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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경주시 황성동 19. 분명 회사 주소는 맞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은 하얀색 콘크리트 벽과 벽 한쪽에 난 쪽문뿐이다. 굳게 닫힌 쪽문 안쪽에서 경비원이 말을 건넸다. “여기 문은 폐쇄됐어요. 돌아서 북문으로 들어오세요.” 3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발레오전장)를 찾았다. 지난달 19일 1901일간의 송사(訟事)를 끝낸 기업이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정문이 없었다. “원래 기업들은 재수 없다고 해서 북쪽으로는 문을 안 내요. 다 남쪽으로 문을 냅니다. 그런데 2013년 금속노조가 정문을 두 번이나 부숴 버린 뒤 아예 콘크리트로 막아버렸습니다. 지금은 북문을 정문으로 쓰고 있죠.” 발레오전장 강기봉 사장이 전했다. 》 공장으로 들어서자 불법 파업과 이에 따른 99일간의 직장폐쇄, 그리고 6년 동안 이어진 송사의 후유증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직원들은 차분히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다만 건물 입구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고의 품질과 완벽한 납기를 지키겠다’는 노조위원장 서약서, 공장 모니터에 나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뉴스들이 당시 상황을 유추하게 했다. 지난달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산별 노조)가 2010년 12월 6일 발레오경주노조(기업별 노조)를 상대로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로 전환한 것은 무효”라고 제기한 소송을 파기 환송했다.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발레오전장 지회는 독립된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조합원 결의만으로는 탈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이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갖고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발레오전장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시동모터와 교류발전기를 생산하는 회사다. 현대·기아자동차,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닛산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1986년 만도기계 경주공장으로 시작해 1999년 프랑스 발레오그룹이 인수했다. ○ 금속노조의 ‘표본’이었던 발레오전장 2009년 3월 강 사장 취임 당시 발레오전장은 직원들이 모두 정규직이었다. 경비직과 환경미화원도 7200만∼7600만 원씩 연봉을 받아갔다. 근로자가 사고로 일하지 못하게 되면 배우자와 자녀가 고용을 승계했다. 중학교는 무상교육인데도 학자금이 나갔다. 제사 휴가도 있었다. 창립 이래 단 한 해도 파업을 빼먹은 적이 없었다. 임금은 매년 올랐다. 2006년엔 파업 시간만 111시간이나 됐다. 당시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대의원 대표로 활동하던 정홍섭 현 발레오경주노조 노조위원장은 “당시 발레오전장은 금속노조의 ‘표본’이었다”며 “그 와중에 직원들은 ‘돈 많이 받으니 좋긴 한데 이러다 우리 회사가 망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항상 안고 살았다”고 말했다. 회사는 2008년 18억 원, 2009년 35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2009년 당시 발레오가 만도기계 경주공장을 인수한 이후 투자금과 회수금을 계산하면 총 1470억 원이 순손실이었다. 발레오는 공장을 태국으로 이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 900명 가까운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2000여 명이 거리에 나앉을 판이었다. 강 사장은 “청산만은 막자”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2010년 2월 4일 경비원을 아웃소싱하기로 하고, 경비원 5명을 생산직으로 전환 배치했다. 이에 반발한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불법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일명 ‘고품질 활동’이라고 하는 태업이 대표적입니다. 불량률 줄인답시고 제품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또 보고 하는 겁니다. 그렇게 생산량을 30% 줄였죠.”(정 위원장) 특잔업 거부와 파업도 병행했다. 생산직의 빈자리를 사무직과 일용직들이 메우자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조립라인 배선을 잘라 버렸다. 이로 인해 납품 지연이 생기면 시간당 17억 원을 손해배상금으로 물어야 했다.○ 직장폐쇄, 기적은 시작됐다 그해 2월 16일, 결국 강 사장은 직장폐쇄를 선택했다. 그는 “사무직 직원들과 회사의 사정에 공감해준 100여 명의 생산직 직원이 회사에서 숙식하며 공장을 돌렸다”며 “직장폐쇄 기간 내내 회사는 거대한 기숙사였다”고 회상했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와 금속노조 경주지부 측은 회사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소화기를 뿌려댔다. 허수아비를 가져와 강 사장 화형식도 열었다. 금속노조를 ‘배신’하고 공장으로 돌아간 조합원에게는 집에 찾아가 가족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도요타 측이 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일용직이 만든 제품은 품질이 확실하지 않다’는 일본어 현수막을 붙였다. 그러나 기적은 그때 시작됐다. 4월 발레오전장은 납기를 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강 사장은 “노조가 파업을 밥 먹듯이 하다 보니 대신 일하는 사무직도 이미 숙련직이었다”며 “기능직보다 더 열심히 일하니 사상 최대 매출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하던 조합원들은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노조 집행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정 위원장은 “당시 노조 집행부에 가서 ‘이러면 다 죽는다’ 했더니 집행부가 ‘질긴 놈이 이긴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잘못하다가는 언제 회사가 청산될지 모른다는 심정에 조조모(조합원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를 결성했다”고 덧붙였다. 6월 7일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를 설립했다. 노조원 601명 중 550명이 참석했고, 이 중 536명(재적 대비 찬성률 89.2%)이 찬성했다.○ 순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기업별 노조는 2010년 7월 ‘항구적 무쟁의’를 선언했다. 그리고 임·단협과 관련한 모든 교섭권을 회사에 일임했다. 임금피크제도 도입했다. 정 위원장은 ‘최고의 복지는 고용 안정’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강 사장은 “회사 당기순이익의 25%를 개인의 성과에 따라 차등을 둬 성과급으로 주겠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했다. 강 사장은 “노사가 임금은 직원들이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자신의 것을 노력해서 가져가는 것이라는 신뢰만 있다면 싸울 일이 없다”고 말했다. 불법 파업, 직장폐쇄, 폭력 사태 등을 모두 겪은 그해 발레오전장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발레오전장이 지급한 직원 1인당 성과급은 2010년 1060만 원에서 2014년 1532만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기능직 평균 연봉은 6192만 원에서 8212만 원으로 증가했다. 발레오로부터 매년 200억 원 안팎의 추가 투자도 받았다. 