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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임원들이 기본급 10∼25%를 회사에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사내 임원회의에서 본인 급여 중 기본급 30%를 자진 반납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당시 회의에서 포스코 등기이사인 윤동준 부사장(경영인프라본부장)이 “임원들도 자율적으로 동참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회사 수익성이 악화되던 2009년 1월 포스코 임원들은 급여 10%를 자진 삭감했다. 임원 아래인 각 그룹 리더들도 급여 5%를 회사에 반납했다. 그해 2월 말 취임한 정준양 회장은 “포스코그룹 임원들이 임금을 반납해 모은 100억 원으로 인턴사원 1600명을 뽑아 ‘잡셰어링’에 동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당시는 현대중공업, 한화, SK, 한국전력 등 상당수 기업 임원이 고통 분담에 나섰던 시기였다. 취임 나흘 만에 나온 권 회장의 임금 삭감 역시 명분은 고통 분담이다. 재무구조 혁신을 첫 번째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본인을 포함한 임원들이 솔선수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연봉 1달러’만큼 파격적이진 않지만 나름대로는 사업 구조조정을 앞둔 최고경영자(CEO)로서 강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11일 단행된 포스코 임원 인사도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정 조직을 관리하는 보직임원을 68명에서 52명으로 16명(23.5%)이나 줄였다. 혼자서 독자적 성과를 내야 하는 전문임원을 12명(기존 명칭은 펠로)에서 35명으로 늘렸지만 보직임원과는 대우가 다르다. 전문임원은 개인 비서가 없다. 외부 업무가 많지 않으면 전용 차량도 없다. 권 회장의 혁신은 일단 ‘허리띠 졸라매기’로 첫 걸음을 뗐다. 문제는 다음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출범시킨 ‘포스코 혁신 1.0 추진반’을 통해 그룹 전체에 산재한 군살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 직원들은 혹여나 본인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폐기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선 군살을 도려내는 것 못지않게 맨살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권오준표’ 혁신의 두 번째 걸음은 어떤 모습일까. 결과는 추진반 업무가 끝나는 5월 중순이면 나온다.김창덕·산업부 drake007@donga.com}

“차량 연비 개선이나 안전 성능 강화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친환경 자동차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스마트카를 선도적으로 개발하겠습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은 18일 현대차의 ‘2014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실린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현대차가 꿈꾸는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이라며 “인간 중심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최상의 이동성을 구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기술 선도,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통해 현대차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며 “소비자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이브리드 라인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2003년 이후 12번째로 발간한 올해 보고서에서 5대 이슈를 중심으로 지난해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정리했다. 5대 이슈는 △친환경차 개발 △저탄소사회 조성 △글로벌 인재 육성 △국내외 준법지원체계 마련 △협력사 해외 동반 진출 등이다. 현대차는 콘셉트카 ‘벤 에이스’ 등 스마트카 개발과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양산 등을 지난해의 대표적 지속가능경영 사례로 꼽았다. 협력사 채용박람회 개최와 몽골 폐자동차 재활용 사업 지원 등도 주요한 지속가능경영 성과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형식적이고 계량화된 보고서를 탈피하고 소장할 수 있는 책의 가치를 담아 이번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포스코는 KAIST와 함께 저장용량을 20배 늘린 ‘고(高)망간강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고 18일 밝혔다. 고망간강은 극저온에서도 잘 견딜 수 있어 영하 162도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LNG 저장탱크용 소재로 적합하다. 포스코는 KAIST가 보유한 격자구조 기술을 적용해 1000m³에 불과하던 최대 저장량을 최대 2만 m³까지 늘렸다고 설명했다. 가격도 5000m³급 설치비가 약 20억 원으로 스테인리스강 소재 저장탱크의 3분의 2 수준이다.}
