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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지금 유럽 축구 국가 대항전인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로 후끈 달아있다. 10일(현지 시간)부터 프랑스 10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유로 2016의 열기를 말해주듯 에펠탑에는 축구공이 매달려 있다. 하지만 에펠탑을 마주 보는 위치에 자리한 샤요국립극장에는 한국 무용 열풍이 뜨겁다. 9∼11일 이 극장에서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무용 공연 ‘이미아직’이 무대에 올랐다. 샤요극장은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 무용 공연장이다. 이미 죽은 자와 아직 산 자를 뜻하는 ‘이미아직’은 제목처럼 한국 장례를 소재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룬다. 샤요극장은 ‘2015∼2016 한-프랑스 상호교류의 해’ 행사 중 하나인 ‘포퀴스 코레(Focus Cor´ee)’ 개막작으로 ‘이미아직’을 선택했다. 한국 안무가의 작품이 이 극장 무대에 오른 것은 1939년 한국 신무용의 개척자 최승희(1911∼1969) 이후 77년 만이다. 샤요극장은 지난해 관계자들을 한국에 파견해 많은 무용 작품을 직접 본 뒤 ‘이미아직’ 등 5개의 작품을 골랐다. 김판선 이인수 안성수 등 국내 안무가의 창작 작품은 물론이고 프랑스 안무가 조제 몽탈보와 국립무용단이 협업한 ‘시간의 나이’가 프랑스 관객과 만났거나 만날 예정이다. 3일 공연 내내 1200석의 공연장은 프랑스 관객으로 가득 찼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무용을 전공하는 학생들부터 노부부까지 한국 무용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무대를 지켜봤다. 무대 위의 무용수들은 병풍을 배경으로 ‘이미’ 죽은 자들과 ‘아직’ 산 자들이 벌이는 몸놀림을 선보였다. 우리 몸을 가두고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편견을 벗겨내기 위해 무용수들은 한계 상황까지 치닫는 동작으로 연출된 군무를 선보였다. 후반부 남자 무용수들이 나체로 파격적인 춤을 출 때는 관객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봤다. 한국적 정서나 무속 문화를 담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극장 관계자는 “프랑스 관객은 굉장히 솔직하다. 공연 도중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밖으로 나갈 정도다. 하지만 ‘이미아직’ 공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는 ‘브라보’를 외치며 무용수들이 퇴장할 때까지 박수를 보냈다. 공연 뒤에도 여운이 남은 듯 자리에 10분 이상 앉아 있는 관객도 많았다. 공연을 관람한 스테파니 쿠트리에 씨는 “한국 무용을 처음 본다. 다른 나라의 공연과 달리 한국의 전통적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한국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알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디디에 데샹 샤요극장장은 “한국 무용수들은 힘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여기에 작품들이 한국 전통 문화를 가져와 새롭게 해석한 점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단장은 “현대무용의 선두주자인 프랑스의 권위 있는 극장에서 초청받아 공연하게 돼 의미가 크다. 프랑스 관객은 굉장히 냉정한데, 열띤 반응을 이끌어낸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번 파리 공연 뒤 14일 벨기에 리에주와 17일 루마니아 시비우에서 다시 공연한다. 파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질문: 고민이 있습니다. 제 남자친구가 만날 때마다 샌들에 양말을 신고 나옵니다. 양말을 제발 벗으라고 해도 자신의 취향이라면서 고집을 부립니다. 이런 남자친구 어떻게 할까요? 답변: 헤어지세요. 몇 년 전 인터넷에 올라온 고민 상담 중의 하나다. ‘양말에 샌들.’ 남녀를 불문하고 최악의 패션으로 불렸던 조합이다. 1980, 90년대 일부 남성들이 이 스타일로 산이나 바닷가를 거닐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어느새 패션의 ‘금기’가 됐다. 샌들에 양말을 신으면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바지에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금기가 있었다. 다리 길이에 맞춘다고 바지 밑단을 그냥 자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상 수선집에 가서 청바지의 맨 밑단을 살려 청바지를 수선하곤 했다. 일명 ‘청청’ 패션도 금기였다. 청바지에 청재킷을 입으면 ‘촌스럽다’ ‘패션을 모른다’ 등의 얘기를 들었다. 최근 이런 ‘패션 금기’들이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비난을 받았던 샌들에 양말 조합은 몇 년 전부터 패션쇼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연예인들도 당당하게 양말에 샌들을 신고 나타났다.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샌들에 어떤 양말을 신으면 좋을지 문의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한 양말 판매전문점 관계자는 “여름에는 신발을 신을 때 보이지 않는 덧신 양말이 인기가 좋았는데 올해는 발목 긴 양말들이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바지도 이젠 밑단을 살리면 촌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커팅 진’이라고 불리며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유행이다. 금기가 아예 유행이 됐다. 아예 이렇게 만든 청바지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생겼다. 청바지에 청재킷을 입으면 이제는 ‘유행 좀 아는’ 사람으로 통한다. 이전에 금기였던 조합과 패션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는 존재가 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소비 형태를 바꾼 전 세계적인 불황과 1980, 90년대 복고의 유행, 그리고 취향을 더 우선시하는 문화를 꼽았다. 패션 컨설턴트 남훈 대표는 “불황이 계속되다 보니 사람들이 새로운 옷을 사기보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아이템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며 “양말과 샌들도 새로 사야 하는 것이 아닌 기존에 있던 것을 조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중문화에서 1980,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유행하고 그때 10, 20대를 보냈던 30, 40대가 소비의 가장 큰손으로 떠오른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패션 디자이너 허환은 “80, 90년대 패션을 포함한 문화 전체가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이상 그때의 패션과 문화를 촌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패션과 문화가 유행이 아닌 취향의 공동체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도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패션과 문화에 대한 관점이 시대나 세대에 갇히지 않고 개인들의 취향으로 넘어가고 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30년의 세월을 넘어 심청과 심청이 만났다. 