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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현실 ▼경기도에서 산업용 공구 공장을 운영하는 박모 사장(48)은 2000년대 초반 여러 대기업에 월 2억 원어치가 넘는 공구를 납품했다. 직원 10여 명의 인건비와 공장 운영비 등을 제하고도 매달 2000만 원 이상을 집에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07년 대기업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계열사를 통해 납품을 하게 되면서 월 납품 물량은 추락했다. 대기업 MRO사가 제시하는 납품 단가가 제작 원가 수준이라서 ‘울며 겨자 먹기’로 납품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에는 월 납품 물량이 1000만 원어치를 넘기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박 사장은 “직원도 줄이고 생산 품목도 줄여봤지만 적자가 쌓이고 있다. 내년에 대학생이 될 아들에게 등록금이나 줄 수 있을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당초 대기업들이 그룹 계열사의 구매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한 MRO 업체들이 외부거래 비중을 높이고, 취급 품목도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기업이 잠식한 식품시장에서는 아예 대기업이 기술까지 빼앗아 가는 경우도 있다. 식품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 사장은 2년이나 공들여서 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 순두부’ 제품을 개발했다. 그런데 평소 B 사장에게 두부를 납품받던 한 대기업이 ‘신제품의 유통을 도와주겠다’며 제품을 달라고 한 뒤, 곧바로 이 제품을 살짝 변형한 신제품을 출시해버렸다. B 사장은 “재주는 내가 넘고 돈은 대기업이 챙겼다.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식품 관련 중소업체들은 대기업들이 주장하는 시장 확대나 위생 관리, 품질 향상 등은 현실과 동떨어진 말이라고 지적했다. 최선윤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두부는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는 제품이 아닌 데다 두부 원료인 콩은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90% 이상 공급하기 때문에 좋은 원료로 품질 향상을 이루기도 어렵다”며 “대기업 제품의 70% 정도는 기존 중소업체를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위생이 좋아졌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 이런 대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19일, 경남 창녕군 대지면에 있는 전통주 제조업체 ‘우포의 아침’ 박중협 대표(37)는 일본 수출 길에 오를 막걸리 제조에 여념이 없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경남 창원에서 대를 이어 정미소를 운영하며 전통주를 만들어온 가업이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박 대표가 만드는 ‘우포 막걸리’는 지난해 8월부터 CJ제일제당의 냉장 유통망을 빌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전국 주요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올 6월에는 일본 수출도 시작했다. 대형마트 입점은 물론이고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본 수출까지 CJ제일제당과 손을 잡은 지 1년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 대기업이 먼저 손을 건네다 대학원에서 농화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국순당, 무학소주 등 국내 대표적인 주류회사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창원에 있는 아버지 회사 ‘맑은 내일’에서 일하다가 독자적으로 2009년 우포의 아침을 세웠다.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초기에는 주문이 없어 공장 가동률은 10%도 안 됐다. 설상가상으로 막걸리 시장이 대형 주류업체 위주로 재편되면서 지방의 작은 도시까지 대기업이 파고들었다. 박 대표는 “월 매출액이 1000만 원도 안 됐다.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우연히 CJ제일제당에서 ‘막걸리 유통을 함께 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CJ제일제당은 전국 560개 막걸리 제조업체 가운데 제조업체 본연의 브랜드는 살려주면서 유통, 마케팅을 대신해줘 함께 성장할 업체를 찾던 중이었다. 담당 직원 6명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생산 과정, 맛, 위생을 꼼꼼히 따져 3곳을 추렸다. 그중 한 곳인 우포의 아침은 다른 전통주는 선전하는 반면 주력인 막걸리만은 고전하는 상황이었다. 업체 선정을 담당한 CJ제일제당 마케팅팀 류태일 과장은 “시설이나 연구개발, 위생 등은 최고였지만 맛의 대중성이 떨어지고 유통망이 없었던 게 우포의 아침의 약점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CJ제일제당과 손을 잡는다는 이야기가 지역 주류업계에 퍼지자 “대기업 하청업체가 되려고 불속으로 뛰어드느냐”며 말리는 이들도 있었다. 박 대표는 “수도권에 집중하던 막걸리 업체들이 전국 유통에 나서면서 지역 막걸리 업체들은 고사(枯死) 직전의 상황이었다”며 “막대한 투자비를 들인 공장을 멈춰 놓느니 솔직히 대기업 하청업체라도 하자는 절박한 심정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 유통뿐 아니라 기술개발, 마케팅까지 얼마 지나지 않아 CJ제일제당에서 연구원과 기술팀을 파견했다. 반년간 공장 근처 여관에서 머물며 자기 일처럼 제대로 된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박 대표는 CJ제일제당의 ‘진심’을 읽었다. 막걸리 페트병 전면에 CJ 로고 하나 안 들어가지만 패키지도 CJ제일제당에서 도맡아 해줬다. 생막걸리는 효모가 만드는 탄산가스 때문에 막걸리가 새거나 병을 딸 때 한꺼번에 뿜어져 나오는 문제점이 있었다. CJ제일제당 포장개발센터에서 이런 현상을 방지하는 병마개를 로열티 한 푼 받지 않고 제공해준 덕분에 유통기한도 기존 10일에서 15일로 늘릴 수 있었다. 전국 대형마트에 우포 막걸리가 깔리면서 월평균 1000만 원이던 매출액은 올 7월 1억6000만 원으로 늘었고, 생산량도 하루 평균 0.8t에서 6t으로 650% 늘었다. 일본 수출이 시작된 6월부터는 월평균 매출이 20%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작 CJ제일제당은 연구인력 지원과 제품개발, 냉장유통까지 책임지다 보니 막걸리 유통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신세다. 하지만 류 과장은 “한식 세계화 차원에서 대기업이 지역 토종 막걸리의 부흥에 든든한 지원군이 돼야 한다는 의지로 시작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 이불가게가 고급 예단업체로 변신 광주 서구의 양동시장에서 작은 이불집을 운영하던 김미옥 씨(55·여)에게 신세계백화점 직원이 찾아온 것은 1995년이다. 이 직원은 “광주에서 이불을 가장 잘 만든다고 들었다. 우리 백화점에 입점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는 이미 20년 가까이 이불을 만들면서 단골과 도매 판로를 탄탄히 확보했기에 별로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직원의 ‘삼고초려’에 감동한 김 씨는 그해 말 광주점에 입점했다. 백화점 측은 ‘운현궁’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주고, 고객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김 씨도 백화점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디자인과 소재를 고급화해 인천점, 서울 강남점, 서울 본점에 줄줄이 입성하게 됐다. 입점 16년이 지난 지금 김 씨는 ‘신세계 전점 입점’이라는 신화의 주인공이자, 직원 5명의 가게를 직원 90명의 중소기업으로 키운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국내 침구시장은 대기업들이 해외 명품을 직수입하거나, 대형마트들이 초저가 PB(Private Brand·유통업체에서 직접 만든 자체 브랜드) 상품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는 바람에 기존 업체들이 애를 먹는 업종 중 하나다. 김 사장은 “2009년 무렵 잠시 매출이 정체됐는데 신세계가 공장 진단과 직원 교육, 마케팅 컨설팅을 해준 덕분에 매출 신장률이 다시 20% 이상 뛰었다”면서 “중소기업의 밥그릇을 뺏어가는 대기업과 달리 신세계는 시골의 작은 가게까지 대표적인 예단 브랜드로 키워줘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 상생위원회 평가 ▼동아일보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구성한 ‘대-중소기업 상생위원회’ 위원인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전략경영연구실장(사진)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범 논란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중소기업이 자립 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대기업과 경쟁을 하다 보니 힘에 부치게 되고, ‘영역 침범’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 문제는 감정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공정경쟁이라는 틀 안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 경쟁력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정부가 만들어주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에는 자신들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을 하고, 대기업에는 기존 중소기업의 영역에 진출하는 대신 글로벌 경쟁에 나서고 신규 사업영역 개척 등에 집중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영역 침범 문제, 중소기업 지원책 등의 정책들을 만드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중요하고 민감한 이슈인 영역 침범 문제가 포퓰리즘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별취재팀 ::▽팀장김상수 차장 ssoo@donga.com ▽팀원김선우 정효진 유덕영 김상훈김현수 김상운 한상준 장선희 기자:: 독자의견-제보 기다립니다 ::동아일보의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시리즈와 관련해 독자의견을 기다립니다. 기사와 관련한 의견이나 제보는 오피니언팀 reporter@donga.com으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반영하겠습니다.}
