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대화메시지 더 구체적 제의 있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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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 ‘엘더스그룹’ 일행을 통해 보내온 대화 메시지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보다 구체적인 북한의 대화 제의를 기다리는 쪽으로 대응 방침을 정리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9일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나쁘게 보지는 않지만 내용이 아주 새롭거나 대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북측에서 더 구체적인 반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보내온 메시지의 내용이 알맹이가 없이 ‘원론적인 선언’에 그친 만큼 보다 분명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과거 전두환 대통령도 ‘남북한 정상 간에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우리가 (비핵화 진전을 위한 남북대화를 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의한 만큼 북한도 구체적인 답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은 여전히 북한 측에 넘어가 있다’며 구체적인 제의를 해 온다면 정부가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북한의 태도에 조금씩 변화의 징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과거 은밀하게 비선(秘線)을 통해 정상회담을 제의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공인된 제3자인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또 천안함 폭침사건을 여전히 부인하지만 ‘특대형 모략극’ 대신 ‘우리를 걸고 들지 말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 양국의 대북 식량지원 중단은 인권침해’라는 카터 전 대통령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한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은 2억∼3억 달러면 해결할 수 있는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 등 군비증강에 매년 4억∼5억 달러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위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한 해 (배고픈 주민들이 먹을) 식량을 수입하는 것보다 (김 위원장이 당·정·군 엘리트들에게 선물로 줄) 고급 자동차를 수입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8일(현지 시간) “카터 전 대통령은 독재자를 감싸고 북한체제의 문제점을 미국과 동맹국의 탓으로 돌렸다”며 “이번 방북을 통해 다시 한 번 국제관계에 대한 위험할 정도의 순진한 몰이해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신문은 29일 “북한이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카터 전 대통령을 ‘대변인’으로 교묘하게 이용한 모양새”라며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는 이명박 정권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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