지난달 25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는 한복을 차려입은 두 명의 심청이 나타났다. 한 사람은 30년 전인 1986년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에서 초대 심청을 맡았던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53). 당시 이 작품은 국내 창작 발레로는 최초로 해외에 진출해 15개국 40여 개 도시에서 250여 차례나 무대에 올려졌다. 문 단장은 이 역할로 100여 차례나 공연했다. 또 한 명의 심청은 10∼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0주년 ‘심청’ 무대에서 처음으로 이 역할을 맡은 홍향기(27)다. ‘심청’은 문 단장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이다. 전체적 안무는 미국 안무가인 에이드리언 댈러스가 담당했다. 하지만 문 단장이 오페라와 판소리에 기초해 자신만의 예술관과 동작을 입혔다. “제가 23세 때 처음 심청을 맡았어요. 없던 것을 새로 만들다 보니 군데군데 안무가 빈 부분도 있었고, 제가 생각하는 심청에 대한 것도 있어서 동작을 많이 만들었어요.”(문 단장) 지금의 심청은 ‘문훈숙표 심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년 마지막으로 이 역할을 맡은 뒤 작품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문 단장은 무용수들을 직접 챙기며 호흡과 표정 하나하나를 가르쳤다. “공연을 앞두고 단장님이 연습실에 와서 동작에 대한 표현과 기술 등에 대해 조언할 때가 많아요. 단장님이 가장 많은 애정을 쏟았던 작품인 만큼 무용수들도 많이 부담돼요.”(홍향기) 심청은 30년 동안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무용수들에게도 심청은 꼭 해보고 싶은 역할 중의 하나로 꼽힌다. 문 단장은 세월이 지나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로 ‘효’ 사상을 꼽았다. “대부분의 발레 작품은 남녀 간의 사랑을 다뤄요. 심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부모에 대한 사랑을 담았어요. 심청을 본 뒤 눈물을 흘리는 해외 관객이 많았어요. 그만큼 ‘효’는 인류 보편적인 정서예요.”(문 단장) 초등학생 때 처음 심청을 봤다는 홍향기는 이 작품에 대해 특별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발레에 관심이 없던 아버지가 2013년 우연히 이 작품을 본 뒤 발레단의 모든 공연을 챙겨서 볼 정도로 팬이 됐어요. 심청을 보고 발레에 눈을 떴대요. 이번에 제가 심청 역할을 맡는다니 그 어떤 때보다 좋아하셨어요.”(홍향기) 지금까지 많은 무용수들이 심청을 맡았지만 각자 생각하는 ‘최고의 심청’이 있다. “연기와 기술, 음악성 등 3박자를 갖춘 발레단의 전 수석무용수 박선희가 최고였어요.”(문 단장) “수석무용수인 황혜민 언니는 항상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심청을 연기해요.”(홍향기) 이번 30주년 무대에는 문 단장을 비롯해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박선희, 전은선, 강예나 등 역대 심청을 맡았던 무용수들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30년 넘게 쌓아 온 우정의 무대는 어떤 하모니를 들려줄까? 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특별한 연주회가 열린다. 연주회 제목은 ‘선형훈과 친구들’이다. 여기서 ‘친구들’이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피아니스트 김대진(54), 미국 피바디음악원 교수인 비올리스트 장중진(48), 이화여대 음대 교수인 첼리스트 배일환(51) 등 국내외 중견 음악인들이다. 반면 바이올리니스트 선형훈(51)은 낯설다. 선형훈은 1970년대 음악 영재로 불렸다. 5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13세에 이화경향 음악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해 줄리아드 음악원에 진학해 이츠하크 펄먼, 정경화 등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를 키워 낸 이반 갈라미안 교수를 사사했다. 선형훈과 친구들은 1980년을 전후해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만난 사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선형훈과 함께 자리를 가진 김 교수는 “3년 정도 선형훈과 함께 음악을 하면서 정말 친하게 지냈다. 당시 선형훈의 집은 줄리아드 음악원을 다닌 학생들에게 아지트였다. 나를 비롯해 몇 개월씩 같이 살았던 음악인이 많다”고 말했다. 선형훈과 친구들은 틈날 때마다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협연하며 우정을 쌓아 왔다. 하지만 선형훈은 1981년 갈라미안 교수가 갑작스럽게 타계한 뒤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리며 긴 방황을 시작했다. 급기야 1990년부터는 바이올린을 아예 잡지 않고 다른 길을 찾기 위해 일본, 하와이, 유럽 등을 돌아다녔다. 선형훈은 4년 전 다시 바이올린을 잡았다. 병원을 찾아 환자들을 위로하는 연주를 하고 작은 음악회를 열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다. 선형훈은 “다시 음악을 시작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친구들과 주변의 응원이 힘이 됐다. 연주회를 위해 친구들이 기꺼이 참가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선형훈의 재기를 돕기 위해 1년 전부터 연주회 준비를 했다. 다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기꺼이 시간을 맞춰 줬다”고 말했다. 선형훈과 친구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미국 유학 이후 처음이다. 김 교수는 “외국에서 함께 힘든 일 좋은 일을 다 겪었던 사이들이라 연주회 연습을 하면서 10대로 돌아간 느낌이다”고 말했다. 선형훈도 “이렇게 함께 무대에 서려고 긴 방황을 했나 보다. 친구들의 응원에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3만∼7만 원. 02-720-3933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발레리나 김희선(24·국립발레단·사진)이 헬싱키 국제발레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대상(그랑프리)을 차지했다. 2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끝난 콩쿠르 결선에서 여자 시니어 부문에 출전한 김희선이 모든 부문을 통틀어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고 국립발레단이 3일 밝혔다. 이 외에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재학 중인 윤별(22)이 남자 시니어 부문에서 1위 없는 2위에 올랐다. 