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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강연을 위해 DY기획을 방문한 이세돌 9단(유니스트 특임교수). 그 면전에서 ‘주임’ 김원훈(36)은 대뜸 관상 얘기를 꺼낸다. 그러더니 “이런 분들이, 젖에 털이 긴 게 몇 개 있으시죠?” 터무니없이 엉뚱한 질문에 출연자들조차 눈을 질끈 감으며 웃음을 터뜨린다.지난달 시즌2가 시작된 쿠팡플레이 예능 ‘직장인들’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개그맨 신동엽 대표가 이끄는 홍보기획사 사무실 설정으로, 배우 조정석 등 여러 의뢰인(게스트)이 출연해 ‘조리돌림’을 당한다. 김민교 이수지 지예은 카더가든(차정원) 등 입담으론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조합이지만, 발군은 역시 김원훈. 걸그룹 ‘STAYC(스테이씨)’ 출신으로 극 중 신입 인턴으로 매력을 뽐내는 심자윤(21·사진)과 함께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원훈은 구독자가 무려 356만 명인 유튜브 채널 ‘숏박스’로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직장인들에선 적토마 타고 방천화극을 휘두르는 여포와도 같다. 선을 넘나드는 순발력 넘치는 애드리브로 모든 회차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는 재밌는 사람이라고 항상 믿어 왔지만, 역시 운때란 게 있는 것 같다”며 “제가 재밌어 하는 작품을 만난 게 큰 행운”이라고 했다. 프로그램은 실제 대사의 90%가 애드리브로 이뤄진다고 한다. 제작진은 ‘연봉 협상’ 같은 상황만 던져준다. 게스트들도 콩트 도중 투입돼 사전 교감도 없이 즉흥적으로 호흡을 맞춘다. 김원훈은 “매번 촬영이 끝난 뒤엔 ‘죄송합니다’ ‘잘 봐주세요’ 하고 고개 숙여 사과 드리고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너무나 유명한 배우나 연예인들이 나오시는데, 그런 분들을 놀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어요. 게스트가 들어오시면 옷부터 스캔합니다. 그렇게 지적을 시작하면 당황하세요. 그럼 또 생각해요. ‘아, 이렇게 유명하신 분들을 내가 당황시키다니.’ 하하.” 물론 부담도 적지 않다. 항상 빵빵 터뜨릴 순 없는 노릇. 기복이 있다는 농담에 “실제로도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애드리브 칠 능력을 갖고 싶은데, 세상에 그런 건 없더라”라며 “게스트에 대해 사전 조사를 열심히 하는 게 잘할 수 있는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김원훈도 이럴 정도이니, 심자윤이 가진 부담은 어땠을까. 첫 출연부터 덜덜 떨렸다고 한다. 아이돌 생활만 해서 연기 경력도 없었다. 그는 “괜히 끼어들어서 작품에 누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특히 애드리브 상황을 잘 못 받아서 흐지부지되진 않을까 잠이 오질 않더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즌2를 이어오며 ‘심자윤의 재발견’이란 시청자 반응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열정 가득한 6개월 차 인턴으로 당돌한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평. 심자윤은 “타 방송에서 섭외나 오디션 제의 등도 잇따르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저한테 ‘직장인들’은 축복과도 같은 작품이죠. 덕분에 제 인생의 폭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커지고 있어서 더 열심히 할 힘을 얻고 있습니다.”‘놀릴 궁리’에 진심인 이 직장인들. 다음 의뢰인으로 누가 오길 바랄까.“정의선 회장님(현대자동차그룹), 최민식 배우님, 가수 조용필 선생님…. 평소엔 범접할 수 없는 분들과 연기하면, 우리도 알지 못했던 케미가 나오지 않을까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인공지능(AI) 강연을 위해 DY기획을 방문한 이세돌 9단(유니스트 특임교수). 그 면전에서 ‘주임’ 김원훈(36)은 대뜸 관상 얘기를 꺼낸다. 그러더니 “이런 분들이, 젖에 털이 긴 게 몇 개 있으시죠?” 터무니없이 엉뚱한 질문에 출연자들조차 눈을 질끈 감으며 웃음을 터뜨린다.지난달 시즌2가 시작된 쿠팡플레이 예능 ‘직장인들’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개그맨 신동엽 대표가 이끄는 홍보기획사 사무실 설정으로, 여러 의뢰인(게스트)들이 출연해 ‘조리돌림’을 당한다. 김민교 이수지 지예은 카더가든(차정원) 등 입담으론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조합이지만, 발군은 역시 김원훈. 걸그룹 ‘STAYC(스테이씨)’ 출신으로 극 중 신입 인턴으로 매력을 뽐내는 심자윤(21)과 함께 1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원훈은 구독자가 무려 356만 명인 유튜브 채널 ‘숏박스’로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SNL을 거쳐 직장인들에선 적토마 타고 방천화극 휘두르는 여포와도 같다. 선을 넘나드는 순발력 넘치는 애드립으로 모든 회차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는 재밌는 사람이라고 항상 믿어왔지만, 역시 ‘운 때’란 게 있는 것 같다”며 “제가 재밌어하는 작품을 만난 게 큰 행운”이라고 했다. 프로그램은 실제 대사의 90%가 애드립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제작진은 ‘연봉협상’ 같은 상황만 던져준다. 게스트들도 콩트 도중 투입돼 사전 교감도 없이 즉흥적으로 호흡을 맞춘다. 김원훈은 “매번 촬영이 끝난 뒤엔 ‘죄송합니다’ ‘잘 봐주세요’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리고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너무나 유명한 배우나 연예인들이 나오시는데, 그런 분들을 놀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고 있어요. 게스트가 들어오시면 옷부터 스캔합니다. 그렇게 지적을 시작하면 당황해하세요. 그럼 또 생각해요. ‘아, 이렇게 유명하신 분들을 내가 당황시키다니.’ 하하.”물론 부담도 적지 않다. 항상 빵빵 터뜨릴 순 없는 노릇. 기복이 있다는 농담에 “실제로도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애드립을 칠 능력을 갖고 싶은데, 세상에 그런 건 없더라”라며 “게스트에 대해 사전 조사를 열심히 하는 게 잘할 수 있는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김원훈도 이럴 정도이니, 심자윤은 가진 부담은 어땠을까. 첫 출연부터 덜덜 떨렸다고 한다. 아이돌 생활만 해서 연기 경력도 없었다. 그는 “괜히 끼어들어서 작품에 누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특히 애드립 상황을 잘 못 받아서 흐지부지되진 않을까 잠이 오질 않더라”고 털어놨다.하지만 시즌2로 이어오며 ‘심자윤의 재발견’이란 시청자 반응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열정 가득한 6개월차 인턴으로 당돌한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평. 심자윤은 “타 방송에서 섭외나 오디션 제의 등도 잇따르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저한테 ‘직장인들’은 축복과도 같은 작품이죠. 덕분에 제 인생의 폭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커지고 있어서 더 열심히 할 힘을 얻고 있습니다.”‘놀릴 궁리’에 진심인 이 직장인들. 다음 의뢰인으로 누가 오길 바랄까.“희망사항이니, 아무나 얘기해도 되겠죠? 정의선 회장님(현대자동차그룹), 최민식 배우님, 가수 조용필 선생님…. 평소엔 범접할 수 없는 분들과 연기하면, 우리도 알지 못했던 케미가 나오지 않을까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전지현과 강동원의 첩보 멜로물.’ 10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하는 9부작 시리즈 ‘북극성’은 이 한마디로도 주목을 끌 만하다. 두 배우의 조합이라면 스타성은 보장된 상황. 나름 괜찮은 작품들을 선보이고도 흥행은 아쉬웠던 디즈니플러스에 ‘북극성’은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까.‘북극성’은 전지현과 강동원이 처음 만나는 작품이란 점에서 올 초부터 소셜미디어 등에서 화제가 됐다. 