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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28일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지금 단계에서 구속하면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를 상급자로서 압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가 분명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판사는 또 “안 전 지사가 증거 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 전 지사가 일정한 장소에 머물며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한 점을 감안한 결과로 분석된다. 법원은 범죄 사실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면 대부분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하지만 곽 판사는 안 전 지사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며 혐의를 줄곧 부인했음에도 영장을 기각했다. 죄가 되는지를 두고 안 전 지사와 검찰이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안 전 지사의 혐의 중 핵심인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에 대해 그동안 엄격한 입증을 요구해왔다. 본보의 판결문 분석 결과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단 9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8건이 유죄로 인정됐고 7건에 대해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단순한 업무상 상하관계를 위력이 작용하는 상태로 보지 않고 있다. 협박이나 약물을 동원해 피해자를 무력화시키거나 상습적으로 여러 여성과 강제적인 성관계를 맺은 경우만 유죄로 인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업무상 위력 간음은 입증이 어려워 기소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서부지검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A 씨에 대한 보강 조사를 마친 뒤 안 전 지사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A 씨도 김 씨와 마찬가지로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정황이 확인될 경우 법원에 상습성을 구속 사유로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훈 기자}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사진)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판사는 28일 오후 11시 20분경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와 피의자 태도 등을 비춰 볼 때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곽 판사는 “지금 단계에서 구속하는 것이 피의자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안 전 지사 측은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관계가 있었다는 건 인정했으나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기존의 입장대로 소상히 진술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23일 안 전 지사에 대해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초 영장실질심사는 26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 전 지사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원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틀 뒤인 28일 다시 일정이 잡히자 안 전 지사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며 출석했다. 한편 피해자 김 씨를 지원하는 전국성폭력상담협의회(전성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안 전 지사가 피해자를 회유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전성협은 성명에서 “(고발 후) 안희정은 주변 참모를 활용해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주변에서 돕는 사람들에게 회유와 협박을 했다. 자신이 범죄 시 사용하던 휴대폰이 아닌 다른 휴대폰을 제출했다. 피해자가 사용하던 수행 업무폰은 검찰 압수수색 전 모든 내용이 지워졌고 유심칩까지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김 씨에게는 안 전 지사의 아들이 전화했다. 두 사람은 대선후보 경선캠프에서 함께 일한 사이였다. 피해자를 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휴대전화 버튼을 잘못 눌러 그렇게 됐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업무폰은 김 씨가 가지고 있었는데 오히려 본인이 유심칩을 없애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영장실질심사가 28일로 미뤄졌다. 당초 26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던 영장실질심사에 안 전 지사가 출석하지 않자 법원이 다시 기일을 정한 것이다. 안 전 지사 측은 이날 낮 12시 40분경 서울서부지법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안 전 지사 측 이장주 변호사는 “이미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영장실질심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 및 변론의 기회인데 이를 포기한다는 건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좌절감을 준 것에 참회하겠다는 의미다. 더 이상 변명의 기회를 갖는 게 국민들에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안 전 지사 출석 없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부지법 관계자는 “새로운 기일을 정한다는 건 (피의자 출석 없이 진행되는) 서류심사를 배제한다는 의미다. 피의자 심문을 위해 안 전 지사 구인영장도 다시 발부했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가 28일 자진 출석하지 않으면 검찰이 구인영장을 집행해 출석시킬 수 있다. 앞서 검찰은 23일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3개 혐의로 안 전 지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에 대한 성폭력 혐의가 반영됐다. 두 번째 피해자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A 씨 고소 내용은 수사가 끝나지 않아 포함되지 않았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로부터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25일 새로운 피해자 2명의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안 전 지사를 도왔던 캠프 관계자 일부가 비서였던 김지은 씨(33)를 지지하며 구성한 모임이다. 이날 모임 측이 배포한 자료를 통해 A 씨는 “안 전 지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적 있다. 