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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병영초등학교(교장 강치원)에 자연재해 등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체험실이 12일 문을 열었다. 이날 오후 열린 ‘i+SALM 안전체험실’ 개소식에는 울산 강북교육지원청 구본우 교육장과 교직원, 학생, 학부모 등이 참석했다. 교육부 안전교육 시범학교인 병영초교는 3월 울산 중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재정 기부를 받아 학교 별관 3층 교실을 리모델링해 안전체험실로 꾸몄다. 안전체험실은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고 빠른 판단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체험 위주로 운영된다. 강 교장은 “울산과 인근 도시에서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그동안 학생들의 안전교육을 전담할 공간이 부족했다”며 “안전체험실이 마련된 만큼 안전을 생활화하는 교육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재락기자 raks@donga.com}

“정부와 정치권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철석같이 약속했으면서도 우선 선포 대상에서 제외하다니….” 태풍 ‘차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울산 중구 태화, 우정시장 상인들은 11일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10일 울산 북구와 울주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중구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태화시장 상인 A 씨(55)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시장을 둘러본 뒤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상인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문점 태화시장상인회 회장은 “정부가 추가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지 않으면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번 태풍으로 울산에서는 3명이 숨지고 주택과 상가 2968채와 차량 1670대가 침수됐다. 이 가운데 중구에서는 1명이 숨지고 주택과 상가 1500채, 차량 675대가 침수됐다. 울산에서 발생한 피해의 절반가량이 중구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중구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건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제외됐다는 것이 울산시의 설명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특별재난지역은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공공시설물 피해액을 기준으로 선포된다. 이에 따른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은 울산 중구는 75억 원, 남구는 105억 원, 북구와 울주군은 90억 원이다. 울산시는 9일까지의 공공시설물 피해액을 산출해 중구와 북구, 울주군 등 3개 기초자치단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국민안전처는 울산시가 제출한 피해 상황을 정밀 조사해 북구와 울주군은 선포 요건이 충족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중구는 제외했다. 울산시가 국민안전처에 제출한 중구의 공공시설물 피해액은 104억 원이었으나 국민안전처의 정밀 조사 결과는 60억 원으로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와 중구는 공공시설물 피해액을 재산출한 결과 11일까지 7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12일 다시 건의할 방침이다.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은 11일 태화시장을 방문한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중구를 특별재난지역 선포 대상 지역에 포함시켜 줄 것을 재건의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중구는 사유재산 피해는 많았지만 공공시설물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어 우선 특별재난지역 선포 대상지에서 제외됐다”며 “하지만 재산출 결과 공공시설물 피해액이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을 하천과 제방 등 공공시설물과 농경지 피해액만으로 하기 때문에 상가와 주택이 많은 도심지역은 불리하다”며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공공시설물 피해 복구비 가운데 국비를 70%(선포 이전에는 50%) 지원받고 개인은 세금과 국민연금의 부분 감면 또는 1년간 납부 연기를 받을 수 있다. 또 건강보험료와 전기·통신요금, 특별 융자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태풍 '차바'로 물난리를 격은 지 5일째인 9일에도 울산 곳곳에서는 복구 작업이 진행됐다. 피해 복구에는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지원해 힘을 보탰다. 하지만 지하실이 침수된 일부 건물과 지하실은 아직 복구의 손실이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소하천과 농경지 등은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모처럼 맑은 날씨를 보인 이날 울산에는 총 8000여명(누적 참여 인원 2만3000여명)의 공무원과 군인, 경찰, 기업체 임직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지역 및 원정 자원봉사자 등이 참여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재울강원도민회(회장 조근식)는 태화강 둔치에서 이날 열기로 예정됐던 체육대회를 태풍 직후 취소한데 이어 회원 500여명이 9일 중구 약사천에서 피해복구 자원봉사를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이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했다. 또 충북과 경기 안양시 등 타 지역 공무원과 주민들도 울산에서 힘을 보탰다. 현대자동차 조합원 등 임직원 1000여명, 한국석유공사 300여명, 롯데백화점 100여명도 태화강 등지에서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중구 태화시장에는 중구 직원과 군 장병 등 2000여명이 집중적으로 투입됐다. 1만3350여㎡ 규모에 1982년 개설된 태화시장과 주변 점포 310개가 침수된 것으로 울산시는 파악했다. 진흙과 쓰레기로 가득 찼던 시장 1층 상가와 도로는 본래의 모습을 찾고 있다. 지하주차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태화시장 인근 주상복합건물에는 9일에도 지하 물빼기 작업이 진행됐다. 울산시는 태화, 우정시장이 완전 복구되기까지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 1000여대가 침수되고 전기와 수도가 완전히 끊겼던 울주군 언양읍 반천현대아파트 단지는 지하주차장 양수작업이 끝나면서 8일 밤늦게 전기와 수도 공급이 재개됐다. 공무원과 봉사단체, 주민들은 이날 아파트 단지 주차장과 지하시설 피해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마지막 물청소 작업 등을 벌였다. 태화강 대공원과 십리대밭, 삼호철새공원 등도 5일째 태풍에 떠내려 와 쌓인 쓰레기를 치웠다. 울주군 12개 읍·면 가운데 침수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진 삼동면과 웅촌면에도 군청 전 공무원이 비상근무하며 복구에 앞장섰다. 해병대는 군인과 중장비를 동원해 태화강 둔치 축구장 등에 쌓인 진흙을 걷어내고 쓰레기를 치우는 등 복구 작업에 동참했다. 울산시와 산하 구, 군은 9일까지 침수된 주택이나 상가 복구에 집중하고 다음 주부터 농경지나 비닐하우스 등 도심 외곽 복구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이날 태화시장과 울주군 삼동면 보은천 침수지역을 둘러보고 피해 주민과 봉사원들을 격려했다. 