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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7시경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에 있는 주중 한국문화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 공연장으로 내려가니 이미 자리가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200석 규모 공연장에 추가로 의자까지 놓아 약 250명이 넘었다. 대부분 중국인으로 아이를 데려온 가족 단위 관객도 적지 않았다. 잠시 뒤 조명이 켜지고 한국어로 번안한 대만 가요 ‘샤위톈(下雨天·비오는 날)’이 흘러나오자 객석에선 반가운 듯 탄성이 이어졌다. 이날 한국에서 온 4인조 밴드 ‘오뮤(OUBA MUSIC)’는 2시간 넘게 13곡을 불렀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중국인 관객들은 앙코르를 외쳤다.》 이날 공연은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열리긴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국 본토에서 한국 대중음악 가수가 공식적으로 가진 사실상 첫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 톈진시에서 기차를 타고 왔다는 위신(21·톈진외국어대) 씨는 “중국에서 좋아하는 그룹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의 회담에서 양국이 문화 분야를 포함한 2단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에 합의한 뒤, 최근 중국에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사라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 측이 2017년 조치를 내린 뒤 코로나19까지 겹치며 한한령이 8년 가까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중국 관계자는 “베이징 중심가에서 열린 한국 공연에 중국인들이 이처럼 많은 관심을 보이는 건 양국 문화교류 재개의 기대감을 높여준다”고 말했다.●韓 대중가수 공연에 연신 환호성 한국 문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과 열정은 공연 시작 전부터 느껴졌다. 소셜미디어로 관람 신청을 받았는데 접수 개시 10초도 안 돼 200석이 모두 매진됐다. 5월 말 열린 홍상수 감독 특별전도 수십 초 만에 표가 다 나갔다. 해외 한국문화원들은 어디나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지만, 주중 한국문화원의 입장은 남다르다. 한한령이 내려진 뒤 중국은 여전히 한국 가수의 공연이나 영화 상영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한한령이 법에 명시되진 않았으나 기획사에서 중국 지방정부에 한국 가수 공연의 승인을 요청하면 여러 이유를 대며 허가를 내주지 않는 식이다. 외교 공관으로 여겨지는 주중 한국문화원은 사실상 중국인들이 자유롭게 한류를 즐기는 유일한 해방구다. 이날 공연은 주중 한국문화원의 ‘문화가 있는 날’ 행사 중 하나다. 올해 13개 팀을 선정했는데, 공모 당시 110여 개 팀이 신청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문화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로 국악이나 전통문화 공연 위주였지만 이번에는 대중음악, 재즈, 비보이 댄스 등으로 장르를 다양화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 오른 오뮤 팀은 주로 중국 가요를 한국어로 번안해 부른다. 유튜브 등에서 주로 활동하는데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더우인(틱톡)’ 구독자만 45만 명일 정도로 중국 내 인지도가 상당하다. 공연을 본 중국인 관객들은 “중국 노래를 한국어로 불러주니 더 감미롭다” “한중 문화 교류의 상징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주로 버스킹 공연을 해온 오뮤는 3년여 만인 올 1월 대만에서 길거리 공연을 했다. 이들은 “비록 실내 공연이지만 베이징에서 노래한 게 꿈만 같다”며 “곧 중국 길거리 공연을 할 날도 오지 않겠냐”라고 소감을 밝혔다.●매달 3500명 넘게 찾는 K컬처 전시관 주중 한국문화원은 1층에 들어서면 왼쪽에 ‘SEE K’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베이징비즈니스센터에서 운영하는 한류 홍보 전시관이다. 입구에 K팝 아이돌의 대형 사진이 세워져 있고, 대형 스크린에서 뮤직비디오가 흘러 나온다. 특히 아이돌 그룹별로 설치된 메시지 벽에는 중국 팬들이 찾아와 남긴 메모가 가득했다. 한한령 이후 중국 공연이 막혔고, 최근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상당한데도 시들지 않은 K팝 인기를 실감케 했다. 5월 칭다오에서 열린 ‘K팝 페스티벌’에는 중국 K팝 커버댄스팀 26팀이 참가하며 성황을 이뤘다. K팝 외에도 한류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전시관에는 한국 게임이나 웹툰, 캐릭터 소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현장에 진열된 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 ‘잔망루피’는 중국의 주요 생활용품 매장들에서도 별도 코너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장 직원은 “진열된 상품을 사고 싶다는 방문객이 많아 상품마다 해당 업체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3일에는 현재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대형 포스터가 설치됐다. 지난달 28일 종영된 최신작이지만 이미 중국 내에서도 관심이 높다. 이날 전시관을 찾은 중국인들은 주인공 등신대 옆에서 연신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해 7월 다시 문을 연 이곳은 매달 평균 3500명이 방문할 정도다. K팝에 열광하는 젊은이들만 찾아오는 게 아니다. 주말이면 중국 학교나 회사에서 수십 명씩 단체로 몰려 온다. 중국 어린이날인 1일 전후로는 유치원생 등도 많이 찾아왔고, 최근엔 중국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단체 관람을 오기도 했다.●서서히 한한령 빗장 푸는 중국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는 이미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지난달 3일 베이징 국가대극원 콘서트홀에서 공연했다. 2017년 2월 중국 공연이 취소된 지 8년 만에 다시 중국 무대에서 선 것이다. 한국의 유명 재즈 아티스트인 마리아 킴도 올해 초 중국에서 소규모 투어를 진행했다. 상대적으로 한한령 벽이 더 높았던 대중음악에서도 희소식이 들렸다. 중국 정부가 한국 인디밴드 ‘세이수미’의 다음 달 12일 베이징 공연을 허가했다. 정재호 주중대사도 “클래식에 이어 한국 대중가수의 중국 내 단독 공연이 허가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지속적으로 관련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중국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해 온 주중 한국문화원도 이런 분위기가 반갑다. 김진곤 원장은 “문화원 행사 때마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중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체감해왔다”며 “2025년과 2026년이 한중일 3국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된 만큼 한류 콘텐츠의 중국 진출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유명 K팝 아이돌 그룹의 중국 공연이 성사되는 등 ‘전면 개방’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공식화한 뒤 중국은 지속적으로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애국주의 성향도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외 스타에 열광하는 모습은 오히려 또 다른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중국 공연업계 관계자는 “중국에는 공통분모가 많은 한국 문화를 서양 문물보다 더 위협적으로 여기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이전처럼 자유로운 문화 교류는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5월 26일부터 대만을 방문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소탈한 행보로 큰 인기를 불러모으는 가운데 공개 행사에서도 대만을 AI의 핵심 지역으로 꼽는 등 친(親)대만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연설 과정에서 대만과 중국을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한 지도까지 공개해 대만 현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황 CEO는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 개막을 이틀 앞둔 2일 대만 타이베이시 국립대만대체육관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대만 지도와 협력사 100여 곳의 로고를 띄운 화면 앞에 서 “대만은 우리의 본거지”라며 “대만과 우리의 파트너십이 세계의 AI 인프라를 구축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대만 기업은 AI 산업 혁신의 후원자로 폭풍이 아무리 커도 항상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다고도 했다.