전 세계 조선업계가 주목했던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처음으로 수주했다. 대우조선은 러시아 국영 선사인 솝콤플로트와 3억 달러(약 3210억 원) 규모의 쇄빙 LNG선(17만 m³급)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대우조선은 이 선박을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만들어 2016년 선주 측에 인도할 예정이다. 야말 프로젝트는 러시아 가스회사인 노바테크, 프랑스 토탈, 중국 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가 공동 투자해 시베리아 서쪽 야말 반도에서 대규모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대우조선이 건조할 쇄빙 LNG선은 ‘아크-7’급으로 최대 두께 2.1m의 얼음까지 직접 깨면서 전진할 수 있다. 고재호 대우조선 사장은 “아크-7급 쇄빙 LNG선을 세계 최초로 수주함으로써 대우조선해양의 뛰어난 기술력이 재차 입증됐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포스코그룹이 여성 임원을 한꺼번에 5명 배출했다. 17일 포스코에 따르면 이유경 포스코 제강원료구매그룹 리더(47)는 소재 전문 계열사인 포스코엠텍 상무로 승진했다. 포스코 여성공채 출신으로는 지난해 상무가 된 최은주 포스코A&C 관리지원본부장(47)에 이어 두 번째다. 정경희 포스코경영연구소 기술경영연구반장(57)도 전문임원 상무로 승진했다. 최영 포스코 사회공헌그룹 리더(46)는 대우인터내셔널로 자리를 옮기면서 상무보가 됐다. 박미화 포스코ICT 기업문화그룹 리더(46)와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소 철강전략연구센터 연구원(46)도 각각 상무보에 올랐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정기인사를 통해 홍보, 기술경영, 연구 등 다양한 업무영역에 임원급 여성 인력을 배치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여성 인력을 적극 발굴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한국닛산, 제주도민에 전기차 ‘LEAF’ 판매한국닛산은 21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전기차 ‘리프(LEAF)’에 대한 구매 신청을 받는다고 17일 밝혔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해 5000만∼5500만 원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환경부와 제주도의 보조금을 받으면 2700만∼3200만 원에 살 수 있다. ■ 쏘카, 친퀘첸토 카셰어링 서비스 시작서울시 나눔카 공식사업자인 ‘쏘카’는 17일 수입자동차 중 처음으로 피아트 친퀘첸토(모델명 500) 첫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쏘카는 앞선 15일 친퀘첸토 19대를 3그룹으로 나누어 압구정 로데오거리, 강남역, 이태원, 홍익대 인근 등 서울의 핫 플레이스들을 순회하는 ‘로드쇼’를 진행했다. ■ 아우디코리아, 유경욱 레이서와 재계약아우디코리아는 국내 최정상급 카레이서인 유경욱 선수와 올 시즌 재계약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아우디코리아가 지난해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 처음으로 레이싱팀 ‘팀 아우디코리아’를 창단했다. 유 선수는 이 팀 소속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열린 ‘아우디 R8 LMS컵 2013’시즌의 모든 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

“비축된 재력으로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겠습니다.”(2009년 2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현재 테이블 위에 올라 있는 수십 개의 신사업을 비판적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2014년 3월, 권오준 포스코 회장) 포스코 전·현직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취임 일성이다. 마치 대통령선거에서 정권교체라도 일어난 듯 달라도 너무 다른 목소리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취임 기자간담회 당시 “2018년 매출 100조 원 달성으로 포스코를 글로벌 빅3 철강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5년이 지나 바통을 이어받은 권 회장은 재무구조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매출액 목표나 글로벌 순위란 공격적인 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두 사람의 취임 시기만 놓고 봤을 때 포스코가 처한 환경은 다르다. 정 전 회장이 취임했을 때 포스코는 어려울 게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철강 수요가 감소해 2008년 12월부터 감산에 들어갔지만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정 전 회장의 발언에서처럼 모아둔 돈도 많았다. 철강사업만으로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힘들다고 판단한 정 전 회장은 사업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2008년 31개였던 계열사 수는 2011년 70개까지 늘어났다. 권 회장은 그렇게 늘어난 프로젝트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상당수는 중단 또는 폐기할 방침이다. 현재 46개까지 줄어든 계열사도 필요하면 더 줄이겠다고 했다. 회사 부채가 크게 늘어난 데다 영업이익률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건실한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던 포스코였지만 최근 들어선 신용등급이 계속 하락했다. 권 회장으로서는 이런 포스코를 예전 모습으로 되돌려놓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된 것이다. 환경이 달라지면 기업은 그에 맞게 전략을 바꿔야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면 과감한 유턴도 필요하다. 권 회장은 “또 다른 50년을 바라보면서 미래 경쟁력을 찾겠다”고 했다. 그의 말이 꼭 지켜졌으면 한다. 적어도 그가 야심 차게 추진한 사업들이 후임 CEO에 의해 대거 폐기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김창덕·산업부 drake007@donga.com}
