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야

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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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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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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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조롱한다, 고로 존재한다” 악플러의 심리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악성 댓글 다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1) 조롱, 비방, 욕설 등 웬만해선 면전에 대고 할 수 없는 말들을 온라인 기사, 커뮤니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댓글에서는 쉽게 내뱉는 이들이 있다. 욕하고 조롱하는 댓글은 저격당하는 당사자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 보는 사람마저 불쾌하게 만든다. 자존감이 낮거나 사회에 불만 많은 사람이 악성 댓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악성 댓글 작성자들은 △낮은 자존감 △시기·질투심 △원망 △흥분·충동성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 타인을 깎아내리면 자신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우월해진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존감이 낮고, 사회에 불만이 많은 모든 사람이 악성 댓글을 달며 스트레스를 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상습적 악플러들은 왜 이런 식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며 만족감을 얻으려는 것일까.자기를 드러낼 때 뇌는 쾌감을 느낀다우선 악의적 댓글을 쓰지 않는 사람을 포함해 일반적인 경우에도 댓글을 쓰는 것은 뇌에서 즐거운 일로 받아들인다.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뇌에서 쾌락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제이슨 미첼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와 다이애나 타미르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통해 자기 생각과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뇌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연구했다. 실험 참가자 195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의견이나 신념, 성격 특성에 관해 이야기하게 하고 뇌를 관찰했다. 실험 대조를 위해 다른 사람(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신념과 성격 특성 등을 말하게 하고 이때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도 함께 관찰했다. 그 결과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보다 내 이야기를 할 때 뇌에서 도파민 분비에 관여하는 측좌핵(Nucleus accumbens)과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이 크게 활성화됐다. 뇌의 이 영역은 돈이나 음식 등 보상을 받았다고 느낄 때 쾌감을 느끼는 부위다. 즉,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돈을 받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만큼 즐거운 일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연구팀이 실시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받을 수 있는 돈을 포기하고서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선택한 이들이 많았다. 실험참가자 37명에게 △자신의 신념과 생각 △다른 사람의 신념과 생각 △시사 상식 등 3가지 카테고리로 나뉜 약 200개의 질문 중 몇 개를 선택해 답을 하면 질문 당 1~4센트 사이의 보상을 주기로 했다. 자신과 관련된 주제는 보상 금액이 낮았고, 타인과 시사 상식 관련 주제에는 높은 금액이 책정돼 있었다. 실험 결과 대부분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관련된 질문을 압도적으로 많이 골랐다. 폭력적인 생각까지 분출…존재감 느끼며 기쁨이렇듯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일 수 있다. 문제는 악플러들이 자신의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생각을 거르지 않고 마음껏 표출하면서 쾌락을 즐긴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쾌락 반응은 혼잣말을 할 때보다 남들이 들을 수 있을 때 크게 일어났다. 댓글에서 타인에게 ‘좋아요’를 받거나 자신의 댓글에 또 다른 댓글이 달리는 등 관심을 받으면 쾌감은 더욱 높아진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어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더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댓글을 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남을 욕하고 깎아 내려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 받고 자존감도 올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는 것이다.정신질환은 아니지만…치명적인 성격의 ‘4요소’ 딜로이 파울루스, 케빈 윌리엄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질환 환자가 아닌 일반인 중에 유난히 공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연구했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에 따라 질병으로 진단 받고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고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일반인의 성격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연구팀은 2002년 이른바 성격의 ‘어둠의 3요소(Dark triad)’를 밝혀냈다. △사이코패스(Psychopath) △나르시시즘(Narcissism)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이 이에 속한다. 이후 연구에서 △사디즘(Sadism)까지 더해져 ‘어둠의 4요소(Dark tetrad)’가 됐다. 연구팀은 여기에 속하는 이들을 ‘일상적 사이코패스’ 또는 ‘무증상 사디스트’ 등으로 표현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정신질환과 비교해 일상적이고 온건한 증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성격의 ‘어둠의 4요소’·사이코패스: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사회적 규범을 무시·나르시시즘: 거만함과 자기 중심성이 높음·마키아벨리즘: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조종하고 착취·사디즘: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즐김 연구팀이 처음부터 악플러를 염두에 두고 해당 연구를 진행한 것은 아니었으나 후속 연구에서 상습적 악플러의 성격 특성이 ‘어둠의 4요소’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이코패스, 가학을 즐기는 사디스트 성향과 관련이 높았다.어둡고 위협적인 성격 가진 악플러들에린 버클 캐나다 위니펙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인터넷 사용자 418명을 대상으로 ‘어둠의 4요소’ 성향을 파악하는 검사를 실시했다. 그런 뒤 이들에게 온라인에서 댓글을 작성하는 취미가 있는지 조사하고 댓글 활동을 하는 이유에 관해 물었다. 댓글을 달지 않는 이들은 전체의 41.3%였고, 댓글 활동을 하는 이들은 이슈에 대한 토론(23.8%)을 하거나 다른 사용자들과 소통·채팅(21.3%)을 위해 댓글을 단다고 답했다. 악플을 달기 위해 댓글 활동을 한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5.6%였다.악성 댓글을 다는 5.6%는 앞서 실시한 ‘어둠의 4요소’ 검사 결과 모든 성향이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디즘을 직접적·간접적 성향으로 나눠 총 5개로 분류한 모든 검사 영역에서 다른 응답자들에 비해 매우 높은 경향을 보였다.또 다른 연구를 살펴보면 특히 가학적 성향이 두드러졌다. 같은 연구팀이 실시한 또 다른 연구에서 가학적 성향이 높은 이들과 악플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각각 부상을 당해 고통스러운 사람의 사진을 보고 얼마나 유쾌한지, 혹은 불쾌한지를 물었다. 가학적 성향이 높을수록, 악플러 경향이 강할수록 유쾌함을 느낀다고 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연구팀은 “악플러와 사디스트는 모두 타인의 고통에 가학적인 환희를 느낀다”며 “악플 활동을 통해 사디스트는 단지 재미를 원할 뿐이며 인터넷은 그들의 놀이터가 된다”고 설명했다.머리로만 아는 ‘인지적’ 공감 능력 뛰어나면 더 잔인다른 사람이 느낄 고통을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남에게 험한 말을 하기 어렵다. 반면 감정적 공감 능력은 떨어지지만 인지적 공감 능력이 높은 이들은 어떻게 하면 상대가 고통스러울 것인지 머리로는 알기 때문에 더 잔인한 말로 상처 줄 수 있다.2017년 심리학 학술지인 ‘성격과 개인차(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성인 4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서적 공감 능력이 낮고 인지적 공감 능력이 높을수록 악플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에 반사회적이고 충동적인 사이코패스 성향까지 더해지면 악플 활동을 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연구팀은 “인지적 공감 능력이 높은 악플러는 피해자를 감정적 고통에 빠뜨리는데 성공하기 쉽다”며 “사이코패스나 인지적 공감 능력만 높은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감정적 고통을 가하는 전문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음 주 이어질 기사에서는 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왜 악성 댓글을 쓰게 되는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익명성이 부추기는 폭력성 △익명성 보다 강한 집단동조 심리 △악플러의 어휘 구사 특성 △뇌에 상처를 남기는 언어폭력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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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모르게 또 집어 든 스마트폰…혹시 ‘산만 중독’?[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회의나 수업 중에 스마트폰으로 기사 검색을 하거나 모바일 메신저를 확인한다.TV나 넷플릭스를 켜고 뭘 볼까 이것저것 살펴보다 결정 못하고 그냥 꺼버릴 때가 많다.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득하게 읽기 힘들다.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내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도 ‘산만 중독(Distraction addiction)’일 수 있다. 산만 중독은 눈앞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도적이고 반복적으로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습관을 일컫는다.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꾸준히 흥미로운 자극을 찾는다면 산만 중독일 가능성이 있다. 산만 중독은 마약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같은 임상적 의미의 중독은 아니지만 그만큼 강박적으로 일어나는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 학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산만 중독은 집중력과 기억력 등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냥 방치하면 안 된다. 스마트폰이 주는 재미…사실은 산만함에 취한 것일 수도스마트폰은 산만 중독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 스마트폰앱 분석업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5.2시간이었다. 꼭 필요한 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에 한눈 팔려 있는 시간이 더 긴 것이 문제다. 스마트폰으로 재미있는 영상을 보거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접속하면 쾌락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에 중독되기 쉽다. 그 결과 TV 볼 때, 엘리베이터 기다릴 때, 화장실에서, 잠들기 전 시간 등 잠시라도 시간적 여백이 생기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주의를 이곳저곳으로 끊임없이 분산시키게 된다.●스마트폰 중독 자가 진단 문항●전혀 그렇지 않다(1점), 그렇지 않다(2점), 그렇다(3점), 매우 그렇다(4점)1.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줄이려 할 때마다 실패한다.2.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3. 적절한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4. 스마트폰이 옆에 있으면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5. 스마트폰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6.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7. 스마트폰 이용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8. 스마트폰 이용 때문에 가족과 심하게 다툰 적이 있다.9. 스마트폰 이용 때문에 친구 혹은 동료, 사회적 관계에서 심한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10. 스마트폰 때문에 업무(학업)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합계 10~23점: 일반 사용자 / 24~29점: 잠재적 위험 사용자 / 30~40: 고위험 사용자출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스마트쉼센터집중력 떨어트리는 비효율적 ‘스위치태스킹’집중해야 할 때 스마트폰이 끼어들어 주의를 분산시키고 산만해지면 당연히 뇌의 인지 처리 효율이 떨어진다. 심지어 스마트폰 안에서도 앱과 앱 사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주의 분산이 일어난다. ‘멀티태스킹이란 없다’의 저자 데이비드 크렌쇼는 이를 비효율적인 ‘스위치태스킹’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효율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사실은 상관없는 일 사이에서 번잡하게 스위치를 왔다 갔다 누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스위치를 껐다 켜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예를 들어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세거나, 가나다부터 하까지 말하는 것은 3, 4초 만에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1, 가, 2, 나, 3, 다…’처럼 숫자와 글자를 번갈아 말하라고 하면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신적 에너지가 더 들어간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상관없는 일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게 만들어 효율을 떨어트린다. 뇌는 스위치태스킹을 할 때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어려워진다. “정신적으로 망가진 상태”특히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PC, TV 등 미디어 기기를 동시에 여러 개 사용하는 습관은 산만 중독에 큰 영향을 준다. 디지털 관련 행동 연구로 유명한 고(故) 클리포드 나스 스탠퍼드대 심리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연구팀은 2009년 여러 개의 미디어 기기로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이 뇌의 인지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봤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 262명을 습관적으로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에게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넘어가는 전환 능력과 △다른 작업을 시작했을 때 이전에 했던 작업의 정보를 기억해 내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문제를 풀게 하고 뇌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 습관적으로 멀티태스킹을 하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두 능력 모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멀티태스커들은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뽑아내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며 “반면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는 실험 참가자들은 효율적으로 주의를 할당해 일을 빠르게 처리했다”고 분석했다. 나스 교수는 멀티태스킹으로 산만해진 뇌의 상태를 두고 “정신적으로 망가졌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10년간 나스 교수의 연구와 관련한 수많은 후속 연구에서는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주의력 △기억력 △독해 △암산 △문제해결 능력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뇌 성장 중인 유아 청소년에 더 해로워특히 뇌가 발달 중인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산만 중독 증상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의사협회 소아과학 저널에 실린 ‘미디어 멀티태스킹과 인지, 심리, 신경, 학습의 차이’ 연구에 따르면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유아와 청소년의 기억력과 학습효과를 떨어뜨리고, 충동성은 증가시켰다.연구에서 소개된 실험 중 하나에서는 독해 숙제를 하는 동안 컴퓨터 메신저를 사용한 학생들은 일정 분량을 읽는 데 49분이 걸렸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29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연구팀은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숙제의 속도가 느려지고 인지 처리 능력이 저하됐다”며 “메시지를 더 많이 보낼수록 주의가 더 자주 전환됐고, 숙제의 정확도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하는 성인들은 인지 처리와 정서 통제와 관련된 일을 하는 뇌의 전측대상회피질(ACC)의 부피가 일반인보다 더 작았는데, 아직 뇌가 성장 중인 유아와 청소년의 경우 미디어 멀티태스킹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적극적으로 지루해지기 연습스마트폰 중독을 치료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해법으로 일정 시간 동안 기기 사용을 중단하는 디지털 디톡스를 떠올리지만 산만 중독 해결에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다. 일주일에 하루 또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다고 해서 나머지 시간에 저절로 자제력이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만 스마트폰의 산만함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끔만 산만해지도록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잠깐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싶은 유혹을 참아내야 한다. ‘딥 워크’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저자이자 미국 조지타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칼 뉴포트는 “무료한 시간은 무료한 대로 놔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정 조율이나 위치 검색 등 스마트폰을 꼭 써야만 하는 상황을 미리 정해두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현실적으로 업무상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직장에서보다 여가 시간에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또한 약해진 집중력을 강화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집중할 때는 데드라인을 빠듯하게 정해놓고 다른 일은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커피 머신에 왔다 갔다 하거나,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SNS도 금물이다. 