안 전 지사가 너무 빤히 쳐다봐서 ‘그렇게 보시면 민망하다’고 말했음에도 시선을 거두지 않고 ‘예쁘다’고 말하며 어깨를 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안았다”고 말했다. A 씨는 밀폐된 공간에서 갑자기 일어난 행위에 당황해 어떤 표현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전 지사로부터) 남성 동료에게 오지 않던 개인적인 텔레그램 메시지를 받았고 공적으로 엮인 내게 ‘아가야’라는 호칭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를 제기한 B 씨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평소 B 씨를 빤히 쳐다보거나 손이나 손목을 잡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또 안 전 지사가 자신의 머리 모양을 만져달라고 하거나 공개된 자리에서 종종 옆자리에 앉도록 했다고 밝혔다. B 씨는 “어느 날 식사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긴장해서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고 앉자 안희정이 ‘편하게 앉아’라고 말하며 허벅지 안쪽을 손으로 쳤다. ‘찰싹’ 소리가 날 정도였고 당시 불편했던 감정이 오래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23일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안 전 지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는 26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영화감독 전재홍 씨(41)가 찜질방에서 다른 남성의 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영화 ‘풍산개’ ‘살인재능’ 등을 연출한 전 씨는 성폭행·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영화감독 김기덕 씨 연출부 조감독 출신으로 ‘김기덕 사단’이라 불린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정은영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전 씨는 2016년 서울의 한 찜질방 탈의실에서 남성들의 나체를 휴대전화로 10여 차례 촬영한 혐의다. 전 씨는 재판에서 “영상 촬영은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휴대전화 도난을 막으려고 카메라를 작동시킨 채 가방에 넣어 들고 다녔는데 이 과정에서 영상이 찍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보호한다. 촬영자의 동기나 목적이 범죄 성립 여부를 좌우하지 않는다”며 “촬영된 부위가 남성의 성기를 포함한 전신이며 얼굴까지 식별될 정도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수준”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검찰이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안 전 지사는 19일 서울서부지검에 소환돼 약 20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안 전 지사를 상대로 조사한 내용을 분석하고 기존 수사 내용 등과 비교해 신병 처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현재 고소인과 참고인, 안 전 지사 측의 진술과 함께 양측이 낸 증거를 분석하며 혐의 입증에 필요한 내용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고 이튿날 오전 6시 20분경 귀가한 안 전 지사는 취재진에 “성실히 조사에 응했다. 그 말씀만 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 전 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 씨(33)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A 씨는 안 전 지사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안 전 지사를 검찰에 고소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자신의 수행비서와 정책연구소 소속 연구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19일 검찰에 출석하며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한 안 전 지사는 취재진에게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소인들께선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무상 위력으로 성관계를 강요한 걸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와, 안 전 지사가 설립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A 씨는 “안 전 지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었다”며 피해를 호소해 왔다. 안 전 지사의 이날 발언은 고소인들의 이 같은 주장을 사실상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검찰은 성관계의 강제성 여부를 두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안 전 지사가 성관계를 맺기 위해 업무상 위력을 사용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 행위에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보여도 직위나 권한의 차이, 근무환경 등 주변 상황을 충분히 살펴봐야 업무상 위력이 작용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주말 동안 충남도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관계자 등 10여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안 전 지사가 김 씨와 A 씨 등 부하 여직원을 대할 때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과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지시를 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안 전 지사와 김 씨가 나란히 찍힌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 등을 분석해 평소 두 사람 관계의 성격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2차 고소인인 A 씨는 16, 18일 이틀에 걸쳐 26시간 동안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A 씨는 “평소 안 전 지사와의 관계가 수직적이었으며 성관계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가져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 역시 검찰에서 “안 전 지사에게 최선의 거절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안 전 지사가 두 고소인에게 성관계를 제안할 때 인사상 불이익 등 압력을 가한 적이 없다”며 “상대가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조금이라도 내비쳤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성폭력을 폭로한 두 번째 피해자가 14일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안 전 지사 측은 처음으로 “성관계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히면서도 “강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A 씨의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그리고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안 전 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 씨(33)에 이어 두 번째 고소다. 