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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 ‘근로정신대’로 끌려가 페인트칠을 했습니다.”(84세 여성) “모자를 좋아합니다. 갖고 있는 모자만 30개가 넘습니다.”(70대 남성) 광주 시민 100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큐멘터리 연극 ‘100%광주’. 이 다큐 연극이 무대에 오른 19일 광주 북구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는 광주의 인구학적 특성을 대표하는 시민 100명의 자기 소개가 이어졌다. 광주 전체 인구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16%여서 30대는 16명이 됐다. 여성은 51명, 남성은 49명이었다. 외국인 비율은 1%여서 외국인 1명도 포함됐다. ‘100%광주’는 독일인 3명으로 구성된 다큐 연극 창작 그룹 ‘리미니 프로토콜’이 만든 작품이다. 다큐 연극은 일반인을 무대에 올려 그들의 실제 삶을 보여준다. ‘리미니 프로토콜’은 2008년 ‘100%베를린’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런던 멜버른 밴쿠버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초청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다. 광주는 18번째로, 한국 도시 가운데는 처음이다. 내년에 개관하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공연에서는 세월호 참사도 언급됐다. 한 중년 여성은 개나리꽃을 들고 나와 “채 피어나지 못한 이들에게 바친다”고 애도했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한 뒤 공연을 이어갔다. 여러 질문에 대해 ‘예’ ‘아니요’가 표시된 구역으로 가는 순서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웃의 이름을 안다’에 ‘예’ 구역으로 간 사람은 20여 명뿐이었다. ‘통일을 위해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겠다’에 ‘예’라고 답한 사람은 10여 명이었다. 이웃이 누군지 모른 채 살아가고 통일에 부담을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5·18을 목격했다’는 질문에는 20여 명이 ‘예’ 구역으로 갔다. 연출을 맡은 헬가르트 하우크 씨(45)는 “‘전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질문에 무려 80%가, ‘선생님에게 체벌을 받은 적이 있다’는 질문에 90%가 ‘예’라고 답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서 “다시 태어나면 ○○을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은 것도 의외였다. 공동 연출인 슈테판 카에기 씨(42)는 “한국이 성별이나 역할에 따른 강박관념이 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출가들은 또 ‘내가 사는 도시를 위해서 살인을 할 수 있다’는 질문에 단 한 명만이 ‘예’라고 답한 것도 특이했다고 말했다. 멜버른에서는 ‘그렇다’는 비율이 40%에 달했다. 이는 광주시민들이 군국주의를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하우크 씨는 “많은 관객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보며 한국인이 매우 적극적인 데다 스마트폰을 이렇게 많이 갖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고 했다. 그는 또 “연극은 인위적인 상황인데 이를 깨뜨려서 실제 현실이 무대에서 얼마나 구현되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26, 27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5만 원. 062-410-3633광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프랑스 프로방스 산기슭 밤하늘에 하얗게 빛나는 별들. 칠흑 같은 우주에서 반짝이는 별들. 국내 초연되는 연극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이하 우주비행사)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는 11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들어서자 별이 쏟아져 내렸다. 무대 뒤에 설치한 영화관 스크린 크기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판은 별들로 가득했다. 유성이 떨어지는가 하면 은하수가 푸른빛을 뿜어냈다. 긴 제목이 말해주듯 이 작품에서는 비밀리에 발사된 우주선을 타고 12년간 떠도는 옛 소련 우주비행사 2명이 끊임없이 지구와 교신을 시도한다. 그들이 돌아가길 간절히 원하는 지구에서는 중년의 부부, 카페 주인, 은퇴한 우주과학자 등이 만나고 헤어진다. 고립, 집착, 방황, 허무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소통을 이야기한다. 연출가 이상우(63)는 스코틀랜드의 유명 작가인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최덕문 이희준 김소진 등 7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별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바닷가, 런던 히스로 공항, 노르웨이 오슬로 시내 등 대부분의 장면에서 별이 빛난다. 이상우 연출은 “각각의 궤도를 도는 행성처럼 우리의 삶도 서로 관련이 있는 듯 없는 듯 하나의 우주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며 “삶은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며 한 명 한 명은 애처롭게 빛나는 별이라는 생각에서 관객들에게 별을 실컷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원작에서 낮으로 설정된 장면도 모두 밤으로 바꿨다. 무대 장치는 최소화했다. 사다리로 만든 우주비행선과 발코니, 테이블, 의자가 전부다. LED 영상을 제작한 곳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밤하늘을 컴퓨터그래픽(CG) 작업한 모팩스튜디오. 이곳은 영화 ‘적인걸2’ ‘해운대’ ‘만추’,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등의 CG도 담당했다.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44)는 “‘별 그대’에서는 도시에서 보는 실제 밤하늘과 비슷하게 만든 데 비해 ‘우주비행사’에서는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원시 자연 상태에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지구의 자전으로 별자리가 이동하는 것도 반영했다. 에피소드별로 공연이 10분 정도 진행되는 동안 별들도 이동한다. 별들이 평평한 밤하늘이 아닌 둥근 밤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공간감을 살리고 진짜 별처럼 보이도록 반짝이는 모습에도 신경을 썼다. 런던 오슬로 프로방스 등의 풍경은 해당 지역 사진을 참고하되 실제 모습과 똑같이 만들기보다는 특징을 살렸다. 프로방스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오슬로와 런던은 밤 풍경이 주는 따뜻한 느낌을 강조했다. 16일∼5월 11일. 2만∼5만 원. 1644-200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미국 정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5일 방한에 맞춰 ‘어보(御寶·왕실 의례용 인장)’와 국새(국가 공식인장) 9과(顆)를 한국에 돌려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때 어보와 국새 가운데 일부를 돌려주는 문제를 막바지 협의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어보는 조선왕실의 인장으로 왕과 왕비가 승하하거나 세자 책봉과 같은 중요한 의식 때 쓰는 예물용 인장이다. 어보가 의례용인 데 비해 국새는 공식 직인이다. 6·25전쟁 기간에 미군의 불법 반출로 사라졌던 이들 어보와 국새는 지난해 미국 수사당국이 참전용사 유족들로부터 발견해 압수했다. 여기엔 1897년 고종(광무황제)이 사용했던 ‘황제지보’와 조선시대 교지를 내리거나 관리 임명 때 쓰던 ‘유서지보’와 ‘준명지보’가 있다. 순종(융희황제)이 고종에게 태황제라는 존칭을 올리며 만든 ‘수강태황제보’도 있다. ‘수강태황제보’는 조선 왕실의 어보로 국보급이다. 이와 별도로 로스앤젤레스박물관이 수집가로부터 구매한 ‘문정왕후 어보’ 등 2과를 포함하면 미국에 모두 11과가 있다. 앞서 워싱턴 한인들은 백악관 청원사이트인 ‘위 더 피플’에 ‘한국 문화재-조선시대 어보 회수’라는 제목으로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손효림 기자}

