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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선거 기간에 특정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활동을 하면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거론하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잇달아 내려졌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유상재)는 지난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 행사 등을 개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수원환경운동연합 장동빈 사무국장(42)에 대해 18일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촛불집회 등에서 ‘악의 무리는 한나라당과 정부다’라고 주장한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또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는 선거 때 무상급식 정책 홍보활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 국민연대 배옥병 상임운영위원장(53)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 씨가 지난해 4월 5일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한 나무심기 행사’를 개최하며 당시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등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특정 후보들을 명시적으로 거론한 활동 등 7개 공소 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에 130억 원을 배상하게 됐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부장판사 최월영)는 17일 제일모직 주주대표들이 이 회장 등 제일모직 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회장은 13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주주대표들은 제일모직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포기해 손해를 입었다며 2006년 4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은 자녀들에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제일모직으로 하여금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도록 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인다”며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전환사채는 이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에게 조세를 피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발행됐다고 볼 수 있다”며 “발행 후 즉시 전환이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신주발행과 동일했는데도 전환가격은 발행 전 주식 가치보다 훨씬 저평가된 금액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주주들은 전환사채 발행 전후 에버랜드 주식 가치의 차액에 보유 주식수를 곱한 137억 원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발행 후 주식 가치를 주당 7만9000원으로 보아 손해액을 약 130억 원으로 인정했다. 1996년 에버랜드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으로 시작된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형사사건은 2009년 이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한 혐의에 대해 무죄확정 판결을 받으며 마무리됐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2006년 4월 ‘이 회장 등으로 인해 1996년 제일모직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게 돼 회사에 손해가 있었던 만큼 회사에 배상하라’며 민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주주대표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의 주요 혐의가 형사재판에서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나온 데다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상황이어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소송으로 볼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스폰서 검사’ 사건 특검팀이 부산·경남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에게 향응과 사건 청탁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정모 부장검사에 대한 항소이유서를 정해진 기한을 넘겨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 때문에 항소심이 열리지도 못한 채 무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에 항소이유서는 소송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뒤 7일 안에 내도록 돼 있으나 특검팀은 통지를 받고 보름이나 지난 15일에야 서울고법에 항소이유서를 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날짜를 잘못 계산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법원은 항소를 기각할 수도 있고 직권으로 재판을 해야 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항소심을 열 수도 있다. 서울고법은 다음 달 4일 항소심 첫 공판 이전에 이 문제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정 부장검사는 17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e-프로스 게시판에 글을 올려 “어이없고 황당해 짜증이 나고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는 블랙코미디를 보고 있다”고 특검을 맹비난했다. 그는 또 “애초 1인당 3만 원의 식사대와 5만 원의 노래방 술값을 뇌물로 단정해 기소한 것부터가 무리”라며 “이번 사건 수사와 재판에 27억 원의 국가예산이 들었는데 국민의 혈세로 변호사들 호주머니만 불리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검법 내용도 몰라 기한을 넘긴 특검도 문제지만, 사건에 연루된 검사가 확정판결 전에 특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 사건으로 법무부에서 면직 처분을 받았던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 등록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6월 면직된 이후 약 8개월 만에 변호사로 컴백한 것. 