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共시절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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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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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 로비대상 정치인 배정… 국회증인 불출석 지침…
상식밖 행보 물의… “뭔가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무리수”

정병철 상근부회장
정병철 상근부회장
“너무 어이가 없어 그냥 내버려 뒀다. 헛웃음만 나온다.”(A그룹 임원)

“우리는 생각지도 않는데 자기네들끼리 꿈을 꾸는 것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전경련 판타지’다.”(B그룹 관계자)

“1980년대 독재 시절에 군사정권이 하던 짓을 보는 것 같다.”(C그룹 임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인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구시대적 행태를 연발하는 것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이다. 전경련은 최근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사회공헌기금 출연 액수를 할당하거나 로비 대상 정치인을 기업별로 배정하는 구태(舊態)로 물의를 빚고 있다.

5일 전경련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달 주요 기업 대외담당 임원들을 소집한 회의에서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GS 등 6개 그룹별로 주요 정치인과 대통령실 참모들을 배정해 로비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반(反)대기업 정책입법 저지를 위한 대국회 활동’이라는 명목이었다. 전경련이 대통령실의 백용호 정책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김대기 경제수석과 의원 전원을 맡고, 각 그룹이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기획재정위 등 주요 상임위원회의 위원장과 간사 등을 나눠 담당하도록 했다.

개별 면담과 함께 지역구 사업 및 행사 후원, 지역민원 해결 등을 추진하라는 등 로비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업의 주머니를 털어 정치인 뒷바라지를 하라는 얘기다. 전경련은 또 국회가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면 출석하지 말고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총수 대신 나가라는 지침까지 전달했다.

이에 앞서 전경련은 20개 그룹을 대상으로 사회공헌기금 1조 원을 분담하라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기업별로 구체적인 액수까지 할당해 재계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전경련의 거듭된 상식 밖 행보에 대해 기업들은 “전경련이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큰 그룹 오너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올해 2월 24일 전경련 회장에 취임하면서 회원사들의 기대를 받았지만 ‘정병철 상근부회장, 이승철 전무 등 임원들이 전횡을 일삼는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사실 기업들이 상반기 내내 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상법 개정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을 때 뒷짐을 지고 있었다. 반면 정 부회장은 한국경제연구원을 공동대표 체제로 바꿔 자신이 한경연 부회장을 겸직하고, 기업들이 맡아온 한경연 감사 자리는 이 전무가 차지하게 하는 등 감투를 늘리는 일에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전경련 수뇌부는 “우리는 회원사의 불만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항변만 거듭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1월 회장단회의 브리핑 도중 ‘전경련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동의할 수 없다. 그렇게 쓰는 기자들은 출입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소통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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