조경구 환경부장관도 이날 울산 굴화 하수처리시설과 태화강을 둘러본 뒤 피해 복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은 태풍 차바로 사망 3명, 부상 2명 등 5명의 사상자와 이재민 140여 가구 320여 명이 발행했다. 또 주택 2502채, 차량 1668대, 도로 608곳, 공장 107곳이 침수되고 산사태 21곳이 발생한 것으로 신고됐다고 시는 밝혔다. 정확한 재산피해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시는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하고, 복구비로 재난안전특별교부세 등 55억원을 긴급 투입했다. 한편 인명 구조에 나섰다가 순직한 고(故) 강기봉(29) 지방소방교의 영결식은 8일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울산광역시청 장(葬)으로 엄수됐다.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목에 걸고 있는 ‘지’는 어디에서 구했나?”(메스너) “네팔에서 선물로 받아 20년 넘게 목에 걸고 있다. 당신은 어디에서 구했나?”(엄홍길) “에베레스트 등반을 할 때 원주민이 선물로 준 것을 30년 넘게 지니고 다닌다.”(메스너) 지난달 30일 울산 울주군 상북면 신불산 자락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13년 만에 만난 두 산악 영웅은 반갑게 포옹한 뒤 서로의 목걸이를 주제로 말문을 열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해 ‘세계 산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라인홀트 메스너(72)와 아시아 최초로 14좌를 정복한 한국의 대표 산악인 엄홍길 대장(56·휴먼재단 상임이사). 올해 처음 열리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추진위원장 박재동) 개막식에 메스너가 참석하자 엄 대장이 “멀리서 손님이 왔는데 안 찾아보면 예의가 아니다”라며 메스너의 숙소를 찾았다. 이들이 목에 걸고 있는 ‘지’는 히말라야 주변에서 나는 원석으로 만든 목걸이다. 티베트 천주로 불리는 ‘지’는 홍옥수나 산호석, 마노 등 천연석에 선한 눈동자 모양을 여러 개 새겨 넣은 일종의 부적이다. 히말라야 사람들은 이것을 ‘붓다 아이(Buddha eye)’, 즉 부처님의 눈으로 부른다. 서로의 목걸이를 만져본 두 영웅은 자연스럽게 산 얘기로 넘어갔다. “에베레스트의 어려운 코스를 네 번이나 오른 당신이 참 대단하다.”(메스너) “산소통 없이 히말라야 14봉을 완등한 당신이 진정한 세계 최고 산악인이다.”(엄 대장) 환하게 웃으며 두 산악인의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엄 대장과 메스너의 만남은 2003년 5월에 이어 두 번째. 둘은 고 에드먼드 힐러리 경(뉴질랜드)이 1953년 5월 29일 에베레스트를 처음 등정한 것을 기념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열린 ‘에베레스트 초등 50주년 기념식’에서 처음 만났다. “메스너는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 14봉 무산소, 단독, 최고난도 코스 등정 등 8000m급 고산에서 인간이 한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위대한 산악인이다. 다른 산악인들에게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가장 큰 업적이다.”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에베레스트를 지금까지 네 번이나, 그것도 매번 코스를 바꿔 가며 난코스만 골라 등반한 엄 대장이야말로 최고다.” 두 영웅은 서로를 치켜세우며 ‘엄지 척’을 하기도 했다.세계 최초 히말라야 14봉 무산소 등정 메스너는 1970년부터 1986년까지 히말라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해발 8848m) 등 히말라야 8000m급 14봉을 인류 최초로 산소통 도움 없이 완등했다. 8000m급 고산지대에서는 산소가 해수면의 3분의 1에 불과하기에 산소통 등 보조도구 없이 순수하게 인간의 능력으로는 오를 수 없다는 것이 당시까지 과학계와 의학계의 정설이었다. 엄 대장은 “힐러리 경이 에베레스트를 처음 등반해 산악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면 메스너는 히말라야에서 인간 한계를 극복하며 모든 등반 기술을 보여준 위대한 산악인”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메스너가 본격적인 고산 등반을 한 것은 1970년. 중학교 교사였던 메스너는 은행원이었던 동생 귄터 메스너와 틈나는 대로 함께 등산하고 암벽을 올랐다. 형제가 자일 파트너였던 셈이다. 독일 원정대장인 카를 헤를리그코퍼 박사가 1970년 이 형제에게 낭가파르바트(8126m) 등정을 제안했다. 이들이 선택한 코스는 수직 절벽이 3500m나 돼 낭가파르바트에서도 가장 어려운 루팔 남벽. 1953년 등반에 처음 성공하기까지 31명의 산악인이 숨져 ‘킬러 마운틴’으로 불릴 정도로 악명 높은 코스였지만 메스너 형제는 성공했다. 이 형제에게는 8000m급 첫 등정이었다. 하지만 메스너는 하산 길에 동생 귄터가 눈앞에서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겨우 하산한 메스너는 원주민에게 발견돼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메스너 형제와 연락이 두절됐던 원정대는 ‘메스너가 정상 등정 기록을 세우기 위해 동생을 무리하게 끌고 산에 올랐다’며 비난했다. 메스너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부인했지만 한동안 이 같은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메스너는 이때의 심정과 동생을 잃은 슬픔을 적은 책 ‘벌거벗은 산’을 2004년 펴냈다. 동생 귄터의 시신은 실종 35년 만인 2005년 하산하던 디아미르 계곡에서 발견됐다. 빙하가 녹으면서 시신이 떠내려 온 것을 원주민이 발견한 것이다. 메스너는 눈에 익은 등산화로 동생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메스너는 1일 울주산악영화제의 한 특강에서 “산에 다가가는 것은 정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자신과 내면을 탐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베레스트를 과연 산소통의 도움 없이 도전할 수 있겠느냐고 사람들이 생각했고 의사까지 위험하다고 했다”며 “그러나 내 안의 허약함을 이겨내고 산소통 없이 도전해 결국 정상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88년 캐나다 캘거리 겨울올림픽에서 메스너에게 메달을 수여하겠다고 제안했다. 히말라야 14좌를 최초로 완등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메스너는 “등반에서는 싸우는 상대도 없고, 심판도 없다. 단지 나 자신과의 싸움이 있을 뿐이다. 메달을 받는 것은 등반이 경쟁임을 자인하는 것과 같다. 산을 오르는 코스가 사람마다 다른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라며 메달 수상을 거부했다. 셰르파의 도움 없이 단독 등반하는 산악인으로도 유명한 메스너는 “등반가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셰르파에게 맡기고 뒤따라 오른다면 그건 등반이 아니라 관광일 뿐”이라고 말했다. 메스너는 현재 이탈리아에 메스너 마운틴 뮤지엄(MMM)이라는 이름의 5개 테마 산악박물관을 MMM재단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MMM 운영을 위해 카스텔로 피르미아노 등 고성(古城)을 메스너에게 제공했다. 이 박물관에는 여성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모두 오른 한국 산악인 오은선(51)이 마지막으로 안나푸르나를 등정할 때 사용했던 피켈도 전시돼 있다.아시아 최초 14좌 완등 엄 대장의 휴대전화 번호 끝자리는 8848이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 높이(8848m)에 맞춘 것이다. 엄 대장은 1985년부터 에베레스트 정복 도전을 시작했다. 남서벽을 통해 등정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어 1988년 9월에 재도전해 성공한 이후 네 번이나 성공했다. 2001년 시샤팡마(8027m)를 정복하면서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정복했다. 이어 히말라야 위성봉으로 불리는 얄룽캉(8505m)과 로체샤르(8383m)를 오르면서 2007년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14좌+위성봉 2개)를 올랐다. 