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보베르데, 또 한번의 ‘여름동화’… 우루과이와도 비겼다

  • 동아일보

[2026 북중미 월드컵]
‘무적함대’ 스페인 상대 0-0 이어 ‘남미 강호’에 2골 넣고 승점 챙겨
피나, 프리킥으로 월드컵 첫 골… 1차전 신들린 선방 펼쳤던 골키퍼
어머니 첫 ‘직관’속 추가실점 막아

월드컵 첫 골 넣고 포효
카보베르데 미드필더 케빈 피나(6번)가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전반 21분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뒤 자국 팬들이 몰려 있는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 포효하고 있다. 카보베르데 선수가 월드컵에서 넣은 첫 번째 골이다. 마이애미=AP 뉴시스
월드컵 첫 골 넣고 포효 카보베르데 미드필더 케빈 피나(6번)가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전반 21분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뒤 자국 팬들이 몰려 있는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 포효하고 있다. 카보베르데 선수가 월드컵에서 넣은 첫 번째 골이다. 마이애미=AP 뉴시스
“고개를 높이 들고 자신감을 가져라.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라.”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의 어머니 아나 칸디다 에보라 씨는 22일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인터뷰에서 카보베르데 대표팀 선수들에게 이렇게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열린 카보베르데와 우루과이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킥오프를 앞두고서다.

에보라 씨는 카보베르데가 16일 열린 1차전에서 ‘우승 후보’ 스페인과 0-0으로 기적 같은 무승부를 만들어 냈을 때 경기를 직접 지켜보지 못했다. 최대 1만5000달러(약 2300만 원)에 이르는 미국 입국비자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인전에서 7차례 세이브를 기록한 보지냐가 경기 후 눈물을 흘린 이유가 경기장에 오지 못한 어머니 때문이라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비자를 받아 이날 경기는 현장에서 ‘직관’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 서쪽 인구 52만 명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 선수들은 에보라 씨의 당부처럼 당당하게 맞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동화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FIFA 랭킹 67위 카보베르데는 이날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16위)와의 경기에서 2-2로 무승부를 거뒀다. 2연속 무승부를 기록한 카보베르데는 승점 2가 됐다. 카보베르데는 우루과이(2위)와 승점이 같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3위에 자리했다. 카보베르데는 27일 사우디아라비아(4위·승점 1)와의 3차전 결과에 따라 첫 월드컵 출전에서 32강 토너먼트 진출을 달성할 수도 있다. 이 조에선 스페인(승점 4)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기적의 서막을 연 선수는 미드필더 케빈 피나였다. 그는 전반 21분 골대에서 30여 m 거리에서 강력한 프리킥을 시도해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피나의 발끝을 떠난 공은 우루과이 수비벽 사이를 통과해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카보베르데의 역사적인 월드컵 첫 골이 탄생한 순간이다. 피나는 득점 후 두 팔을 벌린 채 푸른색 국기를 흔드는 카보베르데 팬들이 모여 있는 관중석 앞으로 달려갔다. 수백 명의 카보베르데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스포츠 통계 업체 ‘옵타’에 따르면 카보베르데는 1966년 기록 집계 시작 이후 최초로 프리킥으로 월드컵 첫 골을 넣은 국가가 됐다.

카보베르데는 반격에 나선 우루과이에 두 골을 잇달아 내줘 1-2로 끌려갔다. 하지만 후반 16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카보베르데 공격수 엘리우 바렐라는 우루과이 수비수 마티아스 올리베라가 팀 동료에게 보낸 패스를 가로챈 뒤 자신을 막기 위해 골키퍼가 뛰쳐나와 텅 비어 있던 우루과이 골문에 공을 밀어 넣었다.

이후 우루과이는 다시 앞서가는 골을 넣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카보베르데 수문장 보지냐는 이날 세이브는 없었지만 후반 막판 공중볼을 안정적으로 잡아내고 수비진 전체를 조율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의 어머니 에보라 씨는 이날 마이애미 스타디움 스위트룸에서 아들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카보베르데 국기를 흔들며 응원했다.

카보베르데의 사령탑 페드루 브리투 감독은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 같은 나라가 세계 최고의 팀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건 아프리카의 어떤 아이라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우루과이를 상대로 또 한 번 기적 같은 무승부를 연출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브리투 감독은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축구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에 영감을 줬으면 좋겠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누구나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기에 모두가 절대 꿈을 잃지 말았으면 한다.”

#카보베르데#우루과이#2026 북중미 월드컵#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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