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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이가 없어 그냥 내버려 뒀다. 헛웃음만 나온다.”(A그룹 임원) “우리는 생각지도 않는데 자기네들끼리 꿈을 꾸는 것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전경련 판타지’다.”(B그룹 관계자) “1980년대 독재 시절에 군사정권이 하던 짓을 보는 것 같다.”(C그룹 임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인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구시대적 행태를 연발하는 것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이다. 전경련은 최근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사회공헌기금 출연 액수를 할당하거나 로비 대상 정치인을 기업별로 배정하는 구태(舊態)로 물의를 빚고 있다. 5일 전경련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달 주요 기업 대외담당 임원들을 소집한 회의에서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GS 등 6개 그룹별로 주요 정치인과 대통령실 참모들을 배정해 로비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반(反)대기업 정책입법 저지를 위한 대국회 활동’이라는 명목이었다. 전경련이 대통령실의 백용호 정책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김대기 경제수석과 의원 전원을 맡고, 각 그룹이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기획재정위 등 주요 상임위원회의 위원장과 간사 등을 나눠 담당하도록 했다. 개별 면담과 함께 지역구 사업 및 행사 후원, 지역민원 해결 등을 추진하라는 등 로비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업의 주머니를 털어 정치인 뒷바라지를 하라는 얘기다. 전경련은 또 국회가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면 출석하지 말고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총수 대신 나가라는 지침까지 전달했다. 이에 앞서 전경련은 20개 그룹을 대상으로 사회공헌기금 1조 원을 분담하라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기업별로 구체적인 액수까지 할당해 재계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전경련의 거듭된 상식 밖 행보에 대해 기업들은 “전경련이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큰 그룹 오너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올해 2월 24일 전경련 회장에 취임하면서 회원사들의 기대를 받았지만 ‘정병철 상근부회장, 이승철 전무 등 임원들이 전횡을 일삼는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사실 기업들이 상반기 내내 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상법 개정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을 때 뒷짐을 지고 있었다. 반면 정 부회장은 한국경제연구원을 공동대표 체제로 바꿔 자신이 한경연 부회장을 겸직하고, 기업들이 맡아온 한경연 감사 자리는 이 전무가 차지하게 하는 등 감투를 늘리는 일에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전경련 수뇌부는 “우리는 회원사의 불만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항변만 거듭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1월 회장단회의 브리핑 도중 ‘전경련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동의할 수 없다. 그렇게 쓰는 기자들은 출입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소통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GS그룹은 4일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수해복구 성금 30억 원을 기탁했다. GS는 이와 별도로 계열사별로 수해복구 지원에 나섰다. GS리테일은 편의점인 GS25를 통해 강원 춘천시 피해지역에서 복구작업을 하는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생수와 컵라면을 제공했고, GS건설은 피해 현장에 복구장비를 지원했다. 두산그룹도 이날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 20억 원을 전달했다. 두산건설은 서울 강남구와 경기 수원시의 피해 지역에 건설장비와 수해복구용 자재도 지원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정부가 26일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보면 ‘요금 현실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상반된 정책목표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농업용은 동결하면서도 대기업이 산업용과 건물 냉난방용으로 쓰는 요금은 6.3%나 올렸다. 평균 인상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도 서민 대책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은 비켜 가려 한 것이다.○ ‘차등요금’과 ‘전기절약 유인책’ 제시 정부 인상안의 특징은 △차등요금을 통한 서민대책 마련 △전기절약을 위한 유인책 제시로 요약할 수 있다. 주택용은 일반 가정의 경우 2%만 인상했지만 한 달에 1350kWh 이상을 쓰는 가구에는 할증요금을 부과한다.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에서는 500kWh 이상을 사용하면 시간당 656원을 내는데 이번 개편으로 1350kWh 이상을 사용하면 120원가량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현재 월 1350kWh 이상을 쓰는 가구는 전국에 5000가구가량이다. 일반용과 산업용, 교육용 전기에 대한 겨울철 요금도 상대적으로 많이 인상됐다. 시간별로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식 미터기’가 설치된 전국의 40여만 가구 중 1100가구에는 ‘피크 요금제’를 적용한다. 요금을 시간별로 다르게 부과하면 전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되는지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대기업 부담은 커지고, 취약계층은 혜택 지식경제부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소비자물가는 연 0.038%포인트, 생산자물가는 연 0.122%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평균 4%대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구별로 보면 월평균 312kWh(전기요금 4만 원)를 사용하는 도시 4인가구는 800원 정도를 추가로 내야 한다. 취약계층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전기요금의 21.6%를 할인받았지만 다음 달부터는 월 8000원 정액 할인으로 바뀐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월평균 6000원 정도를 냈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반면 대기업의 부담은 커졌다. 2만2900V 이상의 전압을 사용하는 대기업 산업시설과 건물에 대한 요율은 각각 6.3%씩 올라 산업용 고압전력을 쓰는 기업들은 지금보다 월 95만 원이 늘어난 1604만 원가량을 내야 한다. 대형건물의 일반용 전기요금도 18만 원 증가한 304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들은 “가뜩이나 경영여건이 어려운데 전기요금까지 올라 부담이 된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연쇄적으로 다른 제품의 원가 인상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정유, 철강업체가 전기요금 인상분을 원가에 반영하면 다른 업종은 이중으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전기료 부담이 업체별로 월평균 10억∼2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은 전사적인 에너지 절감을 통해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연간 300억 원가량의 추가비용을 예상하는 포스코는 “에너지 절약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분이 원가에 반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로드맵’은 미흡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전력 수급 합리화를 위한 ‘장기 로드맵’으로는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3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6조1000억 원에 이르는 한국전력공사는 이번 인상으로 연간 8000억 원을 추가로 얻을 수 있지만 여전히 전체 요금은 원가의 90.2% 수준이다. 정부가 2013년까지 16% 정도의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중장기 전기요금 체계를 준비해 왔으나 이번 발표에서는 빠졌다. 7월부터 시행키로 한 연료비 연동제(연료비에 따라 전기요금도 함께 변하는 제도)도 무한정 미뤄졌다. 원가의 36.7%에 불과한 농업용 전기요금을 10여 년째 동결한 것도 문제다. 지경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위원인 손양훈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 서울의 한 특성화고를 졸업한 최모 씨(24·여)는 ‘남들처럼 대학에 갔더라면…’ 하는 후회로 눈물의 나날을 보냈다. 고교 때 전교 30등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최 씨에게 교사들은 “네 성적이면 서울 중위권 대학에 실업계 특별전형으로 갈 수 있다”며 대학 진학을 권했지만 그는 돈을 벌어 대학에 가겠다며 취업 전선에 나섰다. 첫 직장은 직원 30명 정도인 컨설팅회사였다. 월 급여 100만 원의 정규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아침 7시에 출근해 청소하고, 커피 타고, 회계업무를 하는 틈틈이 대졸 직원들의 온갖 심부름을 하다가 한밤중에 퇴근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토요일마다 출근했고 여름휴가는 단 하루였다. 갓 대학을 나온 직원은 업무량이 훨씬 적은데도 월급은 두 배가 넘었다. 》참다못해 회사에 불만을 털어놓자 “배가 불렀구나. 