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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교야구선수인 나카무라 고헤이 군은 요즘 자신의 팀 동료들이 어색하기만 하다. ‘소소(相雙)’라고 쓴 야구모자만 같을 뿐 유니폼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동료 중에는 4개월 전 운동장에서 야유를 퍼붓던 ‘적’도 있다. 그러나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은 나카무라 군에게 ‘소소렌고(相雙聯合)’라는 새로운 팀을 만들어줬다.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하루아침에 집과 학교를 잃은 후쿠시마(福島) 현 내 도미오카(富岡), 후타바소요(雙葉翔陽), 소마노교(相馬農業) 3개교 야구부가 연합한 팀이다. 대지진 후 상당수의 친구는 고향을 떠나는 부모를 따라 야구를 관뒀다. 나카무라 군도 처음엔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고시엔(甲子園)이죠. 유니폼은 달라도 같은 마음이란 걸 깨달았어요. 우린 야구선수입니다.” 고시엔은 4000개가 넘는 일본 전국 고교야구팀의 왕중왕을 뽑는 최고 권위의 고교야구선수권대회다. 매년 6, 7월 전국 지자체별로 예선전을 치러 1위 팀이 8월에 열리는 본선에 진출한다. 일본 고교야구선수들에게 고시엔은 꿈이요 희망이다. 소소렌고는 일본에서 대지진이라는 참사를 딛고 일어선 새로운 영웅으로 각광받고 있다. 원전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어린 10대 소년들이 쓰나미와 방사능 누출이란 참사를 겪고도 야구를 향한 꿈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타임스도 “소소렌고는 일본인들이 잊고 지냈던 ‘굴하지 않는 의지’를 일깨우며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극찬했다. 물론 소소렌고의 본선 진출 희망은 밝지 않다. 지진 이후 연습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손발을 제대로 맞춰 볼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첫 연습게임에서는 큰 점수 차로 패했다. 3개교 야구부마다 전통이 있다 보니 전술이나 훈련방식은 고사하고 응원가도 통일을 못한 상태다. 서로 수십 km씩 떨어져 있다 보니 팀원들이 모두 모여 연습하는 것도 쉽지 않다. 주말을 이용해 팀 연습을 하지만 당일 방사선량이 시간당 3.8μSv(마이크로시버트)를 넘으면 운동 허가가 나지 않는다. 비라도 내리면 피폭 대비 의무규정에 따라 고무장갑을 껴야 한다. 그러나 이 팀의 코치인 소마노교의 산페이 노리유키 씨는 결코 절망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절대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어요. 서로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상의합니다.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얘기하죠.” 87개교가 참가한 후쿠시마 현 예선전은 13일 막을 올렸다. 소소렌고는 여전히 유니폼도, 응원가도 통일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소소렌고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주목해야 할 팀’으로 꼽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영국 정부가 지난해 ‘노터치 정책(No touch policy·학생 체벌 금지)’을 수정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긴급 상황에선 교사의 판단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11일 일선 학교에 공표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이날 “교육부가 공립학교 2만1000여 곳에 52쪽 분량의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며 “이번 지침은 이르면 9월부터 모든 교육 현장에서 적용된다”고 보도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거의 600쪽에 이르던 기존의 훈육 지침서를 단순화한 것으로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이러한 정책 추진을 천명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교사는 앞으로 학교 내에서 교사나 학생에게 폭력을 사용하거나 통제 불가능한 행동을 일삼는 학생에게 ‘합리적인 수준의 물리력’을 쓸 수 있다. 이전과 달리 학생이 동의하지 않아도 술이나 마약, 훔친 물건을 갖고 있는지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 또 교사에게 ‘악의적인(malicious)’ 행동이나 거짓말을 하는 학생은 정학, 퇴학은 물론이고 사법 처리도 가능하도록 했다. 영국 정부가 1980년대부터 지켜왔던 ‘노터치 정책’을 손보는 배경엔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내 폭력과 교사들의 권위 추락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현재 영국 초중고교에선 폭력에 연루돼 최소 정학 이상의 처벌을 받는 학생이 하루 평균 1000명에 이른다”며 “이는 지난해 평균 452명의 두 배를 넘는 수치”라고 전했다. 지난해 학생들의 폭력으로 병원 신세를 진 교사도 4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노터치 정책 때문에 학생들이 싸울 때조차 교사가 끼어들 수 없던 상황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에 대한 영국 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영국교사노조(NUT) 등은 “교권 회복의 단초를 마련했다”며 환영했다. 반면 영국학생권리연합(CRA) 청소년인권연합 등은 ‘역사의 후퇴’ ‘위험한 결정’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닉 기브 학교담당 장관은 “일선 학교에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어느 정도 허용되던 체벌을 1980년대부터 ‘학생 권리 신장’ 목표에 따라 엄격히 규제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이후 논의 끝에 1998년 체벌 금지가 법으로 제정되며 어떤 경우라도 교사는 학생에게 손댈 수 없는 노터치 정책을 고수해 왔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방글라데시에서 10대 초반 소년들을 무려 50여 명 이상 태우고 가던 트럭이 전복돼 최소 27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났다.