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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살아남았다고 방심하면 큰일 납니다.” ‘유럽 태권도의 대부’ 박수남 독일태권도협회 회장(66·사진)은 지난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태권도가 25개 핵심 종목에 선정된 것에 대해 “글로벌 기업 삼성과 현대 등이 버틴 한국의 경제력과 세계 ‘톱5’란 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로 국력을 과시한 쾌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의 가라테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더 철저하게 관리하며 올림픽 정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산대 석좌교수로 학교 업무차 최근 귀국한 박 회장은 유럽에서 한국 태권도의 국제화를 주도하고 있다. 1975년 독일대표팀 감독이 돼 1985년까지 유럽대회 10년 무패 행진을 이끌었고 오스트리아(1986∼1987년)를 거쳐 다시 독일대표팀(1988∼1989년)을 지도한 뒤 은퇴했다. 1991년부터 2010년까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거주하며 영국태권도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독일협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순혈주의’ 색채가 강한 독일에서 사상 첫 외국인 회장이다. 박 회장은 유럽태권도연맹 부회장과 세계태권도연맹(WTF) 부총재도 지냈다. 박 회장은 “독일의 경우 가라테가 2600개 도장에서 18만여 명이 배우고 있는 반면 태권도는 890개 도장에서 5만 명이 수련하고 있다. 일부 IOC 위원은 ‘어떻게 가라테가 아닌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이냐’고 비아냥거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4개국에서 태권도를 배울 정도로 지구촌 보급은 사실상 마무리됐으니 이젠 태권도의 무도정신과 문화를 제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WTF와 국기원이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을 기술에 더해 문화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바꾸고 5%의 엘리트 선수 외에 95%의 생활 태권도인에 대한 배려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3년부터 독일에서 국제어린이태권도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박 회장은 2011년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World CTU)을 만들어 글로벌 꿈나무 발굴에도 힘을 쓰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사상 처음 여자축구 FA컵이 열린다. FA컵은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가장 큰 대회. 프로와 아마가 총망라돼 명실상부한 한국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자리다. 프로가 아마팀을 잡으면 얘기가 되지 않았지만 아마가 프로를 꺾으면 ‘프로 잡는 아마’로 명성을 떨치며 화제의 중심에 서게 돼 팬들을 사로잡는다. 남자에 비해 모든 면에서 열세인 여자축구도 FA컵을 도입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게 됐다. 한국여자축구연맹(회장 오규상)은 2월 여자축구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발전책을 내놓은 가운데 FA컵 도입을 결정했다. 연맹의 대회 승인 요청에 축구협회도 흔쾌히 승인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여자 FA컵이 열리게 됐다. 김민열 여자연맹 사무총장은 “그동안 국제대회 성적에 기대어 발전을 도모하는 측면이 강했는데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새로운 대회가 필요했다. 그래서 실업과 아마가 모두 참여하는 FA컵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축구는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했고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3위를 하는 등 좋은 성적을 냈지만 인기와 저변은 여전히 형편없는 수준이다. 여자연맹은 FA컵에 W-K리그로 치러지는 세미프로팀에 더해 대학, 그리고 아마추어 클럽팀도 참가하게 해 붐을 일으킬 계획이다. 대학 동아리팀과 클럽팀, 어머니축구단 등 클럽이 많은데 이 중 선별해 대회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일단 순수 아마추어팀이 나온다는 것부터 화제를 모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연맹은 참가팀의 수준을 보고 32강이나 16강으로 대회를 치를 계획이다. 남자 FA같이 주중 시즌 경기로 치를지, 11월 한곳에 모아서 경기를 치를지는 협의 중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저마다 목표는 확실했다. 지난해 챔피언 FC 서울과 전북 현대 등 강호는 당연히 우승을, 강원 FC 등 약체는 강등권 탈출을, 이동국(전북) 등 골잡이는 득점왕을 하겠다고 외쳤다. 2일부터 9개월간의 대장정이 시작되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을 앞두고 감독과 주요 선수들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수많은 얘기를 꺼냈다. 특히 최용수 서울 감독과 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은 나란히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제패하는 게 목표”라고 자신했다. 이날 나온 흥미 있는 멘트를 ‘말말말’로 정리했다. △“원래는 포항을 얘기하려고 했다.”(최용수 서울 감독)=올 시즌 우승후보를 전망해 달라는 질문에 “전북”이라고 답한 뒤. 최 감독은 “(황)선홍이 형(포항 감독)에게 살짝 얘기했더니 노발대발해 전북으로 바꿨다”고. 본보 조사 때 자신이 지도하는 ‘서울’이라고 답했던 최 감독은 “오늘은 서울은 빼고 한 것”이라며 너스레. △“때에 따라선 ‘닥수(닥치고 수비)’도 하겠다.”(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전북의 색깔이 ‘닥공(닥치고 공격)’인데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이 뭐냐고 묻자. 파비오 감독대행은 “우리가 닥공을 내세우니 상대가 지나치게 수비적인 경우가 많다. 때에 따라서 앞서고 있을 땐 ‘닥수’도 하겠다”고. △“쌍둥이는 골과 상관이 없는데….”(전북 이동국)=딸 쌍둥이 아빠인데 다시 쌍둥이를 낳을 예정이란 소식에 한 팬이 ‘얼마나 많은 멀티 골을 생각하느냐’고 하자. 이동국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찬스를 최대한 살릴 것이다. 경기당 1골을 목표로 뛰겠다”고 각오를 밝혀. △“훈련량이 적어지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된 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부산 임상협)=전임 안익수 감독이 성남 사령탑으로 가고 윤성효 전 수원 감독이 새로 부임한 뒤 달라진 점을 묻자. 이 대답에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안 감독은 K리그에서 대표적인 훈련 지상주의자로 ‘호랑이 사령탑’으로 불린다. △“이번 시즌 포항 경기만 기다리고 있다.”(수원 곽희주)=“포항 원정을 다니면서 이겨본 기억이 거의 없다”며 포항 징크스를 깨야지만 우승에 이를 수 있다며 각오를 다져. △“15번으로 안 좋은 일이 너무 많아서.”(제주 홍정호)=등번호가 51번으로 바뀐 것에 대해. 홍정호는 “순서를 바꾼 51번으로 좋은 일이 많이 있길 바란다”고 희망. △“하루에 100개씩 프리킥 훈련을 하며 내기했던 사이죠.”(인천 이천수)=울산에서 같이 뛰던 경남 김형범이 이천수를 누르고 최다 프리킥 골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도발하자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며 나온 이천수의 응수. 전북 에닝요가 17개로 선두고 김형범이 12개, 이천수가 10개로 뒤를 잇고 있다. △“동료들에게 밥과 빵을 사겠다.”(대구 이진호)=2008년 울산에서 뛰던 당시 20골을 넣겠다고 말했다가 7골에 그친 기억에 올해는 구체적인 숫자를 정하지 않고 동료들의 집중적인 도움을 받아 골을 최대한 많이 넣겠다며.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말보다는 몸으로 보여주겠습니다.” 27일 인천시청 본관에서 열린 이천수(32·사진)의 인천 유나이티드 입단식. 