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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비밀접촉 폭로에 북한 정권의 최고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직접 나선 이유는 뭘까.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담당하는 대남 협상 문제에 국방위가 얼굴을 내민 것은 북한 내 권력관계의 변화는 물론이고 노동당과 군부 간 갈등 양상을 읽을 단서가 될 수 있다. 비밀접촉에 나선 북한 측 주체가 아직 불분명하지만 국방위가 직접 이번 남북 간 접촉에 나섰고 자신들의 일을 폭로한 것이라면 지난해 이후 노동당이 아닌 국방위가 직접 정상회담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일부 전문가의 관측을 확인해 주는 대목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측이 논의하길 원하는 비핵화와 국군포로·납북자 송환은 2009년 4월 9일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주권의 최고국방지도기관’인 국방위의 의사결정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며 “국방위가 직접 정상회담 준비에 나섰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 비밀접촉에 과거처럼 김양건 통전부장 등이 나섰다면 이날 국방위의 폭로는 남한과 대화하고 싶은 노동당과 이를 막고자 하는 국방위(군부)의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모두 세 차례 북한 당국과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했다. 올해 5월 비밀접촉은 ‘제3라운드’였던 셈이다.정상회담 논의 제1라운드는 2009년 8월 고 김대중 대통령 조문단으로 서울을 방문한 김양건 당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임태희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현 대통령실장)에게 연내에 정상회담을 하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제안을 전달하면서 시작됐다.임 실장은 그해 10월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부장을 다시 만나 일종의 정상회담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임 실장의 싱가포르 비선(秘線) 접촉이 일부 언론에 알려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정부 내에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비선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을 할 수는 없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이 나서도록 지시했다. 김천식 당시 통일부 정책국장(현 정책실장) 등 당국자들은 그해 11월 7일과 14일 두 차례 개성공단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비공개 접촉을 가졌다. 그러나 식량 지원, 국군포로와 납북자 귀환 등의 이견으로 결렬됐다. 북측은 이후에도 여권 인사들을 접촉했으나 더는 진척되지 않았다.정상회담 논의 제2라운드는 지난해 3월 26일 일어난 천안함 폭침사건 수습 과정에서 진행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9월 12일 “지난달 중순 개성에서 한국 정부의 고위 관료와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 등이 비밀접촉을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대북 소식통도 “남북 최고위급 당국자들이 올해 6월 이후 세 차례 개성에서 비밀대화를 했다”고 전해 국가정보원의 원세훈 원장 또는 김숙 1차장이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남북은 이 고위급 대화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견만 확인하고 헤어졌고, 북측은 또다시 정치권 비선을 동원해 ‘정상회담을 하자’며 청와대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단절됐다. 북한이 대화와 무력도발을 반복하는 특유의 ‘이중 전술’을 펴자 통일부는 12월 29일 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대화 제의를 ‘위장 평화공세’라고 비난했다.하지만 당시 통일부의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이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제3라운드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월 25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지금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느냐’는 민주당 장세환 의원의 질문에 “정상회담 추진 시도가 있는지 없는지는 공개된 자리에서 밝힐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같은 도발을 다시 하면 미국은 한국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동북아시아에 더 많이 개입하게 될 것이며 이는 중국에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됩니다.”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28일 제6회 제주포럼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제주도와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27∼29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공동주최한 이번 포럼에 참석한 해외 전문가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최근 중국 방문 의도와 결과 등을 분석하며 ‘중국 역할론’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전 일본 아사히신문 주필은 “중국은 북한이 권력승계 문제로 어려울 때 강력한 압박카드를 사용해 잘못된 행태를 고칠 수 있다”며 “그러나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으며 그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정승 외교안보연구원 중국연구소장(전 주중대사)도 “중국이 더 건설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옌쉐퉁(閻學通) 중국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중국은 무력이나 사회혁명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김 위원장을 초대해 개혁개방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지원을 