황 CEO는 대만계 미국인이다. 대만에서 태어난 뒤 9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탓에 대만어 구사가 완벽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이번 대만 방문 기간 동안 야시장 등을 다니면서 영어 대신 대만어로 소통하며 대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물론 그의 행보는 단순히 고향이기 때문은 아니다. 엔비디아가 TSMC 등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 속에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핵심 파트너라는 점이 그의 친(親)대만 발언에 주요한 이유라는 해석이 나온다.황 CEO의 기조연설 내내 대만의 AI 역량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황 CEO는 “대만은 이름 없는 영웅이지만, 이미 세계의 중추”라며 “각각의 칩과 모든 컴퓨터 뒤에는 대만 업계 사람들의 노력과 완벽함이 뒷받침됐다”고 말했다. 이날 대만 TSMC에서 생산하게 될 차세대 AI칩 ‘루빈’을 최초 공개한 황 CEO는 연설 마지막 에 사람 크기의 실물 로봇 모델 9개도 함께 선보였다. 로봇에 대해 설명할 때에도 대만이 구축한 차세대 AI 애플리케이션의 산물이며, 대만은 걸을 수 있는 컴퓨터(로봇)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대만 네티즌들은 황 CEO가 기조연설을 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프리젠테이션 영상에서 대만과 중국이 다르게 표시한 된 점에도 주목했다. 엔비디아의 AI 글로벌 네트워크를 설명하는 지도에서 대만을 포함해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은 녹색 블록으로 표시된 반면, 중국 본토와 러시아, 북한, 이란, 아프리카는 회색 지역으로 표시했기 때문이다. 대만 매체 쯔유(自由)시보는 “이 AI지도가 중국의 리틀 핑크(애국주의 네티즌)들의 반발을 살 것”이라고 전했다.이날 기조연설이 진행된 국립대만대학교 경기장에는 행사 3시간 전 3000명이 줄을 섰고, 엔비디아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시청한 사람이 3만3000명에 달했다고 현지 매체들을 소개했다. 특히 행사장에는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장을 비롯해 콴타의 바이린 회장 등 대만의 주요 경제계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1년 6개월 만에 마주 앉은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이 대만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대만해협에서 벌어진 중국군의 ‘도발적인 활동(provocative activity)’에 우려를 표했고, 둥쥔(董軍)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이라고 받아쳤다.오스틴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 직후인 5월 23, 24일 진행된 중국의 대만 포위훈련을 두고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권력 이양을 대만에 대한 강압적 조치의 구실로 삼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둥 부장은 이에 대해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으로, 외부에서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둥 부장은 2일 샹그릴라 대화 기조연설에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 “신성 불가침”이라며 한층 격한 표현으로 대응했다.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둥 부장은 “외부 세력이 분열을 획책하는 살라미 전술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고 대만 문제에 간섭한다”면서 “누구라도 대만을 중국과 갈라놓으려 하면 반드시 뼈가 가루가 돼 자멸할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을 직격했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이 미국 미사일을 배치한 것에 대해서도 “자신이 지른 불에 자신이 타 죽을 것”이라며 험악한 표현을 쏟아냈다.이는 다른 참가국들이 대만해협, 남중국해 주변에서 중국의 군사활동에 대해 잇달아 비판을 내놓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개막식에서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다른 주체(중국)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스틴 장관 역시 미중 국방장관 회담 이후 1일 “(중국이) 법치주의를 거부하고 강압과 공격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이에 징젠펑(景建峯) 중국 합참차장은 1일 현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구축하려 한다”면서 “늑대(미국)를 집에 불러들여 불장난을 해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두꺼비 궁전(蟾宮)에서 보물찾기를 시작한다.” 중국이 지난달 발사한 달 탐사선 ‘창어(嫦娥) 6호’가 달 뒷면에 착륙했다. 창어 6호가 달 뒷면에서 토양 등을 채취해 돌아오면 인류 최초로 이를 성공한 사례가 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일 중국국가우주국(CNSA) 발표를 인용해 “창어 6호가 이날 새벽 목표 지점이던 두꺼비 궁전 뒷면 ‘남극-에이킨 분지’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달에 두꺼비가 산다는 전설을 따 달을 ‘두꺼비 궁전’으로 부른다. 지난달 3일 발사된 창어 6호는 약 한 달 동안 달 주변을 비행하며 근접 제동 등 동작 이행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날 착륙한 창어 6호는 앞으로 날개와 안테나 등의 상태를 점검한 뒤 본격적인 샘플 채취 작업을 진행한다. 약 2kg의 달 뒷면 샘플을 채취해 25일경 지구로 귀환하는 게 목표다. 인류는 그간 10차례에 걸쳐 달 표면 샘플 채취에 성공했지만 모두 달 앞면에서만 진행됐다. 달 뒷면은 착륙 가능한 시간이 짧아 도전이 쉽지 않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인류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중국이 걷게 됐다”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달 뒷면 샘플을 확보하면, 달 양면의 차이점과 약 45억 년 전 달의 형성 과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은 21세기에 들어서며 우주항공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03년 ‘창어 프로젝트’라는 달 탐사 계획을 수립한 뒤, 2013년 무인 탐사선 ‘창어 3호’를 달에 착륙시켜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달에 착륙한 국가가 됐다.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에 무인 탐사선을 착륙시켰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달 탐사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인도와 일본의 무인 탐사선도 각각 달에 착륙했다. 미국은 올 2월 민간기업 최초로 ‘인튜이티브머신스’가 무인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켰다. 미국은 2027년 달에 다시 유인 탐사선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싱가포르에서 열린 21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1년 6개월 만에 마주 앉은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이 31일 대만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군의 도발적 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둥쥔(董軍)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이라고 받아쳤다.