평소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자신 있게 나서던 이천수였지만 이날은 말을 아꼈다. “믿어준 만큼 보답하겠다” “축구선수는 운동장에서 보여 주어야 한다” 등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했다. ‘일부에서는 이천수의 복귀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고 했을 땐 “그런 비난은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라고 했다. 과연 이천수의 ‘환골탈태’는 가능할까.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천수는 ‘그라운드의 탕아’로 불릴 정도로 악행을 거듭해 그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축구인이 많다. 심판에게 막말을 해 출장정지를 당했고 코치진에게도 항명을 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사고를 많이 쳤다. 구단과의 관계도 껄끄러웠다. 네덜란드에서 돌아온 뒤 2008년 수원 삼성에서 불성실한 행동으로 팀을 무단이탈해 임의탈퇴(소속 구단 외 다른 구단과 계약 불가능)가 됐고 박항서 감독(현 상주 상무) 시절 이천수를 구제해 전남 드래곤즈에서 뛰게 했는데도 2009년 다시 계약을 위반하며 중동으로 떠나 임의탈퇴로 공시됐다. 이 때문에 이천수가 4년 넘게 법적 공방과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이날 고향팀 인천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주변에서 도와준 분들이 많아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이천수가 밝혔듯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아 축구에만 매진한다면 재기 가능성은 높다. 이천수가 기본 자질이 뛰어난 데다 부평동중과 부평고 대선배인 김봉길 감독(57)의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그의 재능을 안타깝게 여긴 김 감독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천수를 영입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등 축구계 관계자들이 전남의 이천수 임의탈퇴 해제를 거들었지만 사실 ‘악동’ 이천수를 데려갈 팀은 없었다. 김 감독은 “천수가 과거에 잘못한 게 있지만 나이도 먹고 고생도 하면서 많이 뉘우쳤다. 잘만 따라온다면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후배들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선배가 되는 게 목표”라며 자신을 나락에서 구해준 김 감독의 배려에 꼭 보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천수는 몸을 만들어 4월 중순 그라운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6주간의 호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23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마린보이’ 박태환(24)이 입국장에서 팬들의 특별한 환영을 받았다. 그의 귀국 날짜에 맞춰 팬들이 23일자 동아일보 9면에 낸 ‘아직 끝나지 않은 레이스!! 박태환, 당신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의 전면광고를 흔들며 맞아준 것. 박태환은 “너무 놀랐다. 또 행복했고 미안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광고에 적혀 있는 대로 아직 레이스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신문 광고는 박태환 팬클럽 3곳(DC 박태환갤러리, 박태환닷컴, 중국 바이두 박태환바)의 합작품이다. 박태환갤러리의 김혜진 씨(26)는 “박태환 선수를 응원하고 홍보도 하기 위해 신문 광고를 냈다. 아직 훌륭한 기량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기업들이 외면해 안타까웠다. 자비를 들여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은퇴한 줄 알고 있어 박태환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전지훈련을 떠난 지난달 14일부터 한국과 중국 팬 100여 명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올해로 85회째를 맞는 동아수영대회를 개최하는 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박태환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3연패를 달성하기 위해 물살을 가르고 있다. 현재 박태환에게 가장 급한 일은 후원사를 찾는 일. 지난해 런던 올림픽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후원사였던 SK텔레콤이 계약해지를 하는 바람에 자비로 개인훈련단을 꾸려 호주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앞으로 훈련에만 전념하기 위해서는 후원사가 필요하다. 지난해 4개월가량 쉰 박태환은 전담코치였던 마이클 볼 호주대표팀 감독 밑에서 체력과 기량을 다시 끌어 올리고 싶어 호주를 다녀왔다. 손석배 박태환 매니저는 “그 어느 때보다 훈련을 열심히 했다. 볼 코치가 정말 4개월 쉰 게 맞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젠 ‘수영 아니면 박태환은 없다’는 각오로 애착을 가지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당분간 국내에서 훈련한다. 박태환은 “국내 대회 출전 등 앞으로의 일정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 팬들이 원하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이른 시일 안에 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몸이 예상보다 빨리 올라와 7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출전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달려야 무릎도 건강해진다.’ 3월 17일 열리는 2013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4회 동아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마라톤 동호회 ‘달리는 의사들’의 김학윤 원장(54·김학윤정형외과)과 최인봉 씨(69·한강스포츠클럽), 공준식 씨(75·칠순마라톤클럽)는 ‘마라톤 전도사’로 불린다. 특히 ‘무릎 건강을 위해선 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원장은 2001년 마라톤에 입문해 풀코스 75회에 100km 넘는 울트라마라톤을 50회 이상 완주했다. 2003년 달리기 시작한 최 씨는 풀코스 30회 완주에 역시 울트라 및 사막 마라톤을 즐기고 있다. 1999년 마라톤을 시작한 공 씨는 풀코스만 무려 250회 완주했다. 공 씨는 최근 2년간 매주 풀코스를 달렸다. 이들의 무릎은 ‘마라톤 하면 무릎 망가진다’라는 의사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할 만큼 건강하다. 김 원장의 진단에 따르면 최 씨와 공 씨의 무릎은 40, 50대와 견줄 만큼 건강하다. 김 원장은 2002년 달리는 의사들 주최 세미나에서 ‘마라톤과 무릎’에 대해 발표하면서 마라톤 예찬론자가 됐다. 직접 달려 봐야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아 두 달 동안 6개 대회를 달렸다. 그리고 ‘무릎 건강엔 마라톤이 보약’이란 주제로 세미나에서 발표했다. 김 원장은 “공부를 위해 달렸는데 몸도 좋아지고 무릎은 더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잘 모르는 의사들이 무릎 망가진다고 겁을 주는데 달려서 무릎을 다칠 일은 거의 없다. 축구나 농구 등 거친 스포츠를 할 땐 부상 위험이 있지만 천천히 앞으로만 달리는 마라톤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천적으로 관절이 좋지 않거나 무릎 주위 근육이 약화된 경우를 제외하면 달리는 게 무릎엔 최고”라고 덧붙였다. 무릎 주위 근육을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무리하지 않게 바른 자세로 달리면 부상 가능성은 ‘제로’라는 얘기다. 김 원장은 “외상으로 인한 큰 부상이 아니라면 수술하지 않고도 무릎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그게 바로 달리기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달리기 전엔 무릎에서 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좋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전혀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횡단마라톤(200km), 사하라사막마라톤(250km)도 완주했다. 공 씨는 등산이 무릎에 좋지 않아 달리기 시작했다. 퇴행성관절염이 왔는데 달리면서 완전히 없어졌다. 최 씨와 공 씨는 2004년 마라톤 마니아 김 원장을 만나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매일 달리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또 아무도 안 한다고 해 제가 나섰습니다. 