“현재 테이블에 올라 있는 수십 개의 신사업을 비판적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4일 최고경영자(CEO)로서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전임 회장 체제에서 무분별하게 확대된 신규 사업들을 정리하고 철강 부문에 집중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권 회장을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했다.○ 키워드는 ‘재무혁신’과 ‘철강’ 권 회장은 “포스코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재무구조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규 투자는 꼭 필요하지만 너무 방만해선 안 된다”며 “시장 규모, 자체 경쟁력, 진입장벽 등을 고려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이미 사업단계에 들어갔더라도 중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 가동된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은 포스코와 계열사들로부터 세부 프로젝트 진행상황 전체를 보고받은 뒤 프로젝트별로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현재 46개까지 늘어난 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당수는 정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철강사업과 관련성이 적은 계열사들은 상장을 추진하거나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철을 ‘영원한 신소재’로 표현하면서 “철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철강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는 철강솔루션센터를 설치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의 강점인 철강 기술에 마케팅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게 솔루션센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인적 쇄신과 외압 방어가 과제 국내 재계 6위(공기업 제외) 그룹의 새로운 수장이 된 권 회장이 처음 빼든 카드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다. 이미 사내이사 3명을 교체했다. 상장 계열사 6곳 중 5곳의 CEO도 바꿨다. 보직 임원 수를 대폭 줄이는 대신에 1년 임기인 ‘전문임원’ 19명을 선임했다. 전문임원은 별도 조직 없이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스스로 할 일을 찾아야 하는 자리다. 정 회장은 취임 첫날 후속 인사도 단행했다. 황은연 포스코 CR본부장(부사장)과 신영권 대우인터내셔널 영업1부문장(부사장)을 각각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P&S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서영세 포스코 스테인리스부문장(전무)과 우종수 포스코 기술연구원장(부사장)은 각각 포스코특수강 대표이사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으로 보낼 예정이다. 포스코 비상장 계열사들은 17일 일제히 이사회를 열어 신임 대표이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김준식, 박기홍 포스코 사장은 모두 고문으로 물러나게 됐다. 정준양 전 회장이 임기를 1년 앞두고 물러난 것처럼 포스코에 대한 외압을 적절히 막아내는 것도 권 회장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권 회장은 “올해 처음 시행된 승계 협의회 등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고치겠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삼성전자는 인상, 현대자동차와 LG전자는 동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는 1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등기임원 보수 한도를 380억 원에서 480억 원으로 인상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현재 삼성전자 사내이사는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 등 4명이다. 맡고 있는 사업 부문에 따라 금액이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지난해 3억여 원이 지급된 사외이사 5명의 보수를 제외하고 1인당 평균 119억 원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난해 사내이사 4명에게 지급된 금액은 336억 원으로 평균 84억 원이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소폭 줄어들었던 현대차는 이날 정기 주총에서 등기임원 보수 한도를 전년과 같은 150억 원으로 동결했다. LG전자도 등기임원 보수 한도를 지난해와 같은 45억 원으로 결정했다. 