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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퇴임 전 마지막 연설에서 “우리는 동시에 하나 이상의 적을 무찌를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대상으로 북한과 이란을 적시했다. 패네타 장관은 6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 “만일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는데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면 우리는 두 분쟁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네타 장관의 발언은 다음 달 1일로 다가온 예산 자동 감축, 이른바 ‘시퀘스터’에 따른 국방비 삭감이 우려되는 가운데 나왔다. 북한을 이란과 함께 미국의 2대 전쟁 가능 국가로 지목한 것은 3차 핵실험을 예고한 북한에 대한 정치적 압박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앞으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대상을 열거하면서 북한을 6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2011년 6월 안보 수장이 되자마자 펜타곤 안팎의 전문가와 함께 수립한 5대 국방전략을 소개하면서 “태평양과 중동에 힘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곳은 북한과 이란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가진 핵심 지역”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미사일 확산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은 미국과 중국의 공동 과제”라며 중국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저지에 더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은 유엔 대북제재 이후 개성공단의 대북 반출물품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통일부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며 대남 공세를 이어갔다. 내각 기관인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는 6일 “누가 어떤 형태라도 개성공단을 건드린다면 개성공단에 대한 모든 특혜를 철회하고 군사지역으로 다시 만드는 등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반면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같은 날 “남측에서 민족 공동의 이익을 내세워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면 대화의 창구가 열리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북한과 박근혜 정부의 대화에 기대를 나타냈다. 한편 중국의 부부장급(차관급) 당국자는 지난달 25일 방중한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베이징(北京)의 외교소식통이 전했다.워싱턴=신석호·베이징=이헌진 특파원·조숭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 대외 선전기구가 미국을 미사일로 공격하는 ‘희망사항’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미국이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은 미국 게임업체가 만든 게임의 한 장면이지만 의도가 불량하다는 반응이다. 또 북한은 저작권도 침해해 국제적인 망신도 샀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일 유튜브에 ‘은하 9호를 타고’를 올렸다. 주인공이 꿈속에서 ‘은하 9호’ 로켓으로 발사한 스페이스 셔틀 ‘광명성 21호’ 안에서 지구 주위를 도는 내용으로 3분 36초 분량이다. 이 동영상 중 뉴욕으로 추정되는 미국 도시가 불타는 장면이 포함됐다. ‘아메리카 어디선가 검은 연기도 보입니다. 아마 강권과 전횡 침략전쟁만을 일삼던 악의 소굴이 제가 지른 불에 타는 모양입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불타는 미국 영토와 성조기의 모습을 보여준다.북한에 강경한 의견을 피력해 온 의회 지도자들은 발끈했다.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전 하원 외교위원장(플로리다)은 “북한의 대미 적대감을 나타내는 밥맛없고 천한 짓”이라고 혹평했으며 에드 로이스 현 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의회 전문지 더 힐이 보도했다.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그것을 봤지만 그것에 대해 언급해 마치 중요한 일인 것처럼 만드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CNN도 뉴스 시간마다 비디오를 연속적으로 소개하면서 ‘기괴한 비디오’라고 표현했다.동영상에서 폐허가 된 미국 도심 풍경은 미국 게임 제작업체 액티비전사의 비디오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3(Call of Duty: Modern Warfare 3)’의 한 장면이다. 유튜브는 “액티비전사의 항의로 ‘은하 9호를 타고’의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북한이 동영상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 역시 저작권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크다. 1985년 에티오피아 난민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마이클 잭슨 등 당대 유명 가수들이 함께 불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곡이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조숭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의 핵실험 위협을 둘러싼 남과 북, 북한과 국제사회의 날선 공방은 5일 더욱 고조됐다. 특히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겨냥해 “핵실험보다 더한 것도 하겠다”며 위협했다. 이에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북 경고 수위도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한 한미 당국의 실질적 대응 태세에는 일부 ‘구멍’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군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북 간 날선 북핵 공방 북한은 5일 “미국이 대북 핵 선제공격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적대세력(한국과 미국)의 상상을 초월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전쟁 책동이 엄중한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앙통신은 “적대세력의 가증되는 핵전쟁 도발 책동에 대처해 핵시험(실험)보다 더한 것도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도달한 최종 결론이다. 