오스틴 장관은 이날 미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 직후인 5월 23, 24일 진행된 중국의 대만 포위훈련을 두고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권력 이양을 대만에 대한 강압적 조치의 구실로 삼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둥 부장은 이에 대해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으로, 외부에서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둥 부장은 2일 기조연설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신성 불가침”이라며 날을 세웠다. 미국과 필리핀 등이 중국의 해당 지역 군사 활동에 대해 비판하고 나서자 강력하게 맞대응한 것이다.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둥 부장은 “외부 세력이 분열을 획책하는 ‘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고 대만 문제에 간섭한다”며 “누구라도 대만을 중국과 갈라놓으려 하면 반드시 뼈가 가루가 돼 자멸할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을 직격했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이 미국 미사일을 배치한 것에 대해서도 “자신이 지른 불에 자신이 타 죽을 것”이라며 험악한 표현을 쏟아냈다.이는 다른 참가국들이 첫날부터 중국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잇따라 내놓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31일 개막식에서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이 다른 주체(중국)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스틴 장관 역시 1일 “(중국이) 법치주의를 거부하고 강압과 공격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이에 징젠펑(景建峯) 중국 합참차장은 1일 현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미국이 아시아 버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구축하려 한다”면서 “늑대(미국)을 집에 불러들여 불장난을 해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홍콩에서 전 야당 의원부터 학생까지 민주화 인사 47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던 이른바 ‘홍콩 47 사건’ 연루자 14명에게 무더기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유죄를 받은 이들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홍콩 법원은 30일 국가 전복 혐의로 2021년 기소됐던 민주화 인사 47명 가운데 14명에 대한 최종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기소 과정에서 이미 유죄를 인정한 31명을 뺀 16명에 대해서만 이뤄졌으며, 나머지 2명은 무죄가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이들이 체포된 지 3년 4개월여 만에 내려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이 의회를 장악하고 예산안 등을 거부했다면 국정 운영에 심각한 방해를 받았을 것”이라며 “폭력적 행위가 아니라도 국가 전복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 47 사건은 2020년 7월 치러진 야권 의원 단일화 예비선거에 나섰던 민주화 인사 47명을 대거 체포한 사건이다. 학생 운동가 조슈아 웡,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 등 홍콩의 유명 민주파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던 범민주진영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세력을 결집시켜, 2개월 뒤에 치러지는 입법회(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고 했다. 비공식 선거였지만 홍콩 시민 60만 명 이상이 호응하며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그해 입법회 선거를 갑자기 연기해 버렸다. 그 뒤 이듬해 1월 이들 민주화 인사를 포함한 야권 관계자들을 대거 체포했다. 당시 홍콩 검찰은 “의회를 장악해 국가를 전복시키려고 했다”며 47명을 기소했다. 이들엔 예비선거를 주도한 타이 전 교수와 대표적인 청년 운동가 조슈아 웡 등도 포함됐다. 민주화 인사들이 구금돼 조사를 받는 동안, 홍콩 정부는 2021년 9월 ‘애국자(친중 인사)’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꿨다. 약 3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에 치러진 입법회 선거에서 결국 친중파가 의회를 독차지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적 정치 과정이나 법치 등을 모두 완전히 무시한 판결”이라고 비난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홍콩에서 전 야당 의원부터 학생까지 민주화 인사 47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던 이른바 ‘홍콩 47 사건’ 연루자 14명에게 무더기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유죄를 받은 이들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홍콩 법원은 30일 국가 전복 혐의로 2021년 기소됐던 민주화 인사 47명 가운데 14명에 대한 최종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기소 과정에서 이미 유죄를 인정한 31명을 뺀 16명에 대해서만 이뤄졌으며, 나머지 2명은 무죄가 내려졌다.이번 판결은 이들이 체포된 지 3년 4개월여 만에 내려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이 의회를 장악하고 예산안 등을 거부했다면 국정 운영에 심각한 방해를 받았을 것”이라며 “폭력적 행위가 아니라도 국가 전복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홍콩 47 사건은 2020년 7월 치러진 야권 의원 단일화 예비선거에 나섰던 민주화 인사 47명을 대거 체포한 사건이다. 학생 운동가 조슈아 웡,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 등 홍콩의 유명 민주파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던 범민주진영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세력을 결집시켜, 2달 뒤에 치러지는 입법회(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고 했다. 비공식 선거였지만 홍콩 시민 60만 명 이상이 호응하며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이에 홍콩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그해 입법회 선거를 갑자기 연기해버렸다. 그 뒤 이듬해 1월 이들 민주화 인사를 포함한 야권 관계자들을 대거 체포했다. 당시 홍콩 검찰은 “의회를 장악해 국가를 전복시키려고 했다”며 47명을 기소했다. 이들엔 예비선거를 주도한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와 대표적인 청년 운동가 조슈아 웡 등도 포함됐다.민주화 인사들이 구금돼 조사를 받는 동안, 홍콩 정부는 2021년 9월 ‘애국자(친중 인사)’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꿨다. 약 3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에 치러진 입법회 선거에서 결국 친중파가 의회를 독차지했다.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적 정치 과정이나 법치 등을 모두 완전히 무시한 판결”고 비난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여소야대인 대만 입법원(국회)에서 28일 의회 권력을 강화하고 총통 및 행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친(親)중국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이 통과를 주도했고 제2야당 민중당도 동조했다.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취임 8일 만에 이 법안이 통과되자 집권 민진당 및 지지층은 “중국만 이득을 볼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만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입법원은 참석 의원 103명 중 58명의 찬성으로 이 법안을 가결했다. 