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사랑하는 어머니. 이 배는 거대하고 궁전풍의 호텔처럼 꾸며져 있어요. 음식과 음악도 훌륭합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쓰인 이 편지는 결국 수신자에게 도착하지 못했다. 편지를 쓴 지 나흘 뒤에 ‘이 배’, 타이타닉호가 침몰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타이타닉 승객의 편지 중 가장 마지막 것으로 전해진다. 책은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 찰스 다윈 등 위대한 인물들까지 다양한 이들의 편지를 통해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을 포착한다. 저자는 “자신이 쓴 편지가 훗날 역사적 자료가 될 것을 염두에 둔 인물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편지는 어떤 역사 기록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역사를 뒤바꾼 가장 짧은 편지가 하나 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 공습을 시작하자 미군의 로건 램지 소령은 하와이 지역에 있는 모든 미 해군 함정에 여덟 단어의 전보를 보냈다. ‘Airraid on pearl harbor x this is no drill(진주만 공습, 훈련 아님)’. 그리고 다음 날 미국은 일본에 전쟁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이 바뀐다. 이 밖에도 미국의 초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 ‘워터게이트’를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 제임스 매코드의 편지 등이 소개된다. 세계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 내밀한 속사정을 엿보는 느낌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손편지 원문은 때로 투자 대상이 되기도 한다. 책 말미에 소개된 사례 하나. 2017년 아인슈타인이 1922년 도쿄 임페리얼 호텔 벨보이에게 남긴 한 줄의 메모는 170만 달러(약 25억 원)에 팔렸다. 팁을 줄 현금이 없었던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명성이 팁보다 가치 있길 바라며 이렇게 메모를 남겼다. ‘평온하고 소박한 삶이 끊임없는 불안과 결합한 성공을 추구하는 삶보다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줍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채널A의 신규 예능 프로그램 ‘야구여왕’의 첫 회가 분당 최고 시청률 2.2%를 기록하고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5일 오후 10시 첫 방송을 한 ‘야구여왕’은 이날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분당 최고 시청률 2.2%를 기록했다. 방영 직후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 출연자인 육상의 김민지 선수와 유도 김성연 선수,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선수 등이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채널A ‘야구여왕’은 유도와 복싱, 배드민턴 등 다른 종목 출신의 여성 운동선수들이 야구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골프 여제’ 박세리 선수가 단장을, ‘추추트레인’ 추신수 선수가 감독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이날 첫 방송에서는 1차 평가를 거친 선수 15명이 입단 테스트를 진행한 뒤 실력에 따라 등급 평가를 받고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들은 국내 50번째 여성 사회인 야구단인 ‘블랙퀸즈’를 창단한 뒤 공식 야구대회에 도전한다.‘야구여왕’ 2화에서는 블랙퀸즈가 여성 사회인 야구단 ‘리얼 디아몬즈’와 첫 번째 경기를 치르는 내용이 소개될 예정이다. 리얼 디아몬즈는 여성 야구 국가대표 출신이 8명이나 소속된 강팀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원한 현역’으로 불렸던 이순재 배우가 하늘로 가는 길에 고인을 향한 애도 메시지가 이틀째 이어졌다. 25일 향년 91세로 별세한 이순재 배우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전날에 이어 26일에도 방송인, 정관계 인사 등 많은 조문객이 다녀갔다. 배우 이승기, 최수종·하희라 부부, 송승헌, 김영옥, 이한위, 윤다훈, 박상원, 유동근, 최현욱, 이무생, 줄리엔강, 가수 이용, 바다, MC 박경림 등이 고인을 추억했다.이날 고인의 후배이기도 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후배들에게 연기하는 자세부터 우리 말을 똑바로 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원칙적인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주신 분”이라며 “쓴소리해 줄 어른이 없다는 생각에 많이 아쉽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유 전 장관은 “개인적으론 무대에서 뵙고 싶고 드라마도 같이 하고 싶은 분이었는데 떠나시니 마음이 아프다”며 추모했다. 그는 재임 시절인 2023년 ‘제13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에서 고인에게 예술연극인상을 수여한 인연이 있다.KBS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과 별관에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특별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날 ‘국민배우’였던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일반인들의 방문도 잇따라 이어졌다. 고인의 입관식은 이날 오전 11시 빈소에서 진행됐다.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가 수의를 준비했다. 영결식은 27일 오전 5시 30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층에서 진행한다. 배우 정보석이 사회를 맡고, 김영철과 하지원이 추모사를 낭독한다. 발인은 같은 날 오전 6시20분에 이뤄지며, 유해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에 안장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오늘도 한바탕 시끄럽게 사건을 해결해낸 경찰 토끼 ‘주디’와 파트너 여우 ‘닉’. 그런데 사건 현장에서 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뱀은 주토피아 출입 금지로 지정된 위험 동물. 주토피아에 불법 입국한 이 뱀의 행방을 찾아 나선 주디에게 닉은 묻는다. “있잖아. 우리 둘, 좋은 팀일까?”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가 시즌2로 9년 만에 돌아왔다. 2016년 개봉한 전편은 국내에서만 471만여 명을 동원했고, 주디와 닉은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콤비’로 꼽히기도 했다. 26일 개봉하는 ‘주토피아2’는 주디와 닉이 파트너로서 갈등을 겪고 더 단단해지는 과정을 그렸다. 이들의 모험은 주토피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링슬리 가문’의 파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곳에서 살모사 ‘게리’를 발견하고, 의기양양하게 포획하는 듯했지만 실패. 오히려 수사는 난항에 빠진다. “링슬리 가문이 자신들의 존속을 위해 뱀 가문에 누명을 뒤집어씌웠다”는 게리의 말에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직감한 주디와 닉. 