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내달부터 차등화 인상 여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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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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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4인가구 月800원-대형건물 月18만원 늘어


정부가 26일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보면 ‘요금 현실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상반된 정책목표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농업용은 동결하면서도 대기업이 산업용과 건물 냉난방용으로 쓰는 요금은 6.3%나 올렸다. 평균 인상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도 서민 대책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은 비켜 가려 한 것이다.

○ ‘차등요금’과 ‘전기절약 유인책’ 제시

정부 인상안의 특징은 △차등요금을 통한 서민대책 마련 △전기절약을 위한 유인책 제시로 요약할 수 있다. 주택용은 일반 가정의 경우 2%만 인상했지만 한 달에 1350kWh 이상을 쓰는 가구에는 할증요금을 부과한다.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에서는 500kWh 이상을 사용하면 시간당 656원을 내는데 이번 개편으로 1350kWh 이상을 사용하면 120원가량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현재 월 1350kWh 이상을 쓰는 가구는 전국에 5000가구가량이다.

일반용과 산업용, 교육용 전기에 대한 겨울철 요금도 상대적으로 많이 인상됐다. 시간별로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식 미터기’가 설치된 전국의 40여만 가구 중 1100가구에는 ‘피크 요금제’를 적용한다. 요금을 시간별로 다르게 부과하면 전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되는지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 대기업 부담은 커지고, 취약계층은 혜택

지식경제부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소비자물가는 연 0.038%포인트, 생산자물가는 연 0.122%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평균 4%대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구별로 보면 월평균 312kWh(전기요금 4만 원)를 사용하는 도시 4인가구는 800원 정도를 추가로 내야 한다.

취약계층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전기요금의 21.6%를 할인받았지만 다음 달부터는 월 8000원 정액 할인으로 바뀐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월평균 6000원 정도를 냈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반면 대기업의 부담은 커졌다. 2만2900V 이상의 전압을 사용하는 대기업 산업시설과 건물에 대한 요율은 각각 6.3%씩 올라 산업용 고압전력을 쓰는 기업들은 지금보다 월 95만 원이 늘어난 1604만 원가량을 내야 한다. 대형건물의 일반용 전기요금도 18만 원 증가한 304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들은 “가뜩이나 경영여건이 어려운데 전기요금까지 올라 부담이 된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연쇄적으로 다른 제품의 원가 인상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정유, 철강업체가 전기요금 인상분을 원가에 반영하면 다른 업종은 이중으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전기료 부담이 업체별로 월평균 10억∼2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은 전사적인 에너지 절감을 통해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연간 300억 원가량의 추가비용을 예상하는 포스코는 “에너지 절약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분이 원가에 반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장기 로드맵’은 미흡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전력 수급 합리화를 위한 ‘장기 로드맵’으로는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3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6조1000억 원에 이르는 한국전력공사는 이번 인상으로 연간 8000억 원을 추가로 얻을 수 있지만 여전히 전체 요금은 원가의 90.2% 수준이다.

정부가 2013년까지 16% 정도의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중장기 전기요금 체계를 준비해 왔으나 이번 발표에서는 빠졌다. 7월부터 시행키로 한 연료비 연동제(연료비에 따라 전기요금도 함께 변하는 제도)도 무한정 미뤄졌다. 원가의 36.7%에 불과한 농업용 전기요금을 10여 년째 동결한 것도 문제다.

지경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위원인 손양훈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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