예전에는 맞으면서도 일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결국 5개월 만에 사표를 썼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고졸을 원하는 곳은 정말 없었다. 임금 체불을 각오하고 백화점 판매직, 여행사 경리, 중소 의류회사를 전전하다 가까스로 6개월 전 한 중소업체에 취직했지만 여전히 박봉이다.구직에 나서는 일반고나 특성화고 출신자에게 현실은 너무나 혹독하다. 비슷한 일을 해도 대졸과의 처우는 천양지차다. 특성화고의 비서학과나 회계학과를 잘 다니면 대졸 수준의 경리나 비서 업무를 해낼 수 있다. 기계, 정보통신 업종은 특성화고 졸업자가 대졸보다 실무에 밝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저임금에 비정규직을 감수해야 한다.특성화고를 나와 중견 건설회사에 비서로 입사했던 정모 씨(28·여)는 월급 70만 원을 받는 비정규직 생활에 지쳐 직장생활 3년 만에 경기도의 한 대학에 진학했다. 워낙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졸업 직전 다시 전 직장의 부름을 받았는데 월급이 180만 원으로 뛰었다. 정 씨는 “회계나 컴퓨터는 많이 잊어버렸고, 업무량은 절반 정도인데 돈을 더 받으니 아이러니하다”며 “이제 전화기나 서류철을 던지는 상사도 없고, 회식할 때 고졸끼리 홀에서 싼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지만 여전히 그런 대접을 받는 고졸 후배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대졸 직원들이 근무연차에 따라 경력을 인정받는 것과 달리 고졸은 ‘만년 신입’의 처우를 받는 점도 문제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고졸들은 단순한 정산, 관리업무 등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마찬가지니까 보수도 그대로다”라고 강변했다.그나마 몇몇 기업이 고졸에게 채용의 문을 확대하고 처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최근 고졸 취업 확대에 불을 지핀 금융권 외에 일반 대기업에서도 이런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공장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이 특히 고졸 채용에 열심이다. 지난해 채용한 900명 중 400명이 고졸이었던 포스코는 올해 고졸 출신을 절반 이상 뽑을 예정이다. 고졸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교육 기회를 주는 곳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기술 우수학생을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한 뒤 출신 고교에 기능 장려금을 줌으로써 고졸 양성의 선순환을 유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고졸 이상 학력자가 지원할 수 있는 ‘항공기술 훈련생 제도’를 통해 무상으로 항공기 교육을 한 뒤 우수한 훈련생을 기술직으로 채용한다.승진 기회도 열리고 있다. 한진그룹은 정석대학이라는 사내 대학을 운영해 졸업생들에게 성적에 따라 1, 2호봉 승급 혜택을 준다. 롯데마트는 고졸 이상 학력자를 영업이나 시설관리 사원으로 뽑아 근무 실적이 우수하면 1년 뒤부터 승진 기회를 주고 있다.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한윤창 인턴기자 한양대 법학과 3학년 }

정부가 8월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하자 주요 기업이 사무실, 공장, 매장 등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전력 아끼기에 나섰다. 특히 가정용보다 훨씬 싼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중장기적 절전대책을 마련해 실천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친환경 이미지도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 밤마다 얼음을 얼려라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등이 입주한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에서는 요즘 밤마다 얼음을 얼린다. 주간(晝間) 전기요금의 3분의 1 수준인 값싼 심야전력을 이용해 얼음을 얼려놓았다가 낮에는 얼음이 녹으면서 나오는 빙축열을 이용해 냉방을 하는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이 빌딩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은 야근을 하려면 개인 컴퓨터로 중앙 통제실에 ‘조명 연장’을 신청해야 한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사무실 냉온수기와 화장실 비데에 타이머를 붙여 오전 7시∼오후 9시에만 작동하도록 하고 있다. 통신업체들의 절전 시스템은 ‘스마트’하다. SK텔레콤은 주요 4개 사옥에서 임직원의 사옥 출입정보를 조명제어 시스템과 연동해 퇴근 후 사무실 조명이 자동으로 꺼지도록 하는 ‘스마트 조명시스템(Smart Lightning System)’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및 통신기계실의 냉방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외부의 찬 공기를 보관해뒀다가 냉방에 활용하는 ‘프리 쿨링(free cooling)’ 시스템도 가동해 연간 6억 원 정도를 절감하고 있다. KT는 ‘스마트 워킹’을 통해 전력을 아끼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활용해 이동근무, 유연근무, 재택근무를 활성화해 사무실 내 인력을 최소화함으로써 전력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인터넷 네트워크상에 모든 정보를 저장하는 클라우드컴퓨팅도 절전을 돕는다. 대용량 서버를 운영하면서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1년 내내 냉방기를 트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LG유플러스 본사는 점심시간이면 사무실 조명이, 퇴근시간인 오후 6시가 되면 냉방기능이 자동으로 꺼진다.○ ‘전력 먹는 하마’에서 탈피 생산현장은 사무실보다 전력 사용량이 아주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전력을 아끼는 데서 더 나아가 전력을 재활용 또는 재생산하는 공장이 많아졌다. 단 1초라도 공장이 멈춰서는 안 되는 정유, 화학사들은 전력 사용이 많은 피크타임에도 절전에 동참할 수 없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포스코는 철광석을 녹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쓴다. 이런 방식의 자가발전으로 현재 80% 정도의 전력수요를 감당하고 있으며, 에너지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제품을 녹이고 합성하는 과정에서 열이 많이 발생하는데 공장에서 발생한 폐열(廢熱)을 열이 필요한 다른 공장에 팔아 재활용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선정한 ‘에너지 절약 우수사업장’인 LG전자 창원공장은 경남 창원시 소각장에서 나오는 폐열을 에너지로 재사용하고 있다. 에너지감시단을 운영해 공장 전 지역을 대상으로 안 쓰는 조명 끄기, 냉난방 적정온도 맞추기, 누설 점검, 설비 공회전 줄이기 등 사소한 낭비요소부터 고쳐나가 에너지 손실률을 제로(0) 수준(현재 0.01%)까지 낮췄다.○ 매장 절전은 지능적으로 일반 고객이 찾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무작정 전력을 아끼기가 쉽지 않다. 조금 덥다 싶으면 손님들이 짜증을 내고, 지나치게 더운 날에는 신선식품이 상하는 일까지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객의 편의를 고려한 ‘지능적 절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주차장에서 해법을 찾았다. 실내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절전 및 효율을 높이기 위해 본점, 강남점, 경기점, 광주점, 마산점 등 주요 점포의 주차장 환기 개선공사를 6월까지 마친 것이다. 낡은 장비를 교체하고 유인 팬을 설치해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매장까지 연계되는 냉방의 효율성을 높였다. 롯데백화점은 에스컬레이터 주변 등 고객이 자주 이동하는 공간 위주로 50W 할로겐 조명을 5.5W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꿔 백화점 전체 전력사용량을 2% 정도 낮췄다. LED 조명은 할로겐 조명보다 70%가량 효율이 좋다. 또 현재 13개 점포에 있는 옥상 생태공원 또는 녹지공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옥상공원은 건물이 받는 열을 감소시켜 바로 아래층의 냉·난방 에너지를 10%가량 절감해주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초절전형 매장 램프, 무빙워크 자동운전 장치 등을 설치해 올해 11억 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21개 매장의 외관 유리벽에 열 차단 필름을 붙이고, 매장의 전구를 LED로 교체했다.}
SK그룹이 적자를 면치 못하던 휴대전화기 사업을 접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21일 “SK텔레시스의 기기 제조 부문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그룹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올해 말까지 관련 부분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는 2009년 8월 ‘W’라는 브랜드로 휴대전화 제조에 뛰어들었다. 통신장비를 다루는 SK텔레시스가 휴대전화기를 직접 만들면 부품, 기기, 통신(SK텔레콤)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가 완성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애플 등 앞서가는 휴대전화 제조사와의 경쟁에서 밀려 지난해 기기 제조에서만 2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내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SK가 사촌 간 계열분리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휴대전화기 사업 중단이 그룹 경영 구도 변화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사업을 주도했던 최신원 SKC 회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LG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LG CNS에 지난달 이색적인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쏘울과 K5, K7 시리즈를 잇달아 히트시키며 ‘디자인 기아’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주역인 서춘관 기아자동차 마케팅 이사입니다. IT 업체에 왜 아무 관련도 없어 보이는 자동차회사 임원이 나타났을까요? 