여자 주니어 부문에서는 신소정(18)이 1위, 심여진(15)이 3위를 차지했다. LDP무용단의 안무가 김재덕은 안무상을 수상했다. 한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26)는 2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끝난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 및 특별상인 라디오캐나다 청중상을 받았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인연이 묘하다. 명품 고(古)악기를 젊은 연주자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는 금호아시아나재단은 1997년 원로 바이올리니스트인 양해엽 전 서울대 음대 교수에게 악기 선택을 부탁했다. 양 전 교수는 1740년에 제작된 도미니쿠스 몬타냐나(당시 10억 원 안팎으로 감정) 바이올린을 추천했고, 재단은 그 악기를 구입했다. 이후 몬타냐나는 많은 국내 젊은 연주자에게 대여돼 꿈의 크기를 키웠다. 20년이 흐른 뒤 이 고가의 바이올린은 추천한 교수의 애제자 품에 안겼다. 3월 오디션을 거쳐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27)가 3년간 몬타냐나의 새 주인이 된 것이다. 그는 바이올린을 시작한 7세 때부터 7년간 양 전 교수를 사사한 경험이 있다. 김다미는 3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3년 5개월 만에 바로크와 낭만파 음악의 대표곡들로 독주회를 갖는다. 연주회에 앞서 만난 그는 “오디션 전 스승님이 ‘합격하면 꼭 몬타냐나를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주셨다”며 “제자가 자신이 선택한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을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다미는 한동안 자기 악기가 없었다. 초등학생 때 잠깐 부모가 어렵게 구입한 3000만 원 상당의 바이올린을 썼지만 14세 때 미국 음악 명문인 커티스음악원에 입학하면서 팔았다. “학교와 재단, 그리고 콩쿠르 부상으로 받은 악기를 대여해 썼어요. 몬타냐나가 제 6번째 바이올린이죠. 이제 3년간 걱정 없이 좋은 악기를 쓸 수 있어 행복해요.” 그가 처음 바이올린을 배울 때만 해도 부모는 국내 명문대 진학에 시집을 잘 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재능이 ‘변수’였다. 그는 20대 초반 ‘콩쿠르의 여왕’으로 불렸다. 2010년 파가니니 콩쿠르(1위 없는 2위), 2012년 하노버 콩쿠르(1위) 등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었다. 지난해 여름에는 세계 최고 클래식 축제인 루체른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리사이틀을 하며 데뷔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4년 4위를 차지한 인디애나콩쿠르 뒤 콩쿠르 출전을 접었다. “콩쿠르 연주 동영상을 보니 제 연주가 날카롭고 신경질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물론 콩쿠르를 통해 연주 기회와 지명도를 얻었지만 콩쿠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는 올해부터 콩쿠르 대신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번 독주회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내성적이던 성격도 외향적으로 변했다. “음악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남이 그렇게 평가한다는 것이잖아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음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제 자신이 만족하면서 하고 싶은 음악을 할 거예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최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김기민(24)은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무용수들이 해외 유명 발레단에 잇달아 입단하고 있고 수석무용수 자리도 꿰차고 있다. 한국 발레가 단기간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선구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12년간 국립발레단 단장을 맡았던 최태지 명예 예술감독(57)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김용걸 교수(43)의 공이 작지 않다. 최 감독은 국립발레단 단장 시절 ‘해설이 있는 발레’ ‘찾아가는 발레’를 처음 시도했고 발레리나 김지영 김주원을 앞세운 ‘스타 마케팅’을 펼쳤다. 유리 그리고로비치 등 전설적인 안무가의 작품을 받아 세계적인 레퍼토리도 구축했다. 김 교수는 최 감독 시절에 국내파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1997년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입상(동상)했다. 2000년 남자 무용수로는 동양인 중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해 10년간 활동했다. 후배 발레리노들이 김 교수를 보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서로의 근황과 한국 발레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많이 바쁘다면서?”(최 감독) “국립오페라단 ‘루살카’와 3, 4일 열리는 갈라 안무를 맡은 데 이어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제 작품이 올라가 연습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세요?”(김 교수) “지방에서 발레 강의나 공연 요청이 오면 그곳에 가서 발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서울에서는 발레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히 발레를 보기 힘들잖아.”(최 감독)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20년 전으로 흘러갔다. 그때만 해도 콩쿠르 입상은 요즘처럼 흔한 일이 아니었다. 김 교수가 동상을 받았을 때 축하 공연이 열릴 정도였다. “예전에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무용학과’ 다닌다고 하면 ‘무역학과’라고 알아듣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고 무용수들의 수준도 높아졌어요. 특히 기술적인 부분은 세계적인 무용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요.”(김 교수) “그렇지. 지금은 콩쿠르 나갔다 하면 상을 타 오는 시대가 됐어. 요즘에는 해외 안무가들이 수준 높은 무용수들과 일하고 싶다며 서로 한국에 오려고 할 정도야.”(최 감독) 이들의 대화 중에서 김기민의 이야기는 단연 화제였다. 최 감독은 김기민의 모스크바 콩쿠르 출전 당시 심사위원이었고, 김 교수는 김기민을 위해 특별코치를 맡기도 했다. “한국 무용수로서 정점을 (김)기민이가 찍은 것 같아요. 저와 기민이를 비교한다면 비교가 민망할 정도죠. 기민이는 24시간 발레만 하는 아이였어요.”(김 교수) “기민이도 너 같은 멘토가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중에 기민이가 후배 무용수들의 멘토가 되는 시대가 온다면 그때 한국 발레가 세계 정상에 서지 않을까 싶어.”