앞서 김 씨는 6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혐의로 안 전 지사를 고소했다. A 씨는 여기에 강제추행 혐의를 추가했다.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인정된다. 가해자가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신체 접촉을 했을 때 성립된다. 강제추행이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상대가 반항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면 법정에서 강제추행죄가 인정되는 추세다. 그래서 폭행과 협박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A 씨는 2008년 안 전 지사가 설립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서 일한 연구원이다. 그는 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지사로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서울과 충남 등지에서 성추행을,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세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A 씨의 폭로 다음 날인 8일 안 전 지사는 충남도청에서 열려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A 씨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기에 안 전 지사는 공식적으로 연구소와 관련이 없었다. A 씨의 법적 대리인인 오선희 변호사는 “연구소와 안 전 지사의 관계를 설명하는 자료를 고소장과 함께 제출했다”고 말했다. A 씨 측이 제출한 자료는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었다는 걸 설명하는 자료로 보인다. 고소 후 A 씨 변호인단은 “피해자는 권력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말하지 못했다. ‘미투 운동’으로 용기를 내서 고소한 사건이지만 2차 피해가 우려돼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A 씨의 안전을 위해 검찰 측에 위치 추적과 신변 보호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A 씨의 폭로 후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던 안 전 지사 측은 이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은 “김지은 씨와 마찬가지로 좋은 감정을 갖고 만난 사이여서 구체적인 만남 등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씨와 마찬가지로 성관계는 있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는 취지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유주은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비서였던 김지은 씨(33)는 그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업무상 위력 간음) 혐의로 고소했다. 상급자가 하급자 동의 없이 성관계를 맺은 혐의다. 폭행이나 협박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위세에 눌린 하급자가 마지못해 성관계를 한 것이 입증되면 유죄다. 권력형 성범죄 단죄를 위해서다. 13일 동아일보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업무상 위력 간음’ 사건에 내려진 법원 판결을 분석했다. 이 기간 중 이뤄진 판결은 9건. 최근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통해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례가 쏟아지고 있지만 막상 법정까지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9건 중 8건은 유죄로 판결났다.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었거나 여러 명에 이르는 등 상습성이 입증된 경우다. 물리력을 동원한 성폭행에 비해 수사 과정에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지만 기소가 이뤄지면 처벌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제3의 피해자 가능성까지 제기된 안 전 지사도 비슷한 방식의 범행이 확인되면 유죄 가능성이 크다.○ 재판 넘겨지면 유죄·실형 판결 유력 업무상 위력 간음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재판 8건 중 7건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1건은 집행유예였다. 앞서 대법원은 2007년 “위력이란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勢力)으로 사회·경제·정치적 지위와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업무·고용의 상하관계라고 해서 무조건 위력이 작용하는 관계로 보지 않는다. 그 대신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하고 약물 등으로 피해자를 불가항력 상태에 빠뜨린 경우 유죄가 내려졌다. 피해자의 지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가해자에게 완전히 종속된 경우도 있었다. 비슷한 수법으로 여러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경우도 유죄에 해당됐다. 회사 대표 A 씨(64)는 여직원 2명을 상대로 성관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사무실 문을 잠그고 퇴근을 막았다. A 씨는 면접을 보러 온 20대 여성 6명에게 “취업시켜 주겠다”며 유인해 추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위력을 행사해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자영업자인 B 씨(38)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19세 여직원에게 최음제 등 약물을 음료에 몰래 타서 먹인 뒤 성폭행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이 가해졌다고 판단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기업체 간부인 C 씨(59)는 여직원을 3차례 추행하고 4차례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다. C 씨는 “시골로 보내버리겠다”는 등의 인사 불이익을 거론하며 피해자를 위협했다. 그는 같은 직장에 있는 피해자 남편의 인사권까지 쥐고 있었다.○ 상습성 입증이 관건 안 전 지사와 김 씨는 업무 과정에 있어 수직적 관계이다. 하지만 최근 1년간의 판례를 볼 때 이것만으로 강압적 성관계였다는 걸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한 변호사는 “추행과 간음이 반복되는데 김 씨가 왜 피하지 않았느냐는 재판부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유죄 판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검찰은 ‘상습성’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안 전 지사가 김 씨 외에 여러 하급직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면 업무상 위력 간음이 상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서부지검은 안 전 지사에게 세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에 대해 이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고소가 접수되지 않았지만 안 전 지사의 혐의 입증을 위해 검찰이 선제적 수사에 나선 것이다. 또 이날 오후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도지사 집무실과 비서실 관사, 그리고 경기 광주시에 있는 안 전 지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차량 블랙박스 자료와 행사 일정이 촬영된 동영상도 확보했다. 두 사람 외에 세 번째 피해자가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13일 “추가 피해자가 최소 1명 이상 있고 피해 내용도 기존 사례와 유사하다. 그분도 고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상 위력 간음죄를 규정한 형법 303조는 ‘상습범의 경우 가중 처벌한다’는 조항이 적용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안 전 지사가 2명 이상의 여성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유죄뿐 아니라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유주은 / 홍성=지명훈 기자}

