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같은 톱스타 몸값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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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A급 영화 한편 7억 넘어… 극장 몫 제외한 흥행수익의 7% 추가로 받아

요즘 영화계에서는 톱배우들의 몸값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 시스템만으로는 호황을 지속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왼쪽부터 송강호 김윤석 하정우 이병헌 장동건. 동아일보DB
요즘 영화계에서는 톱배우들의 몸값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 시스템만으로는 호황을 지속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왼쪽부터 송강호 김윤석 하정우 이병헌 장동건. 동아일보DB
한국영화 호황기였던 2005년, 충무로는 이른바 ‘강우석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강우석 감독이 고액 개런티와 지분을 요구하는 배우로 송강호와 최민식의 실명을 거론한 것.

당시 송강호는 총제작비 120억 원 예산의 영화 ‘괴물’에서 개런티 5억 원과 수익의 5%를 받기로 한 사실을 공개했다.

한국 영화가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요즘, ‘배우 몸값’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영화 제작사 대표 A 씨는 “‘5+5’(출연료 5억 원과 수익의 5%)는 이미 옛말”이라며 “이제는 ‘7+7’(출연료 7억 원+수익 7%)을 요구해 영화 만들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원톱 주연이 가능한 톱스타의 출연료는 7억 원이 넘는다. 송강호 하정우 이병헌 김윤석 장동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A 씨는 “일부 톱스타는 흥행 수익 중 극장 몫을 제외한 수익의 7%를 가져가고, 영화가 손익분기점이 넘으면 인센티브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통상 상영 수익의 55%를 극장이 갖는다. 나머지 45%를 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나누게 된다. 1000만 관객이 들면 통상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몫의 합은 300억 원 선이다. ‘7+7’을 내세운 톱스타는 300억 원의 7%인 21억 원을 받는다. 여기에 출연료 7억 원과 인센티브가 +α가 된다. 한 편으로 30억 원 이상을 버는 셈이다.

영화 호황이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주연 배우 출연료가 올랐다. 류승룡 황정민 정재영 최민식 원빈 차태현 한석규 김수현 현빈은 4억∼6억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태웅 이민호 유아인 이종석 김우빈 송중기는 2억∼3억 원 선. 여배우의 경우 손예진 하지원이 4억∼6억 원, 전도연 전지현 한효주가 3억∼4억 원이다. 톱스타 A는 최근 한 영화에서 10장면 가량 출연하는 대가로 7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제작자 B 씨는 “송강호나 하정우 등 ‘티켓 파워’가 확실한 배우라면 개런티가 아깝진 않다. 문제는 요즘은 검증 안 된 신인급까지 과도한 지분을 요구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톱스타들 출연료 얼마나 받나

제작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 톱배우의 수익 대비 출연료 비중은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할리우드 못지않다. 미국 연예잡지 배니티 페어에 따르면 톱스타 조니 뎁은 2010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출연료로 4000만 달러(약 420억 원)를 받았다. 이 영화의 전 세계 수익은 10억2000만 달러(약 1조710억 원)로, 조니 뎁의 출연료는 영화 수익의 3.9%다.

이에 비해 지난해 913만 관객이 든 ‘관상’의 경우 극장수익은 660억 원. 업계의 전언대로라면 이 영화 주연배우의 출연료와 지분을 합치면 28억 원으로, 전체 수익의 4.24%다.

2005년 당시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과도한 출연료와 부당한 지분 요구에 맞서 “앞으로 제작비에서 배우 스태프 등 개런티가 차지하는 비율을 정한 표준제작규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9년이 흐른 지금 표준제작규약은 말조차 나오고 있지 않다.

영화 프로듀서 C 씨는 “톱배우 한 명의 출연료가 높다 보니 제작비에서 전체 배우들 개런티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기도 한다”며 “출연료 비중이 커지면 촬영, 미술 등 기술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는 “한국의 1인당 평균 연간 영화 관람 횟수(3.8회)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호황의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출연료의 상승이 제작 부실로 이어지고 흥행작이 사라지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영화사 대표는 “투자자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배우 몸값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규모가 큰 영화일수록 투자가 중요한데, 투자자들은 영화 성격이나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 톱스타 캐스팅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토리나 완성도보다 인기 배우의 출연 유무만 따지는 스타 시스템이 문제라는 얘기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호황이 이어지면서 스타가 나오면 무조건 관객이 든다는 인식이 강하다. 스타 시스템은 당장은 효과가 있지만 결국 영화의 상상력과 질을 높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병선 bluedot@donga.com·손효림 기자
#영화#톱스타#출연료#총제작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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