국내에서 초연됐다. 이후 서울을 포함해 33개 도시에서 1400여 회 동안 17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2014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도나’ 역 최정원2007년부터 맡은 역인데 또 오디션 악몽 꿀 정도로 마음고생 심해‘소피’ 역 서현 350 대 1 경쟁률 뚫고 배역 꿰차 ‘소녀시대’와 다른 나를 보여줄 것 최정원은 2007년부터 도나 역으로 맘마미아와 인연을 맺은 뒤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 역할로 사랑받아왔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서현은 이번이 세 번째 뮤지컬로 3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소피 역을 꿰찼다. 최정원에게 이번 도나 역은 남다르다. 도나 역이라면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그였지만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따냈다. 오디션 자체가 자존심 상할 법도 했다. “도대체 나에게 뭘 원하는 건지 걱정도 됐어요. 오디션을 앞두고 악몽을 꿀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죠. 결국 고민 끝에 4년 전 마지막 공연 때의 느낌으로 갔어요. 다행히 제가 꿰차게 됐죠(The Winner Takes It All.)” 서현에게 ‘맘마미아’ 같은 대형 뮤지컬은 처음이다. 게다가 최정원 남경주 신영숙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 부담이 크지만 자신만의 소피를 보여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제가 친한 사람 앞에서는 다 보여주는 스타일이에요. 이번 맘마미아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댄스도요(Dancing Queen.) 제가 살아온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피를 보여주고 싶어요.” ‘맘마미아’는 도나와 소피, 모녀지간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별한 사춘기를 지낸 서현과 사춘기를 겪었던 딸을 둔 최정원 모두에겐 특별할 수밖에 없다. “확실히 사춘기를 겪은 딸을 경험해 보니 도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딸이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Slipping Through My Finger)이 들었어요. 어쩌면 도나의 감성에 맞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최정원) “10대 때는 숙소에서 거의 생활했어요. 그만큼 어머니와 함께 지내지 못했어요. 성인이 된 뒤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사춘기 때 못한 다툼을 하긴 하지만 좀 더 어머니의 도움(SOS)도 받고, 그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서현) 최고의 자리를 오래 유지하고 있는 최정원과 평생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I Have A Dream)이 있는 서현. 모두 뮤지컬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다른 길을 걷지 않고 뮤지컬 무대만 20년 넘게 지킨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거예요. 제 연인(Honey, Honey)이죠. 계속 무대에서 살고 싶어요.”(최정원) “지금껏 가장 잘한 선택이 뮤지컬 배우예요. 음악으로 맺어진 덕분이죠.(Thank You For The Music) 공연을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정원 선배님처럼요. 하하.”(서현) ※기사에 나오는 영문은 모두 ‘맘마미아’에 나오는 노래 제목이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VIP석 같은 R석’을 잡아라▼공연 Tip!뮤지컬 공연 마니아라면 주목하자. 1000석 이상의 좌석이 있는 서울 내 주요 공연장의 알토란같은 좌석을. ‘VIP석 같은 R석’은 티켓 오픈 때마다 마니아층 사이에서 치열한 티켓 경쟁이 벌어지는 좌석이다. 어느 극장이든 통하는 노하우가 있다. VIP석으로 책정된 구역의 바로 주변에 있는 R석을 고르는 것이 그 비결이다. 가격은 VIP석과 2만∼3만 원가량 차이가 있지만 시야는 VIP석과 큰 차이가 없다. 뮤지컬 공연은 1층 중앙 구역의 중간열 자리가 좋다. 배우 움직임을 한눈에 보면서 최적의 음향을 즐길 수 있다. 단, 특정 배우의 팬이라면 1층 중앙 구역 1열을 추천한다. 좋아하는 배우를 약 2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 “한국의 세계적인 음악가요? 정명훈 다음에는 조성진이지요. 우리 애들요? 대가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허허.” 22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만난 원로 바이올리니스트 양해엽 전 서울대 음대 교수(87)는 2시간 넘는 긴 인터뷰에도 흐트러짐 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올해 우리 나이로 미수를 맞은 그는 다음 달 뜻 깊은 행사를 맞는다. 그의 아들들이자 형제 음악가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50·대구가톨릭대 교수)과 첼리스트 양성원(49·연세대 교수)을 비롯해 국내 실력파 연주자들이 3월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양해엽 선생께 헌정하는 사랑의 콘서트’를 연다. 