마구간에서 17세 소년 앨런이 벌이는 전라의 정사신. 연극 ‘에쿠우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8마리의 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상반신 대부분을 드러내고, 앨런 역시 몸을 다 보여주기에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몸은 매우 중요하다. ‘에쿠우스’에서 나란히 주인공 앨런 역을 맡은 배우 지현준(36)과 전박찬(32)은 서로 다른 몸을 보여주고 있다. 지현준이 잔 근육까지 발달한 근육덩어리 몸이라면, 전박찬은 소년의 몸과 비슷한 매끈한 몸이다. 앨런 역이 확정된 지난해 말 두 배우는 어떤 몸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한승 연출은 두 배우에게 단지 “살을 빼라”고만 주문한 터였다. 지현준은 3년간 무용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 잔 근육이 이미 잡혀 있는 상태였다. 그는 피트니스 트레이너에게 소년의 몸을 만들 수 있는지 물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민을 거듭하다 병약하고 마른 말의 사진을 보게 됐어요. ‘이거다’ 싶었죠. 말을 정말 사랑해서 몸까지 닮은 앨런이 되자고 마음먹었어요.” 키 179cm에 75kg이었던 지현준은 하루 세 끼 닭가슴살, 고구마, 토마토만 먹고 줄넘기 2000개, 복근운동, 다리운동 등을 매일 2시간 동안 하며 3개월 만에 6kg을 뺐다. 지방이 빠지고 근육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잔 근육이 더 선명해졌다. 그가 조명 아래 서면 팔, 등, 배, 허벅지의 잔 근육이 또렷하게 보인다. “공연을 본 친구가 잔 근육이 앨런의 상처처럼 보인다고 말했어요. 채찍을 맞은 것처럼요. 고민한 흔적이 무대를 통해 나타나는구나 싶어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반면 전박찬은 근육을 만들지 않고 살을 빼 소년처럼 다소 밋밋한 몸을 만들었다. 키 168cm에 65kg의 그도 5kg을 줄였다. 스스로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말하는 그는 빵, 파스타, 케이크를 덜 먹으면서 매일 2시간 동안 복근운동과 달리기를 했다. “소년인데 몸이 근육질이면 어색할 것 같더라고요. 지현준 씨 몸이 앨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면 제 몸은 소년 같아서 좋았다고 말씀하신 관객도 있었어요. 근육질 몸매가 아니었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될지 몰랐어요. 하하.” 전박찬은 전라 연기를 본 관객들이 당황하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한다. 그는 “가장 원시적인 것을 드러내자고 마음먹으니 뭘 입고 뭘 벗었는지 잊게 되면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왔다”며 “관객들이 ‘전혀 야하지 않고 그 상황이 이해가 됐다’고 말해줘 정말 감사하다”라고 했다. 5월 17일까지. 서울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4만 원. 02-889-3561, 2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심장부에서 한국인이 만든 뮤지컬이 6월 막을 올린다.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46)가 책임프로듀서를 맡아 전설적인 힙합 가수 투팍의 노래들로 만든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 들리면 소리쳐)’가 6월 19일 브로드웨이 주요 극장인 팰리스시어터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투팍은 ‘라이프 고즈 온’ ‘체인지스’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곡들을 남겼지만 1996년 25세 나이에 의문의 총격으로 숨졌다. 한국인이 책임프로듀서가 돼 만든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만난 신 대표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대관이 확정됐다는 소식에 뭉클했지만 엄청난 무게의 책임이 가슴을 눌렀어요.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모르니까요.” 1990년대 활동했던 투팍의 히트곡을 제목으로 한 이 뮤지컬은 밑바닥 삶을 사는 흑인 청년들이 희망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 대표와 함께 작업하는 프로듀서 에릭 골드는 ‘예스맨’ ‘스케어리무비’ 시리즈를 만들었다. 1700석 규모의 팰리스시어터는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바라보고 바로 오른쪽에 있다. ‘아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미녀와 야수’ 등이 공연됐다. “이번 작품은 투팍의 인생이나 인종차별을 다루진 않아요. 콘크리트에서 피어나는 장미처럼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리죠.”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로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신 대표는 ‘뮤지컬계의 돈키호테’로도 불린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도전하고 숱하게 실패했다. 그는 ‘콘택트’ ‘스팸 어 랏’ 등 국내에서 올린 작품이 줄줄이 실패하면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던 중 미국 유명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인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가 투팍의 노래를 뮤지컬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미국에서 꾸준히 작업해 온 그를 눈여겨본 것이다. 신 대표는 2009년 미국과 합작해 ‘드림걸즈’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스핀’ ‘요시미 배틀스 더 핑크 로보츠’ 등을 제작했지만 브로드웨이로 진출하지는 못했다. 이번 작품은 제작비로 800만 달러(약 83억2000만 원)가 투입됐고, 공연장 운영에 매주 50만 달러(약 5억2000만 원)가 든다. “세계에 라이선스를 주는 ‘오리지널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요. 브로드웨이는 주간 단위로 산정해 매출액이 운영비보다 낮으면 작품을 내립니다. 하루 만에 내리는 경우도 있어요. 합리적이지만 잔인하죠. 요즘 하루 만에 공연을 내리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어요.(웃음)”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일에 쫓겨 운동이나 건강 검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걸 미뤄본 경험이 있는가. 걱정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솔깃하게 다가올 것이다. 시간, 돈은 물론이고 정신적 여유가 부족해 많은 이들이 허덕이는 현상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센딜 멀레이너선과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인 엘다 샤퍼가 머리를 맞대고 분석했다. 결핍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리포트 제출 시한이나 프레젠테이션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된다. 결핍이 가져온 힘이다. 하지만 하나만 보고 달려가면 나머지를 놓칠 수 있다. 터널에 들어가면 멀리서 빛나는 출구만 보이고 주변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98년 정해진 날짜에 우주선을 쏘는 데 집중하느라 프로그램 오류를 점검하지 못했다. 