전지현은 4년 만의 드라마지만, 강동원은 2004년 ‘매직’ 이후 무려 21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과 꼭 함께 촬영해 보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한다. 작품은 사전 공개된 내용만 보면 블록버스터급이다. 유엔대사로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문주(전지현)가 대통령 후보 피격 사건의 배후를 쫓는다. 그를 지켜야 하는 국적 불명의 특수요원 산호(강동원)와 함께 한반도를 위협하는 거대한 진실을 마주한다. 스케일이 큰 만큼, 복잡한 사건 전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업계에선 또 다른 이유로도 이 작품을 주목하고 있다. ‘북극성’이 디즈니플러스의 올해 최고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무빙’(2023년)과 ‘조명가게’(2024년) 이후 확실하게 내세울 만한 히트작이 없기도 하거니와, 올 상반기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모두 흥행에선 아쉬웠다. ‘트리거’(김혜수)와 ‘하이퍼나이프’(설경구 박은빈), ‘나인퍼즐’(손석구 김다미), ‘파인: 촌뜨기들’(류승룡 임수정) 등은 하나같이 “배우도 세고 투자비도 센” 작품이었지만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한 드라마 PD는 “당연히 배우들의 티켓파워를 무시할 순 없지만, 요즘은 그것만으로 흥행하는 시대는 아니다”라며 “결국은 작품이 재밌어야 한다”고 했다. ‘북극성’을 쓴 정서경 작가는 영화 ‘헤어질 결심’ 등으로 필력을 인정받았지만, 호흡이 긴 드라마에선 아직 성공작을 뽑기 어렵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그간 디즈니플러스 콘텐츠는 ‘입소문’을 내는 데 영향력이 다소 떨어지는 남성 시청자를 겨냥한 시리즈가 많았다”며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인 ‘북극성’은 다양한 시청자층에 어필할 수 있어 반전을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전지현과 강동원의 첩보 멜로물.’10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하는 9부작 시리즈 ‘북극성’은 이 한 마디로도 주목을 끌 만하다. 두 배우의 조합이라면 스타성은 보장된 상황. 나름 괜찮은 작품들을 선보이고도 흥행은 아쉬웠던 디즈니플러스에게 ‘북극성’은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까.‘북극성’은 전지현과 강동원이 처음 만나는 작품이란 점에서 올 초부터 소셜미디어 등에서 화제가 됐다. 전지현은 4년 만의 드라마지만, 강동원은 2004년 ‘매직’ 이후 무려 21년 만에 드라마 출연이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과 꼭 함께 촬영해보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한다.작품은 사전 공개된 내용만 보면 블록버스터급이다. 유엔대사로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문주(전지현)가 대통령 후보 피격 사건의 배후를 쫓는다. 그를 지켜야 하는 국적 불명의 특수요원 산호(강동원)와 함께 한반도를 위협하는 거대한 진실을 마주한다. 스케일이 큰 만큼, 복잡한 사건 전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업계에선 또 다른 이유로도 이 작품을 주목하고 있다. ‘북극성’이 디즈니플러스의 올해 최고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무빙’(2023년)과 ‘조명가게’(2024년) 이후 확실하게 내세울만한 히트작이 없기도 하거니와, 올 상반기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모두 흥행에선 아쉬웠다. ‘트리거’(김혜수)와 ‘하이퍼나이프’(설경구 박은빈) ‘나인퍼즐’(손석구 김다미) ‘파인: 촌뜨기들’(류승룡 임수정) 등은 하나같이 “배우도 세고 투자비도 센” 작품들이었지만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한 드라마 PD는 “당연히 배우들의 티켓파워를 무시할 순 없지만, 요즘은 그것만으로 흥행하는 시대는 아니다”며 “결국은 작품이 재밌어야 한다”고 했다. ‘북극성’을 쓴 정서경 작가는 영화 ‘헤어질 결심’ 등으로 필력을 인정받았지만, 호흡이 긴 드라마에선 아직 성공작을 뽑기 어렵다.한 OTT 업계 관계자는 “그간 디즈니플러스 콘텐츠는 ‘입소문’을 내는데 영향력이 다소 떨어지는 남성 시청자를 겨냥한 시리즈가 많았다”며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인 ‘북극성’은 다양한 시청자층에 어필할 수 있어 반전을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우리나라 고(古)지도의 백미로 평가받는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의 1861년 제작본이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됐다. 한글박물관은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 겸 태인 회장이 올해 초 서울옥션에서 낙찰받은 ‘대동여지도’를 박물관에 기탁했다”고 7일 밝혔다. 대동여지도는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추정 1804∼1866년)가 제작한 지도다. 백두대간을 비롯한 지형, 교통 등 당시 국토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역사적 가치가 크다. 대동여지도는 1861년에 처음 제작·간행하고 일부 내용을 수정해 1864년에 다시 만들었는데, 이번에 기탁한 유물은 1861년에 제작된 것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국 영화로는 13년 만에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박찬욱 감독(62)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수상이란 결실은 맺지 못했다.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짐 자무시 감독(72·미국)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러더’가 차지했다.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은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튀니지)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은사자상·감독상은 베니 사프디 감독(미국)이 연출한 ‘스매싱 머신’이 수상했다. ‘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이 유력 후보로 꼽혔던 남우주연상도 이탈리아 배우 토니 세르빌로(영화 ‘은총’)가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우리 머리 위의 햇살’에서 열연한 중국 배우 신즈레이(辛芷蕾)가 차지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수상은 불발됐지만 영화제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해외 평단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 감독은 이날 배급사인 CJ ENM을 통해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전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국 영화로는 13년만에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박찬욱 감독(62)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수상이란 결실은 맺지 못했다.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짐 자무시 감독(미국)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Father Mother Sister Brother)’가 차지했다.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은 카우더 벤 하니아 감독(튀니지)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은사자상·감독상은 베니 사프디 감독(미국)이 연출한 ‘스매싱 머신’이 수상했다. 현지‘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한 이병헌 배우가 유력후보로 꼽혔던 남우주연상도 이탈리아 배우 토니 세브빌로(영화 ‘은총’)가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우리 머리 위의 햇살’에서 열연한 중국 배우 신즈리(辛芷蕾)가 차지했다.