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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갈 길은 간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이 사재(私財)를 출연하기로 한 동부메탈이 내년에 생산 설비를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동부메탈은 23일 내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해 강원 동해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를 현재 23만 t에서 50만 t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증설되는 설비는 국내 최대 규모인 50MVA(메가볼트 암페어) 전기로(電氣爐) 3기와 ‘차세대 합금철(合金鐵)’로 꼽히는 극저인탄소(ULPC) 설비 2기 등이다. ULPC는 초경량 자동차용 강판처럼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철강의 부(副)원료로 쓰여 부가가치가 높다. 동부메탈은 이번 투자로 ULPC 양산체제를 갖춰 국내 1위 합금철 업체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게 됐다. 동부메탈 측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됐던 세계 철강시장이 회복되면서 합금철 수요가 늘고 있다”며 “공격적인 투자로 합금철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당초 동부메탈 지분 100%를 보유한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동부메탈을 산업은행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가격 조건이 안 맞아 협상이 중단됐고 결국 김 회장이 사재 3500억 원을 들여 동부메탈 지분을 인수키로 했다. 김 회장은 현재까지 동부메탈 인수 자금으로 약 2500억 원을 내놓았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매장에 저전력 ‘울트라’ 조명하루 전기료 920만→450만원, 35평 900가구 전력 아끼는 셈백화점 앞에도 친환경 가로등전국 25개 대도시 바꿔달면 원전 1기 발전량 절약 가능백화점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조명을 휘황찬란하게 달아놓은 탓에 백화점 한 곳이 조명을 밝히는 데 내는 전기료가 하루 1000만 원에 이를 정도다. 그런데 친(親)환경 조명을 써서 전기료를 절반으로 낮춘 곳이 있다. 17일 부산 중구 중앙동에서 개점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이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세계적인 조명업체인 ‘GE라이팅’의 조명인 ‘울트라’를 썼다. 이곳에 공급된 울트라는 모두 1만8000개로 단일 회사가 한 건물에 공급한 것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세계 최초로 전구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이 GE를 세워 130년간 쌓은 노하우를 광복점에 응축했다. 김기정 GE라이팅코리아 사장은 “조명은 국내 전력 소모량의 20%가량을 차지한다”며 “조명만 바꿔도 상당량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햇빛에 가까운 조명으로 전력 소모 절반으로 울트라 조명의 소모 전력은 35W로 기존 백화점 조명(70W)의 절반 수준이다. 광복점이 조명에 쓰는 전기료는 하루 450만 원으로 기존 조명(920만 원)의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이렇게 해서 한 달간 절감되는 전력량은 22만6800kWh로 35평형 아파트(4인 가구 기준) 907가구가 소모하는 것과 맞먹는다. 조명을 밝히는 데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하루 6.4t에서 3.2t으로 줄었다. 울트라 조명은 일반 조명보다 15% 비싸지만 전기료 절감 효과 때문에 1년이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21일 방문한 광복점은 매장 분위기가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다른 백화점들이 대개 붐비고 산만해 보이는 것과 달랐다. 기존의 백화점 조명에 비해 울트라는 최대한 햇빛에 가까운 빛을 내기 때문에 피로가 덜 느껴진다. 사물 본연의 색깔을 구현하는 정도를 뜻하는 ‘연색(然色)지수’는 울트라가 90으로 햇빛(100)과 큰 차이가 없다. 기존 조명의 연색지수는 70∼80이다. 광복점의 조명은 색의 왜곡 현상을 거의 없애고 상품의 자연색을 편안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이런 효과는 의류 매장이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백화점 내 빈폴 매장의 강덕용 매니저는 “고객들은 백화점의 조명이 아니라 바깥에서 자신이 옷을 입었을 때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데 울트라 조명은 이러한 고객들의 욕구를 잘 반영한다”고 말했다.○ 전국 25개 도시, 친환경 가로등으로 바꾸면 원자력발전소 1기 필요 없어 광복점 앞 왕복 8차로에는 GE의 친환경 가로등인 ‘크룩스’가 설치됐다. 광복점의 옥상에서 봤을 때 기존의 가로등(나트륨 가로등)은 노란빛으로 화려하게 보였지만 크룩스는 흰색이고 어두침침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직접 가로등 밑에 서 보니 확연히 달랐다. 크룩스의 밝기가 기존 가로등보다 더 밝았다. 기존 가로등의 밝기는 W당 76루멘이지만 크룩스는 W당 100루멘이다. 크룩스는 기존의 나트륨 가로등에 비해 빛의 분산이 덜하고 필요한 방향인 도로 밑에만 빛을 비춘다. 도심의 ‘빛 공해’ 현상을 없애 별도 볼 수 있을 정도다. 더욱이 눈부심이 덜해 운전자가 사물을 빨리 식별할 수 있다. 운전자의 반응 속도가 기존 가로등보다 20%가량 빨라진다. 크룩스의 소모 전력도 250W로 기존의 가로등(400W)보다 적다. GE라이팅코리아는 서울 등 전국 25개 주요 도시의 가로등을 모두 크룩스로 바꿨을 때 연간 49만7000MWh의 전력량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량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크룩스는 일반 조명보다 20% 비싸지만 전기료가 적어서 2년 6개월이 지나면 그 비용이 회수된다.부산=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하이닉스반도체는 세계 처음 40nm(나노·1nm는 10억 분의 1m)급 공정을 적용한 2Gb(기가비트) 그래픽 DDR5 D램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40nm급 공정은 반도체를 만들 때 원판 실리콘 웨이퍼 위에 그리는 회로선폭을 40nm대까지 줄인 것이다. 한 웨이퍼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수가 많아져 생산성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기존의 50nm급 1Gb D램보다 용량이 두 배 늘었고 에너지 소모량도 기존 제품보다 20% 적다. 하이닉스는 2007년 60nm급 1Gb 그래픽 DDR5 D램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50nm급 1Gb 그래픽 DDR5 D램을 개발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2010년은 국내 기업들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해외 경쟁사들이 구조조정 등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일전(一戰)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올해 예상외로 좋은 실적을 보인 국내 기업들은 환율 등 외부 효과의 가림막이 걷히면서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최근 실시한 연말 정기 인사의 공통점을 분석해 2010년도 재계의 ‘경영 로드맵’을 조망한다.》○ “기업고객 시장은 2010년의 엘도라도” 올해 말 인사는 기업 간 거래(B2B) 영업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SK텔레콤은 기존의 개인 이동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이 한계에 이르면서 기업 고객으로 눈을 돌렸다. 대표적인 게 네트워크와 무선인터넷 사업을 하는 ‘모바일 네트워크 오퍼레이터(MNO) 사내독립기업(CIC)’. SK텔레콤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MNO CIC의 ‘기업사업단’을 ‘기업사업부문’으로 격상시키고 사업부문장을 박인식 SK브로드밴드 사장이 겸임하게 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한다. 앞으로 SK텔레콤의 기업사업부문과 SK브로드밴드가 한 몸이 되어 기업용 유무선융합(FMC)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지역총괄 내에 B2B 영업 조직을 따로 두기로 했다. 기존에는 냉장고, TV 등 상품별로 나눴지만 이제는 기업 대상 영업을 특화하겠다는 것. 기존의 디지털프린팅사업부와 컴퓨터시스템사업부를 IT솔루션사업부로 통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PC와 프린터 사업을 합쳐 기업의 출력관련 비용을 줄여주는 등의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기업고객을 관리하는 CR(Customer Relationship) 부문을 신설했다. CR 부문은 기업에 대량 납품하기 위한 영업력을 결집해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상업용 에어컨을 취급하는 조직을 기존의 팀에서 본부로 격상했다. 대형 빌딩에 납품하는 에어컨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 “새 먹을거리, 이제는 사업화” LG전자는 태양광 분야 사업을 강화하고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의 태양전지 사업을 에어컨(AC)사업본부로 옮겼다. CTO 산하에서 기술 개발에 주력했던 것에서 나아가 실제 사업본부로 옮겨서 태양전지 양산 시기를 앞당겨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신사업팀을 신사업추진단으로 위상을 높였고, 신사업추진단장에 삼성SDI에서 2차 전지를 사업화한 김순택 부회장을 앉혔다. 