우주선은 화성에 도착했지만 아무 정보도 전송하지 못했다. 걱정은 정신적인 능력의 상당 부분을 소모시켜 역량을 발휘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 걱정을 하는 데 정신 능력을 많이 소진해버려 업무에 쏟을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납고 완강한 결핍의 덫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미리 계획을 세우고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결핍의 충격을 제어할 수 있는 느슨함을 가지라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미국 세인트존스병원은 32개 수술실의 일정이 꽉 차 있어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예정된 수술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병원이 초빙한 자문관은 수술실 하나를 비우라고 처방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비운 수술실은 응급환자로 채워지고 나머지 수술실은 예정된 수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마 안 가 수술 건수는 5.1% 늘었고 오전 3시 이후의 수술은 45%나 줄었다. 결핍을 가져온 원인을 분석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주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결핍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없어도 될 것이 많을수록 부유해진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한국 영화 시장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부흥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스태프의 처우는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흥행의 열매는 스태프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영화산업협력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스태프 598명을 대상으로 임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1년 평균 소득은 1107만 원으로 나타났다. 연간 수입이 500만 원 이하인 경우는 41.9%로, 5명 가운데 2명꼴이었다. 연간 소득이 100만 원이 되지 않는 사람도 16.3%나 됐다. 스태프 중에서도 분야별 막내의 처우가 가장 열악하다. 막내 스태프의 연간 소득은 416만 원. 영화 시장이 부진했던 2009년에는 274만 원을 받았다. 시장은 호황기를 맞았지만 소득은 142만 원 올랐을 뿐이었다. 2012년 수입을 월 평균 소득으로 환산하면 34만6000원으로, 그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55만3354원에도 훨씬 못 미쳤다. 막내 스태프 바로 위인 3진 스태프는 902만 원을, 그보다 한 단계 위인 2진 스태프는 1073만 원을 받았다. 팀장의 수입은 1472만 원으로, 2009년에 비해 318만 원 오르는 데 그쳤다. 2012년 수입을 월 소득으로 환산하면 122만 원으로, 팀장이 돼야 최저임금(95만7000원)을 가까스로 넘을 수 있었다. 가혹한 수준의 임금이지만 제때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응답자의 39.4%는 임금이 체불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체불 사유는 회사 경영상의 이유(49.5%)가 가장 많았고, 고의적으로 주지 않는 경우도 19.3%나 됐다. 이유도 모르고 못 받은 경우(17.9%)도 적지 않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좌표를 잃었다. 8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 뮤지컬 ‘태양왕’은 화려한 볼거리를 갖췄지만 평면적인 인물들과 긴장감 떨어지는 이야기 전개로 힘이 빠진 채 표류하고 말았다. ‘태양왕’은 루이14세의 일대기를 그린 프랑스 뮤지컬. 국내 초연작으로 한국에서 상당 부분 재창작됐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와 EMK뮤지컬컴퍼니가 손잡고 올린 작품. EMK뮤지컬컴퍼니는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베카’ ‘황태자 루돌프’ 등 오스트리아 뮤지컬을 들여와 연속으로 흥행 홈런을 날린 제작사다. 루이14세 역은 신성록과 안재욱이 함께 맡았으며 루이14세의 연인 프랑소와즈 역은 김소현 윤공주가 발탁됐다. 프리뷰 첫날에는 안재욱과 윤공주가 출연했다. 주인공 루이14세가 권력을 장악한 마자랭 추기경에 맞서 절대 왕정을 구축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하지만 ‘태양왕’에서는 평이한 이야기로 흘러버렸다. 루이14세는 추기경의 사주로 왕을 유혹하는 몽테스팡 부인이 다가오자마자 “위로가 되는군”이라며 곧바로 넘어간다. 국정을 쥐락펴락했던 추기경은 루이14세가 그의 악행을 읊조리며 자결할 것을 명령하자 순순히 독약을 마신다. 왕은 프랑소와즈가 혼잣말로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는 단박에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고뇌 속에 온갖 역경을 극복하며 조금씩 권력을 확보해 나가는 왕은 없었다. 쇼가 강한 원작을 각색해 이야기를 부각시켰지만 집중력 있게 극을 끌고 나가기에는 힘이 부쳤다. 지난해 뇌출혈로 대수술을 받은 안재욱은 수술 후 처음 무대에 선 탓인지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정치를 멀리하고 유희를 즐기는 필립 역(루이14세의 동생)을 맡은 김승대는 “와우”를 연발하며 코믹 연기를 선보였지만 객석에서 웃음은 별로 터져 나오지 않았다. 여성 조연들은 존재감이 있었다. 우현주(안느 대비 역)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이소정(몽테스팡 부인 역)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빛냈다. 프랑스 뮤지컬의 강점인 음악은 돋보였다. 공연이 끝나자 ‘왕이 되리라’ ‘모두 일어나’ 등을 흥얼거리며 공연장을 나가는 관객이 있을 정도로 멜로디가 귀에 꽂혔다. 봉 위 혹은 공중에서 춤추는 장면이 많이 등장해 볼거리가 풍성했다. 큰 액자 틀 뒤에서 흰 옷을 입은 네 명의 무용수가 공중에서 춤추는 장면은 그림 속 밤하늘에서 천사들이 춤추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4m가 넘는 루이14세의 푸른 망토를 비롯해 360여 벌에 이르는 의상도 화려했다. 6월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3만 원. 02-517-633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한국영화 호황기였던 2005년, 충무로는 이른바 ‘강우석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강우석 감독이 고액 개런티와 지분을 요구하는 배우로 송강호와 최민식의 실명을 거론한 것. 당시 송강호는 총제작비 120억 원 예산의 영화 ‘괴물’에서 개런티 5억 원과 수익의 5%를 받기로 한 사실을 공개했다. 한국 영화가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요즘, ‘배우 몸값’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영화 제작사 대표 A 씨는 “‘5+5’(출연료 5억 원과 수익의 5%)는 이미 옛말”이라며 “이제는 ‘7+7’(출연료 7억 원+수익 7%)을 요구해 영화 만들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원톱 주연이 가능한 톱스타의 출연료는 7억 원이 넘는다. 송강호 하정우 이병헌 김윤석 장동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A 씨는 “일부 톱스타는 흥행 수익 중 극장 몫을 제외한 수익의 7%를 가져가고, 영화가 손익분기점이 넘으면 인센티브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통상 상영 수익의 55%를 극장이 갖는다. 나머지 45%를 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나누게 된다. 1000만 관객이 들면 통상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몫의 합은 300억 원 선이다. ‘7+7’을 내세운 톱스타는 300억 원의 7%인 21억 원을 받는다. 