‘어쩔수가없다’는 수상은 불발됐지만, 영화제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해외 평단에서ㄷ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 감독은 이날 배급사인 CJ ENM을 통해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전했다.이재명 대통령은 7일 시상식 직후 페이스북에 “수상 여부를 떠나 13년 만에 한국 영화가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성과”라며 “세계 영화사에 깊이 족적을 남겨온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또 한번 우리 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고 밝혔다.‘어쩔수가없다’는 내년 미국에서 진행될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로 출품됐다. CJ ENM과 모호필름에 따르면 현재 북미와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200여개 나라에 판매가 확정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어느 밤, 영국 런던의 ‘자살 다리’에서 투신한 남성이 응급실에 실려 왔다. “응급처치는 마쳤으니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간호사의 연락에 당직 근무를 서던 2년 차 정신과 수련의가 물었다. “다리 어느 쪽으로 뛰어내렸나요? 북쪽 구역이 우리 관할입니다.” 피곤에 절어 무심한 말을 내뱉던 의사는 몇 분 뒤 충격에 휩싸였다. 남자는 자신의 환자였다. 영국 국영의료시스템(NHS) 정신과 의사였던 수련의는 몇 달 내내 ‘담당의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결국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 이 책은 NHS 정신과 수련의로 10년을 보낸 저자의 회고록이자, 정신과 의사 겸 우울증 환자였던 그의 고백이자 일지다. 우울증 환자가 된 그는 ‘불가피하게’ 환자들의 입장을 진정성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휴직을 신청할 때도 그랬다. 그는 휴직 사유를 ‘창의적인 관심 분야를 좀 더 추구해보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정신질환이 내 기록에 남는 게 걱정된다”는 여타 환자들과 같은 심리적 이유였다. 또 저자는 자신이 매일 처방하던 ‘플루옥세틴’을 처방받은 뒤 쓰레기통에 버렸다. “고통의 근원이 남아 있는 한, 항우울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의 휴직 기간은 그리 길진 못했다. 2020년 팬데믹 사태로 정신과 환자가 급증하자 휴직을 낸 지 2주 만에 일터로 돌아왔다. 하지만 증상만 보고 진단을 내렸던 과거와는 달리, 환자들의 사연을 찬찬히 읽어나간다. 응급실 단골 환자였던 ‘페이지’가 대표적인 경우였다. 아버지의 학대로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던 인물. 하지만 페이지의 팔에 ‘아빠’라는 글자와 하트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는 걸 알아채고 어떤 치료가 맞을지 고민한다. 이렇듯 책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든 상처를 품고 사는 이들을 다각도에서 살펴본다. 다만 전체 분량의 3분의 2가량이 저자가 우울증을 겪기 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솔직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이 대목에서도 정신병동을 무대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극장 로비엔 200명가량 인파가 몰려 번잡했다. 이들은 모두 단지 두 사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국내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주역 ‘탄지로’와 ‘젠이츠’의 목소리를 각각 연기한 일본 성우 하나에 나쓰키(34)와 시모노 히로(45)였다. 얼굴도 낯선 성우들이 레드카펫에 등장하자, “사랑해요!” 같은 연호와 함께 큰 환호성이 쏟아졌다. 국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목소리를 연기한 일본 성우들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작품 속 캐릭터에 깊이 몰입한 팬들이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불어넣는 성우에게까지 열광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진격의 거인’ ‘귀멸의 칼날’ ‘체인소 맨’ 등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국내에서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히면서, 유튜브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특정 성우가 참여한 여러 작품 속 캐릭터를 비교한 영상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 성우의 토크쇼 영상은 조회 수가 100만 건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사실 일본에선 성우가 이미 아이돌과 비슷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기 성우의 경우 단독 콘서트도 개최할 정도다.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씩 관객이 몰린다. 또 성우들의 결혼이나 연애 등 사생활마저 연예인 대하듯 관심이 쏟아진다. 지난해 ‘명탐정 코난’ ‘기동전사 건담’ 등에 출연한 베테랑 성우 후루야 도루(72)가 30대 팬과 불륜을 저지른 사실은 일본 사회에서 주요 뉴스가 되기도 했다. 후루야 성우는 결국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고,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성우의 아이돌화’ 현상은 급속히 성장한 일본의 캐릭터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1980년대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은 공상과학(SF)이나 무거운 주제의식을 다루던 흐름에서 벗어나, 밝은 분위기와 개성 강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에 성우의 역할 역시 부각되며 인기가 높아졌다. 한국이 방송사 공채 중심으로 성우를 뽑아왔던 것과 달리,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체계적인 이미지 관리와 지원을 받는 일본 특유의 산업 구조도 성우의 스타성을 키우는 밑바탕이 됐다. 국내에서도 과거 성우들이 스타급 대접을 받은 사례가 없진 않다. 미국 드라마 ‘600만 불의 사나이’의 스티브 오스틴을 연기한 양지운 성우나 ‘맥가이버’의 배한성 성우 등은 드라마 등에도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스타로 자리잡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유진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는 “성우들이 가장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영역은 애니메이션인데, 국내 제작 산업 규모가 충분하지 않아 활동 기회가 제한적”이라며 “국내 성우들의 역량 또한 뛰어난 만큼 제작 생태계가 커지면 관심도 아울러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귀멸의 칼날’ 열풍… 日애니의 변신극장가 침체 속에서도 개봉 열흘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그 주인공. 마니아 팬의 전유물에서 글로벌 흥행작으로 떠오른 일본 애니메이션의 변신을 짚어 본다.》지난달 22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흥행세가 가파르다.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이 불과 10일. 올해 최고 흥행작인 ‘좀비딸’(11일)보다 하루 빠른 속도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일 기준 ‘무한성편’의 누적 관객 수는 약 339만 명, 매출액은 약 366억 원에 이른다. 