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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지점이 대포통장 발급 전국 2등이라고요?”지난달 12일 경남 거창군 가조면에 있는 거창축협 가조지점. 사정을 들은 관계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구 3394명의 농촌 마을, 직원 6명뿐인 작은 단위농협이다.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지켜봤더니 창구를 찾은 고객은 12명이 전부였다. 대부분 노년층으로 단순 송금이나 보험 문의였다. 회사 명의로 통장을 만들러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런데 이 한적한 단위농협이 최근 5년 동안 12번 범죄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에 쓰인 대포통장을 모아 ‘채권소멸 사실 공고’라는 이름으로 공개한다. 잔액을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기 전에 소명받는 절차인데, 가조지점에서 발급한 회사 명의 통장 12개가 2021년 이후 이 목록에 올랐다. 전국 4800여 개 단위농협 지점 가운데 대구축산농협 대명역지점(13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다.가조지점 관계자는 “전국 순위권인 줄 전혀 몰랐다”며 “지난해부터는 바깥 지역에 주소를 둔 회사의 통장 개설은 막고 있다”고 해명했다.● 범죄가 옮겨간 곳, 작은 단위농협최근 몇 년 새 대포통장 조직이 통장을 발급받는 은행이 급격히 제2금융권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대포통장 조직이 통장을 받아내는 은행은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2021년만 해도 보이스피싱에 쓰인 회사 대포통장 중 80.9%인 4584개는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 발급됐다. 은행별로는 IBK기업은행이 1354개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이 다음이었다. 상위 5개 은행 가운데 제2금융권은 단 한 곳도 없었다.하지만 지난해엔 제2금융권의 비중이 46.8%로 치솟았다. 통장 수로는 4년 만에 2.5배가 된 것.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자산은 모두 합쳐 2684조 원으로,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의 자산 합계(844조 원)의 3배가 넘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보이스피싱에 쓰인 회사 대포통장은 5대 시중은행(2095개)과 단위농협·새마을금고(1969개)가 엇비슷했다. 덩치는 3분의 1인데 범죄에 동원된 통장 수는 맞먹은 셈이다.특히 단위농협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단위농협에서 내준 회사 대포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쓰인 규모는 2021년엔 금융권 6위(8.9%)였지만 2024년엔 1위(18.9%)가 됐다. 지난해엔 비율이 21.3%로 더 높아졌다.5년간 단위농협의 개별 조합 가운데선 대구축산농협(44건)에서 만들어진 회사 대포통장이 가장 많았다. 그중에서도 대명역지점에서만 13개가 쏟아졌다. 농협중앙회는 “문제가 된 시기엔 서류 등 요건만 맞으면 통장 개설을 거절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면서 “최근에는 통장 개설 시 실사를 나가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고 했다.● 허술한 통제… AI 탐지망 참여도 늦어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의 구조는 닮았다. 단위농협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전반적인 관리와 감독을 받지만 전국 1110여 개의 개별 조합 하나하나가 각 지역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세워져 독자적으로 조합장을 선출한다. 여기서 운영하는 4800여 개 지점의 인사도 조합이 책임진다. 새마을금고 역시 유사하게 운영된다. 반면 제2금융권 중에서도 본사의 감시가 강한 증권사나 저축은행은 회사 명의 대포통장 발급이 연간 수십 개 수준이었다.이 때문에 두 상호금융회사의 내부통제는 제1금융권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1금융권의 시중은행은 본점이 이상 거래를 감시하고 일괄적으로 방어막을 친다. 반면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는 조합 하나하나가 독립된 회사다. 중앙회의 통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해 감시망이 느슨하다.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에도 유령 회사를 걸러낼 장치는 있다. 통장을 만든 회사가 실제로 존재하고 영업하는지 직원이 현장에 나가 두 눈으로 확인하는 ‘실사’다. 하지만 한 단위농협 지점의 관계자는 “실사는 나가지 않고 통장을 개설할 때 제출받은 회사 등기부등본 등 서류로 대체한다”고 했다. 대구 지역 새마을금고에서 지난해 퇴직한 전직 전무(60)는 “대출 전엔 실사를 나가기도 하지만 통장을 만들 땐 그러지 않았다”면서 “실제로 영업하는지 일일이 조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출해 준 돈을 떼이면 은행에 손실이지만, 통장 개설은 고객의 돈을 추가로 맡아두는 일이라 까다로운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취지다.제2금융권은 정부의 보이스피싱 대책 참여에도 소극적이다. 금융위원회 등은 지난해 10월 수많은 통장 가운데 보이스피싱 의심 통장을 인공지능(AI)으로 탐지하는 시스템 ‘ASAP’를 가동했다. 올 1월까지 약 130개 금융회사가 참여해 ASAP로 잡아낸 통장은 총 2705개다. 그런데 그중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가 적발한 건 3개에 그쳐, 그 비율이 0.001%였다. 제2금융권 중에서는 그나마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갖춘 증권사는 실적 비중(11.7%)이 컸다.금융당국은 이달까지 제2금융권의 시스템 참여를 끌어내 반(反)보이스피싱 방어벽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단위농협의 대포통장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 작업을 벌여 최근에는 감소했다”고 했다.하지만 쫓는 자보다 쫓기는 자가 한발 빨랐다. 당국이 방어벽을 한 겹 올리는 사이, 범죄 조직은 신고로 묶인 통장마저 되살리는 우회로를 이미 뚫어 놓은 뒤였다. 대포통장 조직이 법정을 어떻게 유린했는지는 3회에서 이어진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은 각종 범죄의 핵심 도구인 대포통장 문제를 조명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취재: 임재혁 손준영 조승연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김재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및 영상: 정시은 CDQR코드를 스캔하거나 ‘히어로콘텐츠’()에 접속하면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2024년 9월 4일, 대구 달서구에 있는 MG새마을금고 이곡금고에 돌연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날아왔다. 이 금고에서 내준 통장 수십 개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쓰였다는 내용이었다. 남의 명의를 빌리거나 가짜 회사를 세워 만든 대포통장이었다. 직원이 10명 남짓한 작은 금고는 발칵 뒤집혔다.이튿날 금고의 실무를 총괄하는 이영환(가명·52) 전무는 조용히 움직였다. 몰래 휴대전화를 꺼내 압수수색 영장을 사진으로 찍었다. 사진은 곧장 ‘구사장’에게 전송됐다. 구사장은 대포통장 유통 조직의 총책 구태영(가명·48)이었다. 며칠 뒤 구사장을 밖에서 만난 이 전무는 경고했다. “‘우리’가 만든 대포통장이 수사받고 있어.” 수사망이 좁혀 오는 순간까지 금고 간부는 범죄 조직과 한 몸이었다.이곡금고와 구사장 조직이 3년 8개월 동안 함께 만들어 낸 대포통장은 총 126개. 불법 도박 사이트를 포함한 온갖 범죄에 쓰였다. 보이스피싱 신고로 통장이 잠기면 이 전무는 신고자 연락처를 구사장에게 넘겼다. 구사장은 신고자를 겁박해 신고를 취하시켰다. ‘어떤 상황에도 정지되지 않는 통장’이라는 명성을 달고 통장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추후 검찰에 붙잡힌 구사장은 “대포통장을 사려는 곳이 너무 많아서 수요를 도저히 못 따라갔다”고 진술했다.이곡금고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전국에서 보이스피싱에 사용돼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회사 명의 대포통장 2만4259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제2금융권에서 발급된 비중은 2021년 19.1%에서 지난해 46.8%로 치솟았다. 반면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의 비중은 줄었다.제2금융권 중에서도 특히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에서 발급된 대포통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두 곳은 지역 주민이 출자해 세운 독립된 협동조합 형태로, 중앙회의 통제 권한이 약하다. 시중은행이 통장을 내줄 때 회사가 실제로 영업하는지 현장에 나가 확인하는 ‘실사’ 등 절차를 강화하자, 검증이 느슨한 상호금융을 범죄 조직이 파고든 것이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이곡금고 사건의 판결문과 내부자 증언을 토대로 컨트롤타워 없는 제2금융권이 범죄의 숙주가 된 과정을 추적했다.금고 전무 “통장 풀었다 ㅎㅎ” 피싱 신고자 신상 508번 조직에 넘겨마을금고 전무와 짠 대포통장 사장 통장 거래 묶이면 신고자 정보 받아 “너 모를것 같아?” 신고 취소 협박금고 전무 “통장 발급이 왜 문제냐” 불법 의심한 직원 업무 바꾸기도은행원과 대포통장 조직. 두 집단의 거래는 2021년 4월 시작됐다. 당시 대포통장 업계에는 “통장 장사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는 말이 돌았다. 대형 은행들이 통장을 내줄 때 그 회사 사무실을 불시에 찾아가 실제로 영업하는지 확인하는 등 감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조직들은 통장을 내줄 만한 새 구멍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그 무렵 구사장은 이 전무를 만났다. 대출 서류를 조작해 주는 ‘작업 대출’ 브로커가 인맥을 넘겼다. 몇 번의 만남으로 친분을 쌓은 구사장은 금고 인근의 한 유흥주점에서 본론을 꺼냈다. “저희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거든요. 판돈을 받을 통장을 좀 만들어 주십쇼.” 이 전무는 수락했다. 3년 8개월간 이어질 공생의 시작이었다.● “통장 다 풀었다 ㅎㅎ”… 은행원과 조직의 핫라인구사장 일당은 가짜 건설사를 차리고 이곡금고를 찾아가 회사 명의로 대포통장을 찍어냈다. 굳이 유령 회사를 세운 건, 회사 명의 통장은 한 번에 수십억 원도 옮길 수 있어서다. 범죄 조직은 새로 개설하면 하루 송금 한도가 1000만 원도 안 되는 개인 명의 통장보다 회사 통장을 선호한다. 보통 새 통장은 한동안 거래 실적이 쌓여야 한도가 풀리는데, 이 전무는 구사장 통장의 한도도 곧바로 풀어줬다.이 전무의 도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은행이나 경찰에 신고하면 해당 통장은 동결된다. 그런데 구사장의 통장이 동결되면, 이 전무는 금고 전산망을 뒤져 신고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를 구사장 일당에게 넘겼다. 검찰이 확인한 것만 508차례. 이때부터 이 전무는 더 이상 은행원이 아니었다. 범죄 조직의 정보원이었다.구사장 일당은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혼을 빼놨다. “내가 너 누군지 모를 거 같아, XX야?” 정체 모를 겁박을 받은 이들은 신고를 거둬들였다. 몇몇 신고자에겐 피해액 일부를 돌려주고 합의했다. 신고가 취소되면 동결됐던 통장은 되살아났다. 그 과정에서 이 전무가 직접 신고자에게 전화해 동결을 푼 뒤 이를 구사장 측에 알린 적도 있다.“통장 2개 동결 다 풀었다. 사용해라. ㅎㅎ”(이 전무)“네, 감사합니다. 형님.”(구사장 조직원)이런 뒷배 덕분에 구사장 일당의 통장은 특별해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지되지 않는 ‘명품’ 대포통장, 업계 은어로 ‘메이커장(帳)’이 된 것이다. 일반 회사 대포통장의 한 달 대여료는 500만 원 안팎인데 구사장의 통장은 그 두 배인 1000만 원을 호가했다. 