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 출신의 음대 도전 “어려운 아이에 음악희망 줄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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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 입시 도전 옛 안양소년원 출신 지윤-민정양

얼마 전까지 경기 안양시의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옛 안양소년원)를 다녔던 지윤이는 요즘 경기 파주시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 지윤이는 타악기 전공으로 올해 숙명여대와 상명대 원주대에 입학원서를 내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 10대 비행소녀들을 관리하는 교정기관은 경기 안양시와 충북 청주시 두 곳에 있다.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는 2년 이하의 장기 관찰이 필요한 ‘10호 처분’을 받은 여자아이들이 오는 곳. 비행에 빠진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에 좌절해 대학 진학을 꿈도 꾸지 못하지만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의 ‘슈퍼스타 K’ 왕지윤(가명·19) 양과 박민정(가명·19) 양이 2011학년도 음대 입시에 도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민정이는 보컬 전공으로 한 예술대학 실용음악과 수시모집에 합격해 3월부터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지윤이는 고교 1학년 때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 친구들을 폭행하거나 돈을 빼앗아 2009년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로 오게 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다섯 살 때부터 배운 피아노를 포기해야 했던 지윤이는 학교 관악대에서 마림바와 드럼 팀파니 등 타악기를 배우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개인교습을 받은 아이들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음대 입시를 위해 음대 교수님이 자원봉사로 개인 교습을 해줬고 주말에는 서울대 학생들이 와서 검정고시와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를 도왔다.

동대문에서 조그만 옷 공장을 하는 아버지가 쓰러지고 집안 형편이 기울면서 엇나가기 시작한 민정이도 학교에서 예전 꿈을 되찾게 됐다. 예술고 1학년 때 도박을 하고 친구들 돈을 빼앗아 학교를 그만둔 민정이는 아카펠라반에서 노래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만난 민정이는 “가족들이 보고 싶어 외로울 때마다 노래를 부르면 속이 시원해지고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민정이는 입학 전까지 동대문 옷가게에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 계획이다.

지윤이와 민정이는 대학을 졸업하면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지윤이는 “음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받은 도움을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것으로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양=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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