그러나 경찰은 두 캐릭터가 뱀과 내통했다고 오해하고, 이들은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영화는 다시 한번 ‘게리’를 찾으러 나서는 과정을 통해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준다. 새로운 조력자인 비버 ‘니블스’, 그리고 새롭게 창조한 물과 육지를 오가는 반(半)수생 동물들의 거주지 ‘습지 마켓’을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소개한다. ‘주토피아2’는 포유류 캐릭터만 등장했던 전작과 달리 파충류와 해양 포유류 등으로 확장해 총 67종의 캐릭터를 선보인다. 둘의 호흡이 맞아 들어가는 것도 잠시. 서로를 잘 안다고 믿었던 주디와 닉은 수사 과정에서 상반된 가치관을 드러내며 충돌한다. 단서 하나도 놓칠 수 없다며 집요하게 파고드는 주디와, “이렇게까지?”라며 주디를 말리는 닉. 의견 차는 감정의 골로 이어지고, 닉이 경찰에 체포되며 둘은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두 캐릭터의 재회를 통해 ‘다른 존재와의 소통’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방식은 달라도 끝내 상대를 이해하려는 주디와 닉을 통해 관객들은 다시 한번 파트너십의 의미를 되묻게 된다. 그리고 닉은 마침내 주디에게 자신의 마음을 꺼내 보인다. “Love you, partner(사랑해, 파트너).” 주디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지니퍼 굿윈은 닉 역을 맡은 배우 제이슨 베이트먼과 녹음 현장에서 마주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는 “다른 사람이 어떤 식으로 연기했는지조차 모른 상태로 녹음에 들어갔다”며 “뛰어난 케미스트리가 완성된 건 마법 같은 일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당연하지만, ‘주토피아2’는 전작을 먼저 보길 추천한다. 일단 극 중 시점이 ‘주토피아’ 엔딩의 일주일 뒤다. 게다가 나무늘보 ‘플래시 슬로스모어’, 부시장 ‘벨웨더’ 등 전작에서 큰 인상을 남겼던 캐릭터들이 재등장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삽입곡 ‘주(Zoo)’도 전작의 대표곡 ‘트라이 에브리싱(Try Everything)’을 부른 샤키라가 다시 맡았다. ‘주’는 세계적인 팝스타 에드 시런이 작사, 작곡을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구순(九旬)에도 연기의 열정을 뜨겁게 불태웠던 배우 이순재 씨가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리어왕’처럼 엄숙하면서도 ‘꽃보다 할배’만큼 푸근했던 삶을 남기고. 향년 91세.1934년 함경북도 회령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 1학년 때 6·25전쟁을 겪었다. 피란을 다니다 대전에 정착했다. 서울대 정치학과에 가려고 했으나 떨어졌다. 골방으로 들어가 이듬해 다시 시험을 봐 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했다.철학과에 재학 중이던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단역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머큐쇼 역할을 하면서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스타는 아니었다. 그저 꾸준했다. TV만 틀면 이순재가 나오네’란 말까지 있었다. 상복은 없었지만, 연기를 쉰 적이 없다. 정치를 할 때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등을 찍었다. 작품을 400편 정도 했다.해보지 않은 역할이 없었다. 범인 역할만 30번 이상 했다. ‘허준’이나 ‘이산’처럼 사극에서 맹활약했고,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선 ‘야동 순재’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시청자에게 푸근한 개인적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다.늘그막에 다시 돌아온 곳은 연극 무대였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햄릿·오셀로·맥베스·리어왕)을 못 해본 게 가슴에 남아 2021·2023년 ‘리어왕’을 무대에 올렸다. ‘리어왕’은 연일 만원 기록하기도 했다.“통치자로서 여민동락(與民同樂·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다)을 강조한 3막 4장의 독백은 오늘날에도 갖는 의미가 큽니다. 한평생 배우로 살아보니, 연극에는 우리 사회를 바꿀 힘이 있다고 믿게 됐어요.”(2023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2022년 연극 ‘갈매기’에서 연출가 겸 배우(쏘린 역)로 관객과 만났다. 현역 최고령 배우에 이어 자칭 ‘최고령 신인 연출가’ 타이틀까지 갖게 됐다.“연기엔 끝이 없습니다. 완성도 없죠. 새로운 도전과 창조, 노력만 있습니다. 조금 더 잘하는 사람, 더 오래한 사람만 있을 뿐이지 그게 연기의 끝이고 완성은 아닙니다. 저 역시 아직 끝을 보진 못했어요. 성한 몸으로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때까진 해보려 합니다.”(2022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고인은 문화예술계를 이끌기도 했다. 1971년 연기자협회 초대 회장으로 동료들의 권익을 지켰다. 세종대와 가천대에서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2002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유난히 상복 없던 고인에게 영광의 순간이 찾아온 건 2025년 1월. ‘2024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KBS 2TV 드라마 ‘개소리’로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구순(九旬)의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받은 연기대상이었다. 지상파 3사 연기대상을 통틀어 역대 최고령 수상이란 기록도 세웠다. 고인은 자신을 사랑한 시청자에게 공을 돌렸다.“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요. 언젠가는 한번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어요.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고인은 2025년 데뷔 70주년을 맞아 동료 배우 박근형과 ‘세일즈맨의 죽음’을 준비했다. 하지만 ‘고도를 기다리며’를 하다 쓰러져 결국 포기하고 세상을 떠났다. 세일즈맨처럼 성실하고 끈질기게 걸어온 연극인의 삶을 남기고.“관객들이 내 연기에 공감하는 것은 하얗게 센 내 머리 때문이었을 거야. 주연 한 번 맡아보지 못했지만 일생을 연극무대에 바친 노배우가 젊은 후배에게 무대를 내주며 퇴장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국 연극의 백그라운드이자 정서야. 지난 연기 인생을 돌아보면 한국에서 배우로 살기란 녹록지 않았지. 평생을 살며 연극무대로 돈을 번 적 없었어. 그래도 연극은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하나의 조건이고, 체험의 장이라는 생각은 언제나 변함없어.”(2008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오징어 게임’ ‘브리저튼’ 등과 함께 넷플릭스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기묘한 이야기’의 마지막 시즌이 27일 드디어 공개된다. 2016년 7월 시즌1을 선보인 뒤 무려 10년 만의 피날레다.‘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주 호킨스에서 단짝인 청소년들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을 쫓는 미스터리 스릴러. 2022년 공개한 시즌4는 영어권 드라마 역대 순위에서 ‘웬즈데이’ 시즌1(2억5210만 뷰)에 이어 2위(1억4070만 뷰)에 올라 있다. 