약속하는 ‘보상전략’을 쓰지, ‘강제전략’은 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번 포럼에는 김황식 국무총리와 한승수 전 국무총리,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 등 국내외 인사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2001년부터 격년으로 열린 포럼을 올해부터 해마다 열고 안보에 경제와 환경을 더해 주제의 외연을 넓혔다”며 “제주포럼을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서귀포=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중국을 전격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호텔 등지에서 카메라에 잡혔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3남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보이지 않고 있다.대북 소식통들은 22일 “사흘간의 정황과 자료로 볼 때 김정은이 동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김 위원장 방중 때와 달리 김정은의 얼굴이 대내외에 공개된 이후임에도 현지에서는 김정은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70여 명에 이르는 김 위원장의 수행자 명단에도 김정은이라는 이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5월 단독 방중 가능성까지 점쳤던 정보당국이나 북한 전문가들에게는 맥 빠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이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김정은을 혼자 중국에 보내려 했으나 중국 측에서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공식 직함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불과한 20대의 김정은을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 같은 고위 지도자가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강한 반대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또 중국 측은 의전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굳이 오겠다면) 기차가 아닌 비행기로 오라”고 북한에 통보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중국이 겉으로는 4차례나 김정은을 구두로 초청했지만 속으로는 유례없는 3대 세습에 대한 ‘추인’을 여전히 부담스러워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21,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 때 중국 일본 양국 정상과 함께 일본 미야기 현 센다이 지역을 방문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중일 3국 정상이 센다이 지역에서 회의를 여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지진 피해 현장을 둘러보면서 일본 국민을 위로하고 특히 피해를 당한 우리 교민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다만 일본이 아직 피해 복구 작업 때문에 응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방한 중인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11일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이 방안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해외에서 위법행위를 저질러 국위를 손상시킨 국민에게 1년 동안 여권 발급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여권법 시행령 개정안에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선교단체 등이 정부가 지정한 여행 금지국가에 몰래 입국하거나 국민이 해외에서 경미한 범죄 등을 저질러 국위를 손상시킨 경우 첫 번째 적발됐을 경우에는 경고 서한을 보내고 재차 적발되면 여권 발급을 1년 동안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외교통상부는 올해 2월 여권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해 첫 적발 때부터 여권 발급 1년 제한의 벌칙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이 방침에서 물러난 것은 이 조항이 해외 선교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종교계의 반발과 이를 고려한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행령은 해외에서 강력범죄를 저질러 강제 출국될 경우 등 혐의가 무거운 국민에게는 곧바로 2∼3년 동안 여권 발급을 제한하도록 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시행령을 지난달 28일 심사했고 외교부는 이를 토대로 시행령 최종본을 만들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은 올해 하반기 이후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중국 정부가 이규형 주중 대사(사진)에 대한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8일 만에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내정된 이 대사는 지난달 29일 중국 정부에서 아그레망을 받았다. 전임 류우익 대사는 2주일 만에 받았다. 과거 주중 대사들의 아그레망 기간은 들쭉날쭉하다. 노재원 초대 대사와 홍순영 5대 대사는 가장 빠른 5일 만에 받았다. 김하중 6대 대사는 7일, 신정승 7대 대사의 경우 3주 가까이 걸렸다고 주중 대사관 측이 전했다. 정부는 7일 이 대사와 아그레망 절차가 필요 없는 김숙 주유엔 대사를 공식 임명했다. 신각수 주일 대사 내정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아그레망은 이번 주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정부는 최근 유엔 국제수로기구(IHO)가 만들고 있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책자(일종의 세계 바다 지도) 네 번째 개정판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倂記)해야 한다는 의견을 IHO 실무그룹에 냈다고 1일 밝혔다. 