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발레 대중화 선구자… 남자 무용수의 멘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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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지 국립발레단 명예감독
김용걸 한예종 무용원 교수

최태지 국립발레단 명예 예술감독(왼쪽)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걸 교수는 만나자마자 기자가 끼어들 틈도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김 교수는 8월 최 감독과 함께 발레 불모지 중 한 곳인 제주도에서 발레 강의와 공연을 할 예정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태지 국립발레단 명예 예술감독(왼쪽)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걸 교수는 만나자마자 기자가 끼어들 틈도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김 교수는 8월 최 감독과 함께 발레 불모지 중 한 곳인 제주도에서 발레 강의와 공연을 할 예정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김기민(24)은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무용수들이 해외 유명 발레단에 잇달아 입단하고 있고 수석무용수 자리도 꿰차고 있다.

한국 발레가 단기간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선구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12년간 국립발레단 단장을 맡았던 최태지 명예 예술감독(57)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김용걸 교수(43)의 공이 작지 않다.

최 감독은 국립발레단 단장 시절 ‘해설이 있는 발레’ ‘찾아가는 발레’를 처음 시도했고 발레리나 김지영 김주원을 앞세운 ‘스타 마케팅’을 펼쳤다. 유리 그리고로비치 등 전설적인 안무가의 작품을 받아 세계적인 레퍼토리도 구축했다.

김 교수는 최 감독 시절에 국내파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1997년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입상(동상)했다. 2000년 남자 무용수로는 동양인 중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해 10년간 활동했다. 후배 발레리노들이 김 교수를 보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서로의 근황과 한국 발레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많이 바쁘다면서?”(최 감독) “국립오페라단 ‘루살카’와 3, 4일 열리는 갈라 안무를 맡은 데 이어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제 작품이 올라가 연습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세요?”(김 교수)

“지방에서 발레 강의나 공연 요청이 오면 그곳에 가서 발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서울에서는 발레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히 발레를 보기 힘들잖아.”(최 감독)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20년 전으로 흘러갔다. 그때만 해도 콩쿠르 입상은 요즘처럼 흔한 일이 아니었다. 김 교수가 동상을 받았을 때 축하 공연이 열릴 정도였다.

“예전에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무용학과’ 다닌다고 하면 ‘무역학과’라고 알아듣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고 무용수들의 수준도 높아졌어요. 특히 기술적인 부분은 세계적인 무용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요.”(김 교수)

“그렇지. 지금은 콩쿠르 나갔다 하면 상을 타 오는 시대가 됐어. 요즘에는 해외 안무가들이 수준 높은 무용수들과 일하고 싶다며 서로 한국에 오려고 할 정도야.”(최 감독)

이들의 대화 중에서 김기민의 이야기는 단연 화제였다. 최 감독은 김기민의 모스크바 콩쿠르 출전 당시 심사위원이었고, 김 교수는 김기민을 위해 특별코치를 맡기도 했다.

“한국 무용수로서 정점을 (김)기민이가 찍은 것 같아요. 저와 기민이를 비교한다면 비교가 민망할 정도죠. 기민이는 24시간 발레만 하는 아이였어요.”(김 교수) “기민이도 너 같은 멘토가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중에 기민이가 후배 무용수들의 멘토가 되는 시대가 온다면 그때 한국 발레가 세계 정상에 서지 않을까 싶어.”(최 감독)

두 사람은 한국 발레의 수준이 높아졌다지만 이는 무용수에 국한된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여전히 외국 발레단에 비해 공연장도 적고, 발레단도 적은 게 문제예요. 무용수는 무대에 서야 발전하는데 안타까워요. 잘하는 무용수 100명이 있어도 10명도 살아남지 못해요. 어쩔 수 없이 무용수들이 해외에 나갈 수밖에 없잖아요.”(김 교수) “발레 등 순수예술이 좀 더 발전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어. 결국 문화가 국민의 행복지수를 올려줄 수 있는데 말이야. 발레단과 무용학과들이 점점 없어지는 상황이니 안타까워.”(최 감독)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발레#최태지#김용걸#남자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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