죽을 고비를 맞은 큰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고산 등정을 이어간 엄 대장은 ‘인간 승리의 드라마’로 통한다. 엄 대장은 안나푸르나 등정에 3번 실패하고 1998년 네 번째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정상을 500m쯤 남겨둔 7600m 지점에서 함께 갔던 셰르파의 추락을 막기 위해 낚아챈 로프가 오른쪽 발목에 감기면서 빙벽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발목이 180도 돌아가 있었고 뼈도 2군데 부러졌다. 2박 3일간 다리를 질질 끌며 밧줄에 의지해 4500m 베이스캠프까지 내려와 겨우 살 수 있었다. 지금도 이때의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고 있다. 엄 대장은 이 부상 이후에도 8000m급 5좌를 더 올랐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정상에 서면 기쁨보다는 호흡 곤란 때문에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숨이 좀 쉬어지면 엄청난 허무감이 밀려오고 그 다음은 살아서 내려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초조해집니다.” 엄 대장은 ‘2005 한국 초모랑마(에베레스트의 티베트 명칭) 휴먼 원정대’의 등반대장을 맡아 에베레스트에서 2004년 5월 숨진 후배 산악인 박무택(당시 35세)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때부터 그는 ‘엄 대장’으로 통한다. 휴먼 원정대의 활약상은 지난해 영화 ‘히말라야’(황정민 주연)로 만들어져 상영되기도 했다. 엄 대장은 요즘 네팔에 학교 짓는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의 자신이 있게 한 히말라야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2010년 5월 5일 히말라야 산맥 해발 4060m 지점 오지마을에 1호를 연 이후 지금까지 11개 학교를 지었다. 히말라야 16좌 등반을 기념해 16호까지 개교할 계획이다. 등반 도중 숨진 셰르파의 유가족 24명에게는 생활비와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부터 매년 7월 참가를 신청한 전국의 대학생 100∼150명과 함께 비무장지대(DMZ) 평화통일 대장정을 하고 있다.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임진각까지 350km를 15박 16일간 걸으며 청년들에게 안보의식과 통일 염원을 심어주고 있다. 중학생들에게는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서울 근교 산을 안내하고 있다.“산악문화가 정착됐으면” 두 영웅은 “이제 고산을 오르는 것 못지않게 산악문화도 잘 가꾸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적인 산악인을 많이 배출한 한국에 산악 문화를 바꿀 영화나 문학 등 제대로 된 콘텐츠를 채운 산악박물관이 없는 것을 두 산악인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겨우 걸음을 뗀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한국 국민들에게 산악문화를 보급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30여 년 산을 쫓아다닌 신영철 월간 사람과산 편집주간은 “메스너는 자기 확신에 대한 고집이 세다면 엄 대장은 큰형 같은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4일 폐막한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대상은 폴란드 산악인 예지 쿠쿠치카의 등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유렉’(감독 파베우 비소찬스키)이 차지했다. 5일간의 영화제 기간에 5만4000명이 다녀갔다고 울주군은 밝혔다.울주=정재락기자 raks@donga.com}

“아버지처럼 훌륭한 소방관의 꿈을 펼칠 일만 남았는데 주검으로 돌아오다니….” 태풍 ‘차바’로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려다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던 강기봉 소방사(29·울산 온산소방서 소속·사진)가 6일 오전 11시 10분경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강 소방사의 아버지(62)도 제주에서 소방관으로 31년 근무한 뒤 2014년 6월 정년퇴직한 부자(父子) 소방관 집안이다.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듣고 5일 울산에 도착한 아버지는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고 오열했다. 강 소방사의 아버지는 ‘제주형 현장출동체계’를 개발하는 등의 공로로 녹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가 퇴직한 이듬해인 2015년 4월 강 소방사는 신규 소방관 공채에 합격해 울산 온산119안전센터 구급대원으로 근무했다. ‘차바’가 울산을 강타하던 5일 오전 11시 반경 “고립된 차 안에 사람이 두 명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강 소방사는 동료 2명과 함께 울산 울주군 청량면 회야강변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으로 출동했다. 당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구급차를 세운 대원들은 종아리까지 차오른 빗물을 헤치며 걸어서 접근해 신고된 차량을 확인했지만 사람이 없었다. 다시 구급차로 돌아가던 순간 강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대원들을 덮쳤다. 강 소방사와 동료 1명은 전봇대를, 다른 1명은 도로변에 있던 농기계를 붙들고 버텼다. 그러나 강 소방사와 동료는 힘에 부쳐 결국 급류에 휩쓸렸다. 동료는 약 2.4km를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탈출했으나 강 소방사는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울산소방본부는 실종 지점부터 회야강이 바다와 합류하는 명선교까지 12.4km 구간을 수색해 23시간여 만에 강 소방사의 시신을 찾았다.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저수지를 머리에 이고 살아오다 이번 폭우로 둑이 터지면서 꼼짝없이 물폭탄을 맞은 꼴이지요.” 6일 울산 중구 태화시장. 태풍 ‘차바’로 물에 완전히 잠긴 기계를 물로 씻어내던 T참기름집 주인 송모 씨(55)는 일손을 멈추고 북쪽을 가리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송 씨가 가리키는 곳은 울산 혁신도시다. 신도시가 새로 만들어졌지만 배수시설을 충분히 확충하지 않아 빗물이 혁신도시 아래로 쏟아지면서 태화시장의 피해가 컸다는 것이다. ‘차바’가 휩쓸고 간 울산의 중심 태화시장은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상인 모두가 물에 잠겼던 집기와 물품 등을 씻어내고 상가를 정리하느라 바빴다. 시민들은 자연 현상인 태풍의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업 불황에 이은 태풍 피해, 그리고 현대자동차 파업이란 ‘삼중고(苦)’에 ‘경제특구’ 울산이 울고 있다.○ 허술한 배수시설이 화(禍) 키워 태화시장 수해 역시 인재(人災)였다. 울산 혁신도시의 빗물은 대부분 유곡천을 통해 태화강으로 유입된 뒤 동해로 빠져나간다. 태화시장에서 30년째 인테리어 사업을 이어온 우무화 씨(73)는 “혁신도시 준공으로 산을 깎아내다 보니 토사가 다 쓸려 내려와 배수구를 막아버렸다”고 주장했다. 실제 태화시장 내 한 지하주차장 앞에는 군경이 일일이 퍼낸 약 1kg의 진흙주머니가 100여 개 쌓여 있었다. 태화시장 우정시장 등 혁신도시 아래에서 이번 태풍으로 주택과 상가 등 1000여 곳과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이 침수됐다. 태화시장 인근 아파트 주민 1명도 지하주차장에서 숨졌다. 울산 혁신도시는 태화시장에서 직선거리로 약 2km 위인 중구 우정동 함월산(해발 201m) 자락에 2007년 4월 착공돼 올해 말 준공할 예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혁신도시 조성 당시 빗물 저류조 5개를 만들었고 유곡천과 연결된 저류조 1개는 용량이 471만8000L다. LH는 재해영향평가를 통해 시간당 76.3mm의 비가 내릴 때를 가정해 만들었다. 