지난해 12월 자동주차 시스템 장비, 레이더 장치, 사각지대 검출 장치로 생산 품목을 늘렸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청년 직원 100여 명을 뽑았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발레오전장은 2012년 도요타와 납품 계약을 맺었다. 미니밴 ‘알파드’와 픽업트럭 ‘비고’에 들어가는 발전기와 시동모터를 2015∼2019년 4년간 1000억 원어치 납품하는 내용이었다. 2014년엔 정기상여금(기본급의 700%)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아직 금속노조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금속노조원들은 2013년부터 매일 아침 대형 트럭을 회사 문 앞에 대놓고 납품 물량이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그래서 발레오전장은 일부러 이른 새벽에 완성품을 다 빼낸다. 판결 이후에도 금속노조원들은 수시로 직원들에게 ‘우리는 이길 수 있다, 강화 투쟁을 벌일 것이다’란 문자를 보낸다. 이 판결 외에도 현재 금속노조와 크고 작은 소송 20여 건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발레오전장의 생산직 직원 약 500명 중 410명은 기업별 노조, 70명은 금속노조 소속이다. 이 밖에 29명의 해고자가 더 있다. 강 사장, 정 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금속노조가 회사 건물에 설치한 확성기에서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확성기는 매일 5번 정해진 시간에 울린다. 강 사장은 “손님이 오면 노래를 더 크게 튼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정 위원장은 기자에게 “후련하다기보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왜 이 시골에 있는 작은 공장, 인원 800명인 회사가 15만 금속노조와 외롭게 싸워야 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우리가 총대를 메야 했는지. 금속노조한테 맞으면서도 참아야 했던 세월이 가슴에 멍울졌습니다. 금속노조를 상대로 기업별 노조가 이길 수 있다는 건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현재 상신브레이크 등 10여 개 기업이 금속노조와 기업별 노조 전환 가능 여부를 놓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강 사장은 “7년간 금속노조의 집요한 방해 속에서도 노사가 힘을 합친다면 죽어가던 회사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시골의 조그만 회사가 목숨을 내놓고 이뤄낸 개혁을 국내 제조업이 벤치마킹해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경주=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매출 순위 100위까지의 상장 기업의 23%가 지난해 1∼3분기(1∼9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1개사는 2012년부터 지난해(3분기 기준)까지 4년 내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했다. 이른바 ‘좀비기업’인 셈이다. 100대 기업도 좀비기업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나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3일 동아일보가 신한금융투자와 공동으로 금융업종을 제외한 매출액 상위 500개(2014년 기준) 상장사를 대상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 3분기(7∼9월·개별기준)까지 영업이익과 이자비용, 부채액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가운데 111개 기업이 지난해 차입금 이자보다 적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액 상위 100개 기업을 기준으로 하면 23곳이 이에 해당됐다. 이 기업들은 차입금 등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지만, 문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저성장 기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생존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처럼 부실기업이 채무 조정, 부채 상환, 신규 자금 출자 전환 등을 거쳐 버티다 경기가 회복되면 경기 사이클을 타고 실적이 좋아지면서 성장하는 방식은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며 “산업별 기업별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매출액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한진해운 현대상선 아시아나항공 두산인프라코어 동국제강 쌍용자동차 코오롱글로벌 동부제철 OCI 두산건설 한진중공업 등 11개사는 2012년부터 2015년 3분기까지 4년 내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했다. 최근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해운 건설 철강 분야 등에 집중됐다. 다만 이 가운데 동국제강과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4분기(10∼12월)의 실적 개선으로 지난해 전체 기준으로는 좀비기업 상태에서 벗어났다.:: 좀비기업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돼 차입금과 정부 지원에 의존해 유지되는 기업. 한계기업이라고도 한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지난해 미국 1, 2위 화학회사인 다우케미칼과 듀폰이 합병했다. 중국에서는 1위 국영해운사인 코스코와 2위 국영 해운사인 차이나시핑그룹이 합병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산업계에서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그러나 국내 산업계의 구조조정은 이에 비하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뒤늦게 통과된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매출 500대 상장사 중 111개 한계기업 3일 동아일보와 신한금융투자의 분석 결과 지난해 1∼3분기(1∼9월) 매출 500대 상장사 중 111곳의 이자보상배율은 1 미만이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런 한계기업 수는 각각 2012년 102곳, 2013년 98곳, 2014년 115곳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수가 2014년보다 소폭 줄어든 것은 일부 기업의 자산 매각, 환율 상승, 저금리 기조가 겹친 착시 현상”이라며 “산업 경쟁력이 강화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 111곳을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건설업종이 18곳으로 가장 많았다. 기계·중공업 분야와 철강·비철금속이 각각 11곳, 자동차·자동차부품이 10곳, 정보기술(IT) 하드웨어 8곳, 조선 7곳, 운송(항공·해운·물류) 6곳, 화학 6곳 등의 순이었다. 한편 500대 기업 중 40곳은 2012년부터 2015년(3분기)까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좀비기업’이었다. 500대 기업 중에서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기업은 70곳(14%). 한국은행이 지난해 상반기(1∼6월) 1831개 기업(금융업종 제외)을 분석한 결과 나온 비율인 12.9%보다 높다. 10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11개 기업이 2012년부터 2015년 3분기까지 4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다. 100대 기업의 부채액은 2012년 506조 원에서 2015년 3분기까지 551조 원으로 크게 늘었다. 100대 기업을 기준으로는 23개 기업의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다. 업종별로는 조선과 건설이 각각 4곳, 기계와 운송(항공 해운)이 각각 3곳, 철강과 IT 가전, 상사·자본재가 각각 2곳, 자동차, 화학, 유틸리티가 각각 1곳이다.