이것은 민심의 요구이다”라면서 “우리에게는 끝장을 볼 때까지 나가는 길밖에 다른 선택이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황식 국무총리는 5일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무모하게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매우 엄중한 결과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한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응 의지가 다른 어느 때보다 단호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강화 최근 중국을 다녀온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한반도의 비핵화가 유지돼야 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해선 안 된다는 데 한국과 중국의 인식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도발을 반대한다는 한중 양국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 본부장은 4일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상무(수석)부부장,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을 만나 북한·북핵 문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숙 주유엔대표부 대사는 4일(현지 시간)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맡은 뒤 처음으로 유엔 출입기자를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입장은 통일돼 있고 단호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신속하고 엄중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조치의 형식과 내용은 모두 이전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본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독자적으로 제재할 방침이라고 5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국지 도발에 대한 한미 대비 계획 차질 우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기습 도발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수립한 국지 도발 대비계획의 시행은 연기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핵실험 직후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국지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미 공동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당초 지난달까지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의 공식 서명을 완료하고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이 공동 작전 계획에 대한 미군 당국의 최종 승인이 늦어지면서 예정된 서명 시한(올 1월)을 넘기게 됐다. 군 일각에선 ‘한국군의 공세적 대북 억제 방침에 미국이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국지 도발을 할 경우 도발 원점은 물론이고 지원세력까지 격멸한다는 한국군의 강경 대응 방침이 담긴 공동 대비계획이 확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시 자위권 차원에서 한국군이 강력 응징하고 미국도 이를 지원한다는 대응 기조엔 한미 간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 기자·워싱턴=신석호·도쿄=박형준 특파원ysh1005@donga.com}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외부의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발전소와 상수도시스템 등 주요 인프라를 지키기 위한 행정명령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발표할 것이라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3일 보도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언론사 등 민간기업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주요 사회기반시설 운영 시스템에 대한 공격을 막고 복구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보호 대상에는 전력망과 금융서비스, 화학업체, 석유가스그룹, 수도업체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행정명령 발동은 중국에 의한 미국 언론사 사이버 테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사들이 최근 중국 해커들에게 사이버 공격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미 행정부와 의회가 사이버 보안 강화 논의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우선 지난해 발의된 ‘사이버정보 공유법안(CISPA)’ 합의에 실패한 여야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법안 초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일부 의원은 최근 웹사이트 해킹과 씨름하고 있는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절차를 밟아 나가기 시작했다. 중국을 비롯한 외부 세력들의 해킹에 맞서 정부가 중심이 돼 민간과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자는 것이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의 핵심이다. 한편 이번 미국 언론사 해킹은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인터넷관리판공실이 상부의 지시를 받아 주도했다고 미국에 본부를 둔 반중국 매체 보쉰(博訊)이 3일 주장했다. 이 매체는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사상·선전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과 류치바오(劉奇보) 선전부장, 그리고 국무원 인터넷관리판공실 왕천(王晨) 주임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박노벽 외교통상부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전담대사가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비확산 및 군축담당 특별보좌관과 원자력협정 개정을 협의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김건 한미 원자력협정 태스크포스(TF) 팀장도 비슷한 시기에 워싱턴을 찾아 리처드 스트래퍼드 미 국무부 원자력안전안보과장을 비롯한 핵심 실무자들을 만났다고 워싱턴 외교 소식통이 이날 전했다. 이번 협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6일 서울을 방문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 대표단에게 “국제사회가 신뢰할 만큼 좋은 대안을 마련하고 논의하길 바란다”라고 말한 뒤 이뤄진 것이다. 우리 측은 2014년 3월 완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한 한국 내 동향을 집중 설명하고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폐기물 재처리 허용을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핵 비확산 차원에서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협의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이 문제는 이달 말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와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숙제로 넘겨졌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하원이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에너지 관련 회사의 기술이나 지식재산권이 중국과 북한, 테러리스트 지정 국가 등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2일 미 의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마샤 블랙번 하원의원(공화·테네시)은 지난달 14일 ‘스마트 세일 법안(SMART SALE Act)’으로 불리는 ‘미국 노동력과 기업 활동이 제공된 기업의 인수합병 및 위험한 경영권 매수 방지 법안’을 제113차 의회에 발의했다. 법안은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에너지부 등 연방 기관에서 세금을 지원받는 기업이 비동맹 국가의 개인이나 회사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으면 반드시 보고하도록 했다. 에너지부 장관은 해당 기업 매수가 미국에 위협이 되는지 평가해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안은 미국의 에너지 관련 기술이나 지식재산권 이전이 금지되는 국가로 중국과 북한을 첫 번째와 두 번째로 특정해 언급했다. 