용기를 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동참한 여성들이 다시 고통을 호소하고 나섰다. 성폭력 폭로 이후 자신들을 향한 2차 가해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비서였던 김지은 씨(33)는 12일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김 씨가 자신의 심경을 직접 정리해 변호인단에 배포를 요청한 것이다. 편지는 A4용지 2장 분량이다. 김 씨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캠프에 참여해 열심히 일했지만 지금은 도려내고 싶은 시간으로 기억된다”며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큰 권력 앞에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저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숨죽여 지내고 있다. 신변에 대한 보복도 두렵고 온라인을 통해 가해지는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돼 있다. 예상했지만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김 씨와 가족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퍼지고 있다. 김 씨 폭로의 배후에 안 전 지사를 끌어내리려는 세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 씨 아버지가 대전지역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및 자유선진당 당협위원장이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당과 전 선진당 관계자는 “당협위원장과 간부 명단에 김 씨 아버지와 같은 이름은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저는 평범한 사람이다. 저와 가족은 어느 특정 세력에 속해 있지 않다. 거짓 이야기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누구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에 관한 거짓 이야기는 수사를 통해 충분히 바로잡힐 것이라 두렵지 않다. 다만 제 가족에 대한 허위 정보는 만들지도, 유통하지도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배우 조민기 씨(53)의 성폭력을 실명 폭로한 여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9일 조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지난달 실명으로 미투에 참여했던 배우 송하늘 씨(28)의 페이스북에는 악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당신 때문에 조민기가 죽었다” “미투 운동으로 배우를 죽인 살인자니 죄책감을 가져라” 등의 내용이다. 송 씨의 친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악성 댓글을 캡처한 화면을 SNS에 올린 뒤 2차 피해에 대한 도움을 호소했다. 미투 참여자 보호 방안도 마련된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는 성폭력을 폭로한 피해자가 무고나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을 경우 공익 목적을 가려 불기소 처분을 적극 검토하라고 법무부와 검찰에 권고했다. 폭로 내용이 사실이고 공공에 큰 도움이 된다면 미투 참여자에 대한 처벌을 최소화하라는 의미다. 대책위는 또 성폭력 사건 수사가 끝날 때까지 피해자의 무고나 명예훼손 피소 사건 수사를 중단하는 등의 수사지침 마련도 제시했다. 여성가족부는 미투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과 경찰에 대한 교육 강화를 권고했다.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피해자에게 진술을 강요하고 범죄와 관련없는 내용을 질문하거나 가해자와의 무리한 대질신문으로 자칫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의 2차 피해는 자칫 당사자의 수치심과 불안감을 키우고 수사기관을 불신하게 해 추가 증언이나 신고를 꺼리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이지훈 easyhoon@donga.com / 홍성=지명훈 / 김하경 기자}

용기를 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동참한 여성들이 다시 고통을 호소하고 나섰다. 성폭력 폭로 이후 자신들을 향한 2차 가해를 감당키 어려워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비서였던 김지은 씨(33)는 12일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김 씨가 자신의 심경을 직접 정리해 변호인단에 배포를 요청한 것이다. 편지는 A4용지 2장 분량이다. 김 씨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캠프에 참여해 열심히 일했지만 지금은 도려내고 싶은 시간으로 기억된다”며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큰 권력 앞에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저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숨죽여 지내고 있다. 신변에 대한 보복도 두렵고 온라인을 통해 가해지는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돼 있다. 예상했지만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김 씨와 가족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퍼지고 있다. 김 씨 폭로의 배후에 안 전 지사를 끌어내리려는 세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 씨 아버지가 대전지역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및 자유선진당 당협위원장이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당과 전 선진당 관계자는 “당협위원장과 간부 명단에 김 씨 아버지와 같은 이름은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저는 평범한 사람이다. 저와 가족은 어느 특정 세력에 속해 있지 않다. 거짓 이야기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누구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에 관한 거짓 이야기는 수사를 통해 충분히 바로 잡힐 것이라 두렵지 않다. 