○ 사업재편보다 지배구조 개선 M&A 규모가 상위 국내 산업계는 구조조정이 절실하지만 속도가 더디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 3’만 8조 원가량 적자를 낸 가운데, 올해 ‘수주 절벽’에 부닥쳤다. 국내 철강 생산량은 7000만 t 수준이지만, 중국 등의 공급 과잉으로 세계에서 7억 t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철강업계에 ‘다운사이징’ 필요론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공시된 국내 인수합병(M&A)을 총가치 순으로 종합한 결과 1위는 SK C&C와 ㈜SK 합병(267억3148만 달러), 2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109억3823만 달러)이다. 모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M&A다. 상위 M&A 중 선제적 사업 재편이라 할 수 있는 거래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합병(4위), 롯데케미칼의 삼성SDI 화학사업부문 인수(5위) 정도다. 3위는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 6위는 하림의 팬오션 인수, 7위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이었다. 이에 비해 최근 중국 정부는 수년간 철강 생산량을 1억5000만 t 감산하기로 했고, 일본에선 일본 최대 철강업체 신일철주금이 4위 업체 닛신제강을 인수하기로 하는 등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 채권단 중심 구조조정 한계 국내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주로 채권단이 담당한다. 그러나 채권단은 산업 전문성이 부족하고 단기적 원금 회수에만 집중한다는 점에서 한계에 부닥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상선은 2013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협의해 자구안을 만든 뒤 지난해 말까지 목표액 3조3000억 원의 108.6%를 확보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시황 부진이 장기화될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단기적 유동성만 공급하면 회사가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선제적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쳤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2분기 3조31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부실 규모도 파악하지 못했다. SPP조선은 지난해 탱커 8척을 수주했지만 채권단끼리 의견이 엇갈려 RG(선수금환급보증)를 발급해주지 않아 11월 계약이 취소됐다. 3개월이 지난 지난달이 돼서야 채권단은 신규 RG 발급에 합의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채권단 입장에서 단기적 성과를 보고 자산매각과 대출금 회수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사후 구조조정 방식’이 나쁜 교훈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일자리 감소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구조조정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기업이 도산 직전에 이르면 공적자금을 투입하거나, 부도 나면 ‘빅딜’ 형태로 다른 기업에 매각시켜 살리는 방식이 선제적 재편을 하지 않는 습관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은 자발적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매물을 값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팔아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며 “기존 사업을 더 잘할 수 있는 기업에 넘긴 뒤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김성규 기자}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54)이 두산그룹의 차기 회장을 맡기로 하면서 두산가(家) 4세 경영 시대의 막이 올랐다. 두산그룹은 박승직 창업주와 박두병 초대 회장을 거쳐 3세대인 박용곤(1981∼1996년), 고 박용오(1997∼2004년), 박용성(2005년), 박용현(2009∼2012년), 박용만(2012년 4월∼)으로 이어지는 형제 경영의 전통을 지켜왔다. 박용성 회장과 박용현 회장 사이 약 4년은 비상경영위원회 체제였다. 한국 주요 대기업에서 4세 경영이 시작되는 것은 두산그룹이 처음이다. 두산그룹의 차기 회장에 오르게 될 박정원 회장 앞에는 만만치 않은 숙제들이 놓여 있다. 두산그룹은 몇 년 전부터 주력 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그의 과제다.○ 결정적 순간 ‘승부사’ 기질 발휘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지목돼 왔다. 개인 지분도 오너 일가 중 가장 많은 6.29%(지난해 9월 30일 기준)다. 박용만 두산 회장의 두 번째 등기 임원 임기가 올해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올해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룹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용만 회장이 그룹까지 챙기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두산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형제간 우애를 기반으로 해왔다. 2005년 박용성 회장이 취임할 때 박용오 회장이 반발해 동생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고발한 ‘형제의 난’을 겪었지만, 두산그룹 형제들은 인사에 반발한 고 박용오 회장을 가문에서 퇴출시키는 강수로 대응했다. 박정원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1985년 두산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31년 만에 그룹 회장직에 오르게 됐다. 2012년부터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두산건설 회장, 두산베어스 구단주를 겸임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외유내강형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1999년 ㈜두산 부사장으로 상사BG를 맡은 뒤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사업 위주로 과감히 정리해 취임 이듬해인 2000년 매출액을 30%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다. ㈜두산 지주부문 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2014년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 사업 진출 등 그룹의 주요 결정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두산그룹은 박 회장이 그동안 정기적으로 사촌 모임을 주도하는 등 가족 신망이 높은 편이어서 향후 ‘사촌경영’도 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재무구조 개선 등 산적한 과제 많아 두산그룹은 활발한 M&A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으로 성장판을 마련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건설 경기 악화와 중국사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두산은 1896년 서울 배오개시장(현 종로4가)에 문을 연 포목상 ‘박승직 상점’을 시초로 하는 국내 최고(最古) 기업 중 하나다. 두산은 1990년대 이후 OB맥주와 음료·주류, 의류, 전분당 사업 등 소비재 부문을 모두 매각하고 한국중공업과 고려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 밥캣 등을 인수하며 중공업 중심으로 구조를 바꿨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세계 경기 침체로 건설과 건설장비 사업이 타격을 입었다. ㈜두산은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는 213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그룹 전체로는 1조700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최근에는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떨어졌다. 