블랙번 의원은 의정활동 홍보 사이트에서 “이 법안은 납세자의 돈이 들어간 회사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이 결과적으로 비동맹국에 팔려 나가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고모부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3차 핵실험 결정 과정에 의도적으로 비켜 서도록 한 뒤 중국을 달래는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미국의 러시아 출신 북한 문제 전문가가 주장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알렉산더 만수로프 연구원은 1일(현지 시간) 연구원이 운영하는 ‘38 노스(North)’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김정은의 외교정책 기록: 주체 혁명은 계속된다’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3차 핵실험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중국에서의 입지가 좋은 장성택을 ‘결백한 상태’로 남겨 둬 향후 중국을 달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이 ‘중대 결정’을 했다는 최근 당중앙군사위 회의에서 위원 16명 가운데 한 명인 장성택이 어떤 역할을 했을지, 북한이 이를 어떻게 홍보하거나 은폐할지 주목된다. 만수로프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087호를 놓고 북-중 두 나라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3차 핵실험 이후 일이 잘못 돌아가면 장성택은 상황을 개선하는 데 중국의 이해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정치적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미국을 상대로 대화와 도발을 번갈아 사용하는 이중전략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3차 핵실험 이후 미국을 향한 대화의 문을 두드릴 것이며 올해 하반기 중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는 “김정은의 외교정책 스타일은 아버지보다 경쟁적이고 완고해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미국 등 주변국들은 ‘너무 많은 것을 씹으면 탈이 난다’는 것을 가르쳐 줄 것인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인정하면서 대화를 통해 군비 축소에 나설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같은 날 미국외교협회(CFR)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북한이 한국 대통령 취임식 전에 3차 핵실험을 실시하면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마지막 인사’라며 무시해 넘길 수 있지만 취임식 이후라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여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대화 역시 제재만큼이나 가치 있고 정당한 외교 수단이며 둘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북한은 31일에도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와 추가 핵실험 위협을 계속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앞으로 발사할 여러 위성과 장거리로켓, 높은 수준의 핵실험이 미국을 겨냥한다는 국방위 성명(1월 24일)은 천만군민의 확고부동한 의지의 반영”이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빈말을 하지 않는다”고 위협했다. 이 신문은 “(대북)제재에는 전면대결전으로, 핵위협에는 자위적인 핵억제력으로 맞서야 한다”며 추가 핵실험 실시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자기를 지킬 힘이 없으면 굴종과 예속을 당하게 된다”며 “평화는 오로지 강위력한 핵억제력에 의해서만 담보된다는 것이 진리”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 채택으로 정세가 극도로 긴장해지고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엄중한 정세”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31일 미국 정보 당국자들이 이번 핵실험을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검증할 기회로 기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북한의 3차 핵실험이라는 새로운 위험 요소가 폭발 직전에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숭호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shcho@donga.com}

중국이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부터 북-중 간 화물에 대한 통관 검사를 강화했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30일 전했다. 입출국자의 개인 소지품 검사는 하지 않거나 형식적이었으나 꼼꼼해졌다. 중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 ‘비관세 장벽’을 이용해 북한 압박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한 대북 사업가는 “전에 북으로 화물을 보낼 때 10분의 1 정도를 샘플로 뽑아 검사했는데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거의 절반을 검사한다”며 “통관이 많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매주 4차례 있는 베이징(北京)발 평양행 국제열차 이용객에 대한 검사도 강화됐다. 한 대북 사업가는 “이 열차는 보따리상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전에는 소지품 검사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꼼꼼히 검사한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상대국에 가진 불만을 비공식적으로 표출할 때 이런 비관세 장벽을 즐겨 사용한다. 지난해 필리핀과 남중국해 스카버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영유권 분쟁이 있자 필리핀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바나나의 수입 통관을 지연시켰다. 이 때문에 중국이 대북 통관검사를 강화한 것은 중국의 강력한 재고 요청에도 불구하고 로켓 발사를 강행한 북한에 대해 중국이 실력 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예고한 가운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에서 최근 인력과 차량의 움직임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 소식통은 30일 “2, 3일 전부터 핵실험장의 갱도 입구 근처에서 인력과 차량의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언제든지 핵실험이 가능한 최상의 준비 상태를 유지하려는 활동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기술적으로 핵실험 준비를 거의 끝냈다고 보고, 위성사진 등 관련 첩보를 한미 정보당국이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대남 기습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고 대비태세를 강화했다. 군 관계자는 “최근 전방지역의 일부 북한군 부대에 상부에서 전투 준비태세 강화 지시를 내린 정황이 포착됐다”며 “북한이 핵실험에 관심이 쏠린 틈을 타 국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세포비서 대회에서 전투동원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핵실험을 앞두고) 주민들의 긴장도를 높이려는 전술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29일 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은 유엔 헌장 7장 42조를 근거로 군사적 방식을 동원하는 추가 유엔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 헌장 7장은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 행위에 관한 조치’를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제42조는 군사적 제재 조치를 담고 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런 방식의 추가 결의안은 해군 함정이 핵 미사일 재래식 무기와 부품, 기술 등을 운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해 선상 조사를 벌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자와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모든 유엔 회원국을 상대로 유엔 안보리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베이징=이헌진·워싱턴=신석호 특파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mungchii@donga.com}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사진)가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 기용 각료 가운데 처음으로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그는 다음 달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한반도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에 대한 후속 인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케리 장관 인준안은 28일 오후 상원 전체회의에서 찬성 94표, 반대 3표로 가결됐다. 