입법원 113석 중 국민당과 민중당은 각각 52석, 8석을 보유하고 있다. 두 당이 협력하면 민진당(51석)이 대항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법안은 그간 선택 사항이었던 총통의 의회 국정연설을 의무화했고, 총통이 반드시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도록 했다. 각종 기밀문서에 대한 의원들의 접근권을 확대했고, 의원들이 공무원과 민간인을 마음대로 공청회에 출석시킬 수 있다. 공청회에서 거짓 증언을 하면 최대 20만 대만달러(약 845만 원)의 벌금 혹은 징역형에 처해진다. 국방비 등 정부 예산에 대한 의회 통제권도 강화된다. 다만 의회 통과 후에도 총통이나 행정원이 법안을 거부할 수 있어 최종 발효 여부는 불분명하다. 줘룽타이(卓榮泰) 행정원장(총리)은 법안 통과 직후 “이 법은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고 권력 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라이 총통이 이를 거부한다면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며 극심한 분열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진당과 국민당 의원들은 17일에도 이 법안 통과를 놓고 의회에서 난투극을 벌였다. 민진당 지지 성향의 시민들은 법안 통과 당일인 28일 밤에만 약 7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야권이 충분한 토론 없이 졸속으로 법안을 처리하려 한다”고 항의했다. 현장에는 ‘중국은 대만에 간섭하지 말라’ ‘어제의 홍콩은 오늘의 대만’ 등 반중 구호도 등장했다. 이 시위가 타이베이 입법원 건물 주변의 칭다오둥루(靑島東路)에서 주로 벌어졌기에 일각에서는 ‘파랑새 운동’으로도 부른다. ‘칭다오’가 행복 및 둥지 보호를 상징하는 ‘칭냐오(靑鳥·청조)’ 즉 파랑새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 속에 27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가까운 이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한일 양국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한미일 3각 협력의 균열을 노리고 ‘약한 고리’로 꼽히는 한국에 구애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27일자에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의 전날 회담 내용을 사진과 함께 1면에 실었다. 2면에 보도한 리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회담에 비해 한중 지도자의 만남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한국과의 협력에 대한 중요성과 그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관영 매체들도 3국 정상회의와 관련해 미국에 대한 견제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미국이 배타적인 ‘작은 서클’에 한국과 일본을 묶어두며 ‘중국-러시아-북한’ 대 ‘한국-미국-일본’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면서 “이번 회의가 한일 양국이 합리적인 대중 정책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도 전문가를 인용해 “한중일은 블록 대결을 선택할 것인지, 운명공동체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전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으로서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불편하게 지켜보면서도 한미일 협력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는 워싱턴포스트(WP)에 “한일 양국에서 중국 행동 및 의도에 대한 우려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이라는 더 큰 맥락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성과가 있다면 경제나 비(非)안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번 회담이 누구의 안보 셈법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세계를 누비는 대만의 비공식 홍보대사이자 자유를 옹호하는 대변인.”(로이터통신)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드래그 퀸(drag queen)’인 대만계 미국인 님피아 윈드(28)가 대만의 주권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대만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님피아는 대만 총통부 공연을 계기로 거침없는 정치적 행보를 보여 대만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드래그 퀸이란 여성적 옷차림이나 행동으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성 예술가를 일컫는다. 패션 디자이너인 님피아는 미국에서 태어나 홍콩과 대만에서 자랐다. 고교 시절 K팝 걸그룹을 보며 여장에 심취한 그는 2018년부터 대만 드래그 퀸 쇼에 참여했다. 특히 올해 초 미국 케이블채널 로고TV의 리얼리티 쇼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시즌16에서 우승하며 유명해졌다. 대만에선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의 취임식(20일) 직전인 15일 동료들과 선보인 총통부 공연이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님피아 역시 “세계 최초로 드래그 쇼를 개최한 국가수반 집무실일 것”이라며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님피아는 대만의 정치, 사회 이슈에 적극 의견 표명을 하고 있다. 25일 타이베이 공연 직전엔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우리는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님피아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배제시키려는 상황에서 대만의 활기찬 포용성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은 아시아에서 성소수자의 권리 강화에 앞장서 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차이 전 총통이 집권한 뒤인 2019년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해마다 10월이면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프라이드 퍼레이드’(성소수자 행진)도 열린다. 최근 동성 부부의 대리모 출산을 인정해주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미 CNN방송은 “섬 원주민과 중국인의 융합, 식민통치 시절 네덜란드와 일본 문화 유입 등의 역사를 지닌 대만은 소수자에 대한 관대함이 깊게 뿌리내려 있다”고 평가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 속에 27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가까운 이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한일 양국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한미일 3각 협력의 균열을 노리고 ‘약한 고리’로 꼽히는 한국에 구애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27일자에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의 전날 회담 내용을 사진과 함께 1면에 실었다. 2면에 보도한 리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회담에 비해 한중 지도자의 만남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한국과의 협력에 대한 중요성과 그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중국의 관영 매체들도 3국 정상회의와 관련해 미국에 대한 견제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미국이 배타적인 ‘작은 서클’에 한국과 일본을 묶어두며 ‘중국-러시아-북한’ 대 ‘한국-미국-일본’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면서 “이번 회의가 한일 양국이 합리적인 대중 정책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도 전문가를 인용해 “한중일은 블록 대결을 선택할 것인지, 운명공동체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전했다.