이번 태풍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 139mm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혁신도시가 조성되기 시작한 2008년 7월 26일과 2014년 8월 17일의 집중호우 때도 주택과 상가 침수 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물폭탄을 맞은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태화시장의 낙후한 배수시설도 문제였다. 태화시장은 저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배수구 대부분이 4m 이상 간격으로 설치돼 있었고 구멍 역시 작은 편이었다. 자원봉사자인 김모 씨(42·여)는 “물을 퍼내는 작업을 하던 인부가 ‘이렇게 좁은 배수구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고 했다. 우 씨도 “농사지을 때 물 빼는 도랑만도 못한 배수구를 만들어 놓았으니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중구청은 뒤늦게 배수시설 확충에 나섰다.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은 6일 현장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저지대인 태화·우정시장 일원의 빗물을 강제배수하기 위한 배수시설을 2019년에 완공할 예정으로 내년에 착공하겠다”며 국비 500억 원을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다.○ “먹고살기 좋은 울산도 옛말” 태화시장과 우정시장 상인들은 침수된 집기를 물로 씻고 가게에 가득 찬 흙탕물을 빗자루로 쓸어내는 등 복구에 안간힘을 쏟았다. 울산시는 태풍이 지나간 5일 오후 6시부터 전 공무원 비상근무를 명령한 데 이어 6일에도 필수요원을 제외한 울산시와 전 구군 공무원들이 피해 복구에 참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경제 불황에다 재난까지 직면한 울산 시민들의 민심은 흉흉했다. 주민 김치운 씨(58)는 “중공업 불황에 현대자동차 파업이 이어져 경제도 안 좋은데 지진에 물폭탄까지 쏟아져 ‘이래서 살 수 있겠느냐’는 말까지 나온다”면서 “먹고살기 좋은 울산도 다 옛말이고 가장 힘든 시기가 와 버렸다”고 말했다. 태화시장에서 쌀가게를 운영하는 박원호 씨(54)도 “장이 선다고 멥쌀 찹쌀 잡곡 등을 360포나 들여놨는데 물에 젖어 2000만 원어치 ‘생돈’을 1t 트럭 4대에 실어 다 버렸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계획에 반발해 7일 세종시를 항의 방문하려 했지만 일단 수해복구에 힘쓰겠다며 일정을 연기했다. 울산시는 황 총리에게 울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건의했다.○ 7, 8일 또 비…울산 부산 또 물폭탄 우려 부산에서도 피해가 심각한 해운대 마린시티 등 해안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피해복구 작업이 이뤄졌다. 부산시에 따르면 119종합상황실과 16개 구군에 신고된 태풍 관련 피해는 모두 453건에 달했다. 특히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부산국제영화제 비프 빌리지 야외무대가 파손돼 영화제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차바’로 인한 인명 피해(6일 오후 기준)는 전국적으로 사망자 7명, 실종자 3명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공장과 상가 170여 곳이 비 피해를 입었고 농작물 9330ha가 침수됐다. 침수·낙하물 피해 등으로 인한 자동차보험(자기차량 손해) 신고는 4309건으로 집계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태풍 피해 지역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등을 지원하고 필요하면 관련 예비비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남부 지역에서 피해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또다시 이 지역을 중심으로 큰비가 예보돼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7일부터 흐려지고 낮에 제주도에서 비가 시작된다. 이날 비는 밤부터 남부지방과 충청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서 8일까지 비가 길게 이어지면서 강수량은 30∼80mm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리산 등 산간 지역과 남해안 일대에는 120mm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많은 양의 수증기가 남부지방으로 유입되는 데다 지형 효과가 더해지는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은 8일 오전 중에 많은 비가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울산=정재락 raks@donga.com·차길호 / 부산=강성명 기자}

예고된 태풍이었지만 이번에도 허술한 대비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18호 태풍 ‘차바(CHABA)’가 휩쓸고 간 제주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주택과 도로, 산업시설은 물 폭탄을 몰고 온 강력한 태풍에 맥없이 구겨졌다. 안일한 대책과 방심이 몰고 온 ‘인재(人災)’였다. 특히 현대자동차 울산 1, 2공장이 태풍으론 처음 침수됐고, KTX 신경주역∼울산역의 상·하행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국가의 주요 시설물이 피해를 입을 만큼 태풍 대비가 엉성했다. 5일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는 ‘함량 미달’의 방수벽 탓에 물바다로 변했다. 해운대구는 2012년 태풍에 대비해 기존 해안가 방파제 위로 방수벽을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일부 주민들이 조망권 문제로 반발해 적정 높이(3.4m)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m 높이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해운대구가 작성한 사업타당성 보고서에는 2003년 파고가 7∼8m에 달했던 태풍 ‘매미’의 월파량을 기준으로 60%밖에 저감되는 효과가 없다고 명시했지만 사업은 그대로 강행됐다. 반경 250km 정도의 비교적 작은 태풍 규모에 적극적인 재해 위험 예고를 하지 않은 ‘방심’도 엿보인다. 울산 태화강 주변 저지대에 사는 주민들은 ‘늑장 경보’ 탓에 큰 낭패를 봤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이날 태화강 홍수주의보를 발령한 지 50분 만에 수위가 1m 이상 오르자 경보로 격상했다. 강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 미리 대피시킬 수 있었던 자동차 수백 대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천현대아파트 주민 A 씨(46)는 “태화강변에 건립된 아파트여서 폭우가 쏟아질 경우 피해가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당국의 경고가 없어 차를 대피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강 공사가 끝난 지 3년이 안 된 부산 감천항 방파제는 추가로 쌓은 구조물의 80%가 무너지면서 부실 시공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준공된 다대포항 방파제도 길이 300m 가운데 100m가량이 파손돼 관리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이번 태풍으로 전국에서 4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5일 오후 11시 기준). 전국에서 차량 980여 대가 침수됐고 어선 1척이 전복됐다. 정전 피해는 22만6945가구에서 발생했고 도로 55곳이 한때 통제됐다. 항공편은 국제선 4편, 국내선 63개 항로 등 총 120편이 결항했다. 정부는 부산 경남 지역의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재해대책지구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전찬기 한국재난정보학회장(인천대 도시건설공학과 교수)은 “대형 재난이 예상될 때 즉각 대비 태세가 가동돼야 하는 시스템이 이번에도 거의 먹통이었다”며 “재난 상황에서는 대응 매뉴얼이 실제 가동되는지가 핵심인데 재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임현석 /울주=정재락 기자}