신사업추진단은 바이오시밀러 등 삼성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新樹種) 사업을 발굴한다. SK텔레콤은 ‘산업생산성증대(IPE) 사업단’을 신설했다. IPE는 기업 고객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일종의 정보통신 컨설팅 서비스다. 유통·금융·건강 등 다른 업종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이동통신 서비스나 기술을 개발, 판매하게 된다. 예컨대 무선통신망을 활용한 물류 관리나 원격 의료 시스템처럼 기존의 통신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 “믿을 건 해외 시장뿐” 해외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 영업 조직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중아(中阿) 지역총괄을 중동총괄과 아프리카총괄로 나눴다. 내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특수를 누려보겠다는 심산이다. LG전자도 84개 해외 법인 중 6개 해외법인의 ‘수장’을 현지 외국인으로 배치했다. 또 각 지역총괄에 사업본부에서 파견한 ‘RBL(Region Business Leader)’이라는 자리를 만들었다. RBL은 사업본부와 지역총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은 ‘내수기업’의 이미지를 깨고 본사 기능을 한국 중국 미국으로 분산했다. 특히 ‘융합 및 인터넷(C&I) CIC’는 사업의 주체를 아예 중국으로 이전하고 본부장급 이상의 임원 대부분을 중국으로 발령 내서 신규사업 발굴 및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게 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2010년은 국내 기업들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해외 경쟁사들이 구조조정 등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일전(一戰)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올해 예상외로 좋은 실적을 보인 국내 기업들은 환율 등 외부 효과의 가림막이 걷히면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최근 실시한 연말 정기 인사의 공통점을 분석해 2010년도 재계의 '경영 로드맵'을 조망한다.●"기업고객 시장은 2010년의 엘도라도" 올해 연말 인사는 기업 간 거래(B2B) 영업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SK텔레콤은 기존의 개인 이동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이 한계에 이르면서 기업 고객으로 눈을 돌렸다. 대표적인 게 네트워크와 무선인터넷 사업을 하는 '모바일 네트워크 오퍼레이터(MNO) 사내독립기업(CIC).' SK텔레콤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MNO CIC의 '기업사업단'을 '기업사업부문'으로 격상시키고 사업부문장을 박인식 SK브로드밴드 사장이 겸임하게 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한다. 앞으로 SK텔레콤의 기업사업부문과 SK브로드밴드가 한 몸이 되어 기업용 유무선융합(FMC)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지역총괄 내에 B2B 영업 조직을 따로 두기로 했다. 기존에는 냉장고, TV 등 상품별로 나눴지만 이제는 기업 대상 영업을 특화하겠다는 것. 기존의 디지털프린팅사업부와 컴퓨터시스템사업부를 IT솔루션사업부로 통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PC와 프린터 사업을 합쳐 기업의 출력관련 비용을 줄여주는 등의 솔루션 사업을 강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기업고객을 관리하는 CR(Customer Relationship) 부문을 신설했다. CR 부문은 기업에 대량 납품하기 위한 영업력을 결집해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상업용 에어컨을 취급하는 조직을 기존의 팀에서 본부로 격상했다. 대형 빌딩에 납품하는 에어컨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새 먹거리, 이제는 사업화" LG전자는 태양광 분야 사업 강화하고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의 태양전지 사업을 에어컨(AC)사업본부로 옮겼다. CTO 산하에서 기술 개발에 주력했던 것에서 나아가 실제 사업본부로 옮겨서 태양전지 양산 시기를 앞당겨 본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신사업팀을 신사업추진단으로 위상을 높였고, 신사업추진단장에 삼성SDI에서 2차 전지를 사업화한 김순택 부회장을 앉혔다. 신사업추진단은 바이오시밀러 등 삼성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新樹種) 사업을 발굴한다. SK텔레콤은 '산업생산성증대(IPE) 사업단'을 신설했다. IPE는 기업 고객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일종의 정보통신 컨설팅 서비스다. 유통·금융·건강 등 다른 업종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이동통신 서비스나 기술을 개발·판매하게 된다. 예컨대 무선통신망을 활용한 물류 관리나 원격 의료 시스템처럼 기존의 통신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믿을 건 해외 시장뿐" 해외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 영업 조직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중아(中阿) 지역총괄을 중동총괄과 아프리카총괄로 나눴다. 내년에 남아공에서 열리는 월드컵 특수(特需)를 누려보겠다는 심산이다. LG전자도 84개 해외 법인 중 6개 해외법인의 '수장'을 현지 외국인으로 배치했다. 또 각 지역총괄에 사업본부에서 파견한 'RBL(Region usiness Leader)'이라는 자리를 만들었다. RBL은 사업본부와 지역총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은 '내수기업'의 이미지를 깨고 본사 기능을 한국, 중국, 미국으로 분산했다. 특히 '융합 및 인터넷(C&I) CIC'는 사업의 주체를 아예 중국으로 이전하고 본부장급 이상의 대부분 임원들은 중국으로 발령 내서 신규사업 발굴 및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게 했다.김유영기자 abc@donga.com}

“LG전자는 2011년 3차원(3D) TV 시장에서 세계 1위가 될 겁니다.” ‘디지털 TV의 아버지’로 불리는 백우현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가 ‘3D TV의 개척자’로 나섰다. 백 사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LG전자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열린 3D TV 사업 전략 발표회에서 “2010년을 3D TV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LG전자가 3D TV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LG전자가 전체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보다 처져 2위지만 3D TV만큼은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백 사장은 “슬림화 대형화 등으로 평판 TV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졌지만 소비자들은 고화질(HD)급의 화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실감과 입체감이 있는 영상을 원하고 있다”며 “3D TV야말로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는 차세대 TV”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에 40만 대, 2011년 340만 대의 3D TV를 판매해 ‘글로벌 넘버 원‘을 달성하겠다”며 “이를 위해 생동감이 높은 대형 화면 위주의 3D TV 제품을 다양하게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 47인치 3D TV를 국내 최초로 내놓은 데에 이어 내년 상반기(1∼6월)에 42, 47, 60, 72인치 3D TV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테두리를 얇게 한 LG전자의 ‘보더리스(Borderless) TV’에 3D 기능을 넣어 TV의 안팎 구분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백 사장은 1993년 디지털 TV의 핵심 기술인 ‘디지사이퍼(Digicipher)’를 개발해 유에스에이투데이의 커버스토리에서 ‘디지털 TV의 아버지’로 소개됐었다. 한편 LG전자는 이날 위성방송채널인 스카이라이프와 3D TV 및 3D 방송을 제휴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스카이라이프는 내년 1월 1일부터 ‘스카이3D’라는 전문 채널을 만들어 3D 영상을 시험 방송한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한국과 일본이 ‘TV 패권 전쟁’에서 다시 맞붙었다. 전장(戰場)은 3차원(3D) TV 시장이다. 일본 업체가 디지털 TV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리면서 반격 카드로 3D TV를 들고 나왔다. 3D 관련 시장은 내년에 본격 성장해 2012년이면 시장 규모가 3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 LG전자-스카이라이프 3D 제휴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위성방송 채널인 스카이라이프와 손잡고 3D 영상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내년에 3D TV를 본격 출시할 계획이어서 스카이라이프와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스카이라이프는 이미 3D 영상물을 제작하는 ‘스카이HD’를 거느리고 있다. LG전자는 3D TV 관련 콘텐츠와 송출 채널을 확보해 국내 3D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와 스카이라이프는 11∼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09∼2010 스노보드 월드컵 빅 에어 대회’를 3D 영상으로 공동 제작하면서 손발을 맞췄다. 