최근 한국 극장가가 겪고 있는 침체기를 생각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이른바 ‘오타쿠(おたく)’라 불리는 일부 마니아 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일본 만화책 기반의 ‘아니메(アニメ·애니메이션)’가 세계를 주름잡는 글로벌 콘텐츠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나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 등의 예술성이 가득한 애니메이션과 별개로, 종이 만화에서 TV 시리즈와 영화로 이어지는 일본의 ‘만화 콘텐츠’는 주로 서브컬처나 B급 문화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가파르게 성장하며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자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로 진입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이런 ‘망가(漫畵) 컬처’를 즐기는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 만화와 TV, 영화의 삼각편대그런 맥락에서 ‘귀멸의 칼날’은 만화와 TV 시리즈, 영화로 이어지는 일본 식 삼각편대 공식의 전형적인 사례다. 일본 만화가 고토게 고요하루 작가가 2016∼2020년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한 원작 만화는 누적 부수가 2억2000만 부를 넘긴 대형 히트작. 혈귀에게 가족을 잃은 소년 탄지로가 혈귀가 된 여동생 네즈코를 인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귀살대’에 입대해 싸우는 이야기가 뼈대다. 이 작품은 만화가 성공하고 2019년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뒤 팬덤이 급격히 커지자 2020년 첫 번째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두 번째 영화 ‘무한성편’은 혈귀의 본거지인 무한성에서 귀살대와 혈귀들이 펼치는 최종 결전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런 공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귀멸의 칼날’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 건 유례가 없다. 일본에선 7월 18일 개봉해 현재 관객 수 20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고, 국내에서도 개봉 전날 사전 예매량만 79만 장에 이르렀다. CGV 관계자는 “N차 관람을 하는 재관람률이 7%로 2∼3%인 다른 영화보다 높은 편”이라며 “초기엔 팬덤에 어필하는 분위기였지만, 점차 그 이상의 대중적 확장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이 작품이 흥행하면서 국내 개봉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가 바뀌고 있다. ‘무한성편’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년)의 기록을 뛰어넘으며 4위로 올라섰다. 현재 기세라면 3위 ‘너의 이름은’(2017년)도 곧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극장가에선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졌던 2위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3년)와 1위 ‘스즈메의 문단속’(2023년)에 도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처럼 뜨거운 반응은 적지 않은 장애물을 뛰어넘었단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개봉 전만 해도 작품의 배경인 다이쇼 시대가 일본 제국주의 팽창기였다는 점, 주인공 탄지로의 귀걸이가 전범기를 연상시킨다는 점 등으로 ‘극우 논란’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복절을 앞둔 지난달 9일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귀멸의 칼날 시구 이벤트를 진행하려다가 비판이 커져 취소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깔 게 없다’는 입소문을 타며 영화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입체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특히 높은 점수를 얻었다. 영화계 관계자는 “빠른 액션과 함께 캐릭터별 사연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며 호흡을 조절하는 구조가 영화적 재미를 더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악당인 혈귀 아카자의 인간 시절 비극적인 과거가 관객들의 연민과 공감을 얻어냈다. 3차원(3D)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무한성의 배경에 2차원(2D) 작화를 자연스럽게 융합한 점도 호평을 받고 있다. 수입사 애니플러스 측은 “각 캐릭터 고유의 서사가 살아 있는 데다 뛰어난 영상미와 액션, 음악 등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은 것 같다”며 “어느 나라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애’라는 보편적 정서도 인기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원작 팬인 박모 씨(31)는 “만화책을 봐서 이미 결말을 알고 갔는데도 눈물이 날 정도로 서사가 탄탄했다”며 “곧 재관람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을 잘 모르고 보러 간 윤모 씨(32)도 “몰입감 있는 작화와 생생한 전투신 때문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며 “일본 전통 문화가 많이 등장했지만 큰 거부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구독자 50%, 애니 즐겨”이런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귀멸의 칼날’뿐만이 아니다. 올해 3월 개봉한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은 초기엔 다소 조용했으나 최근 역주행하며 1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도 누적 관객 73만 명을 달성했다. 이달 24일 개봉 예정인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도 벌써부터 관심이 적지 않다. ‘그들만의 리그’처럼 여겨지던 일본 만화영화들이 국내 극장가에서 이처럼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뭘까. 과거에도 일본 만화는 마니아들의 인기를 누렸지만, 이처럼 대중적인 흐름을 타진 못했다. 이는 일본 문화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정서 자체가 달라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지나친 왜색은 다소 꺼렸던 과거 세대들과 달리, 요즘 2030 관객들은 민족적인 감정을 갖고 영화를 보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종이 만화로 접한 뒤 TV 시리즈, 영화로 이어서 즐기는 일본 망가 문화에 익숙해진 상황이라 받아들이는 작품의 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0년대 이후의 OTT 확산은 K콘텐츠의 성공에도 공을 세웠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대중화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일본 현지 방송에서 방영했던 TV 시리즈를 OTT를 통해 이전보다 훨씬 편하게 볼 수 있게 됨으로써, 극장판 영화도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OTT는 이런 ‘접근의 제약’ 문제를 해결해 버린 셈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올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박람회’에서 “구독자의 50% 이상인 3억 명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약 3배가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 전문 OTT 플랫폼인 ‘라프텔’의 유료 결제 이용자가 2022년 17만 명에서 2024년 28만 명으로 약 64% 증가했다. 