오른 몸값 덕에 아무에게나 팔지도 않았다. 낯선 이가 통장을 사고 싶다고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면, 아는 조직폭력배에게 ‘이 사람 믿을 만하냐’며 뒷조사를 시킨 뒤에야 통장을 내줬다.2023년 무렵엔 통장을 만들어 주던 ‘갑(甲)’인 금고가 구사장에게 돈을 구걸하는 ‘을(乙)’이 됐다. 앞서 이곡금고가 제대로 심사도 않고 내준 부동산 대출에서 이자가 끊기며 40억 원대 적자가 난 것이다. 부실이 감사에 걸릴까 두려웠던 금고 간부들은 구사장에게 손을 벌렸다. 구사장은 여자 친구 명의 통장으로 3억8400만 원을 이자 없이 빌려줬다. 이 돈으로 당장 급한 연체 이자를 막아 부실을 숨겼다. 범죄 조직을 신고해야 할 금고가 그 조직의 돈으로 연명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무용지물이 된 ‘이중 감시망’이곡금고의 내부 통제 시스템은 허물어져 갔다. 금고의 실무 전반을 쥐고 흔드는 사람이 바로 이 전무였기 때문이다. 부하인 정모 상무와 박모 부장도 범행에 가담했다.금고 안에서 의심을 품은 직원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한 직원은 매일같이 금고를 드나들며 회사 통장을 새로 개설하는 구사장 일당을 수상하게 여겼다. “더는 통장을 못 내주겠다”며 업무를 거부하자 이 전무는 아예 직원의 담당 업무를 바꿔 버렸다. 해당 직원은 “대포통장을 도대체 누구에게 줬고, 밖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나도, 다른 직원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금고에는 두 겹의 감시망이 있다. 내부 감사와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감사다. 하지만 분기마다 하는 내부 감사는 금융 전문가가 아니라 지역 유지 출신 감사 2명이 형식적으로 진행했다. 범행이 시작되기 전 이곡금고 이사장을 지낸 이모 씨(81)조차 “통상 감사들이 이틀 정도 나와 서류를 보는데, 전문 지식이라곤 중앙회에 가서 일주일 교육받는 게 전부”라고 털어놨다. 2024년 5, 6월 진행된 중앙회 감사에서도 대포통장 발급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수사 중에도 “통장 사고 싶다” 연락 쇄도영원할 것 같았던 이들의 범죄 행각은 결국 꼬리를 밟혔다. 대포통장 조직 내분으로 시작된 투서가 단서였다. 검찰이 이를 단서로 약 410개의 통장과 120건의 관련 사건을 추적해 보니 구사장 일당은 유령 회사 설립과 통장 개설, 판매까지 역할이 세분된 기업형 조직이었다. 검찰이 확보한 휴대전화에는 구사장의 대포통장 리스트와 대여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통장이 워낙 많다 보니 장부를 꼼꼼하게 만들지 않고서는 관리가 안 됐던 것이다.검찰 수사 중에도 구사장의 텔레그램은 “대포통장을 당장 사고 싶다”는 메시지로 가득 찼다. 구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통장을 사려는 곳이 너무 많아서 하루에도 수십 곳씩 연락이 왔습니다.”수사 결과 구사장이 유령 회사 15개를 세워 이곡금고에서 발급받은 대포통장은 총 126개. 법원이 인정한 통장 장사 수익만 29억 원이었다. 이 대포통장을 사들인 다른 범죄 조직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자의 고혈을 빨았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그렇게 검은돈의 혈관을 열어 준 대가로 이 전무 등 금고 임직원이 챙긴 돈은 1509만 원만 법정에서 인정됐다. 구사장에게 갚았어야 할 대출 이자 1358만 원이 그중 대부분이었다. 구사장이 유흥주점 술값을 대거나 현금을 찔러주는 등 총 7500만 원 넘게 준 정황은 있지만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다. 부패와 부실이 겹친 이곡금고는 지난해 3월 인근 새마을금고로 합병됐다. 1980년 설립한 이래 45년 만이었다.당시 대구지검에서 이 사건을 수사한 박형철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이 전무가 구사장 조직의 규모를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전무는 수사 과정에서 ‘통장 발급해 달래서 해준 게 왜 문제냐’고 항변했다. 구사장 일당이 얻은 수익을 알려주자 그제야 눈빛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검찰 일각에선 이 사건을 빙산의 일각으로 본다. 구사장 일당처럼 체계적으로 대포통장을 찍어내는 기업형 조직은 전국에서 최소 20곳 이상이 활개 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이 전무와 구사장은 금융실명법 위반죄 등으로 각각 징역 4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둘 다 변호인을 통한 해명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가담자 중 유일하게 집행유예로 풀려난 박 부장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며 답을 거부했다.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은 각종 범죄의 핵심 도구인 대포통장 문제를 조명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취재: 임재혁 손준영 조승연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김재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및 영상: 정시은 CDQR코드를 스캔하거나 ‘히어로콘텐츠’()에 접속하면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대형 오피스빌딩 1810호 앞. 굳게 닫힌 검은 철문에는 태국 출장 마사지 명함이 조잡하게 꽂혀 있었다. 지난달 4일, 왼눈에 하얀 안대를 찬 유종수(가명·80) 씨가 떨리는 손으로 문을 밀어 열었다.“휑하잖어. 아무것도 없잖여, 아무것도….”먼지 냄새가 훅 끼쳐오는 18m²(약 5평) 남짓한 공간을 마주한 유 씨가 허탈한 듯 읊조렸다. 텅 빈 사무실 한가운데는 플라스틱 책상 두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의 손에는 2023년 10월 18일 4500만 원을 이체한 기록이 선명한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아내의 투병 때문에 월세방으로 이사한 뒤 남겨둔 피 같은 전세보증금이었다.유 씨는 가짜 투자 사이트에 속아 돈을 넣었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믿고 안내받은 통장으로 4500만 원을 보냈다. 그 돈은 곧바로 ‘대한퍼스트’라는 회사의 통장으로 옮겨졌고, 몇 분 만에 현금으로 인출돼 사라졌다. 통장 주인과 실제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범죄용 통장, 대포통장이었다.정부에 배달 대행업체로 등록된 대한퍼스트는 실은 대포통장을 만들어 범죄 조직에 파는 유령 회사였다. 유 씨의 돈을 가로챈 투자 사기 조직은 따로 있었고, 대한퍼스트는 그 돈을 받아 숨겨주는 통로 역할을 했다.문제의 대한퍼스트를 설립한 김철민(가명·47)은 2024년 10월 붙잡혔다. 법원은 김철민을 사기 공범으로 보고 유 씨에게 투자금을 전액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유 씨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김철민이 돈이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유 씨가 돈을 넣었을 때 대한퍼스트는 이미 폐업 상태였다는 점이다. 사망한 회사의 통장이 범죄 수익을 실어 나르는 동안 국세청도, 은행도 경고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투자 사기, 온라인 도박…. 형태는 다양했지만 돈이 오간 통로는 하나, 대한퍼스트의 대포통장이었다. 확인된 것만 30개의 통장에 유 씨를 포함해 최소 189명이 돈을 뜯겼다.한 해 새로 만들어지는 대포통장은 32만 개로 추산된다. 검은돈이 오가는 혈관이다. 범죄 조직은 대포통장이 없으면 돈을 받을 수도, 숨길 수도 없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최근 5년(2021~2025년)간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보이스피싱 통장 12만6866개를 분석하고 올 1월부터 5개월간 대포통장 공급 조직 관계자 4명과 피해자 10명, 수사기관 관계자 9명 등 총 58명을 접촉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법망의 틈새에서 범죄의 핵심 부품인 대포통장은 쉴 새 없이 찍혀 나오고 있다.아내 병원비-딸 결혼자금까지… 대포통장 1개社, 189명에 39억 뜯어피해자 신고보다 빠르게 하루 876개꼴 생겨나개인 아닌 회사 명의는 사실상 송금 한도 없어사기-도박-피싱에 5000만원-4500만원 줄송금대표 잡고보니 무일푼… 배후는 3년째 도피중폐업후에도 차단 안된채 피해자 돈 실어날라대포통장은 사기든 도박이든 마약이든, 돈이 오가는 거의 모든 범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범죄 조직은 피해자에게서 뜯어낸 돈을 대포통장을 거쳐 현금으로 빼낸다. 대포통장이 없으면 돈을 받을 수도, 숨길 수도 없다. 거꾸로 말하면 이 통장의 흐름만 틀어막아도 범죄 조직은 괴사한다. 검은돈이 흐르는 혈관을 조이는 셈이다.그런데 이 혈관은 사실상 방치돼 있다. 한 해 새로 만들어지는 대포통장만 32만 개, 하루 876개꼴로 추산된다. 금융감독원의 보이스피싱 통장 데이터를 토대로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의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가 분석한 결과다. 연구소는 “이마저도 적게 잡은 수치일 수 있다”고 했다. 보이스피싱을 뺀 도박, 마약, 투자 사기에 쓰인 대포통장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대포통장 조직이 12조 원을 세탁하다 적발된 적도 있다.이 지하 혈관을 만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 신용불량자 한 명과 6일이면 충분했다.● 같은 통장으로 흘러든 189명의 돈대한퍼스트의 통장을 통해 돈을 잃은 피해자는 최소 189명. 그중엔 배관공 양재호(가명·52) 씨도 있었다. 그는 2023년 9월 유튜브 광고에서 해외 대학교수가 인공지능(AI) 투자 플랫폼을 소개하는 영상을 봤다. 반신반의했지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수익 인증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그는 두 달 후 3년 동안 모은 5000만 원을 넣었다.그런데 석 달 후인 12월 19일, 투자 사이트는 먹통이 됐다. 수익률은 가짜였다. 광고 속 교수는 대역료 30만 원을 받은 배우였다. 그가 보낸 돈은 추적할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 상태였다. 피해 이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지금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살아 있는 게 다행일 정도”라고 했다.남옥순(가명·68) 씨는 빵과 옷을 팔아 모은 노후 자금 900만 원을 잃었다. 김진영(가명·59) 씨는 딸의 결혼식 자금 1500만 원을 날렸다. 이들이 처음 돈을 보낸 곳은 평범한 개인 명의 통장이었다. 여기에 돈을 넣으면 조직이 곧바로 대한퍼스트의 회사 통장으로 옮겨 인출했다. 피해자로서는 대포통장인지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해외에서는 돈을 보낼 때 범죄에 연루된 의심 통장이라고 알려주기도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그런 장치가 없다. 남 씨는 주 6일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생계를 잇는다. 김 씨는 딸에게조차 아직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대한퍼스트의 통장은 투자 사기에만 쓰이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조직도, 온라인 도박 조직도 이 통장을 거쳐 돈을 받았다. 확인된 범죄 조직만 5개다. 도박 사이트 이용자 중에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보이스피싱 피해 30건도 이 통장을 거쳤다. 그렇게 끌어모은 피해액만 39억 원이었다.대포통장에도 등급이 있다. 대한퍼스트의 회사 통장은 개당 500만 원 선에 거래돼 개인 명의 통장보다 2배 이상 비쌌다고 한다. ‘빠른 현금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새로 만든 개인 통장은 하루 송금 한도가 300만 원에 불과하다. 피해자가 신고하기 전에 거액을 빼내기 어렵다. 가상자산(코인) 지갑으로 빼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주요 거래소는 이상 거래를 잡아내는 시스템을 갖춰 꼬리를 밟힐 위험이 크다. 반면 회사 통장은 사실상 한도가 없어 수십억 원도 한꺼번에 현금으로 뽑을 수 있다. 