두 아들이 기획한 때문인지 콘서트 이야기를 하며 그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양 전 교수는 국내 1세대 바이올리니스트다. 중학교 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 바이올린을 구입해 독학으로 배웠다. 바이올린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1955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프랑스 파리는 세계 유명 음악가가 모인 곳이었어요. 파리에서 머문 4년 동안 꿈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전설적 음악가들을 모두 봤어요. 나만큼 20세기 중반 활약했던 음악가들을 많이 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자랑거리 중 하나죠.” 유학을 떠나기 전 그는 운명적인 인연을 맞는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직접 가르친 것.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과 피호영 등 국내 대표 음악인들을 많이 가르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로 정경화를 꼽았다. “1954년에 정경화를 처음 봤어요. 정경화 모친이 만나자고 해서 집에 갔더니 꼬마가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더군요. 잘하지는 못했지만 뭔가 그 안에 보이는 것이 있었어요. 뭘 해도 크게 될 아이라 생각해 1년 반 열심히 가르쳤어요. 지금도 정경화는 누군가에게 저를 소개할 때 ‘제 스승입니다’라고 이야기해요. 고마운 일이죠.” 그의 4남매 중 장남 양성식과 차남 양성원이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도 여전히 그의 비평을 두려워한다. 양 전 교수의 아내인 서정윤 씨(78)는 “아들들이 연주회가 끝나면 ‘아버지가 뭐라고 했어요?’ ‘연주 좋아하셨나요?’라고 묻는다. 정말 냉철하게 비평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 젊고 재능 있는 음악인의 등장으로 한국 클래식 음악이 발전한 것을 기뻐했다. “말도 못 하게 발전했어요. 특히 조성진을 보면 놀라워요. 병이 날 만큼 열심히 연습하는 스타일이에요. 다른 사람 같으면 병이 나겠지만 조성진은 그렇게 하면 할수록 더 잘하는 손을 가졌어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피아니스트가 될 겁니다.” 70년 넘게 음악인의 길을 걸은 그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음악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누가 시켜서 음악을 배운 게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바이올린을 시작했어요. 다만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좀 더 이론적으로 파고들고 싶어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국 현대무용 유망주인 현대무용수 이주미(23·사진)가 프랑스 파리 국제무용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김봉렬)는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끝난 ‘2016 파리 국제무용 콩쿠르’에서 이주미가 컨템퍼러리 솔로 부문 1위와 함께 그랑프리를 수상했다고 24일 밝혔다. 그랑프리는 각 부문 1위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무용수에게만 수여한다. 이주미는 2009년 동아무용콩쿠르 현대무용 부문 학생부 금상을 시작으로 2013년 동아무용콩쿠르 대상,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컨템퍼러리 부문 시니어 여자 1위, 2014년 뉴욕 발렌티나 코즐로바 무용콩쿠르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현재는 LDP무용단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갑자기 일어나 피아노 앞으로 간다. 건조한 연주를 잠깐 들려준다. “이건 손가락으로 쳤을 뿐인 연주죠.” 전과 같은 연주지만 생동감이 넘친다. “그리고 이건 제 생각이 들어간 연주예요. 차이가 느껴지나요?” 말로 표현이 안 되는 듯했는지, 직접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며 설명했다. 생각을 말하고 다시 피아노를 치는 인터뷰가 반복됐다. 피아노를 통한 연주가 더 소통이 편하다는 듯이. 23일 서울 서초구 야마하홀에서 만난 프랑스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26·사진)는 ‘괴짜’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위에 오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보다 더 화제가 됐다. 발레리 게르기예프 콩쿠르 조직위원장은 1∼3위 수상자를 제쳐두고 그를 백야 페스티벌 리사이틀에 세웠다. 그가 걸어온 길은 보통의 음악인과는 다르다. 부모의 이혼으로 그는 조부모 집에서 지냈다. 집에는 피아노가 없었다. 하지만 10세 때 우연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을 듣고 피아노에 매혹됐다. 피아노 독학을 시작했다. 악보를 볼 줄 몰라 곡들을 귀로 듣고 외웠다. 그마저도 15세 때 피아노를 그만뒀다. 록밴드에 들어가 베이스기타를 쳤다. 