월간활성이용자(MAU) 또한 올 7월 100만 명을 돌파했다.● “日 아니메 시장, 30조 원 넘어”아무리 쉽게 접근할 수 있어도 재미가 없으면 보지 않는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일본 만화영화는 오랜 역사와 저력을 축적해 왔다. 종이 만화를 바탕으로 영화까지 이어지는 제작 시스템에는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 담겨 있다. 일본은 원작 만화를 토대로 TV 시리즈, 극장판, 굿즈로 이어지는 ‘원소스 멀티유스(OSMU)’ 시스템을 일찌감치 구축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에는 ‘제작위원회 시스템’이란 독특한 문화가 있다. 출판사와 방송사, 제작사, 광고사가 함께 자금을 모아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일본만의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 이후 일본 만화영화 산업을 크게 확장시켰다. 이러한 구조는 미국이나 한국과는 상당히 다르다. 미국은 마블의 사례에서 보듯, 초인 중심의 코믹스(만화)를 실사 블록버스터로 발전시켰다.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경우엔 최근 웹소설이 인기를 끌면 웹툰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나 영화로 실사화하는 OSMU 시스템이 정착화됐다. 여기서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은 만화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만화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게 가장 적합한 표현 매체라는 시각을 고수한다. 이는 여러 실사 영화나 드라마들이 원작 팬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도 기인한다. 실제로 일본 만화는 실사화한 작품이 성공한 사례가 ‘데스노트’ 정도를 제외하면 극히 드물다. 만화 특유의 과장된 표현을 디테일하게 구현하려다 보니 부자연스럽게 보인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일본은 만화에서 시작된 팬덤을 유지하기 위해 각색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각색할 때도 팬들을 존중하면서 기본적인 팬덤을 유지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흥행 잠재력도 더 크다”고 설명했다. 산업 규모도 성장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동향’에 따르면 2023년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3조3465억 엔(약 30조5177억 원)으로 2022년보다 14.3%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과거 ‘내수용’이라 평가받던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젠 자국 시장(1조6243억 엔)보다 해외 시장(1조7222억 엔) 규모가 더 커졌단 점이다. 성장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02년 시장 규모가 1조 엔을 돌파한 뒤 2조 엔을 넘을 때(2017년)까지 15년이 걸렸다. 하지만 3조 엔 돌파(2023년)는 불과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진흥원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며 “하지만 청소년이 성인이 된 뒤에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소비하는 1세대(1958년 전후 출생)가 지속적으로 소비를 이어가고 있어 ‘실질적인 소비 인구’는 줄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제 세상은 내가 좋아하는 취향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선택해서 보는 시대”라며 “일본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음악 등 전반적 문화에 대한 소비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처럼 단순한 국가주의적인 시각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침공’ 같은 식으로 해석하면 지금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제천영화제 갔는데 재밌더라!” 4일 개막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장항준 감독(56·사진)은 관객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제천영화제는 제작 편수가 적은 음악영화를 다뤄 온 탓에 관객층을 넓히기가 쉽지 않았다. 장 감독은 이날 충북 제천시 제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저도 제천영화제에 와본 적이 없다. 굳이 음악영화에 국한된 영화제에 가야 하나 싶었다”며 “올해는 음악영화뿐만 아니라 영화음악을 대중 친화적으로 소개할 자리로 준비했다”고 했다.올해 제천영화제는 그의 바람대로 ‘어느 관객이나 좋아하는 영화제’로 거듭날까. 일단 개막작부터 바뀌긴 했다. 프랑스 감독 그레고리 마뉴(49)가 만든 영화 ‘뮤지션’은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모인 연주자 4명의 소동극. 클래식 음악이 소재지만 전문 지식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연주 직전까지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이 주요 갈등 축. 연주자들의 고집과 자격지심이 충돌하는 장면에선 긴장감과 코믹함이 물씬하다.“출품된 약 1500편 중 단연 개막작이라 확신했어요. 음악이 중요한 영화임과 동시에 대중성도 갖고 있거든요. 여러 갈등이 음악을 통해 이해와 공감으로 바뀌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과장되지 않게, 천천히 음악처럼 스며드는 점도 훌륭했어요.”(장 감독) 이날 현장에서 만난 마뉴 감독은 “연기자 4명 가운데 3명이 실제 연주자”라며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벨기에까지 수소문해 캐스팅에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영화제에 신설된 부문도 눈길을 끈다. 뮤직비디오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조명하는 ‘JIMFF 스페셜 초이스―뮤직비디오 어워즈’를 만들었다. ‘파묘’ 등 2024년 1월 이후 제작된 한국 장편영화 속 음악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뮤직 인사이트’ 부문도 새로 생겼다. 장 감독의 인지도와 넓은 인맥은 분명 도움이 되고 있다. “관직을 한번 맡아보고 싶어서” 집행위원장 제안을 수락했다는 그는 유명인들을 대거 영화제로 불러 모았다. 개막식 사회자는 배우 이준혁과 희극인 장도연이 맡았으며, 권일용 프로파일러, 희극인 문상훈 등도 참석한다. 장 감독은 “음악감독이 이끌었던 영화제와 영화감독이 주도하는 영화제는 색깔이 달라야 한다”면서 “영화제가 모두 칸 국제영화제처럼 엄숙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웃었다. 장 감독의 등판은 영화제에 단비가 되고 있다. 제천영화제는 꽤 오랫동안 존폐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2022년 부실 회계 의혹으로 집행위원장이 해임된 뒤 예산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7억 원을 들여 K팝 콘서트를 개최하려다가, 영화제 정체성이 모호해진다는 지적에 개막 한 달 전 취소하기도 했다. 영화제는 결국 ‘관객의 관심’이 핵심인 만큼, 올해 일단 눈길 끌기엔 성공한 셈이다. 제천영화제의 올해 예산은 약 43억 원. 영화제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국내 국제영화제 중 네 번째 규모”라고 설명했다. 4번 타자는 드디어 홈런을 칠 수 있을까. 영화제는 9일까지 개최된다.제천=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사진)가 ‘오징어 게임’ 시즌1을 제치고 역대 넷플릭스 콘텐츠 중 가장 많이 본 작품이 됐다. 3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케데헌의 누적 시청 수는 2억6600만 회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까지 역대 1, 2위였던 ‘오징어 게임’ 시즌1(2억6520만 회)과 ‘웬즈데이’ 시즌1(2억5210만 회)을 넘어선 기록이다. 