이 영상은 내년 1월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방송된다.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삼성전자는 3D 영상을 볼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TV를 내년 미국에서 열리는 CES에서 공개하고 시장에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에선 내년 10월경 지상파를 통한 3D 시험 방송이 시작될 계획이어서 3D TV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3D TV 시장 공략은 일본이 먼저 시작했다. 일본 소니는 2010년을 3D TV 원년으로 선포하고 2012년까지 전체 TV 제품의 절반을 3D TV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3D 영상으로 찍어서 세계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화면을 전달할 예정이다. 일본 파나소닉도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미국 할리우드의 20세기폭스사와 손잡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기용해 블록버스터 영화 ‘아바타’를 공동 제작했다.○ TV 경쟁 패러다임 변화 TV 맞수인 한일 전자기업들이 잇달아 3D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TV 경쟁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의 TV 경쟁은 ‘보다 선명한 화질’과 ‘얇은 두께’, ‘감각적인 디자인’에 치우쳤다. 하지만 기술이 진화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시청자들에게 주는 게 중요해졌다. 이런 측면에서 3D 영상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3D TV는 왼쪽 눈에 보이는 영상과 오른쪽 눈에 보이는 영상이 달라 입체감을 느끼는 점을 이용했다. 두 대의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왼쪽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왼쪽 눈에만, 오른쪽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오른쪽 눈에만 보여준다. 3D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3D TV와 게임기 등 3D와 관련한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012년 277억700만 달러(약 32조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08년(1억5900만 달러)의 170배를 웃돈다. ○ 무주공산 3D 표준 시장 선점해야 국내 업체들도 세계 TV시장에서 1, 2위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3D TV 콘텐츠와 기술을 확보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니는 자회사인 ‘소니 픽처스’를 거느리고 있고, 파나소닉은 ‘20세기폭스’와 3D 영화를 제작하는 등 ‘글로벌 콘텐츠 지원군’을 등에 업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현재 TV 촬영부터 전송, 디스플레이까지 모두 제각기 다른 기술을 쓰고 있는데 이에 대한 표준 확보도 시급하다. 김승철 광운대 차세대3D디스플레이연구센터 연구교수는 “한일 기업이 ‘파이’를 나누기보다는 파이를 함께 키워 3D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박재형 충북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3D 시장을 선점하려면 해상도를 끌어올리고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3D TV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미혼모 아기 사진찍어주고… 사업 컨설팅해주고…개인―기업들 자신의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활동 새 조류“재능기부 바이러스를 퍼뜨리면 우리 사회가 밝아져요”《회사원들 사이에 ‘재능 기부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재능 기부’는 자신의 능력이나 기술을 소외 계층을 위해 쓰는 것을 뜻한다.연말연시 등이면 불우이웃에게 성금을 내는 천편일률적인 기부와는 다르다.재능 기부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활발한 ‘프로 보노 운동’과 비슷하다.프로 보노는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라는 라틴어의 약자에서 유래된 단어다.국내의 재능 기부 운동은 ‘한국형 프로 보노 운동’으로 거듭나고 있는 게 특징이다.직원들이 재능 기부에 나설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회사가 나서서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재능 기부로 따뜻한 겨우살이를 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미혼모 아기들 돌 사진 찍어주기 이현주 LG전자 MC사업본부 주임은 미혼모들 사이에서 ‘키다리 이모’로 불린다. 올해 4월부터 퇴근 후 회사 근처의 스튜디오를 빌려 미혼모 아기들의 돌 사진을 찍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찍기가 취미였던 이 주임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기들의 돌 사진을 찍기 힘든 사람들에게 아기앨범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기들을 소개받는 게 쉽지 않아 고민하다가 대한사회복지회의 문을 두드렸다. 복지회에선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됐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아기들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며 이들을 소개해 줬다. 사진앨범을 제작할 돈을 차곡차곡 모으던 이 주임은 희소식을 들었다. 회사에서 ‘자원봉사 공모전’을 연다는 것. 직원들이 봉사활동 기획서를 제출하면 총 50개 팀을 선정해 팀당 100만 원의 자원 봉사 활동비를 준다고 했다. 이 주임은 이때다 싶어 동료들과 팀을 꾸려 공모전에 지원했고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주임은 “앳된 얼굴의 미혼모들이 사진 앨범을 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삶의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 같다”며 “누군가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게 너무나도 기쁘다”고 말했다. ○ 아름다운 자본주의 실천 김인수 SK텔레콤 글로벌GR지원팀 매니저는 매주 목요일 만사를 제치고 ‘바리의 꿈’이라는 회사 사무실로 향한다. 시장분석부터 판로 개척 방안, 홈페이지 개편, 조직 운영 등을 조언하기 위해서다. ‘바리의 꿈’은 중국 연해주 동포들이 재배한 친환경 콩으로 청국장을 만들어 파는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으로 이로운 사업을 하면서 장애인이나 여성 등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을 말한다. 김 매니저가 최근 2개월 간 컨설턴트로 활약한 결과는 고무적이다. 우선 ‘바리의 꿈’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제품을 살 수 있게 홈페이지를 단순화했다. 2, 3개씩 묶어 팔던 청국장은 낱개로 팔아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었다. 그 결과 인터넷 판매 매출이 50%가량 늘었다. 황광석 ‘바리의 꿈’ 대표는 “막막했던 부분들이 김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해결됐다”며 “회사 매출이 올라 연해주 동포에 힘을 보태게 됐다”고 말했다. SK그룹에는 김 매니저처럼 재능을 기부하는 직원들이 200여 명에 이른다. SK그룹은 올해 9월 ‘SK 프로보노’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해외 경영학석사(MBA), 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국내 변호사 출신 직원들이 참여한다. SK텔레콤 측은 “사회적 기업에 재능을 기부하는 것은 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 아름다운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소외계층 어린이에게 과학 강좌를 김대현 삼성전자 책임연구원은 주말에 ‘과학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토요일이면 그는 오전 8시 반에 집을 나와서 경기 지역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오후 2시까지 반나절을 정신없이 보낸다. 그는 지역아동센터의 어린이들에게 도르래, 자기부상열차, 증기기관차 등 실생활에서 쓰이는 과학의 기초 원리를 알려준다.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과학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과학 강의만 하는 게 아니다. 어린이들의 생일도 잊지 않고 챙겨주고 깜짝 파티를 열기도 한다. 