(최 감독) 두 사람은 한국 발레의 수준이 높아졌다지만 이는 무용수에 국한된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여전히 외국 발레단에 비해 공연장도 적고, 발레단도 적은 게 문제예요. 무용수는 무대에 서야 발전하는데 안타까워요. 잘하는 무용수 100명이 있어도 10명도 살아남지 못해요. 어쩔 수 없이 무용수들이 해외에 나갈 수밖에 없잖아요.”(김 교수) “발레 등 순수예술이 좀 더 발전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어. 결국 문화가 국민의 행복지수를 올려줄 수 있는데 말이야. 발레단과 무용학과들이 점점 없어지는 상황이니 안타까워.”(최 감독)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6월 1∼4일 이뤄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관계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내 한국의 해’란 주제로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현지에서 한국 문화를 알린다. 지난해 9월 18일 파리 국립샤요극장에서는 ‘프랑스 내 한국의 해’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 이후 파리, 리옹, 마르세유를 비롯한 60여 개 주요 도시에서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이 초청한 200여 개의 한국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전시 및 공연 등의 행사가 올해 8월 말까지 열릴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방문 기간은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특별주간’으로 프랑스 여러 도시에서 한국 관련 행사가 펼쳐진다. 특별주간 행사는 수교 130주년 기념일(6월 4일)을 앞두고 이루어지는 국빈 방문 기간에 진행되는 만큼 한국의 다양성과 전통성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도록 다채롭게 준비됐다. 이 기간에는 △공연 ‘전통 판소리에서 케이팝까지’ △전시 ‘꼭두에서 도자 그리고 조형예술까지’ △한국 고전을 주제로 한 학술 심포지엄 △현대무용 안무가들의 국제무대 등용문으로 평가되는 국제 안무 대회 △한식주간 시식 이벤트 등에 이르기까지 5개 분야에서 전시 6건, 공연 5건, 학술 1건, 무용 대회 1건, 한식 이벤트 1건 등 14개 행사를 현지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이 가운데 컨벤션과 케이팝 공연이 결합된 복합행사인 ‘케이콘(KCON) 2016 프랑스’는 추가 티켓까지 포함한 1만2000석 전석이 3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행사에서는 전 출연진이 케이팝 버전으로 편곡된 ‘아리랑 연곡’을 함께 부른다. 방탄소년단, 아이오아이, 블락비, 에프엑스, FT아일랜드, 샤이니 등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컨벤션에서는 ‘K콘텐츠(Content)’ ‘K투어(Tour)’ ‘K구즈(Goods)’ ‘K에듀케이션(Education)’ ‘K푸드(Food)’ 등 주제별로 전시 체험공간이 구성된다. 이와 함께 한국의 미식문화와 한-프랑스 요리사 양성 교육 교류 프로젝트, 한식 디저트 및 문화 체험공간 등으로 구성된 ‘K데이(Day)’ 행사도 마련된다. 프랑스 남서부 낭트 시에서는 사물놀이와 영화 상영, 거리 공연, 판소리 등 한국의 전통과 현대예술을 소개하는 복합 문화축제인 ‘한국의 봄’이 열린다. 2013년에 시작된 이 축제는 매년 3만여명의 관람객을 꾸준히 확보해온 대표적 한국문화 교류 사업이다. 파리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흙, 불, 혼 한국도자명품전’과 정현 작가의 ‘서 있는 사람’이 관람객을 만난다.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헌신한 창작 소리꾼 이자람과 보성소리 전문 명창 윤진철이 유럽인 아마추어 판소리꾼 경연대회 수상자(11명)들과 함께 판소리 갈라 형식으로 한국 소리페스티벌(파리시립극장)도 펼친다. 이 축제는 한국 판소리 보급에 힘써온 에르베 페조디에가 4회째 이끌어 오고 있다. 유럽인 아마추어 판소리꾼 경연대회를 통해 한국 소리 전수 현장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유럽에 한국 전통 음악을 알리는 중요한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칸 국제영화제가 열렸던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는 한국 현대음악을 선보이는 ‘미뎀 2016’이 개최된다. 리옹에서는 한국 전통의 멋을 현대적 감각으로 보여주며 호평받고 있는 국립무용단의 ‘묵향’ 공연이 펼쳐진다. 한국 전통 목조각을 통해 미의식과 생사관을 알리는 ‘꼭두의 아름다움’전은 니스에서, 주관 기관 간의 실제 거리를 전시제목으로 설정한 ‘한국-모르비앙 9328km’전은 모르비앙에서 진행된다. 또 한국의 현대미술가 코디최의 유럽 순회전인 ‘코디최-컬처컷’전은 마르세유에서 열린다.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고전문학 분야로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파리 소르본대 강당에서 ‘한국 고전 심포지엄’도 진행된다. 연암 박지원,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이 주는 교훈을 주제로 다룬다. 한국 고전을 유럽으로 전파할 방법을 제언할 예정으로 우리 고전에 관심이 많고 오랫동안 연구해온 프랑스 학자들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여한다. 특별기간 내내 한식 알리기와 한식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한식 행사도 진행된다. 주프랑스한국문화원(원장 박재범)은 파리 유명 무가지인 ‘아 누 파리(A Nous Paris)’ 등을 통해 한식 관련 퀴즈를 진행한다. 정답자 일부를 추첨해 프랑스 내 한식당 시식권을 지급할 계획이다. 프랑스 현지에서 다양한 맛과 건강식으로 인기가 높은 한식에 대한 이미지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특별주간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케이콘 행사장에서 직접 배포될 예정이다. 또 양국 공식 인터넷사이트(www.anneefrancecoree.kr)와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서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국립무용단의 이석준(31·사진)은 한국 창작춤의 대모 김매자가 ‘찜한’ 남자다. 그는 2∼4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김매자 안무의 ‘심청’에서 심봉사 역할을 맡았다. 무용단 4년 차인 그로서는 깜짝 발탁이었다. “제가 캐스팅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튀는 성격도 아니라 캐스팅 현장에서 그냥 조용히 있었어요.” 그의 춤을 본 김매자는 심봉사 역할로 그가 아니면 안 된다며 누구보다 가장 먼저 그를 캐스팅했다. 그의 춤은 무용수 특유의 버릇이나 습관이 없는 백지 같은 춤이라는 게 김매자의 평가였다. 30대 초반의 심봉사는 뒤늦게 무용에 입문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그는 축구를 사랑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전통무용 안무가 이종호)의 권유로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렸다. 