다만 제 가족에 대한 허위 정보는 만들지도, 유통하지도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배우 조민기 씨(53)의 성폭력을 실명 폭로한 여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9일 조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지난달 실명으로 미투에 참여했던 배우 송하늘 씨(28)의 페이스북에는 악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당신 때문에 조민기가 죽었다” “미투 운동으로 배우를 죽인 살인자니 죄책감을 가지라” 등의 내용이다. 송 씨의 친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악성 댓글을 캡처한 화면을 SNS에 올린 뒤 2차 피해에 대한 도움을 호소했다. 미투 참가자의 2차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 오르자 정부가 직접 나섰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는 이날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역으로 고소되는 두려움과 2차 피해 때문에 신고를 주저하지 않도록 안전한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하라”고 법무부와 검찰에 권고했다. 또 조직 내에서 2차 피해를 유발한 사람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행동수칙 매뉴얼 등의 마련도 제시했다. 여성가족부도 미투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과 경찰에 대한 교육 강화를 권고했다.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강요하고 범죄와 관련 없는 내용을 질문하거나 가해자 대질신문 과정에서 자칫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의 2차 피해는 자칫 당사자의 수치심과 불안감을 키우고 수사기관을 불신하게 해 추가 증언이나 신고를 꺼리게 할 수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한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33)가 12일 변호인단을 통해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폭로 후 김 씨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온라인에 나와 2차 피해가 커지자 김 씨가 직접 편지로 심경을 밝혔다. 김 씨 변호인단은 이날 “온라인 공간 및 일부 언론기사에서 김 씨와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과 정확하지 않은 개인정보 유포가 매우 심각해 2차 피해가 크다”며 “김 씨가 자신의 심경 직접 써서 언론 배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A4용지 2장 분량 편지에서 김 씨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안희정 전 지사 대선 경선) 캠프에 참여했고 열심히 일했지만 지금은 도려내고 싶은 시간으로 기억될 뿐”이라며 “잊고 싶고 말할 수 없던 그 힘겨웠던 기억들이 지난 2월 말 다시 일어났다.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았고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막고 싶었기에 사건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그 큰 권력 앞에 저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방송 출연 이후 잠들지 못하고 여전히 힘든 상태다. 정상적인 생활하지 못하고 숨죽여 지내고 있다. 신변에 대한 보복도 두렵고 온라인을 통해 가해지는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 예상했던 일들이지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김 씨는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누가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누구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다. 저에 관한 거짓 이야기들은 수사를 통해 충분히 바로 잡힐 것들이다. 다만 제 가족들에 대한 허위 정보는 만들지도, 유통하지도 말아 달라”고 밝혔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성폭행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성폭행이 벌어진 장소를 압수수색하고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증거 수집에 나섰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7일 오후 안 전 지사의 전 비서 김지은 씨(33)가 성폭행을 당한 장소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하고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검찰은 영상에서 김 씨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시기에 안 전 지사와 김 씨가 오피스텔을 출입한 장면 등을 확인 중이다. 이날 오전 7시경 안 전 지사 측은 안 전 지사가 설립한 싱크탱크인 마포구 서교동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서 상자 10여 개 분량의 책자와 서류, 사무용품 등을 빼내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 연구소는 안 전 지사가 서울로 출장을 왔을 때 수행비서나 측근과 함께 사적인 업무를 본 곳이다. 이에 안 전 지사가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자료를 폐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염두에 두고 정리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이날 김 씨가 아닌 다른 여성 A 씨도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해 고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 씨는 2016년 8월∼2017년 1월 서울 여의도의 호텔 등에서 안 전 지사에게 세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검찰은 안 전 지사의 추가 성폭행 의혹을 조사 중이다. 안 전 지사는 변호인 2, 3명을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는 8일 오후 3시 충남도청에서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다. 안 전 지사 측은 “국민, 도민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올리겠다”고 밝혔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정현우 기자}

검찰이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 수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안 전 지사 측의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변호인 선임 등 공식적인 절차는 8일 안 전 지사 입장 발표 이후로 미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검찰 수사에 대비해 꼼꼼히 준비하는 모습이다. 7일 오전 7시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5층 건물 앞. 남성 2명이 책자와 사무용품 등 각종 물건이 담긴 상자들을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이들은 수차례 건물과 주차장이 직접 연결되는 통로를 통해 짐을 들고 내려왔다. 이어 주차장에 있던 남색 1t 트럭 짐칸에 실었다. ‘247명의 대통령’ ‘안희정과 함께, 혁명’ 등 안 전 지사의 저서가 보였다.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게 밀봉된 상자 10여 개도 짐칸에 실려 있었다. 약 1시간 후 이들은 상자를 단단히 고정하는 작업을 마친 뒤 황급히 건물을 떠났다. 