회사 통장도 개설할 땐 개인 통장처럼 한도 제한이 있지만 돈이 몇 차례 오가면 정상적인 사업장인 척 허위로 증빙하면 한도를 수십억 원까지 높일 수 있는 것이다.대포통장을 구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엔 보이스피싱 조직이 직접 노숙인이나 불법 체류자를 꼬드겨 통장을 사들였다. 그런데 통장이 워낙 중요해지자, 이제는 대포통장만 전문으로 공급하는 조직이 따로 생겨 사기 조직과 분업한다. 통장과 OTP, 명의자 신분증까지 한 묶음으로 넘기고 한 달 단위로 빌려주는 ‘구독’ 방식이다. 범죄 세계에서는 대포통장 조직이 ‘갑(甲)’이다. 대한퍼스트가 바로 그런 조직이었다.또 다른 무기는 ‘일회용 통장’으로 불리는 가상계좌다. 대한퍼스트는 결제 대행사와 e메일, 우편만으로 가맹점 계약을 맺고 회사 통장을 기반으로 가상계좌를 발급받았다. 거래마다 새 번호가 붙기 때문에 사실상 동결되지 않고, 원래 통장도 무사했다. 피해자가 신고하는 속도보다 새 통장이 생기는 속도가 빨랐다.● 마담이 빌려준 돈으로 6일 만에 회사 세워범죄 조직들은 자취를 감췄지만, 대한퍼스트를 세운 김철민의 이름은 수사망에 포착됐다. 경찰은 추적 끝에 2024년 10월 그를 체포했다. 법원은 김철민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유령 회사를 세운 뒤 그 통장을 범죄 수익 세탁에 제공한 죄책이 무겁다”고 꾸짖었다.유종수 씨는 김철민에게 주목했다. 아내의 병원비를 대려면 대한퍼스트의 통장을 거쳐 사라진 4500만 원 중 일부라도 되찾아야 했다. 그는 변호사에게 수임료 620만 원을 주고 김철민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하지만 법원에서 드러난 김철민의 실체는 초라했다. 그는 55만 원짜리 월세방에 사는 신용불량자였다. 범행 전에는 물류센터나 갈빗집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었다. 그러다 텔레그램에서 ‘김수현’을 만났다. 김수현은 “회사를 만들어 주면 3억 원을 대출해 주겠다”고 했다. 룸살롱 마담에게서 빌린 1000만 원을 자본금인 척하고 잔액 증명서를 내니 사업자등록증이 나왔다. 회사 명의로 통장을 받기까지 6일이면 됐다.유 씨는 소송에서 이겼지만 김철민은 빈털터리였다. 그에게 배상을 요구한 사람만 19명이 더 있었다. 배후의 김수현은 3년이 지난 지금껏 잡히지 않고 있다.● 폐업한 회사, 닫히지 않은 통장대한퍼스트가 폐업한 뒤에도 그 통장은 금융망에서 차단되지 않고 살아 움직이며 피해자의 돈을 실어 날랐다. 국세청은 2023년 10월 12일 대한퍼스트를 폐업 처리했다. 유 씨는 그로부터 6일 뒤 대한퍼스트의 통장을 거쳐 돈을 뜯겼다. 통장이 온라인 도박에 쓰인 건 폐업한 이후인 2023년 12월부터였다. 보이스피싱 피해액 30건 중 9건도 폐업 이후 통장을 거쳐 갔다.국세청은 “회사 통장 개설과 폐쇄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통장 주인이 스스로 신고하지 않으면 폐쇄가 어려운 구조라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도 통장을 강제로 닫을 권한은 없다.유 씨는 이제 남아 있던 전세보증금 5000만 원도 거의 다 쓴 상태다. 피해를 당한 뒤 한쪽 눈이 급격히 나빠져 종종 병원 신세를 진다. 4월 1일 서울 노원구 그의 자택 서랍장 위에는 베트남전쟁 참전으로 받은 유공 증서만 비스듬히 놓여 있었다. 몇 번이고 들여다봐 너덜너덜해진 판결문을 손에 든 그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이제 판결문 글씨가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은 각종 범죄의 핵심 도구인 대포통장 문제를 조명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취재: 임재혁 손준영 조승연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김재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및 영상: 정시은 CDQR코드를 스캔하거나 ‘히어로콘텐츠’()에 접속하면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대포통장만 전문적으로 만들어 유통시키는 유령 회사라면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지 않을까. 그 단서는 뜻밖에도 정부의 공개 데이터 안에 있었다.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는 보이스피싱에 쓰인 것으로 지목돼 소명 절차까지 거친 뒤 동결된 통장 목록(채권소멸 사실공고)이 매주 공개된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2만6866개가 등재됐다. 이조차 실제 범죄에 사용되는 전체 대포통장의 규모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추정된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올 1월 1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금감원 목록에 새로 올라온 통장 1만6854개의 명의를 추가로 전수 분석했다. 최소 189명의 피해금을 착취한 대한퍼스트처럼, 최근 암시장에서 활동하는 다른 대포통장 조직을 역추적하기 위해서였다. 그중 송금 한도가 커서 범죄 조직이 선호하는 회사 통장은 2053개였다. 가장 많이 적발된 회사를 줄 세웠다. 1위부터 5위까지 회사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나란히 펼쳤다. 회사 이름도, 주소도 달랐다. 그런데 대표나 이사 자리에 빠짐없이 나타나는 이름이 있었다.31세 안준호(가명)였다.● 월 1만 원에 차린 대포통장 공장추적 반경을 넓혀 보니 안준호와 연결된 회사는 8개로 늘었다. 그는 대표 3곳, 이사와 감사 등 모두 11개의 직함을 갖고 있었다. 이 회사들의 흔적을 따라가 보니 일종의 매뉴얼처럼 정형화된 행동 수칙이 보였다.제1원칙: 회사 주소는 비상주 사무실로 해결한다. 사업자등록을 하려면 주소가 필요하다. 안준호 일당은 월 1만 원 안팎에 주소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지난달 7일 찾아간 전남 나주시의 한 비상주 사무실. 좁은 복도에 놓인 우편함 하나를 63개 업체가 공유하고 있었다. 안준호 일당의 회사는 그중 29번째 칸에 이름만 걸어두고 있었다. 사무실 관리자는 “계약은 주로 전화로 한다. 500개 업체를 관리해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일부 비상주 사무실은 아예 “은행 실사가 나오면 알아서 대응해 준다”고 광고했다.제2원칙: 은행 통과 프리패스, ‘통신판매업’을 노린다. 회사를 세운 뒤 통장을 만들려면 은행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안준호 일당은 주 업종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내세웠다. 온라인 거래 특성상 초기엔 실물 사무실이나 재고가 없어도 통장을 파기 쉬운 업종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범죄 수익을 현금화하기 쉬운 상품권 판매업을 추가한 경우도 있었다.제3원칙: 은행 실사를 피할 ‘위장 쇼윈도’를 꾸민다. 서류만으로는 최근 들어 깐깐해진 은행의 눈을 속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안준호 일당은 아예 가짜 가구 쇼핑몰을 인터넷에 띄웠다. 홈페이지에는 ‘모던 소파 89만 원’, ‘원목 다이닝 테이블 45만 원’ 등 그럴싸한 사진과 가격표가 붙었다. 회원 가입 버튼은 작동하지 않았다. 은행이나 수사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전시용이었다.이렇게 찍어낸 대포통장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을 타고 각종 범죄 조직으로 팔려 나갔다. 이들 회사의 통장이 올해 보이스피싱에 동원돼 적발된 횟수는 60건에 달했다.● 등기부등본에 올라온 전과자들안준호의 등기상 주소인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다세대주택 문을 두드렸다. 60대 여성 집주인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왔다. “그런 사람을 왜 우리 집에 와서 찾아요. 남편하고 나하고 둘이 살아요. 월세방도 비어 있어요.”인터넷에서도 안준호는 지워져 있었다. 그가 쓰던 연락처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을 뒤졌지만 얼굴 사진이 한 장도 나오지 않았다. 흔적은 2018년 서울에서 중고 게임을, 2022년 제주에서 노트북을 판 기록 두 건이 전부였다. 별다른 범죄 전력도 없었다.그런데 그의 등기부등본에 함께 이름을 올린 공범들은 달랐다. 조민기(가명·30)가 대표를 맡은 회사 통장은 또 다른 온라인 도박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데 동원됐다. 한 남성이 회삿돈 4억5000만 원을 횡령해 90차례 판돈을 입금하다가 적발됐는데, 그 판결문에 조민기의 회사 통장이 등장한 것. 조민기도 2020년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도박장 전과자가 만든 회사 통장이 도박 자금 세탁에 쓰인 것이다.안준호 일당의 회사 두 곳에 이사로 이름을 올린 60대 중반 남성 박동현(가명)은 법무사 사무소 사무장 출신이었다. 그는 2002년 허위 공증과 공정증서 위조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안준호 일당의 유령 회사 3개가 잇달아 설립될 무렵 한 법무사 사무소에 취업했다. 회사를 법원에 등기하려면 본인이 직접 하거나 법무사나 변호사가 신청서를 대리 제출해야 한다.● “30대 초반 혼자 짠 판이 아니다”경찰은 히어로콘텐츠팀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넘겨받아 안준호 일당을 ‘전문 대포통장 유통 조직’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기존에 전국 각지에서 개별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흩어져 수사되던 사건들이 데이터를 통해 하나의 조직으로 묶였다. 결정적 단서는 통장을 개설한 장소였다. 광주 일대를 근거지로 한 일당이 연고도 없는 경남 진주시의 특정 신협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회사 통장을 개설한 사실이 확인됐다.경찰은 안준호가 ‘바지사장’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전과 없는 30대 초반을 주축으로 한 조직이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가동된 대포통장 공장을 굴리기는 쉽지 않았을 거란 판단이다. 정교한 흐름의 배후엔 자금을 대고 판을 짠 실질적인 몸통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금감원 데이터에서 안준호 일당의 이름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건 지난달 중순이다. 대포통장 조직이 왜 하필 제2금융권을 노리는지, 그 이유는 2회에서 이어진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은 각종 범죄의 핵심 도구인 대포통장 문제를 조명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취재: 임재혁 손준영 조승연 기자▽사진: 박형기 기자▽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김재희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및 영상: 정시은 CDQR코드를 스캔하거나 ‘히어로콘텐츠’()에 접속하면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지난해 12월 22일 찾은 서울 강동구 강동자원순환센터 지하 1층에는 강동구와 인접 자치구에서 배출된 재활용 폐기물 수십 t이 쌓여 있었다. 투명병과 유색병, 맥주병을 가려내는 3대의 광학선별기가 쉼 없이 돌아갔다. 직원 30여 명은 기계가 선별하지 못한 폐기물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컨베이어벨트 옆에 서서 캔과 페트병 등 품목별로 폐기물을 분류했다. 이렇게 분류된 재활용 폐기물은 압축과 열가공 과정을 거쳐 직육면체 형태의 압축물로 가공된다. 강동구 관계자는 “압축된 플라스틱 등은 재활용 과정을 거쳐 완제품의 원료로 쓰인다”며 “2026년부터 재활용 폐기물 배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인력과 장비를 확충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 ‘선별시설’ 활용 확대 올해부터 수도권 내 폐기물 직접 매립(직매립)이 전면 금지되면서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쓰레기 처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매립되던 물량이 소각으로 전환되면서 소각시설 포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2021년 폐기물관리법 개정에 따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에서는 올해부터 생활폐기물을 그대로 매립할 수 없게 됐다. 