인체의 유전정보인 게놈을 해독해 질병을 예측하는 게놈 프로젝트가 울산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울산시는 “지역 행복생활권 선도사업으로 추진 중인 게놈 프로젝트에 김기현 울산시장 등 협약기관 대표의 유전자 기증을 시작으로 이 사업이 본궤도에 들어갔다”고 5일 밝혔다. 김 시장과 윤시철 울산시의회 의장, 정무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오연천 울산대 총장, 조홍래 울산대병원장 등은 이날 오전 울산대병원에서 게놈 프로젝트를 위해 건강검진과 함께 채혈을 했다. 확보된 유전체는 외부 업체에서 분리한 뒤 UNIST 게놈연구소(소장 박종화 교수)에서 혈액 속에 담긴 게놈 정보 해독 연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개인별 생애주기에서 발생 가능한 질병을 예측 진단한다. 게놈연구소는 게놈 분석 서브와 유전체 검증 실험장비 16종을 활용해 다음 달까지 유전체 분석을 마무리한다. 12월에는 울산대병원을 통해 해독한 정보를 개개인에게 제공한다. 그동안 특정 집단 등을 대상으로 특수 목적의 게놈 분석은 있었으나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게놈을 해독·분석해 건강검진 결과와 생체나이 예측 등 건강 리포트까지 제공하는 경우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개인이 게놈 해독을 의뢰할 경우 2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들지만 이번 사업 참여자는 모두 무료로 게놈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울산시와 UNIST, 울산대, 울산대학병원 등은 지난해 11월 국가 주도 게놈 코리아 사업의 선도사업으로 ‘울산 1만 명 게놈 프로젝트사업’ 추진을 선언했다. 올해 시비 7억 원으로 착수한 1만 명 게놈 프로젝트는 2019년까지 125억 원을 들여 추진한다. 내년 1000명을 시작으로 3년간 시민 등 1만 명으로부터 유전자를 기증받아 게놈 연구를 진행하는 사업이다. 대상자는 시민 공모로 진행되는 1000명 프로젝트와 함께 환자를 포함한 시민 등 자발적 동의를 받아 별도로 구성되는 자문위원회의 선별기준에 따라 선정된다. 울산에서 시작된 게놈 프로젝트는 앞으로 10만 명, 100만 명으로 확대해 ‘게놈 코리아’로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1만 명 게놈 프로젝트사업은 게놈뿐만 아니라 건강 관련 생명정보 빅데이터를 생산·분석하고 게놈과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사상 최대의 한국인 게놈 연구사업이다.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무병장수 ‘웰 에이징’ 사회 구현과 함께 침체에 빠져있는 국가 경제위기의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락기자 raks@donga.com}

울산을 대표하는 축제가 29일 개막된다. 올해는 축제장 순회버스 운행 등 관광객을 위한 편의도 다양하게 제공된다. 축제는 올해로 50회째를 맞는 처용문화제와 올해 처음 열리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울산의 대표 먹거리인 불고기를 주제로 한 언양·봉계 한우불고기 축제 등이다. 처용문화제는 2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태화강 대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무용과 음악이 혼합된 ‘처용 지천명(知天命)’ 공연으로 축제의 막이 오른다. 50여 명이 출연해 처용문화제의 지난 50년과 시민 소원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5개 구군을 상징하는 유등행사도 새롭게 선보인다. 마두희 조형물과 학(중구), 고래(남구), 대왕암과 여의주를 문 용(동구), 달천 쇠부리 문화를 알리는 캐릭터(북구),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상징 조형물(울주군) 등 형형색색의 유등이 태화강 대공원 실개천을 따라 설치된다. ‘처용문화제 50주년 자료관’도 운영된다. 설화 속 처용과 관련한 자료부터 50년간 ‘울산공업축제’ ‘울산시민대축제’ 등 변천 과정을 겪은 처용문화제의 사진과 신문 기사가 전시된다. 처용문화제는 1967년부터 열리던 ‘울산공업축제’의 이름을 1991년 바꾼 것으로 울산이 발상지인 신라 향가 ‘처용설화’에서 유래됐다. 울산에는 처용암과 개운포, 망해사 등 처용설화에 등장하는 지명이 남아 있다.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도 30일 개막해 다음 달 4일까지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일대에서 열린다. 세계 산악영화와 다양한 체험·공연 행사로 진행된다. 본선에 오른 21개국 24편의 산악영화가 상영되고 수상작도 결정된다. 특히 영화제 기간에는 ‘세계 산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라인홀트 메스너 씨(72)가 참석한다. 그는 1978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정하는 등 1986년까지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무산소 완등이라는 신화를 남긴 인물이다. 메스너 씨는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뒤 특별강연도 한다. 울주군은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이탈리아 트렌토 영화제(64회)와 캐나다 밴프 영화제(41회)와 함께 세계 3대 산악영화제로 육성할 계획이다. ‘2016 언양·봉계 한우불고기 축제’는 다음 달 1∼3일 고속철도(KTX) 울산역 인근 울주군 언양읍 공영주차장에서 열린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행사장과 가깝다. 한우불고기 할인 판매, 언양 한우 깜짝 경매, 초대가수 공연 등으로 꾸며진다. 이 축제는 1999년부터 울주군 봉계와 언양 불고기단지 등 두 곳에서 한 해씩 번갈아가며 열리고 있다. 이 지역은 2006년 전국 처음으로 먹거리 특구로 지정됐다. 울산시는 3개 축제장을 순환하는 셔틀버스를 30일∼다음 달 3일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한편 처용문화제 추진위원회의 한 위원은 “50주년을 맞은 처용문화제는 전국에 내세울 만한 울산의 대표 축제인데도 전국에 알리지 않아 ‘울산만의 축제’로 축소돼 아쉽다”고 했다. 052-260-7544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26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12년 만에 전면파업을 벌이면서 하루 손실액이 1600억 원, 누적 손실액이 역대 최대인 2조5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이 역대 최대인 반면, 현대차의 8월 내수시장 점유율은 역대 최저인 33.8%로 떨어졌다. 현대차 파업에 이어 27일에는 철도노조와 지하철노조가 22년 만에 연대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소속 51개 병원도 27일부터 순차적으로 파업에 들어간다. 다만 의사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필수 보조 인력도 남는다. 이날 현대차 전면파업에는 노조 조합원 4만9000여 명이 참여했다. 울산, 전주, 아산공장의 생산라인이 모두 멈췄다. 사측은 이날 노조의 파업으로 차량 7200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1600억 원의 매출 차질이 난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 측은 앞선 부분파업까지 합하면 총 10만8000여 대 생산 차질과 2조5000억 원에 가까운 매출 차질을 빚었다고 집계했다. 현대차의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맞물려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의 울산 및 아산 모듈공장의 가동도 일시 중단됐다. 1차 협력업체의 손실액도 1조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됐다. 노조는 27∼30일엔 매일 6시간 파업을 예고했다. 한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5일 홍순만 사장을 중심으로 한 파업 대비 비상대책본부를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철도노조는 코레일 사측에 성과연봉제 도입 철회를 요구하고,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27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파업이 시작되더라도 고속열차(KTX)와 도시 간 급행열차인 ITX-청춘은 평소와 같은 배차 간격으로 운행된다. 서울지하철 1∼8호선 역시 출퇴근 시간에는 평소 운행 편수를 유지한다.박은서 clue@donga.com/ 울산=정재락/ 천호성 기자}