이로써 케데헌은 넷플릭스에서 영화와 쇼 부문 등을 통틀어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으로 등극했다. 케데헌의 역대 1위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작품을 공개한 뒤 91일간의 누적 시청 수를 집계해 이용자가 가장 많이 본 영화와 쇼를 선정한다. 올해 6월 20일 선보인 케데헌은 집계 기간이 아직 2주나 더 남아 있어 누적 시청 수는 3억 회를 넘어설 수도 있다. 케데헌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의 인기도 여전하다. 미국 빌보드는 2일(현지 시간) 차트 예고 기사를 통해 ‘골든(Golden)’이 전주와 마찬가지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로써 골든은 비연속으로 통산 3주째 1위를 차지했다. 지난주 기준 빌보드 핫 100에 들어간 K팝은 모두 12곡이었다. 골든을 비롯해 ‘유어 아이돌’(4위), ‘소다 팝’(5위), ‘하우 이츠 던’(10위) 등 케데헌 OST만 8곡이었다. 이번 주엔 스트레이 키즈의 ‘세리머니(CEREMONY)’가 핫 100에 52위로 진입해 해당 차트의 K팝은 13곡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골든’을 부른 가수들은 미 대중음악 시상식에도 초대됐다. 2일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의 공식 X 계정에 따르면 영화 속 걸그룹 ‘헌트릭스’의 노래를 맡은 가수 이재와 레이 아미, 오드리 누나는 7일 미 뉴욕 UBS아레나에서 열리는 VMA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다. 이재는 VMA가 게시한 영상에서 “우리가 출연하게 돼 무척 기쁘다”며 “다들 시상식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오징어 게임’ 시즌1을 제치고 역대 넷플릭스 콘텐츠 중 가장 많이 본 작품이 됐다.3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케데헌의 누적 시청 수는 2억6600만회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까지 역대 1, 2위였던 ‘오징어 게임’ 시즌1(2억6520만 회)과 ‘웬즈데이’ 시즌1(2억5210만 회)을 넘어선 기록이다. 이로써 케데헌은 넷플릭스에서 영화와 쇼 부문 등을 통들어서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으로 등극했다.케데헌의 역대 1위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작품을 공개한 뒤 91일간의 누적 시청 수로 이용자가 가장 많이 본 영화와 쇼를 집계한다. 올해 6월 20일 선보인 케데헌은 집계 기간이 아직 2주나 더 남아있어, 누적 시청 수는 3억 회를 넘어설 수도 있다.케데헌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의 인기도 여전하다. 미국 빌보드는 2일(현지 시간) 차트 예고 기사를 통해 ‘골든(Golden)’이 전주와 마찬가지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로써 골든은 비연속으로 통산 3주째 1위를 차지했다.지난주 기준 빌보드 핫 100에 들어간 K팝 곡들은 모두 12곡이었다. 골든을 비롯해 ‘유어 아이돌’(4위), ‘소다 팝’(5위), ‘하우 잇츠 던’(10위) 등 케데헌 OST만 8곡이었다. 이번주엔 스트레이 키즈의 ‘세리머니(CEREMONY)’가 핫 100에 52위로 진입해 해당 차트의 K팝은 13곡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골든’을 부른 가수들은 미 대중음악 시상식에도 초대됐다. 2일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의 공식 X 계정에 따르면 영화 속 걸그룹 ‘헌트리스’의 노래를 맡은 가수 이재와 레이 아미, 오드리 누나는 7일 미 뉴욕 UBS 아레나에서 열리는 VMA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다. 이재는 VMA가 게시한 영상에서 “우리가 출연하게 돼 무척 기쁘다”며 “다들 시상식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영화 할인권이 극장 부흥을 이끌었다?” 어쩌면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정부가 7월 25일 ‘영화관 입장권 할인권’ 450만 장을 배포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25일을 기점으로 딱 한 달 만에 전국 할인권 사용률은 50%를 넘겼다. 관객 수 역시 할인권 배포 뒤 2배 이상 늘어나며 영화관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소비 진작’이란 목표는 달성했지만, 일시적 부흥일 뿐 장기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은 주요 원인이 “티켓값이 비싸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계속 할인권 내놓을 순 없는 노릇”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영화관 할인권은 관객 동원에 뚜렷한 효과를 가져왔다. 배포 직후인 7월 25∼31일 일일 관객 수는 평균 52만여 명. 배포 전(약 24만 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7월 30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86만 명이 극장을 찾으며 올해 일일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할인권 효과를 가장 크게 본 작품은 ‘좀비딸’이다. 멀티플렉스 업계에 따르면 할인권 사용 비중은 ‘좀비딸’이 가장 많았고, ‘F1 더 무비’ ‘전지적 독자 시점’이 뒤를 이었다. 좀비딸이 올해 개봉작 중 처음으로 누적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셈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도 “물론 작품이 좋았던 게 첫 번째 이유지만, 할인권 덕에 관객 저변이 넓어진 건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호재는 한국 영화 티켓값의 역설을 드러낸다. 결국 극장 관람료가 관객 이탈의 주요 원인이었음을 반증했기 때문이다.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높은 티켓값에 대한 거부감을 할인권이 일시적으로 해소한 건 맞다”면서도 “땜질식으로 쿠폰을 계속 발행할 순 없는 만큼 산업 전반에 대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티켓 가격 대비 만족도가 관건 물론 영화 및 영화관 산업이 정체기에 들어선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약진과 질 낮은 개봉작들의 범람 등도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 그래도 극장을 찾기 꺼려졌던 팬데믹 기간에 관람료가 가파르게 오른 게 관객들의 반감을 키운 치명적 요인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영진위에 따르면 티켓값이 1만 원대(주말 기준)에 처음 진입한 건 2013년. 이후 2016년 1만1000원과 2018년 1만2000원으로 조금씩 오르다 2020∼2022년엔 해마다 1000원씩 상승했다. 영화관 측은 “팬데믹으로 관객이 급감해 임대료 등 고정비를 충당하려면 단가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관객에겐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버렸다. 사실 한국 영화관 티켓값은 해외와 비교해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다. 유럽시청각관측소(EAO)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티켓 가격은 북미 지역은 10.4유로(약 1만7000원), 일본은 8.7유로(약 1만4000원)였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 상승률이다. 2020∼2022년 한국은 14.4%나 상승해 미국(4.5%)과 일본(5.2%)을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결국 ‘가격 대비 만족도’를 높이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분석했다. CGV 관계자는 “할인권 전에도 통신사 제휴 등 할인을 받을 방법은 적지 않았다”며 “결국 관객이 발길을 끊었던 건 ‘그 돈을 주고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였기 때문이다. 