반드시 소각 등 중간 처리를 거치거나 재활용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최대한 걸러내 소각량을 줄일 수 있는 ‘재활용품 선별시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재활용품 선별시설은 수거한 폐기물을 소각이나 매립에 앞서 비닐, 플라스틱 등 재활용 가능 품목을 분리해 내는 시설이다. 선별된 폐기물은 산업용 연료나 재생 원료로 활용된다. 강동자원순환센터는 인접 지자체에서 반입된 폐스티로폼과 폐플라스틱을 선별한 뒤 압축하거나 용융 처리해 섬유 원료나 재생 플라스틱으로 가공하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직매립 금지 이후 소각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최대한 사전에 선별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각량 줄이는 효과… 자치구별 시설 확충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도 선별되지 않으면 그대로 소각해야 한다. 재활용품 선별시설을 거치면 소각해야 할 폐기물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일부 자치구는 선별 효과를 높이고 친환경 처리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을 보강하고 있다. 은평구는 지난해 5월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를 조성하고 지하에 하루 150t 규모의 재활용품 선별시설을 갖췄다. 은평구 관계자는 “재활용 폐기물 처리 비용이 연간 약 3억8000만 원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봉구는 2022년 기존 음식물자원화시설에 재활용 선별장을 추가 설치하고 시설 명칭을 ‘도봉구 자원순환센터’로 바꿨다. 음식물쓰레기 사료화와 재활용 선별을 병행해 매립과 소각으로 버려지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는 재활용품 선별시설 16곳이 가동 중이다. 시설별 처리 규모는 하루 최소 40t에서 최대 150t 수준이다. 은평구와 송파구가 하루 150t으로 가장 많고, 강서구 95t, 강남구 80t, 성동구와 강동구가 각각 70t을 처리하고 있다. 이를 합치면 하루 약 1159t의 재활용 폐기물이 선별돼 소각량 감소와 재활용 확대 효과를 내고 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지난달 22일 찾은 서울 강동구 강동자원순환센터 지하 1층에는 강동구와 인접 자치구에서 배출된 재활용 폐기물 수십 t이 쌓여 있었다. 투명병과 유색병, 맥주병을 가려내는 3대의 광학선별기가 쉼 없이 돌아갔다. 직원 30여 명은 기계가 선별하지 못한 폐기물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컨베이어벨트 옆에 서서 캔과 페트병 등 품목별로 폐기물을 분류했다.이렇게 분류된 재활용 폐기물은 압축과 열가공 과정을 거쳐 직육면체 형태의 압축물로 가공된다. 강동구 관계자는 “압축된 플라스틱 등은 재활용 과정을 거쳐 완제품의 원료로 쓰인다”며 “2026년부터 재활용 폐기물 배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인력과 장비를 확충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 ‘선별시설’ 활용 확대올해부터 수도권 내 폐기물 직접 매립(직매립)이 전면 금지되면서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쓰레기 처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매립되던 물량이 소각으로 전환되면서 소각시설 포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2021년 폐기물관리법 개정에 따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에서는 올해부터 생활폐기물을 그대로 매립할 수 없게 됐다. 반드시 소각 등 중간 처리를 거치거나 재활용해야 한다.이런 상황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최대한 걸러내 소각량을 줄일 수 있는 ‘재활용품 선별시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재활용품 선별시설은 수거한 폐기물을 소각이나 매립에 앞서 비닐, 플라스틱 등 재활용 가능 품목을 분리해내는 시설이다. 선별된 폐기물은 산업용 연료나 재생 원료로 활용된다. 강동자원순환센터는 인접 지자체에서 반입된 폐스티로폼과 폐플라스틱을 선별한 뒤 압축하거나 용융 처리해 섬유 원료나 재생 플라스틱으로 가공하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직매립 금지 이후 소각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최대한 사전에 선별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소각량 줄이는 효과… 자치구별 시설 확충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도 선별되지 않으면 그대로 소각해야 한다. 재활용품 선별시설을 거치면 소각해야 할 폐기물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일부 자치구는 선별 효과를 높이고 친환경 처리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을 보강하고 있다. 은평구는 지난해 5월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를 조성하고 지하에 하루 150t 규모의 재활용품 선별시설을 갖췄다. 은평구 관계자는 “재활용 폐기물 처리 비용이 연간 약 3억8000만 원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봉구는 2022년 기존 음식물자원화시설에 재활용 선별장을 추가 설치하고 시설 명칭을 ‘도봉구 자원순환센터’로 바꿨다. 음식물쓰레기 사료화와 재활용 선별을 병행해 매립과 소각으로 버려지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는 재활용품 선별시설 16곳이 가동 중이다. 시설별 처리 규모는 하루 최소 40t에서 최대 150t 수준이다. 은평구와 송파구가 하루 150t으로 가장 많고, 강서구 95t, 강남구 80t, 성동구와 강동구가 각각 70t을 처리하고 있다. 이를 합치면 하루 약 1159t의 재활용 폐기물이 선별돼 소각량 감소와 재활용 확대 효과를 내고 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 전역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계량기 동파 1건이 접수됐다.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를 기해 서울 25개 전 자치구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한파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서울시 집계 결과 25일 오후 4시 기준 인명 피해는 한랭질환자 0명으로 파악됐으며, 재산 피해는 계량기 동파 1건이 발생했다. 수도관 동결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한파대책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15일부터 이날까지 누적 피해는 계량기 동파 248건, 수도관 동결 2건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노후 주택과 외부에 노출된 계량기에서 피해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시는 계량기 동파를 예방하기 위해 헌옷이나 수건, 신문지, 스티로폼 등을 활용해 계량기를 겹겹이 감싸고, 뚜껑 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테이프나 비닐로 밀봉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예보될 경우에는 수도꼭지를 실처럼 가늘게 틀어 물이 흐르도록 하면 동파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외출 시에는 계량기 밸브를 잠근 뒤 수도꼭지를 열어 내부에 남은 물을 빼는 것이 좋다.기상청은 26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이번 강추위는 27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서울시는 한파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상향하고 관련 부서 비상근무에 돌입했다.아울러 시는 거리 노숙인과 독거 어르신 등 취약계층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안부 확인을 강화하고, 응급잠자리 제공과 방한용품 지원 등 보호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에게도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는 방한용품을 충분히 착용해 한파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동조합이 내년 1월 13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2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조는 지부위원장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의했다고 밝혔다. 시내버스 노사는 임금체계 개편을 두고 1년 넘게 이견을 이어왔다. 이번 갈등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본다’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불거졌다. 서울고법 역시 지난달 29일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사실상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은 이에 대해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며 반발해 왔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이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야간근로수당과 퇴직금 등이 연쇄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반면 노조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은 노사 교섭의 대상이 아닌 ‘법적 의무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사측이 제시한 ‘시급 10% 인상안’은 이미 법원과 고용노동부가 확인한 시급 12.85% 인상분을 회피하기 위한 제시안으로,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며 강하게반발하고 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동조합이 내년 1월 13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2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조는 지부위원장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의했다고 밝혔다.시내버스 노사는 임금체계 개편을 두고 1년 넘게 이견을 이어왔다. 이번 갈등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본다’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불거졌다. 서울고법 역시 지난달 29일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사실상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은 이에 대해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며 반발해 왔다.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이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야간근로수당과 퇴직금 등이 연쇄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반면 노조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은 노사 교섭의 대상이 아닌 ‘법적 의무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사측이 제시한 ‘시급 10% 인상안’은 이미 법원과 고용노동부가 확인한 시급 12.85% 인상분을 회피하기 위한 제시안으로,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노조 관계자는 “단체협약 만료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와 사측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총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내년 초 버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수도권 출퇴근길 교통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시 ‘디딤돌소득’ 수급 가구의 탈수급률이 1년 새 1.1%포인트, 근로소득 증가 가구 비율은 2.8%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디딤돌소득은 2022년 시범 도입돼 3년 차를 맞은 서울시의 소득보장 실험이다.