국내 주요 기업 116곳이 일제히 정기 주총을 가진 이날 오너가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도 다뤄졌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현대차 대표이사에 재선임됐지만 현대제철 사내이사에서는 물러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3고로 완성과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물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사내이사로 각각 재선임됐다.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도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LG전자는 이날 정도현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2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삼성가에서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맡은 유일한 오너 경영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이날 주총에서 재선임됐다. 한진해운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빙그레 대주주인 김호연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정치를 위해 회사를 떠난 지 6년 만에 이날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했다. 21일에는 현대중공업, 한화케미칼, 한진해운 등 662개사가 일제히 주주총회를 연다.박진우 pjw@donga.com·김창덕·한우신 기자}

“한국GM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을 막고, 생산비용도 낮춰야 합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지난달 28일 사무직 노동자들과 진행한 웹채팅에서 이같이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전 세계 공장의 경쟁력을 평가한 뒤 공장마다 생산물량을 할당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생산성이다. 한국GM은 2012년과 지난해 파업 때문에 각각 4만8000대와 3만5000대의 생산차질을 빚은 바 있다. 호샤 사장은 한국GM의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강조한 것이다.○ 바닥권으로 떨어진 노동생산성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2년 기준으로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25.3달러로 터키와 함께 공동 28위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총 부가가치 생산액을 취업자들의 총 근로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54.0달러), 프랑스(52.1달러), 독일(51.1달러) 등 선진국들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비슷한 스페인(43.8달러), 슬로베니아(32.4달러)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1인당 GNI가 2만 달러를 처음 넘은 해를 기준으로 비교해도 한국(2007년)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1.9달러로 독일(1991년 35.8달러), 미국(1988년 32.6달러), 일본(1987년 27.7달러), 스페인(2003년 27.8달러)보다 낮았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음식숙박업, 운수업, 교육서비스업,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 분야 저임금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28.2%(2011년 기준)로 OECD 국가 평균 16.1%(2010년 기준)보다 훨씬 높다. 미국(7.0%), 캐나다(9.0%), 독일(11.6%), 일본(11.9%) 등 주요 선진국들의 자영업자 비중은 10% 내외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만든 양질의 일자리가 적기 때문에 생계형 자영업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 규제 70% 이상이 서비스 부문에 집중돼 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성장을 막은 것도 생산성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은 높은 임금이 문제 제조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서비스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한국은 1인당 GNI가 2만 달러를 돌파한 2007년 제조업 부문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31.7달러(서비스업 17.7달러)로 독일(1991년 35.8달러)에 뒤졌을 뿐 미국, 일본, 스페인 등보다는 앞섰다. 하지만 노동생산성 개선 속도에 비해 임금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제조업 경쟁력이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제조업 부문 전체 근로자들의 연평균 임금은 한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48배로 독일(1.24배)과 일본(1.19배)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 근로자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 르노그룹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3’ 생산 공장으로 르노삼성 부산공장 대신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을 선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제롬 스톨 르노그룹 영업·마케팅총괄 부회장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르노 스페인 공장보다 생산비용이 훨씬 높다”며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장의 비용 대비 생산성”이라고 강조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박창규 기자}