국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IHO 실무그룹은 동해처럼 지명 표기에 이견이 있는 바다에 대한 관련국의 의견을 2일까지 받아 검토한 뒤 내년에 열리는 IHO 총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가 동해 단독 표기가 아닌 동해·일본해 병기 방안을 낸 것은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IHO는 바다 이름을 놓고 국가 간 분쟁이 있다고 인정되면 일단 양측이 주장하는 이름을 병기한다”며 “정부의 최종적인 목표는 ‘일본해’ 표기를 ‘동해’로 바꾸는 것이지만 일단 ‘일본해’ 표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IHO가 1929년 발행한 이 책은 세계 각국이 지도를 만들면서 바다 이름을 표기하는 중요한 기준이 돼 왔다. 1937년에 2판, 1953년에 3판이 나왔지만 동해는 모두 ‘일본해’로 표기됐다. 한국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는 동안 책이 발행됐기 때문에 강대국인 일본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일본은 IHO에 막대한 분담금을 내는 등 영향력을 이용해 ‘일본해’ 표기를 유지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정부는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동해 표기 주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2007년 IHO 총회에서도 ‘동해·일본해 병기’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북한도 그동안 IHO에 동해·일본해 병기를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북측에 보낸 전통문에서 IHO 실무그룹에 의견을 보낼 것을 권고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한국인 4명이 탄 싱가포르 선적 화물선이 지난달 30일 케냐 인근 해역에서 해적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외교통상부는 1일 “싱가포르 ‘글로리십매니지먼트’사 소속 화학물질 운반선 제미니호가 한국 시간 30일 오후 1시 반 케냐 동남쪽 200마일 해상을 지나던 중 납치됐다”고 밝혔다.제미니호는 야자유 2만8000t을 싣고 인도네시아를 떠나 케냐 몸바사로 가고 있었으며 선장 박모 씨(56) 등 한국인 4명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인 13명, 중국인 5명, 미얀마인 3명 등 선원 25명이 타고 있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외교부는 재외동포영사국과 주싱가포르, 주케냐 대사관에 선원 석방을 위한 비상대책반을 구성했다. 정부 관계자는 “선사가 싱가포르 소속이기 때문에 싱가포르 측이 석방을 위한 협상을 주도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정부에 선원들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구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글로리십매니지먼트 측은 “납치된 제미니호가 소말리아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선박의 석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사진)는 29일 “한국이 김정일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아직도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국가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북한자유주간(24∼30일) 행사를 위해 방한 중인 숄티 대표는 이날 사단법인 세이브엔케이가 ‘세계가 보는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연 포럼에서 “한국과 미국이 지원에 집중하거나 북핵문제에 골몰하다 가장 중요한 북한인권 문제를 놓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숄티 대표는 이어 “북한 당국은 배급체제가 무너지면서 생긴 200여 개의 시장을 폐쇄하려고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며 “이는 통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북한의 붕괴가 머지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김정일 정권의 파멸과 북한의 개방, 한반도 통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망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동해를 ‘일본해’라고 주장하는 일본에 맞서 남북한 역사학자들이 협력하자고 북한이 제의해 와 정부가 이에 응하기로 했다.일본의 역사 왜곡을 저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동북아역사재단은 29일 북한 조선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에 전통문을 보내 “동해 표기 문제와 관련한 전문가 회의를 5월 중순 개성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앞서 조선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는 27일 동북아역사재단에 “동해 표기와 관련해 남북 역사학자들이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협의를 갖자”고 제의해 왔다고 통일부가 전했다.동북아역사재단은 전통문에서 “국제수로기구(IHO)에서 논의하고 있는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해 북측도 의견 제시 마감일인 5월 2일까지 ‘일본해’ 표기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북측의 입장을 실무그룹 의장에게 제출해 달라”고 권고하는 내용도 함께 전달했다.정부 당국자는 “남북이 갈등하고 있지만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백두산 화산에 대한 전문가 회의에 이어 북한과 필요한 부분에 대한 협력은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은 2007년에도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해 협력방안을 논의했으나 2008년 이후 관계가 악화되면서 추가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 ‘엘더스그룹’ 일행을 통해 보내온 대화 메시지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보다 구체적인 북한의 대화 제의를 기다리는 쪽으로 대응 방침을 정리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9일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나쁘게 보지는 않지만 내용이 아주 새롭거나 대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북측에서 더 구체적인 반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보내온 메시지의 내용이 알맹이가 없이 ‘원론적인 선언’에 그친 만큼 보다 분명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과거 