박정원 회장이 취임 후 가장 주력해야 할 과제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두산그룹은 2일 MBK파트너스와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 협상을 마무리해 1조1308억 원을 확보했다. 연내 두산밥캣을 국내 증시에 상장하고 방산업체 두산DST의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3조 원 가까운 자금을 수혈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길게는 20년간 그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도 박 회장 앞에 놓인 과제다. ㈜두산은 상반기(1∼6월) 서울 중구 두산타워에서 시내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며 다시 소비재 영역에 발을 들인다. 연료전지사업은 2년 만에 수주액이 5870여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편 오너 4세 경영체제를 공식화한 두산그룹주는 2일 증시에서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은 전 거래일보다 7.82% 오른 8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고 두산인프라코어(15.04%), 두산중공업(6.36%), 두산건설(5.50%)도 상승 마감했다.신수정 crystal@donga.com·정민지·강유현 기자}
소비자들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 등 일부 수입자동차 업체들의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분 환급 거부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무법인 바른은 향후 2, 3주간 공정거래위원회와 과세 당국, 검찰 등의 조사 추이를 지켜본 뒤 피해 고객의 신청을 받아 수입 차 업체들에 손해 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입 차 고객 중 개소세와 관련해 문제가 있는 대상자는 최대 2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하종선 바른 변호사는 “수입 차 업체들이 지난해 12월 개소세를 5%에서 3.5%로 인하받고 수입해온 차를 1월에 팔면서 마치 개소세를 대신 내주는 것처럼 프로모션했다면 이는 과장 광고 또는 허위 광고에 해당된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이므로 공정위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소세 인하는 지난해 12월 말로 끝났으나 정부가 최근 이를 6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하자 소비자들은 1월 구입 차량에 대한 개소세 환급을 주장해왔다. 수입 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분을 차 가격에 미리 반영해 할인해 줬으므로 개소세를 환급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해 이중 환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는 “수입 차 업체들이 통관가격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개소세 인하분만큼 차 가격을 제대로 할인받고 샀는지 알 수 없는 만큼 과세 당국과 검찰이 조사해야 한다”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개소세는 관세를 포함한 통관가격의 5%다.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를 더한 뒤 마진을 붙이면 소비자 판매 가격이 된다. 수입 차 업체들은 통관가격을 공개하면 마진이 드러나는 만큼 가격 공개를 꺼려 왔다. 한편 공정위는 일부 수입 차 업체들이 최근 개소세 인하 종료에 따른 인상폭을 자신들이 떠안았다는 식으로 내보낸 광고에 대해서도 허위 광고가 아닌지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식 조사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거짓 광고로 문제가 됐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 / 세종=이상훈 기자}
포스코그룹이 이란에 자사의 파이넥스 기술을 적용한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 포스코는 29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국무역협회와 KOTRA 등이 주관해 열린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서 현지 철강회사인 PKP와 연산 160만 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내용의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MOA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란 차바하르 경제자유구역 내에 짓는 일관제철소에 자사의 고효율 친환경 기술인 파이넥스 공법과 압축연속주조 압연설비(CEM) 공정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 ‘POIST’를 이전해 로열티를 받는 동시에, 전체 투자비의 8%를 부담한다. 전체 투자액은 16억 달러(약 1조9840억 원)이며 이 중 포스코가 1억2800만 달러(약 1587억 원)를 투자한다. 포스코는 내년 연산 160만 t 규모의 제철소를 착공한 뒤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르면 2019년 2단계로 연산 60만 t 규모의 냉연 및 도금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날 포스코에너지는 포스코건설, 한국전력, PKP와 함께 총 사업비 6억 달러(약 7440억 원) 규모의 500MW(메가와트) 부생가스발전소를 건설하고 담수화설비를 구축 및 운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에너지는 파이넥스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원료로 전력을 생산한 뒤 이를 활용해 매일 6만 t 수준의 담수화설비를 운영할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이 발전소와 담수화설비를 지으면 포스코에너지와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포스코그룹이 이란에 자사의 파이넥스 기술을 적용한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 포스코는 29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국무역협회와 KOTRA 등 주관으로 열린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서 현지 철강회사인 PKP와 연산 160만 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내용의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MOA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란 차바하르 경제자유구역 내에 짓는 일관제철소에 자사의 고효율 친환경 기술인 파이넥스 공법과 압축연속주조 압연설비(CEM) 공정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 ‘POIST’를 이전해 로열티를 받는 동시에, 전체 투자비의 8%를 부담한다. 전체 투자액은 16억 달러(약 1조9840억 원)이며 이 중 포스코가 1억2800만 달러(약 1587억 원)를 투자한다. 