국무장관에 지명될 때까지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케리 지명자는 24일 열린 청문회에서 민주 공화 양당의 동료들에게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날 반대표를 던진 3명은 모두 공화당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상원 인준 직후 “시리아 내전으로 대략 6만 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이란과의 핵 협상은 지연되고 있으며 북아프리카에 교전이 확대되는 등 중동 지역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케리 지명자가 국무장관직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과 중국과의 관계 설정, 중동 평화 정착 등 산적한 과제가 그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것. 오바마 행정부 1기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 장관을 도와 한반도 관련 업무를 수행해 온 4인방 가운데 2명에 대해서는 교체설이 나온다. 커트 캠벨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후임으로는 대니얼 러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취임 후 한 번도 회담다운 회담을 해보지 못한 클리퍼드 하트 미국 6자회담 특사도 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에 대해서는 교체설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케리 장관도 북한 핵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1기 인력들을 모두 바꿀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차관보 이상 모든 정부 고위직은 임명 전에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한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이민법 개혁 초안이 입법화되면 2011년 1월 현재 23만 명으로 추산되는 재미 한인 불법 체류자도 합법적인 신분 획득 기회를 얻게 된다. 부모가 불법 체류자인 한인 2세가 가장 먼저 구제되고 농업 등 미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빨리 영주권과 시민권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범죄 전력과 불법적 재산 형성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등록을 포기하는 한인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미국 내 합법적 이민과 불법 체류가 많은 나라 중 하나. 2011년 한 해 미국 영주권을 얻은 한국인은 2만2824명으로 전 세계 국가 중 여덟 번째로 많다. 불법 체류자 수는 조사 시기와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20만∼25만 명 수준으로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과 함께 10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인 불법 체류자의 절반 이상은 방문 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입국한 뒤 비자 기간이 지난 뒤에도 체류하는 ‘오버스테이’ 유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건설 공사장이나 식당 등 미국인이 기피하는 험한 일터를 전전하고 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이정은 기자 kyle@donga.com}

미국 의회가 초당적인 포괄 이민 개혁안의 밑그림을 그렸다. 민주·공화 양당의 중진 상원의원으로 구성된 ‘8인위원회(Gang of Eight)’는 28일(현지 시간) 1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에게 영주권과 시민권 취득 기회를 주고 그 대신 추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이민법 개혁안 초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척 슈머 의원(민주·뉴욕)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의회가 이 일(이민 개혁)을 마무리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라며 “3월까지는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돼 늦은 봄이나 여름까지 상원을 통과하기 바란다”라고 기대했다.○ 2016년 대선 노린 여야 대타협의 산물 초안의 골자는 기존 불법 체류자에게는 합법 이민의 기회를 줘 양성화하되 추가적인 불법 체류자 증가는 막겠다는 것이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불법 체류자가 된 청소년과 미국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구제한다는 것도 핵심 아이디어다. 위원회는 “미래를 이끌 혁신가와 기업가를 (미국에서) 교육해 놓고 기여할 수 있을 때 쫓아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공화당은 당초 이민 개혁에 반대해 왔으나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밋 롬니 후보가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지지를 27% 얻는 데 그쳐 버락 오바마 대통령(71%)에게 크게 뒤지자 2016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민자 달래기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존 매케인 의원(공화·애리조나)은 기자회견에서 “불법 이민자들에게 잔디 깎기나 청소, 심지어 육아까지 맡기면서 혜택을 주는 데는 그동안 너무 인색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 보수주의자들은 이번 합의안이 ‘불법 이민에 대한 사실상의 사면’이라고 반발해 법안 마련과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타협 이뤄 낸 8인위원회 이민 개혁 문제는 2007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실패한 뒤 정치권이 손대지 못했던 난제였다. 8인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입법에 돌입해 단 두 달 만에 신속하게 초안을 만들어 냈다. 위원회에 속한 상원의원 8명은 플로리다 뉴욕 등 이민자가 많은 지역 출신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공화당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부터 이민 개혁을 외쳐 온 ‘소신파’ 그룹. 공화당의 샛별로 2016년 대통령 후보로 지목되는 마코 루비오 의원(플로리다)은 독자적인 이민 개혁안을 추진하다가 ‘스타 파워’가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요청으로 뒤늦게 합류한 ‘얼굴마담’. 딕 더빈(일리노이), 로버트 메넨데즈(뉴저지), 슈머 의원은 민주당 내 ‘이민 개혁 삼총사’로 불린다. 제프 플레이크(공화·애리조나) 마이클 베넷 의원(민주·콜로라도)도 지역구에 히스패닉계가 많다.워싱턴=신석호·정미경 특파원 kyle@donga.com}