이들이 다녀간 곳은 이 건물 3층에 있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안 전 지사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곳이다. 2008년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던 안 전 지사의 주도로 설립된 정책연구소다. 원래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다가 2014년 이곳으로 옮겼다. 정책 연구와 함께 다양한 강연이 열리기도 한다. 김지은 씨(33)의 폭로 후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으로 점쳐지던 곳 중 하나다. 더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이 정책 연구뿐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자주 활용됐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 측근에 따르면 더연은 안 전 지사가 서울에 올 때마다 사적인 업무를 보는 공간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더연은 안 전 지사가 주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러 들르는 곳이다. 공적 업무를 보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수행비서나 정무 쪽 직원 등 소수만 동행해서 들렀다. 최근에도 다녀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더연에서 수많은 자료가 외부로 옮겨진 것에 의심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자료를 정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더연 관계자는 “2008년쯤 행사를 하고 남은 책들인데 중립성에 어긋난다고 트집 잡힐까 봐 치우는 것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염두에 두고 정리한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부장검사 오정희)가 7일 오후 늦게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증거가 사라지기 전 서둘러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은 김 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장소 중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러시아와 스위스, 서울에서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약 3시간에 걸쳐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오피스텔 내부를 압수수색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로 예정된 변호인 선임을 일단 미뤘다. 안 전 지사가 8일 충남도청에서 공식 입장을 표명키로 했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의 측근인 신형철 전 비서실장은 “일단 내일 직접 사과가 우선이다. 그 후에 변호사 선임을 고려해 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서울 지역에서 변호인을 만나 법률 조언을 받고 있으며 2, 3명 선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는 측근들과 수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유주은 / 홍성=지명훈 기자}
검찰이 6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조만간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33)를 불러 피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날 김 씨는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김 씨의 변호인 장윤정 변호사는 “피해자의 가장 큰 뜻은 이 사건이 공정하고 정대하게 수사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장소 중 한 곳을 관할하는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길 원했다고 장 변호사는 전했다.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안 전 지사를 수행해 러시아와 스위스, 서울로 출장을 갔을 때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서울에서 수행비서나 측근과 함께 마포구의 한 사무소에서 사적인 업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찰은 안 전 지사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으나 김 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김 씨는 고소장에 검찰 수사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지사의 측근은 “변호사를 만나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홍성=지명훈 mhjee@donga.com / 이지훈 기자}

“안희정 지사가 지난달 25일 밤에 저를 불러 ‘미투를 보면서 너에게 상처가 되는 줄 알았다’며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날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결국 하더라고요.” 안희정 충남도지사(53)의 정무비서 김지은 씨(33)는 5일 jtbc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당한 성폭행 피해를 힘겹게 털어놨다. 김 씨는 바짝 마른 입술로 “저에게 미투 언급을 하고 사과까지 한 상태에서 또다시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아, 여기는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 하고 절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한테 가장 두려운 것은 안 지사이다. 제가 오늘 이후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미안하다’며 계속 성폭행”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동안 안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시기와 장소 및 당시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러시아, 9월 스위스 출장 등을 수행하며 피해를 당했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지는 텔레그램으로 안 지사와 비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안 지사는 성폭행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방을 통해 ‘미안하다’ ‘내가 부족했다’ ‘다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의 풍경만 기억해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김 씨는 “있는 기억이지만 없는 기억으로 살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미안함을 표시하면서도 성폭행을 계속했다는 게 김 씨의 증언이다. 