로이터통신은 11일 “남동부 항구도시 치타공에서 200km 정도 떨어진 미레쇼라이 도로에서 트럭이 뒤집히며 10∼15세 소년 수십 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당초 40명 이상 사망했다고 발표했다가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27명”이라고 정정했다.AFP통신은 “방글라데시의 열악한 교통 환경이 어이없는 인명 손실을 유발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에선 트럭에 50∼80명씩 사람을 태우는 일이 빈번하다. 이날도 지역 축구경기를 보고 집으로 가던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태워 트럭이 꺾어진 도로에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넘어졌다. 게다가 도로 옆에 방치된 물웅덩이에 아이들이 빠져 트럭에 깔리는 바람에 대부분 익사한 것으로 드러났다.방글라데시 현지 사고연구센터에 따르면 해마다 1만2000여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데, 대부분 운전자의 안전 불감증과 열악한 도로 사정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8세기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그림)가 햇볕만 좀 더 쬐었다면 35세에 요절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인터넷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6일 “미 샌프란시스코 영양건강연구센터 윌리엄 그랜트 박사와 오스트리아 그라츠의대 슈테판 필츠 교수는 공동연구에서 모차르트의 주요 사망 원인을 햇볕 노출 부족에 따른 비타민D 결핍이라고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모차르트가 살았던 빈은 북위 48도의 고위도 지역이어서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짧고, 비타민D를 만드는 자외선 B파장(UVB)도 턱없이 부족했다.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계란 노른자, 버터, 우유에도 비타민D가 들어 있지만 모차르트가 이런 음식을 즐기지는 않은 것 같다”고 평했다. 모차르트는 밤마다 창작에 몰두하고 낮에 잠을 자다 보니 해를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사인을 명확히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의 무덤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유골 분석을 할 수 없어 추정만 할 뿐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오랫동안 분열과 갈등을 겪었던 태국이 3일 드디어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 태국은 지난해 봄 반정부시위를 겪으며 90명 이상 목숨을 잃는 등 심각한 내환을 겪었다. 당시 아피싯 웨차치와 현 총리가 국민 화합을 명분으로 약속했던 조기 총선이 이번에 실시되는 것. 현 상황은 잉락 친나왓(44·사진)이 이끄는 푸어타이당이 우세한 분위기다. 최근 방콕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푸어타이당은 37.2%의 지지율을 얻었다.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민주당은 22.2%에 그쳤다. 탁신 전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푸어타이당은 해외도피 이후에도 도시 빈민층과 농민들에게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는 탁신 전 총리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그의 막내 여동생인 잉락을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잉락은 치앙마이대에서 정치·행정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탁신 일가와 연계된 기업에서 일한 것이 경력의 대부분인 정치 신인.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기업가인 아누손 아몬찻과의 슬하에 아들 1명을 두고 있다. 정계에 입문한 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수려한 외모와 우아하고 겸손한 태도로 인기도 면에서 웨차치와 현 총리를 앞서고 있다. 현지에선 사상 첫 여성 총리의 탄생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총 500명을 뽑는 이번 총선에서 푸어타이당이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단독 집권은 불가능하다. 민주당도 군소정당과의 연립 여하에 따라 정권 유지가 가능하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 서부시대의 전설적인 총잡이 ‘빌리 더 키드’의 사진이 경매에서 260만 달러(약 28억2000만 원·입찰 수수료 포함)에 팔렸다. AP통신은 “25일 미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열린 브라이언 레벨 경매에서 억만장자 개인수집가 윌리엄 코크 씨가 사진을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경매회사 대변인인 멜리사 매크라켄 씨는 “사진은 1879∼1880년 뉴멕시코 주 포트서머에서 찍은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빌리 더 키드의 유일한 사진”이라며 “40만 달러 정도를 기대했으나 미국인의 관심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여러 개의 이름 가운데 윌리엄 보니가 가장 유력한 본명인 빌리 더 키드는 21년의 짧은 생애 동안 보안관 3명을 포함해 최소 21명을 살해한 무법자다. 그러나 잘생긴 외모와 극적인 탈옥 등이 버무려지며 20세기엔 의적으로 미화됐다. 