박 전 지검장은 16일 열린 변호사등록심사위원회에 출석해 “물의를 일으킨 것은 죄송하지만 면직 처분을 받을 만한 비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JYJ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옛 멤버 시아준수(김준수) 영웅재중(김재중) 믹키유천(박유천) 등 3명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허락 없이도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할 수 있다고 법원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최성준)는 17일 SM엔터테인먼트가 낸 가처분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멤버들은 회사와 전속계약을 맺을 당시 인지도가 전혀 없는 연예인 지망생에 불과했고 회사는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소수의 대형 연예 기획사로 멤버들은 회사가 제시한 계약 양식에 수동적으로 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멤버들이 데뷔 후 인기를 얻게 된 이후에는 회사와 대등한 협상력을 가졌다'는 회사 측의 주장에 대해선 "대등한 협상력을 가졌다면 기존 협상을 중단하고 다른 기획사와 협상하는 것이 가능해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부당한 장기 전속계약은 연예인이 성공하기 까지 기울인 노력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얻을 기회를 박탈해 사실상 종신계약이 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 위험 등을 고려할 때 13년의 계약 기간이 불공정하지 않다'는 회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투자위험 감소나 안정적 해외 진출 등을 명분으로 극단적 장기 전속 계약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동방신기 멤버로 활동하던 시아준수 등 3명은 "불공정한 전속계약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소속사를 상대로 2009년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13년의 계약기간은 지나치게 긴 기간"이라며 본안 판결 전 까지 세 멤버의 독자적 활동이 가능하다고 결정하자 SM 측은 이에 불복해 이의 신청을 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강성국 판사는 16일 담보 가치가 없는 골프회원권을 미끼로 거액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추가 기소된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 회장이 변호사 선임료 명목으로 돈을 빌렸고 실제 선임료 이외의 용도로 자금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를 속여 2억 원을 가로챘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담보 없이도 주 회장의 명성을 믿고 자금을 빌려줄 의사가 있었다는 피해자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골프회원권으로 돈을 빌렸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 회장은 불법 다단계 영업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2006년 5월 “골프장 회원권을 담보로 줄 테니 변호사 선임비로 쓸 돈을 빌려 달라”며 한의사 김모 씨에게 2억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2년을 끌어온 ‘담배 소송’에서 법원이 흡연이 폐암 발병의 원인이라는 개별적 인과관계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폐암 환자 측이 담배회사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소송을 낼 여지도 있다는 진일보한 판단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선 담배회사가 제조 판매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아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성기문)는 15일 폐암환자 방모 씨와 가족 등 30명이 “담배를 피워 암에 걸렸다”며 국가와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폐암환자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담배 연기에 다양한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고 이 때문에 폐암이 발생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KT&G가 독점적으로 담배를 제조해 판매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가 폐암의 발병 원인을 입증할 책임을 줄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제 아래 재판부는 “하루 담배 한 갑씩 20년 이상을 폐암 진단 때까지 피웠으며 흡연과의 연관성이 높은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이 발병한 것으로 확인된 방 씨 등 4명은 흡연과 암의 개별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KT&G의 담배에 결함이 있거나 니코틴의 중독성과 흡수율을 고의로 높여 흡연자를 중독시킨 위법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KT&G의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앞으로 별개 소송에서 담배회사의 추가 불법행위가 입증되는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담배회사는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인 만큼 치료기관 설립과 금연운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KT&G 측에 주문했다. 이날 판결에 폐암 환자 측 배금자 변호사는 “재판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도외시하고 거대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법원에 상고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2007년 1월의 1심 판결과 2011년 2월의 항소심 판결의 결론은 같았다. 담배의 유해성을 둘러싼 ‘12년 전쟁’에서 또다시 폐암 환자 측은 KT&G 측에 졌다. 하지만 판결 내용은 많이 달랐다. 4년 전 1심 판결은 흡연과 폐암 발병 간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폐암에 걸린 것이 꼭 담배를 피웠기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항소심은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는 점을 인정했다. 나아가 “앞으로 별개 소송에서 담배회사 측의 추가 불법행위가 인정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혀 유사 소송에선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까지 했다. 최근 수년 사이 금연 문화가 급속히 확산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폐암 환자 측이 앞으로 승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진일보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폐암의 직접 원인은 흡연’ 일부 인정 담배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폐암의 발병 원인과 흡연의 인과관계였다. 