아이들이 대부분 결손 가정이나 부모가 생계를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 맞벌이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감안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신나는 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 연구원처럼 이공계 연구원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소외계층의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엔 삼성전자 직원 1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주말에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한창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야 할 어린이들에게 또 다른 가족이 된다는 점에서 기쁘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대만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중국의 TV 제조능력이 결합된 ‘차이완(중국+대만) 연합군’의 협공이 한층 강해지고 있다. 중국의 LCD 패널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30%대로 낮아진 데 반해 대만과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13일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TCL 등 8대 TV 제조업체에 공급되는 LCD 패널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분기(7∼9월) 34.4%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1∼3월) 46.2%에 이르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제품의 비중은 지난해 3분기 33.4%로 급락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39.9%, 2분기(4∼6월) 36.9%로 4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대만 LCD 업체의 비중은 올해 3분기 51.8%를 나타내는 등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50%를 웃돌고 있다. 특히 중국산 LCD 패널(3분기 6.8%)을 합하면 중국 8대 TV업체가 사용하는 대만·중국산 LCD 패널의 비율은 3분기에만 58.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양안(兩岸)의 경제협력 강화로 중국 TV 제조업체 사이에서 대만산 LCD 패널을 쓰자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한국 업계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LS그룹은 내년 1월 1일자로 구자명 LS니꼬동제련 부회장을 회장(사진)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정기 임원인사를 했다.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의 3남인 구 부회장이 승진하면서 장남인 구자홍 LS그룹 회장과 차남인 구자엽 LS산전 회장을 포함해 3형제가 모두 회장을 맡게 됐다. 또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자균 LS산전 사장은 부회장으로,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은 LS니꼬동제련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오너 일가가 대거 승진했다. 이와 함께 비슷한 계열사를 묶은 사업부문은 오너가 맡고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전문경영인이 나눠 맡는 체제가 강화됐다. 이번 인사에서 LS니꼬동제련과 예스코를 묶은 ‘동제련-예스코 사업부문’이 신설돼 신임 구자명 회장이 부문장을 겸임한다. 구자열 회장이 이끄는 ‘전선-엠트론 사업부문’과 구자엽 회장이 맡고 있는 ‘산전-가온 사업부문’까지 합하면 LS그룹의 사업부문은 모두 3개로 늘어난다. 손종호 LS전선 부사장과 심재설 LS엠트론 부사장은 각각 사장으로 승진한다. 또 강성원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은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김성은 가온전선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CEO를 맡게 됐다. 다음은 임원 인사 내용 ◇LS니꼬동제련 △부회장 시미즈 유지 △전무 전승재 △이사 최낙준 ◇LS전선 △부사장 조준형 △전무 박완기 △상무 안원형 권영일 △이사 이인호 황남훈 김동욱 ◇LS산전 △부사장 박동원 △상무 김희중 오일성 △이사 독고용철 황하연 신동진 박용상 이정철 김지영 이진 ◇LS엠트론 △전무 이광원 정진희 △상무 조호제 △이사 신용민 신현철 ◇예스코 △부사장 강만성 △전무 노중석 ◇가온전선 △상무 천성복 장윤현 ◇㈜LS △상무 장영호 ◇LS글로벌 △대표이사 겸 상무 신문선}

‘하트 티 나눔’… 제작-유통-수익금으로 사랑 전달 GS칼텍스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사회공헌을 이끌고 있다. ‘창조적인 나눔문화의 창출’이라는 취지로 비정부기구(NGO)인 월드비전, KAIST의 디자인연구소 ‘디자이너’와 함께 상품 판매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 가정에 전달하는 활동이다. 이미 판매되고 있는 상품의 매출액 일부만 기부하는 종전 자선 상품과 달리 상품을 기획하면서부터 시작해 제작, 유통, 수익금 활용까지 오직 ‘나눔’만을 위해 제작한다. 특히 각자가 △유통과 제작 지원 △디자인 △수익금 활용 등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나눔 활동에 동참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활동은 2006년 12월 ‘USB 나눔’으로 시작됐다. 2007년 ‘MP3플레이어 나눔’, 2008년 친환경 가습기 ‘러브 폿(Love pot) 나눔’으로 이어져 판매 수익금 전액을 국내 저소득 가정에 전달했다. 금액은 저소득층 어린이 140여 명의 꿈을 키워주는 교육사업에 활용됐다. 올해에는 손이 닿으면 하트 무늬가 붉어지는 물컵 ‘하트 티(HEART TEA) 나눔’을 판매할 계획이다. 무엇이든 나누면 심장이 붉어진다는 의미를 지닌 컵이다. 이 상품은 이달부터 전국 GS칼텍스 주유소와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한편 GS칼텍스는 문화행사를 열어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을 자연스럽게 나눔 활동으로 이끌고 있다. 올해 2월 말까지 진행된 ‘서양 미술 거장전 렘브란트를 만나다’와 9월 중순까지 열린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전’에 고객을 초청했다. 이들 전시회를 찾은 고객이 기부한 포인트 적립금과 GS칼텍스가 스스로 모은 금액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미술교육 사업과 장애인 사업에 지원됐다. 이 밖에도 연말 임대아파트 저소득 가정에 대한 난방비, 저소득 여성 가장 취업교육 프로그램, 다문화가정 어린이 특기교육 지원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GS칼텍스의 사회공헌 활동은 사회공헌 전담팀과 GS칼텍스재단을 통해 지속 가능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회사는 2005년 2월 전담팀을 신설하고 2006년 8월 GS칼텍스재단을 세웠다. 재단은 2015년까지 10년간 매년 100억 원을 출연해 총 1000억 원 규모로 공익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GS칼텍스재단은 소외 계층의 복지를 위해 다양한 공익사업을 펼칠 수 있는 단단한 토대”라고 설명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물질적 지원 아닌 일자리 제공 등 실질적 도움으로 ‘행복나눔’ 실천 SK에너지는 올해 7월 패션브랜드인 ‘쌈지’, 사회복지법인인 ‘열매나눔재단’ 보건복지가족부와 손잡고 사회적 기업 ‘고마운 손’을 세웠다. 사회적 기업은 친환경이나 급식 등 사회적으로 이로운 사업을 하면서 장애인이나 여성 등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을 말한다. 고마운 손은 일할 의지가 있는 취약 계층을 고용해 핸드백과 지갑 등을 만든다. 쌈지는 고마운 손에서 제품을 받아 판매한다. 이 사업은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기존의 자활사업과 달리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에너지는 사회적 기업 설립처럼 저소득층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지난해에도 SK에너지는 상자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메자닌 아이팩’과 친환경 블라인드를 제조하는 사회적 기업 ‘메자닌 에코원’을 설립했다. 메자닌은 ‘중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또 SK에너지는 보육 관련 일자리도 만들고 있다. 전국 지역아동센터에 교사를 파견하는 ‘행복한 일자리 사업’과 보육시설을 세워 저소득층 여성의 자립 일자리를 만드는 ‘영유아 보육지원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 이 두 사업을 통해 SK에너지는 2006년부터 총 19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임직원이 직접 나서서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SK에너지는 지난해 전 임직원의 90%에 이르는 5000여 명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이들이 봉사시간에 쏟은 시간은 5만5000시간에 이른다.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을 비롯한 SK에너지 직원 100여 명과 한국YMCA 등 일반 자원봉사자 80여 명이 모여 김장 김치 8000포기를 담갔다. 김치는 사회복지시설에 전달됐다. 