전두환 대통령도 ‘남북한 정상 간에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우리가 (비핵화 진전을 위한 남북대화를 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의한 만큼 북한도 구체적인 답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은 여전히 북한 측에 넘어가 있다’며 구체적인 제의를 해 온다면 정부가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북한의 태도에 조금씩 변화의 징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과거 은밀하게 비선(秘線)을 통해 정상회담을 제의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공인된 제3자인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또 천안함 폭침사건을 여전히 부인하지만 ‘특대형 모략극’ 대신 ‘우리를 걸고 들지 말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 양국의 대북 식량지원 중단은 인권침해’라는 카터 전 대통령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한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은 2억∼3억 달러면 해결할 수 있는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 등 군비증강에 매년 4억∼5억 달러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위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한 해 (배고픈 주민들이 먹을) 식량을 수입하는 것보다 (김 위원장이 당·정·군 엘리트들에게 선물로 줄) 고급 자동차를 수입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8일(현지 시간) “카터 전 대통령은 독재자를 감싸고 북한체제의 문제점을 미국과 동맹국의 탓으로 돌렸다”며 “이번 방북을 통해 다시 한 번 국제관계에 대한 위험할 정도의 순진한 몰이해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신문은 29일 “북한이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카터 전 대통령을 ‘대변인’으로 교묘하게 이용한 모양새”라며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는 이명박 정권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29일로 예정됐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무산됐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송민순 민주당 의원(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함께 전날 2박 3일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방한한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이 이날 새벽 갑자기 송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에 급한 일정이 생겨 참석할 수 없게 됐다”고 알려왔다. 손 대표도 27일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급한 일정들이 생긴 터여서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모임은 송 의원과 카터 전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엘더스그룹’ 방북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카터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 반경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애틀랜타로 떠났다. 그의 ‘급한 일정’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2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언제든지 만나 모든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그다지 새롭지 않은, 잘못된 형식의 제안’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2박 3일의 방북을 마치고 방한한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김 위원장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의 친서(written message)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한국과 미국, 6자회담 관련국들과 언제든지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전제조건 없이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며 “북한은 과거에는 핵 문제는 미국과만 얘기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핵 문제든 군사 문제든 남한 정부와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카터 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을 촉구하면서 “한국과 미국은 의도적으로 북한에 갈 수 있는 식량을 중단했다.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27일 엘더스그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내 조국이자 한국의 보증인인 미국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엄청난 불안을 만들고 정치적 에너지와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정부 당국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내용도 새롭지 않고, 형식도 잘못됐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과 비핵화를 위한 양자 및 다자 회담을 제의한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실제로 김 위원장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 온 조문단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했고 그해 10월 싱가포르와 11월 개성에서 남북 당국자 간 비밀회담이 열렸다. 또 북한은 올해 3월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고 밝혔고, 최근에는 6자회담 전 비핵화를 논의하는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를 갖자는 남측의 요구를 수용했다.