“옆집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나만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우리’를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하는 것임을 알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9일 오후 울산대 행정본관 3층 교무회의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60대 문구점 사장이 오연천 울산대 총장과 교수 등 국내외 석학들 앞에서 경영철학을 강의했다. 주인공은 울산에서 5개 문구점을 경영하고 있는 구암문구 박봉준 대표(60)다. 울산대가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인사들의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련한 프레지덴셜 포럼의 다섯 번째 강사로 박 대표를 초청했다. 경북 경주시 외동읍이 고향인 박 대표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사판 인부와 점원으로 전전하다 1980년부터 울산에서 문구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울산대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각각 3억 원과 2억 원 등 총 5억 원을 기부했다.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11번째 울산 회원이기도 하다. 영세한 문구 사업을 중소기업 규모로 성장시킨 박 대표의 비결은 간단했다. “남들은 ‘10원짜리 장사, 코 묻은 돈 버는 사람’이라고 무시했지만 ‘교육 사업에 일조한다’는 생각과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 자신이 옳다고 믿었기에 한길로 걸어 올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대기업 직원들도 메모지와 볼펜이 없으면 공부를 못 하고 업무 기획을 못 한다”며 “내가 판매한 문구가 없으면 교육이 안 되고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오늘의 구암문구를 만들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문구점 점원으로 일하며 장사를 배운 24세 때인 1980년 울산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12m²의 허름한 문구점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 장사가 잘되자 주인이 1년 만에 내쫓았다. 다른 초등학교 앞에서 다시 문구점을 열었다. 이듬해 울산시청 옆에 신정점을 개업한 뒤 현재는 삼산점, 농소점, 범서점, 울산대점 등 5개 점포에 직원 80여 명이 근무하는 대형 문구점으로 키웠다. 박 대표의 인생철학은 ‘돈은 부수적으로 벌리는 것이지 돈을 먼저 생각하면 절대 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문구점은 국가와 울산지역 사회로부터 잠시 빌려서 쓰는 것일 뿐”이라며 “수익금 대부분을 사회를 위해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매월 1000만 원씩, 1년에 1억2000만 원을 울산지역 사회를 위해 내놓고 있다. 울산지역 환경단체인 울산생명의숲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 대표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문구점 건물을 지으면 그만큼 자연환경을 훼손한 것”이라며 문구점 건물 옥상에는 반드시 조경을 한다. 삼산점 옥상에는 보리수나무와 앵두나무, 미나리, 수선화, 고사리 등은 물론이고 닭도 키우고 있다. 건물 옥상에 모으고 있는 빗물에는 수질 정화를 위해 미꾸라지와 수생식물도 키우고 있다. 이 빗물은 화장실 등에 재활용된다. 신정점 3층에는 집기까지 갖춰 생명의숲 사무실로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문구점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언덕이나 산 위의 바위처럼 평생 변하지 말자’는 뜻에서 구암(丘岩)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다”며 “평생 문구 사업을 하면서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강의가 끝난 뒤 오 총장은 “자기 일에 대한 일관성과 그 일이 고객들에게 선사할 행복감을 생각하는 박 대표의 성실함이 성공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경북 경주시에서 리히터 규모 5.1∼5.8의 역대 최대 지진이 발생한 12일 오후 기자가 머물렀던 울산의 한 건물 3층은 곧 무너질 듯 요동쳤다. 최초 지진 발생 후 9분이 지난 뒤 긴급 재난문자가 도착했다. 당시 함께 있었던 10명 중 절반은 문자조차 받지 못했다. ‘시민 안전’을 시정 목표로 시민안전실까지 만든 울산시는 아예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하루 뒤 울산시는 “전화 폭주로 시민들에게 통보를 못했다”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러면서 “지진경보 방송을 빨리 들을 수 있도록 마을 앰프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아날로그식 재난대책을 내놨다. 평소 사소한 일까지 실시간으로 알리던 울산 119상황실도 이번 지진 때는 ‘뒷북 통보’였다. 그나마 규모가 크지 않아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이번 지진으로 경주시민들이 가장 가슴을 졸였겠지만 울산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7월 5일 오후 울산 동구 동쪽 52km 떨어진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데다 원자력발전소와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공단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을 중심으로 부산 기장군과 경북 경주 월성, 울진에는 원전 12기가 가동 중이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는 신고리 3, 4호기가 다음 달과 내년 11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2022년까지 신고리 5, 6호기도 건설된다. 이러면 울산을 중심으로 동해안에는 16기의 원전이 들어서 ‘단일지역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 된다. 이 원전들은 공교롭게도 국내에서 발견된 활성단층 60여 곳 가운데 부산∼울진 약 200km의 양산단층과 울산∼경주 약 50km의 울산단층 위에 건설돼 있다. 건설된 지 40년 지난 석유화학공단이라는 ‘화약고’도 울산에 있다.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울산과 부산, 경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끼리라도 손을 잡고 정부에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전 건설 반대’가 더 이상 시민환경단체의 의례적인 구호라며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원전이 건설된다”는 당국의 말만으론 설득력이 떨어진다.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과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를 잊었는가. 이제 지자체도 ‘안전 보장 없는 원전 추가 건설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원전 건설지 반경 5km 이내에만 지원토록 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을 개정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인 30km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잦은 지진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원전 주변 주민들에게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상 가운데 하나인 전기요금 인하도 시급히 검토돼야 할 문제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울산 도심에 있는 해발 204m의 입화산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자연휴양림으로 꾸며진다. 