이처럼 SK에너지는 2003년부터 매년 11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전국 50여 지역에서 김치 10만여 포기를 담가 홀몸노인,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등 소외 이웃에게 전달하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SK에너지는 2005년부터 ‘사랑의 연탄 나눔’ 활동도 펼치고 있다. 매년 연탄 100만여 장이 4000여 가구에 전달된다. 구자영 사장은 “SK에너지는 ‘행복나눔’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되겠다”며 “단순한 물질적 지원이 아닌 전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소외 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영웅-환경-지역’지킴이가 이웃과 사회 사랑 나눠요 에쓰오일은 ‘햇살나눔 캠페인’이라는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햇살처럼 따뜻한 사랑을 사회와 나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 전국 사업장의 임직원들로 사회봉사단을 구성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에쓰오일 사회봉사단은 매년 150여 회의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연탄 및 김장 나눔, 도시락 배달, 난방용 기름 전달, 집수리 등을 실시한다.○ 영웅 지킴이 에쓰오일은 한국 사회의 진정한 영웅들이 유명인사가 아닌 소방관처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아끼는 우리의 이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 사회공헌 활동이 바로 ‘영웅 지킴이’ 프로그램이다. 2006년부터 시작한 ‘소방영웅 지킴이’ 프로그램은 순직 소방관 가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고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한다. 연말이면 모범소방관 표창도 한다. 에쓰오일은 올해 8월 순직 소방관 자녀 100명에게 교육비 3억 원을 전달했고 근무 중 부상을 입은 소방관들에게도 200만 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2008년부터는 ‘시민영웅 지킴이’ 프로그램을 시작해 자신의 생명이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이웃을 돕다 숨지거나 다친 ‘의인(義人)’과 그 가족을 찾아 격려와 지원을 하고 있다.○ 환경 지킴이 환경의 중요성을 사회에 알리는 것도 에쓰오일의 사회공헌 활동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이 회사는 천연기념물 보호운동 등 ‘환경 지킴이’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지난해 5월에는 문화재청과 함께 멸종위기에 놓인 천연기념물을 보호하는 ‘천연기념물 지킴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수달, 올해에는 두루미가 보호 대상이다. 지난달에는 ‘대학생 천연기념물 지킴이단’도 만들었다. 미래의 환경 리더를 키우기 위한 과정으로 전국의 대학 생물 생명과학 전공 학생과 대학원생, 야생동물보호 동호회 회원 등 지원자 38명으로 구성됐다.○ 지역 지킴이 ‘지역 사회 지킴이’ 사업도 중요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2007년에는 울산시에 에쓰오일 울산복지재단을 설립했고, 다양한 지역 사회복지시설과 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벼 수매 등을 통해 농민을 지원하고 울산 출신 소설가의 이름을 딴 ‘오영수문학상’을 주관하는 등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1400여 명의 직원들이 전국 사업장에서 지역 실정에 맞게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숫자다. 이들은 매달 급여에서 1만 원 미만 자투리 돈을 떼어 기부하는 ‘급여우수리 나눔’ 운동을 벌이고, 매년 설날 쪽방 노숙인들에게 먹을 거리를 제공하는 ‘사랑의 떡국 나누기’ 봉사도 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레코드판을 정성스레 닦아 축음기에 올려놓는다. 그 위에 바늘을 살짝 얹으면 빙그르르 돌아가는 레코드판. 서서히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옛 축음기의 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오디오가 있다. 덴마크 명품(名品) 가전업체 뱅앤올룹슨의 간판제품으로 꼽히는 ‘베오사운드 9000’(CD플레이어)이다. 이 제품은 여느 CD플레이어와 달리 세로로 길게 서 있다. 앞면이 투명해 음악이 흐르면 CD가 뱅뱅 도는 게 보인다. 오디오박스 안에는 CD 6개가 한 줄로 나란히 배열돼 있고 어느 CD가 재생되는지 눈으로 볼 수 있다. 음악은 귀로 들어야 한다는 상식을 깨고 눈으로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 베오사운드 9000은 뱅앤올룹슨의 스피커까지 함께 사면 웬만한 자동차 값과 맞먹는 2000만 원을 호가한다. 그런데도 1996년 처음 판매된 뒤 14년째 여전히 인기다. 전자제품의 교체 주기가 통상 5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수명이 꽤나 길다.뱅앤올룹슨은 올해로 84년 된 ‘강소(强小)기업’이다. 1925년 라디오 엔지니어였던 페테르 뱅과 스벤 올룹슨이 의기투합해 회사를 세웠다. 연 매출은 2008년을 기준으로 27억9000만 크로네(약 6542억 원). 대기업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레고, 로열코펜하겐과 함께 덴마크의 3대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에는 1998년 진출해 지난해 17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3년 전인 2005년(82억 원)과 비교하면 두 배로 성장했다. 뱅앤올룹슨은 삼성전자나 LG전자보다는 덩치가 작지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뱅앤올룹슨 제품만 고집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거느리고 있다. 뱅앤올룹슨이 한국의 전자업체가 눈여겨볼 만한 ‘경영 비법’을 덴마크 스트루어 본사에서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 관료화 없애기 위해 사내 디자이너 없애뱅앤올룹슨의 경쟁력은 디자인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회사에는 디자이너가 없다. 그 대신 회사 바깥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고용한다. 핵심 역량을 외부에 맡기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페테르 페테르센 뱅앤올룹슨 혁신 담당 전무는 “디자이너가 직원으로 고용돼 있으면 관료화될 수 있다”며 “디자이너는 상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스’가 있는 분위기는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베오사운드 9000을 비롯해 뱅앤올룹슨의 간판 제품들은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루이스 씨(70)의 손을 거쳤다. 루이스 씨는 뱅앤올룹슨의 수석디자이너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직원은 아니다. 그는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에서 자신만의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다. 1965년부터 뱅앤올룹슨 제품 디자인을 맡아 온 그는 영국 왕실의 공식 산업디자이너이자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박물관(MOMA)에도 제품을 전시한 거물이다. ‘천재 디자이너’ 한 명이 회사 하나를 40여 년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품질 깐깐하게 따져… TV, 1000번 떨어뜨려 안전테스트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은 ‘아이디어 랜드’로 불리는 뱅앤올룹슨 본사 회의실에 일주일에 한 번꼴로 와서 직원들과 회의를 한다. 이 회의에서 디자이너들은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 제품 개발이나 생산을 맡은 직원들은 디자이너가 고안해 낸 콘셉트를 현실화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페테르센 전무는 “디자이너가 무조건 옳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 사이에서는 ‘데이비드 루이스는 고약한 사람’이라는 농담 섞인 원성이 나올 정도다.○ 조직의 일상 아닌 자신만의 일상에서 디자인 영감 찾아뱅앤올룹슨과 계약을 한 디자이너들은 ‘조직의 일상’에 얽매이지 않은 대신 ‘그들만의 일상’에서 떠오른 영감(靈感)을 제품에 불어넣는다.풍뎅이를 보고 풍뎅이 날개가 펼쳐지는 것처럼 CD플레이어의 뚜껑이 열리게 하거나(베오센터2) 갤러리에서 벽에 걸기 전에 잠시 바닥에 세워 둔 그림 액자를 보고 비슷한 모습의 TV(베오비전9)를 디자인하는 식이다.겉모양뿐 아니라 제품이 작동하는 방식에도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담았다. TV를 켤 때 그래픽으로 처리된 검은색 커튼이 걷히면서 TV 화면이 보이도록 만든 베오비전9은 마치 20세기 초반의 극장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CD를 얹는 패널도 앞으로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원을 그리며 조심스레 앞으로 나오게 한다. 레스토랑의 웨이터가 요리 접시를 정성스레 내미는 느낌이 든다.뱅앤올룹슨의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앤더스 헤르만센 씨는 “여행과 작품 감상 등 일상적인 경험이 디자인의 원천”이라며 “일상에서 친숙한 디자인은 소비자의 공감을 얻기 쉽고 보편적이어서 제품 수명도 길어지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덴마크는 겨울이 춥고 길어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오래 봐도 질리지 않게 디자인한다는 설명이다.