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으로서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불편하게 지켜보면서도 한미일 협력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는 워싱턴포스트(WP)에 “한일 양국에서 중국 행동 및 의도에 대한 우려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이라는 더 큰 맥락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성과가 있다면 경제나 비(非)안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번 회담이 누구의 안보 셈법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한국과 중국이 2015년 12월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한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도 재가동하고, 양국 공급망 협력을 위한 한중 수출통제대화체도 출범한다. 한국과 일본은 자원협력대화를 마련해 공급망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양국의 수소협력강화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취임 후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 강화 페달을 밟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중일 협력 강화에도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경제무역에서 과도한 범정치화와 범안보화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 속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전선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각각 회담을 진행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한중 FTA는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재개되는 한중 FTA 2단계 협상에서 문화와 관광 분야의 양국 개방 확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보다 활발히 투자하고, 보다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펼칠 수 있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제, 투자 지원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법치에 기반한 시장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리 총리는 “첨단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의 수출을 규제하는 분야에서 한국에 협력 강화를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는 한중 외교안보 대화 신설에도 뜻을 모았다. 외교부와 국방부 당국 간 2+2 협의체 첫 회의를 6월 중순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라인야후 지분 매각 논란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과 불변이라는 원칙하에 이해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은 수소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한일 수소협력대화를 6월 신설하기로 했다.中 한한령에 막혔던 ‘관광 등 서비스 시장 개방’ 협상, 내달 재개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 합의 中 사드 보복으로 2017년 논의 중단… 내달초 수석대표회의 열기로13년째 중단된 투자협력위도 재개… 수출통제대화체 만들어 공급망 소통 한국과 중국이 2017년 말부터 논의를 시작하고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분야 협상에 고삐를 당기기로 했다. 그간 상품 중심으로 이뤄지던 양국 간 시장 개방이 문화, 관광 등 서비스 분야로도 확대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해제될지 관심이 모인다. 또한 13년째 중단됐던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상무부 간 장관급 협의체도 다시 열린다.● ‘사드 보복’ 재발 방지할 전략적 소통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2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중 양자회담을 열고 이 같은 협력 방안에 뜻을 같이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는 데 합의하고 다음 달 초 FTA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중 FTA는 2014년 상품 분야 협상이 타결돼 2015년 12월 발효됐다. 이후 2단계 협상으로 서비스 분야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지만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 측이 2017년 한한령을 내린 데 이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탓에 한중 FTA가 대(對)중국 수출보다는 오히려 수입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단계 FTA가 계획대로 진척될 경우 양국 관계 경색 등의 외부 변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으로 경제 협력의 수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 정부는 그간 한한령 완전 해제를 중국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중국은 ‘한한령 자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중국 정부는 “한중 FTA 2단계 협상 추진을 가속화하기를 원한다”며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문화, 관광 등 특정 분야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서비스업 분야에서 문을 걸어 잠그던 중국이 협상 재개에 협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금융, 보험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서비스 분야까지 협상이 확대될지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관급 투자협력위도 13년 만에 부활 중국 측은 양국 경제협력과 함께 투자 유치에 중점을 뒀다. 이날 리 총리는 “시장 접근성을 한층 높이고, 법치·글로벌화된 경영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한 국제협력시범구’ 건설을 심도 있게 재추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중 양국은 투자 분야에서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산업부, 중국 상무부가 참여하는 장관급 협의체다.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소통 창구 역할을 해줄 한중 수출통제대화체도 신설된다. 기존에 설치됐던 한중 공급망협력조정협의체와 한중 공급망 핫라인도 가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 한중 경제협력교류회 제2차 회의가 하반기(7∼12월) 중 개최된다. 교류회 1차 회의는 지난해 11월 중국 지린성에서 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양국의 기업인과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직접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협의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중국에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 돼지의 간을 이식한 첫 사례가 나왔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17일 안후이의대 제1부속병원은 간암을 앓고 있는 71세 남성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의 간을 이식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이 남성은 거부 반응 없이 걸어다니고 있으며 간도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다른 나라에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 돼지의 심장, 신장 등을 이식한 사례는 있지만 간을 이식한 것은 처음이다. 간은 다른 장기와 달리 해독과 면역 등 여러 기능을 동시에 담당해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올 3월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돼지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시켰다. 