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20년 넘게 자연을 들여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그 어느 생명체도 먹고사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이 그중 하나다. 그런데 간혹 이 엄혹한 생존의 법칙에서 예외인 듯한 경우가 있다. 남미 아마존에 주로 서식하는 개미새가 대표적이다. 먹고사는 일이란 대개 발버둥 치고 애를 써야 하는 것인데, 이들은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들의 생존 전략은 간단하다. 아마존 밀림을 휩쓸고 다니는 군대개미를 쫓아다니는 것이다.
군대개미가 어떤 녀석들인가. 수십만에서 수백만 마리가 하나의 군집을 이뤄 밀림을 휩쓸고 다니는 악명 높은 집단이다. 군대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일사불란한 체계로 잘 먹고 잘 산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잘나가는 사람을 쫓아다니며 사는 이들이 있듯, 개미새들은 이 군대개미를 쫓아다니며 ‘호의호식’한다.
군대개미가 이동하면 그 거대한 규모로 인해 밀림 바닥의 작은 동물 생태계엔 파란이 인다. 전속력으로 마라톤하듯 달리면서 만나는 작은 동물들을 융단폭격하듯 해치우기 때문이다. 수십 배나 큰 사마귀급 곤충들도 맥없이 무너진다. 떼로,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달려드니 막을 수가 없다. 36계 도망이 최선이다. 수많은 작은 동물이 허겁지겁 튀어 오르거나 도망친다.
개미새들이 군대개미를 따라다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 ‘자동으로’ 튀어 오르는 먹이들을 낚시하듯 낚아챈다. 먹잇감을 찾고 추격하는 고생 같은 건 남의 일이다. 먹고사는 일이 이렇게 쉬울 수가 없다.
하지만 보기와 다른 게 또 먹고사는 일이다. 속세를 떠난 스님들 사이에도 나름의 ‘세상사’가 있다고 하듯,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사는 게 마냥 쉽지는 않다. 밥상이 풍성하면 입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만만치 않다. 군대개미들이 전진하는 최전선의 중앙 바로 위 1, 2m 높이의 나뭇가지를 확보해야 한다. 영양가 높은 먹이를 빨리, 그리고 많이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은 서열을 만든다. 좋은 자리는 대개 큰나무타기새 같은 몸집이 크고 공격적인 새들이 차지한다. ‘체급’이 계급이다. 영역권 역시 중요하다. 군대개미들이 누구의 영역을 지나고 있느냐에 따라 우선권이 달라진다. 한껏 호기를 부리던 새들도 군대개미가 이웃 영역으로 넘어가면 조용히 비켜 앉는다.
몸싸움을 벌이는 일은 의외로 거의 없다. 약간의 날개 손상도 비행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땅에서는 어느 한 군데 다쳐도 어느 정도 살아갈 수 있지만, 비행은 다르다. 비행기에 작은 나사 하나가 중요하듯 사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그 대신 말로 전쟁을 하는 것 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기싸움은 치열하다. 깃털을 잔뜩 세우는 덩치 부풀리기는 기본이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확 들이치는 것 같은 위협 비행으로 상대를 누른다. 이들 세상에서도 능력이 없다 싶으면 곧바로 밀린다. 능력자들의 잔치를 멀리 변두리에서 지켜봐야 한다. 보기와 달리 먹고사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다. 쉬워 보이는 삶은 있어도 쉬운 삶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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