여기에 출연료 7억 원과 인센티브가 +α가 된다. 한 편으로 30억 원 이상을 버는 셈이다. 영화 호황이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주연 배우 출연료가 올랐다. 류승룡 황정민 정재영 최민식 원빈 차태현 한석규 김수현 현빈은 4억∼6억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태웅 이민호 유아인 이종석 김우빈 송중기는 2억∼3억 원 선. 여배우의 경우 손예진 하지원이 4억∼6억 원, 전도연 전지현 한효주가 3억∼4억 원이다. 톱스타 A는 최근 한 영화에서 10장면 가량 출연하는 대가로 7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제작자 B 씨는 “송강호나 하정우 등 ‘티켓 파워’가 확실한 배우라면 개런티가 아깝진 않다. 문제는 요즘은 검증 안 된 신인급까지 과도한 지분을 요구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작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 톱배우의 수익 대비 출연료 비중은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할리우드 못지않다. 미국 연예잡지 배니티 페어에 따르면 톱스타 조니 뎁은 2010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출연료로 4000만 달러(약 420억 원)를 받았다. 이 영화의 전 세계 수익은 10억2000만 달러(약 1조710억 원)로, 조니 뎁의 출연료는 영화 수익의 3.9%다. 이에 비해 지난해 913만 관객이 든 ‘관상’의 경우 극장수익은 660억 원. 업계의 전언대로라면 이 영화 주연배우의 출연료와 지분을 합치면 28억 원으로, 전체 수익의 4.24%다. 2005년 당시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과도한 출연료와 부당한 지분 요구에 맞서 “앞으로 제작비에서 배우 스태프 등 개런티가 차지하는 비율을 정한 표준제작규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9년이 흐른 지금 표준제작규약은 말조차 나오고 있지 않다. 영화 프로듀서 C 씨는 “톱배우 한 명의 출연료가 높다 보니 제작비에서 전체 배우들 개런티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기도 한다”며 “출연료 비중이 커지면 촬영, 미술 등 기술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는 “한국의 1인당 평균 연간 영화 관람 횟수(3.8회)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호황의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출연료의 상승이 제작 부실로 이어지고 흥행작이 사라지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영화사 대표는 “투자자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배우 몸값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규모가 큰 영화일수록 투자가 중요한데, 투자자들은 영화 성격이나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 톱스타 캐스팅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토리나 완성도보다 인기 배우의 출연 유무만 따지는 스타 시스템이 문제라는 얘기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호황이 이어지면서 스타가 나오면 무조건 관객이 든다는 인식이 강하다. 스타 시스템은 당장은 효과가 있지만 결국 영화의 상상력과 질을 높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민병선 bluedot@donga.com·손효림 기자}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 이제 오지 않겠다.” 일본 유명 연극 연출가 스즈키 다다시 씨(75)는 지난해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 참석한 후 한국을 떠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민간이 주관했던 SPAF를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가 맡게 되면서 재정과 인력이 줄어 축제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질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한팩이 SPAF를 주관하게 된 건 2010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한팩이 국립예술자료원과 함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분리됐지만 상대적으로 역할이 작아 SPAF를 떠안게 됐다. 7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문화예술기관 운영 합리화 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팩, 국립예술자료원이 분리된 지 불과 4년 만에 재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공청회에서는 정부가 전문성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기관들을 떼냈다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다시 기관들을 붙였다 하는 사이에 정작 예술 현장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기관들을 독립시킬 당시 공연계에서는 ‘자리를 만들려는 목적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한 원로 연극인은 “기관마다 기획위원, 홍보위원 등을 따로따로 뽑아 인건비를 쓰다 보니 정작 예술 현장엔 예산이 지원되지 않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연극이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성웅 한국연극배우협회장은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배우 출연료는 제자리걸음”이라며 “연극의 꽃인 배우 지원에 정책의 중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도 현장 예술인 위주로 조직을 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예술 분야는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관련 기관을 분리하거나 재통합할 때는 예술 현장에 대한 지원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석연치 않은 목적으로 기관을 조정한다면 세금을 낭비하게 될 뿐만 아니라 예술 발전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창작에 열중하는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그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손효림 문화부 기자 aryssong@donga.com}