그런데 다시 현대가(家)가 다 해먹었다는 말 또 하면 그땐 정말 안 하겠다고 선은 긋고 시작했습니다.” 2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신임 총재에 추대된 권오갑 전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62·현대오일뱅크 사장·사진)은 “프로 구단을 운영하는 굴지의 기업 오너들에게 총재 하라는 요청을 해도 반응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열린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 때 정몽규 전 프로연맹 총재(현대산업개발 회장)가 출마했을 때 “왜 현대가가 축구판을 다 휘어잡느냐”는 비판을 받아 나서기 싫었지만 ‘축구 발전’을 위해 나섰다는 설명이었다. 축구계에서 일하는 현대가 인사들은 아쉬울 땐 현대가에 손 벌리고 자신들의 이익이 눈앞에 있을 땐 현대가를 비판하는 축구인들에게 크게 실망하고 있다. 2009년 실업연맹 회장이 공석일 때, 2011년 프로연맹 총재가 공석일 때 현대 쪽에서 나서서 이끌고 있는데 일부 축구인이 때만 되면 비난의 날을 세우기 때문이다. 권 총재는 “매년 600억 원을 들여 초중고 대학 실업 축구를 챙기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입장에서 프로연맹도 저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현대산업개발이 모두 프로팀을 이끌고 있으며 중공업은 남녀를 포함해 초중고 대학에 실업까지 운영해 현대가 차원에서 매년 총 2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축구에 쏟아 부으며 축구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권 총재는 “나는 2등을 싫어한다. 일단 맡았으니 1등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결국 축구가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스탠드에 관중을 꽉 채우는 일이라면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어차피 축구인은 한배를 탔다.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협조해 프로와 아마가 함께 사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권 총재는 “실업연맹이 황당한 입장이 돼 미안하다. 하지만 먼저 양해를 구했고 끝까지 책임지겠다. 현재 훌륭한 회장을 찾고 있는데 나타나지 않는다면 책임지고 연맹을 이끌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총재는 2009년 9월부터 사실상 사고단체가 된 실업연맹을 맡아 다양한 스폰서를 끌어들여 리그를 운영을 해왔다. 후임이 없을 경우 그룹 차원에서 다시 나서겠다는 뜻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대한민국 스포츠 대통령’인 대한체육회장은 국내 모든 스포츠를 지휘하며 국제적으로도 한국을 대표한다. 대한체육회장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수장으로 여름 및 겨울 올림픽과 아시아경기 때 대한민국을 대표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하는 국가 단체의 대표로 총회에도 참석한다. 회장은 1년 예산 약 1700억 원을 주무르며 산하 55개 정가맹 단체와 3개 준가맹 단체 등 58개 단체를 관장한다. 국내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전국체전도 회장이 총괄 지휘한다. 스포츠 정책 입안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지만 정부를 대신해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제반 실무를 모두 책임지고 있어 영향력이 크다. 대한체육회장 자리는 스포츠의 최고 경영자로 각광받는 데다 최근 국제스포츠 이벤트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라 탐내는 사람이 많다. 과거 정치인과 경제인, 관료가 대세였고 이번에 비로소 경기인 출신이 사상 처음 양자 대결을 하게 돼 관심을 끌고 있다. 체육회에서 오래 몸담고 있는 인사들은 “정치인과 경제인, 관료 출신 등이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고 민관식 제22대 회장(1964∼1971년·사진)이 역대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한국 스포츠의 본산 태릉선수촌을 만들어 엘리트스포츠를 집중 육성했다. 선수촌에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받은 한국 선수들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에서 양정모가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세계만방에 민족의 기개를 떨쳤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세계 ‘톱5’의 원동력이 태릉선수촌이었다. 민 회장은 ‘근대 한국 스포츠의 아버지’로 불린다.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든 김운용 회장(제31, 32, 33대)은 스포츠외교로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고 정주영 제27대 회장은 현대그룹 회장으로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유치했다. 이연택 회장(제34, 36대)은 진천선수촌을 건립했다. 박용성 현 회장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란 공적을 남겼다. 역대 최악은 정치인 출신 김정길 제35대 회장. 당시 대표적인 노무현 정권의 ‘코드 인사’로 스포츠에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체육회 수장으로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했고 정권이 바뀐 뒤 상급 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인사 갈등으로 물러났다. 스포츠인들은 ‘스포츠의 정치화’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그동안 체육회는 물론 산하 경기 단체가 돈과 권력 등에서 열세라 정치인에 기댄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정치인 출신 회장들은 본업은 제쳐두고 자신의 이미지 제고에만 관심을 둔 경우가 잦았다. 특히 정치인이 스포츠계에 들어오기 위해 파벌을 조성하면서 체육계가 사분오열한 사례도 있었다. 한 스포츠계 거물 인사는 “스포츠인의 정치화도 큰 문제다. 스포츠 전문가들이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는데 정치권이란 힘에 기대어 순수성을 망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스포츠가 정치화되는 것은 이런 스포츠인 때문”이라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구는 마케팅으로 먹고산다. 정몽규 신임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선거 공약으로 “1000억 원 정도인 협회 1년 예산을 2000억∼3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내세웠던 것도 마케팅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축구가 마케팅으로 성공하려면 ‘축구’라는 상품이 팬들에게 인기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팬들이 축구에 열광하게 만들어야 기업들이 후원하려고 달려들게 된다. 팬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게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이다. 협회가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경기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축구’라는 상품을 기업에 고가에 팔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다. 한국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뤘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따는 등 국제 경쟁력은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마케팅 전략은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고 후원 기업에 질질 끌려 다녔던 측면이 있었다. 아마도 새롭게 조직 개편 그림을 그리는 정 회장이 이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을 터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예를 들어 세계적인 마케팅 파트너를 끌어 들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조언한다. 