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부족한 가계소득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올해 6월 시범사업이 마무리됐으며,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달리 근로 의욕을 저해하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는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2관에서 ‘2025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을 열고 3년간의 종합 성과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경제·복지 전문가들과 향후 소득보장 제도의 방향도 논의했다. 성과 분석 결과, 3년 차 수급 가구의 탈수급률은 2년 차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수급 가구 가운데 근로소득이 증가한 가구의 비율도 2.8%포인트 상승했다. 필수재 소비 지출은 늘었고, 영양 상태는 1.3%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 가구주의 평균 노동 공급은 10.4%포인트 감소했으나, 이는 교육·돌봄·건강관리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활동에 시간을 더 투입한 결과로 분석됐다. 가구주 외 가구원의 노동 공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특히 소득이 기준 중위값의 30% 이하인 저소득 가구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디딤돌소득으로 전환한 이후 가구 소득과 탈수급률이 꾸준히 개선돼 근로 유인 효과가 확인됐다는 평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환영사에서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일자리 구조 변화를 언급하며 “기본소득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사회 변화로 인한 불안을 모두에게 동일한 현금 지급으로 해소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해법인지는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A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도 참석해 ‘포용적 제도,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주제로 강연했다. 로빈슨 교수는 “서울시의 디딤돌소득은 현대 사회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시 ‘디딤돌소득’ 수급 가구의 탈수급률이 1년 새 1.1%포인트, 근로소득 증가 가구 비율은 2.8%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디딤돌소득은 2022년 시범 도입돼 3년 차를 맞은 서울시의 소득보장 실험이다.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부족한 가계소득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올해 6월 시범사업이 마무리됐으며,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달리 근로 의욕을 저해하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서울시는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2관에서 ‘2025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을 열고 3년간의 종합 성과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경제·복지 전문가들과 향후 소득보장 제도의 방향도 논의했다.성과 분석 결과, 3년 차 수급 가구의 탈수급률은 2년 차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수급 가구 가운데 근로소득이 증가한 가구의 비율도 2.8%포인트 상승했다. 필수재 소비 지출은 늘었고, 영양 상태는 1.3%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수급 가구주의 평균 노동 공급은 10.4%포인트 감소했으나, 이는 교육·돌봄·건강관리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활동에 시간을 더 투입한 결과로 분석됐다. 가구주 외 가구원의 노동 공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특히 소득이 기준 중위값의 30% 이하인 저소득 가구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디딤돌소득으로 전환한 이후 가구 소득과 탈수급률이 꾸준히 개선돼 근로 유인 효과가 확인됐다는 평가다.오세훈 서울시장은 환영사에서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일자리 구조 변화를 언급하며 “기본소득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사회 변화로 인한 불안을 모두에게 동일한 현금 지급으로 해소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해법인지는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날 포럼에는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A.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도 참석해 ‘포용적 제도,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주제로 강연했다. 로빈슨 교수는 “서울시의 디딤돌소득은 현대 사회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파도 악조건 딛고 83m 해저서 실종자 수습제복상 사공동 중령주한미군 무인 공격기 ‘리퍼(MQ-9)’가 지난달 24일 서해에 추락하자 사공동 중령(43)이 출동했다. 해군 수상함구조함 광양함 함장인 그는 기체 수색 작전을 지휘했고, 기체 일부를 발견해 인양했다. 지난해 1월 주한미군 전투기 F-16이 서해에 추락했을 때도 2개월 뒤 현장에 출동했다. 추락 해역에 수중무인탐사기(ROV)를 투입해 블랙박스 등 주요 장비를 수습했다. 미7공군사령관은 광양함 측에 감사장을 수여하며 한미동맹을 묵묵히 뒷받침해 온 공을 인정했다. 올해 2월 전남 여수시 동쪽 해상에서 제22서경호가 침몰했을 때 역시 광양함을 이끌고 출동해 작전을 지휘하며 높은 파도 등 악조건에도 수심 83m 해저에서 실종자 1명을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제주 비양도 해상에서 발생한 135금성호 침몰 현장에서도 실종자 1명을 수습해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했다. 2005년 임관한 이후 평생 항해 병과 작전 장교로 근무한 그는 “내년부터 해군사관학교 훈육 장교로 근무할 예정”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군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교육하겠다”고 말했다.차에 매달려 50m 끌려가며 월북시도 막아제복상 배영우 상사2018년 간첩 혐의자 A 씨가 차에 탄 채 통일대교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통문을 뚫고 JSA를 향해 돌진했다. 월북을 시도한 것이다. 배영우 상사(37)는 즉각 차를 타고 출동해 A 씨 차를 막아섰다. 배 상사가 A 씨 차에 몸을 반쯤 넣은 순간 A 씨가 가속페달을 밟아 50m가량 끌려가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배 상사는 무력으로 제압해 A 씨를 검거했다. 그는 같은 해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 차원에서 실시된 JSA 비무장화를 위한 지뢰 제거 작전 시 우발적 충돌에 대비한 경호·경비 작전을 수행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2019년 북-미 정상회담 때도 JSA에서 VIP 경호·경비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엔 북한군 오청성 씨가 북한군 총격을 받으며 JSA를 통해 귀순하자 기동타격대 일원으로 총격전 확대에 대비한 임무를 수행하는 등 귀순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데 기여했다. 배 상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생각을 늘 되새기며 군 생활을 해왔다. 앞으로도 이 마음가짐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19층 빌딩서 투신 시도 여성 2시간만에 구조제복상 최기훈 경위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최기훈 경위(39)는 5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19층 오피스텔 옥상으로 급히 달려갔다. “한 여성이 뛰어내리려 한다”는 신고가 들어온 직후였다. 먼저 도착한 경찰과 소방이 1시간 넘게 설득했지만 여성은 옥상 외벽에 선 채 좀처럼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기력이 다한 여성이 뛰어내리려는 순간 최 경위도 몸을 던졌다. 그는 찰나의 순간 여성의 머리카락과 팔을 붙잡았다. 이후 벽 쪽으로 몸을 바짝 붙여 균형을 잡은 뒤, 동료들과 함께 여성을 끌어올리면서 약 2시간 만에 목숨을 구했다. 최 경위는 꾸준히 인명 구조 현장에 서 왔다. 2014년 4월 경기 고양시에선 이별을 요구한 여자친구를 붙잡고 4시간가량 인질극을 벌이던 남성을 검거해 여성을 구했고, 2017년 1월엔 서울지하철 2호선 역삼역 사거리 인근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려던 사람을 설득해 참변을 막았다. 최 경위는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강남 클럽 마약 카르텔 수사 10명 붙잡아제복상 김부진 경감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 김부진 경감(58)은 2023년 12월 성남과 서울 강남의 클럽에서 사람들이 모여 마약을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마약 카르텔이라는 걸 직감했다. 집중 수사를 통해 엑스터시, 케타민 등을 투약하고 합성 대마를 제공한 알선책과 판매책, 밀수총책 등 10명을 잡아 3명을 구속했다. 김 경감은 “국제특송 등 우편을 통해 반입되는 마약류의 수취인 등 관련자를 끝까지 추적 검거해 처벌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경감은 33년간 재직하며 실종 아동 안전 확보와 보이스피싱 범죄 대응에도 헌신했다. 7월엔 경남 창원에서 가출 여중생을 찾아 달라는 공조 요청을 받고,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40대 남성을 미성년자 간음과 성 착취물 제작·유포, 마약류 제공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지금까지 김 경감이 안전하게 가족 품으로 돌려 보낸 실종자만 총 728명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102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김 경감은 “동료들 덕분에 이렇게 큰 상을 받았다”며 “퇴직까지 시민 안전과 생명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순직 소방관 추모 ‘119메모리얼데이’ 기획제복상 이주희 소방경소방청 보건안전담당관 소속 이주희 소방경(45)은 지난해 10월 국민 참여형 추모 문화제인 ‘119메모리얼데이’를 기획하며, 순직 소방공무원을 일상에서 기억하고 예우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 행사는 일회성 추모에 그치지 않고 마라톤과 전시, 공연 등을 통해 시민의 공감을 자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인공지능(AI)으로 순직자의 모습을 복원해 가족사진 형태로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기획도 이 소방경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2016년 입직한 이 소방경은 2022년부터 순직자 보훈 관련 업무를 맡아 다양한 사업을 기획했다. 유가족 간 소통을 통해 유대감을 쌓는 ‘눈부신 외출’ 행사의 경우,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이어갈 만큼 사회관계망 회복 효과를 거뒀다. 