김 씨는 “스위스 출장 때 안 지사에게 ‘아니에요’ ‘아닌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라고 하며 머뭇거렸더니 침대에서 소파로 데려가 계속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니에요’라는 표현이 “최대한의 방어”였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평소 김 씨에게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라고 하는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지사를 지켜야 한다” “네 생각을 얘기하지 말고 그림자처럼 살라”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제가 머뭇거리면서 어렵다고 했던 것은 최대한의 거절이었고 지사님은 그걸 알아들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김 씨와의 성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씨는 “제가 원해서 했던 관계가 아니다”라며 “지사님은 제 상사이고 그의 권력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 “다른 성폭행 피해자들 있다”…안희정 잠적 김 씨는 안 지사의 성폭행이 계속되자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여러 번 SOS를 보냈고 한 선배에게 피해 사실을 얘기했지만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일단 거절하라고 해서 스위스에서 거절을 했지만 결국에는…”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안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더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신다면 그분들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밝힌 성폭행 피해는 모두 최근 1년 이내 벌어진 일이어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안 지사는 형사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도 남궁영 행정부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지사를 만나러 도지사 공관에 갔는데 없었다. 안 지사와 통화를 했는데 ‘가능한 한 빨리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홍성=지명훈 mhjee@donga.com / 이지훈 기자}

자신의 비서인 김지은 씨(33)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53·사진)가 의혹 제기 하루 만에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정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부로 도지사직을 내려놓겠다.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이어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비서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뒤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다. 모두 다 제 잘못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안 지사로부터 네 차례 성폭행과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김 씨는 자신 외에 안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복수의 피해자가 더 있다고 밝혔다. 안 지사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 홍보 업무를 맡았던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수행비서를 하다 최근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겼다. 김 씨는 5일 jtbc에 출연해 “지난 8개월 동안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고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러시아와 스위스에 안 지사를 수행해 출장을 갔을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스위스에선 “아니에요”, “모르겠어요”라고 했는데도 안 지사가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또 도청이 있는 충남 홍성에서 서울로 출장 갔을 때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안 지사가 성폭행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방을 통해 ‘미안하다’, ‘괘념치 마라’, ‘다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 풍경만 기억해라’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올 2월 25일 안 지사가 밤에 불러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언급하면서 “미안하다. 너 그때 괜찮았냐”고 한 뒤 성폭행을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크다는 걸 알기에 늘 그의 기분을 맞추고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안 지사는 “부적절한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6일 페이스북에서는 “모두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성폭행 의혹이 알려진 5일 오후 9시 국회 당 대표 사무실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안 지사에 대해 만장일치로 출당 및 제명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제명은 당적을 박탈하는 것으로 정당에서 당원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징계 수위다. 민주당은 6일 오전 곧바로 당 윤리심판원을 열어 징계를 의결하기로 했다. 추미애 대표는 회의 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안 지사 관련 보도에 대해 당 대표로서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조동주 djc@donga.com·이지훈·박성진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53)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비서 김지은 씨(33)의 폭로가 나오자 누리꾼들은 “배신감을 느낀다”며 분개했다. 지지자마저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불거졌음에도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안 지사에게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여권 지지층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지사 성폭행 폭로의 파장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까지 번질까 우려했다. 5일 오후 8시 반경 김 씨의 폭로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 1∼10위는 ‘안희정’ ‘김지은’ ‘안희정 성폭행’ ‘김지은 정무비서’ ‘안희정 김지은’ 등 안 지사와 김 씨 관련 단어로 채워졌다. 이 폭로를 다룬 인터넷 기사들에 달린 3만 개 넘는 댓글 대부분 “역시 정치인은 믿으면 안 되는 거였다”며 분개하는 내용이었다. 안 지사를 옹호하는 댓글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자신을 친여 성향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과정과 진실을 떠나 매우 화가 난다. 잠시나마 이 나라에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리 생각했던 모든 지지자들을 기만한 안희정을 용서할 수가 없다”고 적었다. 이 댓글은 5만 건 가까운 공감을 받았다. “안희정이 부인 사랑한다고 애처가 행세하더니 ×레기 같다” “도덕성 결여된 안희정을 보면서 고소인(김 씨)만큼 우롱당한 나도 많이 화가 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안 지사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열혈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안 지사가 1일 올린 3·1절 기념글에는 “몇 년 전부터 당신 이름 석 자 알리겠다고 다녔는데 당신은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당신 때문에 민주당이 ‘그놈이 그놈이다’ 소리를 듣는다” “올해부터 투표권을 가진 아이에게 오래전부터 당신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는데 이제 뭐라고 해야 하냐” 등의 격앙된 글이 이날 오후 11시 현재 200개 넘게 달렸다. 설령 김 씨와의 성관계가 합의하에 이뤄졌다는 안 지사의 해명을 믿더라도 불륜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 안 지사의 해명에 대해 “너무 실망했습니다. 합의된 관계? 그게 말이 되나요” 등의 반응도 나왔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연정을 주장한 안 지사를 빗대 “여자관계도 대연정”이라며 비아냥대는 반응도 있었다.조동주 djc@donga.com·이지훈 기자}