일본축구협회(JFA)의 마케팅 파트너는 바로 세계 1위 광고 대행사인 덴쓰. JFA는 덴쓰를 내세워 아시아를 넘어 국제축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덴쓰는 JFA에 스폰서를 연결해주고 협회 이벤트 대행을 하고 있다. 또 한편 덴쓰는 남미축구연맹(COMEBOL) 유럽축구연맹(UEFA)은 물론이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마케팅 파트너이다. JFA는 자연스럽게 덴쓰를 통해 ‘축구외교’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 2002년 창설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도 덴쓰가 주도해 만들어 JFA의 입김이 세다. 국제 축구 외교에서 한국이 일본에 밀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KFA가 쉽게 덴쓰 같은 파트너를 만나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국제 시장에 해박한 파트너를 만나야 ‘국제축구 권력’에서 더이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국내 마케팅 업체를 파트너로 삼아 덴쓰처럼 키우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한국 축구가 좋다며 국내 여자 세미프로 W-K리그에서 ‘코리안 드림’을 준비하는 중국여자축구대표 선수가 있다. 올 시즌부터 수원시설관리공단에서 뛰게 된 리잉(20·사진). 중국여자국가대표 출신으로 한국에서 뛰게 된 첫 선수다. 리잉은 지난해 8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중국 대표로 뛴 뒤 올 초부터는 성인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1월 말 입국해 수원과 3주 훈련을 한 리잉은 3월 6일부터 13일까지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알가르브컵 출전을 위해 지금은 중국 성인 여자대표팀에 소집돼 있다. 이 대회에서는 세계적인 강호 미국과 독일, 일본, 스웨덴 등 12개 팀이 출전해 기량을 겨룬다.리잉이 한국에 오게 된 것은 그의 ‘한국축구 사랑’과 이성균 수원 감독의 꾸준한 분석이 맞아떨어진 결과. 이 감독은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 때 리잉의 플레이를 보고 “어린 나이에도 스피드가 좋고 저돌적인 플레이가 마음에 든다”며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합숙을 하며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한국 축구의 환경을 동경한 리잉은 혼자 한국어를 공부하며 한국행을 준비했다. 리잉의 한국행은 1월 초 중국 영천에서 열린 동아시아 4개국 대회 때 사실상 결정됐다. 당시 한국대표로 발탁된 수원의 김나래가 이 감독의 주문에 따라 4경기 3골을 터뜨린 리잉의 플레이를 관심 있게 지켜봤고 역시 ‘OK’라는 판단을 전한 것. 하지만 계약은 쉽지 않았다. 중국축구협회에서 ‘대표팀 일정에 모두 차출해줘야 한다’는 단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키우고 있는 선수다. 리잉은 170cm, 65kg의 탄탄한 체격으로 헤딩이 뛰어나고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최근 역대 정권의 공약에는 스포츠 정책이 거의 없었는데 박근혜 정부는 상대적으로 스포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스포츠의 국민 행복증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복지, 문화, 산업과의 정책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강준호 서울대 교수(46·스포츠경영학)는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본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5일 출범할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국민 행복’을 저비용 고효율로 달성해줄 수단이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학교체육 강화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은 것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제시된 정책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포츠를 다른 분야와 선순환적으로 연계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 기획처 협력부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스포츠경영학의 국제적 권위자로 정부와 기업 스포츠 단체의 자문역으로 한국 스포츠의 선진화를 이끌고 있다. 강 교수는 먼저 체육이란 용어 대신 스포츠를 사용하기를 원했다. 그는 “체육을 학교 교과목 이상의 의미로 확대해서 사용하는 지금의 문화는 일제강점기의 영향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스포츠가 우리가 광의로 사용하는 체육을 의미하는 용어다. 우리나라에서도 체육을 영어로 번역할 때 스포츠로 쓰는 경우가 많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박근혜 정부의 스포츠 정책을 총평하면…. “첫 번째 인상은 최근의 역대 정권이 스포츠를 주변적이고 사소한 영역으로 생각한 것에 비하면 그나마 스포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철학적 고민과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면….“먼저 한국 스포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앞으로 국민의 생각과 사회적 변화를 잘 인식해야 한다. 한국 스포츠는 정부와 기업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아 경제처럼 압축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의 스포츠 문화는 명과 암이 교차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 수로 세계 7위를 자랑하지만 스포츠계 내부의 체계와 문화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국민들도 국가보다 개인의 삶의 질에 관심이 높아졌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국가 전체의 평균체력과 사회적 활력이 떨어졌다. 이제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 스포츠 강국은 성적 그 자체가 목적이지만 스포츠 선진국은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여 국민이 그것을 누리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박근혜 정부의 스포츠 정책에 그런 고민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인가.“학교체육 강화를 위해 체육 전담 교사 배치 등을 제시했지만 근원적인 고민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스포츠를 개별적 기능적 영역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포츠를 전 국민 삶의 일부분으로 만들어 국민 행복증진의 핵심수단으로 삼겠다는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 국가가 왜 스포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치권 차원의 명확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학교체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운동선수와 일반 학생이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운동선수들은 성공 확률 3%도 안되는 바늘구멍에 올인한 결과 결국 97%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인생의 낙오자가 된다. 반면 일반 학생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왕성한 성장을 할 시기에 질식할 듯한 선행 학습과 입시 경쟁에 찌들려 공부하는 기계가 됐다. 결국 게임 중독, 학교 폭력 등에 빠져드는 등 청소년들의 신체와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다. 서울대 남학생들의 체지방률은 60세 남성과 같은 수준이고 여학생의 근력은 60세 여성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대생 51.5%가 우울증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운동선수는 공부를, 일반 학생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정상이다. 다행히 지난해 학교체육진흥법이 제정됐다. 