《 셰익스피어(1564∼1616). 26일은 그가 탄생한 지 450년이 되는 날이다. 수백 년 전 존재했던 그는 지금 우리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셰익스피어학회와 연극인들이 이달부터 7월까지 셰익스피어문화축제를 연다. 백하룡 오세혁 이채경 등 젊은 연출가와 이윤택 박근형 양정웅 등 중견 연출가가 일제히 셰익스피어 작품을 올린다. 모두 기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고 비틀었다.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2일 이윤택 셰익스피어문화축제 공동추진위원장(62)과 백하룡 연출가(40)가 축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백하룡(이하 백)=저를 모르시는데 ‘길 잃어 헤매던 어느 저녁에 맥베스’ 극본만 보고 연출을 맡겨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10여 년 동안 글만 쓰다가(희곡 ‘한중록’ ‘파행’ ‘전명출 평전’ 등) 이번에 연출가로 데뷔하는데 ‘큰 판’에 와서 행복합니다.(웃음) ▽이윤택(이하 이)=맥베스를 샐러리맨으로 그린 게 흥미롭더라고. 맥베스를 장군이 아니라 일상 속으로 집어넣은 게 셰익스피어를 동시대적으로 표현한 거잖아. ▽백=평생 전쟁터를 누빈 맥베스처럼 우리도 전쟁 같은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맥베스를 빌려서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될 것인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어요. ▽이=중요한 지적이야. 셰익스피어는 우리 삶과 가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늙은 소년들의 왕국’(오세혁 연출)에서는 재산 때문에 자식들에게 사육당하는 맥베스와 정신병원에 있던 돈키호테가 서울역에서 만나. 노인 문제와 노숙인 문제를 다루지. ‘로미오와 줄리엣’(양정웅 연출)에서는 로미오가 여자고 줄리엣이 남자야. 이 시대 남성과 여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연극하는 젊은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깔치뜯고(‘쥐어뜯고’의 경상도 사투리) 고민해야 돼. ▽백=요즘은 다들 내면의 말을 못하고 사는 것 같아요. 말은 넘치는데 내 말은 없어요. 그냥 대본을 쓰면 독백이 잘 안 나오는데 신기하게도 맥베스를 빌리니까 긴 말이 나오더라고요. 선언적인 말도 공허하지 않고 땅에 붙는 느낌이 들고요. 그때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기국서 씨(62)가 나타났다. 3일로 잡힌 기자간담회를 이날로 착각한 것이다. 내친김에 같이 대화를 나눴다. ▽기국서(이하 기)=‘미친리어2’(기국서 극본·이윤택 연출) 첫 페이지 쓴 상태야. 40년간 리어왕 역을 한 노배우와 평생 광대 역을 했지만 한 번도 관객들을 웃기지 못한 노배우가 만나 이야기를 나눠. ▽이=재미있는 발상이야. ▽기=나이 먹다 보니 평생 연극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지더라고. ▽이=셰익스피어는 고정된 게 아니야. 그 나라 그 시대에 따라 다시 쓰여지면서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지. ▽백=요즘 돈의 노예 아닌 사람이 없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맥베스처럼 욕망을 취하면서 추락하죠. 맥베스를 통해 그래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산다는 건 어마어마한 가치니까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공공 예술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 국립예술자료원의 재통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한팩과 예술자료원은 2010년 예술위에서 분리됐다. 독립된 지 불과 4년 만에 다시 통합작업이 진행되면서 주먹구구식 행정이 빚은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세 기관의 업무가 일부 중복되고 서로 관련되는 부분이 많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올해 6월까지 통합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술위는 문예진흥원이 2005년 전환된 기관으로, 예술가와 예술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한팩은 대학로예술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 등을 운영하며 공연 지원업무를 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도 담당하고 있다. 예술자료원은 예술 관련 기록 및 정보 자료 수집과 보존을 맡고 있다. 2010년 정부는 전문성을 갖춘 독립기구로 성장시킨다는 명분으로 한팩과 예술자료원을 분리했다. 하지만 예술위와 한팩 모두 공연 사업을 지원해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원 수도 지난해 기준으로 예술위는 97명, 한팩은 30명, 예술자료원은 19명에 불과한데 각각 관리 부서를 두고 있어 실제 현장 업무를 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문제도 발생했다. 예술위가 한팩을 분리시킨 뒤 대학로예술극장과 관련해 42억 원의 세금 폭탄을 맞은 것. 대학로예술극장은 예술위 소유지만 분리 후 운영은 한팩이 맡았다. 당초 예술위는 극장 운영과 관련 재산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공공극장 운영 사업은 ‘문화고유목적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팩이 극장 운영을 맡으면서 소유자와 운영자가 분리되자 세무당국은 소유자가 직접 극장을 운영해야 한다며 3년 치 추징 세금 42억 원을 부과했다. 세금은 조세심판원 판결을 거쳐 8억6000여만 원으로 줄었지만 예술위는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세 기관의 통합작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문체부 산하 다른 여러 기관의 통합이 어떻게 진행될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팩과 예술자료원의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통합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세 기관이 통합되더라도 직원의 고용은 승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술위는 이달 말 전남 나주시로 이전한다. 문체부는 7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통합과 관련해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청회에서는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의 통합과 기능 조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손효림 aryssong@donga.com·김정은 기자}

외국인이 안무하고 연출한 한국 무용과 창극이 무대에 오른다. 핀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테로 사리넨(50)이 안무한 국립무용단의 신작 ‘회오리’(국립극장 해오름극장)가 16일 첫선을 보인다. 외국인 안무가에게 작품을 맡긴 것은 국립무용단 창단 5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사리넨은 3월 3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춤에는 영적인 것이 깃들어 있고 무용수들은 내면에 강렬함을 갖고 있다”며 “한국과 핀란드의 전통이 가진 회오리 같은 에너지를 표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발레를 전공한 발레리노 출신이지만 현대 무용은 물론이고 일본 전통 무용을 연구하는 등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세계 정상의 무용단인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를 비롯해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 등과 협업했다. 그는 “한국은 과거를 돌아보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려는 열정이 강한 것 같다”며 “과거와 현재, 남성과 여성,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회오리’를 통해 그려냈다”고 말했다.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서양 춤은 상체 지향적이고 점프를 하며 하늘을 향해 춤을 추는 데 비해 한국 춤은 땅을 기반으로 하고 하체를 중심에 두는 특징이 있다”며 “사리넨의 춤은 땅을 지향하는 성향이 강해 한국 춤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출신의 연극 연출가 안드레이 셰르반은 이르면 올 하반기 국립창극단과 함께 춘향전을 창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셰르반은 실험적이고 대담한 연출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으로는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를 연극으로 옮긴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가 지난해 공연됐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샤워실에서 끔찍한 살인이 벌어진다. 