특히 1958년 영화 ‘왼손잡이 건맨’에서 배우 폴 뉴먼이 그의 역할을 맡으며 미국인들에겐 ‘서부의 로빈 후드’처럼 인기를 끌었다. 영화 제목처럼 빌리 더 키드가 왼손잡이란 오해도 이 사진에서 출발했다. 당시 금속판을 이용했던 사진은 좌우가 뒤바뀐다는 점을 간과하고 왼쪽에 권총을 찼다고 착각한 것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달 초 브라질에 이어 쿠바를 공식 방문하던 중 급작스레 수술을 받은 뒤 거의 20일째 쿠바에 머물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예상보다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 “9일경 긴급 수술을 받은 차베스 대통령이 여전히 쿠바 수도 아바나에 머물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본국에서도 여러 ‘설’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평균 1주일에 한 번은 TV 연설을 했던 그는 수술 이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12일 국영방송과의 인터뷰도 전화로만 했으며, 트위터에 한두 차례 형식적인 글을 올린 게 고작이었다. 이 와중에 미 마이애미 주의 한 지역신문은 “차베스의 딸과 어머니가 공군기 편으로 급하게 쿠바로 떠났다”고 보도해 대통령의 ‘중병설’을 부채질했다. 그가 받은 수술이 골반 부근 종기가 아닌 악성 종양 제거였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잘 회복되고 있다”는 원론적인 발표만 되풀이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외교장관은 “베네수엘라와 세계는 대통령의 무사귀환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치료 상황이나 복귀 일정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차베스 대통령의 ‘공백’이 길어지자 세계 석유생산량 수위를 달리는 경제력을 지닌 베네수엘라의 후계 구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차베스는 12년 동안 재임하면서도 특별히 후계자를 키운 적이 없다”며 “그가 없으면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헌법엔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엘리아스 하우아)이 권력을 승계하도록 돼 있으나 강력한 경제권을 지닌 라파엘 라미레스 석유장관이나 대통령의 친형인 아단 차베스 등 대권을 노리는 야심가가 많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한편 차베스 대통령의 침묵이 그가 즐기는 ‘깜짝 쇼’의 되풀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대통령이 (치료 목적이 아닌) 성형수술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 우려가 최고조에 이를 때 화려하게 복귀해 내년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이란 관측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을 해킹했던 해커집단 룰즈섹(룰즈 시큐리티)이 25일 “임무를 완수했다”며 돌연 해체를 선언했다. 룰즈섹은 트위터 등을 통해 “우리가 준비했던 50일간의 여행은 이제 끝이 났다”며 “영감과 공포, 냉소와 흥분 그리고 ‘사랑’ 등을 남기고 먼 곳으로 항해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또 “마지막으로 아메리카온라인(AOL)과 AT&T도 해킹했다”며 “미 애리조나 주 이민법에 항의하는 뜻에서 룰즈섹 웹 사이트에 애리조나 주 정부 문서를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AOL 등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룰즈섹 멤버를 자처한 한 해커는 전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 상원이나 CIA 말고도 침투에 성공했으나 공개하지 않은 웹 사이트가 더 있다”며 “상당한 정부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입수했으며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룰즈섹이 6명이란 소문은 사실이며 매일 8∼10시간 작업했다”면서 “최근 붙잡힌 영국 19세 남자는 우리를 추종한 팬이었을 뿐 동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룰즈섹은 또 다른 해커집단 어나너머스와 함께 세계 각국 정부 및 주요 기관을 연합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실제로 활동을 중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가장 붙잡고 싶었던 사나이’ 마피아 보스 제임스 화이티 벌저가 드디어 체포됐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2일 밤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에서 FBI가 벌저와 그의 오랜 연인 캐서린 그리그 씨(60)가 머물던 아파트를 급습해 체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보스턴 지역 아일랜드 갱단 ‘윈터 힐’을 이끄는 그는 1995년 1월 체포령이 내려진 뒤 16년 만에 덜미가 잡혔다.벌저는 백발에 가까운 환한 금발로 ‘화이티(Whitey·흰둥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그의 인생은 온통 핏빛이었다.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1970, 80년대 암흑가를 지배한 그는 살인 19건을 비롯해 살인교사와 협박, 마약 거래 등 범죄 혐의보고서만 200쪽이 넘는다.FBI의 존 코널리 요원과 결탁해 라이벌 갱단 ‘뉴잉글랜드파’를 궤멸시킨 일화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디파티드’(2006년)에 소재로 쓰였다. 