당국자들은 북한의 진정성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 군부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로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민간인이 사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으나 사과하거나 자신들의 연관성을 인정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선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정부는 제의 형식도 문제 삼았다. 고위 당국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정식으로 연락을 받은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제3자’인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하지 말고 북한이 직접 남측에 제의하라는 뜻이다.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의 태도에 대해서도 “마치 ‘김정일의 대변인’처럼 행동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당국자는 “주민을 굶주리게 하는 북한 정권의 책임과 인권 유린 문제는 왜 제기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카터 전 대통령 일행은 이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났다. 이들은 28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을 만난 뒤 한국을 떠난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방한 중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면담 일정이 계속 엇나가고 있다. 27일 오후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두 사람의 회동은 불발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천 수석의 일정 때문에 약속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 수석은 “(우 대표와 만날) 약속을 한 적이 없다. 급히 만나야 할 사안이 있으면 내 일정을 빼고 만나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꼭 만날 이유도 없고 안 만날 이유도 없고…”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천 수석이 내일은 시간이 될 것 같은데, 우 대표는 골프를 치러 간다고 한 것으로 안다”며 두 사람의 회동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우 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주한 중국대사를 지낸 적이 있다. 그는 29일까지 서울에 머무르며 친분이 있는 국내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28일엔 국내 대기업 회장 P 씨와 골프를 함께 칠 것으로 알려졌다. 우 대표와 천 수석의 관계가 뜨악한 이유는 지난해 12월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전문 공개 파문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에는 천 수석이 외교부 2차관 시절인 지난해 2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에게 우 대표에 대해 “중국에서 가장 무능하고 오만한 관리로 북한과 비핵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폄훼한 것으로 돼 있다. 한편 우 대표는 이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6자회담 전 남북대화 개최’를 거듭 확인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제 6자회담을 바로 재개하자는 (북한의) 주장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우 대표는 조만간 다시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엘더스 그룹’ 일행이 26일 평양에 도착해 2박 3일의 방북 일정에 들어갔다.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이날 서울에 도착해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박 4일의 방한 행보를 시작했다. 평양과 서울에서 벌어진 동시다발 외교이벤트가 과연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첫 일정 박의춘 외무상 만나北, 한두 줄짜리 보도로 전해 카터 전 대통령 일행 4명은 이날 오후 방북 첫 일정으로 박의춘 외무상을 만났다. 조선중앙통신은 “외무상 박의춘은 백화원 영빈관에서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를 단장으로 하는 엘더스 대표단을 만나 담화하고 연회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방북했을 때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첫 대화 상대로 나섰다. 이날 박 외무상이 먼저 나선 것은 북한이 카터 전 대통령 일행과 핵 문제 및 북-미 대화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으로 풀이된다.다만 북한은 이날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의 방북 소식을 ‘한두 줄짜리 보도’로만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반전을 통해 ‘깜짝 쇼’를 하려고 자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카터 전 대통령은 1차 북핵 위기로 전쟁 발발 위기감이 높았던 1994년 6월 첫 방북을 통해 북-미 간 협상 시작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대북 식량 원조가 주요 관심사이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북한도 17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카터 전 대통령을 충분히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북한 지도부가 28일 서울에 오는 카터 전 대통령 일행에게 남북 간 비핵화 회담 재개 등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카터 방북성과 큰 기대 안한다”는 김성환정부 “카터가 北대변인이냐”… 남북 직접대화 거듭 강조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성과에 대해 “현재로서는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그분들이 수고해주시는 것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방북은 순전히 개인적 방문이고 정부와 관련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이어 “북한이 굳이 제3자를 통해 우리와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1월 우리가 남북 비핵화 회담을 공개적으로 제안했고 북한이 긍정적인 답을 보내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우리 측과 여러 대화채널이 열려있는 상황이고 북한 매체를 통해 ‘우리 민족끼리’를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카터 전 대통령이라는 ‘대변인’을 통하려 하지 말고 남측에 직접 대화를 제안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북한이 이미 6자회담 전 남북대화에 나서기로 한 만큼 남북이 빨리 만나 비핵화 진전 조치를 논의하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의 처리 문제도 매듭짓자는 뜻이다.