이 모든 것이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비효율적인 스위치태스킹이기 때문이다. 뉴포트 교수는 “(데드라인을 정해 놓은) 속행 전략은 무료함을 느끼고 새로운 자극에 대한 욕구가 생길 때 견디는 힘을 기를 기회를 제공한다”며 “욕구에 저항하는 훈련은 많이 하면 할수록 쉬워진다”고 했다. ●산만 중독 극복 실천 팁●·문자 메시지나 모바일 메신저 답장은 한꺼번에 처리하기 ·채팅 대신 실제 대화 시간 늘리기·온라인 뉴스는 정해놓은 사이트에서 정한 시간 동안만 보기·집중에 방해되는 특정 사이트나 앱 차단 프로그램 사용하기·단순 오락거리 콘텐츠를 생성하는 SNS 계정 팔로우 끊기 ·실제 지인들로만 SNS 친구 맺기·SNS 앱 과감하게 삭제하기-칼 뉴포트 ‘디지털 미니멀리즘’ 참조-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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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복수 끝난 문동은은 과연 행복했을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주인공 문동은(배우 송혜교)이 학창 시절 자신을 악랄하게 괴롭혔던 박연진(배우 임지연) 무리를 처절하게 응징하는 과정을 그린다. 박연진의 학교폭력으로 온몸에 화상을 입은 문동은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그대로 간직한 채 복수를 위해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18년 동안 칼을 벼린다. 문동은에게 복수심은 공장에서 밤낮으로 일하며 코피를 쏟고, 영양실조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고통을 이기게 하는 원천이다.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는 학교폭력, 사이버 음란물 유포, 사이비 종교, 보이스 피싱, 해외 취업 사기 등 각종 사회 범죄를 총망라하며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명한다. 복수 대행사인 ‘무지개 운수’의 모범택시 운전기사 김도기(배우 이제훈) 등이 나서 피해자 대신 앙갚음을 해준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사이다 복수’는 그야말로 속이 뻥 뚫리는 맛이 있다. 악인은 많고, 복수를 갈망하는 피해자의 분노는 큰 데 비해 현실에서 정의 구현은 그만큼 어렵고 더디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복수할 때 작용하는 심리적 기제를 살펴보면 현실에서 깔끔하고 시원한 복수를 달성하기란 더 어려워 보인다.달콤 시원 ‘사이다’인 줄 알았는데…뒷맛이 씁쓸복수한 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은 뇌에서 일종의 보상을 받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2004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복수할 때 뇌에서 보상받는다고 느끼는 배측 선조체(dorsal striatum)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영역이 더 많이 활성화된 사람일수록 더 강한 보복을 한다. ‘복수=즐거움’이라는 공식이 어느 정도는 맞는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마음은 생각만큼 그리 단순하지 않다. 여러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보복을 가하고 나면 예상했던 것보다 행복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원인은 소가 되새김질하듯 반복적으로 기분 나쁜 일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반추 과정 때문이다. 가해자의 행동을 곱씹어 보는 반추 사고와 이에 따라 유발되는 부정적 정서를 두고 일부 학자는 ‘감정의 암(癌)’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복수 뒤 따라오는 불쾌하고 오묘한 감정케빈 칼스미스 미국 콜케이트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복수의 역설적인 효과에 관해 연구했다. 칼스미스 교수는 실험참가자 48명을 4인 1조로 나눠 컴퓨터 게임을 시켰다. 연구팀은 4명 중 1명에게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다른 팀원이 열심히 벌어오는 게임 상금을 나눠 갖는 얌체 역할을 맡겼다. 연구팀은 각 팀의 얌체들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게임 상금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가져갔다는 사실을 나머지 팀원 3명에게 알려줬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얌체들의 돈을 빼앗는 복수 기회를 주거나 △복수 기회를 주지 않거나 △복수는 하지 않되 복수했을 때를 상상해 보도록 했다. 10분 뒤 세 그룹의 정서 반응을 측정했다. 세 그룹 가운데 가장 기분이 좋은 그룹은 어느 그룹이었을까? 놀랍게도 복수하지 않은 그룹이 가장 기분이 좋았다. 기쁨, 만족 등 긍정적 정서가 나머지 두 그룹에 비해 훨씬 높았다. 복수를 한 그룹은 복수심과 짜증 등 부정적 정서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돈을 많이 빼앗아 복수를 강하게 한 사람일수록 부정적 정서가 높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상으로 복수한 그룹은 실제로 복수한 그룹에 비해 기쁨, 만족 지수가 높았다는 것이다. 복수하기 전에는 복수가 훨씬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행동으로 옮긴 뒤에는 오히려 부정적 감정이 더 커진 것이다. 연구팀은 “복수 과정에서 가해자에 대해 많이 생각할수록 기분이 더 나빠지고, 기분이 나빠지면 가해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며 부정적 감정이 올라간다”며 “또 복수한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불쾌한 감정이 뒤따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보복은 보복을 낳고…서로 “내가 피해자”복수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피해자는 처음 자신이 본 피해보다 더 많이 앙갚음해야 공평하다고 인식하는 반면 보복을 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피해를 준 것에 비해 조치가 과하다고 느껴 다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작은 불씨가 점점 큰 보복을 낳으면서 전쟁으로 이어진 수많은 역사적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앨런 스틸웰 미국 뉴욕주립대 포츠담 캠퍼스 심리학과 교수는 실험참가자 92명에게 누군가에게 복수하는 상황과 자신이 복수를 당하는 상황을 각각 한 가지씩 보여줬다. 두 상황의 보복 강도는 비슷한 수준으로 사전에 조율했다. 참가자들에게 각각의 상황에서 느낀 분노의 정도를 체크하고, 보복의 정도가 얼마나 공평하다고 느꼈는지 조사했다.그 결과 참가자들은 자신이 보복당할 때 훨씬 불공평하고 화가 난다고 느꼈다. 반대로 자신이 복수할 때는 분노는 느꼈으나 공평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컸다. 스틸웰 교수는 “복수를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 모두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한다”며 “이 때문에 서로 공정하다고 인정하고 상황을 정리하기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다.“미안하다”는 한 마디의 힘물론 복수 뒤 ‘비교적’ 기분이 좋은 경우도 있다. 마리오 골비처 독일 뮌헨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언제 만족스러운 복수가 이뤄질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퀴즈를 풀게 하고, 다 맞춘 이들에게 짝지어준 파트너와 둘이 알아서 나눠 가지라며 25유로짜리 상품권을 줬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일부러 분란을 조장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에게 “당신의 파트너가 20유로를 갖고, 당신에게는 5유로만 줬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또 만약 원한다면 다시 돈을 분배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참가자의 60%가 돈을 다시 나눠 갖겠다고 했고, 이들은 자신이 처음에 받은 액수보다 훨씬 더 적은 금액을 파트너에게 할당했다. 처음에 자신이 받은 대우보다 과하게 복수를 한 것이다. 이어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바뀐 결과를 받은 파트너의 반응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 그룹에는 바뀐 결과에 대해 항의하며 화를 내는 내용이, 다른 그룹에는 자신이 처음에 이기적으로 군 것을 사과하는 내용이 전달됐다.그런 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상금 배분 결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물었다. 당연히 사과 메시지를 받은 그룹이 화를 내는 메시지를 받은 그룹에 비해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사과받은 이들보다 실험 결과에 더 만족하는 이들은 처음부터 보복하지 않겠다고 답한 40%의 참가자들이었다. 복수를 안 했을 때 가장 만족했고, 복수를 한 경우라면 사과받았을 때 그나마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골비처 교수는 “가해자가 자기 잘못을 인정해야 복수가 성공할 수 있다”며 “가해자에게 단지 불이익을 주는 것만으로는 복수에 충분히 만족하기 어렵다”고 했다.통쾌하지만은 않은 복수의 역설이처럼 안타깝게도 ‘더 글로리’의 문동은이 복수를 끝내더라도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상당히 많다. 18년간 “연진아”로 시작하는 분노의 편지를 수없이 썼고, 그의 방은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18년 동안 되새김질한 분노와 적개심은 복수의 원동력이자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에너지였다. 약간의 스포일러를 하자면 문동은은 끝까지 박연진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한다.일상에서도 다른 사람 때문에 손해 보게 되는 크고 작은 순간들이 수없이 많이 일어난다. 복수의 통쾌함과 이에 따르는 정신적 괴로움을 함께 감당할 것인지, 화를 참고 복수를 하지 않는 평화를 택할 것인지는 각자에게 달려있다. 다만 첫 번째로 소개했던 케빈 칼스미스 교수의 실험에서 복수하지 않은 그룹이 가장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다른 주제로 관심사가 옮겨갔기 때문이었다. 잠깐만 지나면 생각보다 빠르게 관심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잊힐 정도의 분함이라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화가 난다면? 상대방에게 사과를 받아낼 수 있도록 이성적인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일 수 있다.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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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시장 살리자” 법인 판매 매출 ‘쑥’

    중소벤처기업부는 전통시장을 살리고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도입한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판매 매출이 7개월 만에 961억5000만 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온누리상품권을 위탁 운영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지난해 12월부터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판매를 법인 고객에까지 확대했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기존 종이, 모바일 상품권을 활용한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중기부가 새롭게 선보인 상품권 종류다. 기존에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만 카드형 상품권을 판매했지만, 법인 고객에게 단체 구매 혜택을 확대한 것이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소비자가 보유한 신용·체크카드와 상품권을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 모바일 앱에 개인 카드를 등록한 뒤 상품권을 구매하면, 선불 금액만큼 신용·체크카드에 금액이 충전된다. 사용한 금액은 카드 사용 실적에 그대로 반영돼 카드사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등 고유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또 사용내역이 국세청에 자동으로 전산처리되기 때문에 전통시장 내 점포 사용 금액의 최대 40%를 소득공제에서 적용받을 수 있다. 현재 전국 약 19만 개의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가운데 카드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하다. 소진공은 개인 고객에게 적용해 오던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10% 할인 혜택을 법인 고객에게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카드형 상품권의 인지도를 높이고 일반 기업이나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의 법인 구매를 활성화하고자 혜택을 확대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전체 상품권 판매에서 법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7.3%로 단기간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소진공 관계자는 “기존 종이형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려면 은행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구입이 가능한 것이 이점”이라며 “10% 가격 할인뿐 아니라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상생을 도와 사회공헌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법인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소진공은 12월 말까지 법인 할인 판매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월 할인 한도는 근로자 수에 따라 차등을 뒀다. 근로자 10인 미만 소규모 법인일 경우 250만 원까지 가능하고, 500인 이상일 경우 2억5000만 원까지 카드형 상품권 구매가 가능하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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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사이비 종교에 빠질까…“내가 메시아” 위험한 가스라이팅[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용어는 1938년 영국 극작가 패트릭 해밀턴이 쓴 ‘가스등(Gaslight)’이라는 희곡에서 유래됐다. 아내 벨라는 남편 잭이 외출할 때마다 이상하게 집 조명이 어두워진다고 느꼈다. 당시에는 가스 연료를 아파트 건물 모두가 나눠 써야해 가스등을 켠 집이 많아질수록 빛이 어두워졌다. 당황한 잭은 “당신이 헛 것을 본 것”이라며 아내의 정신이 이상하다고 몰아갔다. 사실 잭은 살인범이자 절도범이었고, 비어 있는 윗집에 보석을 훔치러 가서 가스등을 켤 때마다 벨라가 조명이 침침해 지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잭은 지속해서 아내에게 “정신병이 있었던 당신 어머니처럼 되는 것 아니냐”고 세뇌했고, 벨라는 스스로도 자신이 미친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조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비종교 단체는 가스라이팅의 특징이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집단이다. 교리를 세뇌하는 것은 물론 가스라이터(교주)가 바라는 대로 신도들이 열심을 다하도록 만든다. 사이비 교주는 피해자가 △완전히 주체성을 잃을 때까지 서서히 심리적 통제 강도를 높이고 △종교 단체에만 의지하게 하며 △가족 등 타인으로부터 고립시킨다. 다른 신도들이 집단으로 가스라이팅에 동조하기 때문에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동료 등 개인적 관계에서 일어나는 가스라이팅보다 훨씬 강력하게 발생한다. 가스라이팅의 3단계로빈 스턴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부속 예일감성지능센터 부소장에 따르면 가스라이팅은 3단계로 진행된다. 그는 2006년 저서 ‘가스라이트 효과’를 통해 희곡 제목에서 유래된 가스라이팅의 의미를 처음 정립하고 사회에 알린 역할을 했다. 1단계는 ‘불신’으로 피해자는 가스라이터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혼란과 괴로움을 느낀다. 2단계는 ‘자기 방어’다. 온종일 상대방이 한 말을 되새기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한다. 상대방의 말이 정말 맞을지도 모른다는 혼란이 증폭되면서 괴로움과 절망감을 크게 느낀다. 3단계에 이르면 피해자는 가스라이터와 좋은 관계로 지내기 위해 그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자신을 ‘억압’하는 상태에 이른다. 상대의 견해를 그대로 수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사이비종교 단체는 새로운 신도가 들어오면 집단으로 가스라이팅에 나선다. 교주를 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시작이다. 피해자가 혼란스러워하면 “우리 교단을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보상을 제시하며 안심시킨다. 어느 정도 넘어온 것 같으면 거액의 헌금을 요구하고, 성적으로 착취하며 본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가족, 친구 등 외부 세계와 철저히 고립시키면서 종교 단체에 더 의존하게 만든다. 본격적인 세뇌, 조작, 통제가 시작되면 의사결정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는다.●사이비 단체의 특징·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다.·질문을 하거나 교주의 권위를 의심해선 안 된다.·부모와 자녀 등 가족 관계를 방해하고 훼손한다.·거액 혹은 일정액을 기부할 것을 강요한다.·외부에서 사용하지 않는 용어를 사용한다.·정신적, 신체적 다양한 처벌이 있다.·교단 지도부가 미성년자를 비롯한 다른 신도들을 성적으로 착취한다.·지정된 건물이나 수용소를 벗어나면 미행 당하거나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교단을 떠나면 스토킹이나 괴롭힘을 당한다.주: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가스라이팅’에서 발췌 사이비 교주의 마력(魔力)?… “성격 장애일 가능성”가스라이터에 대한 정확한 진단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이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서 분류하는 성격 장애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자기애성 성격 장애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차 거침없이 행동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리더십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행동은 자신이 매우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들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과도하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 제멋대로 통제하려고 한다. 성도착증이나 섹스 중독, 반사회적 비행 등이 빈번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감정 기복이 심한 경계성 성격 장애일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책임과 죄책감을 갖게 만들어서 자기 멋대로 조종하려고 한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성향도 가스라이터의 특징과 관련 있다. ‘가스라이팅’의 저자이자 미국의 임상심리 전문가인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는 “가스라이터가 하는 모든 행위는 다른 사람에 대한 권력을 확보하고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남을 조종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고, 어린 시절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서 가스라이팅 행동을 습득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가스라이터의 표적이 되는 ‘에코이스트’자기애가 넘치고 지배욕이 강한 가스라이터와 정 반대 성향인 ‘에코이스트(Echoist)’는 희생양이 되기 쉽다. 