○ 음질 다스리는 톤 마이스터오디오로 출발한 뱅앤올룹슨의 또 다른 경쟁력은 음질이다. 원뿔 모양의 스피커인 ‘베오랩5’를 보면 이 회사의 독특한 음질 철학을 알 수 있다. 이 스피커는 작동 전에 밑 부분에서 작은 마이크가 나오며 “둥∼ 둥∼” 하는 소리를 낸다. 스피커는 마이크를 통해 주파수를 측정해 실내의 소파나 가구, 사람의 위치를 스스로 알아낸다. 물체에 반사되는 소리까지 감안해 어떤 지점에서도 최상의 음질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대부분의 스피커는 음향이 가장 잘 들리는 지점인 ‘스위트 스폿’에 사람이 있다는 가정 아래 만들어진다. 하지만 현실에선 소비자가 꼭 그 지점에 앉는다는 보장이 없다. 베오랩5는 어느 장소에 있더라도 최상의 음질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제품이다. 다른 스피커도 공간의 크기, 사물, 사람의 위치를 자각해 음향을 보정한다. 또 음향을 위아래가 아니라 옆으로 분산시켜 바닥과 천장에 반사돼 왜곡되는 것을 최소화했다.뱅앤올룹슨은 이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톤 마이스터’라는 직책을 뒀다. 톤 마이스터는 물리학 음향학 전자공학에 능통한 전문가로 일반 엔지니어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소리까지 짚어낸다. 뱅앤올룹슨의 톤 마이스터인 제프 마틴 씨는 “뱅앤올룹슨만의 고유한 기술은 사람들이 어느 장소에 있더라도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해 ‘이동의 자유’를 줬다”고 말했다.○ 무릎 높이에서 1000번 떨어뜨려도 끄떡없게공장에서도 이런 장인정신은 살아있다. 제품 공정의 100%가 덴마크에서 이뤄지고 이 중 80%는 수작업을 한다. 제품에 쓰이는 특수 알루미늄은 볼보의 콘셉트카에도 쓰일 정도로 제조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품질도 깐깐하게 따진다. 품질검사실 이름이 ‘고문실(Torture Chamber)’일 정도이다. 이곳에서는 주부들이 집안에서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해 리모컨에 바셀린과 로션 등을 바른 뒤 3000번 눌러본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TV는 60cm 높이에서 1000번 떨어뜨린다.흡연 고객을 감안해 담배 연기를 내는 기계에 제품을 넣어서 변색 여부를 테스트한다. 하루 15개비 피우는 사람이 10년간 제품을 쓸 때를 기준으로 실험을 해서 색깔이 누렇게 바뀌는지 살펴보는 것. 적도 부근에서도 뱅앤올룹슨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사흘간 섭씨 40도의 오븐에 굽기도 한다.피아 헤데가르드 뱅앤올룹슨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는 “전 세계 어느 장소에서, 어떤 소비자가 사용하더라도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모든 제품을 극한에 가까운 상태에서 실험해 본다”고 말했다.뱅앤올룹슨은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음질을 특화한 휴대전화 ‘세린’(2005년)과 ‘세레나타’(2007년)를 개발했지만 이 사업은 지난해 접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 대신 자동차 오디오 사업을 꺼내 들었다. 현재 최고급 자동차인 벤츠와 아우디에 오디오 시스템을 납품하고 있다.칼레 흐비트 닐센 뱅앤올룹슨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는 현대인이 자기만의 공간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얼마 안 되는 공간이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자동차 음향 사업을 통해 뱅앤올룹슨이 100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스트루어(덴마크)=김유영 기자 abc@donga.com::뱅앤올룹슨은 어떤 회사덴마크의 세계적인 명품 가전업체. 1925년 덴마크의 전기공학교에서 만난 페테르 뱅과 스벤 올룹슨이 함께 세웠다. 라디오를 시작으로 지금은 오디오, TV, 전화기, 스피커, 차량용 음향시스템 등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각국에 114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1998년 진출했다. 지난해 매출은 27억9000만 크로네(약 6542억 원).}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사진)이 2일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는 ‘2009 아키라 이노우에 상’을 받았다. ‘아키라 이노우에 상’은 반도체 업계의 환경·건강·안전(EHS) 분야 발전에 기여한 기업인에게 주는 상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과 크레이그 배럿 전 인텔 회장 등이 이 상을 받았다.}

“고객에 대한 생각이 없이 완벽함만 추구하는 것은 혁신의 적(敵)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요새 자주 하는 얘기다. 남 부회장의 ‘혁신론’에는 미국 애플사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휴대전화인 아이폰의 사례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애플을 보면 LG전자가 구현하지 못하는 기술도 없고 기술의 수도 LG전자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도 애플이 더욱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직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고객이 원하는 걸 끊임없이 질문하라 남 부회장은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완벽함만을 추구하고 기술적인 측면에만 집착하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놓치기 쉽다”며 “혁신을 하려면 ‘질문광(狂)’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언제 어디서든 고객의 처지에서 궁금증을 갖고 사물을 대하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혁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생산력도 반드시 위협이라고 볼 수 없다”며 “LG전자가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반영한 제품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고 마케팅회사로 거듭나면 어느 시장에서든 글로벌 1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제2의 아이폰 탄생시키려면 LG전자는 ‘제2의 아이폰’을 탄생시키기 위해 본부별로 아이디어 혁신활동을 벌이고 있다. 휴대전화사업을 하는 MC사업본부는 ‘5분 품질 개선 아이디어 캠페인’이 한창이다. 안승권 MC사업본부장(사장)이 ‘고객의 처지에서 관심을 갖고 5분만 더 들여다보면 품질을 30% 이상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해 ‘5분 캠페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캠페인에는 3000여 건의 아이디어가 올라왔는데 그중 600여 건은 실제로 반영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예컨대 ‘휴대전화 알람기능에서 알람 간격이 기존에는 3, 5, 10, 15분으로만 돼 있어 불편하다. 이를 사용자가 마음대로 설정하게 하자’, ‘전화번호부에서 한 사람에 대한 그룹 지정은 딱 한 번만 할 수 있어 불편하다. 여러 그룹에 중복해서 등록할 수 있게 하자’ 등이다. ○ 아이디어 공유가 혁신 밑거름 될 것 LG전자 에어컨사업본부는 ‘세일즈 엔지니어(SE)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영업과 엔지니어 기능을 겸비한 세일즈 엔지니어들이 대상이다. 이 포럼은 대학캠퍼스와 주택문화전시관 등 일상적인 업무공간에서 벗어나 열려 새로운 환경에서 영감을 얻게 했다. 포럼의 주제도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법,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했을 때 고객 반응 및 영업 비법, 지열(地熱) 시스템의 구축 효과, 유머 강좌, 스트레스 해소법 등 다양하다. 전사적으로는 사내 아이디어 게시판인 ’아이디어발전소‘도 인기다. 회사 제품에 대한 의견, 신사업, 회사이미지 높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 달 평균 100개의 아이디어가 올라와 현재 총 3700여 개의 아이디어가 등록돼 있다. 각 사업본부의 상품기획팀은 이 아이디어들을 수시로 보고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최근 출시되는 전자기기들은 소년소녀 시절의 ‘로망’을 깨우고 있습니다. 첨단제품의 홍수 속에서 기능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춘기 시절 영화를 보며 친숙해진 스포츠카 페라리는 11월 대만의 PC업체 에이서의 미니노트북(넷북) ‘페라리원 200’으로 거듭났습니다. 페라리원 200은 넷북 자체가 빨간색 페라리 한 대를 연상케 합니다. 넷북의 빨간색 커버에는 페라리 특유의 노란색 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제품 아래 받침에는 페라리의 바퀴 무늬까지 있습니다. 페라리원 200은 에이서가 2004년부터 페라리와 함께 설계한 것으로 ‘에이서=저가 메이커’라는 인식을 깨뜨리는 데 한몫한다고 합니다. 하늘을 휙휙 날아다니며 공중전을 펼치는 무림고수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최근 나온 노트북 덕분에 언제 어디서건 엔씨소프트의 게임 아이온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아이온은 사용자가 3차원(3D)의 가상세계에 들어가 자신의 분신인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공중을 날게 하면서 종족 간 갈등을 풀어나가게 합니다. 