앞으로 이 법의 취지를 잘 살려나갈 수 있도록 재정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시스템을 만드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스포츠 선진국이 되기 위한 조건은….“인식의 변화다. 스포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세대와 성장 배경에 따라 전혀 다르다. 모두들 원론적으로는 스포츠가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의사결정단계에서는 우선순위가 낮다. 산업화 세대에게는 먹고사는 게 최우선이라 스포츠는 사치에 불과했다. 민주화 세대도 민주주의 달성이란 목표에서 스포츠는 한가한 소리였다. 스포츠가 개인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효과는 그것을 제대로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선진국 수준의 스포츠에 대한 욕구와 문화가 있다. 그런데 정책은 기성세대가 만든다. 여기서 오는 괴리가 크다. 정권 차원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한다면 사회에서도 훨씬 빨리 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릉선수촌 건립과 체력장제도 도입을 통해 스포츠 강국의 기틀을 세웠듯이 박근혜 당선인은 스포츠 선진국의 기틀을 다지는 획기적 변화를 추구하길 기대한다.”―정부가 스포츠를 강조해야 하는 이유는….“스포츠는 인간의 기본권이자 사회적 자본 축적의 중요한 수단이다. 스포츠는 신체적 건강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몸과 마음을 한 가지 목표에 몰입함으로써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실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자존감, 자아실현감을 국민 누구나 느끼게 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며 신체적 정신적 만족감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 룰을 준수하고 팀워크를 기르며 상대를 배려하고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스포츠맨십은 그동안 물질적 압축 성장을 이뤄내느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중요한 가치들이다. 한국은 지금 변곡점에 서 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발전 없이는 더이상 보이는 세계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발전이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는 신뢰와 결속, 정직, 활력과 같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매주 효과적인 수단이다.”―종국적으로 한국 스포츠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스포츠가 모든 국민 삶의 일부가 되고 뛰어난 전문 스포츠인들이 많이 나와 세계적으로 기량을 선보이는 것이다. 학교 스포츠는 뿌리이고 일반인들의 스포츠가 줄기라면 전문 스포츠는 그 위에 핀 꽃이다.―그렇다면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겠나.“물론 힘들다. 그래서 통치권자의 철학과 의지가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학교체육 정책을 전체 교육의 틀 안에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체육은 수업시간 강화뿐 아니라 스포츠클럽 등 과외활동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들고 인센티브도 수반돼야 한다. 1년에 한 번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생건강체력평가제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입시제도에 어떤 형태로든 스포츠영역이 포함되어야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스포츠가 복지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스포츠 참여와 건강보험을 연계함으로써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참여를 촉진하고 의료비용 감소를 유도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운동으로 건강을 지켜 신체 나이를 떨어뜨리는 국민에게는 건강보험 절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이게 선순환적 복지다.”―사상 첫 여성 대통령시대에 여성 스포츠 정책에 대한 생각은….“국제스포츠 무대에서 우리 여성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하지만 정작 일반 여성의 스포츠 활동은 너무 부족하다. 하고 싶어도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미국에서도 여성의 스포츠 활동 참여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타이틀 Ⅳ’란 법 제정을 통해서 가능했다. 여성과 저소득층, 고령인구 등 그들의 필요와 상황에 맞는 제도와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요즘 경제도 화두다. 스포츠를 통한 경제발전책이 있나.“스포츠는 21세기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국민이 스포츠에 직접 참여하거나 관람함으로써 발전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면서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착한 산업’이다. 기본적으로 내수시장인 스포츠시장은 참여스포츠시장과 관람스포츠시장을 두 축으로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국민복지와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22일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가 있다. 어떤 후보가 돼야 하나.“사상 첫 경기인 출신 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진정한 경기인 출신의 회장 탄생은 상징적인 면에서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기인이냐 아니냐가아니라 스포츠에 대한 사랑과 열정, 한국 스포츠발전을 위한 비전과 전략 그리고 그것을 이뤄낼 역량과 헌신의 자세다. 스포츠맨십에 맞게 공정한 선거를 통해 명예롭게 당선돼야 한다.” ● 강준호 교수 프로필△1967년 서울 출생△1986년 경기고 졸업△1990년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과 졸업△1996년 미국 미시간대 스포츠경영학 박사△199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1998년 미국 코네티컷대 스포츠경영학 교수△2001년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현),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 소장(현)△2003년 평창겨울올림픽 유치위원, 조직위원회 자문위원(현)△2006년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자문위원, 정책평가위원, 규제개혁위원△2007년 싱가포르 국가 스포츠전략 국제자문위원△2010년 서울대 기획부처장, 협력부처장(현)△2012년 서울대 글로벌스포츠매니지먼트 대학원 전공 주임교수(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번엔 2시간4분대? 3월 17일 열리는 2013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4회 동아마라톤대회의 최고 관심사는 과연 국내 사상 처음 ‘2시간4분시대’를 열 수 있느냐다. 지난해 대회에서 케냐의 로야나에 에루페(25)가 2시간5분37초로 국내 개최 대회 사상 처음 ‘2시간5분시대’를 활짝 열어젖혀 올해도 기록 경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챔피언 에루페는 지난해 말 케냐에서 기록이 좋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불시에 시행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출전하지 못한다. 에루페는 말라리아 예방주사를 맞은 뒤 바로 검사를 받아 양성이 나왔을 뿐 경기력 향상을 위한 도핑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루페가 빠졌지만 지난해 2시간6분44초로 3위에 오른 엘리우드 킵타누이(24·케냐) 등 세계적인 건각들이 출전할 예정이라 기록 경신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킵타누이는 2010년 프라하 마라톤에서 2시간5분39초를 기록한 샛별이다. 에루페의 불참으로 초청선수 중 랭킹 1위가 됐다. 킵타누이는 지난해 에루페의 불꽃 질주에 밀렸지만 이번엔 2시간5분을 넘어 2시간4분대까지 달릴 기세로 케냐에서 맹훈련하고 있다. 