북한이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비핵화 진전과 남북대화 등에 대한 모호한 제안을 내놓아 남한 내부는 물론이고 6자회담 당사국들 사이에 혼란을 초래하는 일을 막기 위해 제3자를 통한 메시지는 진정성 있는 것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사전 포석을 놓았다는 해석도 있다.○ “先남북대화 後6자재개” 동의한 우다웨이“목욕하고 한국왔다” 인사말… 위성락 “나는 이발했다” 화답 우 대표는 26일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최근 북한과의 협의 내용을 전한 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한 ‘남북 대화→북-미 대화→6자회담 재개’의 단계적 접근법에 지지를 표시했다. 또 남북회담이 (북-미 대화를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라는 점에도 공감을 표시하는 등 진전된 태도를 나타냈다.평소 말을 아끼던 우 대표는 위 본부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외교부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에게 “한국이 바라는 남북 대화가 빠른 시일 안에 열리기를 바라고 지지한다”며 “(이어) 미국과 북한이 적당한 시기에 대화를 진행하는 것을 지지하고 이를 통해 6자회담이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첫 단계는 남북대화인가’라는 질문에도 “맞다”라고 답변했다.우 대표는 위 본부장을 만나 인사말을 통해 “중국 옛날 속담에 귀한 손님을 만날 때는 목욕을 한다는 말이 있다. 목욕한 뒤 본부장을 뵈러 왔다”고 운을 떼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위 본부장은 “나는 이발을 했다”고 화답했다.그러나 우 대표는 자신이 북한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해 ‘북한의 남북 회담 제안 등을 전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중국 사람인데 북한의 입장을 왜 전달하겠느냐”고 되물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26일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서울을 찾는다. 외교통상부는 22일 “우 대표는 26일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27일 김성환 외교부 장관을 만나 남북관계 및 북한 핵 문제에 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 대표는 우리 당국자들에게 남북한 비핵화 회담 개최에 대한 북측의 의사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달 1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난 뒤 북-미 회담과 6자회담 시작 전 비핵화를 위한 남북회담을 열자는 남측 제의를 북측이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중국을 통해 비핵화 남북회담 제안을 하더라도 수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경로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측이 직접 남북회담을 제안하든 중국을 통하든 비핵화의 진전을 이루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고위 관료가 한국을 방문하고 동시에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형식이 연출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한반도에 다시 쏠릴 것으로 보인다. 카터 전 대통령은 평양 방문을 마치고 28일 서울에 올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당국자는 “두 사람이 동시에 남북한을 방문하게 된 것은 (필연이 아닌) 우연”이라며 “6자회담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내놓을 게 있다면 벌써 했을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 변화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모습이었다. 북한은 여전히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 표시 및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으며 올해 초부터 전방위 대화 국면을 조성하는 것은 국내외적 여건을 감안한 ‘위장 평화 공세’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주중국 대사에 이규형 전 주러시아 대사, 주일본 대사에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1차관, 주유엔대표부 대사에 김숙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내정했다. 이번 인사로 비(非)직업외교관 출신으로만 채워져 있던 ‘4강 대사’는 외교관 출신(중국과 일본)과 비외교관 출신(미국과 러시아)이 절반씩 차지하게 됐다. 상대국이 존재하지 않는 김숙 내정자는 바로 임명된다. 나머지 내정자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이 접수되면 국무회의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이번 인사는 관록 있는 외교관을 전진 배치해 임기 말 4강 외교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중 정상회의(5월 20일) 이전에 신임 주일·주중대사가 아그레망을 받도록 하기 위해 인사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 대신 “외교관 앞으로” ▼21일 주요 대사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사람은 이규형 주중대사 내정자다. 외무고시 8회로 김성환 장관(10회)보다 두 기수 선배인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외교부 2차관을 지냈으며 러시아 대사를 끝으로 지난해 1월 외교부를 떠났다. 2008년 1월 정권인수위원회 시절 이재오 특사가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의 면담을 성사시키지 못해 곤경에 처한 적도 있다. 