동시 접속자가 국내 최초로 2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지만 기존에는 데스크톱 PC를 통해서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이온의 실감나는 3D 그래픽을 돌리려면 고성능 PC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LG전자는 이를 감안해 엔씨소프트, 인텔과 손을 잡고 인텔의 ‘쿼드 코어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고성능 노트북 ‘엑스 노트 R590 아이온 에디션’을 내놓았습니다. 7월에 나온 2500대의 한정 판매량이 현재 모두 소진됐다고 합니다. 팬택계열의 ‘스카이 듀퐁폰’은 휴대전화 윗부분을 명품 듀퐁 라이터의 뚜껑처럼 만들었습니다. 뚜껑을 여닫는 것으로 잠금 기능을 쓸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또 잠금 기능을 쓸 때 ‘퐁∼’ 하는 듀퐁 라이터 고유의 소리를 재현했습니다. 광고의 줄거리도 책에서 막 뛰어나온 어린 왕자가 듀퐁폰을 만나 남성으로 재탄생하는 내용입니다. 남자가 되고픈 소년의 로망을 대대적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그 덕분인지 듀퐁폰은 하루 평균 개통 대수가 550여 대(11월 기준)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소녀들의 로망’으로 치자면 미국 마텔사의 바비인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노디자인의 자회사 이노맨은 바비인형의 얼굴을 새긴 MP3 플레이어 ‘INNI-B2 바비’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라면 누구나 바비인형 한두 개씩 갖고 있던 걸 감안해 내놓은 제품입니다. 특히 이 제품에는 뚜껑이 달려 있는데 뚜껑을 열면 작은 거울이 붙어 있어서 여성용 콤팩트 파우더와 비슷합니다. 빨리 어른이 돼 화장하고 싶어 하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인켈의 ‘헬로키티 IP-104C 포터블 CD 카세트’는 헬로키티의 캐릭터를 사용했습니다. 1974년 탄생한 헬로키티는 현재 나이 35세입니다. 이 제품은 헬로키티와 동년배인 30대 엄마들이 어린 딸에게 주려고 많이 구입한다고 하네요.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올해 9월 ‘꿈의 일터’를 만들겠다고 선포한 삼성전자가 수원사업장에 야구장을 조성하고 동물원을 만드는 등 본격적인 변신에 나섰다. 2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수원사업장에 최대 3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GWP(Great Work Place·일하기 좋은 직장) 파크’가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바비큐장, 원두막, 천연 잔디구장, 족구장, 농구장, 풋살장, 테니스장, 야구장 등이 들어서 임직원 단합대회 및 회식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수원사업장 안의 생태연못과 인근의 원천천, 생태공원을 연결하는 산책로가 조성된 데 이어 조만간 사슴과 공작, 토끼 등이 뛰노는 미니 동물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유명 브랜드의 피자,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커피 전문점 등이 푸드코트에 입점한다. 이와 함께 걷고 싶은 길과 자전거도로가 설치되고, 어린이집과 피트니스센터가 내년 6월까지 증축된다. 지난달부터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에는 ‘감성이 넘치는 런치 클래식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딱딱한 분위기의 사업장을 글로벌 인재가 일하고 싶어 하는 ‘꿈의 일터’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37년간 삼성전자와 동고동락… ‘글로벌 乙’로 우뚝 선 신흥정밀과거 백색가전 부품 국산화 선봉… 소니-후지쓰 등 日에도 입소문최근 LCD패널 프레임 제작 혁신… 삼성제품 원가절감 기여 ‘공신’‘을(乙).’ 한국 사회에서 을은 계약서상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갑을 위해 손해를 보거나 희생을 하는 게 을이다. 비즈니스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통념을 깨고 대기업으로 성장한 ‘을’이 있다. 삼성전자 제품의 금형 사출을 하는 신흥정밀이다. 1968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출발한 신흥정밀은 지난해 매출 1조3000억 원에 중국 등 7개국에 15개 사업장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컸다. 신흥정밀이 삼성전자와 첫 거래를 시작한 1972년은 한국의 전자산업이 막 태동했던 때다. 당시 신흥정밀은 미국 제니스의 라디오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던 삼성전자에 라디오 부품을 납품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흑백 TV, 백색가전, VCR 등을 만들 때마다 부품을 공급했다. 부품 국산화에도 기여한 셈. 특히 1980년대 삼성전자의 VCR 부품 개발에 일본 회사와 함께 경쟁했는데, 일본 회사는 중도에 포기했지만 신흥정밀은 성공해 큰 관심을 받았다. 부품강국인 일본에서 이런 ‘입소문’이 퍼지자 일본의 소니, 후지쓰 등 유수의 기업이 신흥정밀에서 납품을 받으려고 신흥정밀의 문을 두드렸다. 품질은 좋은데 가격은 일본의 절반이라는 이유였다. 정순상 신흥정밀 대표이사 부회장은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100%에 가까웠지만, 언제까지 삼성전자에 기댈 수 없다는 생각에서 거래처를 해외 업체로도 늘려 나갔다”고 말했다. 1990년대 들어서 삼성전자는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신흥정밀도 국내 생산에만 안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에 신흥정밀의 첫 깃대를 꽂았다. 당시 잘나가는 전화기 제조사인 맥슨전자의 공장을 따라서 진출했다. 맥슨전자가 쇠락해 신흥정밀도 잠시 휘청였지만 삼성전자가 태국에 진출하면서 부품 공급업체로 신흥정밀을 택했다. 신흥정밀의 ‘내공’을 높이 샀기 때문. 신흥정밀은 이후 삼성전자가 진출하는 곳마다 함께 진출했다. 해외 사업장에서 현지 납품하는 비율은 신흥정밀의 수출액으로 잡혔다. 신흥정밀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에서 ‘5000만 불 수출탑’(1996년), ‘1억 불 수출탑’(2002년) 등을 연달아 탔다. 최근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 삼성전자 내부 회의에서는 신흥정밀이 혁신 사례를 발표했다. 중소기업이 혁신사례를 거꾸로 대기업에 전수한 셈이다. 일례로 신흥정밀은 액정표시장치(LCD) TV의 LCD 패널을 떠받치는 철판 프레임을 만드는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세계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 TV의 4개 중 1개꼴로 신흥정밀의 철판 프레임이 사용된다. 경기 안성시 서운면 신흥정밀 공장에서는 이 프레임을 만드는 데 3.8초밖에 안 걸린다. 프레스 기기가 철판을 네 조각으로 나눠 스테이플러로 찍듯 철판을 접합하면 프레임이 완성된다. 기존에는 큰 직사각형 철판에서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철판을 떼어내 프레임을 만들어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철판은 버려야 했다. 버리는 철판이 80% 이상이었다. 사고의 전환을 통해 버려지는 철판이 아예 없도록 한 것이다. 기술적으로 네 조각의 철판을 프레스로 눌러서 프레임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아 4년을 매달린 끝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삼성전자 일부에서도 ‘LCD 패널 가격이 충분히 높아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했지만 이후 LCD 패널 가격은 하락했고 이런 제조법은 원가 절감에 기여했다. 신흥정밀이 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중국의 저가 공세와 원화 강세, 원자재가격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며 창사 이래 큰 위기를 맞았다. 신흥정밀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한편 금형 사출 이외의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과 전문 인력. 삼성전자에 ‘SOS’를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흔쾌히 사업자금 20억여 원을 지원했고, 삼성전자 직원 3명까지 보내줬다. 삼성전자 직원은 1년 가까이 신흥정밀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그 결과 신흥정밀의 새로운 사업 분야로 레이저 프린터의 핵심 부품인 ‘고정밀 광학렌즈’ 분야를 선정했다. 신흥정밀의 사출 기술로 플라스틱을 정밀하게 깎아 렌즈를 만들 수 있다는 것. 현재 신흥정밀은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에 이 렌즈를 납품하고 있다.안성=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을(乙)' 한국 사회에서 을은 계약서 상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갑을 위해 무엇인가 손해를 보거나 희생을 하는 게 을이다. 비즈니스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통념을 깨고 대기업으로 성장한 '을'이 있다. 삼성전자 제품의 금형 사출을 하는 신흥정밀이다. 1968년 서울 성수동에서 출발한 신흥정밀은 지난해 매출 1조3000억 원에 중국 등 7개국에 15개 사업장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컸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연 2000억 원 안팎의 매출에 그쳤던 회사가 어엿한 글로벌 기업으로 큰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1972년 삼성전자에 납품을 시작한 뒤 37년 간 삼성전자와 동고동락한 신흥정밀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삼성전자에만 기댈 수는 없다 신흥정밀이 삼성전자와 첫 거래를 시작한 1972년은 한국의 전자산업이 막 태동했던 때다. 