자연휴양림은 산림 자원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숙박과 편의시설 등 기본적인 산림휴양 시설을 설치해 보건 휴양과 정서 함양, 산림 교육 등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산림청이 지정하는 숲이다. 현재 전국에 100여 곳이 지정돼 있으며 광역시 안에 자연휴양림이 조성되기는 입화산이 처음이다. 7일 울산 중구에 따르면 산림청은 지난달 울산 중구 다운동 입화산 참살이 숲 일원 38만8473m²를 자연휴양림으로 지정했다. 중구는 주5일 근무제 등이 정착되고 사회 여건이 변화해 2005년 507만 명이었던 산림휴양시설 이용객이 2012년 1000만 명으로 급증하는 등 매년 5%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구는 지난해 1월 입화산 자연휴양림 조성 계획을 수립하고 같은 해 9월 사전입지조사 용역을 완료한 뒤 4월 산림청에 자연휴양림 지정을 신청했다. 산림청은 현지 조사와 타당성 평가, 환경부 등 정부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지난달 입화산을 자연휴양림으로 최종 지정했다. 이번에 산림청이 지정한 자연휴양림에는 중구가 2012년부터 입화산 일원에 지역 주민들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오토캠핑장 10면과 야영덱 34면 등으로 조성한 입화산 참살이 숲 야영장도 포함됐다. 산림욕장과 어린이놀이터, 치유의 숲 등이 조성돼 있다. 등산로와 산악자전거 도로를 갖춰 연평균 5만 명 이상의 야영객이 찾는 울산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산림청과 울산시, 중구는 총 85억 원을 들여 내년부터 2020년까지 입화산 자연휴양림을 조성할 계획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다른 지역 자연휴양림을 벤치마킹해 특화된 휴양림을 조성할 계획이다. 중구는 입화산 자연휴양림을 치유학습지구와 산림체험지구, 경관보전지구, 편익위생시설지구, 휴양시설지구 등 모두 5개 구역으로 나눠 조성할 방침이다. 치유학습지구에는 자연과 지형을 활용한 들꽃학습원과 산책로 등을, 산림체험지구에는 기존 산림욕장과 연계한 산림욕체험장을, 경관보전지구에는 등산로와 산채체험장 등을 설치한다. 편익위생시설지구에는 자연휴양림 방문객을 위한 주진입공간과 방문자안내센터 등을, 휴양시설지구에는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 놀이터, 숲속 어드벤처와 모노레일, 숲속의 집, 다목적 운동장과 주차장 등을 짓는다. 박성민 중구청장은 “입화산은 울산 도심에 위치한 데다 고속도로와 인접해 있어 전국 어디서나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자연휴양림이 조성되면 관광산업 육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시의 옹졸함일까, 울주군의 자만심일까. 3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울산 울주군 상북면 신불산(해발 1209m) 자락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일원에서 열리는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놓고 울산시와 울주군이 벌이는 샅바싸움을 두고 하는 말이다. 21개국에서 출품된 78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이 영화제 명칭을 놓고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가 비생산적인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 영화제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신장열 울주군수와 시사만화가인 박재동 추진위원장, 최선희 프로그래머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국 최초의 세계산악영화제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세계 양대 산악영화제인 이탈리아 트렌토 영화제, 캐나다 밴프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산악영화제로 발전시키겠다”며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울산시민은 물론이고 전 국민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울산시청에서 열렸지만 울산시 담당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영화제 명칭을 둘러싼 앙금이 아직 남아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명칭 논란은 3월 김기현 울산시장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참가할 당시 영화제 명칭에서 ‘울주’를 빼면서 촉발됐다. 그러면서 울주군에 ‘울산세계산악영화제’로 명칭 변경을 요청했다. ‘울산’이란 이름이 세계에 더 많이 알려져 있고 어차피 울주군은 울산시에 속한 기초단체여서 영화제에 울산이라는 명칭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그러자 울주군은 발끈했다. 2011년부터 유럽과 남미 등에서 영화제를 홍보하면서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로 알렸는데 영화제를 불과 6개월 앞두고 명칭을 바꾸면 신뢰가 무너져 성공 개최가 불투명해진다는 논리였다. 울주군이 버티자 울산시는 영화제에 지원키로 한 예산 10억 원을 삭감했다. 총 20억 원인 영화제 예산의 절반이 깎여버린 것이다. 신 군수는 “기초단체가 광역단체에 맞설 수 없으며 지금이라도 울산시가 예산을 지원해 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덧붙여 “울주군은 기초단체로는 드물게 예산 1조 원 시대에 접어들어 영화제 사업비 정도는 자체 부담할 능력이 된다”며 울산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언중유골(言中有骨)로 비쳤다. 영화제가 눈앞에 다가왔다. 애를 낳았으면 잘 키워야 한다. 앙금은 앙금이고 초대한 손님에게 부끄럽지 않게 잔치는 잘 치러야 한다. 시시비비는 행사가 끝난 뒤 가려도 늦지 않다. 모처럼 울산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행사를 볼썽사나운 집안싸움 때문에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살아있을까, 봉선화 물들인 내 색시 살아 있을까, 아직 내 아장걸음 남아있는, 호계리 호계역.’ 울산 출신 최종두 시인이 쓴 ‘호계역’의 마지막 구절이다. 1922년 문을 연 호계역은 김원일의 소설 ‘미망’에도 나올 정도로 울산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하나다. 이 호계역이 2019년부터 전시관과 북카페로 다시 태어난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활용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위한 주민설명회에서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문을 닫는 역사(驛舍)와 역 광장이 전시관과 상업시설, 시민광장 등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또 폐선 철길은 레일바이크 체험시설이나 도시철도(트램), 태양광발전 시설, 자전거길 등으로 조성된다. 울산시는 지난해 5월 국토연구원과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활용 기본계획 수립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11월에 나오는 용역 결과에 따라 계획을 세워 2019년부터 본격 추진한다. 국토연구원은 폐선 철길을 ‘시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길’로 만든다는 비전에 따라 단순 교통 기능에서 휴식과 생산, 문화 기능으로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용역을 진행했다. 앞서 연구원이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주민들은 역사 터를 공원 및 휴식공간, 전시관과 박물관, 문화행사 이벤트 공간, 공공광장 시설 등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폐선 철도 부지는 관광자원과 공원, 교통시설, 문화시설로 꾸미자고 했다. 이에 따라 폐선 구간 중 효문역∼호계역 일부 구간은 도시철도 1호선 계획과 연계한 트램을 설치해 교통과 관광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방안으로 개발된다. 이와 함께 산책로, 시민공원, 수변공원, 마을정원도 조성된다. 