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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t 트럭에 일가족 참변…손자 눈 가리고 주저 앉은 할아버지
동아닷컴
업데이트
2020-11-17 17:44
2020년 11월 17일 17시 44분
입력
2020-11-17 17:08
2020년 11월 17일 17시 08분
박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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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물차가 세 자녀와 엄마 덮쳐
5월 같은 장소 사고 아동 첫 등교하다 목격
할아버지, 손자 눈 가리고 주저앉아
어린이집에 등원하던 일가족 4명이 8.5톤 트럭에 치여 3세 여아가 숨지고 엄마와 7세 큰딸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17일 오전 8시43분경 광주 북구 운암동 한 아파트단지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벌어졌다.
엄마는 7세 큰딸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위해 3세 둘째딸과 영아인 막내아들을 2인승 유모차에 태우고 나섰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선 이들 가족은 8.5t 화물차가 정체에 막혀 잠시 멈춰 선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건너기 시작했다.
그러나 횡단보도 중간쯤에서 반대차로 차량이 멈추지 않고 쌩쌩 달리는 통에 건널 수 없게 되자 화물차 앞에 잠시 멈춰서서 주위를 살폈다.
그 동안 큰딸은 마중 나온 어린이집 선생님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참사는 이때 벌어졌다. 정체가 풀리자 서있던 화물차가 출발했고, 화물차 앞에 있던 어머니와 자녀들은 참변을 당했다.
3세 작은딸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엄마와 7세 큰딸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영아인 막내아들은 가까스로 큰 부상을 면했다.
조사결과 성인 남성 키보다 높은 운적석에 앉은 운전자는 차 앞에 피해자들이 있던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전자는 ‘운전석이 높아 어머니와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가족 사고 당시 도로 맞은편엔 지난 5월 28일 같은 장소에서 큰 사고를 당한 7세 남자아이 A 군이 할아버지와 함께 서 있었다.
A 군 역시 이 길을 건너다가 SUV 차량에 치여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하던 A 군은 최근 거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고 이날 다시 초등학교에 등교하다가 참변을 목격했다.
뜻하지 않게 또 다시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할아버지는 손자의 눈을 가리며 바닥에 주저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예견된 사고”
A 군 사고 후 횡단보도가 그려졌고 방지턱이 설치 됐다. 주민들은 추가로 신호등 설치와 단속 카메라 설치 등을 요구했으나, 인근 교차로에 신호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운전자들이 50m 전방에 있는 신호를 통과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탓에 더 위험하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아파트의 자치위원장은 “이곳은 예고된 사고다발 구역이다”며 “4월과 5월에 사고가 두번이나 났었고, 이를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횡단보도지만 신호가 없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고 현장을 찾은 경찰 관계자는 “다음 신호등까지 거리가 50m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라서 그곳에 신호등을 하나 더 설치할 수 없었다”며 “이후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물차 운전자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치사상(일명 민식이법)을 적용해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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