관객이 지불한 만큼 얻는 게 있다고 느끼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사진)이 국내 개봉 10일 만에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국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31일 오후 5시 기준 누적 관객 약 311만 명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올해 최고 흥행작인 조정석 주연의 영화 ‘좀비딸’은 11일 만에 300만 관객을 넘었다. 이로써 이 영화는 전작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약 222만 명)을 넘어섰으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 역대 흥행 순위에서도 4위를 차지했다. 현재 3위는 2017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393만1245명)이다. 종전 4위는 2004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301만5165명)이었다.‘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일본에선 7월 18일 공개돼 공개 17일 만에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4일엔 관객 수 2000만 명도 넘어섰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박찬욱 감독의 최고 걸작은 아닐지 몰라도, 지금까지 선보인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작 가운데 최고인 건 분명하다.”(영국 일간지 가디언)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현지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상영 직후 관객들이 9분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으며, 해외 언론들도 호평을 보내고 있다. 이날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의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는 ‘어쩔수가없다’ 프리미어 상영회가 개최됐다. 프리미어 상영회는 일반 관객에게 처음 영화를 선보이는 공식적인 자리다. 영화는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가 원작으로, 실직 가장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건 2012년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다. 미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쏟아냈다. 미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배우 이병헌의 놀라운 연기를 담아낸 작품이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대한 박 감독의 응답 같은 짙은 블랙 코미디”라고 했다. 가디언은 “박 감독이 선보인, 충격적이면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풍자극”이라고 평했다. 박 감독은 공식 상영 뒤 현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결실을 보게 돼 정말 눈물 날 만큼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드는 데 난관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 ‘액스’는 2005년 이미 영화 ‘액스, 취업에 관한 안내서’로 만들어졌고, 소설 판권도 해당 영화를 연출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갖고 있었다. 박 감독은 2009년 영화 ‘박쥐’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가브라스 감독을 만나 리메이크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쓰리, 몬스터’(2004년) 이후 21년 만에 박 감독 작품에 참여한 이 배우는 “세계적인 영화 관계자들이 감독님에게 ‘영화 잘 봤다’는 덕담을 전했다”며 “해외 영화인들이 ‘어쩔수가없다’를 훌륭하게 봤다는 걸 현장에서 느꼈다”고 했다. 이날 처음 공개된 ‘어쩔수가없다’는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등을 두고 21개 작품과 경쟁을 벌인다. 수상 결과는 6일 폐막식에서 공개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박찬욱 감독의 최고 걸작은 아닐지 몰라도, 지금까지 선보인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작 가운데 최고인 건 분명하다.”(영국 일간지 가디언)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현지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상영 직후 관객들이 9분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으며, 해외 언론들도 호평을 보내고 있다. 이날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의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는 ‘어쩔수가없다’ 프리미어 상영회가 개최됐다. 프리미어 상영회는 일반 관객에게 처음 영화를 선보이는 공식적인 자리다.영화는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이 원작으로, 실직 가장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건 2012년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 이후 13년 만다.미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 박수를 쏟아냈다. 미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배우 이병헌의 놀라운 연기를 담아낸 작품이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대한 박 감독의 응답같은 짙은 블랙 코미디”라고 했다. 영 가디언은 “박 감독이 선보인, 충격적이면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풍자극”이라고 평했다. 박 감독은 공식상영 뒤 현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결실을 보게 돼 정말 눈물 날 만큼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드는데 난관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 ‘액스’는 2005년 이미 영화 ‘액스, 취업에 관한 안내서’로 만들어졌고, 소설 판권도 해당 영화를 연출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갖고 있었다. 박 감독은 2009년 영화 ‘박쥐’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가브리스 감독을 만나 리메이크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쓰리, 몬스터’(2004년) 이후 21년 만에 박 감독 작품에 참여한 이 배우는 “세계적인 영화 관계자들이 감독님에게 ‘영화 잘 봤다’는 덕담을 전했다”며 “해외 영화인들이 ‘어쩔수가없다’를 훌륭하게 봤다는 걸 현장에서 느꼈다”고 했다.이날 첫 공개한 ‘어쩔수가없다’는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등을 두고 21개 작품들과 경쟁을 벌인다. 수상 결과는 6일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인공지능(AI) 시대엔 AI 스타트업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미국 뉴욕타임스(NYT)에서 실리콘밸리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저자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2년간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수십 차례 심층 인터뷰를 하며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AI 개발엔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스타트업이 빅테크의 거인(타이탄)들을 누르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이 가장 주목하는 인물은 ‘인플렉션 AI’의 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립자였던 그는 2022년 드림팀을 꾸려 인플렉션 AI를 세웠다. 