이번엔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수술까지 성공했다. 병원 측은 “환자와 가족의 동의, 그리고 장기이식 및 동물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돼지는 크기, 성장 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인간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데 적합한 동물로 꼽힌다. 사람에게 이식하는 돼지의 장기는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다. 올 4월에는 미국의 60대 남성이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수술 두 달 후 사망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 베이징에 부임하기 전에는 현지에서 공안(경찰)과 자주 마주치지 않을까 걱정했다. 기우(杞憂)였다. 그 대신 하루에도 길거리, 사무실 등에서 수십 번을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노란 셔츠의 사나이’, 즉 음식배달 플랫폼 ‘메이퇀(美團)’의 배달기사다. 이들은 음식, 마트 상품, 생필품 등은 물론이고 술과 약까지 불과 30분∼1시간이면 집 바로 앞에 가져다준다. 식당가와 쇼핑몰 곳곳에서 수백 명씩 진을 치고 있는 배달기사 행렬을 늘 볼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의 음식배달 업계 종사자만 1000만 명을 넘는다.‘제로 코로나’가 낳은 일자리 중국 배달 플랫폼의 성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이 있다. 특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통해 엄격한 방역 정책을 실시한 중국에서는 그 여파가 엄청났다. 확진자가 단 1명이라도 나오면 해당 아파트의 출입문을 쇠줄로 감아버렸으니 고립된 상황에서 담장 너머로 음식과 생필품을 건넨 배달기사들이 없었다면 시민들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다. 2019년 398만 명이던 메이퇀 소속 배달기사는 지난해 745만 명으로 급증했다. 배달기사의 상당수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흘러든 농민공이다. 2020년 농민공 평균 월급이 4100위안(약 77만 원). 당시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배달기사들은 7000위안 안팎을 벌었으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힘들고 위험한 공장 일을 꺼리고 비교적 출퇴근이 자유로운 서비스업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인식도 더해졌다.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방역 규제가 해제됐고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늘었다. 가족들과 식당에서 식사하고, 마트도 직접 간다. 이로 인해 배달 주문이 예전 같지 않다. 한 메이퇀 배달기사는 “작년 초만 해도 하루 40개의 주문을 받았지만 지금은 20개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배달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니 배달 거리(km)에 따라 주어지는 수수료 단가도 낮아져 한 달에 4000위안 벌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더딘 경제 회복에 갈 곳 잃어 수입이 반으로 줄었지만 배달기사에게 다른 선택지는 많지 않다. 중국의 실물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탓이다. 고용 효과가 큰 부동산 시장은 아직 반등의 조짐이 없다. 과거 건설 근로자, 부동산 중개인을 하다가 배달업계에 발을 들였던 사람들이 이전 직장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올 4월 청년(16∼24세) 실업률은 14.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시기 동안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디디추싱(滴滴出行) 같은 차량 공유 업체에 운전기사로 취직해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공유 차량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중국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공유 차량 운전자는 127% 증가했지만 호출 서비스 이용자는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충칭, 장시성 등 일부 지방정부는 주민들에게 “공유차 시장이 포화 상태이니 더 이상 운전기사로 취직할 생각을 말라”고 당부했다. 중국 당국은 올 춘제(중국의 설), 최근 노동절 연휴가 지나자 거듭 “국내 여행과 온라인 소비가 늘었다”고 밝혔다. 경제가 살아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필자가 만난 중국인들은 한결같이 “‘제로 코로나’로 억눌렸던 소비가 일시적으로 반등했을 뿐 진짜 회복은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올 7월에 열리는 제20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당국이 내놓을 경제 해법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에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돼지의 간을 이식한 첫 사례가 나왔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17일 안후이의대 제1부속병원은 간암을 앓고 있는 71세의 남성에게 유전자변형 돼지의 간을 이식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이 남성이 거부 반응 없이 걸어다니고 있으며 간도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다른 나라에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돼지의 심장, 신장 등을 이식한 사례는 있지만 간을 이식한 것은 처음이다. 간은 다른 장기와 달리 해독과 면역 등 여러 기능을 동시에 담당해 이종(異種) 간 장기 이식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중국은 올 3월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돼지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시켰다. 이번에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수술까지 성공했다. 병원 측은 “환자와 가족의 동의, 그리고 장기이식 및 동물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진행했다”고 강조했다.돼지는 크기, 성장 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인간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데 적합한 동물로 꼽힌다. 사람에게 이식하는 돼지의 장기는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다. 올 4월 미국의 60대 남성이 돼지의 신장을 이식 받았지만, 수술 2달 후 사망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의 취임식이 열린 지 사흘 만인 23일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2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훈련은 중국 본토와 가까운 진먼(金門)섬, 마쭈(馬祖)섬은 물론이고 대만 본섬까지 에워싸는 ‘대만 포위’ 성격이 짙다. 중국이 훈련 장소까지 직접 지도로 공개하며 위협에 나선 것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며 군사훈련을 감행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20일 취임식 이후 라이 총통을 향해 “독립 본색을 드러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던 중국이 무력시위를 통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만 역시 “전쟁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전군에 비상 대비 태세를 지시하는 등 중국에 맞설 뜻을 분명히 했다. 