국립국악고 무용과에 합격하면 무용을 하고, 떨어지면 계속 축구를 하겠다고 아버지와 약속한 것이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처음부터 원한 길은 아니었지만 춤을 출수록 그는 흥미를 느꼈다. 친구들보다 뒤늦게 배운 만큼 따라잡기 위해 방학도, 주말도 없이 연습에 몰두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들어갔다. 2007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대학 졸업 뒤 그는 다시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국립국악원 무용단에 들어가 인턴 1년, 준단원 2년의 시간을 보냈다. 당시 국립국악원 지도위원이었던 아버지의 후광도 얻을 수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 힘든 길을 선택했다. 국악원에서 나와 국립무용단에 지원한 것이다. 경쟁률이 30 대 1이었지만 결과는 합격. “저는 전통춤의 보전보다는 창작춤을 하고 싶었어요. 국립무용단에 가겠다고 한 뒤 아버지와 6개월간 말도 하지 않았어요. 제 일생일대의 마지막 반항을 한 셈이죠.” 그는 최근 국립무용단의 주역을 줄줄이 꿰찰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심청’ 공연에서 선보일 심봉사 역할에도 다른 해석을 가미할 계획이다. “심봉사는 아픔이 많은 아버지예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심봉사는 딸이 바다에 몸을 던지게 한 나쁜 아버지라는 생각도 들어요. 저만의 다른 시각을 담고 싶습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년)은 남녀 간의 사랑을 다뤘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따로 있다. 바로 피아노로 펼치는 대결이다. 영화이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피아니스트 아드레아스 컨과 폴 시비스가 두 대의 피아노로 한 무대에서 대결을 펼친다. 라운드마다 관객이 직접 승자를 결정한다. 두 피아니스트는 라운드마다 쇼팽, 드뷔시, 리스트 등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한다. 피아노 배틀은 2009년 홍콩시티페스티벌에서 시작됐다. 기획 의도는 관객이 클래식을 좀더 친숙하게 느끼게 하는 것. 다행히 관객의 호응은 높았다.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잇따라 소개됐고 독일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도 공연을 가졌다.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는 두 번째로, 지난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첫 공연은 매진을 기록했다. 대결답게 두 피아니스트의 연주 스타일은 다르다. 컨은 “창의적이고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비스의 연주는 매력적이지만 안전하다. 나는 반대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시비스는 “연주 직전 난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데 비해 컨은 에너지가 넘친다”고 밝혔다. 공연에서는 어떤 작품이 연주될지 공개되지 않는다. 이들은 라운드의 승패에 따라 작품을 바꿀 수 있다. 컨은 “관객의 선택에 따라 작품이 바뀌기 때문에 곡목은 비공개다.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라운드마다 정해진 곡으로 가느냐, 다른 프로그램으로 가느냐가 결정된다. 이것이 피아노 배틀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에 쉽게 다가서게 한다는 매력이 있지만 연주 본연의 정신을 해친다는 비판도 있다. 한 연주자는 “음악은 스포츠가 아니다. 음악마저 경쟁의 틀로 다루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6월 3일 부천시민회관, 4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8일 서울 예술의전당, 10일 울산 현대예술관 등 4개 도시에서 열린다.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5시. 3만∼10만 원. 02-2658-3546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웅장한 소리가 대극장을 가득 메웠다. 낮은 음이 뿜어져 나올 땐 의자가 흔들리는 착각이 들 정도로 깊고 풍부한 음색이 인상적이었다. 파이프오르간 하나였지만 플루트, 호른, 바이올린, 팀파니 등 다양한 악기의 소리가 들렸다. 마치 오케스트라 공연을 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종문화회관은 27, 28일 이틀간 대극장 무대에 ‘5대륙, 5인의 오르가니스트’(사진)를 올린다. 세계 최다 오르간 음반 출시 기록을 가진 토머스 헤이우드(호주)를 비롯해 마이클 엉거(캐나다) 마레크 스테판스키(폴란드) 제러미 조지프(남아프리카공화국) 김지성 서울신학대 교회음악과 교수 등 5명이 나선다. 25일 미리 들어본 연주는 압도적이었다. 8098개의 파이프에 높이 11m, 폭 7m, 무게 45t에 이르는 파이프오르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량은 ‘악기의 제왕’이란 별칭이 딱 어울려 보였다. 쏟아지는 다양한 음의 물결은 공연 뒤에도 쉽사리 귀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번 공연은 무대 가운데에 설치된 디지털 건반과 객석 오른쪽 2층에 설치된 건반 두 곳에서 진행된다. 솔로 무대는 물론 듀오, 그리고 5명이 함께 연주를 펼치기도 한다. 오르가니스트의 뒷모습만 보인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4단 이상의 건반을 치려고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과, 30개 이상의 발 건반을 눌러야 하기 때문에 두 발을 바삐 움직이는 모습은 흡사 무용 공연을 보는 듯한 색다른 재미를 준다. 27일에는 ‘바흐의 밤’을 주제로 바흐가 작곡한 오르간 곡들이 오르고, 28일에는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과 5명이 함께 연주하는 ‘탱고 1997’이 무대에 오른다. 3만∼9만 원. 02-399-1000 ★★★★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여름이 다가오면서 클러치백을 찾는 30, 40대 남성이 늘고 있다. 과거 ‘일수 가방’으로 폄하되기도 했던 클러치백이 최근엔 ‘패션 좀 아는’ 남성들의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클러치백의 가장 큰 장점은 휴대전화와 지갑, 자동차 키, 태블릿PC 등을 한 곳에 넣고 다닐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것. 한상우 씨(39)는 “겨울에는 코트 주머니 안에 휴대전화, 지갑, 명함지갑 등을 넣고 다니면 되지만 여름에는 손에 쥐고 다녀야 해 불편했다. 클러치백으로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끈 없이 손에 쥘 수 있도록 직사각형 모양으로 디자인돼 여름철에 가방을 멨을 때 땀이 차는 단점도 없다. 얇고 세련된 데다 소재도 가죽과 캔버스 천 등을 이용해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남성용 클러치백은 2006년 글로벌 럭셔리 업체가 처음 선보였다. 축구 스타인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클러치백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대략 2012년 전후로 상륙해 초반에는 20대 중심으로 유행했으나 최근 30, 40대 직장인은 물론이고 50대까지 찾는 인기 아이템이 됐다. 