포스코는 내년 연산 160만 t 규모의 제철소를 착공한 뒤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르면 2019년 2단계로 연산 60만 t 규모의 냉연 및 도금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날 포스코에너지는 포스코건설, 한국전력, PKP와 함께 500MW 부생가스발전소를 건설하고 담수화설비를 구축 및 운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에너지는 파이넥스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원료로 전력을 생산한 뒤 이를 활용해 매일 6만 t 수준의 담수화설비를 운영할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이 발전소와 담수화설비를 지으면 포스코에너지와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포스코에너지 측은 “향후 5년내 30GW 수준의 대규모 발전설비 증설이 예상되는 이란 전력시장 내 민자발전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소비자들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 등 일부 수입자동차 업체들의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분 환급 거부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29일 법무법인 바른은 향후 2, 3주 간 공정거래위원회와 과세당국, 검찰 등의 조사 추이를 지켜본 뒤 피해 고객의 신청을 받아 수입차업체들에 손해 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입차 고객 중 개소세와 관련해 문제가 있는 대상자는 최대 2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하종선 바른 변호사는 “수입차업체들이 지난해 12월 개소세를 5%에서 3.5%로 인하 받고 수입해온 차를 1월에 팔면서 마치 개별소비세를 대신 내주는 것처럼 프로모션했다면 이는 과장광고 또는 허위광고에 해당된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이므로 공정위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소세 인하는 지난해 12월말로 끝났으나 정부가 최근 이를 6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하자 소비자들은 1월 구입차량에 대한 개소세 환급을 주장해왔다. 수입차업체들은 개소세 인하분을 차 가격에 미리 반영해 할인해줬으므로, 개소세를 환급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해 이중 환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는 “수입차업체들이 통관가격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개소세 인하분 만큼 차 값을 제대로 할인받고 샀는지 알 수 없는 만큼 과세당국과 검찰이 조사해야 한다”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개소세는 관세를 포함한 통관가격의 5%다.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를 더한 뒤 마진을 붙이면 소비자 판매 가격이 된다. 수입차업체들은 통관가격을 공개하면 마진이 드러나는 만큼 가격 공개를 꺼려왔다. 한편 공정위는 일부 수입차업체들이 최근 개소세 인하 종료에 따른 인상폭을 자신들이 떠안았다는 식으로 내보낸 광고에 대해서도 허위 광고가 아닌지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식 조사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거짓 광고로 문제가 됐는지 여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동차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와 스마트카 등 미래형 자동차를 개발하고 파워트레인 등 핵심 부품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15∼2018년 총 13조3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11조3000억 원을 친환경차 기술에 투입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20년까지 평균 연료소비효율을 25% 향상시키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20 연비 향상 로드맵’에 맞춰 친환경차 라인업을 22개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현대차는 5개, 기아차는 4개 등 총 9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였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차량 라인업을 하이브리드차 12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6개, 전기차 2개, 수소연료전지차 2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글로벌 2위권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우선 현대차는 연내 준중형급 하이브리드 전용차 ‘아이오닉’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시스템 효율을 극대화하고 리튬이온 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성능을 높인 신형 전기차를 연내에 내놓는다. 기아차는 상반기(1∼6월) 친환경차 전용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를 선보인다. 대규모 인프라도 구축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포스코ICT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공동 구축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친환경차 시장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소를 확대해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출범시킨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국내 수소연료전지차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섰다. 스마트카 개발에는 2조 원을 투입한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고도 자율주행,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의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1월 국내 자동차 업체 최초로 미국 네바다 주에서 현대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와 기아차 ‘쏘울 전기차’에 대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시험할 수 있는 운행 면허를 획득했다. 특히 단순한 내연기관 양산 차 모델이 아니라 친환경차에 자율주행 기술들을 탑재해 면허를 획득한 것이라 그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 첫 자율주행 차로 ‘투싼ix 자율주행 차’를 데모 카 형태로 선보였다. 당시 투싼ix 자율주행 차는 검문소, 횡단보도, 사고 구간 등 총 9개의 미션으로 구성된 포장 및 비포장 도로 4km의 시험 주행에 성공하며 국내에 자율주행 차 개발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지난해 12월에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차인 ‘EQ900’을 출시하면서 자율주행 차 기술의 기반이 되는 고유의 첨단 주행 지원 기술 브랜드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를 선보였다.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는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 등 최첨단 주행 지원 기능을 통해 사고 발생을 사전에 감지하고 운전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신기술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R&D 인력 채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8년까지 친환경 기술과 스마트카 개발을 담당할 인력 3200여 명을 포함해 총 7300여 명의 R&D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현대·기아자동차의 1월 중국 판매량이 또 급감했다. 지난해 2분기(4∼6월)와 3분기(7∼9월) 판매가 부진하다 4분기(10∼12월)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올 초 판매량이 감소세로 전환했다. 28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1월 중국 판매량은 12만449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5만9449대)보다 21.9% 줄었다. 