에코이스트는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소속 임상심리학자 크레이그 맬킨 박사가 2016년 저서 ‘나르시시즘 다시 생각하기’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에코는 헤라에게 저주받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남의 말끝만 메아리처럼 따라 하게 되는 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다. 벌을 받은 에코는 나르키소스를 짝사랑했지만 고백 한마디조차 건넬 수 없었고, 그를 그리워하다 메아리처럼 울리는 목소리만 남긴 채 죽고 만다.에코이스트는 자기 주장을 펴지 못하고 남을 따라가는 사람들이다. 주요 특성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하고 △관심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며 △내 탓을 하는 습관이 있고 △자신보다 타인의 욕구를 먼저 채워주고 △뭘 원하는지 표현하기 어려워하며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갈등 관계를 피하려고 한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이지만 자신감 없고 자기 탓을 하는 성향 때문에 가스라이터의 표적이 되기 쉽다. 유년기 트라우마가 있거나 애정 결핍 등 정서적 공허함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가스라이팅 체크리스트·하루에 열두 번도 더 자신에게 “내가 너무 예민한가?”라고 묻는다. ·직장에서 혼란스럽고 얼빠진 느낌이 자주 든다.·특정인(부모, 연인, 상사, 친구)에게 자주 사과를 한다.·상대가 윽박지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간단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상대를 만나기 전에 잘못한 일이 없는지 곱씹는다.·예전의 나는 더 자신감 있고, 재미있게 살았다.·인생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원래 잘 지내던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일이 잦다.주: 로빈 스턴 ‘가스라이트 효과(The Gaslight Effect)’에서 발췌‘교주=신’…권위에 대한 절대 복종교주를 신적인 존재로 받아들이면 부도덕한 지시를 할지라도 쉽게 따르게 된다. 심리학에서 유명한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은 얼마나 인간이 권위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1961년 실시된 이 실험은 많은 윤리적 논쟁과 연출 논란이 뒤따랐지만 여전히 시사점이 크다.밀그램은 학습과 관련한 연구를 한다고 포장해 실험 참가자 40명을 모집했다. 실험 참가자는 교사 역할을 맡아 학생이 문제를 틀리면 전기 충격 장치를 누르도록 했다. 전압의 최저는 15볼트, 최대는 450볼트였다. 실험 참가자들이 학생들의 비명 소리를 듣고 머뭇거릴 때마다 연구자들은 “계속 해야만 합니다” “반드시 실험을 지속하십시오”라고 반복해서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 전기 충격 장치는 가짜였고, 학생들은 연기를 했다. 실험 전 밀그램은 실험 참가자의 극소수만이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65%가 최대치까지 전압을 올렸다. 심지어 죽은 척하는 학생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자의 작은 권위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데, 자신이 신이라고 믿는 대상에게는 어떻게 행동할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서는 신도들이 말도 안 되는 교주의 명령에 따르는 모습이 수도 없이 나온다. 구원을 받기 위해 교주와 강제 성관계를 갖고, 재산이나 가족 관계를 전부 교주 마음대로 하도록 복종한다. ‘교주=신’ 공식이 일단 성립되면 엄청난 권위에 눌려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빠른 ‘손절’만이 정답전문가들은 가스라이터와 최대한 빨리 관계를 끊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박사는 “고도로 숙련된 심리치료사들조차도 (가스라이터의) 성격 장애를 치료하기란 쉽지 않다”며 “그들에게서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주변에 사이비종교에 빠진 이가 있다면 교주의 불법 행적에 관한 기사나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이비종교 단체뿐 아니라 가스라이팅은 가족, 연인, 직장 상사나 동료, 친구 관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부모나 배우자일 경우 사실 무조건적 ‘손절’은 쉽지 않은 문제다. 로빈 스턴 박사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가장 친한 친구와 절교하거나 이상적인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며 “실제로 상대방과 헤어질 필요는 없지만 헤어질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전개될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나는 이미 유능하며,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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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 매출 1000억 원 돌파… 웅진 “이제 세계 무대로”

    웅진(대표이사 이수영)은 2003년 IT 부문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이 1000억 원을 넘어섰다고 20일 밝혔다. 웅진의 지난해 IT 사업 부문 매출액은 국내외를 합쳐 1175억 원, 영업이익은 116억 원이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36% 증가한 수치다. 웅진의 IT 사업 부문 매출액은 2018년 이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웅진의 IT 사업 영역은 크게 SAP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 개발을 통한 IT 솔루션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사업은 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46% 증가했고,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은 매출이 18% 증가했다. 또 렌털, 자동차 산업군에서 사용하는 기업용 솔루션인 WRMS(Woongjin Rental Management Solution·웅진 렌털 관리 솔루션)와 WDMS(Woongjin Digital Mobility Solution·웅진 디지털 모빌리티 솔루션) 등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3배로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에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개발 협업, LG전자 해외 가전관리 서비스, BMW코리아 ‘DMS(Dealer Management System) 프로젝트’ 등 국내 대형 기업의 사업 수주에 성공한 덕분이다. 이러한 성과는 2018년부터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용 IT 솔루션으로 크게 나눠 IT 사업 분야를 재편하고 역량을 집중해 온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각 사업본부장에게 자율적인 경영권을 부여하고, 자체적인 시장을 발굴하도록 독려했다. 웅진은 SAP, AWS, 마이크로소프트(MS), 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IT업체들뿐만 아니라 삼성SDS, LG CNS, 웹케시그룹, 네이버 등 국내 대형 IT업체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공격적인 대외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다. 그동안 내부적으로는 매출보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기조로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또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불필요한 회의 시간을 없애고, 탄력근무제 등을 도입했다. 이 외에도 ‘일과 교육’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그룹의 인재 육성 지침을 이어 나가기 위해 직군별로 교육 관리 시스템을 수립했다. 웅진은 올해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외형적 성장을 이뤄 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웅진 관계자는 “국내 대형 기업들과의 프로젝트로 다져진 자체 개발 솔루션의 품질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WRMS를 통해 미주 시장을 공략하고, 순차적으로 WDMS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웅진의 IT사업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전체의 80%가 외부 기업 고객이다. 그룹사 내에 B2B IT사업 부문이 있는 타사에 비해 내부 계열사 비중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웅진 관계자는 “대외사업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장기간 신뢰 관계를 중요시하는 IT업계 특성상 기업 고객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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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빼박’ 증거에도 아니라고 믿는 정신 승리…이렇게 위험합니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가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말을 믿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가짜뉴스에 속아 근거 없는 글을 단체 채팅방에 퍼트리는 이들부터 사기꾼에게 돈을 날리는 비극을 겪은 이들까지 다양하다. 최근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사이비 종교 교주에게 속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속는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에게 작동하는 마음의 원리는 유사하다. 지난주 기사()에 이어 거짓 정보에 혹하는 심리학적 원리를 살펴본다. “나는 절대 속지 않았다” 강해지는 믿음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사이비 종교집단을 연구해 1957년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을 세상에 내놨다. 자기 생각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조화’ 상태가 되면 재빨리 생각을 바꿔서 ‘조화’ 상태로 만들려는 마음의 원리다. 현실은 변화시키기 어렵지만 생각은 마음대로 바꾸기 쉽기 때문이다. 현실을 부정하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정신 승리의 일환이다.페스팅거 연구팀은 이를 연구하기 위해 사이비 종교 신도 집단에 직접 들어가 관찰했다. 종말론을 믿는 신도들은 1954년 12월 21일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저택에서 자신들을 구원해줄 UFO(미확인비행체)를 기다렸다. 이들은 인류 종말의 날 대홍수가 일어날 때 외계인이 자신들을 구원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12월 21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이들 중엔 뒤늦게 실망하고 떠난 이들도 있었겠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상당수는 믿음이 더욱 굳건해졌다. 신도들은 “외계인이 예정대로 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소요 사태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우주로 되돌아갔다”거나 “우리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 종말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리화했다. 이들은 12월 21일 이후 오히려 전도 활동을 더욱 활발히 이어 나갔다. 얼마나 ‘투자’했는지에 비례하는 정신 승리페스팅거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 행동’을 했는지에 따라 자기 합리화가 증가한다고 봤다. 신도들은 직장에서 종말론을 전파하다 해고됐고, UFO를 타려고 집을 팔았으며, 가족과 싸우고 가출했다. 투자 행동이 커졌으니 쉽게 돌이킬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 오거나 누가 집에 찾아오면 사실은 외계인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고 믿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JMS(기독교복음선교회)나 만민중앙교회 같은 종교 교주들은 이런 점을 노린다. 신도들에게 재산을 처분해 헌금하라고 종용하고, 육체적 관계도 요구한다. 이들에게 현혹돼 돈, 시간, 명예 등을 크게 손해 보며 투자한 신도는 더욱 거기서 해어 나오기 어렵게 된다. 교주가 구속되거나 예언이 빗나가는 등 믿음이 틀렸다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나와도 그 믿음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들을 전도하러 다니기도 한다. 페스팅거는 그의 저서 ‘예언이 끝났을 때’에서 “신도들이 믿음에 스스로를 바치는 투자 행동은 되돌리기 쉽지 않으며, 믿지 않는 사람들의 야유와 조소는 그들이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그 운동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강력한 인지부조화 사고를 일으키는 5가지 조건△확신과 믿음이 특정 행동을 유발한다.△그 믿음을 위해 중대한 ‘투자 행동’을 한다.△믿음은 구체적이고 현실 세계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확실하게 반박할 수 있는 반대 증거가 나타난다. (이때 합리화가 일어난다)△믿음을 함께하는 공동체가 있다.-레온 페스팅거 외 2명의 저서 ‘예언이 끝났을 때’-모두가 ‘예스’ 할 때 ‘노’ 할 수 없는 동조 심리모두가 ‘예스(Yes)’ 할 때 ‘노(No)’ 하는 것이 소신 있는 태도라고 하지만 사실 이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본성을 상당히 거스르는 일이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는 때로는 거짓말도 진실로 믿게 만드는 강한 동력이 된다. 다른 이들의 생각에 동조하면 ‘대세를 거스르지 않고 있다’는 마음의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앞서 종말론을 믿는 신자들도 함께 모여 기도하고 정보를 나누는 돈독한 공동체가 있어 믿음이 더욱 강화될 수 있었다.1951년 미국의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는 동조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그는 실험 참가자에게 직선을 하나 보여주고, 3개의 보기 중 어느 것과 가장 유사한지 고르게 했다. 실제 실험 참가자는 1명뿐이었고, 나머지 6명은 참가자로 가장한 실험 도우미였다. 도우미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일부러 틀린 답을 크게 말하도록 했다. 아래 그림처럼 검은색 바탕에 그려진 선 4개 가운데 문제(I)는 실제로 보기의 (B)와 가장 길이가 유사했지만, 일부러 (A)나 (C)를 큰 소리로 답하게 한 것이다. 주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실험 참가자가 정답을 고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정답률은 63%에 그쳤다. 반면 실험 도우미 없이 혼자서 정답을 말할 때는 정답률이 99%였다. 후속 연구에 따르면 실험 도우미가 3명일 때 가장 동조 현상이 강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잡이 3명이 마음먹고 1명을 속이면 저항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집단에서 배척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진실의 눈을 가린 결과다. 자꾸 보면 정이 쌓이듯 신뢰도 쌓인다처음에는 믿지 않더라도 가짜뉴스도 자꾸 보면 신뢰나 호감이 쌓이게 된다. 2018년 미국 심리학회지에 실린 ‘사전 노출은 가짜 뉴스의 인지된 정확성을 높인다’는 연구에 따르면 가짜 뉴스에 한 번이라도 노출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를 처음 접한 사람보다 정확한 뉴스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자신의 견해와 다른 뉴스라 하더라도 이 같은 효과가 동일하게 일어났다. 노출이 반복적으로 일어날수록 신뢰도가 올라갔다. 특정 성향의 사람들로만 구성된 단체 채팅방에서 누군가가 가짜뉴스를 자꾸 퍼 나른다면 반복 노출로 이를 진실로 믿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또 동조 효과에 의해 믿지 않았던 사람도 영향을 받는 연쇄 작용이 일어난다. 지난주 기사에서 설명했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 △마음대로 사실을 해석하는 동기화된 추론이 이와 동시에 일어나기도 쉽다.거짓에 말려들지 않는 아주 기본적인 방법‘헛소리연구소(Bullshit studies lab)’ 운영자이자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대 심리학과 교수인 존 페트로첼리는 거짓을 구별해 내기 위해 비판적 사고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그는 저서 ‘우리가 혹하는 이유’에서 5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것을 제안한다. △충분한 근거 자료가 있는가 △편견이나 감정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가 △주장을 거스르는 증거를 검토했는가 △다양한 출처를 토대로 결론 내렸는가 △다른 사람을 설득할 만한 충분한 논거가 있는가 등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헛소리하는 대상에게 ‘왜’ 대신 ‘어떻게’라고 묻는 것이다. ‘왜’라고 물으면 이론적이거나 철학적 논거를 대면서 구체적 증거는 슬쩍 빼버리고 얼버무리기 쉽기 때문이다. 대신 ‘어떻게’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는지를 물으면 ‘왜’라고 물었을 때보다 증거를 얼버무리며 말하기 어렵게 된다. 다만 페트로첼리 교수는 “근거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을 때 대답으로 훨씬 심한 헛소리를 듣더라도 놀라지 말라”며 “비판적 사고를 하려면 회의적인 태도와 질문하는 습관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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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호가 둘러싼 잔잔한 섬… 때마다 다른 얼굴 내미는 바다에 홀리다[아트로드]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에 속한 사이판은 역사가 오래된 휴양지임에도 자연환경이 놀랍도록 잘 보존돼 있다.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산호초가 해변을 길게 둘러싼 덕분에 채도와 명도가 각기 다른 수채화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다채로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사이판에 가봤더라도 이곳의 바다색을 한두 가지쯤으로만 기억한다면 진정한 사이판의 매력을 보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다.》 사이판은 제주도 면적의 16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다. 공항이 있는 남쪽에서 북쪽 끝까지 차로 30분이면 닿는다. 어느 관광 포인트를 가더라도 섬 안에서 차로 20∼30분이면 족하다. 연평균 기온은 26∼28도로 사계절 내내 기온 변화가 거의 없다. 겨울인 1∼3월은 여름철 우기에 비해 비교적 기온이 낮고, 1년 중 가장 적은 비가 내린다. 한마디로 요즘이 휴양을 떠나기 딱 좋은 날씨다. 요즘 사이판은 여행객이 붐비지 않아 다른 의미에서도 쾌적하다. 마리아나관광청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7년 북마리아나제도 입도객은 66만 명 수준에서 지난해 9만6000명 정도로 줄었다. 게다가 요즘 사이판 여행객의 90% 이상은 한국인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비슷한 비율이었지만 중국발 항공편이 끊기면서 한국인 관광객이 사이판 관광의 가장 큰 손이 됐다. 현지 호텔, 리조트, 여행사 등은 한국인 관광객 위주로 돌아간다.●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섬사이판은 한국에서 비행기로 4시간 30분 남짓 거리에 있다. 비행 소요 시간이 비슷한 동남아와 비교해 치안이 좋고, 자연 경관이 잘 보존돼 있다. 조경을 위해 해변의 나뭇가지를 자르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할 정도로 자연보호 의식이 투철한 편이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수풀에서 푸드덕거리며 날아다니는 야생 닭이 가끔 보인다. 천적이 없어 자유로이 산다고 한다. 사이판은 사람과 동물을 막론하고 평온하게 사는 바닷가의 한적한 시골 마을 같다. 사이판의 바다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해변을 길게 둘러싸고 있는 산호초다. 