지난해 말 미국외교위원회(CFR)는 2013년 지구촌 분쟁 가능성을 지역별로 전망하면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중국과 인근 국가들의 분쟁은 가능성이 매우 높고 ‘미국의 국가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시아 해상 영토 분쟁으로 위협받을 수 있는 미국의 7대 국가이익을 규정했다. ‘동아시아의 해상 영토분쟁: 의회를 위한 이슈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동해와 황해를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의 분쟁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와 의회가 주목해야 할 정책 이슈를 제시했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가장 큰 국가이익은 중국과의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동맹국인 일본과 필리핀이 각각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와 난사(南沙) 군도를 놓고 중국과 분쟁을 벌이고 미국이 여기에 말려드는 것. 강대국이 약소국과의 동맹관계 때문에 다른 강대국과의 분쟁에 휘말리는 ‘연루의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과 필리핀 간 상호방위조약의 대상에 필리핀이 주장하는 바다와 섬들이 포함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중국과 필리핀이 분쟁을 벌이면) 미국은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동맹 국가를 지원하고 동시에 무력 사용을 억제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섬들을 기점으로 12해리의 영해와 200해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선포해 미국의 정찰 활동을 명백하게 막는 경우에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중국과 분쟁을 벌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외에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국가이익으로 △자유로운 해상 통상 통행로 유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평화와 안녕 유지 △폭력 사용과 강압이 아닌 규칙에 따른 역내 질서 확립 △인근 해역에서 활동하는 미 해군의 안전 △분쟁에 개입된 국가들과의 동맹과 조약 관리 △역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의 안녕 등이다. 한편 보고서는 동해와 독도 문제를 언급하면서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했다. 하나의 바다에 하나의 이름을 사용하는 원칙에 따른 것이지만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대미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보고서는 한국이 독도를 1950년대부터 행정적으로 점유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한국인들이 독도에 대해 일종의 종교와 같은 헌신을 하고 있다”고 기술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2008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대결을 펼치며 정적(政敵) 관계로 출발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배를 타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우정이 뒤늦게 깊어지고 있다.5년 전 대선 캠페인 당시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왜곡한다”며 “창피한 줄 알라(Shame on you)”고 한 방 날렸다. 오바마는 이에 “당신, 그래도 좋아할 만한 구석이 있기는 하다”며 비꼬았다.이처럼 설전을 벌였던 두 사람은 5년 뒤 클린턴의 퇴임을 앞두고 나란히 앉았다. 이들은 27일 방영된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지난 4년을 회고했다. 두 사람이 공동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일 뿐 아니라 최근 클린턴 장관의 향후 정치적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성사된 것이어서 미국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부통령이 2016년 대선에 나설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이 클린턴 장관에게 쏠리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한편 23일 리비아 벵가지 피습사태 부실 대처 청문회에서 클린턴 장관을 눈물짓게 한 론 존슨 상원의원(공화·위스콘신)이 여론의 눈총에 시달렸다. 존슨 의원이 청문회에서 벵가지 사태 원인을 집중 추궁하자 클린턴 장관은 “내가 누구보다 가슴이 아프다”며 “순국 외교관의 유해를 보며 너무 슬펐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존슨 의원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클린턴 장관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악어의 눈물’로 사태를 모면하려 했다”고 비난하자 “클린턴의 눈물은 진솔했다” “무신경한 발언”이라며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존슨 의원은 “내 발언이 지나쳤다”며 “클린턴 장관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워싱턴=정미경·신석호 특파원 mickey@donga.com}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29일 서울에서 만난다. 두 아시아 여성 지도자의 역사적 만남을 앞두고 미국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버마(미얀마)를 위한 미국 운동’의 제니퍼 퀴글리 사무총장과 미 의회 지한파인 데니스 핼핀 전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이 동아일보에 공동 기고문을 보내왔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여사는 2013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 개막식에 초청돼 28일부터 닷새 동안 한국을 방문한다. 》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라고 한다.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국제경제의 활력이 급격하게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의 세기를 만드는 것은 단순한 금융거래가 아니다. 지구의 중심무대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아시아의 가치를 혁신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아시아 세기의 비전을 제시할 준비된 두 여성 지도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가 아시아의 미래와 민주적 가치, 여성의 역할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다. 두 나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개인적 배경이 비슷한 두 지도자는 금세 마음을 터놓을 것이다. 두 지도자의 아버지는 한국과 미얀마 근대화에 헌신했고, 딸이 어릴 때 총탄에 맞아 서거했다. 딸은 아버지의 횃불을 넘겨받아 아버지를 능가하는 조국 근대화 비전을 내놓았다. 아버지의 꿈을 완수하기 위해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했다. 박 당선인은 남편과 자녀 등 안락한 가정을 포기했다. 수치 여사는 가정과 헤어졌다. 남편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하던 그는 1988년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귀국했다가 아버지 아웅산 장군을 기억하는 민주화 시위대 요청으로 영국행을 포기했다. 그렇게 어린 두 아들과 생이별했고 1999년 암으로 사망한 남편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아버지의 행적을 둘러싼 논쟁에 직면한 것도 공통점이다. 박 당선인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만주에서 일본군 장교로 복무했다. 영국 제국주의에 반대했던 아웅산도 일본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뒤 일본의 재정지원 아래 태국 방콕에서 미얀마 독립군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일본 제국주의와의 관계가 두 나라 근대화를 선도한 가장 큰 유산을 희석하지는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은 한국과 미얀마에 민족 분단과 내전이라는 정치 이슈를 남겼다. 