폐암환자들이 승소하려면 KT&G가 담배를 제조하는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 담배를 피운 까닭에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이 사건 원고들의 폐암 원인을 흡연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흡연이 폐암에 영향을 미친다는 통계적 연관성은 인정되지만 유전적 요인이나 생활습관, 환경오염 등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우선 KT&G가 독점적으로 제조해 생산하는 담배를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되는 ‘제조물’로 보았다. 고도의 기술이 집약돼 대량생산되는 제품은 제조업자만이 생산과정을 알기 때문에 제품의 결함 유무를 소비자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입증할 책임을 완화해 준 것이다. 이 같은 전제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발병한 폐암이 일반적인 폐암과 비교해 흡연과 연관성이 높다는 점을 일부만 증명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령의 남성으로 젊은 나이에 흡연을 시작해 30년 이상의 흡연 기간에 하루 1갑씩 20년을 피웠고 △폐암 진단을 받을 때까지 담배를 피웠으며 △흡연과 연관성이 더 깊은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이 발병한 것이 증명된 방모 씨 등 폐암 환자 4명에 대해선 발병 원인이 흡연이라고 봤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은 KT&G 쪽에 있다고 밝혔다.○ “KT&G 불법행위 인정은 어려워” 그러면서도 KT&G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KT&G가 담배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담배에 발암물질인 타르와 의존증을 유발하는 니코틴이 포함돼 있지만 이는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법률적, 사회적으로 허용된 것”이라며 “이런 사정만으로 담배에 결함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 측은 “1976년 이전에 담뱃갑에 경고 문구를 표기하지 않은 것은 표시상 결함”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수준이나 미성년자에게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법체계 등을 고려하면 담배회사의 책임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니코틴 역시 의존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흡연은 결국 당사자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폐암 환자들이 제기한 담배 소송과 별도로 담뱃불 화재를 둘러싼 소송도 진행 중이다. 2009년 경기도가 KT&G를 상대로 ‘담뱃불 화재로 인한 소방재정 손실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 담뱃불 화재는 안전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제조물 결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2005년부터 입은 재정손실 규모만 1000억 원이 넘고 이는 담배회사의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KT&G 측은 “방재비용은 국가 공공경비로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설령 담뱃불로 인한 화재를 인정하더라도 이는 흡연자가 책임질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원고측 “증거 숨기는데 위법성 어떻게 증명하나” ▼KT&G “첨가물은 영업비밀… 공개요구 수용못해” “1년에 5만5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담배는 대량살상무기보다 더 강한 무기입니다. 30년 뒤 국민이 다 죽고 나서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15일 서울고법이 ‘담배 소송’ 항소심에서 ‘담배회사의 불법성이 입증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하자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50·여)는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불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은 이해할 수 없다”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법원에 상고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입증하려고 해도 KT&G는 600여 종의 첨가물 중 240종만 공개했다. 증거를 숨기는데 어떻게 입증하겠느냐”며 “살인행위는 있었으나 살인자는 잘못이 없다는 말과 똑같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도 “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생명권을 외면하고 KT&G의 부도덕하고 무분별한 판촉행위에 면죄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다행인 것은 흡연과 폐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해 앞으로 담배회사의 불법성을 입증하는 소송 여지를 남겨 놨다”며 “2차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KT&G 측은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도 재판부가 흡연과 폐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처음으로 인정한 데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KT&G 측 법률대리인 박교선 변호사(47·법무법인 세종)는 “폐암은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재판부가 역학적 인과관계만으로 개별적 인과관계까지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첨가물을 모두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기업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것과 똑같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이 사건을 심리해온 항소심 재판부의 성기문 부장판사(58·사법시험 23회) 등 3명의 판사는 모두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한편 소송에 참여했던 폐암환자 7명은 재판이 10년 넘게 진행되는 사이에 6명이 세상을 떠났고 방모 씨 1명만 생존해 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선진국의 소송 사례 ▼“흡연 중독성-위험 감췄다”… ‘담배회사 책임’ 판결 늘어미국에서도 1950년대부터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소송이 이어져 왔지만 1994년까지 원고가 승소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1995년 이후에는 전체 담배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거나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가 절반을 넘어섰다. 