순직 소방공무원 예우 및 유가족 지원에 관한 훈령을 제정하는 데도 기여했다. 이 소방경은 “오래전부터 소방청과 시도 소방본부가 순직자 예우와 유가족 지원에 큰 노력을 쏟아 왔다. 그 과정이 쌓여 이룬 성과이고, 저는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며 “순직한 소방관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5700만명 분량 마약 강릉 밀반입 일당 검거제복상 최근석 경감동해지방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장 최근석 경감(51)은 4월 2일 오전 6시 반경 대원들과 함께 강원 강릉시 옥계항에 정박 중이던 국외 선적 화물선을 급습했다. 사전에 마약 관련 첩보를 입수했던 최 경감과 대원들은 선내 수색 3시간 만에 기관실 창고에 숨겨져 있던 코카인을 찾아냈다. 적발된 코카인은 무려 1.69t으로 57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며, 이는 국내 마약 밀반입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해경은 밀반입에 가담한 외국인 선원 등 5명을 검거했다. 2000년 11월 입직한 최 경감은 수사 분야에서 굵직한 실적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지난해 경북 지역에서 활동한 베트남 국적의 마약 조직 11명을 검거했으며, 2022년 9월엔 32억 원 상당의 불법 유류를 유통한 일당 5명을 체포했다. 14억 원 규모의 국산 담배 역밀수 사건, 대학 교수 등을 낀 174억 원에 달하는 어업피해보상금 편취 사건, 수협 공금 횡령 비리 및 공무원 뇌물 수수 사건 해결의 중심에도 그가 있었다. 최 경감은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동료들을 대표해서 받는 상으로 알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맡은 바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시민 피해없게” 음주뒤 도주 車 단속하다 중상해위민경찰관상경기 의정부경찰서 김정주 경사(39)는 5월 11일 오후 9시 30분경 의정부시 한 도로에서 음주 단속 검문을 거부하고 도주하는 차량이 있다는 긴박한 무전을 받았다. 김 경사는 곧장 도주로를 차단하기 위해 표지판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음주 단속을 무시하고 도망가는 차량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한 경력이 있는 그였다. 그러나 이번엔 시속 50km로 달려온 도주 차량이 김 경사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뇌출혈과 무릎·팔 골절 등 중상해를 당한 김 경사는 현재까지도 재활 치료 중이다. 그는 “다른 시민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게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또 그는 의정부경찰서 교통과에 근무하며 5년간 통고처분 472건, 캠코더 단속 3472건, 화물차 불법 주차 안전 활동 365건 등으로 지역 교통질서 확립에 기여했다. 신호 위반 단속을 하던 중 쓰러진 시민을 발견해 119 구급대가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하며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김 경사는 “상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겸손히 받겠다”며 “치료에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응급처치로 3명 생명 구해… 평택 화재 등 최전선 지켜위민소방관상부산 기장소방서 소속이던 고 이상영 소방위(순직 당시 44세)는 2005년 임용 후 19년간 신속한 응급처치로 시민 3명의 생명을 구했고, 심폐소생술 교관으로도 활동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근무 당시엔 국비 약 94억 원을 확보해 노후 구급차 55대를 교체하는 성과도 냈다. 지난해 6월 근무 중 심근경색으로 숨진 뒤 그의 아내는 6세, 4세인 두 딸을 혼자 키우고 있다. 이 소방위의 아내는 “아이들이 아버지가 훌륭한 소방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경기 평택시 송탄소방서 김현규 소방장(35)은 2015년 구조특채로 임용된 이래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의 최전선을 지켜왔다. 2022년 1월 평택 냉동 물류창고 화재 진압 중 동료 3명을 잃는 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화상을 당했지만 2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김 소방장은 “불의의 사고로 일상이 무너져 힘들었지만 동료의 격려로 복귀할 수 있었다”며 “부족하지만 ‘소방관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바다 빠진 동료 구한뒤 중상, 무릎 절단 수술 받아위민해양경찰관상경기 평택해양경찰서 경비함정(P-108정)에 근무하던 문강혁 경장(36)은 3월 18일 오전 5시 20분경 기상 악화로 피항하던 중 바다에 빠진 동료를 목격하고 바로 몸을 던져 구조했다. 하지만 동료를 대신해 인근 선박으로 옮겨 타던 중, 요동치는 배 사이에 오른 다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패혈증 등 상태가 악화돼 결국 무릎 위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불의의 사고로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그는 구조된 동료를 먼저 걱정하는 동료애를 보였다. 최근 태어난 첫아이를 보며 힘을 내고 있는 그는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의족을 착용한 채 고통스러운 재활 치료를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문 경장은 2019년 임용 후 해상 안전관리에 힘쓴 노력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까지 8번의 해경, 군 포상을 받기도 했다. 문 경장은 “이 상은 위험한 현장에서 서로를 지키는 모든 동료에게 주어진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현장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동료들이 언제나 안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렇게 심사했습니다] 어려운 여건서 국민 보호 헌신 업적 평가‘제14회 영예로운 제복상’ 심사에는 위원장인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대표, 정승은 대한영상의학회장,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 정원수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임도현 채널A 부본부장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후보자의 공적 사항을 분석한 뒤 각 추천기관의 설명을 청취했다. 공적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심사위원단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최일선 현장에서 활약하는 제복 공무원뿐만 아니라 후방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후보자의 기여도도 고려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성남·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평택=공승배 기자 ksb@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서울 양천구는 ‘목동선·강북횡단선 재추진 촉구’ 주민 서명운동을 마무리하고 시민 6만5000명의 서명부를 모아 17일 전달식을 열었다고 22일 밝혔다.서명운동은 지난 9월 1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구는 서명부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서울연구원 등 관계기관에 전달해 두 노선의 재추진을 공식 건의할 계획이다.목동선은 신월동에서 재건축이 추진 중인 신정동·목동을 거쳐 서울지하철 2호선 당산역을 잇는 노선이다. 강북횡단선은 목동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연결된다.두 노선은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업이 중단됐다. 다만 양천구는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서부트럭터미널 개발 등으로 교통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재추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이기재 양천구청장은 “목동선과 강북횡단선은 양천구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교통 인프라”라며 “서명부를 관계기관에 전달하고 서울시와 협력해 재추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방화 상황에서 노약자를 업고 대피를 도운 시민 3명이 ‘지하철 의인’으로 선정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올 한 해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사고 예방과 인명 보호에 기여한 시민으로 박기한(29) 이우석(47) 황승연(31) 씨 등 3명을 지하철 의인으로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공사는 19일 이들을 본사로 초청해 포상금과 감사장, 서울시장 표창을 수여했다. 박 씨는 5월 31일 오전 여의나루역∼마포역 구간을 운행하던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한 승객이 불을 지르는 모습을 목격하고 “불이야, 피하세요”라고 외치며 객실을 뛰어다니며 상황을 알렸다. 노약자를 업고 대피를 돕는 등 승객들의 신속한 탈출을 이끌었다. 이 씨는 8월 27일 오후 동작역∼이촌역 구간을 운행하던 4호선 열차에서 승객의 보조배터리 화재가 발생하자 객실에 비치된 소화기를 사용해 진화했다. 또 주변 승객에게 비상통화 장치로 승무원에게 상황을 알리도록 했다. 황 씨는 9월 24일 오후 2호선 신당역 승강장에서 시설물 화재가 발생하자 주저하지 않고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 진화를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매년 열차 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범죄 대응 등 지하철 안전에 기여한 시민을 ‘지하철 의인’으로 선정하고 있다. 이번 수상자를 포함해 현재까지 모두 45명이 포상과 감사장을 받았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직접 매립(직매립)을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제정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새로 지어진 공공 소각장은 한 곳도 없다.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 쓰레기를 소각할 수 있는 공공 자원회수시설은 강남·노원·마포·양천 등 4곳뿐이다. 모두 2021년 이전부터 운영돼 온 기존 시설로, 인접한 3∼8개 자치구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가동 여력이 빠듯하다.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 서울에서만 약 22만2010t의 쓰레기가 추가로 처리돼야 하지만 공공 소각시설에서는 더 이상 소각이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와 인천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기와 인천의 공공 소각장은 각각 26곳과 2곳으로, 대부분 최대 용량으로 가동되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자체는 신규 소각장 건설을 추진해 왔지만 내년은 물론이고 착공 시점조차 불투명하다. 서울시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마포구 상암동을 신설 소각장 입지로 선정했지만, 이미 자원회수시설을 운영 중인 마포구가 반발하며 제기한 입지 취소 소송에서 올해 1심 패소 판결이 나오면서 사업이 멈춘 상태다. 경기도는 31개 시군 중 21개 시군에서 2030년까지 하루 3176t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 신·증설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착공은 지난해 성남 한 곳에 그쳤다. 