오랜 세월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갔던 벌저가 결국 체포된 데는 다름 아닌 시민들의 공이 컸다. FBI는 몇 년 전부터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고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번 체포도 제보 2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적극적인 주민 협력으로 붙잡힌 벌저 커플은 23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설 예정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으로 알려진 그림 가운데 하나(사진 왼쪽)가 실제로는 그의 친동생 테오를 그린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은 21일 “전문가들이 면밀한 검토를 거쳐 1887년 작품은 반 고흐 자신이 아니라 동생을 그린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발표했다. 미술관 대변인은 “그토록 친밀했던 동생의 초상화 한 점 남기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며 “형제가 프랑스 파리에 함께 살 때 그린 작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술관이 이 작품을 동생으로 확신하는 근거는 세 가지다. 먼저 같은 해 그려진 다른 자화상(사진 오른쪽)과 비교해 귀의 생김새가 다르다. 반 고흐는 다소 길고 뾰족한 반면, 테오는 둥그스름하다. 수염 색깔도 동생은 연갈색이지만, 형은 짙은 붉은색을 띤다. 마지막으로 자화상엔 구레나룻이 있지만, 초상화는 살짝 흔적만 남아있다. 이는 당시 구레나룻을 면도한 테오의 사진과도 일치한다. 루이스 판 틸보르흐 수석연구사는 “형제가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며 “동생으로 확정되면 이 작품은 지금까지 밝혀진 테오의 유일한 초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캔버스에 홀로 한 소녀가 서 있다. 사방이 가로막힌 채 주위는 잿빛으로 가득하다. 어둠 속엔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군인들이 총칼로 무장하고 섰다. 하지만 소녀는 두려움도 눈물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멍하니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올해 초 이라크에선 정부가 주최한 신인 대상 미술대전이 열렸다. 군인 속 소녀를 그린 작품도 당시 출품작 가운데 하나.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이런 어두운 주제를 다룬 작품은 이라크 현대미술에선 전례가 없는 새로운 흐름”이라며 “젊은 예술가들이 조국의 고통과 아픔이 밴 ‘현실’을 캔버스에 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라크 미술이 과거 빈약했단 뜻은 아니다. 광적인 예술 애호가였던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미술계를 후원했다. 지금도 당시가 더 풍요로웠다고 회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정부 통제가 강하다보니 획일화된 경향이 강했다. 정치와 관련 없는 풍경화나 정물화, 아니면 밝고 희망찬 미래를 그린 작품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2003년 이라크전쟁이 일어나자 많은 예술가들은 포화를 피해 국외로 떠났다. 이 ‘공백의 시기’에 등장한 신세대들은 기존 관례에 얽매일 이유가 없었다. 미술가 하림 카심 씨(34)는 “예전엔 교사나 선배들을 따라 ‘행복한 인생’만 그렸지만, 이젠 진짜 우리네 삶을 화폭에 담는다”고 말했다.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전쟁의 상처, 가난의 고통 등을 다룬 작품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카심 씨 역시 과거 금기시됐던 여성을 소재로 ‘이라크의 눈물’을 연작으로 그리고 있다. 바그다드예술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카나니 씨는 “학생들이 죽음이나 전쟁을 다룬 작품들만 너무 그려서 좀 밝은 주제도 다뤄보라고 권유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라크 ‘예술의 봄’은 속단하기 이르다. 최근 촉망받던 신인작가 바심 샤키르 씨(24)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구걸하는 여성이나 전쟁고아를 사실적으로 그려 해외 평단에서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국제적 명성을 얻자 정부 관료들은 ‘이라크 비하’라며 못마땅해했다. 경찰이 그를 감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그는 조국을 등지고 시리아로 떠났다. 샤키르 씨는 “여전히 이라크엔 예술을 규제 아래 묶어두려는 세력이 있다”며 “바깥에서라도 진실을 담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소니와 닌텐도, 미국 공영방송 PBS 웹사이트를 해킹했던 ‘룰즈섹(LulzSec)’이 미 상원과 연방수사국(FBI) 애틀랜타 지부에 이어 중앙정보국(CIA)의 홈페이지까지 공격했다.미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룰즈섹의 해킹으로 CIA 홈페이지가 전날 오후 6시경부터 2시간가량 접속이 차단됐다”고 전했다. 룰즈섹은 접속이 끊기기 10여 분 전 트위터에 ‘CIA 홈페이지, 탱고다운(Tango Down·교전 중 목표물 사살)’이란 글을 남겨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CIA는 이날 공격에 대해 “잠깐 접속이 어려웠을 뿐 특별한 정보가 유출되진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이버보안 전문가 리처드 스티넌 씨는 “만약 룰즈섹이 ‘확실하게’ 뚫었다면 앞으로 CIA 세부 조직원까지 파악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룰즈섹의 해킹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정체는 안갯속이다. ‘룰즈 시큐리티(Lulz Security)’란 풀 네임은 ‘LOL(laugh out loud)’을 변형한 룰즈와 ‘보안’을 합친 말. LOL은 국내 인터넷 용어 ‘ㅋㅋㅋ’와 비슷한 용도로 “보안, 웃기시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FBI가 수배령을 내리고 뒤쫓고 있지만, 주축이 4명이란 소문 외엔 알려진 게 없다.전문 해커와 달리 이들은 돈엔 별 관심이 없다.