고은 시인(85)이 영국의 한 출판사에 보낸 성명을 통해 자신의 성추문을 부인하자 이를 반박하는 두 번째 실명 폭로가 나왔다. 앞서 최영미 시인(57)이 자신의 시 ‘괴물’과 동아일보에 보낸 글을 통해 처음 폭로한 데 이어 박진성 시인(40)이 5일 자신의 블로그 등에 성추행 목격담을 올렸다. 2001년 등단한 박 시인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고En 시인의 추행에 대해 증언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에 따르면 고 시인은 2008년 4월 충남의 한 대학에서 연 강연회 뒤풀이에서 20대 여성 대학원생의 신체를 더듬고 자신의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등 성폭력을 저질렀다. 박 시인은 “어제 고 시인의 입장 표명을 보고 다시 참담함을 느꼈다. 궁색한 변명이다. 내가 보고 듣고 겪은 바로는 최 시인의 증언은 거짓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안희정 지사가 지난달 25일 저를 부르더니 ‘미투’ 열풍을 언급하며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안 지사는 그날마저 저에게 ‘그 짓’을 했습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현직 정무비서 김지은 씨(33)는 5일 jTBC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당한 성폭행 피해를 힘겹게 털어놨다. 김 씨는 “최근 미투 열풍에 안 지사가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알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성관계를 요구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안 지사가 가장 두렵다. 저의 안전을 국민들이 지켜주셨으면 하는 심정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김 씨, “다른 피해자들도 있다” 김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성폭행을 당한 시간과 장소까지 명확히 밝혔다. 지난해 7월 러시아, 9월 스위스 출장 등을 수행하며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김 씨가 안 지사에게 “아니에요” “아닌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라고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표현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김 씨는 “평소 안 지사가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라고 하는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지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자주 말했다”며 “제가 어렵다고 했던 것은 저한테 최대한의 거절이었고 지사님은 그걸 알아들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안 지사가 성폭행을 한 뒤 ‘괘념치 말아라’ ‘잊으라’고 자주 말했다”며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부끄러운 짓을 해서 미안하다’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성폭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안 지사 옆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이니까 제가 얘기했을 때 제가 잘릴 것 같았다. 스위스 출장 직전 전임 수행비서에게 문제 제기를 했지만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또다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안 지사 외에 다른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주변 인물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아 좌절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합의한 성관계”였다는 안 지사의 주장에 대해 “저는 지사님이랑 합의를 하고 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지사님은 제 상사이시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사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 씨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신다면 그분들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여자 문제 우려가 많았는데…” 충남도청 안팎에서는 이런 상황을 우려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도청 관계자는 “주변에서 이렇게 우려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안 지사가 여성에게 친절하기 때문이라고 넘어갔다. 하지만 안팎에서 이런저런 소문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 지사는 여성 팬이 많아 공개적인 스킨십도 자연스러웠다. (김 씨 말대로) 다른 여성 문제가 있다는 의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경선 캠프에서 홍보팀 소속으로 일하다 곧바로 안 지사의 수행비서가 됐다. 수행비서는 별도의 공식절차 없이 지사가 임명한다. 주변에서는 “수행비서는 국내외 출장을 따라 다녀야 하는데 과연 여성이 적합한가”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 지사 측은 그대로 임명했다. 이날 폭로 후 “김 씨는 항상 근심 어린 표정이었는데 이런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던 탓이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안 지사의 잦은 출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안 지사는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뒤 5월부터 9월까지 매달 해외 출장을 나갔다. 올해도 1월부터 임기가 끝나는 6월 말까지 해외출장이 예정돼 있다. 도지사 출장비는 항공료 1등석과 호텔 숙박 등 비용이 만만찮다. 여기에 전문 통역사 항공료와 체재비까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래서 도청 공무원 중에서는 “행정혁신을 내세운 안 지사 때문에 해외 출장을 가도 촉박한 일정을 소화하고 바로 귀국해야 했는데 정작 본인은 긴 해외 출장으로 도정공백을 초래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