같은 그룹 계열사도 아니고, 협력업체도 아니고, 경쟁사는 더더욱 아닌데 말입니다. 서 이사가 나타난 이유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자동차 시장에서 디자인이라는 요소로 차별화를 시도해 성공을 거둔 기아차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LG CNS가 초청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디자인 경영’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서 이사의 특강에는 임직원 300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순식간에 신청이 마감되는 바람에 강의를 듣지 못한 직원들은 참석자들로부터 서 이사의 얘기를 전해 들어야 했습니다. LG CNS는 주로 대기업의 IT 시스템이나 서버를 설계, 관리하는 전형적인 기업간거래(B2B) 업체입니다. 업종의 특성상 디자인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LG CNS가 서 이사에게 특강을 간곡히 부탁한 이유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디자인해 달라’ ‘사용자가 즐거울 수 있도록 디자인해 달라’는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요즘 IT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기업 담당자를 만나 보면 대뜸 ‘아이폰처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이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사용자환경(UI)의 편의성을 만족시키는 혁신적 디자인을 선보인 아이폰을 접하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에 눈을 뜬 대중은 이제 어떤 제품이든지 구매욕구와 사용동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디자인을 먼저 고려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IT 서비스조차 용량이나 속도보다 디자인을 먼저 따지는 고객이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바로 이런 트렌드 때문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근 “디자인은 고객가치 혁신의 출발점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디자인 강화를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아이폰 이후 기업의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 업종을 불문하고 모든 기업이 빨리 깨달아야 할 시점입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이제는 녹색경영이라는 말이 살짝 식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기업에 녹색 바람이 분 것이 이미 몇 년 전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색’은 여전히 기업 경영에서 유효한 코드다. 신사업 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지속가능한 경영기법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심지어 동반성장을 꾀할 때에도 녹색 경영은 핵심 지표다. 끊임없이 ‘그린 컴퍼니’로 진화하는 기업들의 모습에서 우리 산업의 미래를 찾을 수 있다.○신성장동력도 녹색 열풍 녹색경영이 기업에 갈수록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새로운 성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시대가 저물고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등 환경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앞으로 고(高)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사업은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풍력과 수력발전 등 ‘그린’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풍력발전 시장만 해도 세계적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5%의 성장을 거듭해 2013년에는 10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과 바람에서 신성장동력을 찾는 기업으로는 두산을 꼽을 수 있다. 30년 동안 해수담수화 프로젝트 노하우를 쌓아 온 두산중공업은 수(水)처리와 그린에너지를 통해 세계 300위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06년 뛰어든 풍력발전 사업에서도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데서 신성장동력을 찾는 곳도 있다. 삼성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발전시간의 불규칙성, 전압의 불균등성 등을 보완하기 위해 장기 플랜을 세웠다. 삼성전자가 맡고 있던 태양전지 사업을 최근 삼성SDI로 넘겼고, 이를 통해 대용량 전력저장장치와 태양전지를 연계해 발전, 전력저장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전력은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8조 원을 투자해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원을 11%까지 수용하고, 전력소비 분야의 지능화를 추진해 전력설비 이용률을 높일 계획이다. 전력피크를 감소시켜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친환경 경영, 환경 보전에도 앞장 정유, 석유화학, 제철 업종은 공해 배출의 주범으로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해당 기업들은 오히려 친환경적인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 앞서가고 있다. 최근 북극곰을 내세워 감성적인 친환경 광고를 선보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배터리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친환경 플라스틱이라는 독특한 성장동력도 키우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 요인인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플라스틱 원료로 전환해 탄소배출권까지 확보할 수 있어 획기적인 친환경 공정으로 주목받는다. GS칼텍스는 2002년 정유회사 최초로 에너지기술팀이라는 에너지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2008년 에너지효율화팀, 올해 온실가스 전담팀인 에너지관리팀을 각각 신설했다. 전담 조직의 주도 아래 에너지, 온실가스 절감 현황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2008년부터 GS파워 등 8개 사업장이 참여하는 사내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인 제철소’를 목표로 하는 포스코는 설비투자액의 9% 이상을 환경개선에 투자하고 있으며, 제철소의 4분의 1을 녹지 공간으로 꾸몄다. 철강회사 중 처음으로 세계 최초로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CDM(청정개발) 사업을 등록하기도 했다. 우루과이 현지 조림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겠다는 의도다. 자동차 산업도 친환경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친환경 차량과 녹색기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세계 4대 그린카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친환경 브랜드를 선포했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를 선보인 데 이어 수소연료전지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친환경차 개발에 힘쓰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를 덧붙여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환경보전을 기업의 중요한 책임으로 삼고 있는 에쓰오일은 2008년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수달, 두루미, 어름치를 보호종으로 선정해 지킴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최근에는 ‘대학생 천연기념물 지킴이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삼성에버랜드는 환경아카데미와 천연기념물 전시관 등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환경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놀이문화와 자연학습이 공존하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세계 환경의 날 행사, 세계 물의 날 행사, 1사(社) 1천(川) 가꾸기 운동 등을 실천하고 있다.○녹색성장에서 찾는 동반성장 중소기업과 녹색성장을 위해 협업하면서 동반성장을 주도하는 기업도 있다. 중소기업과 ‘그린 파트너십’을 맺어 신사업 분야에서 공동 R&D를 시작한 LG그룹이 대표적이다. LG는 배터리 분야 5개사, 태양전지분야 5개사, 헬스케어분야 3개사, 차세대 조명분야 2개사, 그린홈분야 2개사 등 총 17개 중소기업과 차세대 기술을 공동 연구개발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테크페어를 열어 20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최근 준공된 세계 최대규모의 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130여 개 중소 협력회사와 협업한 결실이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1993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 호텔의 대형 행사장.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사진)의 얼굴은 싸늘했다. 이 회장을 수행한 전자·전기 계열사 임원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었다.이들 앞에 펼쳐진 것은 당시만 해도 첨단기술의 집합체였던 VTR를 비롯해 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각종 가전제품이었다. 