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이 1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440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이임식을 갖고 39년간의 회사생활을 마무리했다고 회사 측이 13일 밝혔다. 정 회장은 이임사를 통해 “1975년 3월 입사해 제철소 현장에서 분주히 일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9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지난 세월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향후 1년간 포스코 상임고문으로, 이후 2년간은 비상임고문으로 활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임식에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를 포함해 임직원 5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한국GM 부평공장이 누적 생산량 기준으로 엔진 1000만 대, 수동변속기 700만 대를 돌파했다. 한국GM은 12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 본사 홍보관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한국GM 부평공장은 1986년 르망에 장착된 1.5L 가솔린 SOHC 엔진을 양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11일 1000만 대를 넘어섰다. 수동변속기는 이달 4일 누적생산 700만 대를 돌파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이번 실적은 한국지엠이 보유한 생산 기술의 신뢰성을 입증한 것”이라며 “부평공장은 앞으로도 생산효율 최적화를 통해 글로벌 GM의 주요 생산거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 부평공장은 현재 중형 세단 말리부용 2.0L 및 2.4L 가솔린 엔진과 트랙스, 아베오, 크루즈에 장착되는 1.4L 가솔린 터보 엔진 등 다양한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그룹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잇달아 교체하고 있다.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12일 이석동 현대상선 전무(59·사진)를 신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내정했다. 신임 이 대표 내정자는 컨테이너영업관리본부장, 컨테이너사업부문장을 거쳐 2012년부터 미주본부장으로 일해온 정통 ‘영업맨’이다. 유창근 사장은 1년 만에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비상근 부회장으로 물러나게 된다. 현대상선 측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불황으로 회사의 과감한 변화 및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며 “이 내정자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현대상선을 흑자 기조로 만들 적임자라고 그룹 오너가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이재복 현대로지스틱스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조건식 전 현대아산 사장을 4년 만에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복귀시켰다. 매각작업을 진행 중인 현대증권 등 금융계열사들을 빼면 그룹 주요 계열사 CEO 중 한상호 현대엘리베이터 사장만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게 됐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BMW코리아와 이마트, 포스코ICT가 연말까지 전국 이마트 점포 60곳에 전기자동차용 충전기를 설치한다. 세 회사는 전기차 인프라 확대를 위해 이같이 합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다음 달 24일 순수 전기차 ‘i3’를 내놓는 BMW코리아는 충전기를 제공한다. 포스코ICT는 충전기 설치 및 운영을 맡는다. 이마트는 장소를 제공할 예정이다. BMW그룹코리아는 지난해 12월에도 제주도에 충전기 30대를 기증한 바 있다. 이마트에 설치될 충전기는 ‘교류 완속 방식의 타입 1 모델’로 i3의 경우 1시간을 충전하면 약 5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 충전기를 이용하려면 포스코ICT에 일정 회비를 내야 한다. 회비는 미정이다. 이마트는 이번 합의에 따라 현재 10곳인 전기차 충전기 설치 점포를 연말까지 70곳, 내년 말까지 100여 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현재 전국 11개 점포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 중인 홈플러스도 올해 11개 점포에 전기차 충전소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11일 상시 사륜구동 모델인 ‘더 뉴 CLS 63 AMG 4MATIC’(사진)과 ‘더 뉴 CLS 63 AMG S 4MATIC’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된 CLS 63 AMG에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AMG 전용 4MATIC’을 장착한 모델들이다. 