그런 그가 15개월 만에 ‘더 큰 자리’로 컴백한 것이다. 청와대 참모는 “과거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지만 ‘좋은 사람은 발탁한다’는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의 능력을 인정한 현 정부의 핵심 실세가 천거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내정자는 베이징(北京) 대사관에서 정무공사(1999∼2002년)를 지내 중국어를 할 줄 알고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어느 정도 인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신각수 주일대사 내정자는 4년간(1986∼1990년) 도쿄(東京)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일본담당 동북아과장을 지내 적임자의 한 명으로 분류된다. 특히 이, 신 내정자가 모두 서울고 출신이라는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서울고 출신들은 동문인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재임 시절 요직에 포진해 ‘외교부=서울랜드’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지난해 9월 장관 딸 특채 파동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신 내정자는 당시 인사를 담당하는 1차관으로서 인사권을 박탈당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퇴임 2개월 만에 복귀하게 됐다. 주중 대사 하마평에 올랐던 김숙 1차장은 4강 대사와 더불어 ‘빅5’로 꼽히는 유엔 대사로 정리됐다. 중국 근무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대표적인 북미통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점 등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때 북미국장도 지냈으나 음주운전 전력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던 그는 현 정부 들어 6자회담 수석대표로 기용되며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한편 부임 16개월 만에 복귀명령을 받은 류우익 주중 대사는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중량감에도 불구하고 중국 외교에 애를 먹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여권의 한 인사는 “류 대사가 조기 귀국을 희망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류 대사는 향후 개각에서 국정원장이나 통일부 장관 기용설이 있다. 3년 이상 재직해 온 권철현 주일 대사도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정치 일선 복귀나 장관직을 희망하고 있다는 관측이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신임 대사 3명 프로필 ::○ 이규형 주중국 대사 △부산(60) △서울대 외교학과 △외시 8회 △주중국 공사 △주방글라데시 대사 △외교부 제2차관 △주러시아 대사○ 신각수 주일본 대사 △충북(56) △서울대 법학과 △외시 9회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 △주이스라엘 대사 △외교부 2차관 △외교부 1차관○ 김숙 주유엔대표부 대사 △인천(59) △서울대 사회학과 △외시 12회 △외교부 북미국장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국정원 제1차장}

한진텐진호 선원 20명이 21일 해적에 납치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권고에 따른 선주의 예방조치와 선원들의 훈련 결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해양부는 삼호주얼리호 피랍 사건을 교훈 삼아 올해 2월 25일 선박설비기준 개정안을 고시해 소말리아 인근 등 위험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은 반드시 선원피난처(시타델·Citadel)를 마련하도록 했다. 국토부 고시는 해적의 총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선원피난처를 강철로 만들도록 했다. 제1출입문과 제2출입문 두께의 합은 13mm 이상이어야 하고 출입문 안쪽에 잠금장치를 설치하도록 했다. 내부에는 3일분의 비상식량과 식수, 휴대용 소화기 1개를 준비하고 간이화장실, 전기공급장치 등도 설비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해적들이 찾기 어려운 선내 깊은 곳에 선원피난처를 설치했다. 또 한진텐진호 선원들은 승선 1주일 전부터 해적의 공격을 가정한 합동 도상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했으며, 운항 중에도 해적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경계를 늦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한진해운을 포함한 대형 상선회사는 해적들이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갑판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해적 퇴치용 물대포 등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선원피난처는 이미 해적 퇴치에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해 9월 독일 컨테이너선 마젤란스타호 선원들은 해적이 나타나자 전력공급장치를 차단하고 비상식량을 챙긴 뒤 선원피난처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해적들은 배를 탈취했으나 구조가 복잡한 선박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이후 미국 군함이 교전 없이 해적들을 제압하고 선원들을 무사히 구할 수 있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공무원 중앙징계위원회가 ‘상하이 스캔들’ 논란과 관련해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를 해임 처분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9일 “중앙징계위원회로부터 18일 김 전 총영사에 대한 해임 처분 심의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민간인 출신인 김 전 총영사는 24일부터 자동적으로 공무원 신분을 벗어나기 때문에 이번 조치의 실효성은 없다. 특임공관장은 면직 60일 후 자동으로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김 전 총영사가 해임 조치에 불복하면 소청심사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