삼성뿐만 아니라 소니 도시바 GE 월풀 등 세계적 가전 메이커들의 제품 수십 개가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한 달 전 LA의 가전제품 매장을 둘러보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석에 팽개쳐져 있는 삼성 제품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 회장이 지시해 만든 자리였다.이 회장은 경쟁사 제품을 부품까지 샅샅이 뜯어가며 “삼성 VTR는 도시바 VTR보다 부품이 30% 많은데 가격은 오히려 30% 더 싸니 경쟁이 되겠느냐”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이어 “(적당히 안주하려는) ‘2등 정신’을 버려라”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오늘날 삼성전자의 성공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의 모태가 된 ‘전자부문 수출품 현지 비교평가회의’의 한 장면이다.이 회장의 경고는 같은 해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뤄진 ‘신경영 선언’으로 이어졌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이 회장의 일성(一聲)은 삼성전자의 체질을 바꿔놓았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LA 회의가 기폭제가 되어 삼성은 신경영 선언과 함께 대전환을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이후 삼성전자는 이 비교평가회의를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바꿔 국내에서 개최했다. 삼성전자의 가전, 휴대전화,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각종 완제품과 부품을 경쟁사의 신제품과 철저히 비교, 분석하는 자리다. 올해 전시회는 18일부터 29일까지 경기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진행된다.이 전시회에 삼성과 전자업계뿐 아니라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라는 짐을 벗고 경영에 전념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4년 만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2009년을 빼고는 이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왔다. 전시회는 통상 2년마다 열린다.올해 전시회는 2000여 m²의 공간을 디지털미디어관 정보통신관 생활가전관 반도체관 LCD관 디자인관으로 나눠 삼성과 소니 파나소닉 샤프 GE 애플 노키아 HP 등의 최신 제품들을 비교 평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최지성 부회장 등 삼성의 핵심 최고경영자(CEO)들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이번 전시회가 더욱 주목받는 까닭은 이 회장이 직전에 참석했던 2007년과 지금의 상황이 ‘위기’라는 코드로 수렴되기 때문이다.세계 반도체 경기가 침체되면서 삼성전자 위기론이 대두됐던 2007년 전시회에서 이 회장은 ‘위기는 기회다’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2010년 정도면 지금 예측하기에는 힘들 정도의 급속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지금 힘들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잘 준비한다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러면서 “4, 5년 뒤의 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창조경영’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이 회장이 당시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던 시점인 지금, 공교롭게도 삼성전자는 세계 LCD 경기 하락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 줄어든 3조7000억 원에 그쳤다. LCD 부문은 2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또 최근 특허전쟁에 열을 올리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삼성전자를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독점 공급하던 모바일 AP칩의 구매처를 대만 업체로 다변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이 때문에 재계는 이 회장이 이번 전시회에서는 ‘위기는 위기다’라는 식의 화두를 던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 상황이 이미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고 임직원들에게 뼈저린 위기의식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2007년과 2011년의 가장 큰 차이는 이 회장이 느끼는 위기의 정도다. 4년 전엔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자’며 다소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면 지금은 이미 위기가 닥쳤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1993년 신경영에 비견하는 강도 높은 대책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삼성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찌감치 계열사별로 녹색경영을 시작했다. 특히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1996년 이후 ‘경영, 제품, 공정, 사업장, 지역사회’의 5대 녹색화 사업을 통해 경영 전반에 걸친 친환경 활동을 전개해 왔다. 삼성전자는 2004년 ‘제품환경팀’을 신설해 친환경 제품의 개발 및 보급을 확대했고, 신제품 개발단계부터 친환경평가 및 3R(Reduce, Reuse, Recycle) 정책을 실현해 자원효율성과 에너지 절감, 유해물질 제거 등의 활동을 정착시켰다. 이런 노력은 2009년 전 세계 전자기업 가운데 글로벌 환경마크를 가장 많이 취득하고 올해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6개 제품이 친환경 혁신제품상을 받아 역대 수상기업 중 최다 수상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사업장 단위의 환경안전부서는 사업장의 환경안전은 물론이고 대기, 수질, 토양 및 지역사회를 위한 친환경 활동을 전개하는 등 녹색화를 추진해 국내외 친환경 사업장 구축에 앞장서는 한편 ISO 14001 인증도 취득했다. 2009년 조직 개편을 할 때는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응한 녹색경영 강화를 목적으로 CS경영센터를 CS환경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여기에 환경전략팀을 신설, 녹색경영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해 각 사업장에 분산돼 있던 환경관련 전략기능을 통합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지구환경 보호와 적극적인 녹색성장 추진을 위한 삼성전자의 녹색경영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는 녹색경영 선포식을 실시했다. 삼성에버랜드는 1996년 ‘녹색경영 선언’을 선포하고 환경 부하 저감, 지역사회에 대한 배려 등 녹색경영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 회사는 1997년 플랜트 부문의 에너지 절감을 위한 생산 공정 및 유틸리티 종합 컨설팅 사업을 시작한 이래 발전용 연료전지사업, 히트펌프사업, 차세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다양한 에너지 저감 사업을 통해 총 200만 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절약했는데,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6200억 원, 대기환경을 개선한 효과로 환산하면 나무 5000그루를 심은 것에 해당한다. 삼성에버랜드는 태양광 발전,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강화해 경북 김천시에 초대형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세워 연간 2만6000M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수질, 폐기물 관리 등 환경관리 전 분야에서도 법적 기준치를 웃도는 엄격한 자체 환경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산업화 등으로 훼손된 자연환경을 태초의 모습으로 복원해 생태계의 균형을 찾아주는 자연환경 복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친환경적 복원기법을 개발하고 반딧불이 산양 재두루미 독수리 고라니 등 천연기념물을 치료, 방사하는 보전활동을 하고 있다. 17년간 운영한 환경아카데미, 동물아카데미, 벅스가든 및 2006년 문을 연 천연기념물 전시관 등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환경의식을 키워주고 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LG그룹은 태양전지, 전기차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 등 그린 신사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면서 녹색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그룹 차원의 그린경영 전략인 ‘그린 2020’에 따라 LG의 신성장동력인 그린비즈니스의 조기 사업화를 위한 ‘그린 웨이(Green Way)’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LG는 2020년까지 그린경영에 20조 원을 투자해 본격적인 녹색성장에 나서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린 2020 전략은 3대 전략과제인 그린 사업장 조성, 그린 신제품 확대, 그린 신사업 강화가 핵심이다. LG는 2015년에 주력 그린 신사업인 전기차 배터리에서 4조 원, 태양전지와 LED에서 각각 3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3개 그린 신사업에서만 10조 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이 외에도 LG전자의 LED 조명 등 차세대 조명사업과 수(水)처리 사업, LG화학의 태양전지 백시트, LG실트론의 태양전지 웨이퍼 등 태양전지 핵심소재 사업, LG상사의 그린에너지 사업, LG유플러스와 LG CNS의 스마트그리드 사업 등이 본격 성과를 내면 그린 사업의 매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에는 그룹 전체 매출의 15%를 그린사업에서 