사라진 언니를 찾던 동생은 목이 졸려 숨진다. 광기와 비극으로 점철된 연극 같은 이 작품은 국립창극단이 내놓은 ‘스릴러 창극’이다. 2년 전 초연돼 호평을 받은 ‘장화홍련’이 다시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1∼5일·해오름극장). 한복에 댕기머리 대신 일상복 차림의 배우가 상징하듯 ‘장화홍련’은 기존 창극의 문법을 벗어던졌다. 판소리 창법의 대사도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중견 연극 연출가 한태숙 씨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창극을 풀어냈다. 연극 ‘오이디푸스’ ‘레이디 맥베스’ 등을 통해 선보인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강렬한 무대를 창극에 그대로 가져왔다. 연극, 뮤지컬계의 스타 연출가들의 창극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판소리에 이야기를 엮은 창극에 연극, 뮤지컬 연출 기법을 접목시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립창극단이 6월에 선보이는 ‘변강쇠 점찍고 옹녀’는 연극 연출가 고선웅 씨가 맡았다. 연극 ‘칼로 막베스’ ‘리어외전’ 등 고전을 재치 있게 비틀며 독특한 작품을 내놓았던 고 씨는 변강쇠전으로 창극에 처음 도전한다. 역시 기존 변강쇠전을 새롭게 해석해 옹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기발랄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계획이다. 창극 최초의 ‘19금 작품’으로 무대화할 예정.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동명의 영화로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스타 연출가 장유정 씨는 이번엔 창극을 준비 중이다. 장 씨의 선택은 ‘햄릿’. 창작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그날들’ 등 재미와 감동을 갖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온 장 씨는 ‘햄릿’으로 대중적 창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 씨는 판소리를 직접 배울 정도로 창극 연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공연된 창극 ‘메디아’는 스타 연극 연출가 서재형 씨가 맡아 스펙터클한 무대를 선보였다. 뮤지컬 ‘영웅’ ‘명성황후’ 등으로 유명한 윤호진 씨 역시 창극 ‘서편제’를 연출해 수채화 같은 영상미로 호평을 받았다.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더욱 많은 관객과 호흡하기 위해서는 창극이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통 창극과 현대 창극을 번갈아 공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문성 국악평론가는 “창극이 지닌 핵심 요소를 유지하면서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진통도 있었다. 초기엔 ‘창극이냐 연극이냐’는 논란과 함께 창극단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연극연출가가 연출한 첫 창극인 ‘장화홍련’을 비롯해 ‘메디아’ ‘서편제’가 모두 매진을 기록하자 반발도 수그러들었다. 작품이 활발히 제작되면서 최근 국립창극단은 10여 년 만에 신입단원 6명을 뽑았다. 지기학 창극 연출가는 “마당에서 하던 풍물놀이가 사물놀이를 만들고, 사물놀이가 ‘난타’를 탄생시켰듯이 창극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경기 부천시 상동고교 이태구 체육교사는 농구 수업을 하기 전 학생들에게 영화 ‘코치 카터’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농구 스타였던 켄 카터가 미국 고교의 만년 꼴찌 농구부 코치로 부임해 선수들을 변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교사는 양궁 수업을 하기 전에는 미국 국가대표팀 양궁감독인 이기식 씨의 이야기를 담은 KBS 다큐멘터리 ‘글로벌 성공시대’를, 체육을 싫어하는 여학생들에게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여준다. 일선 학교에서는 수업 보조 자료로 영화 TV 프로그램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한다. 수업시간에 이 같은 창작물을 사용할 경우 저작권료를 내야 할까? 교사가 개인적으로 창작물을 사용할 경우엔 저작권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시도교육청 등 교육지원기관이 수업 자료를 만들면서 창작물을 사용할 땐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거나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공개적으로 이용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올해 7월부터는 교육청이 제공하는 수업 보조 자료에 대해 일괄적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한다. 임병대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산업과장은 27일 “교육청에서 창작물을 자유롭게 활용하면 사후에 저작권료를 지불할 예정”이라며 “교육 현장에서는 최신 창작물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고 창작자들에게는 연간 20억 원 이상의 저작권료가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료는 소설의 경우 A4 용지 1쪽당 7.7원, 음악 한 곡당 42원, 영상물은 176원(5분 이내)이다. 저작권료를 모두 합쳐 낼 수도 있다. 비용은 학생 1인당 연간 350원이다. 교과서에 실린 창작물에 대해서는 이미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박영사)에 실린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11쪽, 고교 문학Ⅱ 교과서(창비, 천재교육)에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가 21∼27쪽 실려 있다. 교과서에 실린 창작물에 대해서는 매년 지급액이 조정된다. 1000부 기준으로 올해는 소설 수필 희곡 등은 200자 원고지 한 장당 102원, 노래는 658원(절반 이상), 영상물은 3384원(30초 이하)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셰익스피어 작품은 객석의 모습을거울처럼 무대에 반영한다. 전 세계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 일본 연극 연출의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79)는 셰익스피어에 천착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셰익스피어로 대표되는 고전의 힘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다채롭게 변주돼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게 고전이다.연극 ‘피의 결혼’ ‘노래하는 샤일록’ ‘메피스토’는 고전을 독특한 색깔로 풀어냈다. 》 ○ 플라멩코와 우리 장단의 만남 ‘피의 결혼’ ‘피의 결혼’은 결혼식 날 옛 연인과 도주한 신부와 그들을 뒤쫓는 신랑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리스 비극을 스페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연출가 이윤택 씨는 플라멩코에 남도소리를 결합했다. 아코디언과 기타를 비롯해 장구 피리 가야금 태평소 등으로 음악을 연주한다. 이 씨는 “플라멩코는 스페인 민중들이 슬퍼하며 땅을 차고 우는 소리로, 남도소리처럼 한의 정서를 가진 데다 둘 다 3박자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플라멩코를 추고 농악의 상모도 돌린다. 대사뿐 아니라 노래, 소리, 움직임까지 세세한 볼거리를 갖춘 작품이다. 