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시승기]격전의 미니밴 시장… 한 발 앞선 혼다 ‘오딧세이’

  • 동아경제
  • 입력 2026년 3월 5일 21시 52분


지난달 21일 토요일. 영상 16도의 날씨는 평범한 일상에 찾아온 선물 같았다. 다음 날 일기예보를 보니 하루 차이로 강풍이 불고 미세먼지도 최악이었다. 탁한 공기가 대수롭지 않은 요즘, 이 날은 흔치 않은 기회였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가벼운 옷차림으로 풀며 이른 봄을 만끽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모처럼 들떴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동해 바다였다. 푸른 물결과 모래사장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즉흥적인 여행이라 챙길 게 많았지만 ‘오딧세이’ 덕분에 고민을 덜 수 있었다. 이동할 때 항상 필요한 유아차도 승차감 좋은 8인치 바퀴 제품을 그대로 실었다. 평소 같으면 휴대용도 버거웠을 것이다. 여기에 가족 킥보드 3대, 28인치 캐리어, 각종 아웃도어 장비까지 모두 넣었지만 트렁크를 가득 채우지 못했다. 오딧세이 트렁크 하단이 깊게 파여 있어 수납 효율을 극대화했기 때문에 공간이 남았다. 이 차는 앞뒤 폭 80cm에 천장까지 모두 활용하면 최대 930리터까지 적재할 수 있다.

비슷한 차급인 기아 카니발은 3열을 펼치면 트렁크 활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미니밴은 다자녀·대가족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짐이 많을 수밖에 없고, 수납공간은 핵심 요소다. 하지만 카니발은 공간이 부족해 좌석을 접고 짐을 싣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딧세이 공간 설계를 보면 감탄이 나온다. 성인 평균 신장 수준으로 전고를 1765mm에 맞춰 외관은 커 보이지 않지만 내부 공간 활용은 넓다. 2-3-3 구조의 시승차는 2열 카시트 두 개를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한 자리에 성인이 앉는 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2미터에 육박하는 전폭(1995m)에 걸맞은 넉넉한 크기의 시트를 탑재한 덕분이다. 특히 2열 매직 슬라이드 시트는 오딧세이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탈착과 함께 전후·좌우 이동, 리클라이닝까지 모두 가능해 탑승객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만 넓은 게 아니다. 곳곳이 수납공간이다. 1열 센터 콘솔 컵홀더와 대형 수납 트레이, 양쪽 2열 도어에는 크고 작은 독립적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놨다.

2열 상단에는 12.8인치 리어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왓챠 등 다양한 OTT 서비스를 지원한다. BYOD(Bring Your Own Device) 기능을 통해 스트리밍 기기와 연동하면 완전한 스마트TV 환경이 완성된다.

2시간이 넘는 장거리 이동은 성인도 지루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더 힘들다. 아이들이 오딧세이 화면에 집중하는 사이 여행의 따분함도 한결 줄어든다. 평소 제한했던 시청 시간도 여행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즐거운 보상이 된다.

탑승자 간 소통을 돕는 장비도 갖췄다. 운전석 음성을 2·3열에 전달하는 ‘캐빈 토크’, 후석 승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캐빈 와치’ 기능이 적용돼 있다. 아이들과 무전기 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가 가까워진다.

오딧세이는 전형적인 미니밴이지만 차체 비율이 안정적이다. 전면부는 혼다 특유의 두꺼운 크롬 그릴과 날렵한 헤드램프가 적용돼 묵직한 인상을 준다. 측면에서 보면 차체가 비교적 낮고 길게 뻗어 있어 SUV에 가까운 안정적인 실루엣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슬라이딩 도어와 낮은 승하차 높이는 가족 단위 사용자에게 큰 장점이다. 어린 자녀나 부모님이 타고 내리기 편하다.

오딧세이 가장 큰 강점은 주행 안정성이다. 3.5리터 V6 자연흡기 엔진은 최고출력 약 284마력을 발휘한다. 출력이 넉넉한 덕분에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서스펜션 세팅도 미니밴 중에서는 비교적 단단한 편이다. 코너 구간이나 차선 변경 시 차체 롤이 적고 운전자가 느끼는 부담이 크지 않다.

고속도로에서는 차체가 큰 미니밴임에도 차선 변경 시 흔들림이 적고 직진 안정성이 뛰어나다. 가속 페달을 과감하게 쓰면 V6 특유의 매끄러운 회전 질감이 느껴진다.

경쟁 모델인 알파드는 승차감 중심 세팅이다. 2열 VIP 승객을 위한 차량이기 때문에 서스펜션이 매우 부드럽다. 대신 고속에서 차체 움직임이 다소 크게 느껴질 수 있어 운전자 중심의 안정성에서는 오딧세이가 더 균형 잡힌 모습이다.

주행 안정성뿐 아니라 연료 효율성에서도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왕복 약 500km를 주행한 결과 평균 연비는 15.1km/ℓ를 기록했다. 주행 환경은 고속도로와 도심이 각각 약 7대3 비율이었다. 대형 미니밴이라는 차급을 고려하면 연료 효율성 역시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뛰어난 안정성도 오딧세이 강점이다. 오딧세이에는 혼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혼다 센싱’이 적용됐다. 시야각이 90도까지 확장된 광각 카메라와 120도까지 인식 가능한 레이더를 기반으로 다양한 주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여기에 8개의 에어백과 다양한 안전 보조 기능이 더해져 미니밴 중에서도 높은 안전성을 확보했다.

핵심 기능은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이다. 이 시스템은 레이더 센서를 통해 선행 차량과 보행자를 지속적으로 감지한다. 약 5km/h 이상 주행 시 작동하며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먼저 경고를 통해 운전자에게 상황을 알린다. 만약 회피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자동으로 제동을 개입해 속도를 줄여 사고 피해를 최소화한다.

고속 주행에서 유용한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도 눈에 띈다. 시속 약 72km/h 이상에서 작동하며 차량이 차선 중앙을 유지하도록 스티어링을 보조한다. 장거리 주행에서 운전자 피로를 줄이고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 기능이다.

장거리 주행에서 편의성을 높여주는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도 중요한 기능이다.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특히 저속 추종 기능이 포함돼 정체 구간에서도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해 선행 차량과의 간격을 유지한다.

야간 주행 시에는 오토 하이빔이 작동한다. 주변 조도를 인식해 어두운 도로에서는 상향등을 켜고, 맞은편 차량이나 앞차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하향등으로 전환해 운전 편의성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한다.

사각지대 사고 예방 기능도 강화됐다. 후측방 경보 시스템(BSI)은 리어 범퍼 양쪽의 레이더 센서를 통해 사각지대 차량을 감지하고 사이드 미러 인디케이터와 경고음을 통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또한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CTM)는 후진 시 측면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감지해 디스플레이 화면과 경고음을 통해 위험을 알린다.

충돌 안전성 역시 높은 수준이다. 오딧세이는 앞좌석 i-SRS 에어백과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총 8개의 에어백을 탑재했다. 충격 강도에 따라 팽창률을 조절해 탑승자 보호를 극대화한다. 여기에 혼다 차세대 차체 기술인 ACE 바디가 적용돼 충돌 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한다.

오딧세이는 화려함보다는 탄탄한 주행 안정성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미니밴이다. 알파드는 고급 이미지와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1억 원을 넘는다. 시에나와는 비슷한 성격이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가격 차이가 난다. 반면, 오딧세이는 대형 미니밴의 공간과 성능을 갖추면서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6430만 원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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