달성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LG화학은 충북 오창에 2013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능력을 4배 이상 늘릴 계획이고, LG전자는 경북 구미에 1조 원을 투자해 태양전지의 생산능력을 1GW급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LG이노텍은 지난해까지 경기 파주에 1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LED 공장을 준공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최근 연간 10만 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특히 LG화학은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현재 1공장 바로 옆에 연면적 6만7000m²(약 2만 평) 규모의 2공장과 미국 미시간 주 홀랜드 공장 건설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2013년 투자가 끝나면 35만 대 이상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올해 생산규모는 10만 대분). LG화학은 GM, 포드, 르노, 현대기아차 등 10개 이상의 글로벌 자동차 고객사의 보증된 공급물량을 바탕으로 2015년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의 25% 이상을 확보해 세계 1위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LG는 녹색성장에서 중소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그린 파트너십’을 통해 태양전지,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신사업 분야 공동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오창 공장의 경우 130개 협력회사가 참여해 생산장비, 부품, 소재 등을 공동으로 개발하며 공장을 완공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그린 신사업 분야에서 차세대 기술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할 중소기업 17곳을 선정하는 ‘LG-중소기업 테크페어’를 개최해 배터리 분야에서 5개 업체를 선정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우리 기업 경영자들이 국회 청문회 등에 불려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지나친 대기업 압박을 비판했다. 이 회장은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경총이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을 초청해 마련한 조찬 강연회의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 공청회에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경총 회장의 출석을 요구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당시 경제단체장들이 불참하자 민주당은 대·중소기업 상생 청문회를 열어 경제단체장들을 부르겠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지경위 김영환 위원장(민주당)은 15일 “대·중소기업 상생 청문회를 틀림없이 열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과 재계 사이에 갈등이 깊어가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 회장의 발언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경총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은 기업들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을 우려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인 이 회장은 퇴임 후 STX에너지·중공업 회장을 맡았고, 지난해 5월 경총 회장으로 추대됐다. 이채필 장관 역시 노사관계에 대한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을 비판하면서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복수노조 시행 이후 정부의 노동정책 운영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이 장관은 한진중공업 사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어제 국회의원 몇 명이 항의방문을 왔지만 내 소신은 그대로다. 노사가 합의했는데도 (사업장) 밖에서 정치사회적으로 이슈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풀어나가고 있는데 다른 접근이 들어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면서 “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지하지만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묘한 기름값’을 두고 정부와 석유업계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상반기 거듭되는 정부 압박에 L당 100원 내린 업계의 ‘성의’로 1차 대전이 신사적(?)으로 마무리됐다면 이번 2차 대전에는 시민단체까지 동원한 정부의 압박에 업계가 “해도 너무한다”며 반발하는 양상이다. 2차 석유대전이 본격적으로 터졌지만 소비자들은 시큰둥하다. 정부는 큰소리만 쳤지 기름값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고 업계는 말로만 100원 할인을 내세웠지 실제로는 고통 분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1880원이 적당… 올릴 이유 없다” 서울 평균 휘발유값이 2019.27원을 기록한 15일,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물가대책회의에서 “적정 기름값은 1880원”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설정한 2000원 가이드라인이 힘없이 무너지자 아예 10원 단위 가격까지 들이밀며 강공에 나선 것이다. 임 차관은 “현시점에서 과연 기름값을 올릴 이유가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고 할인가격 환원을 이유로 한 소비자가격 인상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업계를 몰아붙였다. 재정부는 그 근거로 이날 ‘소비자를 위한 시민의 모임’이 발표한 자료를 내놨다. 소시모는 올해 1분기 L당 99.88원이던 주유소 평균 마진이 7월에는 142.83원까지 올라 업체들의 지나친 마진이 기름값 고공행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선임부처가 시민단체의 분석 자료를 회의석상에 올리고 언론에까지 배포한 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특정 제품에 정부가 직접 적정 가격을 매겨 발표한 것도 전례가 없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가 100원 할인하겠다는 말만 요란하게 했지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소비자단체의 분석 내용이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안쓰럽다” 비꼬는 업계 정부가 또다시 기름값 압박에 나서자 업계는 일제히 강도 높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재정부,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가 다 동원돼 ‘묘한 기름값’을 분석한다고 몇 달간 난리를 쳐놓고 정유업체가 잘못했다는 근거를 하나도 내놓지 못한 게 불과 석 달 전 일”이라며 “소비자를 위한 시민의 모임의 데이터를 근거라며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이제는 정부가 한심하다는 생각을 넘어 안쓰럽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불만 수위는 4월 기름값을 내릴 때보다 오히려 더 높다.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석 달간 기름값을 인하하는 성의를 보였는데도 정부의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배신감 때문이다. 더욱이 유류세 인하 등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하나도 꺼내 놓지 않으면서 기업만 몰아세운다는 비판도 많다. 한 정유업체 임원은 “경제 관료라는 사람들이 시장 상황이나 경쟁 논리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것 아니냐. 이럴 거면 아예 정유업체들을 다 국유화하고 나라에서 기름을 팔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기름값만큼 투명하게 가격구조가 공개되는 시장은 없다. 국제 가격, 국내 공급가, 국내 판매가가 거의 실시간으로 모두 공개돼 정유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나 업계나 결국 소비자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일부러 ‘오버액션’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정부로서는 상반기 내놨던 각종 물가대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 만큼 말이라도 강도 높게 해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라”고 촉구하고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2000원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음에도 약효가 나오지 않는 이상 정부로서는 초강공 드라이브 말고는 뾰족한 수단을 꺼내기도 힘든 상황이다.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8월 27일∼9월 4일)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기업들이 대구대회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많은 사람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할인 및 초청행사를 마련하고, 관람객들이 대회를 축제처럼 즐길 수 있도록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유관 기업의 지역별 대표나 해외 거래업체 관계자까지 초청하며 열성을 보이는 기업들도 있다.○ 초청, 할인…경기장을 가득 채우자 평창 올림픽 유치의 일등공신인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공식 후원사로 나서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아직 다른 종목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육상을 홍보하기 위해 세계적인 육상 선수들과 광고 계약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육상 게임인 ‘삼성 스마트 레이스’도 론칭했다. 