현대자동차는 1월 판매량이 7만523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2%, 기아자동차는 4만9259대로 12.2% 각각 줄었다. 반면 도요타는 1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5.2% 급증했다. 혼다(44.2%), 제너럴모터스(GM·30.8%), 포드(16.2%), 중국 토종 브랜드(26.3%) 등도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1월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6.1%로 2007년 이후 월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판촉 경쟁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3월에 ‘아반떼’와 ‘스포티지’ 등 신차를 내놓아 준중형차와 SUV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 등 일부 수입 차 업체들이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분 환급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달 초 정부가 지난해 말 종료된 개소세 인하(5%→3.5%) 혜택을 6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달 개소세를 내고 차를 산 소비자들에게 환급을 시작했다. 그러나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인피니티코리아 등 일부 수입 차 업체들이 환급을 거부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해당 수입 차 업체들은 “지난달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해 차 가격을 이미 할인해 줬기 때문에 ‘환급’을 하면 이중 할인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월에 판매한 차들 대부분이 12월에 통관돼 개소세 인하 적용을 받았으며, 1월에 통관된 차들까지 값을 깎아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개소세 인하분이 가격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수입 차의 불투명한 가격 구조 때문이다. 국산 차의 소비자 판매 가격은 제조사 마진이 포함된 공장도 가격에 개소세와 교육세(개소세의 30%), 부가가치세(10%)가 붙어 결정된다. 반면 수입 차 판매 가격은 통관 가격에 개소세, 교육세를 합한 ‘소비자 공급가액’에 수입 차 업체와 딜러 마진, 부가세를 붙여 정한다. 수입 차 업체들이 “영업기밀”이라며 통관 가격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개소세 인하분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수입 차 업계는 개소세 인하 때도 “고무줄 환급”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같은 브랜드여도 모델별로 할인율이 0.9∼1.5%로 다른 데다, BMW ‘320d ED(4650만 원)’와 ‘328i 스포트(6070만 원)’ 등 가격이 다른 모델인데도 똑같이 50만 원을 할인해 주는 등 업체들이 임의로 할인 가격을 정했기 때문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은 24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공업전문대에서 ‘현대·코이카 드림센터 4호’ 완공식을 열었다. 현대·코이카 드림센터는 베트남에 자동차 정비 전문가와 건설 분야 전문가를 육성하고 이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현대건설, 코이카, 플랜코리아 등이 990m² 규모로 함께 설립한 직업기술학교다. 자동차 정비 교육은 연간 50명을 대상으로 18개월간 전문대 학위과정을 진행하고, 건설 교육은 연간 300∼1500명을 대상으로 3∼18개월간 직업훈련과정을 거친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1월 가나 1호 드림센터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에 이어 지난해 10월 베트남에 네 번째 드림센터를 착공했다. 특히 드림센터 4호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와 건설 등 그룹 내 다른 업종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진행하는 첫 번째 해외 공유가치창출(CSV) 사업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에 영구채 2200억 원을 발행했다고 24일 공시했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의 도움을 받아 연결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847%에서 약 640%로 낮췄다. 영구채는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채권으로, 한진해운이 발행한 채권은 대한항공이 전액 인수한다. 30년이 지나면 만기를 연장할 수 있으며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9.575%다. 한진해운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으로 기존 대한항공 주주대출금 2200억 원을 상환했다. 한진해운은 대출금을 상환하면서 런던 사옥, 자기주식, 상표권 등 대출 시 제공했던 담보를 유동화할 수 있게 됐다. 회사 측은 “유동화한 담보를 통해 약 3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2013년 12월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한 후 24일 현재 총 2조3532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당초 목표치인 1조9745억 원보다 19%를 초과 달성했다. 이를 위해 한진해운은 벌크 전용선 사업부와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및 부산 신항만 터미널 지분 등을 매각했다. 저수익 노선을 축소하는 한편 고수익 노선을 확충했고, 월마트와 아마존 등 장기계약화물과 특수화물, 냉동화물 등 고수익 화물 계약을 따내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했다. 또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 2014년과 2015년 각각 240억 원, 36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대한항공이 준법투쟁을 한 박모 기장을 22일 대기발령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19일 2015년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를 가결하고 준법투쟁을 시작한 이후 첫 사례다. 박 기장은 21일 인천발 필리핀 마닐라행 KE621편을 조종했다. 박 기장은 12시간 휴식을 취한 후 오후 11시 45분(현지 시간) 마닐라발 인천행 여객기 KE624편을 조종해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 기장이 조종한 마닐라행 여객기는 현지에 예정보다 24분 늦게 도착했다. 이에 박 기장은 돌아가는 여객기를 조종하면 ‘24시간 내 연속 12시간 근무 규정’에 어긋나니 조종을 할 수 없다고 사측에 밝혔다. 박 기장이 조종했다면 휴식시간을 포함해 연속 12시간4분 근무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박 기장은 조종석이 아닌 승객석에 앉아 돌아왔다. 박 기장이 돌아오자 대한항공은 그를 운항본부로 대기발령했다. 노조가 반발하자 대한항공 측은 “대기발령은 징계가 아니다”라며 “비행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어, 안전운항을 위한 사실관계 확인 및 조사를 위해 회사에서 진행하는 통상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항공법상 비행근무시간 기준은 13시간이며, 단체협약에 의해 1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고 비정상상황 발생시에는 14시간까지 연장 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이날 박 기장이 노조 집행부의 조직적 지시에 의해 일부러 인천공항에서 출발시간을 늦춘 것인지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항공 측은 “위반사실 여부에 따라 징계여부는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노조는 투쟁명령 1호를 통해 정시출근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비행준비, 근무를 위한 이동시 이코노미석 배정 거부, 항공법위반 운항 거부 등 세 가지를 명령했다. 