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와의 인터넷 채팅 인터뷰에서 해킹 목적을 묻는 질문에 “즐거움과 웃음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PBS를 해킹한 뒤 “(1996년 사망한) 유명 래퍼 ‘투팍(2pac)’이 살아있다”는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와의 혼외정사로 아들까지 둔 전직 가사도우미 밀드레드 퍼트리샤 바에나 씨(50·사진)가 “외도를 눈치 챈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 씨와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고 털어놓았다.바에나 씨는 14일 영국 연예잡지 ‘헬로’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처음엔 그(슈워제네거)가 아들 조지프(13)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했지만 아들이 커갈수록 그를 빼닮아 가족들 모두 의심스러워했다”며 “지난해 말 슈라이버 씨가 직접 ‘남편 아들이냐’고 물어 솔직히 인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꿇어앉아 용서를 빌었는데 슈라이버 씨가 ‘무릎 꿇지 마라’며 일으켜 세운 뒤 껴안고 함께 눈물 흘렸다”고 회상했다.바에나 씨는 아들이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는 “아들은 1년 전쯤 생부가 ‘터미네이터’임을 알게 됐다”며 “조지프는 ‘멋진데(cool)’라고 반응한 뒤 ‘언제쯤 아빠와 만날 수 있느냐’고 자주 물었다”고 말했다.그는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에 대해 “자신이 (조지프의) 아버지인 걸 짐작하면서도 한 번도 물어보진 않았다”며 “아내를 사랑하기에 고통이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족을 아끼는 좋은 사람”이라며 “부부가 화해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현대판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라도 나타난 걸까. 미국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이라크에 100달러짜리 현금 뭉치로 보냈던 재건자금 가운데 무려 66억 달러(약 7조1500억 원)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3일 “미 정부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의 절도 사건이 벌어졌다”며 “6년째 추적하고 있지만 별다른 단서조차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66억 달러는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에 있는 모든 공립학교의 1년 예산을 합친 액수와 맞먹는다. 현금의 행방을 뒤쫓는 미 의회 재무감사팀이 지금까지 밝힌 것은 도난 과정뿐이다.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재건자금으로 12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뉴저지 주 이스트러더퍼드의 연방은행 금고에서 모두 100달러 지폐로 마련된 돈은 정부 수송트럭에 실려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옮겨졌다. C130 군수송기로 20차례에 걸쳐 바그다드로 공수된 돈다발들은 미군이 사령본부로 썼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궁의 지하 저장고에 보관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런데 1년쯤 뒤 66억 달러가 증발해버렸다. 100달러짜리 6600만 장이 없어진 것이다. 현재로선 돈이 수송 도중 사라진 건지, 저장고에서 잃어버렸는지조차 알 수 없다. 스튜어트 보언 특별감사관은 “회계 실수나 장부상 누락은 결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돈에 문제가 생긴 걸 알고부터 이라크 정부와 함께 수십 차례나 검토했지만 돈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을 의심하고 나섰다. 미국 내에서는 “재건자금 가운데 뇌물 등으로 관리와 건설업자의 주머니로 헛되게 들어가는 돈이 많다”는 지적이 자주 일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마대에 담긴 현찰이 저장고에 허술하게 보관돼 있었다”며 “궁 사정을 잘 아는 고위층이 관련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공동조사를 맡았던 압둘 바시트 투르키 사이드 회계감사관은 “자기들이 보관을 허술히 해놓고 누굴 탓하느냐”며 “재건자금은 명백히 이라크 재산이므로 손실 액수에 대해서는 법정을 통해서라도 미국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 자금 보관 책임은 미군이 맡고 있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지난해 9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에 코와 귀가 잘린 젊은 여성의 얼굴을 찍은 섬뜩한 사진이 실렸다. 사진 속 여성은 아프가니스탄 19세 소녀 비비 아이샤였다. 열두 살에 빚을 갚기 위해 탈레반 반군과 결혼한 그는 남편의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다 붙잡혀 코와 귀가 잘렸다. 그의 잔혹한 남편이 그에게 씌운 멍에는 ‘명예 살인(honor killings)’이었다. 지아비를 버리고 도주한 것은 죽어 마땅한 죄라는 것이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당시 명예살인에 대해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행위”라고 강력 비난했다. 