특히 패션에서 감각적인 면만큼 기능적인 면을 중시하는 남성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액세서리 브랜드인 ‘일모’의 전미연 수석보는 “남성도 몸의 선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다니면서 더 이상 옷 안에 지갑이나 휴대전화를 넣고 다니지 않는다”며 “특히 30대 이상은 젊게 보이기 위해 액세서리에 변화를 많이 주는데 그중 눈에 가장 잘 띄는 것이 클러치백”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일반 가방보다는 싼 점도 매력적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브리프 케이스나 백팩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며 “정장이나 캐주얼 복장에 모두 잘 어울린다. 캐릭터가 그려진 ‘튀는’ 디자인부터 중후하게 단색 처리된 디자인까지 선택의 폭도 넓다”고 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세계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모습이 담긴 에코백,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공연 모습이 새겨진 휴대전화 케이스…. 클래식 음악계에서 ‘패션화 바람’이 불고 있다. 노란색 로고로 클래식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DG)’은 노란색 로고를 활용한 상품을 출시했다. LP 사이즈의 에코백과 유리병 등 두 가지 종류다. 클래식 레이블에서 음반이 아닌 상품을 출시한 것은 처음이다. DG는 앞으로 다양한 상품의 개발 및 출시로 클래식의 패션화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의 이유겸 과장은 “로고뿐만 아니라 팬들이 원한다면 소속 음악가의 동의하에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의류 브랜드와의 협업도 계속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음악가와 오케스트라의 모습이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비롯해 모자, 가방, 문구, 컵 등 다양한 상품 출시를 고려 중이다. DG의 상품들은 유니버설뮤직 산하 머천다이징 브랜드 브라바도의 공식 온라인 매장(www.bravado.co.kr)과 클래식 전문 공간 풍월당, 인터파크, 예스24, 알라딘, 핫트랙스 등에서 살 수 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뮤지컬 ‘맘마미아!’가 한국 관객과 1500번째 만난다. ‘맘마미아!’의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28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1500번째 막을 올린다고 24일 밝혔다. 2004년 국내 초연된 지 약 12년 만이다. 국내 대극장(1000석 이상) 뮤지컬 작품 가운데 최단 기간 달성 기록이다. 국내 대극장 뮤지컬 가운데 1000회 이상 공연된 작품은 ‘맘마미아!’ 이외에 ‘명성황후’ ‘지킬 앤 하이드’ 등이 있다. 소극장 뮤지컬로는 ‘빨래’ ‘뮤직 인 마이 하트’ ‘지하철 1호선’ 등이 있다. ‘맘마미아!’는 팝 그룹 아바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뒤 세계 40여 개 도시에서 6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국내에서는 2004년 초연 뒤 서울을 비롯해 전국 34개 지역 무대에서 꾸준히 관객과 만났다.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맘마미아!’는 서울 공연이 다음 달 4일 끝난다. 이후 6월 10일 여수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21개 지역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해외 유명 발레단에서 또 한 명의 수석무용수가 탄생했다. 무용계에 따르면 22일 미국 보스턴발레단의 솔리스트 한서혜(27·사진)가 ‘백조의 호수’ 공연을 마친 뒤 미코 니시넨 단장으로부터 수석 무용수(프린서펄)로 승급됐음을 통보받았다. 그는 지난달 30일 보스턴 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을 올린 같은 공연에서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다. 2012년 보스턴발레단에 코르드발레(군무) 단원으로 입단한 그는 세컨드 솔리스트를 거쳐 2년 만에 솔리스트로 승격했다. 일곱 살 때 발레에 입문한 그는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예술영재로 입학했다. 2008년 동아무용콩쿠르와 불가리아 바르나콩쿠르에서 각각 금상과 은상을 차지했다. 한국인으로 해외 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무용수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김기민, 네덜란드국립무용단 최영규,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서희, 핀란드국립발레단 하은지 등이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작곡가 베르디가 무엇을 원했을 것 같나요?” “호랑이처럼 달려들어야죠. 성악가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면 안 됩니다.” 말은 부드러웠지만 표정은 단호했다. 한 소절 한 소절 지적과 조언을 던졌다. 23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사진)의 아카데미가 열렸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아카데미를 시작한 무티는 세계 두 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무티는 “이탈리아에서 활약하는 훌륭한 한국 음악인을 많이 알고 있으며, 한국의 음악적 토양이 마음에 들어 아카데미를 열었다”고 말했다. 사전 신청한 59명 중 심사를 거쳐 지휘·성악·오페라 코치 등 세 분야에서 15명을 뽑았다. 21일 한국에 도착한 무티가 최종 면접을 치렀다. 무티는 “좋은 지원자가 많았다. 선정된 음악가들을 이탈리아 전통 방식으로 가르치겠다. 그들을 완벽하게 만드는 게 내 일이다”라고 밝혔다. 23일 성악가 9명이 먼저 무티의 지도를 받았다. 교육 프로그램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무티는 4시간 동안 진행된 아카데미 내내 참가자의 발음, 발성, 손짓 등 모든 것을 열성적으로 조언했다. 직접 피아노 반주도 했다. 그는 “지금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하고 있나? 한국어인가?”라는 질문처럼 기본적 자질도 지적해 참가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카데미에 참가한 바리톤 진솔은 “음악적으로 세밀하고 노래와 이탈리아어 발음의 레가토(둘 이상의 음을 잇는 것)를 강조했다. 대가에게 직접 배우니 다르긴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날 무티의 아카데미를 보기 위해 20여 명의 방청객이 유료 입장했다. 