킵타누이는 케냐의 마라톤 메카 엘도레트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마라톤과 인연을 맺었다. 엘도레트는 해발 1900m 고지로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푸른 초원에서 고지대훈련을 하며 자랐다. 킵타누이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돈을 벌기 위해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육상에 뛰어들어 세계 마라톤의 강자가 됐다. 킵타누이 외에도 2시간6분11초의 프랭클린 체프쿼니(29), 2시간6분31초의 벤저민 콜럼 킵투(34), 2시간6분33초의 엘리자 케이타니(30) 등 ‘케냐 군단’과 2시간6분17초의 세보케 디바바 톨라(26·에티오피아) 등 2시간6분대 선수가 대거 서울코스를 달린다. ‘초청선수들은 언제든 2시간5, 6분대를 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당일 날씨와 레이스 분위기에 따라 2시간4분대 주파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특히 서울국제마라톤은 코스가 평탄해 케냐 선수들도 ‘기록을 내야 할 대회’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서울 코스를 달려본 킵타누이는 “코스가 평탄해 비가 오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좋은 기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부에서는 김민 백승호 김영진 등 ‘삼성전자 유망주 삼총사’가 2시간10분 벽 깨기에 도전한다.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3분11초를 뛴 김민과 2시간15분20초의 백승호, 2시간16분47초의 김영진은 잘 조련하면 2시간10분 이내 기록을 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황규훈 삼성전자 감독의 판단이다. 특히 5000m를 13분54초12에 뛰는 김민과 13분54초17의 백승호는 2000년 이봉주(은퇴)가 세운 2시간7분20초의 한국기록을 깰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선착순 2만명 마감 임박… 동호인 여러분 신청하셨죠? ▼2013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4회 동아마라톤대회 동호인 부문의 참가신청 마감이 임박했다. 선착순 2만 명을 모집하는 이번 레이스에 14일 현재 1만9000여 명이 신청했다. 대회 참가 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www.seoul-marathon.com)를 통해 받는다. 문의 서울국제마라톤 사무국(전화 02-361-1425∼7, 팩스 02-2020-1639, e메일 marathon@donga.com).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마치 ‘영웅’이 등장한 듯했다. 13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는 취재진이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한 축구대표팀이 입국할 때에 버금가는 분위기였다. ‘독도 세리머니’ 박종우(24·부산 아이파크)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컸다. 당시 ‘헛발질’ 대한축구협회의 이상한 조치로 빛나는 해단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뒷문으로 사라지며 느꼈던 참담함을 이번에 떨쳐 버린 셈이다. 12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엄중 경고 끝에 동메달을 받게 된 박종우가 ‘금의환향’했다.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3, 4위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관중석에서 던져준 ‘독도는 우리 땅’이란 종이를 들고 뛴 게 눈에 띄어 일본 측이 IOC에 이의를 제기하며 보류됐던 동메달을 6개월 만에 되찾게 된 것이다. 박종우의 동메달은 14일 오후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갖고 들어온다. 박종우는 “IOC 징계위원회에서 진심으로 성실히 임한 덕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메달을 되찾은 느낌이 당시 런던 올림픽에 함께 출전한 동료들이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받을 때와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 발전했다. 평생 잊지 못할 기간이었다. 올림픽 이후 경기력이 미흡했지만 올해에는 좋은 경기력을 선보여 주위에서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별도의 시상식이나 행사 없이 메달을 전달하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올림픽에 다녀온 뒤 모든 자리에 참석한 만큼 그렇게 아쉽지는 않다. 하지만 당시 시상식에 올라가지 못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속마음을 얘기했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이 12일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경기 직후 일본 선수에게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게 이를 증명한다”고 했던 것에 대해서 그는 “경기를 마치고 일본의 오쓰 유키가 많이 슬퍼했다. 나와 오쓰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니 많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위로했다”고 답했다. 박종우는 올림픽 현장에서 메달을 받지 못했고 축구협회의 미숙한 행정으로 ‘마음고생’은 했지만 팬들에게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일본에 대한 국민의 악감정이 고조됐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을 꺾고 ‘독도 세리머니’를 펼친 박종우는 원망의 대상이 아닌 존경의 대상이었다. 올림픽이 끝난 뒤 박종우를 보러 오는 소녀 팬들이 많아 소속팀 부산이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구인이라면 유망주를 발굴해 칭찬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보호하며 큰 재목으로 키워야 합니다. 저도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 1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25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은 대상을 받은 이상재(13·성남 중앙초6) 등 수상자들을 모두 꼭 안아주며 활짝 웃었다. 차 감독은 “박지성(퀸스파크레인저스)과 기성용(스완지시티), 이동국(전북) 등 상을 받은 선수들이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어 참 기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애국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차 감독의 유별난 유소년 축구사랑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차붐’ 신드롬을 일으킨 차 전 감독은 귀국한 뒤 1988년 이 상을 제정했고 국내 처음 ‘축구교실’을 만들어 유망주를 키우는 데 힘써 왔다. 지금은 축구선수 출신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축구교실이 많지만 당시엔 차 전 감독이 유일했다. 잘 짜인 독일 유소년 시스템이 최강 ‘독일 전차’를 만들었다는 판단하에 귀국하자마자 ‘차범근축구교실’을 만들어 30년 가까이 유소년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차 전 감독은 한눈팔지 않는다. 축구 발전을 위해 옳다고 믿으면 주위에서 무슨 말을 해도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는다. 시상식을 지켜보며 진정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인’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축구인들은 지난달 끝난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 때 ‘돈’을 뿌리는 후보에게 휘둘리며 갈라진 모습을 보였다. 선거가 끝난 뒤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서로 삿대질하는 후유증도 앓고 있다. 한 대의원은 선거 뒤 ‘배신자’ ‘우린 다시 보지 맙시다’ 등 문자와 협박성 전화에 시달려 휴대전화를 한동안 꺼놓고 지내기까지 했다. 중립을 지켜야 할 협회 일부 인사가 ‘축구야당’을 자처하는 인사에게 줄을 선 것 때문에 협회 직원들도 제대로 화합하지 못하고 있다. 