그러나 명예 살인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이슬람과 힌두교 사회에선 여전히 위세 등등하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지난해 “해마다 약 2만 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는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의 줄기찬 요구에도 가해자 남성은 ‘솜방망이’ 처벌만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12일 “길고긴 악습과의 전쟁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법률상 명예살인을 인정하던 팔레스타인에서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명예살인 가해자 처벌을 면제하는 법의 적용을 대통령령을 발동해 중단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명예살인은 상당수 아랍 국가에서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에는 여전히 처벌 면제법이 있다. 여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명예살인을 인정한 1960년 요르단 형법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1967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한 뒤 요르단 형법을 폐지하고 자국 법을 적용하려 했으나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강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바람에 명예살인을 인정한 악법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1세 아야 바라디야 씨 살해는 팔레스타인 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다. 헤르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이 여성은 온몸에 멍이 든 채 우물에 버려져 있었다. 미궁에 빠졌던 사건은 경찰과 여성단체의 추적으로 아버지와 오빠가 진범으로 밝혀졌다. 살해 이유는 가족의 의사를 따르지 않고 자유연애를 했다는 것이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아바스 수반은 “어떤 살인도 명예로울 수 없다”며 악습을 비난했다. 그러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인권단체 ‘팔레스타인 여권위원회’는 “적용은 금지됐지만 법은 그대로 남아있다”며 “차기 국회에서 법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논평했다. 법 개정이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단 주장도 있다. 지난달 인도에서 벌어진 명예살인은 좋은 본보기다. 북부 한 마을에서 힌두교 남성과 연애한 이슬람 소녀를 가족들이 목 졸라 살해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반성은커녕 당당했고,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영웅시했다. 일간지 하레츠는 “명예살인을 스스럼없이 여기는 통념을 바꾸지 않는 한 쉽게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내년 4월 재외국민 참정권 투표를 앞두고 해외 한인 사회에서 한국 정치 바람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달 신임회장 선거 당시 부정선거 시비로 홍역을 치렀던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련)가 금품 제공 논란에까지 휘말리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주총련은 미국 전역 전·현직 한인회장 1160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단체로 250만 미국 한인 동포를 명목상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단체다. 미주총련은 재외국민 참정권 결정 이후 국내 정치 영향권에 들어가며 회장직을 두고 볼썽사나운 대립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다.○ 부재자 투표, 금권 선거 논란 지난달 28일 시카고 서북쪽 노스브룩힐턴 호텔에서 미주총련 회장 선거가 열렸다. 올해 선거는 한인회 서남부연합회장을 지낸 김재권 총련 이사장(64)과 한인회 동남부연합회장을 지낸 유진철 총련 부회장(57)이 맞붙어 치열한 선거전 양상이 전개됐다. 이날 선거에선 김 이사장이 516표를 얻어 411표를 획득한 유 부회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문제는 당선 발표 직후 행사장에서 벌어졌다. 유 부회장이 부재자 투표에 부정을 제기한 것. 유 부회장 측은 “부재자가 아닌 사람에게서도 우편 투표가 들어왔고, 우편투표 발송지와 유권자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제 제기는 극심한 소란으로 이어졌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사태가 진정됐다.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논란은 당선자가 거액으로 시비를 무마하려 했다는 폭로로 이어졌다. 유 부회장은 1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이사장이 패배 인정 대가로 15만 달러를 수표로 건넸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이 6일 애틀랜타로 자신을 찾아와 선거운동원이 부정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하며, 이사장 자리와 임원 추천권으로 자신을 회유했다는 주장이었다. 유 부회장은 당시 대화 내용을 모두 녹음해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 역시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미주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돈은) 유 부회장이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다기에 위로금 차원에서 건넨 것”이라며 “부정 선거 인정이나 회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평온하던 교민사회에 조직 난립 사태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지만 이러한 ‘잡음’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정치색이나 출신 지역별로 향우회와 후원회가 속속 생겨나며 과열 조짐을 보여 왔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 ‘박근혜 조국사랑 