인천도 서구 소각장 입지를 검토 중이지만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후부는 공공 소각시설 확충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에서만 공공 소각시설 확충 사업 27개가 추진되고 있다”며 “2027년 성남 등을 시작으로 공공 소각장이 늘어나면 민간 위탁 물량도 점차 공공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도권뿐만 아니라 비수도권에서도 주민 반대로 공공 소각장 사업이 곳곳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2030년 직매립 금지가 전국으로 확대되는데도 비수도권의 공공 소각장 확충도 지지부진하다. 충남 홍성군의 경우 하루 70t 규모의 생활폐기물 소각 시설을 건설하려 했지만 2019년 사업추진 계획까지 다 수립하고 6년째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2023년 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6차에 걸쳐 입지 후보지 공고를 냈는데 19일 기준 신청 지역은 0곳이다. 군 관계자는 “주민 반대가 워낙 거세 신청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시와 사천시 역시 공공 소각시설 설치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 익산시도 왕궁면 일대에 생활폐기물 소각 시설을 설치하려다 주민 반대와 집회, 행정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수년째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천안=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진주=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서울시 마을버스 환승제도 탈퇴 논란이 일단락됐다. 시와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은 18일 ‘마을버스 서비스 개선’ 추가 합의를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양측은 9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합 이사장단 면담 이후 10월 2일 1차 합의를 맺었고, 실무협의회 운영 등을 포함해 30여 차례 논의를 이어 왔다. 서울시는 첫차·막차 미준수, 배차 간격 불균형, 미운행 차량 등 민원이 제기된 노선을 중심으로 총 252개 노선을 전수 점검했고, 내년부터 운행 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6년 마을버스 전체 운행 횟수는 올해보다 약 5% 늘어난다. 특히 운행이 부족했던 적자 업체 노선 154개는 최대 12% 수준까지 증편한다. 조합도 출퇴근 시간대 배차를 강화하는 등 시민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시의 관리 방식도 강화된다. 서울시는 티머니 기반 운행 데이터 등 객관적 자료를 활용해 ‘운행계통 준수 여부’를 핵심 관리지표로 설정하고, 개선안이 현장에서 실제 이행되는지 지속 점검하기로 했다. 재정 지원 역시 확대한다. 서울시는 내년 마을버스 재정 지원을 올해 412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늘려 편성한다고 밝혔다. 적자 업체 지원과 함께 교통기여도 등 서비스 평가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 예산을 마련하고, 기사 채용을 연계한 특별 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기사 채용 등 현장 여건을 고려해 내년 3개월간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실적을 점검하고 제도를 보완해 2027년부터 개선된 운행 체계를 본격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합의문에는 ‘조합이 환승 탈퇴를 추진하는 경우 올해 이뤄진 합의에서 시가 약속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일체를 중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동안 마을버스 업계는 운송원가 상승과 기사난 등으로 적자가 누적됐다며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조합이 시내버스·지하철로 무료 환승이 가능한 현행 환승제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우려가 커졌다. 김용승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이번 합의는 조합사의 어려움과 시민 불편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시민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마을버스 운영 체계를 확립하겠다”며 “시민들이 ‘마을버스가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내년부터 수도권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약 40%를 민간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을 땅에 직접 묻는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는데, 공공 소각시설을 확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최근 4년간 수도권 생활폐기물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25년부터 직매립 금지가 예고된 이후 민간에 쓰레기 처리를 맡기는 비율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약 32만 t이던 민간 위탁량은 2023년 76만 t으로 3년 만에 2.4배로 증가했다. 전체 생활폐기물 가운데 민간 처리 비중도 같은 기간 9.2%에서 20.9%로 크게 뛰었다.반면 공공 매립량은 약 79만 t에서 약 61만 t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매립 물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민간 위탁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수도권 3개 시도의 32개 공공 소각장은 모두 처리 용량이 포화 상태로 가동 여력이 거의 없는 상태다. 문제는 내년부터 기존에 매립하던 쓰레기까지 소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2024∼2025년 통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도권 매립 쓰레기를 대부분 처리해 온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난해 처리한 수도권 매립 쓰레기만 51만 t에 달한다. 이 물량이 민간 위탁으로 넘어갈 경우, 민간 처리 비율은 전체 생활폐기물의 약 40%에 이르게 된다. 민간 의존도가 커질수록 처리 비용과 안정성은 시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부담이 일반 시민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크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직매립 금지가 예고된 이후에도 공공 처리시설 확충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며 “지금이라도 유인책을 마련해 공공 소각장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쓰레기 소각비 38% 비싼 민간에 의존… 종량제 봉투값 오를수도수도권 쓰레기 내년 직매립 금지 민간 소각장 몰려 계약 4배 급증 비용 늘면 결국 시민들 부담 커져 쓰레기 처리 불확실성도 높아져 전문가들 “공공 소각장 확충 시급”“민간 소각장 처리 비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종량제 봉투값 인상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맡길 예정입니다.” 인천의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19일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지자체는 그동안 생활폐기물 상당량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로 보내 매립해 왔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부터 생활폐기물의 직접 매립(직매립)이 금지되면서 민간 소각시설과 추가 위탁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 관계자는 “공공 소각시설이나 공공 매립지보다 처리 비용이 훨씬 높아, 부담이 일정 부분 시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 연수·남동·부평구 등 5개 자치구는 올해부터 종량제 봉투 가격을 10L 기준 390원에서 440원으로 인상했다.● 민간 소각 비용, 공공보다 38% 더 비싸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내년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지만, 이를 대신 처리할 공공 소각시설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 소각장 32곳의 하루 평균 처리 용량은 약 6622t에 그쳐, 2023년 기준 연간 처리 물량(약 235만7756t)만으로도 같은 해 수도권 가정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365만 t)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들은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민간 소각시설 위탁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처리 비용 부담이 지자체를 거쳐 결국 시민들에게까지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수도권 3개 지자체는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민간 위탁량을 꾸준히 늘려 왔다. 2020∼2023년 민간 위탁량은 32만 t→46만 t→66만 t→76만 t으로 크게 늘었다. 이미 민간 처리 비중이 20% 이상이다. 여기에 수도권매립지로 보내던 수십만 t의 매립 쓰레기까지 모두 소각 처리로 전환되면 민간 처리 비율은 40%에 이를 전망이다. 2023년 기준 민간 처리량과 공공 매립량을 합한 비율은 이미 38%에 달했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는 올해 여러 민간 소각시설 가운데 한 곳에 약 1000t을 위탁했지만, 내년에는 해당 시설 위탁 물량만 4000t을 넘길 전망이다. 경기도의 한 민간 소각시설 관계자는 “내년 계약 물량이 올해의 4배가 넘는다”고 전했다. 민간 의존도가 커질수록 쓰레기 처리 비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기준 민간 소각시설 t당 평균 처리 비용은 공공보다 약 38% 비싸다. 이에 한 자치구는 관련 예산을 올해 48억9200만 원에서 내년 67억1000만 원으로 37% 증액했다. 인천 서구 역시 민간 소각장 이용이 늘면서 연간 처리 비용이 약 9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증가했다. 민간 소각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담합 우려도 제기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소각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공급이 쉽게 늘지 않는 구조”라고 전했다. 이런 비용 증가는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처럼 시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쓰레기 처리 불확실성도 결국 시민 부담 쓰레기 처리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점도 문제다. 인천시 관계자는 “쓰레기는 안정적·지속적인 처리 능력이 핵심인데, 민간 업체는 휴·폐업이나 설비 고장 등 돌발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관리·감독의 한계도 지적된다. 