■ 상암커뮤니케이션즈 JUXT와 MOU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미국의 디지털 광고대행사 ‘JUXT 인터랙티브’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부문 협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JUXT 인터랙티브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다양한 노하우를 보유한 회사다. 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이를 계기로 광고주에게 다양하면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 임직원 재능기부 캠페인삼성은 임직원의 재능을 일반인과 나누는 ‘기프트 포 유(Gift for you)’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21일 밝혔다. 삼성 28개 계열사 임직원이 동시에 참여하는 재능나눔 활동은 이번이 처음으로 직업 멘토링, 문화·예술, 스포츠, 교육·학습, 생활·건강 등 5개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10월 초∼11월 말 봉사활동을 앞두고 17일 시작된 임직원 기부 신청에는 사진, 음악, 외국어, 별자리 관측, 웃음치료, 마술, 힙합댄스 등 다양한 특기가 접수되고 있다. ■ 상반기 농산물 농약검출 2.5%농산물품질관리원은 “올 상반기(1∼6월) 국내에서 생산된 농산물 150개 품목, 9905건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잔류농약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비율이 247건(2.5%)에 달했다”고 21일 밝혔다. 부적합 판정을 가장 많이 받은 품목은 시금치와 취나물로 각각 34건이었으며 묘삼(苗蔘·33건), 부추(28건), 상추(22건), 들깻잎(16건) 등도 적발 건수가 많았다. 품관원은 이들 상품의 출하를 연기하거나 폐기했다고 덧붙였다. ■ KOTRA 경기 부천서 만화 수출상담회KOTRA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함께 18, 19일 경기 부천시 만화박물관에서 만화 수출상담회를 열었다고 21일 밝혔다. 부천 국제만화축제 기간에 맞춰 열린 이번 상담회에서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아이패드에 만화 앱(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 코믹솔로지와 상담하는 등 100여 건의 상담이 진행됐으며 모두 33만 달러 규모의 계약이 성사됐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대회 지원활동에 나섰다. 기업들은 다양한 정보기술(IT) 체험 기회와 육상 테마파크를 마련해 대구를 찾는 이들에게 육상경기 외에 ‘플러스알파’의 즐거움을 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How to Play Smart(똑똑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법)’라는 캠페인을 통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삼성전자의 모바일기기를 최대한 알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회 주요 관문인 서울역과 동대구역에 대회 마스코트인 ‘살비’를 활용한 래핑 광고를 하고, 2차원 바코드인 QR코드를 적용해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체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대구스타디움에는 27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삼성 스마트 스타디움’을 열어 삼성 스마트TV, 갤럭시S2 등을 관람객과 일반 시민이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는 업종에 걸맞은 이벤트로 눈길을 끌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고객 10팀(1팀 2명)을 선정해 서울에서 대구까지 ‘쏘울 GDi’를 시승할 기회를 주고 입장권과 호텔 숙박권, 항공권, 스포츠용품까지 제공한다. 22일부터 25일까지 기아차 홈페이지(www.kia.co.kr)를 통해 응모하면 된다. 또 자가용으로 대구를 찾는 고객 가운데 500명에게는 5만 원씩의 주유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프리우스’와 ‘렉서스 LS 600hL’ 등 차량 200대를 대회 운영을 위해 지원했다. 아디다스는 대회 기간 대구스타디움 내에 지상 2층 규모의 육상 테마파크를 운영한다. 대표적인 육상 경기종목을 재미있게 재구성한 게임을 진행하고 창던지기를 변형한 아디다스 다트 존과 전자게임을 통해 육상경기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디지털 트랙&필드 존’을 운영한다. 2000년대 초중반 육상 단거리 종목의 스타였던 ‘인간 탄환’ 모리스 그린,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씨, 가수 ‘2NE1’ 등이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신봉합니까?” 1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공청회’.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민주당 강창일 의원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국회는 의회민주주의의 핵인데 왜 이렇게 국회를 무시하고 능멸하는 태도로 일관하느냐”라고 몰아붙였다. 허 회장이 정치권의 추가 감세 철회나 반값 등록금 도입에 대해 비판하고 6월 29일 열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한 질타였다. 공청회에는 허 회장뿐만 아니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도 참석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질문은 여야 할 것 없이 허 회장에게 쏠렸다. 김영환 지경위원장이 “이희범, 손경식 회장에게도 질문을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의원들은 허 회장을 향해 △지난 공청회에 불참한 점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와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동반성장을 저해한 점 △정치인 로비 시도 문건을 작성한 점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허 회장이 답변을 머뭇거리자 “전혀 먹통이시구먼요”라고 했고,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야수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전경련의 해체를 촉구하기도 했다. 허 회장은 대부분의 질타에 조목조목 재계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죄송하다. 잘 검토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전날 불참을 통보했다가 이날 해외 일정을 바꿔 귀국해 공항에서 곧바로 출석했다. 한 시간 지각이었다. GS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이 오래전에 잡힌 해외 비즈니스 미팅 등 주요 일정을 모두 포기한 채 무리하게 귀국했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인 낮 12시가 넘어가자 질의 순서가 아닌 의원들은 옆 사무실에서 준비된 도시락을 먹었다. 그러나 답변자들은 오후 1시 50분에야 정회가 선언돼 늦은 점심식사를 했고 공청회는 오후 4시 11분에야 끝났다. 재계는 이날 공청회를 계기로 두 달 동안 계속된 정·재계의 갈등이 누그러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은 6월 한나라당이 추가 감세 철회를 결정하자 허 회장이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이라고 맞받으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양측은 반값 등록금,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오너 일가의 비상장 계열사 상속 등 각종 이슈를 두고 번번이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지금은 재계가 움츠리는 형국이다. 한 10대 기업 임원은 “정치권이 오너 일가의 상속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등으로 기업들을 몰아치는 바람에 재계가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범(汎)현대가가 대규모 사회공헌에 나선 것을 비롯해 주요 그룹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조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27일 대구에서 열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7일 “이 회장이 대구 대회 개막식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러 변수가 있어 최종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국내에서 열리는 스포츠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 이유에 대해 삼성그룹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성공에 대한 사례 성격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 주요 국가의 IOC 위원들이 많이 참석하기 때문에 이들을 직접 만나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 코오롱인더스트리, 1000억 에어백 공급코오롱인더스트리는 17일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에 에어백을 공급하는 모듈회사와 1000억 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맺어 아우디 등 독일 13개 고급 차량에 자사의 에어백을 장착하게 됐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로써 현대자동차 미국공장과 GM, 도요타 등에 이어 유럽차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게 됐다. 이 회사는 선진시장 진출을 확대해 2015년까지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해 에어백 업계 세계 1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한화건설, 필리핀 돔 공연장 공사 계약한화건설이 필리핀 마닐라 인근에 세계 최대 규모의 돔 공연장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공연장은 총면적 7만4000m²에 5만여 석 규모이며 지붕 면적이 3만5948m²에 이른다. 돔 공연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1만5000석)의 3배이다. 총 공사비는 1억7500만 달러 수준. 2014년 완공할 예정이다. ■ 타타대우, 트럭 트레이닝센터 개설타타대우상용차는 16일 전북 군산시 출고센터에 ‘타타대우 프리마 트레이닝 센터’를 개설했다. 총면적 500m² 규모의 트레이닝센터는 트럭 시뮬레이션 룸, 제품 설명 및 안전교육 강의실, 휴게공간 등으로 구성했다. 회사 측은 “고객이 트럭 출고 전 안전운전 교육과 함께 트럭 기능을 직접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기업이 힘들 때 웃으세요. 좋은 일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한 회의실. 유명 방송작가 출신인 신상훈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사진)의 한마디에 삼성 계열사 사장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반도체 값 하락, 애플과의 소송,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등 악재가 겹치고 있는 삼성에 의미 있는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삼성은 매주 수요일 외부 명사를 불러 사장단 특강을 진행하는데, 이날 주제는 ‘유머가 이긴다’였다. 