한 방청객은 “형식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무티가 정성을 다해 가르치는 모습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번 아카데미 참가자들은 2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라 트라비아타’ 하이라이트를 무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경험 삼아 참가에 의의를 두고 출품했는데 너무 좋은 결과가 나왔네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에서 1, 2위를 차지한 한국의 젊은 장인 박지환 씨(34)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23일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음악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최근 폴란드 포즈난에서 끝난 ‘제13회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에서 그가 출품한 바이올린 두 대가 1위와 2위로 선정됐다. 이 콩쿠르는 바이올린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1835∼1880)를 기리기 위해 1935년 제정됐다. 4년마다 연주 콩쿠르, 5년마다 제작 콩쿠르가 열린다. 3년마다 열리는 ‘크레모나 트리엔날레 현악기 제작 콩쿠르’ 등과 함께 최고의 콩쿠르로 평가받고 있다. 뒤늦게 수상 사실이 알려진 것에 대해 그는 “수상 결과가 늦게 해외에 알려지기도 했고, 아직 국내에서는 현악기 제작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에는 92대의 바이올린이 출품됐으며 제작자 1인당 최대 2대까지 출품이 가능하다. 그의 출품작 중 ‘오르소’라고 이름 붙인 악기는 최고상, ‘마샤’라는 악기는 공동 2위에 올랐다. 두 대의 제작 기간은 3개월 정도 걸렸다. 심사 시간은 한 달 정도로 독주와 협연 등을 통해 소리를 심사받고, 바이올린의 제작 완성도, 스타일 등을 따져 순위가 매겨진다. 2011년 제12회 대회에서 김민성 씨(45)가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오른 바 있다. 한 제작자의 악기가 1, 2위에 오른 것은 이 콩쿠르에서 세 번째다. 박 씨는 1위에게 주는 2만 유로(약 2600만 원) 등 총 2만3000유로의 상금을 받았다.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트럼펫 주자로 활동했던 아버지 임영일 씨의 영향으로 트럼펫 주자로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군 제대 뒤 악기 제작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만든 것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이 좋았다. 악기 제작은 아기를 낳듯 살아있는 새 생명을 만드는 것 같은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2005년 이탈리아 크레모나에 있는 국제 스트라디바리 현악기 제작학교로 유학을 떠난 그는 2010년 졸업한 뒤 지난해 현지에서 자신의 공방을 열었다. 2012년 크레모나 트리엔날레 비올라 부문 8위, 지난해 같은 대회 첼로 부문 8위, 바이올린 부문에 한국인 최초로 입상을 했다. 그는 일찍 인정받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현악기 제작자의 전성기는 일을 시작한 뒤 20년 뒤입니다. 그래서 보통 40대 후반부터 빛을 발합니다. 이번 콩쿠르를 계기로 자신감이 생겼어요.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찾는 악기를 만들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할 두 명의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가 내한한다. 막심 벤게로프(42·러시아)와 기돈 크레머(69·라트비아)다. 벤게로프는 1996년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 이래 이번이 여섯 번째 리사이틀이다. 크레머도 몇 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리사이틀은 1994년 이후 22년 만이다. 공연을 앞두고 두 사람과 이메일로 만났다.》○ 벤게로프 “연주와 지휘 병행” “한국 방문은 매번 즐거운 일입니다. 따뜻하게 환영해 준 관객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한국은 바이올린을 사랑하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벤게로프는 이번 방한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7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중 샤콘 등을 연주한다. 시대와 형식이 다른 작품들로 관객들에게 ‘듣는 시간여행’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는 2007년 어깨를 다쳐 3년간 바이올린을 내려놓았다. “현재는 부상 전보다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을 잡을 수 있어 연습에 훨씬 더 집중하게 됩니다. 휴식 기간에 지휘를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입니다. 연주와 지휘는 완전히 다르고, 둘 다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어서 한꺼번에 하는 게 매우 힘들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는 영국 왕립음악학교 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으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야 행복하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죠.” 3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4만∼15만 원. 1544-1555○ 크레머 “연주는 작곡가를 돕는 도구” “열광적인 한국 관객을 만날 수 있어 반갑습니다. 저와 20년 전에 시작한 실내악 오케스트라인 ‘크레메라타 발티카’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인베르크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3번’을 솔로 연주한다. 그는 “작곡가 바인베르크의 가치를 더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가 함께 무대에 선다. 지난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를 인터넷으로 보다가 뤼카를 발견해 처음으로 함께하게 됐다. 22년 만의 리사이틀 무대가 어색하지는 않을까. 그는 “리사이틀로는 오랜만이지만, 협연이든 실내악이든 내게는 큰 차이가 없다”며 “연주자들은 작곡가의 메시지를 전달할 의무를 가지고 연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주 프로그램은 현대와 고전음악의 균형을 잡았다. “관객은 열린 마음으로 모험할 준비를 하고 공연장에 오길 바랍니다. 그 대신 저와 함께 연주하는 젊은 음악가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작곡가에게 충성하라.’ 작곡가보다 중요해지면 안 됩니다.” 6월 12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4만∼15만 원. 1577-5266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춤이 끝나자 일부 심사위원들은 눈물을 흘렸다.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46회 동아무용콩쿠르 본선에서 정민근(22·한예종 대학원)이 한국무용 전통 일반부 남자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날 그는 한영숙류의 살풀이춤을 무대에 올렸다. 