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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그 종착지는 어디?<중>[우아한 청년 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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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그 종착지는 어디?<중>[우아한 청년 발언대]

박기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15학번(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 소속)입력 2019-08-26 14:00수정 2019-10-0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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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국정운영의 제1과제인 국가의 안전보장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를 진단해보려 한다. 2008년부터 10년간 이어진 보수 정권기에는 남북교류 자체가 사실상 부재하였다. 그렇기에 현 정부 들어 북한 당국과의 접촉빈도가 늘어나고 정상회담과 같은 깜짝 이벤트가 많아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제3차 남북정상회담, 9.19 군사합의,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 등의 이목을 끄는 이벤트에서 과연 한국의 국가 이익과 안보증진에 기여한 실질적인 알맹이가 남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다수의 안보전문가도 한국의 안보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평화 쇼통령’이라는 인신공격성 조롱을 서슴지 않는 일부 시민들의 비난 원인을 살펴보더라도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와 문재인 정부의 안보 의지에 대한 불신이 기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발언이 적절한지에 대한 당위적 평가는 잠시 유보하고 국가의 안전보장 그 자체만을 두고 대한민국 안보의 현주소를 논해본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안보가 더욱 굳건해졌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KADIZ를 침범하고 있는 등 한국을 둘러싼 안보 상황은 결코 순탄하지 못하다. 그러나 당면한 현실을 묵인한 채 문재인 정부는 전통적 안보우방국과의 동맹 공고화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여러모로 우려스러운 안보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 종식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9.19 군사합의에 의거, 북한의 대남 적대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군사 대응 및 대비를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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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으로 남북 간 군사 분야 합의서 제1조 1항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중지’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이던 키 리졸브(KR/FE)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모두 중단·축소되었다. 두 연합훈련 모두 북한의 대남공격을 비롯한 한반도 유사시 대비 목적의 훈련이었음을 고려할 때, 또 경제난과 대북 제재 등의 이유로 북한에서는 대규모 군사훈련실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외양만 양자 간 합의일 뿐 사실상 우리 군의 손만 묶는 자승자박의 군사합의가 아니었나 하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GP 철수와 관련하여서도 국군이 일방적·객관적으로 전력상에 중대한 비대칭적 손실을 보았다는 것이 안보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뿐만 아니라, 애당초 모든 남북, 미북 대화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북한 비핵화가 과연 실현 가능한 의제인가에 대한 한미 간의 협의조차 미진한 상태에서 평화만을 주창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인가에 대한 비판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체결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은 이미 합의사항을 수차례 위반하며 소위 ‘불상의 발사체’와 ‘미상의 발사체’ 발사를 감행하고 있다. 북한이 이미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였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또 대한민국 영토 전역을 사정거리로 둔 미사일 보유국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결코 가벼이 여길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며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비가시적 전망만을 반복 제시하며 당면 위협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취하고 있지 않다. 최근 들어 수차례 북한에서 목선이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기도 한데 정작 문재인 정부는 별문제 없다는 식의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혈맹관계인 한미공조까지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일방종료 결정통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례적·직접적 실망감 표명 등이 그 예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로선 집권 이후 모든 역량을 남북관계 개선에 쏟았는데, 또 경제 분야에 있어 국민이 체감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기에 자칫 북한 당국을 자극하여 남북관계까지 냉랭해질 경우, 그간 문재인 정부가 쌓은 공적이 사라질까 하는 내부적 판단 때문에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한 대응을 자제하는 모양새를 고수하기로 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5000만 국민의 대표이자 얼굴인 국가원수에게 ‘겁먹은 개’라는 모욕적 언행을 서슴지 않는 북측에게만 유독 저자세로 일관하는 현 정부의 대북 기조에 깊이 실망한 국민이 적지 않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은, 군 통수권자이자 국민의 대표로서 필요한 때에는 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국가원수의 역할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과 같이 북한 당국의 도발과 인신공격성 발언에 대해 계속 말을 아낀다면 안보 불감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이슈에 있어 문재인 정부 일련의 대응을 보면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이나 한반도 유사시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유사시 우리 국민의 피해 최소화를 담보할 수 있는지, 그 약속이 정말 이행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까지 든다. 같은 민족이라는 프레임에 매몰되어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만 간주하다 국가전략의 최우선 고려사항인 국가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결함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평화의 근간에는 안보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청년 세대의 경우 ‘남북은 같은 민족이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기성세대에게는 당연할 수 있는 그 전제 자체에 대해 짙은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더군다나 현재의 20대는 청소년기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 도발, 핵·미사일 실험 등 수차례의 북한 발 대남도발을 목격한 세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민족 담론 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 청년 세대를 설득할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어떻게 한국의 국가 이익과 안전보장에 득이 될 수 있는지, 또 한국 청년들의 미래에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27일 우아한에 마지막 <하> 편이 보도됩니다).

박기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15학번(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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