두 지도자는 이를 해결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과거 박정희 정권의 인권유린에 사과했다. 수치는 반대로 군부 지배하에서 인권유린을 경험했다. 수치를 감옥에 가두고 가택 연금했고 지지자들을 잡아들이고 고문했다. 두 지도자에게는 비범한 어머니가 있었다. 훗날 정치인이 된 딸의 역할 모델이었다. 박 당선인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는 나환자를 돌보는 등 나라에 봉사해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1974년 북한이 보낸 문세광의 총탄에 사망한 뒤 박 당선인은 사실상 영부인 역할을 했다. 수치의 어머니 킨 치는 간호사였다. 전쟁에서 다쳐 치료받는 아웅산을 병원에서 만났다. 남편이 암살당한 뒤의 충격을 나라에 대한 봉사로 극복했다. 그는 국회의원과 초대 복지부 장관, 인도와 네팔 대사를 지냈다. 1989년 장례식엔 미얀마 국민 20만 명이 군부의 저지를 뚫고 운집했다. 아시아의 두 여성 지도자는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에서 영감을 얻고 어머니에게서 근대 사회 여성 지도자의 역할 모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아시아에서 남성 및 여성 역할을 다시 정의하고 아시아의 새로운 세기를 열 것이다.제니퍼 퀴글리 사무총장 데니스 핼핀 前 美하원 전문위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한 정책협의단을 미국에 보내기로 했다. 정책협의단에는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이정민 전문위원, 홍용표 실무위원 등이 포함됐다. 구체적 일정은 현재 조율 중이라고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전했다. 특사단이 아닌 정책협의단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미국이 의전적 인사보다는 양국 간 현안을 실질적으로 협의할 대표단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중국처럼 특사를 보내온 나라에는 특사를, 일본처럼 의원단이 인사를 온 나라에는 의원단을 보내는 식이다. 박 당선인 식 ‘당당한 외교’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정책협의단의 책임자로 이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현재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문제, 택시법안의 국회 재의결, 쌍용자동차 해고자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등 원내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측의 요청에 따라 유일하게 중국에만 특사를 보내면서 박 당선인이 한미관계보다 한중관계를 우선시한다는 오해를 빚자 중량급 인사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미국 측과) 경제 대북 외교 국제정치 등 전반적인 것을 논의할 것이며 정책의 줄거리를 잡기 위한 방문”이라고 말했다. 특사는 의전적 정치적 의미가 강한 반면 정책협의단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한미 공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후속조치 논의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 가닥을 잡는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한편 아시아 순방에 나선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일행은 시간 약속을 잡지 못해 박 당선인과의 만남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스 일행이 면담을 요청한 시간에 선약이 잡혀 있자 박 당선인 측은 시간 조정을 요청했으나 결국 조율이 안 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박 당선인의 ‘선약 지키기 원칙’에 미 하원 외교위원장도 발길을 돌린 셈이다. 손영일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scud2007@donga.com}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24일 북한 정치수용소의 인권 유린 문제를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케리 지명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미국의 외교정책은 기후변화와 같은 이슈에 대한 리더십, 아프리카에서 미주에 이르기까지 자유와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투쟁 등으로 정의될 수 있다”며 “북한의 강제수용소(gulags) 수감자들과 수많은 피란민, 추방자, 인신매매 희생자들을 대변하는 것으로도 정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케리 지명자의 발언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도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앞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권 외교’가 강화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케리 지명자의 발언은 이를 포함해 두 차례에 그쳤다. 케리 지명자는 중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중국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 우리와 협력하고 있고 북한과 관련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잠깐 언급했을 뿐이다. 공화당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오늘 밝혔다”며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것은 잘못된 것이며 되돌려 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여러 국제 현안을 언급하는 가운데 한 사례로 든 것일 뿐이었고 짧은 답변 시간에 쫓긴 케리 지명자도 테러지원국에서 북한을 삭제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예 답변도 하지 않았다. 미국 새 외교안보팀이 풀어야 할 지구촌 문제와 ‘문제 국가’들이 모두 열거된 가운데 북한이 질문을 포함해 고작 세 번 언급된 것은 그만큼 다른 국제 현안에 비해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떨어진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더구나 가장 뜨거운 현안인 북한 핵 개발 문제는 질문과 답변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날 질문과 대답에 ‘문제 국가’들의 이름이 호명된 횟수를 조사한 결과 미군 완전 철군을 눈앞에 둔 아프가니스탄이 45회로 가장 많았고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이 33회로 뒤를 이었다. 케리 지명자가 핵 개발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한 이란이 30회로 3위에 올랐다. 북한은 인도와 함께 각각 3회로 13위를 차지했다. 이날 청문회는 ‘세계의 외교장관’인 케리 지명자 개인에 대한 검증의 장이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둘러싼 지명자와 옛 동료들인 상원 외교위원회 의원들의 수준 높은 ‘국제정치 토론회’라고 할 만했다. 