신 교수는 문제가 생겼을 때 화를 내는 대신 웃음으로 대응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예를 들려줬다. 어느 날 비행기에 탔는데 항공회사의 착오로 신 교수의 예약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좌석을 잃게 됐던 것이다. 신 교수는 “당황하는 승무원에게 먼저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더니 이코노미석으로 예약했던 것을 비즈니스석으로 옮겨주더라”며 “마침 바뀐 좌석에서 소속 대학 총장을 만나 여러 가지 일이 잘 풀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긍정적인 태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사람은 비가 올 때 이를 잘 모을 수 있는 깔때기형 인간과 폭우가 쏟아져도 모을 수 없는 빨대형 인간으로 나뉜다”면서 “긍정적이고 수용적이며 정서지능이 높은 깔때기형 인간이 조직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웃음이 많은 가정에서는 부모들이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자녀들의 정서지능이 높다고 덧붙이며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위한 실천지침으로 먼저 웃고, 먼저 망가지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순수한 마음을 갖고, 기본을 지키라고 조언했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주제에 걸맞게 강연 내내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가슴에 새길 얘기가 많았다”고 평가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는 16일 자사 홈페이지에 모토로라 모빌리티(휴대전화 부문) 인수와 관련해 파트너 회사 CEO들이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은 “구글의 깊은 헌신을 보여주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적었고, LG전자 박종석 MC사업본부장(부사장)도 “안드로이드 진영을 방어하기 위한 구글의 헌신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구글이 인수를 발표하기에 앞서 주요 파트너사 CEO들에게 미리 알리고 축하 메시지를 받은 것을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환영과 축복 메시지는 비즈니스 세계의 ‘외교적 수사’일 뿐.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에는 충격이었다. 》○ 삼성 LG 겉으론 ‘환영’했지만 구글이 2007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선보일 때부터 제조사들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업에 뛰어들 것을 우려했다. OS와 기기를 모두 장악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애플 같은 전략을 취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구글은 제조업에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제조사들을 안심시켰다.이를 믿고 스마트폰 초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를 쓰던 삼성전자도 과감히 구글로 갈아탔다. 무료로 OS를 제공하며 제조사들을 끌어들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2011년 2분기(4∼6월) 현재 43.4% 점유율로 iOS 및 심비안을 따돌리고 스마트폰 OS 1위로 올라섰다. 이런 성공적인 파트너십이 이제 균열 위기에 빠지게 됐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독립된 회사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은 결국 구글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이번 인수가 단지 스마트폰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든 미디어를 지배하겠다’는 구글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페이지 CEO도 “모토로라가 안드로이드폰뿐 아니라 가전 시장에서도 강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세계 최강의 셋톱박스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셋톱박스는 구글TV 등 구글의 플랫폼을 강화하는 무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애플, MS 등과 경쟁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구글이 모토로라 기술력을 업고 가전 시장에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삼성전자, LG전자는 구글과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 소집 ‘비상’삼성전자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6일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지난주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자 11일 부품 부문 사장단 회의를 연 데 이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발표 직후인 이날 다시 회의를 소집한 것. 이날 회의에는 최지성 부회장, 신종균 사장, 윤부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홍창완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 남성우 IT솔루션사업부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최 부회장으로부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따른 여파, 애플과의 소송 진척상황 등을 보고받은 이 회장은 삼성의 자체 OS인 ‘바다’를 강화하고, 스마트폰의 품질 차별화에 주력하는 등의 대응책을 주문했다. 애플이나 구글과 달리 삼성은 하드웨어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점으로 밀고,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업계에서는 당장 삼성과 구글의 협력구조가 깨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양쪽 모두 서로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줄여나가며 대항마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의 지시대로 삼성은 우선 자체 OS인 ‘바다’ 보급에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주로 팔리고 있는 삼성 ‘바다폰’은 2010년 2분기 점유율 0.9%대에서 올 2분기 1.9%까지 뛰어오르며 MS의 윈도폰(1.6%)을 앞질렀다. 삼성전자는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 전시회 IFA에서도 새로운 바다폰을 공개할 예정이다.상대적으로 MS의 윈도폰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해외에서 윈도폰을 출시했고 국내에서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이 인수합병(M&A)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수의 통신관련 특허기술을 가지고 있는 해외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특허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LG전자는 삼성보다도 내놓을 카드가 적다. 자체 OS 없이 전적으로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하드웨어 제조사로서 연구개발(R&D), 제조생산, 글로벌 마케팅 등 3개 측면에서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가면서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OS 다각화 및 ‘독자 OS 개발’ 등 다양한 카드를 놓고 중장기 전략 수정을 고민하고 있다.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16일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위기는 무겁기만 했다. 전경련은 전통적으로 창립기념일에 쉬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T여의도사옥 2개 층을 빌려 쓰고 있는 전경련 사무실에는 적잖은 직원들이 나와 일했다. 이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최근 정치인 로비문건 등으로 물의를 빚은 데다 회원사와의 알력까지 겹쳐 과거에 비해 위상이 크게 실추됐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지천명(知天命·50세를 일컫는 말)을 맞은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하고, 직원들이 생기를 되찾도록 하려면 과거 ‘명예로운 전경련’을 이끌었던 회장들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전경련에 오래 몸담은 이들이 역대 회장 가운데 특히 뛰어난 인물로 꼽는 이는 전경련을 만든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다. 이들은 동아일보가 올해 창립 91주년을 맞아 선정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 가운데 차세대 경제인들이 ‘롤 모델’로 가장 많이 꼽은 세 명이기도 하다. 그만큼 경제계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방증이다. 이병철 회장이 1961년 8월 16일 창립 임시총회를 주도해 만든 ‘한국경제인협회’는 1968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이름을 바꾸고, 오늘날 업종별 67개 단체와 대기업 439개사로 성장한 전경련의 모태(母胎)가 됐다. 이 회장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전경련의 초대 회장을 맡아 당시 윤보선 대통령에게 울산공업단지와 수출산업공단 등을 만들도록 건의해 초고속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인을 백안시하던 정부 관료들에게 해외 비즈니스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지불보증 등을 성사시킨 성과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장이 전경련의 기틀을 닦았다면 정주영 회장은 최장수 회장으로 전경련을 명실상부한 최고의 경제단체로 끌어올렸다. 1977년 4월부터 내리 10년간 13∼17대 회장을 지내면서 정경 유착으로 얼룩진 격변의 1980년대를 돌파했다. 1980년대 중반에 전두환 대통령을 비롯한 군부 출신 관료들이 몇 차례 ‘좀 더 만만한 이’로 전경련 회장을 물갈이하려 했지만 정 회장이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는 뒷얘기도 있다. 