에미상은 물론이고 골든글로브와 그래미어워즈 등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으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마지막 시즌5는 총 3개 파트로 나눠져 있다. 27일 파트1에 이어 다음 달 26일, 내년 1월 1일 파트2와 파트3를 공개한다. 시즌4에 등장한 빌런 ‘베크나’에 맞서 평화로운 마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담긴다. 이전 시즌의 핵심 출연진이 모두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예매체 데드라인 등에 따르면 시즌5는 예상보다 공개가 다소 늦어졌다. 팬데믹과 할리우드의 잇따른 파업 등으로 제작에 차질을 빚었다. 그 대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집중했다고 한다. 시즌5의 에피소드 2개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감독이자 ‘워킹 데드’ 원작자인 프랭크 다라본트가 연출을 맡아 관심을 모았다. 글로벌 히트작의 대단원인 만큼 넷플릭스도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즌5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다음 달 31일과 내년 1월 1일 미국과 캐나다 350여 개 영화관에서 상영된다. 넷플릭스가 영화가 아닌 드라마 시리즈를 극장에서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 제작자인 더퍼 형제는 “이 모험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완벽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지에선 당분간 넷플릭스의 ‘빅 프랜차이즈’에 공백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대급 인기를 끌며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했던 ‘오징어 게임’과 ‘기묘한 이야기’가 모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퍼 형제는 내년 넷플릭스를 떠나 파라마운트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극장용 영화 제작에 나선다. 다만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웬즈데이’나 ‘브리저튼’ 등 넷플릭스 대표 IP(지식재산권)가 남아 있어 공백이 그리 길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오징어 게임’ ‘브리저튼’ 등과 함께 넷플릭스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기묘한 이야기’의 마지막 시즌이 27일 드디어 공개된다. 2016년 7월 시즌1을 선보인 뒤 무려 10년 만의 피날레다.‘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주 호킨스에서 단짝인 청소년들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을 쫓는 미스터리 스릴러. 2022년 공개한 시즌4는 영어권 드라마 역대 순위에서 ‘웬즈데이’ 시즌1( 2억5210만 뷰)에 이어 2위(1억4070만 뷰)에 올라 있다. 에미상은 물론 골든글로브와 그래미어워즈 등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으며 작품성도 인정 받았다.마지막 시즌5는 총 3개 파트로 나눠져 있다. 27일 파트1에 이어 다음달 26일, 내년 1월 1일 파트2와 파트3를 공개한다. 시즌4에 등장한 빌런 ‘베크나’에 맞서 평화로운 마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담긴다. 이전 시즌의 핵심 출연진들이 모두 등장하며, 앞서 미 전역으로 퍼지던 미스터리 현상에 대한 비밀도 풀릴 것으로 알려졌다.미 연예매체 데드라인 등에 따르면 시즌5는 예상보다 공개가 다소 늦어졌다. 팬데믹과 할리우드의 잇따른 파업 등으로 제작에 차질을 빚었다. 대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집중했다고 한다. 시즌5의 에피소드 2개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감독이자 ‘워킹 데드’ 원작자인 프랭크 다라본트가 연출을 맡아 관심을 모았다.글로벌 히트작의 대단원인만큼 넷플릭스도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즌5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다음달 31일과 내년 1월 1일 미국과 캐나다 350여 개 영화관에서 상영된다. 넷플릭스가 영화가 아닌 드라마 시리즈를 극장에서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 제작자인 더퍼 형제는 “이 모험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완벽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현지에선 당분간 넷플릭스의 ‘빅 프랜차이즈’에 공백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대급 인기를 끌며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했던 ‘오징어 게임’과 ‘기묘한 이야기’가 모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퍼 형제는 내년 넷플릭스를 떠나 파라마운트와 독점계약을 체결하고 극장용 영화 제작에 나선다. 다만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웬즈데이’나 ‘브리저튼’ 등 넷플릭스 대표 IP(지적재산권)가 남아있어 공백이 그리 길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현시점에서 2025년 국내 상영작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영화가 됐다. 일본 작품이 11월 말에 국내 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건 처음이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연간 국내 1위에 오른 경우도 2004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운영을 시작한 이후로 최초다.22일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귀멸의 칼날’의 누적 관객 수는 563만8000여 명으로, 기존 박스오피스 1위였던 ‘좀비딸’(563만7000여 명)을 뛰어넘었다. ‘귀멸의 칼날’의 성공은 TV애니메이션에 이어 전체 시리즈의 대단원으로 향하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선보인 데다, 대형 스크린에 어울리는 화려한 작화와 액션 연출로 관객들을 불러모았기 때문이란 평이 나온다. 특히 여러 다양한 굿즈 이벤트 등을 통해 관객들의 ‘N차 관람’ 비율을 높인 점도 주효했다. 다만 ‘귀멸의 칼날’이 마지막까지 올해 흥행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다음 달 7일 강력한 도전자인 영화 ‘아바타: 불과 재’가 개봉하기 때문이다. 역대 세계 흥행 기록 1위와 3위에 올라 있는 아바타 시리즈는 국내에서도 1편이 1362만 명, 2편이 10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반면 ‘좀비딸’까지 밀리면서 연말에 ‘귀멸의 칼날’을 뒤집을 한국 영화는 사실상 없어졌다. 저예산 독립 영화를 제외하면, 장편상업영화라 부를 만한 작품도 내달 3일 개봉하는 배우 하정우의 연출작 ‘윗집 사람들’과 허성태 주연의 코미디 영화 ‘정보원’, 홍경 주연의 ‘콘크리트 마켓’ 정도다. 게다가 할리우드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하면 상영관을 제대로 잡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 이럴 경우 2025년 국내 박스오피스 ‘흥행 TOP5’에서 살아남을 한국 영화도 ‘좀비딸’ 하나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야당’(337만 명)이 5위지만, 아바타는 물론 당장 26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에도 밀릴 공산이 크다.