의원들과 케리 지명자는 수준 높은 질의와 답변으로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지성을 과시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미국이 능력을 넘어서는 개입을 하는 것은 문제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개입과 고립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케리 지명자는 “외교정책은 경제정책”이라며 경제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세계는 자원과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며 “당파를 초월해 ‘경제 애국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국의 팽창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다”며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 군사력 증강 등 대중국 포위 정책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무난히 인준을 통과해 다음 달 초 취임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내다봤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김정은(북한 노동당 제1비서)이 사면초가를 자초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후 북한과 중국의 이례적인 갈등 양상을 지켜보는 한국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북한이 결의에 찬성한 중국에 서운함을 느끼는 것은 이해되지만 대립 전선을 중국에까지 확대하는 모양새는 전략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체제와의 첫 관계 설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은 23일 외무성 성명에서 “잘못됐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는 겁쟁이들의 비열한 처사”라며 제재 결의에 찬성한 중국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다음 날인 24일 국방위원회 성명에서도 “(이번 결의는) 미국이 주동이 돼 막후교섭으로 골격을 만들고 맹종으로 체질화된 성원국들이 허재비(허수아비)처럼 손을 들어 채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당초 ‘장거리 로켓 발사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두둔하며 제재 결의에 반대했으나 미국 등의 집요한 설득에 태도를 바꿨다. 그 배경에는 갓 출범한 시진핑 체제가 미중, 한중 관계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최근 방중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특사단에 “북핵에 반대한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시진핑 지도부는 북한의 도발이 중국의 동북아지역 내 전략적 이익에 크게 반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주변국 정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시진핑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의 후시진(胡錫進) 총편(편집국장)은 24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북한의 불안감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번 건(3차 핵실험)은 매우 우둔한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김정은은 아버지(김정일)의 사고 틀에서 뛰쳐나와야 한다. 핵실험은 북한 정권의 장기적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 개발을 김정은 지도부의 체제 안정을 뒷받침할 중대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실험 도박’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안보부처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만 믿고 자꾸 저런 식으로 엇나가면 중국으로서는 선택지가 좁아진다”고 말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의 대북 인식 변화는 기술적이고 수사적인 변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시진핑 지도부는 실제적인 대북 정책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이 노골적인 대중 비판과 핵실험 위협 등 각종 도발을 계속한다면 중국은 경제 원조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군사교류 중단이나 중-북 동맹 재검토 같은 강수를 둘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혈맹관계인 북한을 결정적인 순간에는 편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박준우 연세대 객원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이것은 결국 쓸 수 없는 영향력”이라며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해도 중국이 이를 막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lightee@donga.com ▼ 北 vs 美… 美 백악관-국무부-국방부 北에 경고 안보리 결의이후 첫 제재조치 발표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는 24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2087호를 발표하면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혐의로 제재 리스트에 올린 대상 가운데 개인 4명과 기관 2곳에 대한 자체 제재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백악관과 국방부가 북한 국방위원회의 핵실험 예고를 강력하게 비난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북한이 ‘미국 핵 겨냥’ 발언을 내놓는 등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데 따른 미국의 전방위 보복으로 풀이된다. 미국 재무부가 지정한 추가 제재 대상은 북한 단천상업은행 중국 베이징 지사의 나경수 대표와 김광일 부대표 등 개인 2명, 홍콩 주재 무역회사인 ‘리더 인터내셔널’ 등 기업 1곳이다. 미국 국무부도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와 백창호 위성통제센터 소장, 장명진 서해위성발사장 총책임자 등 기관 1곳과 개인 2명을 추가로 등록했다. 재무부는 성명에서 “이번 제재는 유엔 안보리 결의 2087호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며 아울러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쓰일 자금 조달 능력을 차단하려는 미국 정부의 오랜 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단천상업은행은 이란 등과 탄도미사일 거래 활동을 하고 있는 조선광업개발주식회사(KOMID)와 깊이 연계돼 있고 리더 인터내셔널은 KOMID를 대신해 기계와 장비 등을 운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이날 조치에 따라 미국 국민은 이들 개인 및 기관과의 거래가 원천적으로 금지되며 미국 관할권 내에 있는 이들의 자산은 즉각 동결된다. 이에 앞서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행위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며칠간 그들이 내놓은 발언은 ‘불필요하게 도발적(needlessly provocative)’”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미국은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핵실험은 유엔 제재 규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될 것이며, 북한의 고립을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南 vs 北… 北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무효” ▼북한이 25일 “1992년 채택된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의 완전 백지화, 전면 무효화를 선포한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백지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전까지는 “한반도비핵화선언은 유효하며, 이는 김일성의 유훈”이란 방침을 표명해왔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성명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은 미국과 괴뢰패당의 북침 핵전쟁 책동과 반공화국 핵 소동에 의해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래”라며 이렇게 밝혔다. “북남 사이에 더 이상 비핵화 논의는 없을 것”이라는 기본 주장도 되풀이했다. 