이 게임은 세계 각지에서 웹사이트와 모바일을 통해 개최지인 대구를 향해 달려오고 대구 시내에서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으로, 대회와 개최지에 대한 흥미를 한껏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7, 8월 두 달간 ‘육상 패밀리 투어’ 행사를 열어 자사(自社)의 제품을 산 고객들을 대구 경기장으로 초청하고, 해외 우수 거래업체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구시는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스마트 뮤직 페스티벌’을 열어 젊은층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기로 했다. 비, 2PM, 씨엔블루, 세븐, 2NE1, 포미닛, 싸이 등이 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대구 대회 참가자들에게 항공권을 할인해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데 일조하기로 했다. 대회조직위원회가 공식 초청한 해외 참가자 2300여 명에 대해 항공권 가격의 30%, 자비로 참가할 것으로 추산되는 1700여 명에 대해서는 1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현재 하루 2편이 운항되는 인천∼대구 국내선 노선에 대회 기간을 전후해 특별기 17차례를 띄워 참가자들의 원활한 이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성에너지는 서울 부산 포항 등지에 있는 전국 33개 도시가스사 대표들을 대구에 초청하기로 했다. 타 지역 사람들을 대구로 끌어모아 대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이다.○ 성공적인 운영은 우리 손으로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기업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는 곳들도 있다. 통신회사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대구시와 협의해 대구 공항을 비롯해 기차역, 버스터미널, 국제문화산업지구, 주요 호텔 등 400여 곳에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개방형 와이파이(Wi-Fi) 존을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선수단과 관광객이 많이 찾을 만한 지역을 골라 대구 대회 참여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재미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선수촌과 대회 사무실에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지원하고, 신청자에게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유상으로 제공해 원활한 대회 진행을 도울 계획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대구 율하점이 주경기장과 가깝다는 점을 고려해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불편함 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매장에 영어 안내문을 보강하고 영어통역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패스트푸드 업체인 롯데리아는 대구시와 협약을 맺고 국내외 관광객들이 간편하게 아침을 챙겨 먹을 수 있도록 주요 숙박업소 주변의 13개 매장을 오전 7시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지역 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은 11일부터 직원들이 대회 로고가 새겨진 타이와 배지를 착용해 홍보에 앞장서고 있으며, 대회 입장권을 소지한 고객에게는 경기장 관람석에서 쓸 수 있는 쿠션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종교계도 한마음 중견, 중소기업들의 동참 열기도 뜨겁다. 대구의 중견기업인 금복주는 50억 원을 후원했고, 한국OSG는 1000만 원어치의 입장권을 사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정태일 한국OSG 대표는 “중소기업이라 큰 돈은 못 내지만 지역기업으로서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상공회의소 주관으로 대구의 중견, 중소기업들이 대회 입장권을 집단 구매한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대구은행도 입장권 2억4250만 원어치를 사기로 했다. 종교계도 나섰다. 대한불교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대회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에게 템플스테이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문화사업단은 대회 조직위원회와 연계해 선수들이 대구 동화사에서 당일 코스로 사찰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템플 라이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GS칼텍스가 사업구조 다각화를 위해 체코 카르비나에 복합수지 생산 및 판매기지를 구축한다고 12일 밝혔다. 우리나라 기업이 유럽의 석유화학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S칼텍스는 이날 카르비나 산업공단에 공장용 용지 4ha를 인수하고 복합수지 생산판매법인인 ‘GS칼텍스 체코’를 설립했다. GS칼텍스는 올해 말에 복합수지공장 건설을 시작해 내년 하반기에 가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2014년에 연매출 1000억 원을 올릴 계획. 복합수지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원재료로 쓰이는 기능성 플라스틱으로 유럽은 복합수지의 최대 수요처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의 주역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8일 귀국한 뒤 11일 월요일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했다. 임직원 500여 명의 환호 속에 모처럼 밝게 웃은 이 회장의 모습은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8시경 승용차편으로 삼성전자 사옥 정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타이에 갈색이 감도는 금빛 재킷을 걸쳐 평소보다 화려한 옷차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사옥 주변에 서 있던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계열사 직원 500여 명은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며 박수로 이 회장을 맞았다. 평소 이 회장과 함께 출근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미리 나와 이 회장을 맞았다.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등도 함께했다. 이 회장은 로비에 걸린 ‘쉼 없는 열정 끝없는 도전의 결실,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우리 모두 함께하겠습니다’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보며 건물로 들어섰다. 젊은 남녀 직원 2명이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건네자 이 회장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이들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이어 이 회장은 직원 수십 명과 단체사진을 찍고 별다른 말없이 42층 집무실로 올라갔다. 이날 출근 풍경은 지난해 12월 1일 이 회장이 처음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했을 때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당시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 회장은 비교적 조용히 행사를 마치고 빠져나갔다. 반면 이날은 꽃다발 증정, 사진 촬영 등의 격식을 갖춰 제대로 ‘입성’하는 분위기였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평창 올림픽 유치라는 과제를 완수했으니 앞으로는 명실상부한 삼성그룹 수장(首長)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상징적인 날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출근 직후 집무실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간단한 축하행사를 한 뒤 오찬을 함께하면서 하반기 경영계획 등을 논의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돈이라면 남부럽지 않을 만큼 많은 대기업 총수들은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해외 호화 휴양지를 찾을 법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평소 격무에 시달리고 쉴 시간조차 많지 않았던 터라 그저 집에서 며칠 휴식하는 이가 많다. 10일 경제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매달리느라 여름휴가 계획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독서를 하거나 하반기 경영구상을 했던 점에 비춰보면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공장 가동을 멈추는 8월 초에 맞춰 자택에서 쉴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들이 편하게 휴가를 가도록 일주일가량 여름휴가를 써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올해는 자리를 비우기 힘들게 됐다. ‘직원들이 쉬려면 상사가 먼저 쉬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정착된 LG그룹은 구본무 그룹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회장 모두 8월 초 일주일 정도 집에서 휴가를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3주간 동남아시아 5개국을 돌고 7일 귀국한 김승연 한화 회장, 이마트의 베트남 진출을 위해 최근 현지 출장을 다녀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은 휴가 일정을 아직 잡지 않은 상태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주역들의 귀국 후 첫 주말은 현지의 감동을 전하느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현지에서만큼이나 바빴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를 위해 밤낮 없이 뛰느라 탈진한 나머지 주말을 온전히 기력 회복에 쓴 이도 적지 않았다.