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 영화는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국내 ‘흥행 TOP5’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해 왔다”며 “올해는 개봉 작품 수가 크게 줄어든 한국 영화가 상업적인 경쟁력마저 심각하게 흔들린 해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933년 5월 10일, 독일 베를린 아우구스트 베벨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군중이 책들을 불태웠다. 독일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가 “비(非)독일인의 영혼을 정화시킨다”며 선동해 일어난 ‘베를린 분서 사건’이다. 전쟁과 책의 상관관계를 떠올리자면 대개 이와 비슷한 장면을 생각할 것이다. 전쟁은 늘 악역이며 책은 희생자인 그림. 그러나 영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저자는 전시에 쓰이고 읽힌 책들을 추적하며, 사회의 여러 층위에서 책이 ‘전쟁의 적극적 행위자’로 기능해온 역사를 보여준다. 책은 우선 군사적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40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 노르웨이 해안을 점령한 독일군을 몰아내기 위해 작전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한 참고 자료로 채택한 건 오래된 스칸디나비아 관광 안내서였다. 다른 국가의 지리 정보가 많지 않던 시대에 책이 전황을 뒤집는 전략적 자원이 됐던 셈이다. 특히 전쟁 양상이 정보전으로 진화한 20세기, 도서관은 전쟁의 주요 거점이 됐다. 당시 군 고위층에게는 도서관이 소장한 과학 정기간행물이 매우 중요했다. 과학계가 공유하던 지식을 확보하는 게 전쟁의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이다. 1920년대 영국학술원은 세계 각지의 도서관 150곳과 그 안에 있는 간행물 2만5000종의 목록을 모았다. 독일 도서관들은 전국 상호대차 서비스를 마련해 각 간행물을 연구기관에 배포하기도 했다. 책은 후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이나 ‘빨간 책’으로 불리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어록처럼 지도자들은 애국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책을 활용했다. 당시 종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음에도 출판업이 황금기를 누린 이유다. 산문으로 표현하기에는 위험한 감정을 ‘시’가 대체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뒤 한 달 동안 독일에서만 무력을 예찬하는 시가 5만여 편이나 쓰였다고 한다.“책이 본질적으로 평화로운 것이라는 가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처럼 책에 대한 낭만을 걷어내는 책이다. 두께가 상당하지만 평이한 문체 덕에 읽기 어렵지 않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오즈의 최고 권력자 ‘마법사’(제프 골드블럼)가 숨겨온 진실을 알게 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와 엘파바(신시아 이리보). 엘파바는 마법사와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심하지만, 글린다는 끝내 마법사 편에 남는다.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두 사람에게 세상은 각기 다른 이름을 붙인다. ‘사악한 서쪽 마녀 엘파바’와 ‘착한 마녀 글린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위키드’는 이 대목에서 끝이 났다. 1년간의 인터미션 뒤 돌아온 속편 ‘위키드: 포 굿’은 글린다와 엘파바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하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19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먼저 개봉한 이번 작품은 동명의 뮤지컬 2막 부분을 영화화했다. 두 주인공의 선택이 어떻게 ‘선’과 ‘악’이라는 틀을 쓰게 되는지에 집중하며, 전편에서 던진 ‘편견에 맞서는 용기’라는 주제를 제대로 이어받았다. 특히 ‘위키드: 포 굿’에선 글린다의 감정을 보다 깊이 있게 따라간다. 글린다는 모두로부터 “착하다”는 찬사를 들으며 살아가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에 맞추려는 부담감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런 그의 불안감은 엘파바를 지켜보며 더욱 커진다. 엘파바는 마법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사악한 마녀’라는 이름을 기꺼이 짊어진다. 대척점에 선 두 사람의 갈등은 피예로 왕자(조너선 베일리)를 둘러싼 삼각관계, 엘파바 동생의 죽음 등을 거치며 정점에 다다른다. 그러나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하면서도 끝내 서로를 이해한다. 클라이맥스에 흐르는 배경음악(OST) ‘포 굿(For Good)’은 두 사람의 애틋하면서도 애증스러웠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곡. 여기에 원작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가 영화를 위해 새롭게 작곡한 엘파바의 ‘노 플레이스 라이크 홈(No Place Like Home)’, 글린다의 ‘더 걸 인 더 버블(The Girl in the Bubble)’이 더해져 인물의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서사적 완결성은 살짝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두 주인공이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 다소 성급한 데다, 생략된 감정선이 많다. 이들과 대립하는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양쯔충·楊紫瓊)도 비교적 쉽게 몰락하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또 전편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처럼 압도적인 ‘킬링 넘버’가 부재한 점도 아쉽다.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곡들이 중심을 이루며, 화려한 뮤지컬 장면을 기대했다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뮤지컬과 원작 팬층이 워낙 두꺼운 만큼 흥행 성과에 관심이 모인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위키드: 포 굿’은 개봉 첫날에만 10만8828명의 국내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다만 전편 ‘위키드’는 세계적으로 총 7억5885만 달러(약 1조1114억 원)를 벌어들였지만, 국내 관객은 약 224만 명에 그쳤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오즈의 최고 권력자 ‘마법사’(제프 골드브럼)가 숨겨온 진실을 알게 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와 엘파바(신시아 이리보). 엘파바는 마법사와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심하지만, 글린다는 끝내 마법사 편에 남는다.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두 사람에게 세상은 각기 다른 이름을 붙인다. ‘사악한 서쪽 마녀 엘파바’와 ‘착한 마녀 글린다’.