조평통 성명은 또 “제재는 곧 전쟁이며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남조선괴뢰역적패당이 유엔 제재에 직접적으로 가담할 경우 강력한 물리적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외무성 성명(23일)이나 국방위원회 성명(24일)에서는 미국만 비난했지만 이날은 남한을 직접 겨냥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런 위협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후 본격화한 적대적 메시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예상했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언급한 ‘남한에 대한 강력한 물리적 대응’은 결의 2087호를 근거로 선박 검색 같은 대북 제재를 할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하거나 연평도 포격 같은 국지적인 무력 도발을 시도할 소지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정부는 북한이 공언한 3차 핵실험을 실제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안보 부처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의 성능을 시험해 보려는 기술적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정권 교체기인 지금 핵실험 도박을 한 뒤 새 정부 출범 뒤에는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3차 핵실험 시기는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2월 25일) 이전이면서도 북한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 16일)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남북이 1991년 12월 31일 합의해 1992년 2월 19일 발효시킨 비핵화 선언. 남북은 핵무기의 시험과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으며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고 핵에너지는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사용한다는 내용을 5개 항에 담고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의 핵실험 위협이 가중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한미 간 공조도 빨라지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일단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데 외교적 총력을 기울이되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잇달아 보냈다.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4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명시된 대북 제재의 이행 및 북한의 도발 시 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양측은 북한에 대화의 길도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핵실험을 저지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를 반영하듯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회담 후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진정성 있고 신뢰할 북한과의 협상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평화의 길을 선택한다면 손을 내밀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북한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때가 아니고 외교적 해법을 찾으려는 미국과 한국의 새 정부와 함께 주어진 기회들을 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남북 관계의 진전 없이는 북-미 관계 진전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인 23일 박근혜 당선인 측 외교안보 인사들과 만나 박 당선인의 남북대화 개선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식에서 대외정책과 관련해 관여(engagement)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 유엔 안보리가 새 대북 제재 결의에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언급한 점 등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이란 도발을 하기 전에 고려해 볼 기회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16일에는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와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마크 리퍼트 국방부 차관보, 제임스 줌월트 국무부 선임차관보가 방한했다. 이들은 미 정부 대표단의 자격으로 박 당선인을 예방해 대북정책을 조율하고 외교부 당국자들과는 북핵 문제를 비중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국무부는 북한의 핵실험 위협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 자체를 하지 않았고 북핵과 관련해 공식적인 논평도 나오지 않았다. 미 언론들도 북한 국방위원회가 24일 핵실험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뒤에야 관련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방위 성명)은 판에 박힌 과장법(typical hyperbole)”이라고 평가했다.이정은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lightee@donga.com}
삼성전자가 특허 침해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애플과 벌이고 있는 분쟁에서 역전의 가능성을 찾았다. ITC는 무역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준(準) 사법기관이다. ITC는 23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한 지난해 10월 예비판정을 재심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ITC는 삼성전자가 제출한 재심사 요청을 받아들여 토머스 펜더 판사에게 이번 사안을 다시 심사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ITC의 예비판정이 나오자 곧바로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고, 문제가 된 애플 특허의 유효성도 떨어진다”며 재심사를 요구했다. 이번 재심사 결정으로 삼성전자는 일단 ‘갤럭시S2’ ‘갤럭시탭’ 등 제품의 미국 수출금지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특허청이 내놓은 애플 특허 무효 예비판정이 재심사에 영향을 미친다면 예비판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하다. 미 특허청은 애플의 ‘휴리스틱스’(스마트폰을 터치하는 손가락 동작 인식) 특허를 무효로 판정하는 등 애플에 불리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ITC가 예비판정에서 삼성의 침해 사실을 인정한 특허는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모양이며 앞면이 평평한 아이폰의 전면 디자인 △휴리스틱스를 이용한 그래픽 사용자환경 △화면에 반투명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방식 △헤드셋 인식 방법 등이다. 이와 별개로 ITC는 애플의 이의 제기에 따라 예비판정 때 삼성전자가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정한 2건의 특허에 대해서도 재심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의 재검토는 삼성전자에 불리하다. 삼성전자는 ITC의 재심사 발표가 나오자 “재심사에서는 우리의 주장을 인정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심사를 거치더라도 예비판정이 뒤집힌 사례는 흔치 않아 삼성전자가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애플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재심사의 최종 판정은 3월 27일로 예정돼 있다.김용석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