담배회사들이 흡연의 중독성과 위험성을 알고도 감췄다는 내부 정보가 잇따라 폭로되면서 담배회사에 과실이나 제조 책임을 묻는 판결이 늘어나는 추세다. 선진국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기 전에 담배 경고 문구뿐 아니라 금연구역 확대, 담뱃값 인상 등 강력한 금연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가입 국가들은 담뱃갑 앞뒷면 50%에 건강경고 42개 및 문구당 3종류의 그림을 넣어 흡연에 따른 경고를 표시하고 있다.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등에선 담뱃갑 겉면에 흡연했을 때 인체에 유발할 수 있는 질환 및 증상에 대해 그림과 함께 강력한 경고 문구를 넣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브라질 태국 등도 강력한 금연정책에 가세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담뱃갑 앞뒷면 100%에 경고문 및 그림을 표시하는 정책을 쓴다. 스웨덴, 영국, 아일랜드 등은 먹는 금연치료제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금연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흡연 비흡연 구역을 아예 두지 않고 전면적으로 금연 구역으로 만든 곳도 많다. 영국에선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걸리면 흡연자와 사업주 모두 벌금형에 처해질 정도로 엄격하다. 반면 싱가포르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지역에선 일정 면적이 넘어서는 건물은 흡연 구역과 비흡연 구역으로 나누는 정도로 느슨한 금연정책을 펴고 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일본에서 한류(韓流) 돌풍을 일으킨 5인조 걸그룹 카라의 멤버 한승연 정니콜 강지영 등 3명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이 해지됐음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내 소속사와 이들 멤버 3명 간의 전속계약을 둘러싼 분쟁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카라의 세 멤버는 소속사 DSP미디어를 상대로 계약부존재확인 청구 소송 소장에서 “DSP 측은 일본 소속사와 일방적으로 위임 약정을 체결한 이후 계약사항, 정산내용 등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루팡’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는데도 소속사는 6개월 동안 1인당 86만 원(월 14만 원가량)을 지급했다”며 “소속사 측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의 음원 판매수익은 4억1000만 원인데 활동비는 3억9000만 원’이라고 밝히는 등 활동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밝혔다.}
5인조 걸그룹 '카라' 멤버 가운데 한승연, 정니콜, 강지영 등 3명이 소속사를 상대로 계약부존재확인 소송을 내면서 카라의 전속계약 분쟁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넘어갔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한승연 등 카라 멤버 3명은 "정당한 수익금을 분배받지 못했다"며 소속사 DSP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계약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DSP 측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의 음원 판매수익은 4억1000만 원인데 활동비는 3억9000만 원'이라고 밝혔다"며 "활동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루팡'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는데도 소속사는 6개월 동안 1인당 86만 원을 지급했다"며 "매달 14만 원을 지급한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또 "협의 없이 소속사 임의로 활동비를 공제했다"며 "이는 정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한승연 등 카라의 멤버 3명은 DSP에 전속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소속사가 멤버들이 원하지 않는 연예활동 강요와 인격모독, 멤버들에게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은 채 하는 무단 계약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주장해왔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사례 1. A 씨(여)는 2007년부터 1년 넘게 혼인신고 없이 사실혼 관계로 살다가 B 씨와 갈라서게 됐다. A 씨는 결혼당시 B 씨 부모에게 예단비로 쓴 2300만 원과 신혼여행 비용 200만 원,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B 씨는 위자료와 다이아몬드반지 등 예물을 돌려달라고 맞소송을 냈다. #사례 2. 2009년 9월 C 씨와 결혼한 D 씨(여)의 부모는 결혼과정에서 신랑 C 씨 부모에게 예단비 10억 원을 보냈고 신혼집 인테리어 비용으로 4000만 원을 썼다. C 씨 부모도 신부 집으로 보내는 예물 비용으로 2억 원을 줬고 6000만 원짜리 스포츠회원권도 사줬다. 5개월 만에 금전 문제와 종교 갈등 등으로 불화를 겪은 이들 부부는 서로 위자료와 예단비를 내놓으라며 소송을 냈다. 첫 번째 사건에서 법원은 A 씨가 예단비를 돌려받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두 번째는 D 씨가 예단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유사한 사건에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는 '결혼 기간'과 '혼인 생활을 유지할 의사'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임채웅)는 A 씨 부부의 소송에서 양쪽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예단비나 예물은 결혼이 성립되지 않으면 돌려주기로 조건을 붙인 증여와 같다"며 "두 사람은 결혼식을 하고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상당기간 유지했기 때문에 예물과 예단은 상대방이나 그 부모에게 귀속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A 씨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1년 동안 부부로 살 의사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일단 결혼을 해서 상당기간 지속된 (예단과 예물의) 목적이 달성됐기 때문에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혼인신고를 했지만 5개월 만에 파경을 맞은 C 씨 부부의 경우 법원은 "예단비를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정승원)는 D 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두 사람이 서로 이혼하고 남편 C 씨는 D 씨가 청구한 예단비 8억 원과 신혼집 인테리어 비용 4000만 원, 위자료 3000만 원 등 8억7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예물이나 예단은 혼인이 성립하지 않으면 돌려줘야 하는데 혼인이 단기간에 끝났다면 성립하지 않은 것과 같아 