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닫기

[김순덕의 도발]문재인 정권은 혁명정부였다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12-30 14:49수정 2020-12-30 14:5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평양 김일성광장에 ‘결사옹위’라는 글자가 등장했다. 아니, 북에서도 우리 대통령을 결사옹위? 나는 잠시 헷갈렸다. ‘대통령의 안전’ 운운하며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을 외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장에 이른바 ‘조국 수호대’ 출신 등 강성 의원들이 가세했다. ‘정권 엄호’를 설립취지문에서 밝히며 친문 의원들은 민주주의4.0연구원을 발족했다. ‘대통령이 외롭지 않도록’ 정계 복귀를 시사한 전 비서실장도 나왔다.

북한에서 결사옹위정신이란 “수령의 신변을 결사호위하고 수령의 권위를 결사옹호하는 정신”을 말한다. “수령의 업적을 결사고수하고 수령의 사상과 노선, 정책을 결사관철하는 정신”이라고 1992년판 조선말대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불경이 아닐까 걱정스럽긴 해도 수령 대신 문재인 대통령을 넣어 읽어보라. 요즘 친문세력 분위기와 딱 들어맞는다. 최고지도자 결사옹위에선 남북이 하나가 된 감격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 동아일보 DB


관련기사
● 대통령의 신변과 권위, 업적과 노선을 지켜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위성사진으로 포착한 ‘결사옹위’는 내년 1월 노동당대회 때 선보일 매스게임의 한 장면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선 상상하기 힘든 대중동원이고, 정치구호로 봐준대도 유치한 충성맹세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따져보자.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할 국민의 대표들이(헌법 46조) 혈세로 봉급 받으며 대통령 옹위나 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문재인 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지, 나는 늘 궁금했다. 특히 2020년은 1월 2일 오전 7시 법무부 장관 추미애 임명부터 1년 내내 대통령의 신변과 권위와 업적과 사상과 노선과 정책 옹위를 위해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일보가 선정한 10대 뉴스로 봐도 2건(이건희 삼성회장 별세, 성착취 영상 n번방)만 빼고는 대통령 엄호와 놀랍게 연결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대표적이다(1). 중국발 입국자 차단 요구가 빗발치던 2월 20일, 문 대통령은 차단은커녕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통화에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역사적 발언까지 남겼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년사에 맞춰 두 달에 한 번꼴로 대책이 나왔으나 결과는 집값 급등에 ‘영끌’, 전세대란, 그리고 세금폭탄이었다(2).

26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수 천 명의 사람이 매스게임으로 만든 ‘결사옹위’ 글자가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38노스 홈페이지 캡쳐


● 2020년 10대 뉴스의 주인공은 문 대통령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우리 공무원을 쏴 죽였을 때(3) 청와대가 대통령한테 보고도 안 한 것이야말로 결사옹위의 전범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이 목숨을 잃을지언정 대통령의 밤잠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4)을 하기 전 청와대가 통보를 해줬는지를 놓고도 뒷말이 오갔다.

4·15총선에서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청와대 출신을 포함해 집권당이 위성정당까지 180석을 차지하자(5) ‘우리 총장님’과 법무부의 갈등은 한층 격해졌다(6). 심지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7)은 청와대 짜파구리 파티로 쓴 입맛을 다셔야 했고, 한국인 최초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8)도 청와대 ‘탁현민쇼’에 동원되는 노역을 치러야 했다.

이쯤 되면 나라 전체가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대비가 잘못돼도, 부동산대책이 잘못돼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헌법정신을 지켜내지 못해도 문 대통령은 노선을 바꾸는 법이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고 강조했는데 이 말이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고 이 정권이 혁명정부임을 인정하면, 많은 의문이 풀리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017년 3월 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장면. 동아일보 DB
● 적폐청산은 공산숙청과 유사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틀 뒤 제1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문재인은 다음과 같은 발표를 했다. “대통령 탄핵은 이 촛불혁명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 촛불혁명의 끝은 새로운 대한민국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청산해야 할 과제로 밝힌 것이 ‘비리와 부패에 관련된 공범자 청산’이고 ‘재산 몰수와 지위 박탈’이었다. 그때는 너무나 혁명적인 발언이어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제 알 것 같다. 문 정권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혁명을 꾀했다는 것을.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위기’를 주제로 2018년 미국에서 열린 구국재단 세미나에서 “국내적으로 촛불정신이라는 명분과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공공연히 진행되는 구속과 위협, 언론 통제와 여론 조성, 그리고 유례없는 공직 독점은 1917년 러시아 레닌혁명 이후 자행된 정권 장악, 공산 숙청과 유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이 ‘공중 납치된 항공기’ 상태였기 때문이다. “기장이 납치범으로 바뀔 때 승무원들은 선한 웃음과 안심시키는 목소리로 승객들을 평안하게 해주어서 비행기가 납치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국민은 비로소 대한민국이 공중납치됐음을 깨달았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은 혁명정부를, 최고지도자를 결사옹위하는 충견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 우리가 몰랐던 대한민국, 이제 어디로 가나


문 대통령은 30일 새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집권당 의원 박범계를 지명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고, 사법부의 행정처장을 입법부로 불러다가 “살려달라고 해보라”고 했던 ‘대통령의 든든한 동지’를 행정부에 입각시킨다는 건, 3권 분립을 불도저로 무너뜨린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3권 분립 없는 민주주의를 외치는 나라가 중국이다. 국민을 ‘우리’ 편에 속하는 인민과 우리 편 아닌 적으로 나누고 인민에게는 민주를, ‘인민의 적’에게는 독재를 하는 것이 인민민주독재다. 그 민주의 실천원리가 ‘민주집중제’인데 당 중앙이 한번 결정하면 무조건 집행한다. ‘절차’는 무시된다. 이견은 용납되지 않는다. 소수는 다수에 무조건 복종한다.

마오쩌둥은 개인숭배를 통해 중국의 공산혁명을 완성했고, 마오쩌둥 뺨치는 우상숭배를 추구하는 후계자가 시진핑이다. 문파든, 문빠든, 단순한 문재인 지지나 팬덤이 아니라 우상숭배로 다시 보면, 상황은 명확해진다. 문 정권은 작은 중국을 꿈꾸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 방중에서 세계패권의 중국몽을 꾸는 시진핑에게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그 꿈에 함께할 것”이라고 이미 맹세를 했다.

중국이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민주화할 것이라는 자유세계의 희망은 지금 없다. 중국에서 퍼진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은 중국처럼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며 2020년 한층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