미주연합’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자유광장’이 발족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지지하는 단체들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게다가 워싱턴 일대에는 영남 호남 충청 등 정치색이 뚜렷한 향우회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재외국민 선거 바람이 일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2009년 3월 의전적 자리에 불과한 뉴욕 한인회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며 후보들이 1인당 최소 2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신식민주의(new colonialism)’의 위험에 대비하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20세기에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좌파진영으로부터 신식민주의 비난을 받아온 미국이 오히려 중국을 신식민주의로 비난하는 역설적 상황이 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11일 첫 방문국인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가진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프리카가 별 다른 도움도 못 받고 천연자원만 빼앗겼던 식민지 시절을 기억한다”며 “또다시 이곳에 신식민주의 시대가 오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잠비아는 19세기 말부터 오랫동안 영국 통치를 받았다. 클린턴 장관은 신식민주의 발언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잠비아 미래에 적합한 ‘롤 모델’이라고 보느냐는 질의응답 직후 나온 이야기라 누구라도 중국을 지칭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질문에도 그는 “장기적이건 중기적이건, 아니면 단기적이건 답은 분명하다”며 “절대 (중국은)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미국은 중국과 달리 아프리카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우리는 앞으로 아프리카를 후원이나 기부 대상이 아닌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동반자로 볼 것”이라며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신식민주의 발언의 여파를 고려한 탓인지 그후 열린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선 “미국은 중국과 밀접한 관계”라며 수위를 조절했다. 중국은 이번 발언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미국 등 서방세계 내부에서 중국의 팽창주의를 ‘신식민주의’로 비판하는 데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지난해 사설을 통해 “누가 누구보고 식민주의자라 부르느냐”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야말로 수세기 동안 제3세계를 약탈하고 지배했던 나라들”이라고 맞받아쳤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역시 “식민주의란 모자는 중국이 써야 할 것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사우디아(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항공사의 별칭)는 왜 부회장이 29명이나 될까요? 딱히 일이 없으면 비행기 통로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치우는 거라도 맡기면 좋을 텐데.” 여성 운전조차 허용되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 이 엄격한 이슬람 국가에서 최근 은근슬쩍 금기를 넘나드는 코미디 인터넷방송이 등장해 국민을 열광시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프로그램 제목은 ‘온 더 플라이(On the fly)’. ‘on the fly’는 ‘슬그머니’ ‘대충 상황 봐서’란 뜻이며, 방송편집 전문용어이기도 하다. 이 쇼는 출연자들이 만담을 주고받는 스탠딩 코미디다. 지상파 방송에선 불가능한 서구 댄스음악을 틀고 나이트클럽 조명도 쏘아댄다. 자국 방송윤리법을 피하려 사막 텐트에서 촬영하고, 유튜브로만 방영한다. 사우디 사회로선 제작 및 출연진부터 충격적이다. 얼굴은 가렸지만 여성이 남성MC와 함께 출연한다. 구성작가도 여성이 상당수다. 가족이 아닌 남녀가 한 장소에서 같이 일할 수 없는 이슬람 율법을 적용한다면 채찍형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내용도 아슬아슬하다. 우회적이긴 해도 정치인이나 공무원을 놀림감으로 삼는다. 왕족이 소유한 국영기업도 조롱거리다. 자주 과잉폭력 문제를 일으키는 종교경찰에겐 “(곤봉 대신) 손톱깎이를 지급하라”며 비꼬았다. 이슬람 민주화 혁명을 다루지 않는 공영방송을 유명 TV쇼에 빗대 ‘아랍 갓 탤런트’라 불렀다. 뉴욕타임스는 “온 더 플라이의 성공은 작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우디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제작진은 거의가 20대다. 해외 유학파가 많아 외국 문화에 익숙해 정치 사회 이슈를 개그 소재로 다루는 데 꺼림이 없다. 사우디 인구의 약 70%가 30세 이하인 점도 작용했다. 애청자인 핫산 후세인 씨(27)는 “인터넷에 능숙하고 통제를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즐겨 본다”며 “기성세대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라 말했다. 에피소드별 최고 조회수 80만 건이 넘는 인기를 자랑하지만 왕족을 직접 비난하는 일은 절대 없다. 꾸란이나 율법, 성직자도 문제 삼지 않는다. 방방 날뛰다가도 신실한 이슬람 신도라는 건 꼭 언급한다. 성역은 건들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내버려둔단 평가도 있다. 제작자 파하드 알부타이리 씨(26)는 “사우디인의, 사우디인에 의한, 사우디인을 위한 방송”이라고 선을 그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최첨단 꿈의 도시’ ‘인도의 미래’. 