박 기장은 노조 교선실장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과 ‘압축연속주조압연설비(CEM)’는 공정을 단축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포스코 고유의 친환경, 고효율 제철 공법으로 자연 상태의 가루 철광석과 유연탄을 그대로 사용해 철을 만든다. 원료를 예비 처리하는 소결공정과 코크스공정을 생략하고 값싼 가루 형태의 원료를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용광로 대비 투자비와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에너지 사용량도 줄어든다. 용광로 대비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비산먼지 배출량은 각각 40%와 15%, 71% 수준이다. 해외 철강사들도 비슷한 방법을 연구했지만 포스코만 세계에서 이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DIOS법), 호주(HISMELT법), 유럽(CCF법), 브라질(TECNORED법) 등 해외에서도 파이넥스처럼 덩어리 형태의 괴철광석과 고점결 유연탄의 고갈에 대비하고 환경 친화적으로 쇳물을 생산하기 위해 용광로 대체 공법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파이넥스는 ‘쇳물은 용광로에서 생산된다’는 철강산업의 기술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혁신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1992년 본격적으로 파이넥스 공법 개발에 돌입한 이후 3000억 원 이상 투자해 1999년 파일럿 플랜트를 가동했다. 2003년 60만 t 규모 데모플랜트인 파이넥스 1공장을 가동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세계 최초로 연산 150만 t 규모의 상용화 설비인 파이넥스 2공장을 성공적으로 가동했다. 2014년 1월 14일부터는 같은 투자비로 약 30% 더 많은 생산량을 갖춘 ‘슬림 파이넥스’인 200만 t 규모의 파이넥스 3공장을 가동 중이다. CEM은 쇳물을 굳히는 연주공정과 철강재를 얇게 펴는 압연공정을 하나로 통합해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의 30∼40% 수준으로 줄이는 기술이다. 해외에서도 포스코의 고유 기술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포스코건설, 이란 철강기업 PKP와 3자 간 서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PKP가 이란 차바하르 경제 자유구역에 건설하는 16억 달러 규모의 일관제철소 사업에 포스코가 파이넥스와 CEM 기술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인 ‘POIST’를 수출하는 내용이다. 중국 국영기업인 충칭(重慶)강철과는 2013년 9월 연산 300만 t 규모(150만 t 2기)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파이넥스 공장을 짓기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최근 양국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인도 민영 철강사인 우탐갈바메탈릭스와 포항제철소 1파이넥스 및 광양제철소 CEM 이설 사업에 대한 MOA를 체결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기아자동차, 베이징자동차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대수 1056대로 국내 보급된 전기차 중 가장 많은 기아자동차 ‘레이 EV’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여기에 기아차 ‘쏘울 EV’ 등 지난해 국내 보급된 전기차(2703대) 중 절반 이상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1월 베이징전공, 베이징자동차와 손잡고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 차량으로 선정된 베이징자동차 ‘ES210’과 베이징 시 택시 및 일반 판매용 차량으로 활용 중인 ‘EV200’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또 중국의 한 자동차업체에 하이브리드 버스용 배터리 공급을 추진하는 등 중국 내 수주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중국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가 500만 대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중국 내 1위 전기차 배터리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B&I(배터리 및 정보전자소재) 부문에 ‘사업대표제’를 도입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충남 서산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비를 2배 규모로 증설하는 공사를 완료하고 본격 상업생산에 나섰다. 기아차 쏘울 EV와 베이징자동차 EV200, ES210에 공급할 물량이 증가한 데 따른 신규 투자였다. 이번 증설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서산 공장은 전기차 3만 대에 공급 가능한 수준(700MWh)의 설비를 확보했다. 서산 공장을 포함해 SK이노베이션은 총 800MWh의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배터리 서산 공장 증설은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당시 사장)이 지난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투자를 결정한 사업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배터리 사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포기는 없다”면서 “SK는 적은 인력과 사업규모로도 꾸준한 수주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내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전기차 시장이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유럽, 미국 등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해 2020년 연간 판매량이 600만 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포스코에너지가 베트남 꽝닌 성 몽즈엉에 이어 응에안 성 뀐랍에 두 번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한다. 포스코에너지는 21일(현지 시간) 베트남 응에안 성 빈에서 신창동 포스코에너지 부사장, 호죽폭 응에안 성 당서기장 등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응에안 성 지방정부와 뀐랍Ⅱ 석탄화력발전사업 추진을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에너지는 하노이 남쪽으로 270km 거리에 있는 응에안 성 동남경제특구 내에 600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민간 투자자가 건설해 일정 기간 운영한 뒤 정부에 기부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10월 베트남 최초 해외 민자발전 사업인 몽즈엉Ⅱ 석탄화력발전소를 준공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닛산의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패스파인더’는 무난함과 실용성을 개성으로 승화시킨 차다. 외모만 봤을 때 경쟁 모델 포드 ‘익스플로러’의 우람하고 각진 디자인이 오프로드를 꿈꾸는 아버지를 연상시킨다면, 패스파인더의 상대적으로 미끈하고 사선형태가 많은 디자인은 가정적, 안정적 스타일을 추구하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둘러싼 ‘V’자 모양의 크롬장식, 그 옆에 붙어 있는 헤드램프는 닛산의 패밀리룩을 반영하고 있다. 패스파인더의 진가는 내부에서 나온다. 2열 시트는 앞뒤로 최대 14cm 움직일 수 있다. 유아용 시트를 떼어내지 않은 상태에서도 좌석을 이동시킬 수 있다. 