밴드는 잘나갔지만 그는 “멤버들이 게을렀다”는 이유로 탈퇴하고 슈퍼마켓에서 일하며 문학 공부를 했다. 그러다 20세 때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우연히 바에서 피아노를 치다 공연까지 하게 됐고, 날 특별하게 봐준 한 선생님이 레슨을 권유해 2011년부터 전문 피아니스트의 길로 들어섰어요.” 괴짜답게 그는 피아니스트, 음악인으로 불리기보다 예술인으로 남길 원했다. 피아노만 치고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좋아해요. 다만 다양한 실험과 예술활동도 하고 싶어요. 실제로 그림, 독서, 작곡, 실내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어요. 피아노 기술만 10시간 이상 연습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아요.” 올해 각국의 50개가 넘는 연주회에 초청받은 그는 10년 뒤 계속 피아노를 칠 것인지 묻자 단호하게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요.” 그의 연주를 직접 눈과 귀로 확인하고 싶으면 25∼28일 강원 알펜시아와 용평리조트에서 열리는 평창겨울음악제에 가면 된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팬들에게. 피아니스트 손열음(29)입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실험적으로 생각되는 곡들을 골라 8년 만에 음반도 내고 리사이틀도 하게 됐어요. 앨범 제목과 리사이틀 주제는 ‘모던타임즈’예요. 20세기 초반에 쓰인 곡들 위주죠. 정말 하고 싶었던 주제예요. 1910년대는 세상이 열렸던 때로, 요즘 이야기하는 ‘강제’ 세계화 시대죠.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일제도 우리를 강점한 때죠. 100년이 지났는데 인류의 그간 역사를 모두 뒤바꿀 정도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음악인으로서 그 시기에 음악이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것을 그렸는지 궁금했어요. 최근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책도 유럽 3대 전기 작가 중 한 사람인 독일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회고록 ‘어제의 세계’예요. 1차대전이 어떻게 발발했는지 다룬 책이에요.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 덕분에 클래식 열풍이 불고 있죠. 정말 조성진 씨에게 감사해요. 이런 기회가 아니면 클래식이 크게 알려질 기회가 없어요. 제가 클래식 관련 글을 쓰는 이유와 비슷해요. 글쓰기가 물론 힘들지만 성취감이 커요. 현장성, 즉흥성이 강한 연주와 달리 글은 마지막까지 스스로 지배할 수 있잖아요.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클래식의 추상성을 글로 잘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제가 만 29세예요. 내년에 30세가 되는데 저는 행복할 것 같아요. 20대에는 진짜 자신감이 없었어요. 항상 내가 잘하는 것보다 잘 못하는 것만 생각했었거든요. 30대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하는 사람도 되고 싶어요. 제 리사이틀은 27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려요. 24일 대전, 25일 경남 창원, 28일 경기 군포, 3월 3일 울산, 4일 전남 여수에서도 연주해요. 꼭 와주실 거죠? 3만∼8만 원(서울 공연). 1577-5266※최근 열린 손열음의 기자간담회를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세계 3대 바리톤 중 최고라 평가받는 토머스 햄프슨(61·미국)과 세계 최정상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45·오스트리아)가 3월 국내 무대에 첫선을 보인다. 햄프슨은 3월 2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선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부터 알렉산더 쳄린스키, 파울 힌데미트 등 주목받는 근현대 음악 작곡가의 곡들을 들려준다. 3월 12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 서는 네트렙코는 남편인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와 함께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등을 부를 예정이다. 햄프슨은 본보와의 단독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과 만나게 돼서 너무나 설렌다.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전쟁의 아픔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햄프슨은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브린 터펠과 함께 현존 세계 3대 바리톤으로 꼽힌다.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상주 음악가로 지정됐고, 런던 로열음악원의 명예회원이기도 하다. 그래미상도 5번 수상했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배우 같은 외모와 꾸준한 기량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별다른 비결은 없어요. 잠을 푹 자는 등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가능한 한 삶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요. 