울주군 외고산 옹기마을이 있는 남창역 주변은 관광숙박체험시설로 꾸며진다. 서생역∼남창역 일부 구간에는 레일바이크를 설치하고 주변에 캠핑장, 4륜 모터사이클장 등 레저 관광지가 들어선다. 활용도가 낮은 폐선 부지에는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기차가 다니던 터널에는 버섯 재배지나 식품 저장고를 짓는다. 문을 닫는 효문역은 첨단산업과 문화, 상업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문화, 복합공간으로 꾸며진다. 울주군 덕하역은 주민 여가 공간으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남창역은 보존해 전시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2018년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사업이 완료되면 울산 구간에는 폐선 철로 25km와 서생 남창 덕하 효문 호계 등 5개 역 주변을 중심으로 폐선 부지 76만2000m²가 생긴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폐선 부지를 잘 활용하면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도 노선으로 인한 물리적 단절을 해결하고 녹색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가족캠프 참가자를 모집한다. 캠프 이름은 ‘옹기종기 가족캠프’. 가족캠프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리는 10월 1일부터 2박 3일 동안 울산 울주군 상북면 작천정 별빛야영장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참가 가족은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상영작인 78편의 산악영화와 ‘세계 산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라인홀트 메스너 씨(72) 특별 강연, 스케이트보드 초청선수의 공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또 히말라야 베이스캠프 체험, 영남알프스 가상현실(VR) 체험의 기회가 주어진다. 노르딕워킹 강습, 캠핑요리 경연, 트리 클라이밍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즐길 수 있다. 스틱을 이용해 걷는 노르딕워킹은 일반 걷기보다 심장박동 수가 13% 이상 증가하고 칼로리 소모량이 2배에 달해 뛰어난 운동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 희망 가족은 다음 달 7일까지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울주군, 작천정 별빛야영장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추첨으로 35가족을 초청하며, 참가팀에게는 푸짐한 경품과 웰컴 패키지를 제공한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일대에서 열린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시는 25일 ‘울산공항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 조례 시행규칙’을 제정해 공포했다. 재정 지원 대상은 항공기 운항에 따른 손실금, 공항시설 사용료, 항공여객 유치 지원금 등이다. 울산시는 울산공항 취항 1년 이상 되는 항공사업자에게 항공운항 손실액의 30% 이내에서 손실금을 지원한다. 울산공항에 신규 취항해 6개월 이상 운항한 항공사업자 가운데 반기 탑승률이 70% 미만인 경우에도 항공운항 손실액의 30% 이내에서 지원한다. 공항시설 사용료는 취항해 1년 이상 운항한 항공사업자에게 지원한다. 취항해 6개월 이상 운항한 항공사업자에게는 착륙료, 조명료, 정류료를 50% 이내에서 지원한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시는 내년 1월 출범하는 울산문화재단 임원진을 공모하기로 하고 24일 이를 공고했다. 울산문화재단 임원진은 당연직인 이사장(시장)과 이사(문화체육관광국장), 감사(문화예술과장)를 포함해 17명으로 구성된다. 공모 임원은 대표이사 1명과 이사 12명, 감사 1명 등 총 14명. 대표이사는 상근, 이사와 감사는 비상근 직이다. 임기는 2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지방공무원법 제31조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이나 문화재단의 임원으로 적합하지 않은 사람은 응모할 수 없다. 대표이사는 지역 문화예술의 실정에 정통하고 사회적 덕망을 가진 사람이면 된다. 감사는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여야 한다. 대표이사는 서류심사와 면접심사, 비상임 이사 및 감사는 서류심사를 통해 선발한다. 다음 달 8일까지 방문 또는 등기우편으로 울산시 문화예술과에 신청하면 된다. 울산시 홈페이지(www.ulsan.go.kr) 참조. 052-229-3723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은 로터리가 많은 도시로 꼽힌다. 도심 교통체계 대부분이 로터리로 짜여 있다. 로터리보다 회전 반경이 좁은 회전교차로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울산의 로터리와 회전교차로 방식의 교통체계가 교통 소통과 안전, 환경개선 측면에서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 지난해부터 일반 국도 등에 확대 설치하고 있다. 로터리는 왕복 4차로 이상의 간선도로 4∼6개가 교차하는 도로에 대형 교통섬을 설치한 뒤 차량이 진출입하는 교통체계다. 회전교차로는 왕복 2차로 안팎의 이면도로나 교외의 3, 4개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주로 설치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통과하는 방식이다. 울산에는 울산공업단지가 조성된 것을 기념해 1967년 설치된 공업탑 로터리를 비롯해 신복과 태화 등 3개가 있다. 한때는 통과 차량이 뒤엉키고 만성적인 교통정체를 일으켜 애물단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공업탑 로터리는 ‘단일지점 교통사고 발생건수 전국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부산 서면로터리가 1980년 철거된 사례를 들어 울산에서는 선거 때마다 ‘공업탑 로터리 철거’가 단골 공약으로 제시될 정도로 철거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이들 로터리에 2001년 신호등이 설치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운전자가 자율적으로 로터리를 진입해 순환하는 ‘자유 순환형’에서 ‘신호체계’로 변경된 것. 신호등 설치 이후 로터리 교통사고는 이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통과 속도도 종전 시속 22.3km에서 37.6km로 빨라진 것으로 울산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울산의 로터리 신호등 교통체계는 광주와 충남 천안, 경기 수원 등 다른 자치단체들도 벤치마킹해 교통체계를 변경했다. 이 교통체계는 2012년 대한민국 지식대상을 수상하고 정부의 도로교통안전 개선사업 우수 사례에 두 차례나 뽑혔다. 울산시는 로터리 교통체계를 다른 교차로에도 확대했다. 2010년부터 설치하기 시작한 회전교차로다. 태화강 대공원 삼거리와 남울산 우체국 사거리 등 현재 23곳에 회전교차로가 설치돼 있다. 울산혁신도시 진입로인 서동교차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회전교차로로 바꿨다. 동구 대왕암공원 입구 사거리도 11월까지 회전교차로로 바뀐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회전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일반 교차로에 비해 평균 44% 줄어들고 통행시간도 30.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회전교차로는 신호교차로보다 넓은 부지가 필요하고 신호 연동 구간에서는 연동 훼손 우려가 있어 상황을 고려해 대상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교통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회전교차로는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친환경적이기는 하나 교통법규를 잘 지켜야 한다”며 “회전교차로로 진입할 때는 속도를 줄여야 하고 회전차량에 우선권이 있다는 약속된 규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