컵홀더는 1열에 4개, 2열에 2개, 3열에 4개가 있다. 2열에서 별도로 실내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열선시트도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시원한 느낌이 준다. 3열은 성인 남성은 쉽지 않겠지만 성인 여성 정도는 앉을 수 있다. 다만 3열의 헤드레스트가 너무 길어서 운전할 때 룸미러 시야를 약간 방해한다. 보스 스피커를 사용했고, 특히 트렁크 바닥에 서브 우퍼(저음 주파수만 재생하는 보조 스피커)를 내장했다. 중저음을 생생하게 듣기 위해 굳이 튜닝을 할 필요가 없다. 센터페시아는 나무로 돼 있다. 약간 올드한 감성이지만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일본차답게 ‘L(저단)’ 변속기어도 눈에 띈다. 대부분 요즘 차들은 L보다는 ‘S(스포츠)’ 모드를 많이 두는데 이 차엔 S는 없다. 그러나 굳이 S모드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체감 주행성능은 우수하다. 가족들을 태우고 레이싱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3.5L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육중한 차체를 여유있게 끌고 간다. 최고 출력은 263마력, 최대 토크는 33.2kg·m다. 승차감은 ‘일본 가솔린차’의 특성을 그대로 담아내 부드럽다. 보통 소형차에나 쓴다고 생각했던 무단변속기(CVT) 덕분에 변속 충격도 없고, 요철도 부드럽게 지나간다. 기어노브 옆 버튼을 돌려 2륜, 상시 4륜,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토크를 배분하는 4륜 중 선택 가능하다. 연료소비효율은 L당 8.9km다. 가격은 5240만 원. 원래 5290만 원이지만 6월까지 개별소비세 50만 원이 인하된다.yhkang@donga.com}

2014년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5세대 모델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 차를 ‘베이비 S클래스’라고 불렀다. 디자인이 S클래스를 빼닮아서다. 이 때문에 ‘드림 카’로 S클래스를 꿈꾸는 젊은층은 ‘현실적인 드림카’로 C클래스를 선택하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2016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10세대 모델은 ‘주니어 S클래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빌은 E클래스를 두고 “C클래스, S클래스 세단과의 패밀리룩이 한층 명확해졌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부드럽게 기울어지는 캐릭터 라인, 둥그스름하게 처리된 그린하우스(차체에서 유리창과 필러, 지붕 등을 포함한 유리 윗부분) 등이 해당된다”고 분석했다. 오토블로그는 “E클래스는 ‘작은 동생’인 C클래스처럼 S클래스의 외형미와 인테리어 소재를 강화한 특징을 채용했다”며 “전체적 모양이 S클래스를 줄여놓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는 “C-E-S를 잇는 패밀리룩이 완성됐다”고 만족했고, 일부는 “예전 E클래스의 우아한 감성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E클래스에서 보듯 최근 자동차업계에선 패밀리룩을 강조한 신차들이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고, 모델들이 다양해지자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만의 얼굴’을 만들어 차별화하려는 시도다. 명품 백이 하나의 디자인 테마를 두고 다양한 모델로 분화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러한 움직임은 고급 브랜드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또 BMW ‘키드니 그릴’(2개의 신장 모양을 닮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대표적이듯 대부분의 패밀리룩은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나온다. 전면부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재규어는 2007년 ‘XF’에서 새로운 패밀리룩을 선보인 이후 ‘XJ’, ‘F-타입’, ‘F-페이스’ 등을 통해 강화하고 있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모양을 그물 모양으로 채운 라디에이터 그릴, ‘J’ 형상(‘J블레이드’)이 뚜렷이 나타나는 주간주행등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기도 하는 이언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디렉터는 지난달 방한해 “디자인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이 디자인이 근본적으로 재규어인가’다”라며 “사람들이 보는 순간 ‘저게 재규어구나’라고 바로 인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패밀리룩은 정체성을 표현하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고급 브랜드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의 패밀리룩은 제네시스 ‘크레스트 그릴’과 현대차 ‘헥사고날 그릴’이 대표적이다. 헥사고날 그릴은 2009년 ‘투싼ix’에 처음 적용됐고, 크레스트 그릴은 2세대 ‘제네시스(DH)’에 처음 적용돼 제네시스 ‘EQ900’가 별도 브랜드로 계승했다. 두 그릴의 모양이 다르지만 넓게 보면 둘 다 육각형이라는 점에서 ‘무엇이 다르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병철 현대차 프레스티지디자인실장은 “크레스트 그릴은 그릴의 상단부를 더 넓혔고 하단부는 폭포수가 떨어지듯이 ‘Y’자형의 운동감을 담아 디자인해 더욱 역동적이고 웅장하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패밀리룩은 브랜드 전환기에 색다른 이미지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피니티는 ‘Q’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라디에이터 그릴과 C필러에 일관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일명 ‘더블 아치 그릴’로 그릴 윗부분은 위로 볼록하고, 아랫부분은 아래로 볼록하게 부풀어 올라 있다. 위는 동양의 다리 실루엣을, 아래는 그 다리가 물에 비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 또는 ‘(’ 형상을 하고 있는 C필러는 ‘초승달 필러’로도 불린다. 렉서스는 ‘정숙하고 조용한 차’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층도 좋아하는 ‘와쿠도키(わくどき·가슴 설레는, 두근두근)’한 차로 변신하기 위해 ‘스핀들 그릴’을 내세웠다. 후쿠이치 도쿠오(福市得雄) 렉서스인터내셔널 사장은 최근 “100명이 그럭저럭 만족할 디자인 대신 한 사람이라도 열광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밀리룩은 브랜드의 역사를 대변하기도 한다. 지프의 ‘7슬롯 그릴’(7개의 세로선이 나란히 서있는 그릴)이 대표적이다. 1941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윌리스오벌랜드가 미국 국방부에 납품한 최초의 지프 모델인 ‘윌리스 MB’는 9슬롯 그릴 형태였다. 이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7슬롯으로 정착됐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포스코에너지가 베트남 꽝닌성 몽즈엉에 이어 응에안성 뀐랍에 두 번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한다. 포스코에너지는 21일(현지시간) 베트남 응에안성 빈씨티에서 신창동 포스코에너지 부사장, 호득펑 응에안성 당서기장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응에안성 지방정부와 뀐랍Ⅱ 석탄화력발전사업 추진을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에너지는 하노이 남쪽으로 270㎞ 거리에 있는 응에안성 동남경제특구 내에 600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민간 투자자가 건설해 일정기간 운영한 뒤 정부에 기부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앞서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10월 베트남 최초 해외 민자발전 사업인 몽즈엉Ⅱ 석탄화력발전소를 준공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