구르가온이라는 도시에 인도인들이 붙여 준 또 다른 이름이다. 수도 뉴델리에서 남쪽으로 약 24km. 20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의 벽촌. 그러나 지금은 명실상부한 인도 경제의 메카다. 1인당 소득은 수도보다 높은 국내 최고. 코카콜라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의 현지 본사도 이곳에 밀집해 있다. 초호화 대형쇼핑몰만 26개.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도쿄에 꿀릴 게 없는 이 도시지만 뉴욕이나 도쿄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신호등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찰도 드문드문 눈에 띄며, 공공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전기와 수도는 밥 먹듯 끊기고 제대로 된 하수시설도 없다. 루이뷔통과 샤넬 매장에서 10m만 가면 길거리에 생활폐수가 흘러넘친다. 21세기 최신 빌딩과 19세기 진흙탕 길이 공존하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8일 “인도 경제의 빛과 그림자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무서운 신흥세력으로 꼽히는 인도. 하지만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사회적 인프라의 부실로 인도 경제는 ‘모래 위의 성’처럼 위태롭다는 지적을 받는다. 구르가온에서 시민들의 삶은 둘로 갈린다. 이곳에 본사를 둔 인도 대기업 ‘젠팩트’의 직원들은 천국에 산다. 그들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발전기 덕에 정전 걱정이 없다. 식수 역시 본사 정수기가 관리한다. 회사가 지은 아파트에 살며 통근버스로 출퇴근한다. 입주업체들이 함께 지은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물건은 전용 쇼핑몰에서 산다. 대부분 기업들은 젠팩트와 비슷한 서비스를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반면 도시 외곽은 지옥에 가깝다. 슬럼가에 사는 일용직이나 공장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2달러 내외를 번다. 쪽방에 수십 명이 모여 자며 식수는 쓰레기가 둥둥 뜬 하천에서 길어 마신다.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내지만 학교에 교사는 거의 없다. 성폭행과 폭력이 빈번한데 경찰은 순찰조차 하지 않는다. 이 기이한 공존(共存)은 인도 공권력의 무능력이 빚어낸 결과다. 현지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정부가 발표한 도시계획 중 1%도 실행이 안 됐다. 그나마 착수됐던 치안 개선안 등도 예산이 없어 중단됐다. 뉴욕타임스는 “모든 걸 정부가 관할하는 중국과 달리 사기업이 주도하는 인도 경제는 공공인프라 구축을 뒷전으로 미뤄버렸다”고 진단했다. 뒤늦게 정부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선뜻 비용을 내놓는 기업은 없다. 시민운동가 라티카 투크랄 씨는 “어차피 뒷돈 받는 처지인 정부가 그런 제안조차 하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년 전부터 구르가온 거리에서는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처음엔 하층민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중산층도 가담했다. 교통 체증과 쓰레기 투기가 갈수록 심해지는 데다 범죄가 도심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다. 사설경비업체에서 일하는 라탄 싱 씨는 “그들만의 성에서 삶을 누리던 사람들조차 ‘정부의 존재 이유’를 깨달은 셈”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이 도시에도 변화의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개혁세력의 지지를 받은 새 주정부가 지난달 13일 치러진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언론인 산지브 아후야 씨는 “구르가온이 실패하면 인도 전체가 무너진다는 경각심이 발동한 결과”라며 “조만간 구체적 도시 재정비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정보기술업체에 다니는 산토시 코슬라 씨는 불안한 심정을 한마디로 말했다. “인도엔 이런 말이 있다. ‘정부가 나선 일 치고 안 망한 게 없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외교관 출신으로 유일하게 미국 국무부 장관에 올랐던 로런스 이글버거 전 장관(사진)이 4일 버지니아 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0세. 이글버거 전 장관은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제임스 베이커 전 장관을 이어 약 5개월간 장관을 지냈다. 미국에서 외교공무원으로 출발해 국무부 수장에 오른 건 그가 유일하다. 27세에 공직에 입문한 뒤 국무장관 보좌관과 국무부 차관보, 주유고슬라비아 미국대사 등을 지냈으며 최근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의 자문역으로 활동했다. 평생 골초로 살았던 그는 말년에 비만과 천식, 근육질환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글버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베이커,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장관 등 전직 공화당 출신 장관 3명과 함께 미 워싱턴포스트에 공동기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러시아와의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성사시켜야 한다”며 비준에 반대하는 공화당을 압박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에 대해 “가장 능력 있고 존경받는 외교관 가운데 한 명”이라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으로 중동지역이 어지러울 때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