먼바다에 산호초가 울타리를 치듯 길게 늘어서 있어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산호초 울타리는 멀리서 밀려오는 강한 파도를 막아주고, 미생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해 해수욕장 수심이 유난히 낮고 물빛이 맑다. 산호초가 감싸고 있는 해변과 가까운 바다는 수심이 낮고 투명한 에메랄드 빛에 가깝지만, 그 바깥쪽은 깊고 짙푸른 색을 띤다. 이 때문에 원주민인 차모로족은 산호초가 섬을 지켜준다고 믿어 신성시한다고 한다. ●관광 명소는 바다, 바다 그리고 또 바다사이판의 바다는 보는 곳마다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바다라고 해서 다 같은 바다가 아니라는 말이다. 카메라를 갖다 대는 곳마다 전부 ‘인생샷’ 포인트가 된다. 사이판 본섬에서 보트로 15분 거리에 있는 마나가하섬은 크기는 작지만 사이판의 아름다운 자연을 집약해 놓은 듯하다. 섬을 둘러싼 바다의 색은 깊이와 햇빛의 각도에 따라 투명했다가, 에메랄드 빛을 띠었다가, 형광이 도는 옥색이었다가, 코발트블루였다가, 채도 높은 남색이 된다. 섬에 들어가는 길에 보트에서 상공 수십 m 위로 날아오르는 패러세일링 체험을 할 수 있다. 하늘에 오르면 이 모든 바다색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나가하섬은 주변 바다가 얕고 잔잔해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스노클링을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다. 물이 맑아 알록달록한 열대어가 훤히 보인다. 물안경을 쓰고 잠수하면 일렁이는 신비로운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손에 닿을 듯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팬데믹 이전에는 입장객 1인당 소정의 환경세를 받았지만, 비수기인 요즘에는 보트 왕복 비용만 내면 된다. 사이판 본섬 북쪽에 있는 신비로운 바다 동굴 지형의 그로토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다이빙 포인트다. 100개가 넘는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짙푸른 바닷물을 품고 있는 동굴이 나온다. 수심이 12∼20m로 신비로운 동굴을 살펴볼 수 있는 세 가지 코스가 있어 스쿠버다이버들에게 인기가 좋다. 물론 이곳에서도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다만 어둡고 깊은 데다 군데군데 파도가 치는 곳도 있어 어린 자녀와 동반하기엔 마나가하섬이 더 적합하다. 물놀이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어른들끼리의 여행이라면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이스 샷’을 외쳐 보는 건 어떨까. 해안가 절벽을 따라 홀이 마련된 코럴오션리조트의 골프 코스 중에는 절벽과 절벽 사이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넘겨 공을 쳐야 하는 2개의 홀이 있다. 절벽 사이 바다로 빠져버린 공은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특히 7번홀은 아름다운 바다 풍경 덕분에 20, 30대 ‘골린이’(골프+어린이·골프 초보)들에게 인생샷 포인트로도 인기가 좋다.●“별 보러 가자” 별이 쏟아지는 언덕으로 사이판에는 네온사인도, 화려한 밤 문화도 없다. 최고로 번잡한 시내인 가라판 지역조차 시골 읍내 뒷골목 수준으로 상점들이 띄엄띄엄 있을 뿐이다. 쇼핑할 수 있는 큰 상점은 마트를 비롯해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정도다. 현지 거주 한인들은 오죽하면 “쇼핑은 공항면세점에서 다 하고 오라”고 말할 정도다. 사이판에는 네온사인은 없어도 쏟아질 듯 반짝이는 수천 개의 별이 떠 있는, 사람을 압도하는 밤하늘이 있다. 조명 하나 없는 반자이(만세)절벽에 도착하니 어린 시절 책에서만 봤던 갖가지 별자리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북두칠성 외에는 별자리에 대해 알지 못하는 ‘별알못’이라도 밤하늘을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별자리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휴양지의 나른함 속에 간직한 전쟁의 상흔휴양지로서의 사이판은 나른하기 그지없지만 곳곳에 남아 있는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은 사이판의 또 다른 분위기를 발견하게 한다. 1944년 6월 미국과 일본은 전략적 요충지인 사이판을 차지하기 위해 20일 넘게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투를 치렀다. 당시 양국 군인과 민간인 3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강제노역으로 끌려온 한국인도 다수 사망했다. 이들을 기리기 위해 해외희생동포추념사업회가 현지에 세운 한국인위령탑 추모비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습한 한인 유해는 5000여 구에 이른다. 당시 미국이 승기를 잡자 일본인 5000여 명은 사나운 파도가 치는 반자이절벽과 그에 인접한 자살절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일왕 히로히토가 미군의 포로가 되느니 자결로 영예롭게 생을 마감하라는 칙명을 내린 터였다. 사이판섬 바로 옆에 있는 티니안섬은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할 원자폭탄 ‘리틀보이’와 ‘팻맨’을 실은 미군 폭격기 ‘에놀라 게이(B-29)’가 출격한 곳이기도 하다. 사이판 전쟁기념관인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를 방문하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영상과 전시물을 볼 수 있다.●자연·안전 키워드 한 달 살기도 인기사이판은 안전하고 깨끗한 자연 휴양을 원하는 여행객에게 적합하다. 다만 관광객 대상 쇼핑몰이나 공연 시설 같은 관광 자원은 빈약해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부대시설이나 자체 프로그램이 많은 숙소를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켄싱턴호텔, 코럴오션리조트, PIC는 이런 수요에 재빨리 대응해 ‘사이판 플렉스’라는 프로그램을 내놨다. 투숙객들에게 세 곳의 수영장, 식음료장, 각종 공연 프로그램 등을 오가며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다.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이는 세 곳 모두를 이랜드그룹의 해외 호텔·리조트 법인인 미크로네시아리조트(MRI)가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장점 때문에 한 달 살기 체험을 원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 1, 2월 겨울방학 동안 미국 정규 사립학교 수업을 받을 수 있는 PIC의 사이판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이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한국인이 다녀갔다.글·사진 사이판=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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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청해서 속는 게 아닙니다…가짜뉴스에 혹하는 심리학적 이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거짓에 속는 마음의 작동 원리(1)2년 넘게 이어진 팬데믹 기간 동안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은 가짜뉴스가 나왔다가 사라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가짜”라는 주장부터 “백신에 인간을 조종하는 칩 등 알 수 없는 물질이 들어갔다”는 음모론이 나왔고, 꽤 많은 이들이 현혹됐다. 의료 분야뿐 아니라 정치나 연예 등 가십거리가 많은 분야일수록 가짜뉴스가 넘친다. 가짜뉴스가 계속 생산되는 건 소비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면 한심한 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듣는 헛소리는 “진짜?”라며 잠시나마 혹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멍청해서 속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짜에 속는 건 지능과는 큰 관계가 없다. 최근 또 다시 주목받는 사이비 교주에 속은 전문직 종사자도 많지 않은가. 그만큼 거짓에 현혹되는 것은 단순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왜 우리가 거짓 정보에 속게 되는가에 대한 원리를 밝힌 심리학, 커뮤니케이션학 연구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사람은 진실할 것”이라는 믿음 우리에게는 상대방이 말하는 정보를 일단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듣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착해서가 아니라 의사소통의 효율성 때문에 그렇다. 누군가로부터 처음 듣게 된 생각이나 정보를 일단 사실로 인정해야 대상의 실체를 이해하는 게 쉽다. 처음 접하는 정보 하나하나를 의심하며 검증하는 건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피곤한 일이다.이를 진실기본값 이론(Truth-default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다. 30년 이상 대인 관계 속임수에 관해 연구한 티모시 르바인 미국 앨라배마대 버밍엄캠퍼스 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가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모아 이 이론을 처음 학계에 내놨다. 그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4년 한국에서 해당 논문을 발표했다. 르바인 교수는 “이 이론이 작동하는 것은 매사에 의심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많은 사람이 실제로 대부분의 순간에 정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동시에 이런 성향은 속임수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했다. 거짓이란 걸 이미 알고 있어도 속는다한 번에 여러 정보가 쏟아지면 더 쉽게 속는다. 주의가 산만해지면서 진실과 거짓을 가릴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거짓말인 것을 미리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의사결정을 하는데 인지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시간 제한 등 외부 압박이 주어지면 거짓을 진실이라 믿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다니엘 길버트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당신이 읽은 것을 믿지 않을 수 없다’라는 논문에서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거짓과 진실을 혼동하는지 알아봤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각기 다른 강도 사건에 대한 수사 보고서 두 편을 보여주고 판사가 되어 각 사건의 형량을 결정해보라고 했다. A 강도는 낯선 사람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한 뒤 물건을 훔친 절도범이고, B 강도는 편의점을 털었다. 둘의 범행 수법은 달랐지만 사전 검토를 거쳐 법률적으로 유사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각색했다. 실험 시작 전 연구팀은 보고서 내용 중 검은색 글씨는 사실이고. 빨간색 글씨는 허위라는 것을 알려줬다. 빨간색 글씨로 한 보고서에는 “강도가 총을 가지고 있었다”고 악의적 묘사를 했고, 다른 보고서에는 “굶고 있는 자녀를 위해 절도를 했다”며 다소 호감을 주는 내용을 허위로 넣었다. 빨간색 글씨가 허위라고 미리 알려줬기 때문에 보고서를 읽는 데 집중했다면 두 사건의 범행 동기, 결과 등이 비슷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방해 효과 확인을 위해 실험 대조군에는 보고서를 읽는 동안 정신을 분산시키는 숫자 과제를 동시에 처리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집중해서 보고서를 읽은 실험 참가자들은 두 사건 강도에게 각각 6년 정도의 징역형을 비슷하게 선고했다. 하지만 집중에 방해받은 실험 참가자들은 악의적인 허위 내용이 기재된 보고서의 강도에게는 평균 11년 형을,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허위 내용이 담긴 보고서의 강도에게는 평균 6년 형을 선고했다. 연구팀은 “인지에 과부하가 걸리고 보고서를 읽는데 시간적 압박을 느끼면서 잘못된 정보를 믿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지보다 무서운 정보 편식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면서 계속 믿음을 강화해 나가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이 음모론과 관련된 콘텐츠만 찾아보며 더욱 굳건하게 진실로 믿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대부분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고 고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또 정보 편식은 반대 입장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다.굳이 음모론까지 가지 않아도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편식하며 살고 있다. 실비아 웨스터윅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국방비 지출, 낙태 등 찬반이 나뉘는 8개의 기사를 보여주고 5분 동안 각 기사를 읽는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기사를 읽는 데 평균 2분 24초를 썼지만, 맞지 않는 기사는 보는 데는 1분 55초를 썼다.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정보를 읽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들이는 것이다. 웹 사이트 등에서 알고리즘에 의해 사용자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이런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같은 것을 본 게 맞나? 해석은 각자 ‘알아서’객관적인 사실을 해석할 때도 편향성이 드러난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동기화된 추론(논증)’이라고 한다. 지바 쿤다 캐나다 워털루대 심리학과 교수는 1990년 발표한 ‘동기화된 추론의 사례’ 논문에서 “동기화된 추론은 원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사고 전략을 취한다”고 설명했다.즉 믿고 싶지 않은 근거는 무시하고, 믿고 싶은 근거만 채택해 결론에 유리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자료를 보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작 자신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했다고 착각하기 쉽다. 고의로 남을 속이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일어난다. 한때 온라인상에 퍼졌던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가짜뉴스를 살펴보자. 이를 믿는 이들은 그 근거로 빌 게이츠가 2015년 TED 강연에서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천만 명 이상이 죽게 된다면 전쟁이 아니라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 때문일 것”이라고 했던 발언과 그의 저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제시한다. 빌 게이츠가 팬데믹 사태를 미리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지구 인구가 줄어야 하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주장이다. 또 백신을 통해 MS의 마이크로 칩을 사람들 몸에 심으려 한다는 주장도 더해졌다.여기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은 그가 강연에서 했던 발언과 출판된 저서뿐이다. 하지만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해석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10명 중 9명 수준인 국내 백신 접종 인구가 MS 칩에 조종 당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지나고 거짓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멋쩍은 우리의 마음은 또 다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낸다. 이를 설명하는 인지부조화의 개념은 다음 기사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다음 주에 가짜뉴스에 속는 이유 2편이 이어집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사이비 종교를 통해 본 자기 합리화의 원리인 인지부조화 △모두가 ‘예스’할 때 ‘노’할 수 없는 사회적 동조의 욕구 △반복 노출의 폐해 등에 대해 다룹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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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었는데도 찌뿌둥…지금 필요한 건 ‘휴식의 기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서부 유럽 바닷가 항구에서 보트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는 어부가 있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관광객은 어부에게 “날씨가 좋은데 왜 고기를 잡지 않느냐”고 물었다. 어부는 “필요한 만큼 이미 충분히 잡았다”고 답했다. 관광객은 답답해하며 “당신이 두 번, 세 번, 아니 그 이상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면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라며 “1년쯤 뒤면 모터보트를 살 수 있고, 나중에는 어선도 사고, 냉동 창고, 훈제생선 창고, 공장, 헬리콥터까지 사게 될 것”이라고 열을 올렸다. 어부는 “그런 다음은요?”라고 되물었다. 관광객은 “그런 다음 이 항구에 앉아 햇살과 풍경을 즐기면 된다”고 했다. 어부가 답했다.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노벨 문학상을 받은 독일 소설가 하인리히 뵐이 1972년 쓴 ‘노동윤리 몰락에 관한 일화’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미국 사업가와 멕시코 어부 등으로 각색돼 여러 버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짧은 이야기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 속 관광객처럼 성공을 이루고 난 뒤에야 햇살을 즐기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기며 산다. 쉬거나 낮잠을 자면 스스로도 비생산적이고 게으르다고 여긴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휴식은 더 많은 성취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피로를 푸는 것부터 산책, 대화,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정신적 만족감을 얻는 모든 순간을 휴식이라고 할 수 있다. 휴식을 취하고 업무에 복귀했는데도 여전히 정신이 멍하고 피로감이 남아 있다면 잘 못 쉬었다는 증거다. 어떻게 해야 ‘잘’ 쉴 수 있을까? 능동적으로 휴식 시간을 쟁취하라쉬는 시간을 내 뜻대로 선택하는 것부터가 진정한 휴식의 출발점이다. 쉬는 시간이 주어질 때 수동적으로 쉬는 게 아니라 쉬고 싶은 타이밍에 적극적으로 쉬어야 한다.로버트 사폴스키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 30년간 개코원숭이를 관찰하며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를 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우두머리 수컷에게 통제당하는 서열 낮은 수컷 원숭이는 자기 마음대로 사는 우두머리 수컷에 비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됐다.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눈치 보며 사는 서열 낮은 원숭이는 스트레스 때문에 더 많은 질병에 걸렸고 결과적으로 수명도 짧았다. 안타깝게도 인간도 마찬가지다. 원할 때 쉬지 못하고 눈치 보며 쫓기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될 수밖에 없다. 1~2시간가량 업무에 열중했다면 10분이라도 짧은 자유시간을 반드시 지키는 등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두면 도움이 될 수 있다.일을 멈춰야 비로소 활동을 시작하는 뇌뇌 과학 분야에서는 쉬어야 능률이 오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마커스 라이클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는 휴식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찾아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2001년 발표한 ‘뇌 기능의 기본 모드’라는 논문에서 뇌의 이 영역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소개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돌아가는 뇌의 기본 모드라고 볼 수 있다. 수많은 후속 연구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창의력, 집중력, 기억력, 공감, 정서적 판단, 정신건강 등과 관련된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에 따르면 쉬는 동안 뇌는 기억을 저장하고, 창의성을 발휘해 조용히 해결책을 모색한다. 