전륜과 후륜의 토크 배분은 33 대 67로 이뤄져 안정감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출발 후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3.7초(AMG S 4MATIC은 3.6초)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주행 성능이 뛰어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가격은 더 뉴 CLS 63 AMG 4MATIC은 1억5600만 원(이하 부가가치세 포함), 더 뉴 CLS 63 AMG S 4MATIC은 1억7100만 원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2010년 6월 충남 당진군 고대면 당진종합운동장이 가득 찼다. 이날 운집한 당진군민은 3만5000명이 넘었다. 당시 당진군 인구 15만 명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대규모 인파였다. 행사명은 ‘당진제철소 준공 기념 어울림 대축제’. 그해 1월 당진제철소 제1고로 화입식을 가졌던 현대제철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승희 당진제철소 총무팀 차장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갓난아기들, 생업 때문에 참석 못한 분들을 빼면 올 만한 분은 다 왔다”고 기억했다. ○ 당진에 활기가 돌아 당진은 1990년대 후반 경제적으로 혹독한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한보철강이 부도를 내면서 지역 경제의 큰 축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2004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당시 INI스틸)이 한보철강을 인수했다. 현대제철은 이에 멈추지 않고 일관제철소 건설에 들어갔다. 2006∼2013년 서울 여의도 면적(약 290만 m²)의 2.5배가 넘는 740만 m²의 용지에 총 10조 원을 쏟아 부어 연간생산량 400만 t급 고로를 3개나 만들었다. 지난해 9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3고로에 불을 붙이면서 거대 프로젝트는 일단락됐다. 기존 1200만 t급 전기로 설비까지 총 2400만 t급 초대형 제철소가 완성된 것이다. 한국산업조직학회가 분석한 결과 제1∼3고로 건설은 20만6100명의 고용창출효과와 45조9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 당진도 빠르게 성장했다. 2012년 1월에는 시로 승격되는 기쁨도 누렸다. 당진시 인구는 2003년 말 11만7409명에서 지난해 말 16만3920명으로 39.6% 늘어났다. 등록 자동차 대수와 주택 수는 10년 만에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지역 기업도 지난해 1만 개(2003년 약 7000개)를 돌파했다. 곽신근 당진시 경제산업환경국 투자유치팀장은 “현대제철이 당진에 들어왔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했다”고 말했다.○ 당진의 지원, 현대제철의 화답 현대제철이 빠르게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던 배경에는 당진군(현 당진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당진군은 2006년 경제환경산업국 내에 아예 기업 이름을 딴 현대제철팀(현 기업지원팀)을 만들어 4년간 운영했다. 이 팀의 주요 업무는 현대제철이 제철소 용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민원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당시 송산 일반산업단지 안에 고로를 건설할 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다. 한 공무원은 반대 시위를 벌이던 주민들과 몸싸움을 하다 출입문에 손가락이 끼었지만 결혼반지 덕분에 겨우 골절을 면하기도 했다. 당진군의 지원에 힘입어 모든 주민보상 절차는 1년이 채 안 돼 마무리됐다. 신현만 당진시 경제산업환경국 기업유치팀장은 “외환위기 이전에 한 정유회사가 석유화학공장을 지으려다 주민 반발 때문에 결국 무산된 적이 있었다”며 “지자체로서 고용유발효과가 훨씬 큰 현대제철은 절대 놓칠 수 없는 기업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총 200억 원을 투입해 당진시 시청1로에 ‘당진시종합복지타운’을 지은 뒤 시에 기부했다. 지난해 4월 개관한 이 복지타운은 용지 면적만 1만5000m²에 이른다. 단일 사회복지시설로는 충남 지역 최대 규모다. 이 복지타운에는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등이 있어 하루 평균 이용자만 400여 명에 이른다. 원훈희 당진시복지재단 사무국장은 “이곳은 원래 복지 불모지로까지 불렸는데 복지타운 설립 후 지역 복지정책이 매우 강화되고 있다”며 “지난 1년간 복지 선진도시 당진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찾아온 지방자치단체가 10곳이 넘는다”고 말했다.당진=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올해 1월 23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차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당진시 우강면 우강초등학교. 이 학교 김용재 교장(53·여)은 취재진과 동행한 현대제철 직원들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김 교장은 “현대제철 분들이 온다면 버선발로도 뛰어 나온다”며 웃었다. 