정 회장의 최대 공로는 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1988년 여름올림픽을 서울에 유치한 것이다. ‘동북아 정세 한미일 회의’라는 사업을 만들어 한동안 얼어붙었던 한미 관계를 풀어냈던 것도 재계의 역할을 확장시킨 성과다. 1993년에 21대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해 6년간 일한 최종현 회장은 글로벌화가 급격히 진행된 1990년 대에 대기업에 방향타를 제시한 인물로 꼽힌다. SK그룹을 이끌면서 국제화와 인재 양성을 강조했던 최 회장은 전경련에서도 대기업들이 국가경쟁력 강화에 앞장서도록 독려하고,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동참하도록 이끈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폐암으로 투병하면서도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 김영삼 당시 대통령을 찾아가 비상 대책을 강구하도록 고언을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최근 전경련이 무리한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경제연구원을 떠난 한 원로급 연구원은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 기업, 그리고 대기업만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전경련이 다시 과거와 같은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재계의 이익에 급급하기보다는 역대 발군의 회장들처럼 시대적 소명을 읽고 대의를 위해 뛰는 ‘미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한국 기업의 상속세 부담은 독일의 10배, 일본의 4.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주요국의 상속세 부담 비교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선 높은 상속세 때문에 ‘장수기업’이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10년간 운영한 비상장 중소기업의 주식 100억 원어치를 배우자와 자녀 2명에게 상속한다고 가정할 때 국내 상속세는 25억2000만 원이다. 같은 조건일 때 독일의 상속세인 2억5000만 원의 10배, 일본의 상속세인 5억6000만 원의 4.5배에 달한다. 현금성 자산과 기업가치 등을 합산해 배우자와 자녀 2명을 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이 총 170억 원이라고 가정할 때 실제 세금이 부과되는 상속세액은 한국 42억9000만 원, 독일 5억5000만 원, 일본 12억7000만 원, 영국 5억9000만 원으로 산정됐다. 이처럼 한국 기업의 상속 부담이 큰 이유는 상속세 관련 법의 세금 공제 조건이 선진국보다 까다롭고, 세제 지원 규모도 작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 또는 매출액 1500억 원 이하인 중견기업’에만 상속재산의 40%를 과세가액에서 공제해준다. 기업을 승계한 이후 10년간 사업용 자산 80% 이상, 지분 100%를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도 붙는다. 반면 독일은 기업 규모 및 승계 이전의 경영 기간은 따지지 않고 승계 이후의 경영 기간과 고용 유지 규모에 따라 상속재산의 85∼100%를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 대한상의는 우리나라도 기업 승계 전 경영 기간의 요건을 현행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과세가액에서 공제하는 비율도 기업 승계 이후 고용 유지 규모에 따라 최대 10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혁부 대한상의 금융세제팀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이 장수기업의 탄생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4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의 상속세율 개선 방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이란 화두를 던지자 재계가 대응방안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전경련 등 경제 5단체는 이날 일제히 성명을 통해 “정부의 공생발전 방침에 찬성하며 일자리 창출과 투자 등을 통해 적극 부응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주요 그룹들은 지난 1년간 정부 주도로 이뤄진 대·중소기업 상생,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에 이어 공생발전이란 화두에 부담스러워했다. 구체적 정책에 따라 대기업 부담만 커질 것이란 우려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부익부 빈익빈에서 상생번영으로’라는 표현을 쓴 것은 대기업의 상생경영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도 “집권 1년 남짓 남긴 상황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요구 수준을 높이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재계는 최근 삼성과 SK가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계열사에 대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취한 방법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은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분을 포기하기로 했고, SK는 MRO코리아를 국내 최대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삼성은 내수 진작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임직원에게 국내 휴가를 장려하고, 재래시장상품권 및 국민관광상품권을 지급하는 실리적인 대책도 내놓았다. SK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위한 대책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이런 현실 ▼중소도시에서 10년 넘게 자동차부품 공장을 운영하던 박모 씨(61)는 지난해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채 경영자 인생을 마감했다. 대기업 1차 협력업체에 머플러 등을 납품하던 2차 협력업체 사장인 박 씨는 2008년 이후 철판과 코일 등 원자재 가격이 두세 배씩 뛰는데도 분기당 3∼7%의 단가인하 요구를 받는 바람에 ‘적자 인생’으로 접어들었다. “물량을 늘리면 단가를 잘 쳐주겠다”는 대기업 1차 협력업체 담당자 말에 공장을 담보로 2억 원을 빌려 설비를 늘린 박 씨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납품단가와 이자 부담으로 공장을 압류당하고 말았다. 대기업이 자사(自社)의 필요에 따라 협력사에 해외 동반 진출을 도운 뒤 나중에 납품단가 인하로 ‘자금 회수’에 들어가는 사례들도 있다. “우리가 해외에 대규모 공장을 짓는데 시설투자비 일부를 지원해 줄테니 인근에 부품공장을 지어달라”고 한 뒤 협력업체가 해외에서 자리를 잡으면 지원 대가로 납품단가를 깎는 식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특히 심한 자동차, 전자, 유통 관련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를 결정할 시기가 되면 경영명세 자료를 들춰보며 일방적으로 인하 비율을 통보하고, 구두로는 시도 때도 없이 인하를 강요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대형마트 거래업체의 44%가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이 1차 협력업체에 단가 인하를 요구하면 2차, 3차 협력업체에는 더 높은 비율의 ‘후려치기’가 돌아온다는 게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중기중앙회가 실시한 납품단가 결정방식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38.9%는 ‘협의 기회는 주어졌으나 불충분하다’, 34.7%는 ‘아예 협의 기회가 없다’고 답했다. 한 전자부품업체 대표는 “대기업은 비용절감 컨설팅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경영자료를 요구한 뒤 이 명세를 낱낱이 들여다보고 납품단가를 깎거나 복수입찰로 경쟁을 시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괴롭히는데 정부 대책은 여전히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 이런 대안 ▼“단가조정 고민 LG 구매팀 원가절감 지원 연합군으로”지난해 1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MC(휴대전화)사업본부 회의실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원가 절감(CR·Cost Reduction)’을 주제로 LG전자와 협력업체 관계자들 사이에 회의가 열린 것.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약칭으로 ‘CR’라고 불리는 납품단가 조정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CR 정도에 따라 협력사의 한 해 수익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원래 한국 대기업의 CR란 구매팀이 먼저 협력사의 장부를 들여다본 뒤 적정 이윤을 산정해 ‘올해는 몇 % 단가 인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과도한 CR를 못 버티고 끝내 무너지는 협력사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달랐다. LG전자 구매팀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합리적인 CR를 서로 모색해 보자”고 했다. 회의에 참석한 1차 협력사 테크노힐 실무자의 얼굴에 그제야 화색이 돌았다. 원가절감을 향한 양측의 파트너십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대·중소기업 함께 사는 단가 조정 “일방적으로 가격을 후려치는 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공정기술을 개발해 CR를 이뤄냈다는 점이 참 신선했습니다.” 11일 경기 부천시 테크노힐 본사에서 만난 박익균 대표는 지난 1년간의 CR 프로젝트를 돌이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월 협력사 회의를 마치자마자 휴대전화용 배터리팩 1차 협력사인 테크노힐과 이곳에 배터리칩을 납품하는 2차 협력사 ITM 개발자들을 불러 모았다. 배터리에 과전류가 흐를 때 이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보호회로(PCM)의 생산공정을 잘 바꿔보면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애플, 노키아 등과 맞서 싸워야 하는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단 1원이라도 원가를 줄이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LG전자 혼자서 모든 걸 다할 순 없었다. PCM에 들어가는 작은 칩을 만드는 ITM부터 이를 납품받아 배터리팩으로 조립하는 테크노힐까지 협력업체 엔지니어들의 협조가 필수였다. 삼자가 모여 몇 달을 고민한 끝에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의 원가절감 방안을 찾아냈다. PCM에 들어가는 칩 두 개를 하나의 칩으로 합쳐 재료비를 줄이는 한편 회로에 쓰이는 도선(와이어 본딩) 소재를 가격이 비싼 금에서 구리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했다. 또 구매력이 높은 LG전자가 나서 좀 더 낮은 가격으로 기판(웨이퍼)을 공급하는 거래처를 협력사들과 연결해줬다. 