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4200년 전 뼈 유전체 분석
기존 기록 5000년 이상 앞당겨
가축화 시점은 훨씬 더 빠를듯
영국 고프 동굴에서 출토된 1만4300년 전 개 아래턱뼈 복원품. Tom Anders, Longleat 제공
개는 우리 생각보다 더 오래전부터 인간 곁에 있었다. 빙하기 유럽에서 살았던 개의 뼈에서 유전정보 전체(유전체)가 처음 해독되면서 개가 늑대에서 갈라져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한 시점이 기존 기록인 약 1만900년 전보다 5000년 이상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2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동시 발표된 두 편의 연구에 따르면 가축화된 개들은 적어도 1만4200년 전에 이미 서유라시아 전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했다. 지금까지 개가 구석기 시대에 늑대에서 갈라졌다는 고고학적 증거는 있었지만 유전체 분석이 없어 기원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안데르스 베리스트룀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원 팀은 유럽과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개·늑대 뼈 216개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가장 오래된 표본은 스위스 케슬러로크 유적에서 출토된 개 뼈로 방사성탄소 연대를 측정한 결과 1만4200년 전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케슬러로크 개의 유전체를 이후 시대 유럽·아시아 개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아시아 개보다 유럽 개들과 훨씬 가까웠다. 1만4200년 전에 이미 유럽 계통과 아시아 계통이 나뉘었다는 뜻이다. 개는 가축화된 뒤 인간을 따라 퍼지면서 지역별로 달라진 것으로 본다. 가축화 시점은 1만4200년 전보다 훨씬 앞섰을 수도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케슬러로크 개는 전 세계 개들과 유전적으로 공통 조상을 공유해 유럽 단독 가축화 가설도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석기 시대 일부 유럽 개들에서는 서남아시아 혈통이 섞인 흔적도 나타났다. 농업이 유럽으로 확산될 당시 서남아시아 사람이 대거 이주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람과 달리 개의 혈통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주민들이 데려온 개보다 토착 수렵·채집 집단의 개들이 신석기 시대는 물론 현대 유럽 개들의 유전자에도 더 큰 흔적을 남겼다.
농경 전환기에 유럽 인간 집단은 남서아시아에서 온 농경민으로 대거 바뀌었지만 개는 달랐다. 새로 온 사람들과 함께한 고대 개들의 혈통은 1만4000년 이상 전 수렵·채집 집단의 개들로 이어졌다.
같은 날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더 오래된 개의 흔적을 찾아냈다. 윌리엄 마시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박사가 이끄는 17개 기관 공동 연구팀은 튀르키예 프나르바시으에서 약 1만5800년 전, 영국 고프 동굴에서 약 1만4300년 전 개 뼈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세르비아 중석기 유적 2곳의 표본도 검토했다.
분석한 구석기 개들은 유전적으로 유사했다. 1만8500∼1만4000년 전 사이에 서유라시아 전반으로 퍼진 하나의 집단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유전적·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여러 수렵·채집 집단과 연관돼 있어 개의 확산이 이들 집단의 이주와 교류를 따라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3000km 이상 떨어진 튀르키예와 영국의 두 고대 개가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웠던 것이다. 마시 박사는 “개들이 적어도 1만4000년 전에 유럽과 튀르키예 전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로랑 프란츠 독일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교수는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개를 키웠다는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는 의미”라며 “개가 효율적인 경보 시스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 개 가운데 동아시아 개들이 가장 높은 유전적 다양성을 보여 오랫동안 동아시아가 개의 기원지로 여겨졌다. 그러나 동유라시아에서는 유전적으로 확인된 1만 년 이상 된 개 뼈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에 발표된 두 연구는 서유라시아를 새로운 기원 후보지로 부각시켰다. 모든 개의 조상인 회색 늑대의 선조 집단이 어디서 언제 살았는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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