축구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축구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게 당연한 이치인데 축구보다는 자신들의 이익만 좇는 형국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2012년 런던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 획득 등 축구 실력은 업그레이드되고 있는데 축구 문화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축구인들’이 차 전 감독처럼 축구에만 전념하는 문화가 곧 선진 축구문화다.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최근 벤피카에서 이적한 그라나다의 놀리토가 왼쪽에서 코너킥을 올리자 골지역 오른쪽에서 수비하던 레알 마드리드(레알)의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사진)가 볼을 향해 뛰어 올랐다. 하지만 볼은 호날두의 정수리를 살짝 스친 뒤 골문으로 향했다. 골키퍼 디에고 로페스는 갑작스러운 볼의 방향 전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월드스타’ 호날두가 3일 열린 그라나다와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방문 경기에서 프로 첫 자책골을 기록했다. 전반 22분 상대 코너킥을 걷어낸다는 게 자책골이 돼 팀의 0-1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2002년 스포르팅 포르투갈로 프로에 데뷔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거쳐 레알까지 10년여의 프로 생활에서 처음 기록한 자책골이다. 갈 길 바쁜 호날두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3일 현재 3위인 팀은 승점 43(13승 4무 5패)으로 단독 선두 FC 바르셀로나(바르사·승점 58·19승 1무 1패)에 15점차로 뒤져 사실상 리그 우승이 물 건너간 상태다. 더구나 ‘라이벌’ 리오넬 메시(바르사)와의 득점경쟁에서도 21골로 메시(33골)에게 크게 뒤져 있었는데 생애 첫 자책골까지 헌납하며 무너진 것이다. 특히 레알은 이날 승리로 14위(승점 26)가 된 중하위팀 그라나다에 져 충격이 크다. 현지 언론들은 레알이 지난달 31일 열린 바르사와의 국왕 컵(코파 델 레이) 준결승(1-1 무)에서 혈전을 치른 게 패배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AFP통신은 호날두의 자책골로 패한 것에 대해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레알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전반 23분 왼쪽 측면을 파고들며 미드필드에서 넘어온 긴 패스를 받은 손흥민(사진)은 수비수 테오도르 게브레 셀라시에를 따돌리고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도 서 있는 사각(死角)이었지만 볼은 오른쪽 구석의 골네트를 갈랐다. 마치 30여 년 전 ‘차붐’ 차범근(전 수원 감독)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슈퍼 탤런트’ 손흥민(21·함부르크)이 28일 새벽 끝난 베르더 브레멘과의 독일 분데스리가 안방경기에서 0-1로 뒤지던 전반 23분 균형을 맞추는 골을 터뜨리며 리그 7호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이날 골은 지난해 11월 17일 마인츠 경기 이후 2개월이 넘은 가운데 터졌지만 경기를 15경기 남겨두고 있어 시즌 두 자릿수 득점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까지 한국 선수가 유럽 빅리그에서 한 시즌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는 차범근이 유일하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뛰던 1985∼1986시즌에 17골을 터뜨렸다. 차범근은 독일 시절 6번의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지만 17골이 마지막이었다. 한국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퀸스파크레인저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한 시즌 리그 5골이 최다였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손흥민은 그해 시즌 3골, 지난 시즌 5골을 잡아낸 데 이어 이번 시즌에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손흥민은 동점골에 이어 후반 1분에는 데니스 아오고의 역전골을 돕는 등 맹위를 떨쳐 팀의 3-2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함부르크는 승점 3을 추가해 리그 9위(승점 28)가 됐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8일 열린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최근 일부 스포츠지에 재미난 광고가 실렸다. ‘24명의 힘을 믿습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문구로 허승표 전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의 사진을 크게 쓴 광고였다. 중앙 및 시도협회 회장인 대의원 24명이 뽑는 회장 선거에서 그들의 마음을 잡고자 하는 의도였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도 아닌데 광고까지 하다니…. 대부분의 축구인은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사정이 딱하긴 했다. 온갖 방법을 쓰고도 대의원들이 움직이지 않자 언론 광고까지 이용할 생각을 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당초부터 정몽규 신임 회장과 김석한 전 한국중등축구연맹 회장 등 속칭 ‘여당표’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1차 투표에서 표가 두 후보에게 갈리더라도 결선에선 합쳐질 표였다. 결국 정 회장이 결선에서 15표로 당선됐다. 4년 전에도 ‘축구 야당’을 자처하면서도 온갖 ‘꼼수’로 축구계를 갈라놓고도 낙마한 허 전 이사장으로선 또 패한다면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일이기에 다른 후보들은 아무도 하지 않은 광고까지 한 듯하다. 하지만 허 전 이사장은 축구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축구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투자가 결여돼 있는 상태에서 아무나 출마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허 전 이사장은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다.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수장일 때 도전했고 4년 전 조중연 회장과 경선을 치르고 이번에 다시 나왔다. 대의원들은 그에게서 ‘진정성’을 찾지 못했다.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다 선거 때만 되면 ‘축구인’이라는 이유로 출마하는 것에 거부감이 컸다. 지금은 없어진 한국축구연구소를 만들기는 했지만 ‘연구’보다는 ‘선거용’으로 축구협회 비판만을 하다 흐지부지 없어져 축구인들을 실망시켰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허 전 이사장 측은 정 신임 회장 측에 “이번엔 양보하고 다음에 하면 안 되겠느냐”며 ‘빅 딜’을 제안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 지방 대의원은 “가방에 뭔가 싸들고 와서 자기를 찍어 달라고 하는데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 그냥 가라 했다”고 했다. 결국 ‘진정성’이 이겼다. 허 전 이사장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돈과 꼼수로 한국축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허황된 생각이 한국축구를 매번 멍들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긴장감을 즐겨라.’ 25일 제주 제주시 한라수목원을 달리는 삼성전자 육상단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자신감이 느껴졌다. 26일로 2013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4회 동아마라톤대회를 50일 남겨둔 가운데 활기 있고 힘차게 겨울바람을 가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런 긴장감을 느끼며 훈련하는 게 참 오랜만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황규훈 감독(60)의 힘이었다. ‘마라톤 사관학교’ 건국대에서 유망주를 지도하던 황 감독은 카리스마의 대명사. 뭐라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조직을 강단 있게 끌고 가기로 유명하다. 