○ 활동파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평창 유치위원회 본진이 8일 귀국하는 길에 동승하지 못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느라 10일 귀국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그는 “‘평창 쓰나미’가 몰려와 겨울스포츠 강국인 프랑스, 독일도 어쩌지 못했다는 게 현지 반응의 핵심이다”라며 “프레젠테이션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게 정설인데 평창은 오히려 표를 얻어왔다는 칭찬도 많았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평창이 당면한 과제를 ‘빙상을 제외한 종목들의 경기력 향상’이라고 꼽았다.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도 1981년 유치 성공 땐 경기력이 바닥이었는데 4위까지 끌어올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2020년 부산 올림픽 유치 움직임에 대해서는 “2018년까지는 올림픽의 ‘올’자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 유치 신청을 한다면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분산 개최에 대해서도 “평창은 콤팩트한 경기장을 모토로 유치에 성공했다. 사정을 잘 몰라서 나오는 이야기다”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도봉 유치위 사무총장과 김진선 특임대사는 8일 귀국하자마자 감동의 순간을 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하 총장은 “여러 방송 프로그램이 잡혀 쉴 수가 없다. 몸은 피곤하지만 세 번째 도전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유치활동을 하느라 지난해 12월 태어난 아들 얼굴조차 가물가물하다”고 했던 문대성 IOC 위원(35)은 9일 총회 폐막까지 지켜본 뒤에야 가족이 있는 영국 런던으로 이동했다. 평창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유창한 영어와 프랑스어로 IOC 위원들을 사로잡은 나승연 대변인(38)도 더반 현지 활동 때문에 가장 늦은 11일 귀국한다.○ 재충전파 남아공 더반에서 귀국행 전세기에 오른 뒤 감기 몸살 증세를 호소한 월드 피겨스타 김연아는 경유지인 방콕 공항에선 고열과 오한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결국 8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채 집으로 향했다. 이날 저녁 병원에 들른 그는 감기몸살과 급성위염 진단을 받았다. 김연아는 주말 내내 집 바깥으로 나가지 않은 채 오랜만에 한국 음식도 먹고 TV도 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8일 저녁 전용기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으로 직행해 주말 내내 집에 머무르며 휴식했다. 더반에서 잠을 거의 못 자 휴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이 회장은 부인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더반에서 이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유치활동을 벌이다 다른 항공편으로 귀국한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 등도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자택에서 휴식했다. 유치단 일행과 함께 8일 입국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더반 현지에서 수행한 임원에게 “쉬고 싶으니 주말 일정을 잡지 마라”라고 지시하기도 했으나 평창올림픽 유치위원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당일 한 방송사의 심야 뉴스 인터뷰에 응한 뒤 집에서 휴식했다. 조 회장 측근은 “피로를 풀고 본격적으로 인터뷰나 행사를 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1999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통해 토리노라는 이탈리아 북부 도시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일등공신은 이탈리아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였다. 피아트는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천후로 뛰었다. 조반니 아넬리 피아트 회장은 스포츠계의 폭넓은 인맥과 직·간접적 자금 지원을 동원해 겨울올림픽을 유치했고, 토리노를 국제도시로 발돋움시켰다.그로부터 12년 뒤. 대한민국의 동북부 변방인 평창을 세계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공신들은 삼성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었다. 평창은 2003년 처음 유치에 도전했을 때만 해도 ‘평양’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다. 그러나 이제 평창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기업들의 든든한 지원으로 세계에 우뚝 서게 됐다.이번 올림픽 유치전은 우리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최상위권을 달리는 독일과 프랑스 대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겨울올림픽 종목에는 7개의 국제연맹이 있다. 이들 연맹이 주관하는 각종 국제대회에 스폰서로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 중 50%가 독일 기업이다. 독일이 자랑하는 BMW, 아디다스, 알리안츠, 루프트한자 등 굴지의 기업들이 이번에도 뮌헨을 위해 뛰었다. 뮌헨에 본사를 둔 BMW는 금전 지원과 컨설팅을 포함해 500만 유로(약 75억8800만 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현대차-두산, 獨 BMW-아디다스-알리안츠 꺾다 ▼뮌헨 유치위원회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이 방문했을 때 BMW 본사와 월드센터를 둘러보게 했다.1972년 뮌헨 여름올림픽 후원사였던 아디다스는 올림픽과 월드컵의 막강한 스폰서로, 국제 스포츠계에서의 영향력을 따지면 가히 ‘대통령 기업’이라고 할 만한 곳이다. 루프트한자는 IOC와 항공기 전속계약을 맺어 IOC 위원들은 물론이고 IOC 행사 참가자 대부분을 ‘모시고’ 있다.프랑스 안시 유치위의 후원기업들도 만만치 않다. 세계 명품시장의 강자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그룹과 에어프랑스 등 11개사가 후원했다.이런 강자들을 물리친 대기업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좋죠. 벅차죠. 매일 벌 서다 어쩌다 한 번 칭찬받는 기분 아십니까”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무차별 공격을 받았던 대기업들이 이번에 큰 힘을 발휘한 데 대해 정관계는 물론이고 민심도 호의적이라는 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재계에 따르면 평창 유치를 위해 대기업이 낸 성금은 350억 원을 웃돈다.삼성은 평창 올림픽 유치의 수훈갑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IOC가 분야별로 10개 정도의 업체를 선정하는 ‘톱 후원사’로 기여해 왔다.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년 반 동안 각국을 돌며 IOC 위원들을 접촉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왕족과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IOC 위원들은 웬만한 중량급 인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청소년 올림픽에 이 회장이 등장하자 서로 약속을 잡으려 했다는 후문도 있다. 삼성은 기세를 몰아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공식 후원사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IOC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까지만 공식 후원계약을 맺은 상태다. 하지만 이후 올림픽에 대해서도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고,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이후 무선통신 분야에서 독보적인 스폰서 역량을 발휘한 공로가 있어 삼성의 톱 스폰서 지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노전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계속 톱 스폰서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했고, 삼성뿐 아니라 전체 기업들의 규모와 힘이 겨울올림픽 유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현대자동차그룹은 겨울스포츠 선수 후원 등 뒤에서 큰 도움을 줬다. 아시아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세계 양궁월드컵 등 주요 국제행사가 열릴 때마다 관련 IOC 위원들을 만나 평창 지지를 적극 호소했다. 현대차는 김연아 선수를,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깜짝 스타가 돼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유치 활동에도 참가한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기아차가 후원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는 25명에 이른다.두산그룹은 한때 그룹 내에 평창 겨울올림픽유치위원회를 지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마련하기도 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외국어에 능통하고 해외근무 경험이 많은 직원들을 TFT 구성원으로 엄선하고, 중국 유럽 미국 등에 있는 해외지사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평창의 우수성을 알렸다”고 말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 승부사에게는 그들만의 특별한 무기가 있다. 10년 뒤를 내다보는 폭넓은 시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소, 한 번 결심한 일은 해내고야 마는 뚝심.