몸 훈련이 잘된 연희단거리패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씨는 “요즘 연극이 말만 하는 연기로 치닫고 있다”며 “‘피의 결혼’을 통해 말뿐 아니라 움직임의 연극을 보여줌으로써 연극이 지닌 연희적 요소를 강하게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미숙이 신랑 어머니 역, 이승헌이 신랑 역을 맡았다. 27일∼4월 5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 우리 이웃의 모습 ‘노래하는 샤일록’ ‘야키니쿠 드래곤’ ‘아시안 스위트’로 잘 알려진 재일교포 3세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 씨는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을 ‘노래하는 샤일록’을 통해 소시민의 인생으로 담아냈다. 샤일록은 삶에 지친 고집 센 아버지, 딸 제시카는 결혼을 통해 현실 탈출을 꿈꾸는 여성이다. 정 씨는 “유대인 샤일록이 돈에 목숨을 거는 것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라며 “원작을 보면서 한 가정을 책임지려고 아등바등 사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인물들의 행동을 납득이 갈 수 있게 설정하다 보니 캐릭터가 원작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지게 됐다는 것. 악인과 선인의 경계도 무너뜨렸다. 정 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느 편에서 보느냐에 따라 악인도, 선인도 될 수 있다”며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기륭 윤부진 김정은 이윤재 등이 출연한다. 4월 5∼20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1688-5966○ 또 다른 나 ‘메피스토’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을 연출한 서재형 씨는 ‘메피스토’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의 중심을 파우스트가 아닌 메피스토로 옮겼다. 또 파우스트를 타락시키는 건 메피스토가 아니라 파우스트 자신의 욕망이라고 말한다. 서 씨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유혹에 휩쓸리거나 일탈하고 싶은 순간을 많이 겪게 된다”며 “이런 순간순간이 메피스토이고, 결국 메피스토는 우리 안에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파우스트가 있는 곳은 답답하고 막힌 공간으로, 메피스토가 있는 곳은 넓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주로 남성이 연기했던 메피스토 역할은 여성인 전미도가 맡아 유혹과 파멸의 아이콘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파우스트 역은 정동환이 맡았다. 4월 4∼19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만∼5만 원. 02-580-1300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뮤지컬 ‘위키드’ ‘피핀’ ‘갓스펠’,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 ‘노틀담의 꼽추’ ‘이집트 왕자’…. 공통점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노래를 작곡한 스티븐 슈워츠(66·사진)다. 슈워츠는 최근 한국어로 공연하는 위키드를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위키드의 더블 캐스팅 주역들의 작품을 모두 봤다는 그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배우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모리블 학장 역을 맡은 김영주 씨는 세계적으로 이 정도 기량을 갖춘 배우가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연기를 잘하더군요. 초록마녀 엘파바의 경우 옥주현 씨는 분노의 감정을 안으로 응축해 연기했고, 박혜나 씨는 감정을 뿜어내는 기운이 좋았습니다. 금발마녀 글린다 역을 맡은 정선아 씨는 코믹한 부분을 잘 살렸고, 김보경 씨는 진실하고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연기했습니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에 벌어진 일을 그린 작품. 슈워츠는 한국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위키드’를 약간 손봤다. “2막에서 글린다가 노란 벽돌길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장면이 있어요. ‘오즈’ 이야기에 익숙한 미국인들은 글린다가 도로시에게 인사한다는 걸 알아채지만 한국 관객은 바로 알기 힘들어서 ‘잘 가, 도로시’ 하며 직접적으로 인사하는 부분을 넣었지요.” 슈워츠는 엘파바가 권력자에게 사악한 마녀로 낙인찍히는 내용을 담은 위키드를 철학적, 정치적으로 많은 의미를 담은 작품이라고 했다. “위키드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사람들을 단결시키기 위해 가상의 인물이나 단체를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일은 지금도 계속 벌어지고 있잖아요.” 위키드의 흥행 비결에 대해 그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슈워츠에게 좋은 곡을 만든 비결을 묻자 ‘작품과의 교감과 사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저는 소설 ‘위키드’에 매료돼 뮤지컬로 만들고 싶어 백방으로 노력했어요.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각자가 지닌 세계관이 무엇인지 연구했죠. 캐릭터가 확실하게 이해되면 곡이 잘 써져요. 위키드에 나온 ‘난 그 소녀가 아니야’ ‘중력을 벗어나’는 단숨에 쓴 곡입니다.” 현재 드림웍스가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그는 “한국이 계속 시도하고 있는 창작 뮤지컬을 기쁜 마음으로 응원한다”고 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한국 관객들이 지금껏 보지 못한 장면을 보게 될 겁니다. 서커스 수준의 애크러배틱, 360벌의 의상 등 잠시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할 거예요.” 4월 10일 막을 올리는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을 함께 제작한 김용관 마스터엔터테인먼트 대표(51)와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41)는 화려함의 극치를 맛보게 될 거라고 자신했다. 두 사람은 뮤지컬 ‘엘리자벳’ ‘노르트담 드 파리’에 이어 세 번째로 의기투합했다. ‘태양왕’은 프랑스 루이 14세가 왕권을 획득하고 절대 왕정을 구축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2005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후 2년 동안 벨기에와 스위스 등 프랑스어권에서 모두 400회 이상 공연됐고 170여만 장의 표가 팔렸다. 프랑스에서는 ‘노트르담 드 파리’ 이후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꼽힌다. ‘태양왕’의 라이선스를 확보한 김 대표가 엄 대표에게 재창작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저도 ‘태양왕’을 들여오려고 애쓰던 상황인데 김 대표님이 같이하자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어요.”(엄 대표) 엄 대표는 미국과 영국 뮤지컬 위주였던 국내 뮤지컬계에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 ‘황태자 루돌프’를 성공시키며 유럽 뮤지컬 붐을 일으켰다. 이국적 정서를 한국 관객 취향에 맞게 손질한 것이 흥행 비결. ‘태양왕’도 현재 한국 관객을 만나기 위해 각색 중이다. “‘태양왕’ 원작은 공중이나 봉 위에서 춤추는 장면 등 쇼적인 측면이 강해요. 이야기도 전쟁, 사랑, 왕권 획득에다 혁명의 기운이 꿈틀거리는 것까지 다루죠. 한국 관객들은 주인공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요. 왕권을 둘러싼 싸움과 러브스토리는 강화하고, 전쟁이나 정치색은 약화시켰어요. 이야기도 베르사유 궁전을 완공하는 데까지만 다뤘고요.”(엄 대표) 세트도 거의 다 바꿨다. 지난해 7월부터 세트 준비를 시작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한국 공연 제작비만 70억 원입니다. 의상에만 4억 원을 더 들였어요.”