골똘히 몰입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샤워를 하거나, 산책하다가 불현듯 기막힌 방법이 생각났다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일한 것이다. 그런데 이때 TV를 본다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유튜브 영상을 보는데 정신이 팔렸다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일하는 데 방해가 된다. 라이클 교수가 처음 발표한 논문에서 실험 참가자들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도록 조성한 조건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눈을 감고 조용히 쉬도록 한 상태였다. 자연이 주는 집중력의 힘자연을 보고 듣는 것도 집중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야외에 나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실내에서 녹음된 자연의 소리를 듣거나 자연 풍경이 담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을 향상할 수 있다.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2018년 자연의 소리가 인지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먼저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시각과 청각의 집중력이 필요한 사전 인지능력 테스트를 했다. 그런 다음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파도, 비, 귀뚜라미, 바람 소리가 녹음된 자연 음향을 들려줬고, 나머지 그룹에는 자동차 경적, 기계 동작 소리, 카페의 백색소음 등 도시와 관련된 음향을 각각 15분간 들려줬다. 그런 뒤 다시 인지 능력 테스트를 치르게 했다. 그 결과 도시 음향을 들은 참가자들은 점수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자연 음향을 들은 참가자들의 점수는 사전 테스트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이에 앞서 마크 버만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사한 설계의 실험을 통해 수목원을 산책한 그룹과 도심을 산책한 그룹의 인지능력을 비교 테스트했다. 그 결과 수목원을 산책한 이들이 인지능력이나 정서 상태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줬다. 또 다른 유사 실험에서는 자연 사진을 본 실험군이 도심 사진을 본 대조군에 비해 인지 능력이 더 상승했다. 기쁨으로 몰입할 수 있는 취미 찾기한 걸음 더 나아가 가장 효과적인 휴식은 즐거운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휴일에 소파에서 온종일 넷플릭스를 보거나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면 몸의 피로가 어느 정도 회복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정신적 만족감을 느끼긴 어렵다. 너무 바빠 쉴 시간이 없다고 아우성치면서 막상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뭘 할지 몰라 ‘쉬는 날엔 할 게 없다’라는 안타까운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여유 시간이 더 많은 은퇴 후라면? 재미없는 삶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정신적 만족감을 높이는 휴식을 취하려면 심신의 이완뿐만 아니라 시간과 관심을 쏟아 몰입을 일으키는 도전적인 취미 활동이 필요하다. 긍정 심리학의 대가이자 몰입(flow)의 개념을 처음 역설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 “여가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려면 일할 때처럼 창조력을 발휘하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취미의 필수 조건은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은 ‘적당히 도전적인’ 난이도여야 하고, 스스로 즐거움을 찾기 위해 나서는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취미 활동도 일하듯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뜻은 아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오티움(라틴어로 ‘여가’라는 의미)’의 저자 문요한 원장은 “좋은 여가 활동의 포인트는 ‘기쁨’”이라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랑하거나, 살을 뺀다거나,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활동은 좋은 취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을 취미로 삼아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면 자기 탐색 과정이 먼저다. 문 원장은 “어린 시절부터 몰입했던 경험을 찬찬히 되짚어 보면서 잊고 살아왔던 것은 무엇인지, 나와 비슷한 기질과 환경을 가진 가족들은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나의 여러 능력 가운데 비교적 잘 할 수 있고, 흥미를 느끼는 영역을 찾으면 된다”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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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기반 방문판매 ‘이너진’, 성장 가능성 무한”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유통환경 속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결합한 방문판매 방식인 ‘이너진’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편리한 방식으로 다가가고자 합니다. ” KGC인삼공사의 자회사인 KGC라이프앤진의 정철 대표는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새롭게 선보인 ‘이너진’의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너진’은 방문판매와 온라인 유통의 장점을 결합해 KGC라이프앤진이 야심 차게 내놓은 새로운 판매 시스템이다. 정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활동에 지장을 받으면서 방문판매 수요는 바닥을 쳤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이너진을 선보일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너진은 기존의 방문판매 방식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과거에는 방문판매원들이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큰 가방에 무거운 화장품을 가득 넣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면, 이너진은 SNS, 블로그 등을 활용해 홍보한다. 이를 통해 이너진 파트너(판매원)에게 개별적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필요한 만큼만 온라인 몰에서 주문하면 되고, 이는 곧바로 고객에게 배송된다.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통해 방문판매 개인사업자의 초기 투자 부담을 없애 기존의 방문판매 방식과 차별화했다. 판매원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는 점은 기존 방문판매와 비슷하다. 다만 홍보나 판매가 오프라인 만남이 아닌 온라인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다르다. 지인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파트너 교육 자료를 전달하거나, 블로그에 활동 리뷰 등을 작성하는 것도 파트너 활동의 일환이다. 정 대표는 “이너진은 기존 방문판매와 다르게 재고를 들고 다니거나 미리 사두지 않아도 된다”며 “무거운 가방 대신 스마트폰과 이너진 앱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파트너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면 3∼9% 정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파트너에게 개인별 맞춤 상품 추천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환불 등 고객 서비스도 1 대 1로 받을 수 있어 비대면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보완했다. KGC라이프앤진은 KGC인삼공사가 만든 화장품과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파트너에게 최소 판매 수량을 정해두거나, 본사 교육 의무 참석, 대리점 출퇴근 등과 같은 근무 제한을 두지 않은 것도 기존 방문판매와 비교해 볼 때 획기적인 변화다. 이미 직업이 있는 경우에도 온라인 파트너 활동으로 겸업을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KGC라이프앤진은 새로 가입하는 파트너들에게 온라인 마케팅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일단 제품을 써보고 주변에 추천하라는 의미에서 신규 파트너 가입자에게 30만 원 상당의 화장품 등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정 대표는 “새롭게 선보인 이너진은 기존 판매조직의 디지털 전환을 안정화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온라인 파트너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며 “온라인 유통과 관계 기반 방문판매의 장점을 결합하였기에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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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장? 짬뽕? 짬짜면도 해결 못한 한국인의 결정장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점심으로 뭐 먹을까?”“글쎄, 난 아무거나. 넌?”“음, 나도 아무거나.”여기서부터 대화가 좀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뭐 먹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고민이지만 시원하게 결정하는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 1999년 짬짜면이 등장한 이후 ‘짜장 vs 짬뽕’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된 듯도 하지만 여전히 메뉴 선택은 어렵다. 옷장 앞에 서서 하는 “오늘 뭐 입지?”라는 고민도 마찬가지다. 누가 대신 좀 정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많다. 결정은 원래 피곤한 것‘메이비(maybe)족’은 “글쎄요”라는 애매모호한 대답만 할 뿐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타인의 의견에 의존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햄릿증후군’과 같이 똑 부러지는 결론을 내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향을 의미하는 또 다른 용어이기도 하다. 일상에서는 결정장애라는 말을 더 많이 쓰지만, 이는 정식 진단명이나 학술용어는 아니다. 심리학, 경영학 등의 연구에서는 사소한 문제조차 결정을 어려워하는 것을 두고 ‘의사결정 피로감’(decision fatigue)이라고 지칭한다. 학술 주제로 연구까지 됐다니 국가를 막론하고 결정은 원래 피곤한 것이 맞는 것 같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가지고 있는 면이기도 하다. 캐슬린 보스 미국 미네소타대학 경영학부 교수 연구팀은 의사결정이 얼마나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여러 실험을 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연구팀은 쇼핑몰에서 만난 쇼핑객들이 이날 물건을 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결정을 했는지 묻고, 간단한 수학 문제를 풀도록 요청했다. 결과는 많은 의사결정을 한 사람일수록 수학 문제를 끝까지 풀지 못하거나 답을 틀린 경우가 많았다. 보스 교수는 “선택을 많이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기 훨씬 어려워했다”고 했다. 옵션이 많을수록 유리할까? 5~10개가 적당결정이 피곤한 가장 큰 이유는 100% 완벽한 정답이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선택지를 비교해볼 수 있어야 안심이 된다. 문제는 모든 선택지의 정보를 모으는 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이다. 겨울 코트를 사기 위해 온라인쇼핑몰을 검색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검은색, 20만 원대’ 두 가지 조건을 넣고 검색했더니 코트 수백 벌이 나온다. 한 사람은 적당히 비교해보고 1시간 만에 결제했고, 다른 한 사람은 가격, 소재, 배송, 후기 정보를 비교하고 따지느라 밤을 새우고도 코트를 사지 못했다. 둘 중 어떤 사람이 쇼핑 과정이 더 행복하게 느껴질까. 또 ‘득템’의 기쁨은 누가 더 클 것인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폼페우 파브라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가 사소한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선택지의 수는 5~10개 사이라고 한다. 5개 미만일 때는 선택지가 적어서 불만족스럽게 여겨지고, 10개가 넘어가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게 아니라 적당히 있을 때 쉬운 결정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선택지를 열어두는 것 자체도 기회비용이 든다신지웅 예일대 경영학부 교수와 댄 애리얼리 듀크대 경영학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여러 선택지 가운데 헤매다가 결국 손해 보는 불리한 결정을 내린다.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우왕좌왕할 때 들어가는 기회비용 때문이다. 연구팀은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문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방문이 열리는 컴퓨터 게임을 만들고, 방마다 2~14센트 사이의 보상금을 무작위로 배치했다. 방 안에서는 세 가지 색 문이 또다시 나오는데, 게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나오는 3개의 방문을 열어보며 보상금을 모으면 된다. 마우스를 100번 클릭하면 게임이 끝난다. 만약 선택을 번복하고 다른 색 문을 열려면 3센트의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두 번째 그룹에는 일부 조건을 변경한 실험을 했다. 빨간 문을 클릭하면 선택하지 않는 나머지 초록색, 파란색 문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게 했다. 15번 이상 클릭하지 않으면 아예 사라지도록 했다. 두 그룹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돈을 모았을까? 첫 번째 그룹이었다. 두 번째 그룹은 선택하지 않은 문들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자 자꾸 결정을 번복하고 우왕좌왕하며 작아진 문을 다시 클릭했다. 그때마다 대가로 3센트를 지불했다. 결과적으로 수익의 14%를 기회비용으로 날렸다. 문이 쪼그라들면서 선택지가 없어질까 봐 마음도 같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선택지를 유지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는 세상이라면 이러한 경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적 상황에서는 선택지를 열어두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결정하기 전 눈치 보는 한국인신경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인지하면 행복감을 느끼는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가 정지된다고 한다. ‘실수=불쾌감’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여기에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한국 문화가 더해지면 실수에 따른 불쾌감은 더욱 증가한다. 작은 선택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실수했다고 평가받지는 않을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며 꼭 먼저 상대방의 의사를 묻지 않던가.타인을 의식하며 눈치 보는 문화는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고 최상진 중앙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저서 ‘한국인의 심리학’에서 한국인은 자신에 대한 상대의 평가, 호감 등을 크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주변 사람을 거스르지 않는 의견을 내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눈치 보는 특성이 나타나는 이유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 △자신의 체면이나 인상 관리 △평가 염려 △부드럽고 원만한 대인관계 유지 등을 꼽았다.성장기에 입고, 먹는 것부터 학원, 진로까지 부모가 대신 선택해주며 자란 청년들은 선택을 더욱 어려워한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를 뿐 아니라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일일이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성장기에 스스로 했던 선택에 대해 비난 받은 경험이 있다면 더욱 심하다. ‘나는 결정장애가 있어요’의 저자 임재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수는 “선택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후회, 손실, 비난 등을 받게 되고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며 “서로의 생활에 깊게 관여하는 가족문화를 지닌 경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상대방의 선택을 좌지우지하려는 간섭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에게 최선인 답은 있을 수 있어도 100% 완벽한 정답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택의 완벽주의를 버리고 단 10, 20%만이라도 진짜 원하는 바를 선택하면 된다. 또 지금 내리는 결정이 최종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거나라는 메뉴는 없다’의 저자 요헨 마이는 “완벽한 정답은 실험실에는 있지만 현실에는 없다”며 “실수해도 세계는 멀쩡히 돌아가며, 실수를 한다 해도 대부분 나중에 바로잡을 수 있다”고 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결정의 주체는 ‘남’이 아닌 ‘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한 결정을 하는 것은 타인을 기분 좋게 할 수는 있어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다. ‘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의 저자 최훈 작가는 “기준이 내가 된다는 것은 삶의 주인공이 내가 되느냐 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나’라는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선택과 결정을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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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탕진잼’ 하셨다고요? 사실은 우울한 겁니다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돈 쓰며 텅 빈 마음 채우는 쇼핑중독“티끌 모아 티끌, 탕진잼 다 지불해 / 내버려둬 과소비 해버려도 / 내일 아침 내가 미친 X처럼 내 적금을 깨버려도 / WOO 내일은 없어” (BTS ‘고민보다 Go’ 중에서)BTS 노래 가사에 나오는 ‘탕진잼(탕진+재미)’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젊은층 사이에서 유독 소비에 관한 신조어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지름신’은 국어 사전에 소개된 지 오래고, 과소비로 텅 빈 통장을 의미하는 ‘텅장’, 스트레스 받은 김에 욕하듯 지르는 ‘X발 비용’, 비싼 물건을 사서 자랑하는 ‘플렉스’ 등 다양하다. 당장의 행복을 추구하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쇼핑 하이(high)’… 쇼핑 때 쾌락 물질 분비쇼핑이 기분 전환에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쇼핑을 하면서 쾌감과 흥분을 느끼는 현상을 ‘쇼핑 하이(high)’라고 한다. 뇌에서 쾌락을 느끼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쾌감의 지속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자주 쇼핑하고, 필요 없는 것도 사게 된다. 물건을 구매한 뒤에는 죄책감과 후회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족들 몰래 쇼핑한 물건을 이곳 저곳에 숨겨본 적이 있는가? 그러면 이미 심각한 수준일지 모른다. 