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위키드’는 이 대목에서 끝이 났다. 1년 간의 인터미션 뒤 돌아온 속편 ‘위키드: 포 굿’은 글린다와 엘파바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하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19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먼저 개봉한 이번 작품은 동명의 뮤지컬 2막 부분을 영화화했다. 두 주인공의 선택이 어떻게 ‘선’과 ‘악’이라는 틀을 쓰게 되는지에 집중하며, 전편에서 던진 ‘편견에 맞서는 용기’라는 주제를 제대로 이어받았다.특히 ‘위키드: 포 굿’에선 글린다의 감정을 보다 깊이있게 따라간다. 글린다는 모두로부터 “착하다”는 찬사를 들으며 살아가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에 맞추려는 부담감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런 그의 불안감은 엘파바를 지켜보며 더욱 커진다. 엘파바는 마법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사악한 마녀’라는 이름을 기꺼이 짊어진다.대척점에 선 두 사람의 갈등은 피예로 왕자(조나단 베일리)를 둘러싼 삼각관계, 엘파바 동생의 죽음 등을 거치며 정점에 다다른다. 그러나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하면서도 끝내 서로를 이해한다. 클라이맥스에 흐르는 배경음악(OST) ‘포 굿(For Good)’은 두 사람의 애틋하면서도 애증스러웠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곡. 여기에 원작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가 영화를 위해 새롭게 작곡한 엘파바의 ‘노 플레이스 라이크 홈(No Place Like Home)’, 글린다의 ‘더 걸 인 더 버블(The Girl in the Bubble)’이 더해져 인물의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한다.서사적 완결성은 살짝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두 주인공이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 다소 성급한 데다, 생략된 감정선이 많다. 이들과 대립하는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양쯔충·楊紫瓊)도 비교적 쉽게 몰락하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또 전편의 ‘디파잉 그래피티(Defying gravity)’처럼 압도적인 ‘킬링 넘버’가 부재한 점도 아쉽다.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곡들이 중심을 이루며, 화려한 뮤지컬 장면을 기대했다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그럼에도 뮤지컬과 원작 팬층이 워낙 두터운 만큼 흥행 성과에 관심이 모인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위키드: 포 굿’은 개봉 첫날에만 10만8828명의 국내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다만 전편 ‘위키드’는 세계적으로 총 7억5885만 달러(약 1조 1114억 원)를 벌어들였지만, 국내 관객은 약 224만 명에 그쳤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선생님!”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스물다섯 살 배우 김향기(25)를 이렇게 불러봤다. 2006년 영화 ‘마음이…’로 데뷔했으니, 연차로는 어느덧 20년 차에 이른 ‘고참 배우’니까. 장난 반 진심 반 부른 호칭에 그는 쑥스러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강아지 마음이와 함께 뛰놀던 꼬마 ‘소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가 이번에 보여줄 영화는 굳세고 당찬 ‘엄마’다. 이달 26일 개봉하는 영화 ‘한란’에서 그는 딸 해생(김민채)과 생이별하게 되는 엄마 아진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1948년 제주에서 토벌대를 피해 한라산으로 피신한 모녀의 생존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김 배우는 “지금 시점에서 제주4·3을 ‘사건’으로 바라보기보단,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로서 ‘감정’을 표현해 내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이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딸을 연기한 김민채 양(7)이 데뷔 당시 그의 나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김 배우는 “‘마음이…’ 때가 많이 생각났다”며 “민채가 지칠 때마다 어머니께 의지하는 걸 보면서 ‘그때 우리 엄마도 힘들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마음이…’ 촬영 때가 여섯 살이었어요. 그때 촬영 현장에서 엄마랑 열매를 따서 스태프분들과 나눠 먹었던 게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래서 이번 ‘한란’ 촬영 때도 민채랑 도토리를 줍고 풀도 관찰하면서 많이 친해졌죠.” 김 배우는 나이에 맞지 않게 연기한 작품의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이기도 하다. 천만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2017∼2018년)나 한국형 블록버스터 ‘한산: 용의 출현’(2022년)에도 참여했지만 ‘영주’(2018년)나 ‘아이’(2021년) 등 독립영화에 가까운 소규모 영화에도 자주 출연해 왔다. 그는 “일부러 그렇게 계획을 짠 건 아니다”며 “시나리오를 보면서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인다”고 했다. 실은 김 배우도 20대 초반에 배우로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성인 배우로서 갈망하는 새로운 이미지와 대중이 사랑하는 자신의 이미지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고 느꼈다. “당시에는 제안받는 역할을 맡았을 때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작년 즈음부터 생각이 바뀌었단다. “그 시기마다 제게 들어오는 작품엔 마땅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또 따지고 보면 강렬한 장르가 아니라서 도드라지지 않았을 뿐, 다양한 역할을 해오기도 했고요.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연기하면서 저의 최대치를 보여드리면 자연스럽게 다른 장르도 맡겨주시지 않을까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선생님!”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스물다섯 살 배우 김향기(25)를 이렇게 불러봤다. 2006년 영화 ‘마음이…’로 데뷔했으니, 연차로는 어느덧 20년차에 이른 ‘고참 배우’니까. 장난 반 진심 반 부른 호칭에 그는 쑥스러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강아지 마음이와 함께 뛰놀던 꼬마 ‘소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가 이번에 보여줄 영화는, 선생님답게 굳세고 당찬 ‘엄마’다. 이달 26일 개봉하는 영화 ‘한란’에서 그는 딸 해생(김민채)과 생이별하게 되는 엄마 아진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1947년 제주에서 토벌대를 피해 한라산으로 피신한 모녀의 생존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김 배우는 “지금 시점에서 제주 4·3을 ‘사건’으로 바라보기보단,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로서 ‘감정’을 표현해내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이번 작품이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딸을 연기한 김민채 양(7)이 데뷔 당시 그의 나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김 배우는 “‘마음이…’ 때가 많이 생각났다”며 “민채가 지칠 때마다 어머니께 의지하는 걸 보면서 ‘그때 우리 엄마도 힘들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마음이…’ 촬영 때가 여섯 살이었어요. 