이를 통해 LG전자와 협력사들은 연간 20억 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대기업과 협력사가 피땀을 흘려 거둔 원가절감의 과실을 공평하게 나누는 절차였다. CR 논의가 시작된 지 1년 만에 테크노힐은 개당 740원을 주고 사와야 했던 PCM 값을 710원으로 낮출 수 있었다. 개당 30원의 원가절감 요인이 발생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를 CR에 모두 반영하지 않고 납품가격을 개당 20원만 내렸다. 테크노힐로선 개당 10원의 단가 마진이 새로 생긴 셈이다. 지난해 테크노힐이 3000만 개의 배터리팩을 LG전자에 납품한 것을 감안하면 3억 원의 추가 이윤이 생긴 것. 마찬가지로 테크노힐도 2차 협력사에 추가 이윤의 절반인 1억5000만 원을 나눠줬다. 박 대표는 “LG와 협력사들이 1년간 고생한 원가절감의 과실이 합리적인 CR로 돌아왔다”며 “이제는 원청업체의 CR를 막연히 두려워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대기업, 구매 협상 지원군으로 “가격을 너무 세게 부르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와 거래관계를 생각해서라도 다시 한 번 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LG전자 관계자) “귀사가 신경을 쓰는 기업인 만큼 합리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소니 관계자) 지난해 테크노힐이 배터리셀을 공급받는 일본 소니 관계자들과 만난 가격 협상장에는 난데없이 LG전자 실무자가 함께 배석했다. 직접 구매 관계에 있지 않은 제3자가 협상장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가격 결정력이 떨어지는 협력사를 대신해 LG전자가 직접 구매협상에 힘을 보탠 것이었다. 박 대표는 “소니 제품을 구매하는 LG전자 임직원이 발언을 하면 약발이 먹힐 수밖에 없다”며 “덕분에 소니 배터리셀을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었다”고 전했다.○ 日에선 유지보수비도 납품가로 인정 “해외에서 유지보수비를 이 정도까지 챙겨주니 더 놀랍고 고마웠습니다.”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인 엔텔스는 최근 일본 2위 통신사인 KDDI와 납품 계약을 하면서 유지보수비를 납품가의 20%까지 보장받았다. 유지보수비를 아예 못 받거나 많이 받아야 최대 10%를 인정해주는 다른 국내 기업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게다가 무상 유지보수 기간도 보통 3년을 요구하는 다른 기업보다 훨씬 짧은 1년에 그쳤다. KDDI 측은 “일본에선 유지보수 비용도 납품가로 인정해주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엔텔스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업종의 특성상 유지보수를 해줘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국내에서 무상으로 3년간 유지보수를 해주느라 등골이 휘는 주변 업체들을 보면 KDDI 측에 더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상생위원회 평가 ▼日 도요타처럼 납품단가 인하 미리 알려 충격 줄여야“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원가절감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잘못된 방법이다.” 동아일보 상생위원회 위원들은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통하는 한국식 단가 조정방식의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했다. 협력사들이 사전에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대기업이 원가절감 계획을 미리 밝히고 그대로 이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협력사들에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납품가 30% 절감’ 목표를 밝힌 일본의 자동차업체 도요타처럼 구체적인 단가인하 시기와 폭을 협력업체들에 미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 송창석 위원(숭실대 교수)은 “외부 경영여건에 따라 원가를 조절할 필요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은 예고 없이 무리한 단가인하를 실시해 중소기업 경영에 압박을 주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중소기업이 원가절감을 통해 거둔 과실을 대기업이 독점하는 것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주현 위원(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실장)은 “원가절감의 혜택을 협력사들과 공정하게 나누지 않으면 중소기업들이 원가절감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유인이 사라진다”며 “이는 결국 대기업에도 손해”라고 분석했다. 이런 측면에서 본보 상생위원들은 테크노힐(1차 협력사)과 ITM(2차 협력사), LG전자가 함께 공정기술 개발로 얻은 성과를 납품단가에 반영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특별취재팀 ::▽팀장김상수 차장 ssoo@donga.com ▽팀원김선우 정효진 유덕영 김상훈김현수 김상운 한상준 장선희 기자:: 독자의견-제보 기다립니다 ::동아일보의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시리즈와 관련해 독자의견을 기다립니다. 기사와 관련한 의견이나 제보는 오피니언팀 reporter@donga.com으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반영하겠습니다. }

수도권 내의 규제 완화로 2000억 원대의 신규 투자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수도권 투자가 가능한 품목을 선택하는 데 ‘관련 산업과의 연관 효과’ 등 모호한 기준이 등장해 규제완화 정책이 정치 논리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식경제부는 12일 “수도권에서 증설이 가능한 첨단 업종의 개수는 줄이고, 실제 투자수요가 있는 분야는 증설하도록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한다”고 밝혔다. 첨단 업종으로 지정되면 수도권 내에 산업단지가 아닌 땅에도 공장의 증설이 가능해지고 자연녹지에서도 환경 기준을 통과하면 공장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첨단 업종으로 지정됐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공장을 신설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첨단 업종의 공장을 갖고 있는 A기업은 같은 업종의 공장을 증설할 수는 있지만 첨단 업종과 관련된 제품을 만들지 않던 회사는 수도권에 신설할 수 없다. 시행령 개정으로 현대모비스 경기 화성 공장(500억 원 투자, 1000명 고용창출 효과)과 삼성전자에 질소가스를 공급하는 프렉스에어코리아의 용인 공장(1180억 원 투자, 2200명 고용창출)은 증설이 가능해졌다. 또 중소기업들도 이번에 선택된 첨단 업종에 대해 수십억 원 수준의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초 시행령에는 포함됐던 1조2000억 원 규모의 KCC 여주 공장 증설은 불가능해졌다. 권평오 지경부 지역경제정책관은 “KCC가 지으려는 태양전지용 유리제조업은 규모가 커서 증설이라고 보기 어렵고, 지방에도 신설이 가능해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지경부는 당초 99개 업종 158개 품목의 첨단업종을 92개 업종, 265개 품목으로 늘릴 예정이었으나 지방의 반발 등을 고려해 이번에 85개 업종, 142개 품목으로 대폭 줄였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그동안 빠른 성장에만 집착하다 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올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한국형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동반성장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같이 가야 멀리 간다’ 시리즈의 자문을 위해 선정된 ‘대-중소기업 상생위원회’ 위원들은 동반성장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와 중소기업중앙회는 한국형 산업 생태계 구축과 바람직한 동반성장 사례 분석을 위해 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대-중소기업 상생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달 첫 회의를 개최했다. 위원장은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가 맡았고 위원으로는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전략경영연구실장, 주현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실장,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동학림 IBK기업연구소 소장,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이 선임됐다. 최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대기업 총수들에게 보내 화제가 된 ‘패자 없는 게임의 룰, 동반성장’의 저자인 이 교수는 “21세기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거대한 경제 주체의 생존을 위해, 또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동반성장은 필수다”라며 “동아일보 시리즈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동반성장이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승일 실장은 “지속 가능한 한국 경제를 위해 대기업 중심의 패러다임이 바뀔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동반성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대부분 구호에 불과한 현실에서 실현 가능하고 확산 가능한 모델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주현 실장 역시 “이제 단일 기업의 능력만으로는 경쟁이 안 되는 시대가 왔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바람직한 네트워크 구축은 양쪽의 생존을 위해 필수다”라고 덧붙였다. 송창석 교수는 “수직적 분업이 특징인 자동차산업은 신뢰 관계 구축, 공동 연구개발이 필요하고 유통 분야는 공정거래관행 정착이 중요한 것처럼 산업별로 특성을 감안한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동학림 소장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양극화 문제의 해법은 동반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며 “새로운 한국형 산업 생태계 구축에 대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될 조유현 본부장은 “시리즈에 소개될 동반성장의 우수 사례들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 “우리도 억울할 때가…”동반성장에 대한 논의만 나오면 ‘부도덕한 갑(甲)’으로 몰리는 대기업도 고충이 만만치 않다. 