(김 대표) 엄 대표가 의상 스케치를 하나하나 보여줬다. “루이 14세가 입는 이 파란 망토는 길이가 4m가 넘어요. 실제로 보면 정말 화려하죠. 발레를 도입한 루이 14세는 실제 발레 무대에 서기도 했어요. 작품에 이런 내용도 모두 표현할 겁니다.”(엄 대표) 옆에서 듣던 김 대표는 익살맞게 웃으며 “(돈이 자꾸 더 들어가) 큰일이에요”라며 한숨쉬었다. 루이 14세 역에는 ‘별에서 온 그대’의 이재경 역으로 뜬 신성록과 안재욱이 더블 캐스팅됐다. 엄 대표는 “신성록이 뭔가 보여주겠다며 칼을 갈고 있다”면서 “재욱이형도 술, 담배까지 끊고 독하게 연습한다”고 귀띔했다. 6월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3만 원. 02-517-633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남자 몸의 한 부위를 가장 오래 감상하고 싶다면 어디를 보고 싶으세요? 자, 지금부터 8쌍의 엉덩이를 관람하시겠습니다!” MC를 맡은 뮤지컬 배우 정철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빠른 음악에 맞춰 청바지에 반팔 흰색 티셔츠를 입은 평균 키 185cm의 20, 30대 남자 배우 8명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뒤돌아서 엉덩이를 내밀어 원을 그리듯 앞뒤, 양옆으로 움직이며 웨이브를 타더니 손으로 셔츠를 찢어버릴 듯 벗어던졌다. 이어 청바지마저 벗어던지자 노랑 주황 연두색깔의 사각 팬티만 남았다. 복근엔 식스팩이 선명했다. 춤을 추다가 일제히 팬티를 벗어 공중으로 던져 올리는 것으로 총 8개 코너 중 하나가 끝났다. 27일 서울 마포구 롯데카드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미스터 쇼’는 ‘국내 최초 여성 전용 성인쇼’다. 여성은 만 18세 이상만 볼 수 있고, 남성은 표를 사도 입장할 수 없다. ‘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유명해진 박칼린 음악 감독(47)이 연출을 맡았다. 박 감독은 “남자들 눈치 보지 않고 여성끼리 건강하고 신나게 보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욕망을 깨우는 쇼’를 내건 공연의 수위가 최대 관심사인 가운데 막바지 연습 현장을 찾았다. 13일 연습에선 배우들이 벗어던진 팬티 안에 작은 속옷을 하나 더 입고 있었다. 실제 공연에선 이 장면에서 주요 부위를 흐릿하게 비치는 유리로 살짝 가린다. 배우들은 ‘교생 꼬시기’ ‘길거리 싸움’ ‘칵테일파티’ ‘제복’ 등 주제별로 교복, 제복 등을 입고 나와 대사 없이 춤추며 연기한다. 8명 배우 중엔 헬스 트레이너 출신이 4명이다. ‘칵테일파티’에선 배우들이 여성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내 의자에 앉힌다. 여성에게 바짝 다가선 남자 배우가 몸을 흔들며 셔츠를 벗었다. 여성의 얼굴을 자신의 배로 끌어당긴 다음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팬티만 입은 채 여성의 양손을 잡아 자신들의 가슴과 배, 양쪽 엉덩이를 쓸어내리도록 했다. 십수 년 전부터 이런 공연을 구상했다는 박 씨는 “누구나 욕망을 갖고 있는데 여성들은 숨어서 이를 해소해야 하는 게 싫었다”며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부끄럽지 않게 신나게 놀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티켓예매사이트 게시판엔 여성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17개월짜리 딸을 둔 한 여성은 “나도 때론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밝혔다. “언제 이런 거 보겠느냐”는 기대어린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성이 남성의 몸을 보고 즐긴다는 점에서 결국 남성의 성상품화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습 첫째 날과 둘째 날이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가장 떨렸던 순간이었습니다. ‘저 녀석 안 되겠다’ ‘너무 못하네’ 이런 말을 들을까 봐 정말 불안했습니다. 해외 공연도 있다는 말에 처음에는 도망치고 싶었다니까요.” 일본의 아이돌 스타 미조바타 준페이(溝端淳平·25)는 연극 ‘무사시’ 연습 초기를 이렇게 떠올렸다. 그는 일본 드라마 ‘버저비트’ ‘보스’, 영화 ‘하프 웨이’ ‘기린의 날개’ 등에 출연했으며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개봉된 영화 ‘황금을 안고 튀어라’에 동방신기의 최강창민과 함께 출연했다. 21∼23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무사시’ 공연을 앞두고 미조바타 준페이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무사시’는 17세기 실존했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와 라이벌 사사키 고지로가 벌이는 결투를 그린 작품. 일본 연극의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79)가 연출했다. 그는 고지로 역을 맡았다. 니나가와 연출은 연습 도중 재떨이가 날아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말 그런지 물었다. “니나가와 선생님은 말씀을 별로 하지 않으세요. 그래서 더 무서웠어요. 언제 어떤 말씀을 하실지 몰라 긴장하게 되는 거 있잖아요. 저를 제외하고는 모든 배우들이 ‘무사시’ 초연 때부터 같은 배역을 맡고 있어 저만 잘하면 됐거든요. 선생님이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가르쳐주셨어요. 그러고는 말씀하셨죠. ‘하이에나처럼 무사시에게 덤벼드는 마음을 잊지 마라’고요.” 그는 너무 진지하고 요령 있게 처신하지 못하는 점이 고지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국공연에 앞서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공연을 했다. “언어는 달랐지만 싱가포르 관객들이 빨려 들어온다는 걸 느꼈습니다. 연극은 단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는 마지막 장면과 대사에 가장 큰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포일러가 된다며 설명을 아꼈다. 그는 케이팝 팬이기도 하다. “동방신기와 빅뱅을 좋아해 공연을 보러 온 적도 있어요. 동방신기의 창민 씨와는 영화를 같이 찍으면서 가까워졌고, JYJ의 재중 씨와도 친해요. 두 친구가 ‘무사시’를 보러 와 주면 좋을 텐데 다들 바쁘겠죠?” 그는 연극과 영화, 드라마 등 장르 구분 없이 자유롭게 연기하며 늘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좋은 작품이라면 주연이든 조연이든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싶어요. 제 연기를 보는 분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면 정말 기쁘겠어요.” 3만∼7만 원. 02-2005-0114 ▼ 전설적 두 검객 마지막 승부… 英 “유머-해학 깃든 걸작” 호평 ▼2009년 초연 ‘무사시’는 어떤 작품?2009년 초연된 ‘무사시’는 일본 연극의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하고 일본의 ‘국민 극작가’로 불리는 이노우에 히사시가 쓴 극본으로 만든 작품이다. 60여 차례의 시합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무사시는 1612년 천재 검객으로 불렸던 고지로와의 결투에서 승리한다. 고지로는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노우에는 고지로가 살아남았다고 상상한다. 이 작품은 복수의 칼을 간 고지로가 무사시를 찾아가 최후의 승부를 벌이는 3일간을 그렸다. 2010년 영국 바비칸센터 등 해외 공연에서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동시에 유머와 해학이 깃든 걸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막이 오른 후 3분 안에 관객들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니나가와의 지론. 강렬하고 황홀한 무대를 강조해 ‘눈의 연극’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선 2011년에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니나가와의 작품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