그때 촬영 현장에서 엄마랑 열매를 따서 스태프 분들이랑 나눠먹었던 게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래서 이번 ‘한란’ 촬영 때에도 민채랑 도토리를 줍고 풀을 관찰하면서 많이 친해졌죠.”김 배우는 나이에 맞지 않게 연기한 작품의 스펙트럼이 큰 배우이기도 하다. 천만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2017~2018)나 한국형 블록버스터 ‘한산: 용의 출현’(2022년)에도 참여했지만, ‘영주’(2018년)나 ‘아이’(2021년) 등 독립영화에 가까운 소규모 영화에도 자주 출연해왔다. 그는 “일부러 그렇게 계획을 짠 건 아니다”라며 “시나리오를 보면서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인다”고 했다.실은 김 배우도 20대 초반에 배우로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성인 배우로서 갈망하는 새로운 이미지와 대중이 사랑하는 자신의 이미지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고 느꼈다. “당시에는 제안받는 역할을 맡았을 때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작년 즈음부터 생각이 바뀌었단다.“그 시기마다 제게 들어오는 작품엔 마땅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또 따지고보면 강렬한 장르가 아니라서 도드라지지 않았을 뿐, 다양한 역할을 해오기도 했고요.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연기하면서 저의 최대치를 보여드리면, 자연스럽게 다른 장르도 맡겨주시지 않을까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화를 만드는 건 제가 하는 일(what I do)이 아니라, 저 자신(who I am)입니다.” 미국 아카데미상에 4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63)가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았다. 데뷔 44년 만에 생애 처음으로 품에 안은 오스카다. 17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크루즈는 전날 밤 미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레이 돌비 볼룸에서 열린 제16회 거버너스 어워즈(Governors Awards)에서 이 상을 수상했다.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이사회가 선정하는 아카데미 공로상은 영화계에서 평생 뛰어난 업적을 쌓은 인물에게 수여된다. 크루즈가 무대에 오르자 어워즈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약 2분간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객석에 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도 환한 표정으로 기뻐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크루즈는 “영화는 저를 세계 곳곳에 데려다주고,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도록 도왔으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면에서 닮았는지 보여줬다”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든, 영화관 안에서 우리는 함께 웃고 함께 느끼고 함께 희망을 품는다”고 했다.“그게 바로 영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영화에 대한 제 사랑은 아주 어린 시절 시작됐죠. 인간을 이해하고 캐릭터를 창조하고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갈증이 불타올랐습니다. 저는 그저 그 열망을 쭉 따라왔을 뿐이에요.” 액션 영화에서 거의 모든 스턴트 연기를 직접 하는 크루즈는 “영화를 더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것”이라면서 “다만 더는 뼈가 부러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웃었다. 올 6월 아카데미 측은 공로상 선정을 발표하며 “크루즈는 역사상 가장 잘 알려진 배우이자 높은 흥행 수익을 올린 인물”이라며 “영화 제작에 대한 놀라운 헌신과 극장 관람 경험에 대한 신념, 스턴트 커뮤니티에 대한 기여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1981년 데뷔한 크루즈는 지금까지 아카데미상과 인연이 없었다. 영화 ‘7월 4일생’(1990년)과 ‘제리 맥과이어’(1997년), ‘매그놀리아’(2000년) 등으로 남우주연상 또는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2023년엔 ‘탑건: 매버릭’이 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으나 분루를 삼켰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화를 만드는 건 제가 하는 일(what I do)이 아니라, 제 자신(who I am)입니다.”미국 아카데미 상에 4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던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63)가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았다. 데뷔 44년 만에 생애 처음으로 품에 안은 오스카다.17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크루즈는 전날 밤 미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레이 돌비 볼룸에서 열린 제16회 거버너스 어워즈(Governors Awards)에서 이 상을 수상했다.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이사회(AMPAS)가 선정하는 아카데미 공로상은 영화계에서 평생 뛰어난 업적을 쌓은 인물에게 수여된다.크루즈가 무대에 오르자 어워즈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약 2분 간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객석에 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환한 표정으로 기뻐했다.눈시울이 붉어진 크루즈는 “영화는 저를 세계 곳곳에 데려다주고,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도록 도왔으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면에서 닮았는지 보여줬다”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든, 영화관 안에서 우리는 함께 웃고 함께 느끼고 함께 희망을 품는다”고 했다. “그게 바로 영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영화에 대한 제 사랑은 아주 어린 시절 시작됐죠. 인간을 이해하고 캐릭터를 창조하고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갈증이 불타올랐습니다. 저는 그저 그 열망을 쭉 따라왔을 뿐이에요.”액션영화에서 거의 모든 스턴트 연기를 직접 하는 크루즈는 “영화를 더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것”이라며 “다만 더는 뼈가 부러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웃었다.