당시 신흥정밀은 미국 제니스의 라디오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던 삼성전자에 라디오 부품을 납품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흑백TV, 백색가전, 비디오 플레이어 등을 만들 때마다 부품을 공급하면서 부품 국산화에 적극 참여했다. 특히 1980년대 삼성전자의 VCR 부품 개발에 일본 회사와 함께 경쟁했는데, 일본 회사는 중도에 포기했지만 신흥정밀은 성공해 큰 관심을 받았다. 부품강국인 일본에서 이런 '입소문'이 퍼지자 일본의 소니, 후지쯔 등 유수의 기업이 신흥정밀에서 납품을 받으려고 신흥정밀의 문을 두드렸다. 품질은 좋은데 가격은 일본의 절반이라는 이유였다. 정순상 신흥정밀 대표이사 부회장은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100%에 가까웠지만, 언제까지 삼성전자에 기댈 수 없다는 생각에서 거래처를 해외 업체로도 늘려나갔다"고 말했다. 1990년대 들어서 삼성전자는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신흥정밀도 국내 생산에만 안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에 신흥정밀의 첫 깃대를 꽂았다. 당시 잘 나가는 전화기 제조사인 맥슨전자의 공장을 따라서 진출했다. 맥슨전자는 쇠락해 신흥정밀도 잠시 휘청였지만 삼성전자가 태국에 진출하면서 부품 공급업체로 신흥정밀을 택했다. 신흥정밀의 '내공'을 높이 샀기 때문. 신흥정밀은 이후 삼성전자가 진출하는 곳마다 함께 진출했다. 해외 사업장에서 현지 납품하는 비율은 신흥정밀의 수출액으로 잡혔다. 신흥정밀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에서 '5000만 달러 수출의 탑'(1996년), '1억 불 수출의 탑'(2002년) 등을 연달아 탔다. ●장인의 손맛으로 혁신 최근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 삼성전자 제조부문 혁신 회의에서는 신흥정밀이 혁신 사례를 발표했다. 중소기업이 혁신사례를 거꾸로 대기업에 전수한 셈이다. 일례로 신흥정밀은 액정표시장치(LCD) TV의 LCD 패널을 지지하는 철판 프레임을 만드는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세계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 TV의 4개 중 1개 꼴로 신흥정밀의 철판 프레임이 사용된다. 경기 안성시 서운면 신흥정밀 공장에 가보면 이 프레임을 만드는 데에 3.8초 밖에 안걸린다. 프레스 기기가 철판을 네 조각으로 나눠 스테이플러로 찍듯 철판을 접합하면 프레임이 완성된다. 기존에는 큰 직사각형 철판에서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철판을 떼어내 프레임을 만들어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철판은 버려야 했다. 버리는 철판이 80% 이상이었다. 그러나 신흥정밀은 직사각형을 네 개로 쪼개서 이를 접합해 프레임을 만들어 버리는 철판이 없도록 했다. 기술적으로 4조각의 철판을 프레스로 눌러서 프레임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아 4년을 매달린 끝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삼성전자에서도 'LCD 가격이 충분히 높아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했지만, 이후 LCD 패널 가격은 하락했고 이런 제조법은 원가 절감에 기여를 했다. ●어려울 때 큰 힘 된 거래처 신흥정밀이 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중국의 저가 공세와 원화 강세, 원자재가격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며 창사 이래 큰 위기를 맞았다. 신흥정밀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한편 금형 사출 이외의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과 전문 인력. 삼성전자에 'SOS'를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흔쾌히 사업자금 20억여 원을 지원했고, 삼성전자 직원 3명까지 보내줬다. 삼성전자 직원은 1년 가까이 신흥정밀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그 결과 신흥정밀의 새로운 사업 분야로 레이저 프린터의 핵심 부품인 '고정밀 광학렌즈' 분야를 선정했다. 신흥정밀의 플라스틱 사출 기술력이 높기 때문에 이를 십분 활용할 수 있어서다. 현재 신흥정밀은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에 이 렌즈를 납품하고 있다. 정순상 부회장은 2006년 삼성전자 임직원이 아닌데도 이례적으로 삼성전자로부터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기도 했다. 조성래 삼성전자 상생협력실장(상무)은 "삼성전자는 올해 연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의 글로벌 회사가 된 만큼 협력사도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신흥정밀과 같은 강한 협력업체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삼성기술전 20일까지 열려 ‘2030년 세계 인구는 83억 명으로 늘어난다. 평균 수명은 72.2세로 지금보다 5세 길어진다. 또 에너지 소비량은 올해보다 47% 급증한다. 바람, 물, 햇빛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원이 2배로 늘어난다. 남반구 대부분의 국가는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물이 국가 간 분쟁 소지가 될 것이다.’ 삼성이 그려본 2030년의 미래상이다. 삼성은 17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이상완 종합기술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 기술 동향을 전시하고 각종 기술을 공유하는 ‘삼성기술전 2009’를 열었다. 20일까지 ‘창조와 혁신’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15개 계열사가 참가했다. 삼성은 이 자리에서 향후 10∼20년을 바꿔놓을 ‘3대 메가트렌드’로 △인구구조의 변화 △에너지 및 자원의 수요 증가 △환경문제의 대두를 꼽고 바이오·헬스, 에너지·환경, 신소재·소자, 미래 정보기술(IT) 등 4대 유망 분야의 130개 과제를 선보였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선 고령화로 시장이 커지는 실버, 보건, 의료 사업을 겨냥한 유전자 분석 기술과 원격으로 건강상태를 살필 수 있는 헬스케어 기술을 전시했다. 에너지·환경 분야에선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태양전지, 제로 에너지 하우스, 수(水)처리 기술을 소개했다. 첨단 신소재·소자 분야에서는 산화물 반도체,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미래 IT 분야에서는 3차원(3D) 입체 영상, 무선 전력전송 기술을 각각 선보였다. 이 부회장은 “초일류 100년 기업이 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고 신수종 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고객에게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LCD-태양전지-OLED 집결… 세계최대 ‘크리스털 밸리’ 조성1단지 20조 이어 2015년까지세계 최대의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단지인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한가운데에는 드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군데군데 터를 닦는 굴착기가 눈에 띌 뿐 인적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바로 옆 7, 8세대 LCD를 만드는 탕정사업장 1단지의 분주한 분위기와는 달랐다. 이곳은 앞으로 삼성전자 LCD 사업부의 미래를 책임질 탕정사업장 2단지다. 면적은 약 211만 m²로 축구장 260개(잔디면적 기준)에 맞먹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단지에 10조 원을 쏟아 부어 ‘세계 최대의 크리스털 밸리’로 조성할 예정이다. 1단지(2003∼2010년·약 248만 m²) 투자액 20조 원을 감안하면 탕정사업장에는 총 30조 원이 투자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각종 디스플레이 생산단지를 집결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LCD뿐 아니라 삼성의 신(新)성장동력인 태양전지, 꿈의 디스플레이인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입체영상을 보여주는 3차원(D) 디스플레이 등도 함께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 기흥에서 태양전지를 시험생산하는 연구개발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또 OLED 생산라인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충남 천안에서 가동 중이다. 탕정사업장은 향후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생산 허브가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LCD 산업이 정체 상태에 있다고 진단하고, 이른바 친환경적이면서 좀 더 생생한 화질을 보여주는 ‘뉴 LCD’ 생산으로 국면전환을 할 계획이다. 이택근 삼성전자 제조팀장(전무)은 “꾸준한 투자를 통해 일본과 대만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 1위를 수성(守成)하겠다”고 말했다. 아산=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