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추억… 헤어질땐 뒤끝없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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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월의 주제는 ‘배려’]<13>담배꽁초의 절규

도로변 빗물받이에 쌓인 담배꽁초가 하수관을 막아 비가 많이 올 때면 물이 빠지지 않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동아일보DB
도로변 빗물받이에 쌓인 담배꽁초가 하수관을 막아 비가 많이 올 때면 물이 빠지지 않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동아일보DB
요즘 제 몸값이 많이 비싸졌죠? 그래서 저와 인연을 끊겠다는 사람도 늘어난다지만 여전히 사랑해주는 분들이 많네요. 그런데 애지중지하는 사람들도 저를 버릴 때는 각양각색입니다.

어떤 분은 불씨를 잘 끈 다음 쓰레기통에 넣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이죠. 그런데 저를 하수도 빗물받이나 맨홀 구멍에 툭 던지는 저질 흡연자가 아직도 많아요. 말로는 “밑에 물이 있을 테니 불이 확실히 꺼진다” “길거리에 버리느니 여기에 던지는 게 미관상 낫다”고도 하네요. 과연 그럴까요?

서울시만 해도 덮개가 스틸그레이팅(그물 형태)으로 된 빗물받이가 44만 개에 이르는데, 한 해 쌓이는 꽁초가 50만 개라고 하네요. 구청에서 부지런히 치우는 비용이 얼마인지 아세요? 연간 30억 원! 당연히 환경미화원은 저희만 보면 얼굴을 찌푸립니다. 하수도에 오래 머물수록 악취도 심해지고 치우기도 힘들거든요.

심각한 문제는 비 올 때예요. 빗물받이는 원래 비가 많이 올 때 빗물을 하수도로 보내기 위해 만든 것이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저희는 물론 쓰레기까지 가득 쌓여있으니 당연히 물이 못 빠져 나가 주변에 물이 차면서 난리가 나겠죠? 2013년 여름 시간당 최대 98mm의 폭우가 내렸던 서울 강남역 주변에서는 물이 순식간에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어요. 저희가 빗물받이를 막는 바람에 빗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했고 결국 일대 도로에 홍수가 났죠.

저를 제대로 버리지 않으면 이웃에게 큰 위협이 된다는 말이죠. 역으로 저희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일은 곧 남을 배려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제가 하수관을 타고 흘러가도 문제예요. 담배 필터에는 타르나 니코틴처럼 발암물질도 있으니 물이 오염될 수 있어요. 담배 필터는 자연분해가 잘 되지 않아서 흙 속에서도 몇 년이나 지나야 분해된대요.

그리고 밑에 물이 있어서 담뱃불이 꺼지는 줄 아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아니에요. 지난해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하수구에서 큰 불이 났는데, 도로변 돌이 탈 정도였어요. 가을이 되면 쌓이는 낙엽이 빗물받이 안에도 수북이 쌓이는데, 그걸 모르고 버리는 바람에 저는 활활 낙엽을 불태우며 본의 아니게 화재의 주범이 되고 말았답니다.

그러면 버릴 데가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요? 몇 가지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첫째, 사무실에서 사용한 종이컵을 담배 피울 때 갖고 내려가세요. 재떨이 대신에 거기에 저를 꾹 눌러서 잔불을 꺼주시고 함께 쓰레기통으로 직행! 착한 분들은 저를 휴지에 싸서 주머니에 담아가기도 하고요, 담뱃갑에 다시 넣어 가는 분도 계시죠.

대형마트나 인터넷몰에서 파는 휴대용 재떨이도 3000∼4000원이면 구할 수 있어요. 모양도 예쁘고 화재 위험도 없어요. 그리고 거리도 깨끗해질 겁니다. 물론 제일 좋은 방법은 아쉽긴 하지만 저와 헤어지는 거랍니다. 망설이지 말고, 금연 성공하세요!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담배#꽁초#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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