라이 총통은 같은 날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타오위안 군사기지를 찾아 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미국, 일본 등도 중국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中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 대만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는 23일 “이날 오전 7시 45분부터 이틀간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남부·동부, 진먼섬 등에서 육해공군 및 로켓군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중국 전투함 15척, 해안경비대 함정 16척, 전투기와 공중조기경보기 등 각종 항공기 42대가 동원됐다. 중국은 이번 훈련의 이름을 ‘리젠(利劍·예리한 검)’으로 붙였다. 이번 훈련에 투입할 것으로 추정되는 장비가 그려진 포스터도 공개했다. 자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 대만을 겨냥해 만든 ‘071형 상륙함’ 등이 포함됐다. 리시(李熹)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자 외부 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대만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독립 세력은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이라고 험악한 표현으로 경고했다. 현지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훈련의 목적은 크게 총 세 가지다. 먼저 대만 최대 도시 타이베이를 겨냥해 집권 민진당과 라이 총통에게 정치적 위협을 가하고, 제1항구이자 남부 거점도시 가오슝항을 봉쇄해 대만 경제에도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만 본섬 동부를 막아 해외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차단하고, 유사시 퇴로를 끊는 것이다. 중국은 2022년 8월 미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했을 때도 전례 없는 대만 포위 훈련을 펼쳤다. 당시 대만과 가까운 남동부 푸젠성 핑탄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벌여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굉음과 화염을 내뿜었다. 이번 훈련은 2022년과 비교했을 때 본섬이 아닌 다른 섬까지 포함했을 뿐 아니라, 중국 본토에 가까운 진먼섬 마쭈섬과 대만 본섬 사이를 완전히 가로막는 형태로 훈련 범위가 더 넓어졌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차이잉원(蔡英文) 전 대만 총통, 같은 해 8월 라이 총통이 당시 부총통 자격으로 각각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훈련을 실시했다.● 대만 “비이성적 도발”… 美 “역내 국가, 함께해야” 대만 국방부는 이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라며 “규정에 따라 지상군, 해군, 공군을 투입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주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맞섰다. 또 대만 국방부는 해군의 ‘반차오(班超)’함이 중국 인민해방군 ‘사오싱(紹興)’함을 감시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신주(新竹)공군기지에서 전투기도 출격시켰다. 라이 총통은 타오위안(桃園)기지의 해병대 66여단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자리에서 “외부의 도전과 위협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 역내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도 중국을 견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티븐 스클렌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은 같은 날 중국의 행보를 “공개 규탄한다(condemn it publicly)”며 “미국은 물론이고 역내 국가가 (중국을) 비난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2023년에도 대만 침공 작전을 연습했다고도 주장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역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의 안보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동조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이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이 열린 지 사흘 만에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이번 훈련은 중국 본토와 가까운 진먼다오(金門島) 마쭈다오(馬祖島)는 물론 대만 본섬까지 에워싸는 ‘대만 포위’ 성격이 짙다. 중국이 대만과 인접한 훈련 장소까지 직접 지도로 공개하며 위협에 나선 건 2022년 8월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대응조치로 훈련을 감행했던 때 이후 처음이다.지난 20일 취임식 이후 라이 총통을 향해 “독립 본색을 드러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던 중국이 무력시위를 통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만도 “전쟁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당분간 대만해협의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 中 국방부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동부전구 사령부는 23일 “이날 오전 7시 45분부터 이틀간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남부·동부, 진먼다오 등에서 육해공군 및 로켓군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을 ‘연합 리젠(利劍·예리한 검)-2024A’로 명명한 중국은 대만을 직접 겨냥했다. 리시(李熹)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독립’ 분리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자 외부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중국군은 이번 훈련에 투입할 것으로 추정되는 장비가 그려진 포스터도 공개했다. 중국이 개발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東風)과 대만을 겨냥해 만든 071형 상륙함 등이 포함됐다. 현지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훈련의 목적은 크게 총 3가지다. 먼저 대만 북부의 타이베이를 겨냥해 집권당이 민주진보당(민진당)에 정치적 위협을 가하고, 남부 제1항구인 가오슝항 봉쇄로 무역에 타격을 준다. 마지막으로 대만 본섬 동부를 막아 해외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차단하고, 유사시 퇴로를 끊는 목적이다. 장츠(張弛) 중국 인민해방군 국방대 교수는 관영 CCTV 인터뷰에서 “대만이 바다로 둘러싸인 외딴 섬으로 일단 포위되면 경제가 붕괴돼 죽음의 섬이 될 것”이라고 노골적인 위협 발언을 쏟아냈다.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 8월 팰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했을 당시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며 전례 없는 대만 포위 훈련을 펼쳤다. 당시 훈련에서 중국은 둥펑 미사일 11발을 대만을 향해 쏴 일부가 대만 상공을 통과한 뒤 일본 인근 해역에 떨어졌다. 또 대만과 가까운 중국 동부 푸젠성 핑탄에서 벌인 실탄 사격 훈련을 벌여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굉음과 화염이 직접 목격되기도 했다. 이번 훈련은 2022년과 비교했을 때 본섬이 아닌 다른 섬까지 포함했고, 중국 본토 쪽에 있는 진먼다오와 마쭈다오과 대만 본섬 사이를 완전히 가로막는 형태로 훈련 범위가 더 넓어졌다.중국은 지난해 4월 차이잉원(蔡英文) 전 대만 총통이 중앙아메리카 순방 도중 미국을 경유하자 또 한차례 포위 훈련을 실시했고, 4개월 뒤인 8월 라이칭더 당시 부총통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규모 훈련을 감행한 바 있다. ● 대만도 즉각 대응…美 “역내 국가들 함께 나서야”대만 국방부는 이날 중국의 포위 훈련에 대해 “지역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비이성적인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대만군은 해군, 공군, 지상군을 파견하며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중국의 훈련은 대만해협의 안정을 해치고 중국의 헤게모니적 본성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총통부도 “중국의 일방적 군사 도발이 지역 평화를 위협해 안타깝다”면서 대만인들을 향해 “민주주의와 안보 수호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능력을 가져야한다”고 호소했다.