그의 목표는 ‘사람처럼 대화하는 AI’였다. 술레이만은 언어학자 등으로 꾸려진 성격개발팀을 만들었고, 2023년 5월 성격 150개를 가진 챗봇 ‘파이(Pi)’를 출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그해 말까지 파이의 시장 점유율은 2%도 안 됐다. 그 원인으로 저자는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속도전이다. 인플렉션 AI가 설립된 지 10개월이 될 즈음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했다. 개발 속도에서 밀린 것. 또 당시 술레이만은 “오픈 AI는 AI의 초지능에만 집착하느라 ‘성격’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픈AI 또한 GPT 브랜드 아래 영양, 패션 등 분야별 특화 친구봇을 출시했다. 두 번째는 막대한 인프라 비용이다. 파이의 강점은 유창한 대화 능력이었다. 더 긴 문장을 구사할 줄 알아야 했고, 추론 능력도 키워야 했다. 그러려면 모델의 크기를 키워야 했다. 하지만 대규모 모델 개발엔 최소 수십억 달러가 들었다. 결국 술레이만은 지난해 3월 “필요한 자금이 너무 크고 수익 창출 기회도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행을 택했다. 저자는 ‘파이’의 사례를 설명하며 결국 승부를 가르는 건 ‘누가 끝까지 버틸 자본과 시장 지배력을 갖췄는가’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엔비디아 등 소수의 유력 후보들이 생성형 AI 분야를 이미 장악하고 있는 지금, AI 스타트업이 살아남기란 어렵다는 분석이다. AI 산업의 역학 관계를 입체적으로 묘사한 책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Apple TV+가 K팝을 소재로 자체 제작한 음악 경연 시리즈 ‘KPOPPED(케이팝드)’를 29일 세계에 동시 공개한다.케이팝드는 K팝 아이돌과 해외 레전드 팝스타가 팀을 이뤄 팝스타의 히트곡을 K팝 스타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방식이다. 제목처럼 팝송을 ‘K팝화(化)’하는 셈이다. 팝스타가 K팝 곡을 부르는 특별무대도 있다.참가하는 팝스타의 면면이 화려하다. 그래미상 3회 수상 이력이 있는 ‘메건 더 스탤리언’을 비롯해 ‘스파이스 걸스’(멜라니 B, 에마 번턴)와 ‘보이조지’ ‘보이스투맨’ ‘TLC’ 등 14팀이 참여했다. K팝 그룹은 빌리와 있지 등 8팀이 참여했다.프로그램 진행은 배우 겸 코미디언 손수정이, 서브 진행은 가수 싸이가 맡았다. 총괄 프로듀서에는 라이오넬 리치도 이름을 올렸다.8부작인 시리즈는 회차마다 K팝 아이돌 멤버들이 두 팀의 팝스타와 각각 짝을 이뤄 경연을 펼친다. 회차별 승부는 서울에서 열린 라이브 공연 현장 투표로 승패가 결정됐다. 방송에는 내한한 팝스타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과정도 담겼다고 한다.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K팝을 제목부터 내세운 또 다른 프로그램은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이 시리즈는 CJ ENM과 미국 유레카 프로덕션이 공동 제작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최근 블랙핑크 리사는 영국 런던에서 월드투어 공연을 마친 뒤 ‘인간 라부부’가 된 인증샷을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했다. 북슬북슬한 핑크색 털, 기다란 귀와 동그란 눈, 그리고 허리춤엔 자기와 똑같은 ‘라부부’ 인형을 달고 있었다. 리사뿐만이 아니다. 67세 팝스타 마돈나는 생일 축하 파티에서 라부부를 패러디한 모양의 ‘마두두’ 케이크를 받고 촛불을 부는 모습을 역시 소셜미디어로 공개했다.최근 세계에서 중국의 인형 캐릭터 하나가 엄청난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름하여 ‘라부부(Labubu·拉布布).’ 2015년 홍콩 작가 룽카싱이 북유럽 신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는 이 캐릭터는 2019년 상품화됐다. “못생겼지만 귀엽다”며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를 얻더니,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도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귀한 몸이 됐다.● 라부부 절도에 판매 중단까지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올 4월 글로벌 ‘라부부’ 검색량은 일본이 자랑하는 인기 캐릭터 ‘헬로키티’를 추월했을 정도다. 라부부의 독점 라이선스를 계약하고 상품을 유통 중인 중국 기업 팝마트의 실적도 수직 상승했다. 2020년 홍콩 증시에 상장한 팝마트 주가는 지난해 연초 대비 13배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현재 3600억 홍콩달러(약 64조 원)에 이른다. 늘씬한 바비도 아니고, 귀여운 동물도 아닌 날카로운 이빨의 털북숭이가 왜 이렇게 인기를 끄는 걸까. 해외에선 장기간 이어진 팬데믹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리서치 회사 ‘초잔’의 설립자 애슐리 두다레녹은 영국 BBC에 “2022년 말 중국이 팬데믹을 벗어날 때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도피하고 싶어 했는데, 완벽주의와는 정반대의 캐릭터인 라부부가 딱 들어맞았다”고 분석했다.서서히 동남아로 인기가 확산되던 라부부가 ‘글로벌 스타’가 된 건 리사의 공이 크다. 자칭타칭 라부부 마니아인 그가 지난해 4월부터 라부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자, 서구에서도 관심이 폭발했다. 이후 가수 리애나와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등이 라부부 인형을 들고 있거나 선물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인기에 불을 붙였다.이러다 보니 라부부 사건도 벌어진다. 영국에선 라부부를 사려고 팝마트 매장 앞이 혼잡해지고 다툼까지 발생하는 등 안전 문제가 이어지자, 5월부터 모든 팝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라부부 판매를 중단시켰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시가 3만 달러(약 4000만 원) 상당의 라부부 인형을 훔쳐서 팔려고 했던 창고 직원 2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과한 집착은 도박 중독과 비슷라라부의 인기는 판매 방식도 한몫했다. 라부부가 ‘블라인드 박스’로 판매돼 MZ세대의 ‘인증샷’과 수집 욕구를 자극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라부부는 다양한 모양으로 출시되는데, 포장을 뜯기 전까진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새로 산 라부부 박스를 열며 만족이나 실망을 표하는 ‘언박싱’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했다. 가수 이영지가 라부부를 구매해 상자를 열어봤는데 짝퉁이 나와 실망하는 영상은 대만 뉴스에도 보도됐을 정도다. 이러한 판매 전략은 중독적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도파민 경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하는 라부부 인형이 나올 때까지 중복적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131cm 크기 민트색 라부부 인형은 한 경매에서 108만 위안(약 2억 원)에 낙찰돼 ‘투기 조장’이란 비난마저 일었다.전문가들은 라부부를 언박싱하면서 느끼는 설렘이 ‘도박 중독’과 비슷하다고 경고한다. 최지혜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라부부의 인기는 MZ세대의 셀럽에 대한 선망과 랜덤 판매에 따른 소비 갈망 심리 등이 만들어 낸 결과”라며 “과열 양상이 계속될 경우 사회적 피로도나 경각심이 커지면서 지금 같은 열기는 가라앉을 수 있다”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