현대제철로 인해 당진시가 크게 성장했지만 시내 모든 지역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중심가인 합덕읍 인근은 외지인들이 이주해 오면서 상점과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시 외곽 지역은 오히려 인구가 줄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대학생 101명으로 구성한 ‘해피예스 봉사단’을 우강초등학교에 파견했다. 봉사단은 전문 건설 인력과 함께 노후 건물을 수리하고 페인트칠을 한 뒤 벽화까지 그렸다. 봉사단 소속 대학생 절반은 지난해 11월 다시 학교를 찾았다. 이번엔 현대제철이 후원하는 여자축구단과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과 함께였다. 김 교장은 “우리 아이들이 국내 1등 선수들로부터 축구와 양궁 지도를 직접 받는 호사를 누렸다”며 “이런 기회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꿈을 키워나가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2005년부터 매년 6차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주니어 공학 교실’을 열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 회사 엔지니어와 연구원 79명이 교육에 나서 총 403명의 아이들에게 태양광 자동차나 청소기 등을 직접 만드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2007년부터 당진제철소 인근 지역 아동센터 2곳과 송산중학교에서 야학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당진=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포스코가 6개 사업부문, 2개소, 3본부로 이뤄진 기존 조직을 4개 본부로 축소하면서 보직 임원을 68명에서 52명으로 줄인다. 특히 기획, 구매, 홍보 등 경영지원 업무를 맡았던 보직 임원은 절반 이하(31명→14명)가 된다. 포스코는 주주총회를 열고 권오준 차기 회장이 공식 선임되는 14일자로 이런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인사를 통해 포스코에서는 사장 2명, 부사장 3명, 전무 5명, 상무 10명 등 총 20명이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거나 현업에서 물러난다. 계열사에서 옮겨오거나 신규 선임되는 임원은 13명이다. 포스코는 대신 특정 조직을 맡지 않는 대신에 전문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전문 임원 19명을 선임할 예정이다. 철강생산본부장과 철강사업본부장은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과 장인환 포스코 부사장이 각각 맡는다. 재무투자본부장과 경영인프라본부장은 이영훈 포스코건설 부사장과 윤동준 포스코 전무가 각각 임명된다. 그룹 사업구조 개편과 재무구조 개선 등을 총괄하기 위해 신설된 가치경영실은 조청명 재무위원(전무)이 직무대행 자격으로 이끌 예정이다. ◇포스코 ▽부사장 △포항제철소장 이정식 ▽전무 △유럽사무소장 임창희 △글로벌마케팅조정실장 김원기 △노무외주실장 고석범 △철강솔루션센터장 김지용 △POSCO-Japan 법인장 이영기 △프로젝트지원실장 김세현 △신사업관리실장 장인화 △기술위원 정철규 유성 황석주 ▽상무 △광양연구소장 주상훈 △CSP 법인장 김동호 △포항연구소장 윤한근 △광양 선강담당 부소장 최주 △선재마케팅실장 강석범 △투자엔지니어링실장 권우택 △강건재열연마케팅실장 방길호 △POSCO-Vietnam 법인장 윤양수 △광양 행정담당 부소장 양원준 △포항 STS담당 부소장 이은석 △연구위원 이창선 김교성 이상호 한찬희 △기술위원 홍문희 양성식 △마케팅위원 이영우 △원료위원 유병옥 신학균 하경식 △재무위원 오숭철 △법무위원 원형일 △전략위원 배재탁 △인사위원 이주태 ▽상무 △HR실장 최종진 △전기전자마케팅실장 이원휘 △재무실장 노민용 △홍보위원 곽정식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노무현 정부 첫해였던 2003년 전국 곳곳은 농민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그해 2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서에 양국이 공식 서명한 뒤 농민들이 “국내 농가가 공멸할 것”이라며 거리로 나선 것이었다. 정부는 FTA의 경제적 효과를 내세워 반대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 국내 포도 성수기인 5∼10월에는 관세를 45%로 유지하는 ‘계절 관세’를 칠레산 포도에 적용하기로 했지만 성난 농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포도, 복숭아, 키위 시설(비닐하우스) 농가에 대해 폐업 지원금 제도라는 파격적인 보상책이 등장했다. 한국의 첫 FTA였던 한-칠레 FTA가 다음 달 1일 발효 10년을 맞는다. 한-칠레 FTA는 한국이 글로벌 FTA 중심 국가(발효 9건, 협상 타결 2건)로 거듭나는 초석이 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협상 및 국회비준 과정에서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국내 최대 포도 산지인 경북 김천시와 충북 옥천군, 영동군을 찾았다. 한-칠레 FTA의 최대 피해자로 꼽혔던 포도 농가들은 “다 망한다기에 반대시위에도 참가했는데 정작 FTA 피해는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포도 농가의 단위 면적당 소득은 10년 만에 2배로 늘어났다. 정부가 2004∼2010년 국내 농가에 지원한 폐업 지원금은 모두 2400억 원에 이른다. 복숭아 농가에 폐업 지원금으로 1800억 원이 나갔지만 칠레산 복숭아는 검역 문제 때문에 단 한 개도 수입되지 않았다. 폐업했던 포도 농가들도 동일 작물 재배 제한기간인 5년이 끝나자마자 대부분 다시 포도나무를 심었다. 과장된 피해 우려로 헛돈을 쓴 셈이다. FTA 효과에 대한 정부의 예측이 빗나간 부분도 있었다. 당시 정부는 FTA 이후 칠레와의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소비재 수출량보다 원자재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적자폭이 2003년 5억4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2억 달러로 커졌다. 