그의 춤을 본 심사위원들은 2년 전 별세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였던 정재만 전 숙명여대 명예교수를 떠오르게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을 맡은 정혜진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는 “정재만 선생님 특유의 여성적 춤의 특징을 잘 잡아내며 무대를 장악했다. 음악을 끌어안으면서 굉장히 유연하고 섬세하게 춤을 췄다”고 평가했다. 정민근은 어릴 때부터 정재만 선생을 존경해 왔다. 정민근은 “선생님은 춤뿐만 아니라 인생의 스승이었다. 직접 배우기도 했고, 살풀이춤을 추라고 조언해 줬던 사람도 선생님이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이 정재만 선생을 떠오르게 했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선생님을 닮으려고 연구도 많이 하고 노력도 했다. 닮았다는 평가에 부끄럽기도 하고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호종(21·세종대 4학년)은 한국무용 창작 일반부 남자 부문에서 삼수 끝에 금상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최호종은 2014년 동상, 2015년 은상을 차지했다. 올해 처음으로 신설된 초등부와 중등부 발레 부문은 열띤 경쟁과 함께 높은 수준을 선보이며 심사위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심사위원 명단과 본선 채점표는 동아무용콩쿠르 홈페이지()에서 27일 오후 2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콩쿠르 실황 동영상은 다음 달 7일 동아닷컴에서 공개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한국 문화계가 연일 낭보를 울리고 있다. 소설가 한강(46)이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데 이어, 발레리노 김기민(24)이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수상했다. 한국 남자 무용수로는 첫 쾌거다. 지난해에는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케이팝,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 중심이었던 한국 문화가 이제 문학, 발레, 클래식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신(新)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 》 신(新)한류가 뜨고 있다. 케이팝과 드라마에만 열광하던 세계인들이 한국 문학과 클래식, 발레 등을 다시 보고 있다. 소설가 한강은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맨부커상을 거머쥐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김기민은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받으며 세계 발레계에 우뚝 섰다. ○ 신한류가 날다 한국 문학은 최근 세계 무대로의 진출이 활발하다. 구병모 작가의 청소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는 최근 ‘마법의 빵집’이라는 제목으로 멕시코에서 출간됐다. 초판 1만 부를 찍었는데 청소년 번역물로는 드물게 많은 발행부수다. 정유정 작가는 유럽에서 뜨겁다. 그의 소설 ‘7년의 밤’은 지난해 독일 주간지 ‘자이트’의 ‘올해의 추리소설 리스트’ 9위에 오르며 유럽 및 일본 추리소설들과 경쟁하고 있다. 천명관 작가의 ‘고령화 가족’은 미국 잡지 ‘오늘의 세계문학(WLT)’에 ‘주목할 만한 번역도서’로 선정됐다 배수아 작가의 ‘철수’도 지난해 국제펜클럽이 주관하는 ‘PEN 번역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편혜영 작가의 장편 ‘재와 빨강’과 ‘홀(The Hole)’도 최근 미국 출판사 아케이드 퍼블리싱과 판권 계약을 마쳤다. 한국 클래식 음악, 무용인들은 해외 콩쿠르를 휩쓸고 있다. 해외 유명 교향악단과 무용단, 오페라단에 입단하는 한국인도 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영재 시스템이 자리 잡은 효과가 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에서는 음악, 무용, 전통 등 3개 분야에 걸쳐 영재들을 뽑아 교수들이 일대일로 가르친다. 금호아시아나재단은 인재를 발굴하고 해외 교향악단 등과의 연결도 주선하고 있다. 손열음 김선욱 등 음악인 2200여 명이 이 코스를 거쳤다. ‘K웹툰’도 한류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네이버 측은 “3월 기준 영어 134개 작품, 중국어 92개 작품, 대만어 140개 작품, 태국어 72개 작품, 인도네시아어 60개 작품으로 번역돼 연재 중”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세계 만화 시장 매출 규모는 9조 원. 이 중 웹툰의 비중은 2017년 22.8%(3조 원)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웹툰은 케이팝, 드라마에 이어 ‘한류 3번 타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산, 유통 방식의 선진화 한국과 중국에서 신드롬을 불러온 드라마 ‘태양의 후예’(태후)는 콘텐츠 생산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드라마처럼 하루하루 ‘쪽대본’으로 찍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제작으로 영화 못지않은 영상미와 높은 완성도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태후 이후로 ‘사임당: 더 허스토리’(SBS) ‘함부로 애틋하게’(KBS) ‘화랑: 더비기닝’(KBS) 등 사전 제작 드라마들이 올해 방영을 앞두고 있다. 국내외 동시 방영은 한류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태후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아이치이에도 동시 방영돼 대륙의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기존 한류 드라마는 판권이 수출되기 전 온라인에 유출돼 단가가 떨어졌지만, 태후 이후 드라마들이 동시 방영으로 활로를 찾으며 한국 드라마의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한국 문화로 뿌리내려야 전문가들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한류가 한국 문화 자체로 각인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평소 “한류 열풍이라는 말 자체에 ‘흘러가면 그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한류의 지속을 위해서는 한류라는 말이 해체되고, 한국 문화란 단어가 이를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오인규 고려대 민족문화원 한류학 교수는 “한류는 한국 고전음악, 태권도, 문학 등 우리 문화 전반으로 확대, 발전하는 방향이 맞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줄 번역가와 에이전트 등 다양한 ‘메신저’와 매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순수문화에서 성과를 거둔 것은 한류가 다양하게 인정받는다는 증거”라며 “대중이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정책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했다.김지영 kimjy@donga.com·김동욱·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