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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차라리 무상몰수-무상분배를 하든가!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07-11 14:00수정 2020-07-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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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여기가 북한이냐, 집 두 채 가진 게 죄냐, 소리가 나오게 하겠다더니 과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7·10대책이다. 다주택자의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동시에 올려 확실히 징벌했고, 3년 전 이 정부가 부여했던 임대주택자 혜택도 박탈한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오른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 같진 않다. 두 배로 뛴 종합부동산세를 면하려면 1년 내 집을 팔라는 건데, 양도소득세를 내려 퇴로를 열어준 것도 아니다. 종부세 무섭다고 강남 아파트를 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국회의장도 대전 아파트를 자식한테 증여하고 강남 아파트 살면서 재건축 기다리는 판국에.

주택공급 대책도 없진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하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도심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거다. 이 정도로 부동산시장의 악순환이 사라질지 의문이다. 근본적 대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국민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좋은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




● 재건축·재개발은 文정부 금기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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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더 센 대책을 요구했다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역구가 성남시 수정구다. 분당 바로 옆이어서 총선 때 신흥2동 한신·청구·두산 아파트 재건축, 신흥 1·2·3동 재개발, 복정동 택지개발사업 조기 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선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여기가 정말 북한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의 강력한 정책을 강조했던 김남국 의원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재건축을 공약했다. 구축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송파구 남인순 의원의 공약은 어마무시하다. 가락우성1·가락프라자·삼환가락·가락극동·가락미륭·오금현대·가락상아1차·가락1차현대 아파트와 문정동 136번지 일대 재건축·재개발사업!

김남국과 남인순이 선거 때 “주민 여러분의 투기를 지원하겠다”고 유세했을 리 없다. 주민들이 간절히 원하기에 공약한 것이고, 주거환경 개선과 주거복지 확충이 대한민국에 해로울 리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불가를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집값 올라 투기세력이 희희낙락하는 꼴을 못 보겠다는 거다.



● 내 생에 재건축은 바라지도 않지만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 중엔 혹시 내가 송파구 주민이 아닌지 궁금해지면서, 언론이 아파트 투기를 부추긴다고 냅다 댓글을 달고 싶을지 모른다. 죄송하지만 저는 송파구나 강남구 주민도 아니고, 재개발을 노린 딱지나 지분 같은 건 구경도 못해봤다.

그래도 ‘라떼’는 운이 좋아 대출 안고 월급 저축해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마포 언덕배기 아파트에 살던 겨울엔, 빈 차로 올라가는 승용차를 붙잡고 “요 위까지 태워주실래요?” 성냥팔이소녀처럼 호소한 적도 있다. “건강에 좋은데 걷지 그러느냐”는 소리가 서러웠던 기억도 생생한데 20년 전 여의도로 이사하면서 평지에 사는 소원을 이뤘다. 이제는 근 50년을 바라보는 아파트와 함께 늙어가는 처지지만 여의도-용산 통개발 계획이 취소되는 바람에 내 생에 재개발은 꿈도 안 꾼다.

나처럼 달랑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사람은 집값이 올라도 내려도 달갑지 않다. 내 집이 올랐으면 강남은 더 올랐고, 내렸다 해도 팔고 이사 갈 곳도 없다. 강남에 집 가진 사람을 보면 물론 부럽다. 필시 부모나 남편을 잘 만났거나, 부지런히 이사 다니며 나름 고생을 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것이라고 믿으려 한다(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개포주공 1단지 전경. 동아일보 DB


● 재산권 위협하는 위헌적 부동산정치

그럼에도 강남 아파트 지닌 고위공직자들한테 팔아치우라고 강요하는 건 찬성하지 않는다. 깨소금 맛이긴 해도 거주·이전의 자유, 재산권 보장을 명시한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다. 책임 있는 집권세력이라면, 많은 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강남에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지 머리를 싸매야 옳다.

강남 같은 교통, 교육, 상권 등 인프라를 갖춘 단지가 곳곳에 생긴다면 굳이 강남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재개발·재건축이 그래서 절실한데도 이 정부는 ‘투기세력 근절’을 외치며 결사반대한다. 국회의장이나 대통령비서실장이 투기세력이었겠나.

불법으로 집을 사들였거나 탈세하지 않았다면, 다주택자도 나름 선량한 국민이다. 다주택자가 있어야 전세도 나올 수 있고 공급이 충분해야 대출받아 내 집도 살 수 있다. 그런데도 김현미는 “살지 않는 집이면 좀 파시라”며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세력으로 몰았다. 대출까지 막아 금수저 아니면 내 집 마련도 못 하게 만든 건, 3040의 계층이동 사다리를 부숴버리는 잔인한 부동산정치다.

서울의 야경. 동아일보 DB


● 다주택자, 대주주는 인민의 敵인가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다. 집권세력이 강남 사는 사람들, 집 두 채 이상 가진 사람들을 징벌하는 것은 운동권 시절 주입된 의식 탓이 크다. 강남에 고가 아파트를 소유한 자는 해방 전후로 치면 대지주(大地主)다. 노동자와 농민, 민족 기업가 등 인민이 주인 돼야 할 세상에서 불로소득으로 재산을 늘린 대주주는 인민의 적(敵)인 것이다.

북한 김일성은 일본 제국주의를 몰아내고 무상몰수-무상분배의 토지개혁으로 인민을 해방시켰다. 남한이 이제라도 친일잔재를 청산하고 토지개혁과 인민해방에 성공하려면 강남의 모든 아파트를 무상몰수-무상분배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라고 집권세력은 죽창을 갈고 있을지 모른다.

말이 안 된다고? 제 국민에게 고통을 주어 집값을 잡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발상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가진 자, 기업 하는 자를 북한 백두혈통보다 증오하는 티가 역력하다. 외고와 자사고를 없애고, 공정경제로도 모자라 평등경제를 들고나온 것 역시 아직도 주사파식 세계 속에 살기 때문이다. 아니면 조선시대 사림파 또는 척화파처럼 살고 있든지.


● 제발 시장경제 원리부터 공부하시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호되게 비판하는 상황이다. 이 정부와 뿌리가 비슷한 진보적 시민단체로서 고맙기 짝이 없지만 그들이 제시한 해법은 고맙지 않다. 집값을 자극하는 개발부터 막으라는 식이다. 분양가상한제 전면 확대, 공시지가 2배 이상 인상, 공공주택 확대 같은 ‘좌파 정책’으로는 턱도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50년간 세계 대도시 집값을 조사한 해외 연구를 들며 “우리보다 집값이 더 오른 선진국도 우리 같은 규제를 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선진국 부동산 정책은 서민들을 위한 주거복지, 수요 공급에 따른 시장시스템 마련이 핵심이다. 보유세를 올린 미국과 영국도, 보유세를 내린 독일도 대도시 부동산값이 폭등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서이고, 그게 시장경제 원리다.

문 대통령이 취임 때 수준으로 집값을 잡는다면, 꼼짝없이 최고 50%의 재산을 날릴 국민이 나오게 된다. 이럴 바엔 차라리 강남 아파트 전체를 무상몰수한 뒤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 무상분배하면 성군(聖君) 소리 들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곡소리로 채우고 싶지 않다면, 겸손하게 전문가와 국민의 소리를 듣기 바란다. 그것도 싫다면 제발 “부동산문제는 자신 있다”는 말이나 말든지!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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