물론 좋은 식단에 운동도 필수죠.” 그는 목소리 유지 비결로는 휴식보다 매일 거르지 않는 연습을 꼽았다. 오페라에서 바리톤은 대개 악역을 맡는다. 여주인공의 사랑을 반대하는 오빠, 사랑에 빠진 테너의 연적, 남자 주인공의 정적 등의 역할이다. 그는 “그래서 바리톤이 더 매력적이다. 캐릭터를 더 발전시키고 관객의 흥미를 끌 만한 포인트를 발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죽을 때까지 노래를 계속하는 것이다. “내 흥미를 끌 만한 모든 것을 노래하고 싶지만 인생이 그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죠.” 200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에 선정된 네트렙코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뛰어난 외모와 연기력을 갖춰 주목을 받아 왔다. 네트렙코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목 관리를 위해 어려운 작품과 상대적으로 쉬운 작품을 적절하게 안배해 레퍼토리를 구성한다. ‘라 트라비아타’처럼 고난도 작품은 몇 해 동안 잇달아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최고라고 평가받지만 네트렙코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완벽해 보일지라도 개선의 여지가 늘 존재해요. 새로운 작품, 음악, 역할을 발견하고 탐구하는 작업을 통해 늘 발전하려고 노력하죠. 새로운 배움이나 도전이 없는 삶은 생각만 해도 지루해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표정을 예쁘게 지으려고 하지 말고 음악에 맞는 표정을 지어야 해요.” 허공을 휘두르던 손짓이 순간 멈칫한다. 머쓱한 미소를 띠다 이내 다시 지휘를 계속한다. 하지만 20초도 안 돼 다시 멈춘다. “오케스트라가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고 시선을 멀리 봐요. 곁눈질하면 안 돼요.” 12일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의 한 강의실에서는 한국지휘자협회가 주최한 지휘캠프가 열렸다. 흔히 오케스트라 지휘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나 레너드 번스타인 같은 거장이나 하는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19일부터 열린 이번 캠프는 올해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일반인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올해는 마에스트로를 꿈꾸는 44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 절반 이상이 지휘학과 출신 또는 재학 중이었지만 작곡과 출신도 있었다. 음악과 상관없는 참가자도 있었다. 최수승 씨(70)는 이화여대 의대에서 교수를 지내다 몇 년 전 정년퇴임했다. 피아노를 칠 줄 알지만 지휘는 지난해 처음 접했다. 최 씨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휘가 궁금했다. 오케스트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지던트 과정을 앞둔 예비 의사 김준옥 씨(37)는 “교회에서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는데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서 이번에 참가했다”며 “전공이 정신건강의학인데, 지휘와 통하는 면이 많다. 사람에 대한 매력을 탐구하는 점이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1차로 캠프를 마친 22명은 원주시립교향악단과의 리허설 기회를 잡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캠프 과정은 오전 10시∼오후 10시로 이어졌다. 식사시간이 1시간도 안 되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누구 하나 불만 없이 레슨에 집중했다. 한 명씩 지휘대로 나서 10여 분간 피아노 반주에 맞춰 지휘를 했다. 국내 정상급 지휘자로 구성된 강사들은 참가자의 지휘 도중에도 조언과 충고를 쏟아냈다. “지휘자 자체가 음악을 즐겨야 해요. 그것을 손으로 단원에게 표현하는 것이 지휘자입니다.” “곡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요.” “악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지휘하지 말고 본인이 음악을 끌고 가야 합니다.” 지휘 차례가 끝나면 격려의 의미로 참가자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차례가 아니더라도 자리에서 음악에 맞춰 지휘봉을 움직였다. 한 참가자는 “지휘대에 오르는 것이 무서웠다. 강사들의 조언도 두렵지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2001년 시작된 지휘캠프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젊은 지휘자들의 산실이었다. 최수열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를 비롯해 천안시향의 구모영, 목포시향의 김현수, 제주시향의 정인혁, 서울시 청소년교향악단의 김지환 등이 지휘캠프 출신이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롤극장과 독일 울름시립극장에서 각각 제1카펠마이스터(지휘자)로 활동하는 홍석원과 지중배도 이곳 출신이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