예단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혼의 책임이 C 씨에게 있고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예단 반환 청구권이 없다"며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예물, 예단비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1974년 박정희 정권이 선포했던 대통령긴급조치 1호에 이어 긴급조치 4호도 위헌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강형주)는 11일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혐의(대통령긴급조치 1, 4호 및 반공법 위반)로 기소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던 추영현 씨(81)에 대한 재심에서 36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처음으로 위헌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긴급조치 4호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과 이와 관련되는 단체를 조직, 가입하거나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이 조치를 비방하는 행위도 처벌토록 했다. 당시 긴급조치 4호 위반으로 기소된 건수는 36건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와 4호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밝혔다.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는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당시의 정치상황 등 시사적인 관심사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자연스럽게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을 이롭게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일간스포츠 차장으로 재직하던 추 씨는 1973년부터 과거 좌익활동으로 처벌받은 뒤 경찰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던 권모 씨와 만난 자리에서 “남한의 정권이 무너질 날이 머지않았다”, “긴급조치 4호는 정부에서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다”라는 등 정부를 비판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2년 이상 근무한 사내 하도급 근로자가 원청업체에서 실질적인 근로감독을 받았다면 정규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농성을 확대할 방침이고 현대차는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혀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사내 하도급 인력은 약 8000명이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이대경)는 10일 현대차의 사내 하도급업체 근로자로 일하다 해고된 최모 씨(35)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최 씨에게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내 하청업체의 현장 관리인이 작업 지휘명령을 내렸더라도 사실상 현대차가 근무시간과 휴식시간, 야근 등을 결정하고 정규직 근로자에게 결원이 발생하면 최 씨 같은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가 대체하기도 했다”며 “최 씨는 현대차의 노무지휘를 받는 파견 근로자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2년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 하도급업체에 고용된 뒤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의장 공정에서 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근무했던 최 씨는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2005년 해고되자 “원청회사인 현대차가 실질적인 고용주”라며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행정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제조업체 사내 하청은 근로자 파견이 아닌 도급에 해당한다”며 최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최 씨는 현대차의 지휘를 받는 파견 근로자라고 할 수 있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8일 2차 파업을 결의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이번 서울고법 판결을 계기로 정규직화 요구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반면 현대차는 “담당 재판부가 울산공장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면 다른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대법원에 즉각 상고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또 현대차는 “이번 판결은 최 씨 개인에 대한 판단이며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의 다른 사내 하도급 근로자에게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성명을 내고 “사내 하도급은 시장 수요의 불확실성을 보완하는 보편적 생산방식으로 산업현장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이번 판결이 기업과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의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은 서울중앙지법에 근로자 지위확인을 묻는 집단소송을 낸 상태여서 판결 결과가 주목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조선업 신규 진출을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중도에 포기했던 한화그룹이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모두 날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황적화)는 10일 한화케미칼이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이행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한화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화 측은 ‘산업은행이 계약 체결 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최종 실사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실사 여부와 관계없이 최종 기한까지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내용이 양해각서(MOU)에 포함돼 있고 대금 지급 방식을 변경해 달라며 한화 측이 확인 실사를 미룬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MOU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당시 