대기업들은 2000년대 이후 동반성장을 위해 ‘할 만큼 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간의 관계는 상당히 개선됐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일방적으로 동반성장을 강요하다 보니 오히려 대기업이 협력업체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하고, 동반성장 관련 조사나 행사에 시달려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10대 그룹 핵심 계열사의 동반성장 담당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대기업의 고충 및 바람직한 동반성장 방향을 조사한 결과 충격적인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일부는 협력업체로부터 무고에 가까운 협박을 당해 소송에 휘말린 경우도 있었다. 한 제조업종 담당자는 “일부 협력업체는 우리가 전혀 기술을 탈취하지 않았는데도 청와대나 공정거래위원회에 투서를 하겠다고 협박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대기업이 뒤집어쓰는 형국이라서 억울하지만 돈으로 무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제조업종 관계자는 “한 협력업체가 횡령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거래 중단을 요구했더니 오히려 이 업체가 ‘힘없는 중소기업이 당한다’며 소송을 걸고, 인터넷 언론에 제보를 하는 등 무고 행각을 벌이고 있다. 동반성장을 활성화하자는 움직임을 악용하는 경우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협력업체의 하자나 불량까지도 묵인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A기업 관계자는 “부품 불량률이 매우 높은 협력사에 신규 증가물량을 배정하지 않았더니 당장 ‘투서를 하겠다’는 협박이 돌아와서 물량의 20%를 주는 선에서 무마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협력업체의 경쟁력도 거래에 반영해야 하는데 예전 같으면 퇴출 대상이었을 중소기업이 ‘철밥통’이 되는 곳이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이 경쟁적으로 ‘동반성장 실적 만들기’에 혈안이 되는 바람에 유사한 설문조사나 자료 요청, 행사 등을 처리하느라 정작 동반성장을 위한 업무를 할 틈이 없다는 하소연도 많다. B그룹 관계자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물론이고 지식경제부, 공정위, 심지어 국가정보원에서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동반성장 조사를 하는 바람에 동시에 7곳에 내용은 같은데 양식이 다른 자료를 만들어 보낸 적이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에서도 정부의 이벤트성 행사 때문에 잡무가 많다고 호소할 지경이다. 특히 여러 대기업과 거래하는 우량업체들은 각종 간담회나 협의회에 불려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더라”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노력에 중소기업이 부응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한 설비업종 담당자는 “협력업체를 위한 컨설팅 등 경영지원 프로그램을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어 놨는데 일부 협력업체는 ‘자사 정보가 노출된다’면서 참여를 거부했다. 그러면 대기업도 돈과 시간이 드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대금이나 제때 주면 되지’라고 포기하게 된다”면서 “중소기업들도 오픈 마인드를 갖고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 약발없는 정책 왜?“정부도 그동안 나름대로 애썼다. 하지만 늘 방향이 문제였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성과를 묻는 질문에 한 중소기업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1965년부터 나온 중소기업 제품 공공구매제부터 1979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 등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다양한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내놨다. 현 정부 들어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같은 동반성장 정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냉랭하다.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와 ‘인력 빼가기’는 여전하다. 평행선을 달리는 우리나라 대·중소기업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정부 정책에도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가 진입규제 위주의 중소기업 보호정책에만 신경을 썼을 뿐 기술 개발과 해외 진출 등 근본적인 기업 경쟁력 향상에 상대적으로 등한히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예컨대 대기업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정부가 1979년 3월 도입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는 대기업 진입을 막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소규모 영세기업 난립으로 2006년 말 폐지됐다. 중소기업청장이 고시한 물품을 공공기관이 수의계약을 통해 우선 구매하는 ‘중소기업 제품 공공구매제’ 역시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개척해준 측면도 있었지만 관련 중기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대금 지급일(60일 이내)을 규정한 하도급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인 중견기업에 오히려 부담을 안겨줬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성장한 중견기업들이 자회사를 세워 오히려 중소기업 규모에 머무르는 이른바 ‘기업 쪼개기’에 나서는 폐해를 낳았다. ○ 못살겠다는 ‘乙’ 중소기업“납품업체 후려치는 먹이사슬은 여전합니다. 기초 자재라서 하청 중의 하청인 콘크리트 블록은 개당 가격이 장당 60원인데, 대기업에서 1차 협력사에 55원에 발주해요. 그럼 1차 협력사도 남는 게 있어야 한다며 5원 낮추고, 다음 협력사가 또 5원 낮추고…. 그럼 우리는 45원에 납품하는 겁니다. 고작 15원 차이라고요? 가격의 25%가 내려간 거예요.” 산업계의 동반성장 실태를 묻는 질문에 콘크리트연합회 김경식 이사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정부와 대기업이 동반성장을 열심히 외친다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겠다”며 “하청의 먹이사슬이 이 지경인데 중소기업이 과연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36명의 하도급 관련 협동조합 조합장 및 임원들은 동반성장에 대해 대부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 조합장은 “정부와 언론에서 눈을 치켜뜨니 대기업들이 그나마 불공정거래 관행을 과거보다 줄이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언제 다시 과거로 돌아갈지 모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불공정거래 관행을 바로잡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장 불공정한 관행으로 ‘불합리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83.3%)를 꼽았다. 주물조합 서병문 이사장은 “납품단가만 제대로 받으면 직원들 임금도 올릴 수 있으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고, 연구개발(R&D)에도 숨통이 트인다”며 “가격만 제대로 쳐주면 동반성장하자고 목소리 높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일부 조합장은 대기업-중소기업 관계보다 1차 협력사-2, 3차 협력사의 관계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구조합 최용식 이사장은 “대기업들은 ‘우리는 정말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런 면이 있다. 어음만 봐도 요새 대기업들은 어음 대신 모두 현금 결제한다”며 “문제는 1차 협력사가 대기업에서 받은 만큼 똑같이 2, 3차 협력사에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강 관련 한 조합장은 “대기업이 나서서 1차 협력사가 2, 3차 협력사를 잘 대해 주는지 실태 조사에 나서는 추세”라면서도 “문제는 꼭 1차 협력사 관계자를 대동하고 공장을 찾으니 2, 3차 협력사 처지에서는 현실은 지옥 같아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한 중소기업 업종 진출과 대기업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높았다. 사무용품 관련 조합의 한 이사장은 “당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 MRO 가운데는 1년도 아니고 3개월에 한 번씩, 분기마다 납품 가격을 30% 후려치는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를 중심으로 동반성장에 대한 감시가 심해지니 과거와 다른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금속 관련 조합의 한 이사장은 “과거처럼 대기업들이 대놓고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안 한다”며 “1차 협력사가 대기업을 대신해 총대를 메고 납품 단가를 깎는 게 최신 트렌드”라고 말했다. 금속탱크조합의 박지화 이사장은 “35년 동안 사업을 해왔지만 중소기업이 처한 환경은 바뀌지 않았다”며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김상수 차장 ssoo@donga.com ▽팀원김선우 정효진 유덕영 김상훈김현수 김상운 한상준 장선희 기자:: 독자의견-제보 기다립니다 ::동아일보의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시리즈와 관련해 독자의견을 기다립니다. 기사와 관련한 의견이나 동반성장 사례는 오피니언팀 reporter@donga.com, 제보는 독자서비스팀 svc@donga.com으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반영하겠습니다.:: 설문참여 中企조합 36곳 :: 주물조합, 아스콘연합, 금속탱크조합, 단조조합, 전기조합, 승강기조합, PVC조합, 조리기계조합, 금속울타리조합, 기계연합, 레미콘연합, 알루미늄연합, 프라스틱연합, 금속조합, 보일러조합, 자동차조합, 전자조합, 정보통신조합, 조선조합, 감시기기조합, 계측시스템조합, 공구조합, 철강구조물조합, 금형조합, 다이캐스트조합, 전등기구조합, 점토벽돌조합, 합성수지가공기계조합, 콘트리트연합, 금속가구공업조합, LED조명조합, 인쇄정보산업연합, 골판지포장조합, 가구산업연합, 직물공업조합, 제관공업조합}

