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잔디광장. 비눗방울이 흩날리는 잔디밭 위로 ‘메이플 스토리’ 게임 속에서 보던 형형색색의 버섯 몬스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은 주황버섯 풍선을 흔들며 조형물 사이를 뛰어다녔고,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연신 셔터를 눌렀다. “메이플이 아직도 있네.” “어릴 때 진짜 많이 했는데.” 잔디밭 곳곳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는 대화가 오갔다. 평일 낮 시간대였지만 귀여운 캐릭터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춘 일반 방문객부터, 메이플 대륙을 누비던 20~30대 게임 유저들까지 잔디광장은 종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넥슨이 마련한 ‘헤네시스 머쉬룸 파크’. 메이플스토리의 대표 몬스터인 주황버섯과 좀비버섯이 잔디광장을 게임 속 마을 ‘헤네시스’로 착각해 점령했다는 설정으로 꾸며졌다. 넥슨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메이플 어택! 위드 롯데’를 진행하며 잠실 일대를 메이플스토리 세계관으로 꾸미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가 게임 캐릭터와 세계관 등을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현실공간으로 옮겨오고 있다. 국내 게임 이용률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자 게임 안에서 이용자를 기다리는 대신, 팝업스토어와 체험 공간, 테마존 등으로 비게이머에게 먼저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캐릭터와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함으로써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게임 캐릭터 등 IP(지적재산)의 영향력도 함께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달라진 여가 환경에 게임 산업은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게임 이용률은 2022년 74.4%에서 2025년 50.2%로 떨어졌다.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이용시간 부족(44.0%), 게임에 대한 흥미 감소(36.0%), 대체 여가 활동의 등장(34.9%) 등이 꼽혔다. 숏폼 영상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여행·공연·전시 등 즐길 거리가 늘어나면서 게임이 밀려나기 시작한 것.
이에 게임사들은 오프라인 행사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충성 이용자와 만나는 팬 서비스 무대,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제 게임 캐릭터와 세계관을 내세우며 팝업스토어와 전시회를 열고,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에 나선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까지 끌어들이며 ‘IP 팬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크래프톤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서울 성수동에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복합 문화 공간 ‘펍지 성수’를 운영하며 공연과 전시, 브랜드 협업 등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8주년을 맞이해 기아와 협업해 RC카 레이싱과 레이저 배틀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행사 기간 약 6000명이 방문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플레이 경험을 펍지 성수라는 실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주효한 것.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in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바다모험전 현장’. 데브시스터즈 제공.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in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바다모험전 현장’. 데브시스터즈 제공. 데브시스터즈도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과 손잡고 ‘쿠키런 in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바다모험전’을 열었다. 아쿠아리움 곳곳을 쿠키런 캐릭터로 꾸미고 9개 테마존과 증강현실(AR), 스탬프 투어, 굿즈 판매 등을 선보이며 게임 밖에서도 IP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숲공원에서 열린 프레스투어에서 방문객이 포켓몬 포레스트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이미 포켓몬과 슈퍼마리오 등 글로벌 게임 캐릭터들은 게임 속 캐릭터를 넘어 강력한 IP로 성장했다. 게임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와 세계관을 소비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1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포켓몬 30주년 이벤트 ‘포켓몬스터 메가페스타’에는 약 16만 명이 몰리면서 행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슈퍼마리오 역시 영화와 테마파크, 굿즈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힌 게임 IP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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