올 6월 아카데미 측은 공로상 선정을 발표하며 “크루즈는 역사상 가장 잘 알려진 배우이자 높은 흥행 수익을 올린 인물”이라며 “영화 제작에 대한 놀라운 헌신과 극장 관람 경험에 대한 신념, 스턴트 커뮤니티에 대한 기여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줬다”고 찬사했다.1981년 데뷔한 크루즈는 지금까지 아카데미상과 인연이 없었다. 영화 ‘7월 4일생’(1990년)과 ‘제리 맥과이어’(1997년), ‘매그놀리아’(2000년)으로 남우주연상 또는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2023년엔 ‘탑건: 매버릭’이 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프로듀서로이름을 올렸으나 분투를 삼켰다. 이날 크루즈에게 트로피를 건넨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이게 그의 첫 오스카 수상이지만, 내가 보고 경험한 바로는 분명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버드맨’으로 유명한 이냐리투 감독과 크루즈가 함께 한 영화 ‘Judy’(가제)는 내년 공개될 예정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홍콩 알마드그룹의 에이드리언 청 회장(46)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미술시장 큰손’으로 꼽힌다. 재벌 3세인 그는 20년 가까이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아시아에 소개해 왔으며, 후원하는 작가만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그런 청 회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진 분야는 다름 아닌 ‘숏폼 콘텐츠’다. 17일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청 회장은 “스토리텔링형 세로 콘텐츠가 새로운 트렌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실제로 지난달 알마드그룹은 글로벌 숏폼 지식재산권(IP) 미디어 기업인 ‘크리스프 모멘텀’의 지분 24%를 확보했다. 청 회장은 “크리스프는 저가 드라마를 대량 생산하는 다른 숏폼 플랫폼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어떻게 숏폼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됐나.“미술과 숏폼도 공통점이 있다. 형태의 차이일 뿐 본질은 ‘스토리텔링’이다. 다만 Z세대의 콘텐츠 소비 패턴엔 ‘Micro Instant Escapism(일상 속 작은 탈출)’이란 명확한 의도가 있다. 가령 기다리는 버스가 오지 않을 때 소비할 수 있는 ‘간식’ 같은 콘텐츠가 필요하다.”―세계 숏폼 시장은 드라마박스나 릴숏 등 중국 플랫폼 기업이 휩쓸고 있다.“지금까지 소개된 숏폼 콘텐츠는 아주 제한적이다. 앞으로 ‘저가 드라마’를 넘어 미술이나 다큐멘터리 등 여러 장르로 확장할 수 있다. 우리는 ‘예술적인 스토리텔링’을 숏폼 형태로 소개할 생각이다. 기존 숏폼 콘텐츠에서 우려되던 ‘과도한 오락성’도 상쇄시킬 수 있다.”―예술적인 스토리텔링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우리는 올해 미국 에미상을 수상한 일본 인터랙티브 콘텐츠 ‘화이트 래빗’을 세로형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했다. 한국 웹툰 ‘좀비신드롬’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제작했다. 초기엔 웹툰 등 기존 콘텐츠를 숏폼 애니메이션 등으로 바꾸는 걸로 시작하지만 내년엔 오리지널 IP를 80개 이상 제작할 예정이다.”―한국을 아시아 시장의 첫 거점으로 삼은 이유는 뭔가.“한국은 숏폼 시장 자체는 크지 않지만, 공급 측면에서 잠재력이 뛰어나다. 한국 콘텐츠들은 감정적 요소들을 아름다운 비주얼로 만들어 내거나,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표현해 내는 것에 장점을 지녔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들과 협업해 숏폼 콘텐츠를 제작한 뒤 세계로 수출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홍콩 알마드 그룹의 에이드리언 청 회장(46)은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미술시장 큰손’으로 곱힌다. 재벌 3세인 그는 20년 가까이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아시아에 소개해 왔으며, 후원하는 작가만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그런 청 회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진 분야는 다름 아닌 ‘숏폼 콘텐츠’다. 17일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청 회장은 “스토리텔링형 세로 콘텐츠가 새로운 트렌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지난 달 알마드 그룹은 글로벌 숏폼 지적재산권(IP) 미디어 기업인 ‘크리스프 모멘텀’의 지분 24%를 확보했다. 청 회장은 “크리스프는 저가 드라마를 대량 생산하는 다른 숏폼 플랫폼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어떻게 숏폼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됐나.“미술과 숏폼도 공통점이 있다. 형태의 차이일뿐 본질은 ‘스토리텔링’이다. 다만 Z세대의 콘텐츠 소비 패턴엔 ‘Micro Instant Escapism’(일상 속 작은 탈출)이란 명확한 의도가 있다. 가령 기다리는 버스가 오지 않을 때 소비할 수 있는 ‘간식’ 같은 콘텐츠가 필요하다.”―세계 숏폼 시장은 드라마박스나 릴숏 등 중국 플랫폼 기업이 휩쓸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된 숏폼 콘텐츠는 아주 제한적이다. 앞으로 ‘저가 드라마’를 넘어 미술이나 다큐멘터리 등 여러 장르로 확장할 수 있다. 우리는 ‘예술적인 스토리텔링’을 숏폼 형태로 소개할 생각이다. 기존 숏폼 콘텐츠에서 우려되던 ‘과도한 오락성’도 상쇄시킬 수 있다.”―예술적인 스토리텔링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우리는 올해 미국 에미상을 수상한 일본 인터랙티브 콘텐츠 ‘화이트 래빗’을 세로형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했다. 한국 웹툰 ‘좀비신드롬’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제작했다. 초기엔 웹툰 등 기존 콘텐츠를 숏폼 애니메이션 등으로 바꾸는 걸로 시작했다. 내년엔 오리지널 IP를 80개 이상 제작할 예정이다.”―한국을 아시아 시장의 첫 거점으로 삼은 이유는 뭔가.“한국은 숏폼 시장 자체가 크지 않지만, 공급 측면에서 잠재력이 뛰어나다. 한국 콘텐츠들은 감정적 요소들을 아름다운 비주얼로 만들어내거나,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표현해내는 것에 장점을 지녔다. 한국 기업들과 협업해 숏폼 콘텐츠를 제작한 뒤 세계로 수출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고교생인 한 소년이 정신과 진료실을 찾았다. 동행한 엄마는 “아들이 툭하면 머리가 아프다며 학교를 못 가겠다고 한다”고 마뜩잖은 눈길을 보냈다. 상담 내내 큰 반응이 없던 소년이 의사와 나눈 첫 대화는 소년이 갖고 다니던 책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에 대해서였다. 성폭력 피해자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저자는 소설 발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어진 두 번째 대화에서 소년은 자신의 일기장을 꺼내 보였다. 그 일기는 펼치자마자 역한 냄새가 났다. 소년은 자주 팔에 상처를 냈고, 그 피로 일기를 써왔던 것. 그리고 그 일기엔, 1년 전 버스 안에서 겪은 성폭행의 기억들이 담겨 있었다. 대만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24명의 아이들을 통해 살펴본 ‘청소년 자해’에 대한 임상 르포다. 저자는 대만에 약 300명뿐인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 중 한 명. 