쇼핑중독은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한 강박, 중독, 우울, 충동조절 장애 등 여러 병리적 원인이 있을 수 있다.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개인의 성격 특성도 쇼핑에 영향을 미친다. 2014년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강박구매 성향군의 기질 특성과 정서조절 능력’ 연구에 따르면 쇼핑중독 성향이 있는 이들은 △자극(쾌락)을 추구하고 △처벌이나 위험을 회피하지만 △인내력은 낮은 성향을 갖고 있었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쇼핑으로 위안을 삼는다는 의미다.쇼핑중독 진단 문항1. 내 옷장 안에는 열지 않은 쇼핑백들이 있다.2. 다른 사람들이 나를 쇼핑 중독자로 생각할지도 모른다.3. 내 일상의 대부분은 물건 구입에 집중되어 있다.4. 나는 스스로를 충동구매자라고 생각한다.5. 나는 내가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산다.6. 나는 내가 사려고 계획하지 않았던 물건들을 산다. 1~7점(매우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다) / 총점이 높을수록 쇼핑중독 증상이 심함을 의미.자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판 리치몬드 강박구매 척도의 타당도, 신뢰도 연구’텅 빈 마음을 채워야 ‘텅장’도 채워진다국내외 여러 연구에서는 돈을 쓰면 슬픔, 우울, 긴장, 불안, 결핍 등에서 빠르게 벗어난다고 느끼기 때문에 쇼핑중독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한 마디로 비어 있는 마음을 물건으로 대신 채우는 것이다. 미국에서 2008년 발표된 논문 ‘불행한 사람은 구두쇠가 아니다(Misery is not miserly)’라는 연구에서 이런 특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신시아 크라이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경영학부 교수는 슬픔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얼마나 돈을 많이 쓰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소년의 멘토가 죽는 장면이 나오는 슬픈 영화를 보여주고, 이 주제가 자신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글을 쓰도록 했다. 대조 그룹에는 물고기가 나오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여주고, 일상에 대한 아무 이야기나 써보라고 했다. 그런 뒤 실험 참가비용으로 10달러를 주고, 연구팀에서 판매하는 물병 제품을 보여주며 얼마에 구매할 것인지 물었다. 죽음과 슬픔을 다룬 영상을 본 이들은 평균 2.11달러를 내겠다고 한 반면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 참가자들은 0.56달러를 내겠다고 답했다.이 논문의 부제는 ‘슬프고,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진 이들은 돈을 더 쓴다’이다. 슬픈 영화를 보고 이를 자신의 문제와 결부시킨 글짓기를 한 그룹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게 되면서 감정이 더 증폭됐다. 이는 슬픔과 우울에서 벗어나 보상받고 싶은 심리로 이어져 물건을 사는데 더 많은 돈을 쓰는 결정을 내렸다. 연구팀은 “이들은 슬픔으로 인해 낮아진 자아를 끌어올리기 위해 돈을 더 쓰는 경향이 있었다”며 “또 부정적 감정을 느끼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면 대조적으로 자신 이외의 다른 대상(물병)에는 더 높은 가치를 매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택배 받기 전이 가장 행복하다특히 온라인 쇼핑은 더 중독적일 수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택배를 기다리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매할 때보다 설렘과 흥분 정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택배를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을 먹이를 기다리는 원숭이의 마음과 비교해 살펴볼 수 있는 연구가 있다. 로버트 사폴스키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원숭이에게 어떤 조건에서 보상(음식)이 주어질 때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사폴스키 교수는 원숭이가 앞에 놓인 버튼을 10회 누르면 음식을 제공했다. 원숭이가 버튼을 누르고, 음식을 받는 사이에서 쾌감을 느끼는 도파민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순간은 언제였을까?음식을 받아서 먹을 때가 아니라 버튼을 누르는 동안에 가장 많은 도파민이 분비됐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설렘과 기대가 쾌감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오히려 음식을 받는 순간에는 도파민 수치가 떨어졌다. 버튼 10회를 다 눌러도 무조건 음식을 주지 않고, 랜덤하게 보상을 줬더니 도파민이 훨씬 더 많이 분비됐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점점 더 흥분이 고조된 탓이다. 온라인 쇼핑 택배를 받고 기뻐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결제를 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택배를 기다리다 문 앞에 택배가 도착해 뜯어보는 순간까지 흥분이 쭉 고조된다. 하지만 택배 개봉 이후에는 급격히 흥미가 떨어지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상표도 뜯지 않은 채 옷장에 넣어두고 몇 년 뒤에 유물처럼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만족 없는 쇼핑 반복… 벗어나려면 어떻게?과도한 쇼핑은 슬픔, 우울, 결핍 등 부정적 감정이 표출되는 하나의 방식이다. 따라서 내면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야 행동을 고칠 수 있다. 미국의 쇼핑중독 치료 전문가인 에이프릴 벤슨 박사는 저서 ‘살 것인가 말 것인가(부제: 왜 과잉 쇼핑을 하며 어떻게 멈춰야 하는가)’에서 아래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먼저, 쇼핑 욕구를 일으키는 진짜 감정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스트레스 받아서”가 아니라, 슬픔, 외로움, 분노, 지루함, 짜증, 거절감, 두려움, 부끄러움, 좌절 등 구체적 이유를 찾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쇼핑을 통해 이런 감정을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벤슨 박사는 “어떤 물리적 상품도 정서적 구멍을 진정으로 채울 수는 없다”며 “최신 디지털 카메라나 신상 바지가 마음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근본적 유발 감정을 해결할 대안을 찾는 일이다. 외로움이나 우울감이 원인이라면 가까운 사람과 커피를 마시거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 있다. 불안감이 원인이라면 거품 목욕을 하거나, 애완동물을 쓰다듬는 등 정서적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벤슨 박사는 “쇼핑 쾌감은 즉각적이고 강렬하기 때문에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다”며 “충동에 저항하는 꾸준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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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 감동해야 더 행복하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우리가 몰랐던 감동의 효과들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바라볼 때, 한국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 유명 예술 작품을 마주했을 때 등 감동적 경험으로 소름이 돋거나 눈물을 흘려본 일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거창한 순간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상에서도 크고 작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감동적인 순간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감동은 단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해외 심리학 연구에서는 경이로움을 뜻하는 영어 단어 ‘awe’를 사용한다. 학술적 정의로는 잔잔한 마음의 울림부터 감격, 환희, 황홀함 같은 풍부한 감정을 포함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큰 깨달음이 일어나는 경험 등 다양한 경우를 포함한다. 그동안 학계에서 이뤄진 여러 연구를 통해 감동의 효과를 살펴보기로 한다.스트레스 낮추고 행복감 높이는 효과심리학에서 감동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불과 20여 년 정도다. 다만 앞서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가 ‘절정 경험(peak experience)’이라는 개념을 통해 감동과 유사한 감정의 특징을 정의했다. 그는 1964년 저서 ‘종교, 가치 그리고 절정 경험’에서 인간이 정서적인 절정을 경험할 때 △시공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자신의 문제에 덜 사로잡히게 되며 △겸손해지고 △세상을 선하게 바라보며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러한 효과가 하나 둘 입증되기 시작했다. 2015년 제니퍼 스텔라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감동적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체내 염증 수치와 관련 있는 단백질 물질인 인터류킨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감동적 경험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저하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체내 염증 수치가 높아질 수 있는데, 감동적 경험을 통해 스트레스와 염증을 모두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자기 비하를 멈추게 하는 힘감동은 자기를 비판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몰두하도록 만드는 뇌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미국심리학회지에 실린 ‘경외감의 신경 표현: 일반적이고 뚜렷한 신경 메커니즘의 구별’ 연구에서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통해 감동적인 영상을 볼 때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분석했다. 영상의 내용은 아름다운 자연, 종교적 경험, 존경할 만한 리더의 모습 등 다양한 차원의 감동적 상황을 포함했다. 뇌 활동 비교를 위해 즐거움과 공포를 유발하는 영상도 각각 보여줬다. 관찰 결과 감동적인 영상을 시청할 때 자신을 비하하고 비판적으로 느끼게 하는 뇌의 왼쪽 중간 측두회(middle temporal gyrus)의 활성화 수준이 다른 영상을 시청할 때보다 낮아졌다. 감동을 느낄 때 자기 자신을 좀 더 너그럽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걱정과 고민이 사소해 보일 수 있다감동의 또 다른 놀라운 효과는 자기 자신을 거대한 세상에 속하는 작은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요세미티국립공원과 해안 선착장 관광지인 ‘피셔맨스 워프’를 방문한 관광객 1178명을 대상으로 현재 자신의 존재가 어느 정도 크기로 인식되는지를 조사했다.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요세미티국립공원은 감동받을 만한 자연 풍경을 의미하고, 피셔맨스 워프는 즐거움을 느끼는 장소라는 의미를 갖는다. 연구팀은 관광객들에게 같은 크기의 태양과 잔디가 그려진 종이를 준 뒤 현재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했다. 그 결과 국립공원을 찾은 관광객(633명)이 종이에 그린 자신의 평균 크기는 선착장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545명)의 평균보다 33% 정도 작았다. 이는 조사에 응한 북미, 유럽, 아시아 관광객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감동의 이런 효과는 자신의 문제에만 매몰되기 보다는 시선을 밖으로 돌려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며, 이타적인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20년간 감동이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해온 대커 캘트너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달 펴낸 저서 ‘Awe(경외감)’에서 “경외감은 타인과 경계를 무너뜨려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의 본성이 개인주의나 물질주의가 아니라 집단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고 강조했다.대자연에서만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그렇다면 감동을 느끼기 위해 매일 자연으로 나가야 할까? 어느 정도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자연보다 더 많은 감동을 느끼는 대상은 따로 있다. 바로 사람이다. 타인에게서 배려, 용기, 강인함, 도덕성, 존경할만한 품성 등을 목격했을 때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캐틀러 교수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감동을 받는 순간은 자연이나 영적인 경험을 할 때가 아니었다”며 “다른 사람의 용기, 친절, 강인함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2017년 미국 심리학회지에 실린 한 연구를 보면 실험 참가자들이 느낀 감동의 절반 이상은 타인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미국과 중국 대학생 각 83명에게 2주 간 하루에 한 번씩 △자연 △타인(대인 관계) △자신 △음악 △건축물 △영적 경험 △지식이나 기술 △예술작품 등에서 감동이나 기쁨을 느낀 경험에 대해 기록하게 했다. 2283개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중국인과 미국인 모두 대인 관계에서 감동 받은 경우가 각각 63%, 4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자연은 중국인과 미국인 각각 7%, 12% 정도였다. 흥미로운 점은 스스로에게 감동을 경험한 비율은 미국인의 경우 8%에 달했지만 중국인은 0.4% 정도였다는 것이다. 서양의 개인주의와 동양의 집단주의 문화에 따라 감동을 받고 기쁨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동도 연습이 필요하다감동은 노력하면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사람마다 감동을 느끼는 순간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본다면 더욱 좋다. 산책하다 미처 보지 못했던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감탄하거나, 평소 존경하는 인물의 책이나 강연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은 노력이 될 수 있다. 무엇이든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소한 감동거리를 찾아보며 잠깐 휴식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루에 10분씩만 투자해 감동을 ‘주입’한다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을 때보다 조금은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감동 훈련법·스마트폰 끄고 산책하기·일상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것들 사진 찍기·하루에 한 번 하늘 보기·저명한 학자, 지도자의 강연·연설 영상보기·크고 작은 감동 경험 기록하기·가치관을 넓힐 수 있는 책 읽기·타인과 영웅담이나 미담 공유하기‘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의 비밀’(동양북스) 참조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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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어린이 그림책 ‘걱정은 걱정 말아요’ 의 주인공 루비에게 어느 날 불쑥 ‘걱정’이 찾아온다. 처음 루비 앞에 등장한 걱정은 작은 노란색 먼지 뭉치같이 보였다. 그런데 걱정은 점점 몸집이 커지더니 어느덧 집채만큼 커져 루비를 따라다녔다. 친구들에게는 루비의 걱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루비도 걱정이 없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거대해진 걱정에 모든 신경을 빼앗긴 루비의 눈에는 걱정 외엔 다른 세상이 모두 회색빛으로만 보인다. 아동의 눈높이에서 걱정과 불안을 설명한 그림책이지만 사실 어른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작았던 걱정은 생각할수록 자라나고,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때로는 다른 것들은 제대로 보이지 않게 눈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심할 경우 잠을 못 자서 온종일 피곤하거나 근육이 바짝 긴장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과 함께 6개월 이상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면 범불안장애일 수도 있다. 온갖 걱정을 달고 사는 만성 불안을 겪는 범불안장애는 평생 유병률이 5% 정도로 비교적 흔한 증상이다. 100명 중 5명이 살면서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걱정 10개 중 9개는 ‘가짜 걱정’일부 걱정은 앞날을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의 대부분이 쓸 데없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심리학과의 루카스 라프레니에르, 미셸 뉴먼 교수는 2019년 ‘걱정의 기만 폭로: 범불안장애 치료에서 가짜 걱정의 비율’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범불안장애가 있는 대학생 참가자 29명에게 10일 동안 어떤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기록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2, 3시간 단위로 걱정의 내용과 걱정에 할애한 시간 등을 꼼꼼히 적었다. 10일 동안 1인당 평균 34개의 걱정 목록이 나왔다. 그 뒤로 한 달 동안 참가자들은 자신이 작성한 걱정 목록이 얼마나 현실화됐는지 검증했다. 한 달 내에 검증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결혼을 못 할 것 같다’ 등 먼 미래에 대한 걱정은 제외하고, ‘이번 주 시험을 망칠 것 같다’ 등 가까운 시일 내에 검증 가능한 걱정만 포함했다. 그 결과 걱정 목록의 91.4%는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로 나타난 걱정 8.6% 중에서도 30.1%는 참가자 스스로 ‘예상보다 잘 풀렸다’라고 평가했다. 즉, 걱정 100개 중 9개만 현실이 됐고, 현실이 된 9개 중 3개는 걱정만큼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심지어 참가자 중 7명은 열흘간 기록한 걱정 가운데 실현된 걱정이 하나도 없었다. 100% 헛된 걱정만 한 것이다.연구팀은 “범불안장애를 앓는 이들을 치료할 때는 걱정이 비현실적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걱정에 대한 실제 결과를 스스로 추적해 본다면 생활의 적응력을 높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하지 마!” 틀어막을수록 더 생각나는 이유걱정이 대부분 쓸 데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걱정을 줄일 일만 남았다. 그런데 걱정을 없애기 위해 애쓴다고 정말 걱정이 사라질까?걱정을 억압하는 것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백곰 효과’로 알 수 있다. 1987년 다니엘 웨그너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고를 억제하려는 노력이 우리 사고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A그룹에 “백곰을 생각하라”고 지시하고, B그룹에는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5분 뒤 두 그룹에게 백곰이 떠오를 때마다 앞에 놓인 종을 치게 했다. 어느 그룹에서 종을 더 많이 쳤을까?백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억압한 B그룹이었다. 이를 두고 특정 생각을 억눌렀을 때 역설적으로 자꾸 떠오르게 되는 백곰 효과, 또는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라고도 한다. 백곰을 제외한 다른 생각을 떠올리기 위해 “백곰 말고”를 되뇌면서 역설적으로 백곰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원리다. 이처럼 특정 걱정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마음속을 비집고 나오기 쉽다.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걱정에 집중하기전문가들은 만성 걱정을 다루려면 오히려 걱정에 완전히 몰입하라고 조언한다. 