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라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에서 자신만의 무기를 한껏 휘두른 3인의 승부사가 화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는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1차 투표에서 66%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의 승부수는 무엇이었을까. 》 그의 눈물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자식을 잃는 아픔에도, 모진 특검을 거치는 동안에도 그는 대중 앞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 2018’이라는 종이를 들어 보이는 순간 현장의 한국 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단 한 사람만 예외였다. 이건희 회장은 몇 분간 정면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눈시울은 촉촉해졌다. 전혀 다른 공간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를 지근거리에서 오래 보좌했던 한 인사는 “걸음걸이도 편치 않으신데 일흔 노구를 이끌고 이 나라 저 나라 돌면서 100명이 넘는 IOC 위원을 모조리 찾아다닌 것은 소명감만으로 한 일은 아닐 거다. 마음의 짐이랄까…. 그런 게 컸던 것 같다”고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회장이 평창에 거는 의미는 남달랐다. 2009년 12월,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조건으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 짐을 벗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국익이라는 절박함이 컸을 것이다. 삼성 임원들은 “평창이라는 말만 들어도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한 측근은 그를 “독한 분”이라고 표현했다. 지는 걸 참지 못한다. 느리게 말하고 천천히 움직이지만 10년 뒤를 생각한다. 타고난 승부사다. 지난해 2월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에 참석한 뒤 1년 반 동안 IOC 위원 110명을 모두 만났다. 세 번 이상 만난 위원도 있었다. 11차례 출국해 170일을 해외에 머물면서 21만 km를 이동했다. 지구 다섯 바퀴를 돈 셈이다. 2007년 평창의 두 번째 도전에서 1차 투표에 이기고도 결선 투표에서 러시아 소치에 져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권을 내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승부사 기질이 발동했다. 그는 IOC 위원을 식당에서 만날 때면 미리 해당 위원의 이름을 새겨 넣은 냅킨을 준비해 상대를 감동시켰다고 한다. 더반에서는 경쟁국의 집중 견제를 피해 한밤중에 IOC 위원과 만나느라 잠을 거의 못 잤다는 후문이다. 저녁식사를 약속했던 한 위원이 “다른 일정이 생겼다”며 약속을 취소하려 하자 이 회장은 “아무리 늦어도 좋다. 기다리겠다”고 한 뒤 2시간 가까이 기다려 결국 만나 그의 마음을 돌려놓는 집념을 보였다. 이 회장은 겨울올림픽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 아들과 사위까지 뛰게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매년 7월 초 미국 아이다호에서 열리는 국제 비즈니스인 ‘앨런&코 콘퍼런스’(일명 선밸리 콘퍼런스)를 포기하고 더반 일정에 합류했다. 2002년 이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행사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비롯해 에릭 슈밋 구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거물들이 몰려드는 행사를 포기한 것은 이 회장의 지시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반에서 이 회장의 손을 잡고 보좌해 눈길을 끈 둘째 사위 김재열 대한빙상연맹 회장(제일모직 사장)은 지난해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석 달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회장이 승진 인사를 지시한 것은 김 당시 부사장이 빙상연맹 회장이 된 것 외에 평창 유치운동을 돕는 것까지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앞서 올해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스포츠 어코드 행사에도 이 회장은 이 사장과 김 사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총동원해 IOC 위원들과 접촉하도록 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7일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이건희 IOC 위원의 외교 파워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PT 개인과외로 ‘무대 울렁증’ 극복 ▼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원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좀처럼 화내는 법이 없다. 매사에 느긋하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에게는 남모를 고충이 있었다. 바로 무대 울렁증이다. 2009년 9월 유치위원장을 맡은 뒤 몇 차례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무대 울렁증이 생겼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국의 연설 전문가에게 개인 교습을 받았다. 재계 총수 중에서도 영어를 잘하기로 소문난 그이지만 발음을 교정하고 억양을 조절하는 법까지 섬세하게 배웠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 여유 있는 면모를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남모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의 온화한 면모는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는 데 큰 강점이 됐다고 한다. 2월 IOC 실사 평가단이 내한했을 때였다. 위원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평창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을 때 함께 버스에 탄 그는 마이크를 잡고 “이 버스의 수석 사무장으로서 여러분을 편히 모시겠다”고 고개를 숙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런 모습을 기억하는 IOC 위원들은 더반에서도 조 위원장이 다가오면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눴다. 그의 개인적인 면모 외에 그가 회장으로 있는 한진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큰 힘을 발휘했다. 한진그룹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추진 사무국’을 마련하고, 영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임직원 20여 명을 배치했다. 유치위에 30억 원의 후원금을 기탁하고, 3월에는 국내 최초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실업팀을 창단해 겨울올림픽 열기에 불을 지폈다.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참여한 항공사 동맹체인 스카이팀을 활용해 IOC 위원과의 친분도 넓혔다는 후문이다. 39개국, 112개 도시에 취항하는 대한항공은 유치위원들에게 전세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좀처럼 접촉하기 어려운 중동의 IOC 위원을 섭외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최대 주주인 에쓰오일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도 했다. 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한진에너지가 에쓰오일의 2대 주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적지’ 獨에 베이스캠프… 유럽표 공략 ▼대한체육회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재계에서도 알아주는 뚝심의 사나이다. 한 번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해결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뚝심은 평창 유치에서도 여실히 발휘됐다. 그는 일찌감치 5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후보 도시였던 독일 뮌헨이 평창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자 독일의 심장부에서 유럽 표 공략에 나선 것이다. 유럽은 물론이고 중동,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행사는 모두 쫓아다니며 IOC 위원들을 만났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라’는 말을 실천한 셈이다. 이에 앞서 3월에는 ‘방사능 피폭 위험이 있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본 도쿄를 찾아가 IOC 위원들을 만났다. 박 회장은 IOC 인맥도 탄탄하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국제유도연맹 회장 겸 IOC 위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한 덕분이다. IOC 위원 110명 가운데 80명 이상과 오랜 친구처럼 지낸다고 한다. 이런 인맥을 바탕으로 그는 IOC 위원들의 표심(票心)을 사전 점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IOC 위원들의 속내는 알 수가 없다”고 말하는 박 회장은 IOC 위원 본인은 물론이고 그의 지인까지 살펴 각 위원의 표심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수차례 확인했다고 한다.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도 맡고 있는 박 회장은 NOC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는 국제행사도 빠짐없이 챙기며 IOC 위원을 보유한 국가의 NOC 위원장에게까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더반=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