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콩쿠르 우승’ 임지영, 유학파 아니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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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연주인이요? ‘토종닭’ 같은 어감이어서 이상해요. 하하”

밝고 쾌활한 웃음. 말에 꾸밈이 없다. 대범하고 우직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주 스타일과 닮았다. 3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2)은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주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세계 3대 음악콩쿠르 중 하나인 ‘2015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했다.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순수 국내파란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요즘은 연주인에게 유학은 어렸을 때부터 필수가 됐어요. 전 선생님(김남윤 교수)이 워낙 잘 지도해줘 나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어요. 해외는 때가 되면 가지 않을까요.”

3대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지난해 10월 쇼팽 국제콩쿠르의 최고 자리를 차지한 조성진(22)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같은 3대 콩쿠르인데 억울할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성진이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에요. 부럽진 않아요. (성진이가) 오히려 피곤할 것 같아요. 실제로 성진이가 주위에서 자기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성진이가 클래식 열풍을 일으키는 역할을 떠맡아줘 고맙죠.”

그는 2011년부터 콩쿠르에 나서 이른 나이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30대에도 콩쿠르 우승을 이루지 못한 많은 연주인에 비하면 빠른 편이다. “콩쿠르 우승이 제 꿈은 아니지만 빨리 이룬 편이죠. 제 콩쿠르 인생이 20대 후반에 끝나도 행운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남들보다 10년은 벌었죠.”

그는 지난달 설 연휴 기간에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에 나섰다. 바이올린을 들고 가지 않은 첫 여행이었다. 푹 쉬러갔지만 오히려 더 불편했다. “이틀간은 해방된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후 패닉이 왔어요. 바이올린 생각만 나더라고요. 귀국하고 바로 바이올린부터 잡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이후 그는 바이올린을 잡고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 바쁜 연주 일정 탓에 하루 3~4시간 연습도 짧다고 불평한다. “연습벌레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연습을 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요. 남들이 보면 정말 재미없게 산다고 말할 거예요. 하지만 전 이런 생활이 재미있어요.” 실제 그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 했을 때 주변 반응은 “당연하다”였다. 그만큼 연습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그는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무대에 오른다. 베토벤,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등의 음악을 들려준다. 고전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프로그램이다.

“요즘 어떤 연주인으로 성장할지 고민이 많아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다만 나이도 어리니 해보고 싶은 것은 다하려고요. 이번 연주회도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어요. 지금은 저에게 무엇이 맞는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계속 부족하다는 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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