동아일보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현대경제연구원 등 9개 정부출연 및 민간 연구기관 전문가 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등을 위한 예행연습’(34.8%), ‘세계 자유무역 트렌드에 합류한 것’(29.2%) 등을 한-칠레 FTA의 긍정적 측면으로 꼽았다. 부정적인 면으로는 ‘경제적, 사회적 효과 미미’(42.0%)와 ‘엄청난 사회적 갈등비용 초래’(22.9%) 등을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익단체의 지나친 개입이나 잘못된 분석은 협상 자체를 불리하게 이끌고 제대로 된 피해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도 조만간 한-칠레 FTA의 효과에 대해 분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한중 FTA 협상 등에 그 결과를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옥천·영동=김창덕 drake007@donga.com 김천=권기범 기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2004년 4월 공식 발효되면서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관세 6%는 즉시 철폐됐다. 포도 농가가 이 FTA의 직접적인 피해자로 인식됐다면 현대·기아자동차는 가장 큰 수혜자로 비쳤다. 2001년 현대차와 기아차는 칠레에 각각 1만314대와 7478대를 수출했다. 당시 칠레의 연간 자동차 시장 규모는 약 10만 대로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0.5%와 7.6%였다. 12년이 흐른 지난해 칠레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은 각각 3만5026대, 3만2444대로 급증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자체는 각각 9.3%, 8.6%로 큰 변화가 없다. FTA 협상 당시 일부에서 나오던 “한국의 첫 FTA가 현대·기아차에 가장 큰 선물을 안겼다”는 분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칠레가 한국에 이어 2006년 중국, 2007년 일본과 FTA를 잇달아 맺으면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FTA로 인한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칠레 FTA 발효 이후 2013년 양국의 교역은 2003년에 비해 4.5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세계 교역 규모가 2.9배로 커진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훨씬 가팔랐다. FTA가 양국 교역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칠레 FTA 협상이 최종 타결된 2002년 10월 당시 정부는 제조업 부문에서만 칠레와의 무역수지가 연간 4억3000만 달러 이상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2000년 1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한-칠레 FTA 추진 배경, 경제적 효과 및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KIEP는 칠레와 FTA가 발효되면 제조업, 농업, 서비스업 등 전 산업에 걸쳐 연간 수출이 6억6000만 달러 증가하고 수입은 2억6000만 달러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FTA 체결로 인한 무역량 증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국내외 무역 환경이나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영향은 놓치기 쉽다”며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된 부분은 이런 측면을 감안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칠레 무역적자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칠레 수입품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동 제품 등 철강금속 제품의 국제시장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차와 함께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정보기술(IT) 및 가전제품은 칠레 시장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한국의 휴대전화 수출량은 2003년 2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8100만 달러로 늘어났지만 규모 자체가 워낙 작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무역적자가 확대됐다고 한-칠레 FTA를 ‘실패한 FTA’로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당시 정부가 FTA에 대한 국민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무역수지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했던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시다발적 FTA는 한국이 세계 무역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가 됐다”며 “다만 일부 품목에 대한 지나친 비관론이나 낙관론은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창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