공포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 무서운 장면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듯이 걱정과 불안 거리를 거듭 직면해 아무것도 아닌 듯 만들라는 것이다. 아래는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걱정과 불안을 달래는 접근법이다. 걱정에 맞서는 팁(tip)걱정에 맞서는 팁(tip)·걱정되는 일들을 리스트로 작성하기·하루 2회 이상 10분 동안 걱정에 집중하는 ‘걱정 타임’ 만들기(잠들기 전 시간은 피하기)·걱정 일기를 작성해 걱정이 실제로 현실화했는지 점검하기 ·두통, 근육통이 유발될 땐 하던 일 멈추고 심호흡하기·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대처 행동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천하기우선 걱정 리스트를 만든다. 직장, 가정, 경제 문제 등 여러 카테고리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 더 좋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걱정이 많은 사람을 위한 심리학 수업’ 저자인 채드 르쥔느 박사는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걱정을 분류하는 과정만으로 고통이 경감되는 효과를 경험하기도 한다”며 “걱정을 분류하다 보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로부터 거리감이 생겨나 생각과 자기 자신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30년 이상 불안장애치료센터를 운영한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데이비드 카보넬 박사는 10분간 걱정에 몰입하는 ‘걱정 타임’을 적극 추천한다.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 하루 2회 이상, 최소 2주 동안 시도할 것을 권한다. 놀랍게도 그의 센터를 찾은 환자들은 “10분을 다 채우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카보넬 박사는 저서 ‘나는 왜 걱정이 많을까’에서 “많은 이들이 1, 2분이 지나면 더 보탤 걱정이 없다고 고백했다”고 밝혔다. 그는 “걱정할 때 그들은 그저 잠재의식 속에서 같은 걱정을 반복한 것이었다”며 “그러니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걱정이 계속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걱정일기를 쓰는 것도 많은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이다. 걱정의 내용을 제목으로 쓴 다음 △걱정이 현실화 됐는지 △현실화 됐다면 개선할 수 있는 일인지 △어떤 대처를 할 수 있는지 △그로 인해 무엇을 (못)하게 됐는지 △신체적 느낌은 어떤지(두통이나 근육 경직 등) △어떤 감정이 뒤따랐는지 등에 관해 쓰는 것이다. 이 모든 방법의 핵심은 걱정을 틀어막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대부분의 걱정은 ‘만약 ~하면 어떡하지?’로 시작해 불확실한 미래의 일을 통제하려는 노력 때문에 생겨나는데, 걱정을 통해 미래의 모든 일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르쥔느 박사는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불확실한 요소를 참아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래의 불확실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에 필요한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는 욕구를 버리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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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리회 서울연회, 사랑의 푸드박스 선물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는 겨울방학 동안 결식 위기에 놓인 아동들을 위해 푸드박스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서울연회는 성탄절을 맞아 지난해 12월 한 달간 교회와 성도들을 대상으로 후원금 모금 캠페인을 벌여 1억 원을 월드비전에 3일 전달했다. 월드비전은 지역아동센터 등과 손잡고 결식 위기에 놓인 서울 지역 내 가정 1000곳을 선정해 1, 2월 동안 푸드박스를 순차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월드비전은 1차로 서울 도봉구 지역 내 취약계층 아동에게 푸드박스를 19일 전달했다. 전달된 푸드박스에는 아동들의 영양을 고려해 소불고기, 제육볶음, 동그랑땡 등 육류 식품 등이 다양하게 담겼다. 푸드박스 제작은 지역 내 반찬조리 가게 등 소상공인 업체 10여 곳이 맡았다. 서울연회 관계자는 “취약계층 아동은 물론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신음하는 소상공인을 도와 지역사회에도 공헌하고자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앞서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소속 교회들은 지난해 12월 성탄절을 맞아 한 달간 방학 기간 결식 위험이 있는 아동들이 따뜻한 겨울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후원하는 ‘사랑ON(온)푸드박스’ 캠페인을 펼쳤다. 이용원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감독은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결식아동들이 크게 늘었다고 들었다. 특히 아이들이 고기를 마음껏 먹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며 결식아동을 후원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푸드박스를 전달 받은 가정의 보호자 박윤경(가명·42) 씨는 “맞벌이를 하며 두 자녀를 양육하다 보니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특히 학교를 가지 않는 방학기간에는 급식 지원이 없다 보니 더 막막했는데 이렇게 풍성한 선물을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직접 푸드박스를 가정에 전달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소속 영천교회의 정성일 장로는 “양질의 반찬을 만들어 주신 지역 소상공인들께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긴 겨울방학 동안 든든한 식사를 하며 아이들이 꿈을 키워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월드비전은 결식 우려가 있는 만 18세 미만의 아동들이 하루 한 끼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저녁 도시락을 지원하는 ‘사랑의 도시락’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 2016년부터는 취약계층 아동들을 위한 조식지원사업 ‘아침머꼬’를 시작해 전국 10개 학교의 아동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과 같이 아동에 대한 돌봄이 부족할수록 결식 위험이 높다”며 “결식은 아동의 신체 성장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밥의 의미를 넘어 관심과 보호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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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서 ‘꽁꽁’ 숨어버린 은둔 청년들…“잠긴 문 여는 열쇠는 결국 사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일본 만화 ‘내일은 일요일, 그리고 모레도’의 주인공 타미야 보이치로는 부모의 지나친 간섭을 받으며 성장한 20대 청년이다.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지만 첫 출근하는 날부터 어머니는 심약한 아들이 걱정돼 울먹거리며 도시락을 싸서 보내고, 아버지는 아들을 지하철로 데려다준다. ‘지옥철’에 시달리며 회사 건물에 겨우 도착했지만 “무슨 일로 왔느냐”고 추궁하는 경비의 고압적 태도에 소심한 보이치로는 대답도 못하고 줄행랑치고 만다. 길거리를 헤매던 그는 오전 11시를 알리는 라디오 소리에 벌벌 떨다 아예 출근을 포기해버린다. 첫 출근에 실패하고 사회 생활에 자신감을 잃은 그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은둔 생활을 택한다.“청년 100명 중 1명은 1년 이상 은둔”요즘 청년들의 이야기인가 싶지만 이 만화는 1971년에 탄생했다. 반세기 전 일본에서는 80세 노인이 된 부모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50대 자녀를 먹여 살리는 이른바 ‘8050’ 문제를 예견한 것이다. 일본 내각부가 2016년 발표한 ‘청년생활 조사’ 자료에 따르면 15~39세 히키코모리는 약 56만 명, 2019년 발표한 ‘생활상황 조사’ 자료에서 40~64세 히키코모리는 약 61만 명으로 나타났다. 두 조사 결과를 합치면 히키코모리 수가 대략 100만 명이 넘는 것 자체도 놀랍지만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한 것을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느껴진다.안타깝게도 한국에서도 더 이상 남 일처럼 손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만 18~34세 청년 20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5.1%의 청년들이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출산을 이유로 외출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비율은 전체의 1.9%다. 100명 중 2명이 은둔 청년이란 의미다.연구원은 이들 중 절반은 1년 이상 집 밖에 나오지 않는 심각한 은둔 상태로 추정했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국내 은둔 청년의 수는 30~40만 명 정도다. 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할 의지 없이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2020년 기준 8.4%에 달한다. 일본은 니트족과 히키코모리의 숫자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도 은둔 청년의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성장기 불우한 경험이 은둔 생활로 이어져은둔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조사에 응한 청년 13.4%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연락 두절 됐을 때 생사 여부를 확인해줄 사람이 없다고 답한 청년은 전체의 5.7%였다. 가족과 비대면 교류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4%나됐다.고립감을 느낀다고 답한 13.4%의 청년들은 성장기에 불우한 환경에 노출됐거나 부모와의 갈등, 학업이나 취업 실패 등으로 좌절을 겪은 경우가 많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성장기 양육자의 과도한 체벌이나 정서적 학대 △어려운 가정 형편 △이사나 전학 △입시·취업 실패 △진로 갈등 △따돌림 등 부정적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된 상황에 처하게 된 데는 환경의 영향이 컸다는 의미다.그러나 은둔 당사자조차도 은둔을 개인의 부적응 탓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책하며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 대부분 혼자서 끙끙 앓다가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더 키우기도 한다. 가족들 역시 정신병리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자녀를 이해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하는 부모는 자식을 포기해 버리거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을 시키는 강수를 두기도 한다. 드물게는 무속인에게 굿을 하는 경우도 있다.“은둔도 스펙” 회사 차린 은둔 고수들은둔 청년의 자립을 돕는 ‘안무서운회사’의 유승규 대표(30)는 “은둔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현상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동아일보와의인터뷰에서 “대부분 은둔 청년들은 가정 환경이 좋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IMF 등 경제적인 가족 붕괴나 학교 폭력을 이유로 은둔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 역시 부모와 진로 갈등 문제로 20대에 5년 간 은둔 생활을 한 ‘은둔 스펙’ 보유자다. 2021년까지 한국에서 활동한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 지원단체 ‘K2인터내셔널코리아(이하 K2)’의 자립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K2가 팬데믹으로 인한 재정난으로 철수하자 K2에서 만난 은둔 청년 4명이서 안무서운회사를 차렸다. 세상이 무서운 은둔 청년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이름이라고 한다.“스스로 은둔이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리는 은둔 청년들은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더 숨어버려요. 주변에서는 부모 등골이나 빼먹는 히키코모리를 왜 도와주느냐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은둔을 ‘커밍아웃’ 해보니 그동안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곧 수치스러운 것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가스라이팅 속에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해도 돼요. 굳이 정상적으로 보이려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살면 치유와도 멀어질 뿐이니까요.”(유승규 대표)안무서운회사는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건물 2채를 지원받아 서울 강북구에서 은둔 청년들이 공동 생활하며 자립하는 쉐어하우스를 운영한다. 여성과 남성 숙소의 정원은 각각 3명, 5명이다. 입주자들은 월 150만 원 안팎의 입주비를 내고 매니저들과 함께 생활하며 먹고, 자고, 씻는 생활 습관부터 다시 배운다. 자격증을 따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진로를 모색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창립 멤버이자11년간 은둔 생활을 했던 정인희 매니저(29)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협력사에 전화하는 것조차 무서워 말을 더듬다가 보이스피싱이라고 오해를 받았다”며 “아예 실어증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아르바이트 등 일 경험을 시켜주려 해도 이 부분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긴 하다”고 말했다. 촘촘한 사회안전망 절실이들 외에도 은둔 청년의 자립을 돕는 움직임이 속속 일어나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난해 7월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 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다. 2014년부터 꾸준하게 은둔 청년 자립지원 활동을 해오다 2022년 정식으로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도 은둔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다. 은둔 청년들을 위한 소통 플랫폼인 ‘두더지땅굴’도 은둔 청년들의 온라인 소통을 돕기 위해 지난해 생겨났다. 두더지땅굴은 청년 사회적 사업가를 양성하는 사단법인 ‘씨즈(seed:s)’가 만들었고, 안무서운회사가 자문을 맡았다. 다만 체계적 지원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히키코모리 문제가 심각한 일본은 지원 체계가 촘촘히 짜여 있어 벤치마킹할만 하다. 2019년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64개 지자체에서 히키코모리 지역 지원 센터를 운영한다. 은둔 청년을 위한 전문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코디네이터가 가정을 방문해 당사자와 가족을 관리하며 복지센터나 의료기관, 민간단체 등에 인계하는 작업도 한다. 히키코모리를 지원하는 전담 인재를 양성하는 연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K2와 같은 히키코모리 민간 지원 단체는 1000여 개가 넘는다. “은둔 청년 특수성 이해하는 전문 인력 키워야”‘전직’ 은둔 청년들은 시스템 구축과 함께 가장 필요한 것으로 이들과 직접 맞닿을 전문인력 양성을 꼽았다. 정 매니저는 “은둔 생활하던 시절에 가족들이 세 번이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을 시켰다”며 “다행히도 마지막 입원했던 병원에서 옆집 아저씨 같았던 정신과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 회복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어 “그 전에 만났던 의료진은 사무적이고 고압적이라 마음을 열 수 없었다”며 “결국은 함께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안무서운회사의 쉐어하우스 입주자인 이승우 씨(가명·22)는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은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생긴 것”이라며 “갑자기 안 좋은 충동이 들 때가 있었는데 바로 형(유 대표)한테 전화를 걸어서 진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혼자였다면 해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압도됐을 텐데 지지망이 생겼기 때문에 후퇴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유 대표는 “은둔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 사실상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훈련된 사회복지사, 상담사들도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노인복지처럼 청년복지에도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물적·인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문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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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인도 2억5000만 원까지 구매 가능