한화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예상하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MOU를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행보증금을 줄여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이행보증금 자체는 거액이지만 6조3000억 원대에 이르는 인수대금의 5%에 불과하고 최종 계약 실패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절차가 2년 이상 지연돼 온 점에 비춰 보면 부당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판결에 대해 한화 측은 “집을 사려 하는데 집 구경도 못 하고 계약금을 떼인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이행보증금으로 3150억 원을 납부했으나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되자 본계약 시점을 미루고 대우조선 지분 일부만 우선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산업은행은 분할인수 방안을 들어주면 특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009년 1월 이행보증금 몰취(沒取·소유권 박탈해 국가에 귀속)를 통보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비리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고 지난해 8·15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법조인 8명이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06년 ‘법조 브로커 사건’ 등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김영광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 8명이 최근 변협의 등록심사를 통과했다. 이들은 각 지방변호사회로부터 변호사 개업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아 변협의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실형의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집행유예의 경우 2년간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지만 복권이 되면 이런 제약에서 벗어난다. 변협 관계자는 “유죄를 선고받고 사면된 경우에는 변호사 등록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8·15특별사면을 단행하며 조 전 부장판사와 김 전 검사, 이원형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변호사), 손주환 하광룡 전 부장판사, 박홍수 송관호 한창석 전 부장검사 등 8명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 당시 법무부는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이관용 판사는 8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갈등을 빚은 화물차주 유모 씨를 폭행하고 ‘맷값’ 명목으로 2000만 원을 건넨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기소된 최철원 전 M&M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 씨가 울면서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하는데도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때린 점이 인정된다”며 “최 씨는 군대에서의 ‘얼차려’ 정도의 훈육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적 보복이란 점에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과 관련해 전현직 경찰 고위간부 등에게 금품로비를 벌인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기소)가 문원경 전 행정자치부 차관을 상대로 낸 보관금 청구소송과 관련해 문 전 차관이 “유 씨와 돈거래를 한 적이 없다”는답변서를 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그동안 이 소송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던 문 전 차관은 지난달 21일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담당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규진)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문 전 차관은 답변서에서 “나에게 돈을 줬다는 유씨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유 씨와의 관계에서 금전을 주고받은 사실도 없고 금전을 주고받았다는 계약서나 영수증 같은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검찰에 구속되기 직전 유 씨는 “2008년 문씨에게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포스코건설 공사현장에 개설되는 함바집 운영권을 준다는 약속을 받고 개설 준비비용으로 3차례에 걸쳐모두 2억 원을 지급했으나 진척이 없으니 돈을 돌려 달라”고 주장하는 등 총 5억5000만 원의 보관금 청구소송을 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정 부장, 내가 검찰에서 9억 원을 건넸다고 하니까 정 부장이 내 말을 따라 5억 원이라고 했다가 9억 원이라고 진술한 거 아니야.” “사장님, 그랬으면 제가 처음부터 9억 원이라고 하지 왜 5억 원이라고 진술했겠어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사건 6차 공판이 열린 7일 오후 법정의 증인석에 앞뒤로 앉은 한신건영 전 경리부장 정모 씨(여)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는 대질신문에서 서로 자신의 말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이날 대질신문에서 과거에 상사와 부하 관계였던 한 전 대표와 정 씨는 주요 쟁점마다 말꼬리를 자르며 팽팽하게 맞섰다. 한신건영 회계장부에 ‘한’이라고 적힌 부분을 놓고도 두 사람은 옥신각신했다. 한 전 사장은 “내가 개인적으로 쓴 돈은 연필로 장부에 ‘한(한만호)’이라고 적었는데 정 부장은 그걸 보고 ‘한명숙’이라고 생각했나보다”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이 건네진 정황이 담긴 ‘채권회수목록’의 신빙성을 두고서도 두 사람은 다른 주장을 폈다. 정 씨가 “채권회수목록은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허위로 기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자 한 전 대표는 “정 부장이 자료만 믿고 추정해서 만든 것으로 세세한 내용은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 씨가 다시 “인위적으로 작성하려면 더 부풀려서 만들지 않았겠느냐”며 언성을 높이자 신문하던 검사가 “검사도 말 좀 하자”며 흥분한 두 사람을 제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날 공판에서 정 씨는 “2007년 한 전 대표가 세 차례에 걸쳐 조성한 9억여 원이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의 진술을 재확인했다. 정 씨는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가 아닌 박모 전 한신건영 부사장과 H교회 김모 장로에게 교회 신축공사 로비자금으로 5억여 원을 줬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이들에게 준 돈은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한) 9억여 원과 다른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한 전 총리에게 건네준 것으로 보이는 돈을 마련할 때 모두 한 전 대표에게서 ‘쇠고랑 찰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 한 번은 한 전 대표가 ‘총리님에게 줄 돈’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