주요 그룹들은 미국의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2개 주요 그룹의 기획담당임원을 대상으로 미국발 경제위기의 영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16개 그룹은 “금융시장은 단기간 변동성이 확대되겠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실물경제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응답한 곳은 6개 그룹이었다. 올해 사업계획에 대해 21개 그룹은 “당초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고, 1개 그룹만 약간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원-달러 환율 전망은 현재 수준(1050∼1100원)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12개 그룹으로 가장 우세했다. 6개 그룹은 다소 상승(1100∼1150원)할 것으로, 4개 그룹은 조만간 하락(1000∼1050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기가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낙관적 전망이 많았다. 6개 그룹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답했다. 14개 그룹은 “단기적으로 영향이 있어도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수출이 다소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동안 우리 경제의 수출처가 다변화됐고 수출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져 기업들의 우려가 크지 않은 것 같다”면서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오히려 확고히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에 응한 그룹은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KT, 두산, LS, CJ, 현대, 대림, 대우건설, KCC, 동국제강, 효성, OCI, 현대백화점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김순택 삼성미래전략실장, 강재영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부터 왼쪽으로)이 10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팔달문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미소금융을 홍보하고 있다. 이 사장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사장단은 이날 삼성미소금융 수원지점에서 대출 현황을 파악하고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미소금융 대출 자격과 상품 등을 안내했다. 삼성은 현재 600억 원인 미소금융 출연금을 연말까지 1000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삼성그룹 제공}
7월 1일 발효된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로 EU산 소비재 수입제품의 가격이 평균 6% 이상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가 9일 FTA 발효로 관세가 5% 이상 낮아진 EU산 소비재 수입업체 166곳을 대상으로 가격 전망을 조사한 결과 도매가는 6.3%, 소매가는 6.4% 낮아질 것이란 응답이 나왔다. 이미 가격을 인하했다고 밝힌 업체의 비율은 도매가의 경우 19.9%, 소매가는 16.3%였다. 곧 가격을 내릴 예정이라고 답한 업체는 도매가가 54.2%, 소매가가 50.6%였다. 품목별로는 소매가를 기준으로 주류(8.1%)와 식품(7.8%)의 인하폭이 클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의류(6.6%), 가전(6.5%), 화장품(5.0%), 자동차(4.2%) 순이었다. FTA의 영향력이 큰 품목은 자동차와 와인이었다. EU산 제품은 물론이고 EU 이외 지역의 제품까지 연쇄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를 일으켜 7월 1일 이후 수입 자동차는 1.3%, 와인은 10∼15%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삼성이 동반성장 강화 여론에 따라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K)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 대·중소기업 간 갈등을 키우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기업연구원은 9일 ‘삼성의 MRO 계열사 지분 매각과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이 사업을 철수한 것은 시혜적인 차원의 기금 출연 방식에서 탈피해 진일보한 동반성장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다른 대규모 자본으로 소유권만 바뀔 경우 대·중소기업 간 갈등이 오히려 심화되는 나쁜 선례를 남길 가능성도 공존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동반성장이라는 것이 국내에서만 조성된 사회적 분위기이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국내 MRO 기업을 인수해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범하거나 해외에 아웃소싱을 할 경우 이를 막을 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기적인 투자 이익을 중시하는 사모펀드가 IMK를 인수할 경우에는 납품단가를 가혹하게 인하하고,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해하는 부작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IMK 매각의 기본 원칙은 지분을 인수하는 집단에 반드시 중소기업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는 ‘세계 1등’ ‘독주’ ‘경쟁’처럼 치열함을 느끼게 하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삼성그룹도 ‘업계 최고 수익을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하지만 최근 이 회장과 삼성의 기존 이미지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은 8월 1일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K)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하고, 7월 30일 천안·아산 건강검진센터 설립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삼성 안팎에서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바뀌는 신호탄”이란 말이 나온다. 이 회장이 ‘포기 경영’이라는 새로운 전술을 통해 사소취대(捨小取大·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얻음)의 ‘그랜드 디자인’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대기업의 MRO 사업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5월 해당 계열사인 IMK의 사업을 내부 거래로만 한정하고 신규 거래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삼성은 이 조치만으로도 SK LG 포스코 등 MRO 계열사를 보유한 다른 대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동반성장에 대한 성의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1일 아예 IMK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7월 30일 강북삼성병원이 충남 천안 아산 지역에 지으려던 건강검진센터의 설립을 백지화했다. 충남 각지에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코닝 삼성정밀 등 주력 계열사의 공장을 대거 보유한 삼성은 당초 임직원의 요구에 따라 KTX 천안아산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아산배방택지개발사업지구에 1800m²가 넘는 첨단 건강검진센터를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역 의료계가 “대기업이 대형병원을 앞세워 지역 의료계를 망하게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자 입주할 건물까지 확정해 놓은 상태에서 사업을 포기했다. 그 대신 임직원의 편의를 위해 삼성 공장 내부에 간단한 건강검진을 해주는 소규모 사내병원을 만들 예정이다. 삼성이 잇달아 두 사업을 포기한 것을 보면 비핵심 계열사와 소규모 사업의 철회 정도로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삼성은 적자가 나거나 법이나 규제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곤 우량 사업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게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관계자는 “10년 넘게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고 별다른 문제도 없는 사업을 삼성이 스스로 접은 것에 대해 삼성맨들은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이 회장의 비즈니스 마인드라면 절대 물러서지 않았을 사안들”이라고 말했다.IMK는 삼성 계열사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연간 1조5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왔다.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에 자리 잡은 강북삼성병원 건강검진센터는 건강검진 고급화 바람을 주도해 삼성 의료서비스의 이미지를 높이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려왔다.삼성이 두 사업을 포기한 이면의 공통분모는 ‘승자 독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다. MRO가 대기업의 과실 독식을 부추기고 대기업 병원이 지역 의료 환경을 힘들게 한다는 비난 때문에 사업을 접은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사회적 비판 여론을 의식해 ‘소통을 위한 포기’를 감수하는 방식으로 경영 철학을 바꾸는 신호탄이라고 풀이하는 것이다.삼성의 한 임원은 “지난해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그룹 내부적으로는 올해 초부터 소통과 사회적인 정서를 큰 틀에서 보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작업을 많이 해왔다. MRO 포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하례식에서 “많은 사람이 상생을 중소기업을 돕는 것으로 거꾸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건 대기업을 돕는 거다”라며 특유의 반어법을 구사한 바 있다. 또 다른 삼성 고위 임원은 “사회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 너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업이 몇백억 원, 몇천억 원을 벌어들인다 해도 그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너무 커지면 결과적으로 삼성그룹 전체에 해가 된다는 확신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유능한 기업’을 넘어서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삼성그룹의 비즈니스 전반에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세계 경제가 동반침체 위기에 빠져들면서 대외 변수에 취약한 한국이 받는 충격의 강도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패닉’ 상태의 주식시장, 원-달러 환율의 급반등(원화가치는 하락) 등 금융시장 전반이 불투명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물가 상승, 수출 위축으로 국내 경제 회복도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불확실성이 증시 지배” vs “예고됐던 일” 의견 갈려‘2,400까지는 오를 수 있다’ ‘2,000이 바닥이다’ ‘1,900도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일주일 새 바뀐 증권사 투자전략가들의 낯 뜨거운 전망들이다.