옹알이 단계의 영아부터 20대에 접어든 이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겪은 심리적 고통을 분석했다. 책엔 차마 읽고 있기 미안할 정도로 안타까운 사연들이 등장한다. 클레이 인형을 칼로 난도질해대던 네 살 ‘샤오처’는 사실 통학버스 운전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칼을 휘둘렀다. 자해는 실은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이 밖에도 집단 따돌림을 당한 고교생, 키워준 할머니를 잃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이, 관심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다섯 살 아이 등을 소개한다. 현지에선 2020년 출간됐는데, 관련 문제를 아주 깊이 있게 다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에게 이 책이 무겁게 와닿는 건, 한국의 심각한 청소년 자해 문제 때문일 테다.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학교에서 자살 시도 및 자해를 한 학생이 3만 명이 넘었다. 만약 어딘가에서 ‘죽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실은 ‘살고 싶어 했던 아이들’이라는 이 책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길 바라 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올해는 디즈니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콘텐츠를 제작한 지 5년이 되는 해입니다. 앞으로 아태 지역 작품을 글로벌 프랜차이즈 수준으로 확장시키겠습니다.” 13일(현지 시간) 홍콩 디즈니랜드 호텔 콘퍼런스 센터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프리뷰 2025’가 개최됐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 멕시코 등에서 모인 취재진과 관계자 400여 명 앞에서 이 같은 포부를 전했다.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의 아시아 지역 콘텐츠로만 쇼케이스를 여는 건 처음이다. 2022년과 2024년 싱가포르에서 진행됐던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와 달리, 올해는 픽사나 마블 등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작품은 소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디즈니가 넷플릭스의 독주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디즈니플러스가 가장 정성을 쏟아 소개한 신작은 다음 달 24일 공개하는 한국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였다. 우민호 감독과 주연 배우인 현빈과 정우성, 우도환이 무대에 오르자 행사장에선 뜨거운 열기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1970년대 한국이 배경인 ‘메이드 인 코리아’는 야망 가득한 중앙정보부 소속 백기태(현빈)와 그를 막으려 모든 걸 내던진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이야기가 뼈대를 이룬다. 프리뷰에서 소개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디즈니플러스가 ‘장르 다변화’로 전략를 바꾸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지금까지 다소 ‘남성 취향 액션물’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 로맨스나 판타지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모양새다. 가상의 제국이 배경인 ‘재혼황후’나 1930년대 경성을 무대로 한 뱀파이어 이야기 ‘현혹’, 무속인 서바이벌 예능 ‘운명전쟁49’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배우 지창욱와 일본 배우 이마다 미오가 출연하는 로맨스 코미디 ‘메리 베리 러브’는 디즈니플러스 최초의 다국적 합작 드라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디즈니 측의 관심도 엿볼 수 있었다.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 ‘캣츠아이’ ‘메달리스트2’ ‘도쿄 리벤저스3’ 등 다양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강 사장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전체 시청의 약 60%가 아태 외 지역에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홍콩=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나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결혼기념일이 아닌데도요/지난밤 그는 제 목을 졸랐어요/악몽 같았어요/하지만 그는 틀림없이 미안해할 거예요/왜냐면 오늘 나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미국 시인 폴레트 켈리가 쓴 시(詩) ‘나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I got flowers today)’의 일부다. 가정폭력을 겪었던 시인이 쓴 이 시는 배우 이유미가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에 출연한 계기였다고 한다. ‘당신이 죽였다’는 폭력 가정에서 자란 조은수(전소니)와 가정폭력을 겪는 조희수(이유미)가 희수의 남편 노진표(장승조)를 죽이기로 결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배우는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연기하기 너무나 조심스러웠는데, 감독님께서 이 시를 손편지에 써주셨다”며 “엄청나게 큰 설득과 위로가 됐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지금도 ‘감히’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 피해자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가정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제가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됐거든요. 그런데 점점 희수를 구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제가 희수를 연기해서 이 친구를 좀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원래 성격은 희수와 달리 당찬 성격이라는 이 배우. 그는 이번 작품에서 ‘희수’와 ‘인간 이유미’를 분리하려고 뭣보다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감정 소모가 심한 연기이다 보니 잘 해내고 싶은데 지쳐 버릴까 봐 걱정됐다”며 “다행히 오히려 건강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유미는 영화 ‘박화영’에서 가출 청소년 윤세진 역을 맡는 등 상처가 깊은 역할을 많이 연기했다. 특히 전환점이 된 작품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다. 그는 게임 참가자 지영 역을 맡아 2022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인 제74회 에미상에서 ‘게스트 여배우상’을 수상했다. 이 배우는 “오징어게임 이후 삶에 무게가 생겼다”며 “예전보다 더 착하고 멋지게, 정직하게 살며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고 했다.“제가 평상시에 정말 잘 넘어지거든요. 그런데 연기라는 하나의 꿈을 바라보고 걷는 것만큼은 꾸준히 쉬지 않고 잘 걸어왔구나 싶어서 칭찬해 주고 싶어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