한 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는 “민간 업체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되더라도 당장 처리할 곳이 없어 영업정지 같은 강력한 제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이런 쓰레기 처리 구조의 불안정성도 중장기적으로 시민 불편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오세천 공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공공 소각장 확충이 늦어질수록 민간 의존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송진호 기자jin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을 땅에 직접 묻는 직매립이 내년 1월 1일부터 금지되지만, 공공 소각시설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민간이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율이 당장 40%에 육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동아일보가 최근 4년간 수도권 생활폐기물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25년부터 직매립 금지가 예고된 이후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민간 처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약 32만 t이던 민간 위탁량은 2023년 76만 t으로 3년 만에 2.4배로 늘었고, 생활폐기물 가운데 민간 의존 비율도 같은 기간 9.2%에서 20.9%로 크게 뛰었다.반면 같은 기간 공공 매립량은 약 79만 t에서 약 61만 t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매립 물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민간 위탁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수도권 3개 지자체의 기존 32개 공공 소각장은 모두 처리 용량이 포화 상태로 추가 소각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문제는 내년부터 남아 있는 매립 물량마저 민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024∼2025년 폐기물 통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도권 매립 쓰레기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난해 처리한 수도권 매립 쓰레기만 51만 t에 달한다. 이 물량이 기존 민간 위탁량에 더해질 경우, 민간 처리 비율은 전체 생활폐기물 처리량의 40%에 육박하게 된다.민간 처리 비중이 커질수록 쓰레기 처리 비용과 정책은 시장 상황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처리 과정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비용 상승 가능성도 높아진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직매립 금지가 예고된 이후에도 공공 처리시설 확충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며 “지금이라도 유인책을 마련해 공공 소각장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내년 계약한 소각량이 올해의 4배가 넘어요. ‘우리랑 계약할 수 있느냐’는 지자체 문의 전화가 한동안 쏟아졌다니까요.”18일 경기도의 한 민간 소각장 업체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소각로를 최대치로 돌려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이 업체는 서울 영등포구와 내년 생활폐기물 소각 위탁계약을 맺은 곳 가운데 하나다. 2026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직접 매립이 금지되면서 영등포구는 기존에 이 업체에 맡기던 처리 물량을 연간 1000t에서 4000t 이상으로 늘렸다.● 민간 처리량에 매립량 더하면 전체 38%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종량제 봉투 등에 담긴 생활폐기물은 재활용하거나 소각한 뒤 남은 재만 매립하도록 규정됐다. 이달 2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내년부터 대형 재난 등 비상 상황이 아닌 한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예외 없이 금지하기로 합의했다.문제는 이를 감당할 공공 소각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 소각장 32곳의 하루 평균 처리 용량은 약 6622t으로, 사실상 포화 상태다. 2023년 기준 이들 시설은 연간 약 235만7756t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했다.표면상 가동률은 65∼85% 수준이지만, 대부분 설비가 노후해 추가 가동이 어렵다는 게 지자체 설명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설비 노후화로 가동률을 더 높이면 고장이나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연간 50일가량은 정기 보수로 가동을 멈추기 때문에 실제 가동률은 이미 최대치”라고 했다.이에 따라 수도권 3개 지자체들은 2025년에 대비해 민간 위탁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21일 동아일보 분석에 따르면 2020~2023년 사이 민간 위탁량은 32만t→46만t→66만t→76만t으로 크게 늘었다. 이미 민간 처리 비중이 20%가 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매립되던 쓰레기까지 민간에서 처리되게 되면 민간 처리 비율이 40%에 이르게 된다. 이미 2023년 기준으로도 민간 처리와 공공 매립량을 더한 비율이 38%에 달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난해 처리한 수도권 매립 쓰레기만 약 51만7000t에 달한다. 이 물량은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 모두 소각장 등으로 보내야 한다.민간 의존도가 커질수록 처리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쓰레기는 안정적·지속적인 처리 능력이 핵심인데, 민간업체는 휴·폐업이나 설비 고장 등 돌발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민간 소각장은 화재 등 사고가 잦아 ‘쓰레기 대란’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관리·감독의 한계도 지적된다. 한 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는 “민간업체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되더라도 당장 처리할 곳이 없어 영업정지 같은 강력한 제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충북 청주시에서는 대형 민간 소각장의 허가 취소 이후 쓰레기 처리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38% 비싼 민간 처리 비용비용 문제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공공 소각장 처리 비용은 t당 평균 13만1000원인 반면, 민간 소각장은 평균 18만1000원으로 약 38% 비싸다. 서울의 한 자치구는 관련 예산을 올해 48억9200만 원에서 내년 67억1000만 원으로 37% 늘렸다. 인천 서구도 민간 소각장 이용으로 연간 처리 비용이 약 9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증가했다.민간 소각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담합 우려도 나온다. 인천시 관계자는 “소각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공급이 쉽게 늘지 않는 구조”라며 “수요만 늘면 가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공공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오세천 공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공공 소각장 확충이 늦어질수록 민간 의존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나서 공공 소각시설 확대에 대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송진호 기자jin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5호선 열차 방화 상황에서 노약자를 업고 대피를 도운 시민 등 3명이 ‘지하철 의인’으로 선정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올 한 해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사고 예방과 인명 보호에 기여한 시민으로 박기한·이우석·황승연 씨 등 3명을 지하철 의인으로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공사는 지난 19일 이들을 본사로 초청해 포상금과 감사장, 서울시장 표창을 수여했다.박기한 씨는 5월 31일 오전 여의나루역∼마포역 구간을 운행하던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한 승객이 불을 지르는 모습을 목격하자 “불이야, 피하세요”라고 외치며 객실을 뛰어다니며 상황을 알렸다. 노약자를 업고 대피를 돕는 등 승객들의 신속한 탈출을 이끌었다.이우석 씨는 8월 27일 오후 동작역∼이촌역 구간을 운행하던 4호선 열차에서 승객의 보조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자 객실에 비치된 소화기를 사용해 진압했다. 또 주변 승객에게 비상 통화 장치로 승무원에게 상황을 알리도록 했다. 황승연 씨는 9월 24일 오후 2호선 신당역 승강장에서 시설물 화재가 발생하자 주저하지 않고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 진화를 했다.서울교통공사는 매년 열차 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범죄 대응 등 지하철 안전에 기여한 시민을 ‘지하철 의인’으로 선정하고 있다. 이번 수상자를 포함해 현재까지 모두 45명이 포상과 감사장을 받았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시 마을버스 환승제도 탈퇴 논란이 일단락됐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마을버스 운행 체계를 정시성과 안정성 중심으로 손질하고 재정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시와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은 18일 ‘마을버스 서비스 개선’ 추가 합의를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양측은 9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합 이사장단 면담 이후 10월 2일 1차 합의를 맺었고, 실무협의회 운영 등을 포함해 30여 차례 논의를 이어 왔다.서울시는 첫차·막차 미준수, 배차 간격 불균형, 미운행 차량 등 민원이 제기된 노선을 중심으로 총 252개 노선을 전수 점검했고, 내년부터 운행 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6년 마을버스 전체 운행 횟수는 올해보다 약 5% 늘어난다. 특히 운행이 부족했던 적자업체 노선 154개는 최대 12% 수준까지 증편한다. 조합도 출퇴근 시간대 배차를 강화하는 등 시민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시의 관리 방식도 강화된다. 서울시는 티머니 기반 운행 데이터 등 객관적 자료를 활용해 ‘운행계통 준수 여부’를 핵심 관리지표로 설정하고, 개선안이 현장에서 실제 이행되는지 지속 점검하기로 했다.재정 지원 역시 확대한다. 서울시는 내년 마을버스 재정 지원을 올해 412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늘려 편성한다고 밝혔다. 적자업체 지원과 함께 교통기여도 등 서비스 평가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 예산을 마련하고, 기사 채용을 연계한 특별 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기사 채용 등 현장 여건을 고려해 내년 3개월간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실적을 점검하고 제도를 보완해 2027년부터 개선된 운행체계를 본격 정착시키겠다고 했다.그동안 마을버스 업계는 운송원가 상승과 기사난 등으로 적자가 누적됐다며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조합이 시내버스·지하철로 무료 환승이 가능한 현행 환승제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우려가 커졌다.김용승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이번 합의는 조합사의 어려움과 시민 불편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시민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마을버스 운영체계를 확립하겠다”며 “시민들이 ‘마을버스가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