황 감독은 “부상 선수가 없고 경쟁자들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훈련 분위기라는 데는 주변 사람들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명문 삼성전자 육상단이 황 감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황 감독은 “이봉주 은퇴 이후 팀 분위기가 다소 침체됐다. 최고의 팀에 최고의 선수들이 있는데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최상의 조건에서 맘껏 훈련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물가로 끌고는 가도 물을 강제로 먹일 수 없듯 결국 자기 자신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항상 자신감을 갖도록 독려한다”고 했다. 황 감독은 “최고의 팀에 최고의 선수들이란 자부심을 심어줘야 유망주들도 삼성전자에 오고 싶어 한다. 이젠 성적으로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적에 얽매이다 보면 역효과가 나는 법. 부상 없이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는 게 황 감독의 계획이다. 3월 17일 열리는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1단계로 김민 백승호 김영진 등 남자 유망주 3명을 2시간10분 이내로 뛰게 하고 김성은이 16년 묵은 여자 한국기록(2시간26분12초)을 경신하는 게 목표다.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3분11초를 뛴 김민과 2시간15분20초의 백승호, 2시간16분47초의 김영진은 잘 조련하면 2시간10분 벽을 깰 능력을 지녔다는 게 황 감독의 판단이다. 특히 5000m를 13분54초12에 뛰는 김민과 13분54초17의 백승호는 2000년 이봉주(은퇴)가 세운 2시간7분20초의 한국기록을 깰 유망주다. 황 감독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가 열리는 내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선 남자부에서도 한국기록을 경신하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29분27초의 역대 4위, 현역 2위 기록을 낸 김성은은 한국 여자마라톤의 간판이다. 황 감독은 “염고은과 현서용 등 고교 유망주들이 들어오면서 김성은도 더욱 열심히 훈련한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남녀 모두 팀 내 라이벌 구도가 형성돼 서로 긴장하면서 훈련하는 게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제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서울국제마라톤을 향해.’ 26일 오전 11시 제주 서귀포 동아마라톤센터에서 제7회 한국실업육상경기연맹 전국 크로스컨트리대회가 열린다. 3월 17일 열리는 2013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4회 동아마라톤대회를 50일 앞두고 기량을 점검하는 장이다. 겨울을 맞아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실업팀 선수들 대부분이 참가해 강창학운동장 주경기장을 출발해 동아마라톤센터 크로스컨트리코스(3.4km)를 두 바퀴 돌아오는 8km 코스에서 열린다. 크로스컨트리는 야산의 오르막과 내리막, 들판의 오솔길 등을 달리는 종목. 다리는 물론이고 허리, 배 등의 근육과 인대가 강화돼 마라톤 선수에게는 필수인 겨울 훈련 종목이다. 마라톤 선수들이 잘 단련하지 않는 부위의 근육과 인대를 강화해 부상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야산이 아닌 평탄한 들판을 달리는 크로스컨트리는 긴 거리를 뛴 다음 날 피로 해소를 위해 1시간 30분 정도 가볍게 조깅하는 식의 훈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요즘 마스터스 마라톤의 고수들은 인터벌 트레이닝과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병행하는 추세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0여 개의 크로스컨트리대회를 열어 마라톤 선수들이 참가하게 하고 있다.제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스타 플레이어 출신 아빠는 아들에게 축구를 하지 말라고 했다. 너무 힘들다고. 하지만 아들은 늘 축구에 목말랐고 친구들과 공을 차며 놀았다. 결국 아빠의 뜻을 꺾고 늦은 나이에 축구화를 신은 아들은 날이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황금발’ 신태용 전 성남 일화 감독(43)과 재원 군(15) 부자(父子). 이른 나이에 K리그 사령탑을 맡아 승승장구하다 ‘날벼락’을 맞은 아빠는 “이 시련이 곧 기회”라며 재도약의 길을 찾고 있고 재원 군은 그런 아빠를 거울삼아 ‘월드 스타’를 꿈꾸고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성남 사령탑을 그만둔 신 감독과 호주에서 축구 유학 중인 재원 군을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만났다.○ “아빠를 넘겠다” 아들을 바라보는 신 감독의 표정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극구 만류했지만 정작 아들이 축구를 시작하자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신 감독은 2008년 호주 브리즈번에 자신이 개설한 축구 전문 TY스포츠아카데미에서 재원 군을 키우고 있다. 당초 초등학교 1학년 때 공부로 유학을 보냈는데 “축구선수가 꿈”이란 재원 군의 끝없는 설득에 6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공을 차게 했다. 둘째 아들 재혁 군(12·성남 중앙초5)도 공을 차기 시작해 완전한 ‘축구 가족’이 됐다. K리그 득점왕(1996년) 출신 아빠의 아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녔다. 아빠같이 공격형 미드필더 및 섀도 스트라이커인 재원 군은 축구를 시작한 지 3년 만인 2011년 14세 이하 대표팀 상비군에 뽑힐 정도로 괄목상대했다. 지난해 호주에서 233개 팀이 참가해 열린 캉가컵 국제대회에선 존폴칼리지 중학교의 주장으로 출전해 준우승을 이끌었다. 10골 7도움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재원 군은 ‘제2의 기성용’을 꿈꾼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축구 유학한 뒤 FC 서울과 스코틀랜드 셀틱을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에서 뛰고 있는 기성용은 신 감독과 재원 군 모두가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재원 군은 “축구도 잘하고 잘생긴 성용이 형처럼 국가대표도 되고 유럽 빅리그에도 진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가대표 출신에 유일하게 선수로 K리그 3연패를 두 번(1993∼1995년, 2001∼2003년·이상 성남)했고 성남 감독으로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아빠. 부담도 될 터인데 재원 군은 “아빠를 넘어서야 국제무대에서 성공하죠”라며 웃었다. 그런 아들을 보는 아빠의 얼굴엔 더 큰 웃음꽃이 피었다. 신 감독은 “재원아, 축구를 시작한 지 4년이 조금 넘었는데 너무 잘해 고맙다. 하지만 악착같이 달라붙어 공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근성은 더 키워야 한다”며 조언을 잊지 않았다.○ “내겐 재도약의 기회다” 2008년 말 팀을 맡아 2009년 K리그 준우승, 2010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잠시 주춤(2011년 10위, 2012년 12위)했는데 ‘나가라’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지난해 말 사표를 던졌다. 신 감독은 “처음엔 좀 서운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성남에 너무 고마웠다. 성남이 있었기에 내가 있었다. 오히려 이번 기회가 내겐 보약이 될 것”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2004년 말 성남에서 떠밀리듯 은퇴한 신 감독은 코치 등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2008년 갑작스레 성남 지휘봉을 맡았다. ‘형님 리더십’과 열정이 조화돼 초반에 좋은 성적을 내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구단 프런트, 선수단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신 감독은 “오히려 이런 시련이 너무 고맙다. 언제 배우겠나. 절망이 아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나를 지지해준 팬들을 위해 꼭 멋진 감독으로 그라운드에 다시 서겠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2월 말 스페인으로 유럽축구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성남=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