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같은 악몽이 반복될지를 걱정하면서도 ‘위기는 없다’ ‘아니다’를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2일부터 나흘 동안 10% 이상 추락해 탈진한 주식시장에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메가톤급 폭탄이 터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반등이 있더라도 증시가 안정을 찾기까지 적어도 3개월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코스피가 나흘새 228.56포인트 떨어지는 동안 시장을 지배한 것은 공포 심리였다. 여기에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얹어진 만큼 혼란과 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불확실성의 구름이 걷히려면 연말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때까지 1,900 선이 일시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투자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자꾸 떠올리고 있다. 위기의 원인과 배경은 다르지만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건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충격이 예상외로 작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비관 일색이던 2008년 금융위기 직후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은 예고됐던 일이며 이미 주가에도 반영됐다”고 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측면에서 되레 긍정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 유럽, 중국 등 3대 변수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기회복 지표, 중국 물가 안정, 스페인·이탈리아의 국채금리 하락 등 구체적인 호재가 확인돼야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깝게는 9일 중국의 7월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지수 발표가 예정돼 있다.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 환율 널뛰기… 美 추가 양적완화땐 원화 강세 돌아설듯“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1020∼1030원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1000원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7월 말까지만 해도 이 같은 전문가들의 환율 전망은 맞는 듯했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흑자 폭 확대, 국내 기업의 실적 호조, 코스피 상승 속에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연일 하락 압력을 받으며(원화가치는 상승) 연 저점 경신을 반복했다. 하지만 미국의 부채증액 협상 타결 이후 세계경제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환율은 오름세로 돌아섰다. 환율은 2∼5일 4거래일 동안 1050.80원에서 1067.40원으로 16.60원 급등했다. 향후 환율의 방향성을 점칠 수 없는 짙은 안개국면이다.일단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환율은 이번 주 내로 1080원대 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투자자들이 당장은 안전자산인 달러 매집에 나서고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본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은 공포 심리 때문”이라며 “아시아국가에서는 자국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하지만 이 흐름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충격이 가시면 환율 상승세는 꺾일 가능성이 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에도 미국의 7월 신규 고용이 11만5000명에 이르는 등 일부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였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 매입 결정, 이탈리아의 재정 개혁안 발표 등이 이어진 것이 이 같은 판단의 근거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으면 원화 등 신흥국 통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불안 심리가 진정되고, 연준이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내놓을지가 단기적 변수”라며 “당분간은 미 경제를 둘러싼 불안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인플레 조짐 있지만 “경제침체 우려” 금리 못올릴 판올 들어 고물가 방어에 전력을 투구하던 우리 경제에 최악의 변수가 등장했다. 얼마 전까지 기상악화와 국제원자재 가격, 그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이라는 1차 방정식만 풀면 됐지만 이제는 글로벌 경제 불안과 달러화 체제 균열 조짐에 따른 달러화 가치 하락, 세계적 통화량 팽창이라는 ‘3차 방정식’이 나타난 것이다. 사면초가 상황에 몰린 셈이다.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요동치는 것과 비교하면 물가 상황은 그나마 괜찮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9월부터는 다소나마 물가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물가불안의 근본 처방책인 금리인상을 할 여지가 좁아졌다. 물가를 진정시키려면 금리를 올려 시중에 풀린 돈줄을 조여야 하는데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마당에 금리를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동향팀장은 “성장세 둔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물가관리가 급해도 대외여건을 감안하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으로서는 금융시장만 보면 금리를 내릴 상황이지만 물가를 놓고 보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딜레마에 놓인 것이다. 당장 11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동결이 유력하다. 지금으로서는 물가보다 금융시장에 더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물가는 급격히 폭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대세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위기와는 별개로 상반기 내내 억눌렀던 공공요금이 대중교통요금, 상하수도요금 등을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고 생활필수품이나 먹을거리도 국제원자재 가격이나 기대인플레이션에 따라 언제라도 오를 태세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글로벌 위기가 다시 닥치면서 거시정책과 미시정책 모두 실효성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며 “각종 비용 상승 요인을 감안한다면 하반기 물가 고공 행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 투기세력, 달러 대신 원유 사재기땐 또 ‘오일쇼크’미국의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 우려로 세계경제가 요동치면서 한국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경기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면 수출로 먹고사는 국내 기업에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강화한 덕분에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요 기업들은 침과대단(枕戈待旦·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다)의 자세로 위험 요소를 살피면서도 “투자는 줄이지 않겠다”며 정면 돌파를 준비하고 있다. ‘검은 금요일’ 직후인 6일과 7일 이틀 동안 주요 기업 가운데 비상대책팀을 꾸리거나 주말을 반납하는 등 급박하게 움직인 곳은 거의 없었다. 2008년 겪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기업들의 위기대응 방식을 ‘비상 수습’에서 ‘상시 대비’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환율과 유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SK이노베이션은 환대책반을 상설 운영하고 있고, SK그룹은 경영계획 수립 주기를 연간이 아닌 1, 2개월 단위로 바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소 여러 준비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왔기 때문에 이번 일 때문에 비상회의 등을 별도로 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위험(리스크)이 더 커진다면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시나리오 경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국면에도 대기업들은 연초에 계획했던 대규모 투자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는 2008년에 경쟁사들과 달리 생산과 마케팅 비용을 늘려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수조 원 규모의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은 국제유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로화나 위안화 등 통화 채널을 다변화하면서 환율 영향력을 줄여온 대기업들에도 여전히 유가 상승은 큰 원가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국내 기업들은 이미 상반기에 리비아 사태와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고유가 쓰나미’를 두 차례나 겪었다. 미국의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국제유가는 당장 급락했지만 투기세력이 설치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투기 세력이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투기 세력이 달러화 대신 원유 매집에 나설 경우 국제유가는 금값처럼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