1973년 이른바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강제 예편한 손영길 전 준장(79·사진)이 38년 만에 재심에서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최재형)는 당시 허가받지 않고 총기를 소지한 혐의(총포화약류 단속법 위반 등)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손 전 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손 씨를 비롯한 관련자의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가 모두 당시 보안사 수사관의 고문 협박 등으로 작성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무허가) 총기 소지 혐의도 위법한 압수수색 영장으로 적발한 것이어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손 전 준장이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과 공모해 부대 운영비 1600여만 원을 빼돌렸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이 돈이 국가나 부대 소유라고 인정하기 어려워 횡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였던 윤필용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 대통령이 노쇠했으니 물러나시게 하고 후계자는 형님(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이 말이 박 대통령 귀에 들어가 쿠데타 모의 의혹을 샀던 사건. 하지만 당시 군법회의는 손 전 준장 등 장성 3명과 장교 10명에게 모반죄가 아닌 횡령 및 뇌물수수죄를 적용해 각각 1∼1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됐다. 윤 전 사령관은 징역 15년형과 벌금 2000만 원, 추징금 59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얼마 전까지 경기 안양시의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옛 안양소년원)를 다녔던 지윤이는 요즘 경기 파주시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 지윤이는 타악기 전공으로 올해 숙명여대와 상명대 원주대에 입학원서를 내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 10대 비행소녀들을 관리하는 교정기관은 경기 안양시와 충북 청주시 두 곳에 있다.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는 2년 이하의 장기 관찰이 필요한 ‘10호 처분’을 받은 여자아이들이 오는 곳. 비행에 빠진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에 좌절해 대학 진학을 꿈도 꾸지 못하지만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의 ‘슈퍼스타 K’ 왕지윤(가명·19) 양과 박민정(가명·19) 양이 2011학년도 음대 입시에 도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민정이는 보컬 전공으로 한 예술대학 실용음악과 수시모집에 합격해 3월부터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지윤이는 고교 1학년 때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 친구들을 폭행하거나 돈을 빼앗아 2009년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로 오게 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다섯 살 때부터 배운 피아노를 포기해야 했던 지윤이는 학교 관악대에서 마림바와 드럼 팀파니 등 타악기를 배우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개인교습을 받은 아이들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음대 입시를 위해 음대 교수님이 자원봉사로 개인 교습을 해줬고 주말에는 서울대 학생들이 와서 검정고시와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를 도왔다. 동대문에서 조그만 옷 공장을 하는 아버지가 쓰러지고 집안 형편이 기울면서 엇나가기 시작한 민정이도 학교에서 예전 꿈을 되찾게 됐다. 예술고 1학년 때 도박을 하고 친구들 돈을 빼앗아 학교를 그만둔 민정이는 아카펠라반에서 노래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만난 민정이는 “가족들이 보고 싶어 외로울 때마다 노래를 부르면 속이 시원해지고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민정이는 입학 전까지 동대문 옷가게에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 계획이다. 지윤이와 민정이는 대학을 졸업하면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지윤이는 “음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받은 도움을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것으로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안양=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2007년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약혼자 A 씨(35)를 소개받은 B 씨(32·여)는 6개월가량 연애한 끝에 A 씨와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상견례까지 마쳤다. A 씨의 직장 친구와 결혼 축하 모임도 가졌고 예식장도 예약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약혼자인 A 씨는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앞두고 불안해진 B 씨는 ‘임신했는데 자연유산한 것 같다. 수술해서 너무 아프다’는 거짓 문자메시지를 A 씨에게 보냈다. 그러자 A 씨는 “어머니가 기도하다 너와 결혼하면 불행하다는 계시를 받았는데 꿈에서 결혼 후 불행하게 사는 모습을 보셨다고 한다”며 B 씨에게 파혼을 통보했다. 충격을 받은 B 씨는 약혼 파기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김태의 판사는 최근 “A 씨 어머니가 계시를 받았다는 것은 파혼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A 씨는 B 씨에게 2500만 원을 배상하라”며 B 씨에게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법원 측은 30일 밝혔다. 김 판사는 ‘임신했다는 거짓말로 신뢰가 손상됐으니 결혼이 무산된 것은 B 씨의 책임’이라는 A 씨의 주장에 대해선 “파혼을 통보할 당시 B 씨가 거짓말한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이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