스티븐 스클렌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은 이날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제한 뒤 “미국은 물론 역내 국가들이 (중국을) 비난해야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역시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은 일본 안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 외교부가 주중 한국·일본 공사를 불러 대만 문제에 관해 항의했다고 22일 밝혔다. 20일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에 한일 국회의원들이 참석하자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장(국장)이 22일 김한규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 요코치 아키라 주중 일본대사관 수석공사와 각각 웨젠(約見·회동을 약속하고 만남)을 통해 협력과 관련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류 사장은 대만 문제에 관해 중국의 엄정한 입장도 표명했다”고 밝혔다. 웨젠은 중국에서 통상적인 외교적 항의 표시 방법인 초치(招致)에 해당하는 ‘자오젠(召見·불러서 만남)’보다는 낮은 수위지만, 항의 전달 등을 위해 만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대만 총통 취임식 당시 일본은 현직 의원 30여 명이 포함된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 한국은 별도의 대표단 없이 이은호 주대만대표부 대표만 참석하도록 했지만 한-대만 의원친선협회장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 등 현직 의원들이 대만의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중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한일 국회의원들의 행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21일 한국에 대한 항의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로서 공적인 성격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대만을 ‘무단 방문’했다”면서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별도의 입장을 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하며 “한국 정부가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단 이유로 록히드마틴 등 미국 군수기업 12곳과 고위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식에서 ‘중국의 합병 시도’를 비판하며 국제 연대를 호소하자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중국 대외제재법에 따라 록히트마틴과 레이시언, 액시언트 등 군수기업 12곳과 노스럽그러먼 등의 고위 경영진 10명에 대해 제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발표 직후부터 중국 내 재산이 동결되며, 고위 관계자들은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 영토에 입국이 금지된다. 중국 외교부는 제재 이유로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국이 이를 지지한다는 중-미 공동성명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다수의 중국 기업에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제재로 괴롭힘을 자행했다”고도 설명했다. 미 재무부가 이달 초 발표한 러시아 제재에 중국과 홍콩 기업 20곳이 포함된 것을 일컫는다. 중국은 앞서 라이 총통 취임식이 열린 20일에도 보잉사와 제너럴아토믹스 등을 같은 이유로 제재했다. 중국 상무부는 해당 기업들이 “대만 무기 판매에 관여해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라이 총통 취임 이후 대만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왕이 외교부장(장관)은 21일 “민족과 조상을 배신한 라이칭더의 품행은 수치스럽다”며 “대만 독립주의자들은 ‘치욕의 기둥’에 박힐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대만 지도자는 취임 초기부터 독립의 본색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며 급진적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해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24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관세 인상 등에 협력할 뜻을 밝혔다. 옐런 장관은 21일 “미국과 유럽은 자유세계의 두 기둥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중국에 대한 접근 방식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과잉 생산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세계의 성장 산업 구축에도 방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같은 날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공유한다”고 동조했다. 다만 그는 “유럽은 훨씬 더 맞춤형 접근 방식을 갖고 있다”며 미국과 달리 일부 품목만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EU가 이르면 7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예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나 관세 인상 폭은 기존 25%에서 100%로 4배로 올린 미국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보도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이 미국 의회에서 ‘틱톡 강제매각법’ 등 대(對)중국 제재 법안을 주도해온 마이크 갤러거 전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입국 거부 등 제재 조치를 했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갤러거 전 의원이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훼손하며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언행을 자주 했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이번 조치로 갤러거 전 의원은 이날 부터 중국에 입국할 수 없다. 그의 중국 내 재산은 동결되고, 앞으로 중국의 모든 기관이나 개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미 야당 공화당 소속으로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인 갤러거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의원직을 사퇴하기 전까지 하원 미중전략경쟁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중국 바이트댄스를 모회사로 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사업권 매각을 강제하는 이른바 ‘틱톡 금지법’의 지난달 통과를 주도했고,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 중인 ‘생물 보안법’ 역시 직접 발의했다. 올해 2월에는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위원장 자격으로 대만을 방문하는 등 중국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중국이 이날 갤러거 전 의원의 제재를 발표한 것을 두고 미 의회가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상황을 거듭 문제 삼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상원 금융위원회는 20일(현지 시간) “BMW와 폭스바겐 등이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제재 대상 업체의 부품을 사용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은 위구르 소수민족이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품은 미국으로 수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2021년 제정됐다. 갤러거 전 의원은 이 법을 근거로 폭스바겐에 우루무치 공장을 철수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