    중소벤처기업부는 전통시장을 살리고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의 법인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법인 고객에게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설 명절을 맞아 개인 고객에게도 이달 말까지 온누리상품권을 최대 10% 할인 판매한다. 온누리상품권을 위탁 운영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해 12월부터 법인 고객을 위한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온누리상품권 모바일 앱을 통해 등록한 신용·체크카드에 상품권을 구매해 선불 충전하는 방식이다. 법인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려면 전용 홈페이지에서 법인 회원으로 가입하고, 가입이 승인된 뒤 구매 신청을 하면 된다. 기업에서 구매한 상품권을 직원들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면 온누리상품권 스마트폰 앱에 상품권을 등록한 뒤 사용하는 방식이다. 근로자 수에 따라 500만 원(50인 미만)∼2억5000만 원(500인 이상)으로 상품권 구매 한도에 차등을 뒀다. 근로자 10인 미만의 소규모 법인에서도 250만 원까지 구매 가능하다. 또 설 명절 기간 동안 상품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온누리상품권 유형에 따라 개인에게도 5% 또는 10%를 할인 판매한다. 카드형 상품권을 구매하면 1인당 최대 100만 원까지 10%를 할인해준다. 원래는 1인당 월 구매 금액 한도가 70만 원이지만, 설을 맞아 한도를 100만 원으로 늘렸다. 간편결제 앱에서 가맹점의 결제 QR코드로 결제하는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할 때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종이 상품권은 구매 금액의 5%를 할인해 주고, 같은 기간 동안 1인당 월 구매 한도를 기존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늘렸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사용자를 대상으로 이달 28일까지 온누리소비복권 이벤트가 진행된다. 카드형 상품권으로 1만 원 이상 결제하면 응모권이 자동으로 생성되고, 추첨을 통해 경품이 지급된다. 경품 지급 규모는 총 5억 원으로 1만2800명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1등 100만 원(100명) △2등 50만 원(200명) △3등 20만 원(500명) △4등 5만 원(2000명) △5등 1만 원(1만 명)으로, 경품은 카드형 상품권으로 지급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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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소한 일로 폭발하듯 ‘버럭’하는 당신, 분노조절장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직장인 김은하 씨(28·가명)는 직속 상사인 A부장이 팀원들을 향해 고함을 지를 때면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최근에는 직원 중 한 명이 자신에게 보고도 없이 외근을 나갔다며 전화로 소리를 지르다 스마트폰을 사무실 바닥에 집어 던져 액정이 깨졌다. A부장은 “제 까짓게 왜 마음대로 행동을 하느냐”며 사무실이 떠나갈듯 소리를 질렀다. A부장은 평소엔 유머러스한 성격이지만 한 번 욱하면 헐크로 돌변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는 분노조절장애를 줄인 말인 ‘분조장’이라 불린다. #30대 주부 이나영 씨(가명)는 예측 불가능한 타이밍에 불같이 화를 내는 남편이 시한폭탄처럼 느껴진다. 몇 달 전 딸의 생일을 맞아 가족 여행을 가던 길이었다. 운전 중이던 남편은 자기 짐을 왜 안 챙겼느냐며 화를 내더니 시속 140km로 달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역주행을 하다 마주 오던 차와 충돌해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최근에는 사소한 말다툼 끝에 이 씨에게 스마트폰을 던져 무릎에 피멍이 들었다. 이 씨는 화가 잠잠해지면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남편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갑자기 폭발하듯 화를 내는 사람을 두고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표현하곤 한다. 분노조절장애는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화를 못 참고 폭언이나 폭행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가 일상 용어로 자리 잡은 것은 그만큼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분노조절장애 증상이 심각한 경우 정식 진단명인 ‘간헐적 폭발장애’로 진단 받을 수 있다. 충동조절 장애 가운데 하나로 분노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파괴적 행동을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단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성격이 안 좋다고 말하는 수준과는 다른 차원이다. 혹시 나도 분노조절장애?살면서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화가 나는 원인에 비해 과도하게 화를 표출한다면 문제가 된다. 특히 평상시에는 조용하다가 갑자기 벼락 같이 화를 낸 적이 많다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화를 낸 뒤 후회하며 주변에 사과하는 일이 잦다면 더욱 그렇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제공하는 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 문항에 따르면 화가 날 때 △참지 못하고 표출하거나 △폭언·폭력을 가하며 △물건을 집어 던지고 △중요한 일을 망친 적이 있다면 감정 조절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본다. 분노조절 장애가 아니라 단순히 성격 문제로 화를 자주 내는 경우라면 화를 내는 정도가 스트레스의 수준과 비례하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분노조절장애의 경우 스트레스 수준과는 관계없이 극단적으로 화를 표출하기 때문이다. 증상이 만성적이고 빈도가 잦을 경우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서는 간헐적 폭발장애를 ‘파괴적 충동 조절 및 품행 장애’로 분류하고 구체적 진단 기준을 제시했다. △최근 3개월 간 1주일에 2회 이상 폭언을 했거나 △1년 내 3번 이상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신체에 해를 입을 정도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면 간헐적 폭발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또 충동성이 기준이므로 벼르다가 계획적으로 화를 낸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증상이 심한 경우 약물 치료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다.다만 우울증, 양극성 장애(조울증),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알코올 중독,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도 분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구별된 치료가 필요하다.‘버럭맨’ 남자의 분노가 위험하다간헐적 폭발장애는 폭언, 폭행 등 과격한 행동이 나오는 특성상 남성적 질병에 가깝다. 간헐적 폭발장애 환자의 남여 성비를 보면 10명 중 9명이 남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간헐적 폭발장애 진단 환자는 2071명으로 남성은 1812명(87.5%), 여성은 259명(12.4%)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9.1%로 가장 많았고, 30대(18.4%), 10대(15.5%), 40대(13.1%) 순이었다. 20대 남성은 전체 35.2%로 가장 많았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0대에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지 못한 남성들이 성인이 돼 화를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라며 “군대 내 폭력 문제는 이런 연장선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힘든 감정 억누르게 하는 ‘유해한 남성성’이는 청소년기 남성들이 정서적 문제를 겪더라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기 때문이다. 청소년 정신질환 예방을 위해 활동하는 영국 자선단체 ‘스템4(Stem4)’는 2021년 만 14~21세 남성 1100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에 대한 경험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5%가 ‘상황이 더 나빠지더라도 자신을 분노하거나 우울하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유(복수응답)로는 △용기가 없어서(36%), △소란 피우고 싶지 않아서(32%), △약하거나 부끄럽게 느껴져서(30%), △비웃음 당할까봐(21%), △남성적이지 않아 보여서(14%) 등이 꼽혔다. 사회학과 심리학을 비롯한 젠더 연구에서는 이를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으로 규정한다. 사회적으로 강요받는 남성다움은 분노와 같은 강렬한 감정은 강화시키지만 힘든 감정을 말하는 것은 금기시하기 때문이다. ‘스템4’의 설립자인 니하라 크라우제 대표는 “남성의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려면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견디는 남성의 문화적 맹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화 뒤에 숨은 불안·우울·외로움이처럼 ‘버럭맨’들이 화를 내는 진짜 이유는 오랫동안 남에게 말 못하고 쌓여 온 자신의 정서적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소한 일에도 남들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불안, 우울, 모멸감, 수치심, 좌절감, 열등감, 억울함 등이 건드려지면서 짜증이 폭발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분노라는 탈출구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권석만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화내는 사람은 사실은 약한 사람들이다. 지탱해줄 주변인도 없고, 불안하고 외롭고 자존감이 낮다”며 “누군가 자존감의 상처를 건드리면 불안감이 커지는데, 이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도 없고 위안해줄 사람도 없기 때문에 불안을 견디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화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40여 년간 분노에 관한 연구를 해온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파괴적 분노 극복하기’의 저자 버나드 골든 박사는 “유년기에 느낀 부정적 경험이 성인의 분노와 공격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유년기에 경험한 소외감, 수치심 등이 성인기 분노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다수 있다. 폭발적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정서 경험 같은 보다 근원적 원인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당장 화가 날 땐 어떻게?일단 자신이 과도한 분노로 폭발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대부분 본인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긴 어렵고, 가족들이 ‘더 이상 같이 못 살겠다’며 치료를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가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어느 정도 행동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분노 조절을 위한 팁·화가 나는 순간 1부터 10까지 천천히 세며 심호흡 한다.(화를 참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연시킨다고 생각한다)·그래도 진정이 안 되면 다른 자리로 옮겨서 15분간 안정을 취한다.·감정일기를 써서 왜 화가 났는지 분석한다.·부정적이고 왜곡된 생각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은 아닌지 체크한다.·주변에 화가 폭발한 사람이 있다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화가 식으면 대화를 시도한다.화를 내는 공통된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자극에 화가 나는지 맥락별로 정리해서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행동 계획을 세워두면 좋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화를 내는 패턴이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10까지 세며 심호흡하기, 자리 피하기 등을 시도해볼 수 있다.‘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다혈질로 유명했는데, 분노를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 편지쓰기를 활용했다. 그는 누군가 화를 돋우면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는 편지를 쓰고 서랍에 3일 동안 보관했다. 3일이 지나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화나게 한 상대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로 편지를 발송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화 내는 시간을 지연시킴과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털어 놓는 글쓰기를 통해 화를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밖에 상대방의 의도와 달리 부정적으로 해석해 무시나 모욕을 당했다고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인지적 접근을 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홍 교수는 “분노 폭발은 보통 30분 안에 진정되는데, 당사자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행동적, 인지적 교육을 통해 정서 조절의 어려움을 얼마든지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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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우울-낮은 자존감 탓 ‘버럭’… 주변사람 고통 인식이 치료 첫걸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직장인 김은하(가명·28) 씨는 직속 상사인 A 부장이 팀원들을 향해 고함을 지를 때면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최근에는 직원 중 한 명이 자신에게 보고도 없이 외근을 나갔다며 전화로 소리를 지르다 스마트폰을 사무실 바닥에 집어 던져 액정이 깨졌다. A 부장은 “제까짓 게 왜 마음대로 행동을 하느냐”며 사무실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다. A 부장은 평소엔 유머러스한 성격이지만 한번 욱하면 헐크로 돌변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는 분노조절장애를 줄인 말인 ‘분조장’이라 불린다. 갑자기 폭발하듯 화를 내는 사람을 두고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분노조절장애는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화를 못 참고 폭언이나 폭행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가 일상 용어로 자리 잡은 것은 그만큼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분노조절장애 증상이 심각한 경우 정식 진단명인 ‘간헐적 폭발장애’로 진단 받을 수 있다. 충동조절장애 가운데 하나로 분노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파괴적 행동을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단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성격이 안 좋다고 말하는 수준과는 다른 차원이다. ○ 혹시 나도 분노조절장애?살면서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화가 나는 원인에 비해 과도하게 화를 표출한다면 문제가 된다. 특히 평상시에는 조용하다가 갑자기 벼락같이 화를 낸 적이 많다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화를 낸 뒤 후회하며 주변에 사과하는 일이 잦다면 더욱 그렇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제공하는 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 문항에 따르면 화가 날 때 △참지 못하고 표출하거나 △폭언·폭력을 가하며 △물건을 집어 던지고 △중요한 일을 망친 적이 있다면 감정 조절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본다. 증상이 만성적이고 빈도가 잦을 경우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서는 간헐적 폭발장애를 ‘파괴적 충동 조절 및 품행 장애’로 분류하고 구체적 진단 기준을 제시했다. △최근 3개월간 1주일에 2회 이상 폭언을 했거나 △1년 내 3번 이상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신체에 해를 입을 정도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면 간헐적 폭발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충동성이 기준이므로 벼르다가 계획적으로 화를 낸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증상이 심한 경우 약물 치료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다.○‘버럭맨’ 남자의 분노가 위험하다간헐적 폭발장애는 폭언, 폭행 등 과격한 행동이 나오는 특성상 남성적 질병에 가깝다. 간헐적 폭발장애 환자의 남녀 성비를 보면 10명 중 9명이 남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간헐적 폭발장애 진단 환자는 2071명으로 남성은 1812명(87.5%), 여성은 259명(12.5%)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9.1%로 가장 많았고, 30대(18.4%), 10대(15.5%), 40대(13.1%) 순이었다. 20대 남성은 전체 35.2%로 가장 많았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0대에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지 못한 남성들이 성인이 돼 화를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라며 “군대 내 폭력 문제는 이런 연장선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청소년기 남성들이 정서적 문제를 겪더라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기 때문이다. 청소년 정신질환 예방을 위해 활동하는 영국 자선단체 ‘스템4(Stem4)’는 2021년 만 14∼21세 남성 110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경험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5%가 ‘상황이 더 나빠지더라도 자신을 분노하거나 우울하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유(복수응답)로는 △용기가 없어서(36%) △소란 피우고 싶지 않아서(32%) △약하거나 부끄럽게 느껴져서(30%) △비웃음당할까 봐(21%) △남성적이지 않아 보여서(14%) 등이 꼽혔다. 사회학과 심리학을 비롯한 젠더 연구에서는 이를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으로 규정한다. 사회적으로 강요받는 남성다움은 분노와 같은 강렬한 감정은 강화시키지만 힘든 감정을 말하는 것은 금기시하기 때문이다. ‘스템4’의 설립자인 니하라 크라우제 대표는 “남성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려면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견디는 남성의 문화적 맹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화 뒤에 숨은 불안·우울·외로움이처럼 ‘버럭맨’들이 화를 내는 진짜 이유는 오랫동안 남에게 말 못 하고 쌓여 온 자신의 정서적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소한 일에도 남들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불안, 우울, 모멸감, 수치심, 좌절감, 열등감, 억울함 등이 건드려지면서 짜증이 폭발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분노라는 탈출구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권석만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화내는 사람은 사실은 약한 사람들이다. 지탱해줄 주변인도 없고, 불안하고 외롭고 자존감이 낮다”며 “누군가 자존감의 상처를 건드리면 불안감이 커지는데, 이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도 없고 위안해줄 사람도 없기 때문에 불안을 견디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화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40여 년간 분노에 관한 연구를 해온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파괴적 분노 극복하기’의 저자 버나드 골든 박사는 “유년기에 느낀 부정적 경험이 성인의 분노와 공격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유년기에 경험한 소외감, 수치심 등이 성인기 분노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다수 있다. 폭발적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정서 경험 같은 보다 근원적 원인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당장 화가 날 땐 어떻게?일단 자신이 과도한 분노로 폭발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대부분 본인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긴 어렵고, 가족들이 ‘더 이상 같이 못 살겠다’며 치료를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가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어느 정도 행동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공통된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자극에 화가 나는지 맥락별로 정리해서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행동 계획을 세워두면 좋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화를 내는 패턴이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10까지 세며 심호흡하기, 자리 피하기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상대방의 의도와 달리 부정적으로 해석해 무시나 모욕을 당했다고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인지적 접근을 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홍 교수는 “분노 폭발은 보통 30분 안에 진정되는데, 당사자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행동적, 인지적 교육을 통해 정서 조절의 어려움을 얼마든지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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